90억 가지의 조합이 가능한 샐러드 가게

비타모조

2022.05.11

‘비타 모조’는 맞춤형 샐러드 가게입니다. 사업 확장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받았는데, 48억 원을 모금했습니다. 샐러드 맞춤화가 이정도의 반응을 이끌어낼 일일까요? 비타 모조가 꿈꾸는 ‘식사의 미래’를 보면 이해가 갑니다.




어울리진 않지만 패스트푸드 매장에도 샐러드 메뉴가 있습니다. 건강에 신경을 쓰는 고객들을 불러들여 매출을 높이려는 목적입니다. 효과가 있을까요? 듀크 대학교(Duke University) 마케팅 교수인 가반 피츠사이먼즈(Gavan Fitzsimons)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이를 실험해봤습니다. 음식 선택에 대한 자기 통제력이 강한 사람들을 선별해서, 그들이 메뉴 구성에 따라 감자튀김을 선택할 가능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연구한 것입니다.


피실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한 그룹에게는 감자튀김, 치킨너겟, 버터와 크림을 바른 구운 감자 등 건강하지 않은 음식으로만 구성된 3가지 메뉴를 제시했습니다. 이 그룹의 사람들은 감자튀김을 주문하지 않았습니다. 메뉴 중에서 감자튀김이 건강에 가장 나쁜 음식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3가지 구성에 샐러드 메뉴를 더해 다른 그룹에게 보여주니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샐러드를 골랐지만, 나머지 사람들 중에 감자튀김을 선택하는 경향이 전반적으로 높아졌습니다.


더 건강한 음식이 추가되었는데, 오히려 사람들이 건강에 가장 나쁘다고 생각하는 음식을 선택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이러한 역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추가적인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햄버거, 오레오 등으로 음식의 종류를 달리해도, 동일한 사람을 대상으로 샐러드 메뉴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선택을 비교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연구팀은 결론을 내리고 ‘대리 목표 성취(Vicarious goal fulfillment)’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더 건강한 메뉴를 추가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건강한 메뉴를 보거나 고려하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건강에 나쁘지만 맛있는 메뉴의 유혹에 넘어간다는 이론입니다.


듀크 대학교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패스트푸드 매장에게는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건강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주의해야 할 일입니다. 가깝다는 이유로 패스트푸드 매장에 샐러드를 사러 갔다간 의도와 다르게 건강에 더 나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건강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겐 샐러드만 파는 전문점이 필요합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런던에 샐러드 가게가 없을 리 만무합니다.


런던 곳곳에서 샐러드 가게를 발견할 수 있으나 녹색과 풀색이 비슷하듯 거기서 거기인 것처럼 보입니다. 농장 직송, 오가닉 재배 방식 등을 차별점으로 강조하지만 이마저도 대부분의 매장에서 내세우고 있어 신선한 포인트는 아닙니다. 이처럼 눈에 띄는 색깔을 갖기 어려울 것 같은 샐러드 전문점 시장에서 싱그러운 존재감을 뿜어내며 등장한 매장이 있습니다. ‘맞춤화의 끝판왕(Ultra personalised)’을 자랑하는 ‘비타 모조(Vita mojo)’입니다.



정해진 메뉴판이 없는 샐러드가게

비타 모조에 들어서면 매장을 잘못 찾아온 듯한 착각이 듭니다. 샐러드 가게에서 신선함을 강조하기 위해 으레 전면에 내세우는 샐러드 쇼케이스도 보이지 않고, 메뉴판이 자리해야 할 계산대 위에는 판매하는 샐러드 이름 대신 주문한 고객 이름을 호출하는 모니터가 있습니다. 또한 고객 좌석이 있어야 할 한쪽 벽면에 여러 대의 아이패드들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습니다. 샐러드 가게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이지만, 비타 모조의 눈에 보이는 차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적 경쟁력의 출발점입니다.



비타모조의 카운터에는 메뉴판도, 음식 사진도 없습니다.  샐러드를 주문하는 곳이 아닌 주문한 샐러드를 찾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시티호퍼스


비타 모조에서는 사람이 주문 받는 경우가 없습니다. 외부에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주문을 하고 매장을 방문해 가져가거나, 현장에서 주문하려면 한쪽 벽면에 있는 아이패드를 이용해야 합니다. 인건비를 줄이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맞춤화를 구현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큽니다. 고객들은 비대면 주문 시스템을 통해 메뉴를 자유자재로 고를 수 있습니다. 주어진 메뉴에서 선택을 하는 수준이 아니라, 주어진 재료들로 각자의 선호에 따라 마음껏 메뉴를 구성합니다. 고객 모두의 메뉴판이 다른 셈입니다.



매장에서는 아이패드를 이용해 주문합니다. 인건비 절감의 목적도 있지만, 그보다는 맞춤형 샐러드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큽니다. ⓒ시티호퍼스


비타 모조는 이러한 컨셉을 바탕으로 매장 오픈 후 사업 확장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습니다. 목표 금액은 150만 파운드(약 22억 5,000만 원)였지만 사실상 50만 파운드(약 7억 5,000만 원)를 모금하는 펀딩이었습니다. 펀딩 시작 전에 이미 영국의 대표적 케이터링 서비스 업체 엘리어Elior로부터 100만 파운드(약 15억 원)를 투자받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샐러드 가게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사실상의 목표 금액인 50만 파운드를 달성했고, 최종적으로는 목표 금액의 2배가 넘는 320만 파운드(약 48억 원)로 펀딩을 마감했습니다.


이쯤되면 본격적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기도 전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문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샐러드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이 이 정도로 반응을 이끌어낼 만한 일일까요? 비타 모조가 추구하는 비즈니스의 건강함을 이해하고 나면 인기에 공감할 수 있습니다.



맞춤화의 이유 #1. 궁합이 맞으면 건강이 더해진다

이미 건강한 음식인 샐러드를 더 건강하게 먹는 방법이 있습니다. 상황에 적절하게, 그리고 체질에 적합하게 먹는 것입니다. 비타 모조는 샐러드의 맞춤화를 통해 샐러드 초보들이 입맛에 맞는 야채를 골라서 샐러드를 쉽게 먹을 수 있도록 돕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샐러드 고수들이 더 건강하게 샐러드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 매장입니다.



비타 모조에서는 이론적으로 90억 가지의 샐러드 조합이 가능합니다. ⓒ시티호퍼스


건강에 민감하다면 샐러드를 먹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어떤’ 샐러드를 먹는지가 중요합니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영양소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운동 전에 먹는 샐러드에는 에너지원의 역할을 하는 탄수화물이 필요합니다. 식단의 75~100%를 탄수화물로 구성해 운동하기 30~60분 전에 먹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반대로 운동 후에는 근손실을 막고 근육의 생성을 위해 단백질을 보충해야 합니다. 운동 후 적절한 단백질을 섭취한다면 단백질 합성량이 2.5배나 증가합니다. 이러한 영양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비타 모조에서는 각자의 상황에 맞게 맞춤형 샐러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로 주문을 할 때, 재료의 종류와 양을 선택하면서 영양소의 비중을 조절할 수 있어 먹는 맥락에 따라 샐러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메뉴 구성 요소의 양을 늘리거나 줄이면, 그에 따른 칼로리와 영양 성분별 비중을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과정을 통해 각자의 취향과 선호에 맞게 샐러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시티호퍼스


또한 각자가 가진 체질에 따라서 건강에 효과가 있는 음식들이 다릅니다. 모두를 위한 샐러드보다 각자를 위한 샐러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고객들이 자신이 어떤 체질인지 이해하고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래서 비타 모조는 고객들이 각자의 체질에 맞는 샐러드를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유전자 분석회사인 DNA핏(DNAfit)과 제휴를 했습니다. 고객들은 249파운드(약 37만 원)의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25% 할인된 가격에 이용 가능하며, 포화지방에 대한 반응, 탄수화물 민감도 등의 분석 결과를 비타 모조의 소프트웨어와 연계해 입맛과 목표에 따라 적절한 샐러드를 추천받을 수 있습니다.


각자에 맞게 샐러드를 먹어야 하는 과학적 근거가 있더라도 샐러드를 맞춤형으로 만들어 먹는 것은 낯선 과정입니다. 지나치게 많은 선택권이 주어지면 선택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역설을 비타 모조가 모를 리 없습니다. 그래서 비타 모조는 영양의 균형과 적절한 양을 제안하는 기본 세트를 제공하며, 먹는 시점에 따라 필요한 영양소와 양이 다른 점을 고려해 기본 세트를 아침메뉴(Breakfast)와 종일메뉴(All-day)로 구분했습니다. 고객들은 기본세트만 주문할 수도 있고, 여기에 선호에 따라 다른 재료를 추가하거나 양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고객들의 맞춤화 과정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반면 선택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은 알아서 샐러드를 만드는 메뉴(Bulid your meal)를 통해 재료와 양뿐만 아니라 글루텐 프리(Gluten free) 등의 취향까지도 반영하여 100% 맞춤형 샐러드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선택을 완료하고 나면 재료의 함량, 영양 성분 분석, 알레르기 정보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알려줍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고객들은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시티호퍼스


고객들의 메뉴판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기본세트를 제외하면 샐러드 한 그릇에 정해진 가격도, 칼로리도, 영양 정보도 없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를 통해 각자가 선호하는 재료들을 원하는 양만큼 담으면, 주문 내용을 바탕으로 가격, 칼로리, 영양 구성, 알레르기 정보 등의 현황을 보여줍니다. 고객들은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각자의 지갑 사정과 건강 상황에 맞게 주문을 재조정하면서 최적의 샐러드를 만들어 먹습니다. 개인화 샐러드에 관한 영양학적 근거에 관심이 없더라도 주문 과정에서 재미가 얹어지기에 샐러드가 더 맛있어집니다.



맞춤화의 이유 #2. 군더더기가 없으면 매장이 살찐다

다양한 선택권은 고객들에겐 반길 만한 권리이지만, 가게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의무일 수 있습니다. 메뉴 하나가 추가되면 식재료 구매, 조리, 재고 관리 등 운영 프로세스 전반의 난이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가게 주도로 메뉴를 개발해 내놓는 것도 마음먹고 해야 하는데, 비타 모조처럼 유통 기간이 짧은 샐러드를 판매하면서 고객이 마음대로 메뉴를 만들어 주문할 수 있게 운영하면 복잡성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문제 해결의 열쇠는 샐러드의 속성과 주문 방식에 있습니다. 샐러드는 조리가 필요없는 음식입니다. 주문 받은 재료들을 그냥 그릇에 담아내면 됩니다. 그래서 재료의 재고만 적절하다면, 고객들이 주문하는 메뉴가 천차만별이어도 요리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의 증가분은 제한적입니다. 또한 고객들이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로 주문을 하면 데이터가 쌓입니다. 비타 모조는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를 통해 주문 내역, 방문 주기 등의 고객 정보를 시간대별, 요일별, 월별, 날씨별, 온도별 등 다양한 외부 변수와 함께 고려하여 분석합니다. 그리고 분석 결과를 토대로 재고가 남지 않을 최적의 양을 식재료로 구매해 재고를 관리합니다. 이렇게 버려지는 재료의 양을 25%가량 줄였으니 ‘앞을 내다보는 장사’를 하는 셈입니다.



먹을 만큼만 계산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도 맞춤형 샐러드가 필요합니다. ⓒ시티호퍼스


재료비뿐만 아닙니다.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는 인건비와 임대료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고객들이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로 주문을 하면, 주문받을 사람이 필요 없기 때문에 인건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은 예상 가능합니다. 하지만 주문 방식과 임대료 사이의 상관관계는 한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장을 회전율 관점에서 살펴봐야 합니다.


대체로 직장인들의 식사 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식당 입장에서 보면 병목 현상을 해결해 단위 시간 동안 드나드는 고객 수를 늘려야 합니다. 테이블에서 주문하는 레스토랑과 달리 패스트푸드 매장 같이 카운터에서 주문하는 경우에는 주문 단계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합니다. 사람이 몰리면 카운터 앞에 긴 줄이 생기는데, 고객 행동 패턴을 고려했을 때 줄을 줄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고객들은 메뉴를 미리 정하지 않고 자기 차례가 되어서야 고민하거나, 현금 혹은 신용카드를 찾느라 허둥거리거나, 주문을 하는 동안 마음이 바뀌어 주문을 바꾸는 등의 행동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주문 후에 음식을 받기 위해 카운터 근처에서 기다리는 고객들의 동선까지 감안하면 피크 타임을 위해 카운터 앞의 공간을 넓게 확보해야 합니다.


비타 모조의 주문 방식은 이런 병목 현상을 해결해줍니다. 샐러드를 주문하려면 각자의 스마트폰이나, 매장 내에 비치된 아이패드를 이용해야 합니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Siren order)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매장에서 직원들에게 주문하는 방식을 아예 없애 큰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어차피 기계로만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하고, 기왕 주문하는 거 외부에서 주문을 하고 매장으로 옵니다. 고객은 줄 서는 시간과 음식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절약하고, 매장은 고객이 줄 서고 기다리는 공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런던처럼 테이크아웃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는 곳에서는 주문 과정을 원격화하면 매장 공간이 더 넓어지는 효과가 생깁니다.



맞춤화의 이유 #3. 적을 친구로 만들면 미래가 달라진다

비타 모조는 고객 맞춤화와 운영 효율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그 어렵다는 일을 해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비타 모조의 높은 기업 가치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비타 모조는 오픈한 매장이 2개뿐 일 때도 약 1,980만 파운드(약 297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으로 320만 파운드(약 48억 원)을 모금한 후에는 기업 가치가 17%가량 올라 약 2,310만 파운드(약 346억 5,000만 원)로 높아졌습니다. 현재의 성과보다는 미래의 성장 잠재력이 반영된 숫자입니다. 그렇다면 비타 모조가 그리는 미래가 무엇이길래 이토록 촉망받는 것일까요?


비타 모조는 레스토랑 제국이 아니라 푸드테크 회사를 꿈꿉니다. 건강식의 시장 성장성 보다는 수백 년 동안 바뀌지 않은 요식업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샐러드 가게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개인화된 음식이 당연해지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 비타 모조가 선택한 성장의 방향은 소프트웨어를 파는 것입니다. 프랜차이즈 모델을 통해 레스토랑 숫자를 늘려가며 요식업계에 변화를 일으키는 방법도 있지만, 하나의 브랜드로 매장을 오픈해 나가는 건 속도나 범위 측면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빠른 성장과 폭넓은 확산을 위해 매장 수 확대보다 소프트웨어의 침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건강 상태와 취향 등이 다르기에 비타 모조는 ‘개인화된 음식이 당연해지는 세상’을 꿈꿉니다. ⓒ시티호퍼스


크라우드 펀딩을 받을 때도 소프트웨어를 다른 레스토랑에 판매하는 것을 자금 조달의 첫 번째 이유로 꼽았습니다. 경쟁자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협력하며 사세를 키워나가겠다는 뜻입니다. 비타 모조의 브랜드만으로 매장을 오픈할 때보다 확장성이 더 큽니다. 두 번째 이유는 매장 추가 오픈입니다. 매장을 늘리려는 목적 역시도 소프트웨어 판매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지금의 매장들이 쇼룸의 성격을 가지고 있듯이, 쇼룸 역할을 하는 매장을 늘려 소프트웨어를 알리려는 것입니다. 샐러드 판매를 통한 추가 매출은 덤인 셈입니다. 세 번째 이유도 특징적입니다. 매장을 프랜차이즈하는 것이 아니라 컨셉을 프랜차이즈화하겠다고 표현합니다. 비타 모조의 명성을 떨치기보다는 개인화된 음식이 당연해지는 세상에 더 가깝게 다가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비타 모조는 매장 오픈 후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받았고, ‘식사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펀딩을 마감합니다. ⓒ시티호퍼스


비타 모조는 크라우드 펀딩 이후 성과를 하나씩 만들어가며, 자금을 모금할 때 내걸었던 슬로건인 ‘식사의 미래(The future of eating)’를 구현해나가고 있습니다. 우선 비타 모조의 투자사이자 케이터링 업체인 엘리어가 런던 로펌들의 사내 캔틴에 비타 모조의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케이터링 업체인 렉싱턴 케이터링(Lexington Catering)도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 제안을 위해 버진(Virgin)에서 운영하는 헬스클럽인 버진 액티브(Virgin Active)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데, 이 곳에서 비타 모조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로 협약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비타 모조는 영국 전역 및 미국 등의 해외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2018년 1월에는 런던 도심에 100평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해 더 많은 사람에게 개인화된 샐러드의 가치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간판보다 철학이 멀리 간다

《장사의 신》의 저자 우노 다카시가 일본 이자카야 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건, 그가 일본 전역에 이자카야 제국을 만들어서가 아닙니다. 그는 장기간 근무한 직원에게 본점의 분점을 열어주고 상호를 쓸 수 있게 해주는 ‘노렌와케’에 대해서도 소극적입니다. 오히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5~7년 정도 일하고 독립하도록 장려합니다. 남의 가게에서 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기 가게의 주인이 되고 싶어서 요식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배들을 끌어안고 있어봐야 서로 즐겁지 않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독립을 염두에 두고, 함께 일하는 기간 동안 서로의 성장을 도운 후 졸업시킵니다.


우노 다카시는 그들을 경쟁자로 여기지 않습니다. 주인 스스로가 즐길 수 있고,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가게를 확산시키는 것에서 행복을 찾기 때문입니다. 그가 요식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철학과 서비스 마인드 등을 고객들에게 널리 전파할 수 있다면, 후배들이 각자의 간판을 달고 가게를 열어도 상관 없습니다. 이미 200명이 넘는 졸업생들이 훗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일본 전역에서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며 활약하고 있습니다. 가게 이름이 모두 다르지만 철학과 서비스 마인드 등에 공통분모가 있기에 서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간판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가치를 공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프랜차이즈인 셈입니다.


비타 모조도 같은 생각입니다. 비타 모조에게는 간판보다는 ‘개인화된 음식이 당연해지는 세상’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푸드테크 회사로 정의하고 개인화된 음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를 확산시키는 데 역량을 쏟습니다. 비타 모조의 간판이 빛나야 하는 건 경쟁자 대비 돋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쟁자를 동업자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식사의 미래를 스스로 증명할 수 있어야 그들이 그리는 세상을 함께 구현해나갈 아군을 더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습니다. 비타 모조가 여느 샐러드 가게 대비 싱그러운 건 될성부른 나무의 떡잎으로 채웠기 때문이 아닐까요?






Reference

• 비타 모조 공식 홈페이지
• See salad, eat fries: When healthy menus backfire, Duke Fuqua

• The complete guide to workout nutrition, Greatist

• Nutritional and contractile regulation of human skeletal muscle protein synthesis and mTORC1 signaling, NCBI

• Health-Driven Tech Restaurant Secures £1.5m of Crowdfunding in Just 24 Hours, Restaurant & Bar tech live

• London-based startup Vita Mojo raises £3.28m on Crowdcube, UKTN

• Entrepreneurs: La Dolce Vita served with a helping of Wall Street mojo, Evening Standard

• Investing in Food’s Future: Vita Mojo Surpasses £2.1M on Crowdcube, Crowdfund Insider

• Lexington partners with Virgin Active, FMJ

• Elior UK doubles site sales with personalisation kingpin Vita Mojo, Hospitality & Catering News

• 장사의 신(우노 다카시 지음, 김문정 옮김,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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