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같은 칵테일 바의, 근거 있는 쉐이킹

2023.06.26

2019년, 타이베이 신이에 한 칵테일 바가 문을 열었어요. 이름은 왓. 일반적인 칵테일 바가 아니었어요. 바텐더의 무대인 바가 없고, 무슨 편의점에 들어온 것처럼 병에 담긴 칵테일들이 냉장고에 가득 있었죠.


바를 없앤 대신 DIY 공간이 있었어요. 여기엔 소다, 토닉워터, 콜라 자판기가 있어 고객은 스스로 ‘바텐더’가 될 수 있었어요. 공간 어딘가에 있는 슬롯 바를 찾아 당기면 숨어있던 ‘스피크이지 바’도 모습을 드러냈죠. 상상을 뒤엎는 이중 공간으로 왓은 단숨에 대만에서 가장 트렌디한 바로 올라섰어요.


그런데 2022년. 왓은 DIY 공간도 스피크이지 바도 없애버려요. 그리고 사람들이 신나게 놀다갈 수 있는 매장으로 모습을 바꾸죠. 모든 매장을 이렇게 일괄적으로 바꾼 것도 아니고 지점마다 매장 디자인도, 술을 마시는 방법도, 칵테일의 맛도 다르게 설정한 거예요.


이유가 뭐냐고요?  칵테일의 고정관념을 보란듯이 벗어나, 대만에서 가장 트렌디한 바로 올라선 왓에 대해 좀 더 알아볼까요?


왓 미리보기

 #1. 스스로를 파괴하면서 업그레이드 해나가는 바

 #2. 낯선 칵테일을 소개하는 친숙한 방법

 #3. 병에 담은 칵테일의 찾아가는 서비스

 So WAT! Be Yourself




RTD(Ready-To-Drink)는 병이나 캔으로 편히 마실 수 있는 칵테일류의 술을 말해요. 미리 제조됐다 해서 프리 믹스(Pre mixed)라고도 하죠. 2018년 전 세계 RTD 칵테일의 시장 규모는 329억달러(42조 5,560억원)였어요. 그 후 2022년까지 연평균 1.7%의 상승률을 보이며 완만하게 성장했는데요. 2022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성장해 2033년까지 연평균 9~11%의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요.


RTD 시장의 성장에는 젊은 세대의 달라진 음주 문화가 있어요.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이들이 술을 마시는 주 목적을 분석했더니, 사교와 정서적 욕구를 위해서라는 대답이 주를 이뤘어요. 과한 술모임이 아니라 친구 또는 직장 동료와 시간을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술을 선택하는 거죠. 이처럼 다음날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약간의 취기만 제공하는, 술임을 잊게 하는 달콤한 맛의, 편의점에서도 간편히 사마실 수 있는 RTD 주류가 인기를 끄는 건 지금 전 세계적인 현상이에요.



ⓒ锐澳鸡尾酒


중화권의 대표적인 RTD 브랜드는 중국의 ‘리오(锐澳鸡尾酒)’예요. 2003년에 도수 4% 미만의 오렌지, 라임, 복숭아, 포도맛 등 병 칵테일을 출시하며 주류업계에 출사표를 던졌어요. 중국 전역의 편의점에 들어가고 드라마와 영화, 버라이어티 쇼에 등장하며 단숨에 대적할 경쟁자가 없는 저알콜 브랜드로 부상했죠. 현재는 중국 RTD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아시아를 넘어 이탈리아와 스페인에도 진출해 있어요.


그런데 요즘 리오를 제치고 해외 미디어가 주목하는 아시아 RTD 칵테일 브랜드가 따로 있어요. ‘왓(WAT)’이라는 곳이에요. 대만 최초의 병 칵테일 브랜드이자 아시아 최초로 병 칵테일 전문점을 연 곳이에요. 그런데 이곳은 업력이 4년밖에 안 돼요. 리오처럼 한 나라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병 칵테일이란 개념이 완전히 새로운 것도 아닌데 왓은 어떻게 이런 주목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시티호퍼스



ⓒWAT


왓의 비결을 이해하기 위해 잠깐 ‘WAT’를 소리내 읽어보시겠어요? 영어 ‘What’과 비슷하죠? 그 이름처럼 왓은 ‘So WAT! Be Yourself’를 모토로 개인화된 음주 경험을 판매해요. 리오가 젊은 세대의 특성을 잘 공략해 성공을 거뒀다면 왓은 젊은 소비자들을 의식하면서도, 칵테일의 규칙을 부셔 누구나 원하는 대로 칵테일을 주무를 수 있다고 강조해요. 칵테일을 맛보는 장소, 칵테일을 맛보는 방법, 칵테일에 들어가는 재료와 풍미까지도요.


지금부터 왓의 세계로 초대할게요. 기존에 존재했던 새로울 것 없는 모델에 어떻게 새로움을 가미해 독보적인 특색을 만들어내는가. 이것이 왓 스토리의 핵심이에요. 



#1. 스스로를 파괴하면서 업그레이드 해나가는 바

2019년, 타이베이 번화가 신이구의 골목에 한 칵테일 바가 문을 열었어요. 그런데 이 매장에 들어서면 칵테일 바에 대한 고정관념이 부서져요. 바텐더의 무대인 바가 없고, 매장은 무슨 초미래 편의점에 들어온 것처럼 공상과학적이면서도 익숙한 모습을 하고 있었거든요.



ⓒWAT


이 바의 이름은 ‘왓 슈퍼’였어요. 실제 슈퍼처럼 냉장고에 이미 완제품인 병 칵테일을 가득 구비해놓았죠. 드라이 칵테일 조합도 있어 모든 재료가 준비된 제품을 사가면, 집에서 직접 담가 먹을 수도 있었어요. 좌석 하나 없고 냉장고와 독특한 매대가 전부라니. 테이크아웃 전용 공간인가 싶지만 왓은 여기에 재미난 장치를 하나 더 마련해뒀어요. 



ⓒWAT


매장 한편에 자리한 DIY 바텐더 공간이었어요. 여기엔 소다, 토닉워터, 각얼음, 콜라가 나오는 자판기가 있었죠. 고객은 취향에 따라 부재료를 조절하면서 자기 입맛에 맞는 맞춤형 칵테일을 만들고 스스로 바텐더가 될 수 있었어요. 동선도 간단했어요. 냉장고에서 병 칵테일을 고르고 계산한 뒤 카운터 뒤편에 마련된 바텐더 공간으로 가면 그만이었거든요.



ⓒWAT



ⓒWAT


이게 다가 아니었어요. 왓 슈퍼에는 더 흥미진진한 비밀이 숨어 있었어요. 공간 어딘가에 있는 슬롯 바를 찾아 당기면 벽으로 위장한 문이 스르르 열리면서 ‘스피크이지 바’가 나타나는 거예요. 왓 슈퍼가 호기심 많은 Z세대를 위한 놀이 공간이라면, 이 바는 칵테일의 진지한 맛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한 예약제 공간이었죠.


바 내부도 벨벳 테이블, 금박을 입힌 가구 등 화려하게 꾸며 앞 공간과 완벽히 대조를 이뤘어요. 여기에도 물론 바는 없었어요. 바턴데가 퍼스트 클래스 승무원처럼 이동식 바 카트를 끌고와 손님 앞에서 직접 칵테일을 제조해줬거든요. 클래식한 칵테일 바에도 왓의 특징적인 요소를 유지했던 셈이에요.


2019년 왓 슈퍼는 타이베이에서 가장 트렌디한 바로 유명세를 탔어요. 그런데 2022년 말 왓은 이 슈퍼 및 스피크이지 바 컨셉과 작별을 고하고 매장을 싹 리모델링해요. 편의점 컨셉은 유지하되, 초미래적인 분위기에서 한 단계 내려와 친숙하고 모던한 분위기로 인테리어를 바꾼 거예요. 달라진 매장의 이름은 ‘왓 신이 플래그십 편의점’이 됐어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사실 신이점 자체는 번화한 신이구 안에서도 살짝 한적한 골목에 위치해 있어요. 하지만 10분만 걸어가도 주변에 나이트 클럽이 많았죠.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젊은이들이 다시 거리와 클럽을 찾기 시작하면서 이들에게 2차, 3차로 즐길 만한 공간이 돼줘야겠다는 것이 왓의 새로운 전략이었어요.


그래서 새롭게 바뀐 신이점은 1인용 좌석을 비롯해 여럿이 앉을 수 있는 단체석을 만들었어요. 시야를 괴롭히지 않을 정도의 조명과 시끄럽지 않은 음악으로 공간의 텐션을 유지하고 양념류, 튀김류, 샐러드, 소고기국수 같은 안주도 다양하게 준비했죠. 3~5명 혹은 5~7명이 즐길 수 있는 파티 메뉴도 구성하고, 소소한 즐길거리인 뽑기 기계도 들였어요. 공짜로 뽑기 게임을 해서 당첨되면 캔 칵테일 1병이나 왓의 굿즈를 제공하기도 해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왓은 처음부터 칵테일 바의 틀을 깨고 등장했지만 그 새로움에 도취해 있지는 않았어요. 편의점 컨셉과 DIY 요소를 융합해 ‘나만의 와인을 찾아가는 곳’이란 이미지를 심은 뒤에는, 젊은 소비자의 늘어난 발걸음을 의식해 ‘마시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한번 더 스스로를 업데이트시키고 있죠. 이처럼 왓이 단시간에 대만 최고의 바로 주목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칵테일에 트렌드를 섞는 방식, 그리고 속도에 있었어요.



#2. 낯선 칵테일을 소개하는 친숙한 방법

칵테일은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상의 음료를 섞는 것을 말해요. 왓도 위스키, 브랜디, 보드카, 와인, 진, 럼 등을 베이스로 사용하는데요. 여기에 특별한 재료를 떨어뜨렸어요. 독특한 공간 경험만이 왓의 전부가 아니었단 소리죠. 얼그레이 티와 백단향, 금귤, 자두, 겨울 멜론와 매운 망고, 훈제 복숭아, 땅콩, 아스파라거스, 고구마와 팥, 들깨까지. 대만에서 자란 토속 재료들을 술에 퐁당 빠뜨리며 칵테일의 신세계를 연 거예요.


이 메뉴들은 국제 바텐더 대회 챔피언이자 모델, WAT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도 활동하고 있는 추원진이 발명했어요. 그는 클래식 칵테일에 대만 제철 식재료를 결합하고 이를 손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5가지 테마를 붙였어요. ‘향, 과일맛, 저알콜, 거품, 티’였죠. 현재는 거품과 티가 빠지고 ‘향, 과일맛, 저알콜, 도시, 스파클링’으로 분류하고 있어요.



도시’ 테마는 각 도시와 연관된 칵테일을 뜻해요. ’싱가포르 슬링 칵테일’의 경우 싱가포르 래플스 호텔과 공동 제작한 칵테일이에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왓은 칵테일 이름도 아주 직관적으로 지었어요. 보통 칵테일 하면 섹스 온 더 비치, 데킬라 선라이즈, 롱아일랜드 아이스티 같은 게 유명하잖아요. 많이 들어는 봤는데 칵테일이 워낙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다양해, 각각 어떤 맛을 내는지 정확히 알아맞히는 사람은 많지 않죠. 그래서 왓은 한번에 맛을 유추할 수 있도록 ‘겨울 멜론 허니 하이볼 칵테일’처럼 이름에 대표 원재료를 콕 집어넣었어요.


이것만으로도 맛을 가늠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매장 냉장고에는 ‘사워, 플로럴, 스위트, 리치맛’이라는 라벨을 따로 달았어요. 그리고 라벨 별로 상품을 진열했죠. 편의점에 들러 편하게 음료를 고르는 것처럼, 왓에 와서 손쉽게 원하는 맛을 고를 수 있도록 칵테일의 문턱을 낮춘 거예요. 고객 친화적인 건 이해가 되는데, 미리 만들어 놓은 칵테일이 맛이 있겠냐고요? 참고로 WAT의 칵테일은 주류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증류주 국제대회 ISC와 IWSC에서 2년 동안 27개의 메달을 딸 만큼 그 맛과 혁신성을 인정받고 있어요.



첫맛은 팥으로 시작해 점점 스모키와 초콜릿 맛이 느껴지는 ‘팥 크림 롤 칵테일’ ⓒWAT


왓의 이러한 클래식 칵테일 외에도 왓의 메뉴판을 차지하고 있는 큰 카테고리가 있어요. 바로 공동 브랜드 제품이에요. 왓은 미슐랭 레스토랑들과 협업해 꾸준히 새로운 칵테일을 만들고 있어요.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인 진펑라이와는 ‘레드하트 구아바 칵테일’을, 또 다른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임프롬투와는 ‘팥 크림 롤 칵테일’을 개발했죠.



(좌)브라이언 쳉과 공동으로 만든 ‘스톰 라듐 에그’ 2종 / (우)신이점에 일일 점장으로 초대된 브라이언 쳉 ⓒWAT


왓의 콜라보 대상은 F&B로만 국한되지 않아요. 보그 매거진과는 겨울 우롱차 칵테일을 만들고, 대만 패션 브랜드 스테이리얼, 상하이의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시소와도 아이디어를 합쳤죠. 사람도 콜라보의 대상이 됐어요. 대만 스탠드업 코미디언 브라이언 쳉과 공동 칵테일을 만들었는데, 왓은 그를 신이점에 일일 점장으로 초청했어요. 아이돌 앨범의 포토카드처럼 그의 싸인이 들어간 플래시카드 4종을 제품에 넣어 팬덤의 요소와 카드를 뽑는 재미까지 두루두루 챙겼죠.



피즈 메뉴 보드와 탭 칵테일 머신 ⓒ시티호퍼스


신이점 리오픈과 동시에 선보인 메뉴, 피즈도 있어요. 피즈란 증류주에 탄산, 레몬수, 설탕 등을 더한 칵테일의 한 종류를 말하는데요. 왓은 증류주에 동방미인 애플 티, 금귤 생강, 훈제 콜라 같은 동양적인 재료들을 조합한 저알콜 피즈 칵테일을 개발해, 카운터 안에 있는 탭으로 즉석에서 제공하고 있어요.



캔 스파클링 칵테일은 ‘딸기 요거트 그린 티’, ‘아이스 레몬 티’, ‘오렌지 파인애플 우롱 티’처럼 달달한 저알콜이 주를 이뤄요. ⓒ시티호퍼스


왓의 제품을 또다른 축으로 구분해보자면 크게 고급 라인과 대중 라인으로 나뉘어요. 지금까지 살펴본 클래식 칵테일과 공동 브랜드 모델이 고급 라인에 속한다면, 대중 라인에는 캔 스파클링 칵테일이 있어요. 역시 신이점 리오픈과 함께 업데이트된 메뉴예요. 고급 라인이 모두 180~250위안(8,100~11,300원) 사이인 반면, 대중 라인은 59위안으로 한 캔에 3,000원을 넘지 않아요. 고급 라인이 WAT 매장과 일부 마켓으로 판매처가 제한되는 데 반해, 캔 스파클링 칵테일은 편의점, 까르푸 등 대만의 거의 모든 소매점에서 만나볼 수 있죠. 



#3. 병에 담은 칵테일의 찾아가는 서비스

왓은 대만에 3개 매장을 두고 있어요. 타이베이의 신이점, 타이페이 츠펑점, 그리고 타이중의 친메이점이에요. 그런데 이 단독 매장 외에도 왓은 대만 이곳저곳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어요. 칵테일이라는 주무기가 있으니 단독 매장을 오픈하지 않아도 왓은 존재감을 효율적으로 뿜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거예요. 칵테일이 필요한 곳에 자연스럽게 섞여들어가면서죠.



ⓒSecond Floor Cafe



ⓒSecond Floor Cafe


예를 들어 볼게요. 신이에 위치한 백화점 브리즈 난샨. 이 백화점의 2층에는 현대 미술관을 모티브로 한 다이닝 공간이 있어요. 천장 높이는 9m에 달하고 공간은 새하얀 런웨이를 연상시키죠. 왓은 2022년에 브리즈 난샨과 오픈 한정 ‘SF-2 칭춘루 칵테일’을 출시했어요. 사케, 진, 셰리에 배와 계화 향을 블렌딩하고 우롱 티로 마무리한, 백화점의 럭셔리한 분위기를 닮은 칵테일이에요.



ⓒGrand Hyatt Taipei



ⓒGrand Hyatt Taipei


또한 고정된 공간 밖으로 나오기도 해요. 대만에도 타이베이 주요 랜드마크를 도는 2층짜리 관광 버스가 있는데요. 타이베이시는 하얏트 호텔과 협업해 2023년 6월 관광 버스에서 맛볼 수 있는 식사 메뉴를 제공했어요. 그런데 이 이색 콜라보에 조용히 자리를 꿰차고 들어온 브랜드가 왓이였어요. 로젤 플럼, 스모키 피치, 핑크 레이디 3가지 인기 칵테일을 식사와 함께 제공했죠. 


그런가 하면 도심을 벗어나 멀리 휴양지까지 진출하기도 해요. 대만 남부 핑둥현에는 H 리조트가 있는데요. 이곳의 레스토랑 한 공간엔 아예 왓의 냉장고가 통째로 들어와 있어요. 투숙객들은 편의점에서처럼 왓의 병 칵테일을 고르고 음식과 함께 먹을 수 있죠. 필요할 때 언제든지 말이에요.



ⓒH Resort


왓의 주 소비층인 젊은 세대는 술에 대한 고정된 친숙함과 습관이 없어요. 저알콜 음료, 스파클링 와인, 과실주, 크래프트 맥주, 칵테일. 무엇이든 이들에게는 메인이 될 수 있죠. 칵테일이 특별한 날 마시는 특별한 술이 아니라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술이 되는 거예요. 이는 RTD 칵테일 브랜드에게 기회가 될 수 있어요. 판매량으로만 보면 RTD 칵테일은 전체 주류 시장의 2.42%에 불과하지만, 반대로 보면 시장 자체가 더욱 성장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새로운 브랜드가 파고들 틈새시장도 있고요.


이 틈을 비집고 왓이 시도하고 있는 것이 ‘언제,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칵테일'이에요. 쿨하고 저렴한데 그냥 편의점이나 대형 마켓이 아니라 트렌디한 공간에서 마주치는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죠. 이런 정체성을 구축한 왓이 부러뜨러야 할 다음 과제는 유통 채널을 점진적으로 점유해나가는 거예요. 여전히 중화권의 많은 편의점은 리오가 주를 이루고 있고, 레스토랑 케이터링을 차지한 저알콜 브랜드도 적지 않아요. 왓이 어떻게 채널을 확보해 자신들의 병 칵테일을 주류(酒類)의 주류(主流)로 만들지 두고봐야 할 일이에요.



So WAT! Be Yourself

2022년에 왓은 상하이에 상륙했어요. 이 상하이 매장의 하이라이트는 독점 칵테일 ‘항주 우메이 칵테일’이에요. 중국 고급 바이주인 마오타이를 기반으로 국화 훈제 매실을 블렌딩했죠. 왓은 상하이 외에도 중국 창사, 선전에 매장을 열고, 각각의 지역에서 독점 메뉴를 출시하고 있어요.



ⓒSmartShanghai



ⓒRunzi Zhu


맛뿐만 아니라 현지 환경에 따라 매장의 모습도 달라요. 상하이점은 정확히 말하면 바가 아니에요. 중앙에 커다란 면적을 차지하는 회전 바가 있고, 술을 고르면 스시 바처럼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칵테일이 배달되죠. DIY 영역에서 나만의 칵테일을 만들 수도 있고요. 이 상하이점은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지로 떠오른 줄루 로드에 자리를 잡았는데요. 중국 왕홍들의 필수 SNS인 샤오홍수에서 매일같이 수많은 인증샷이 남겨지고 있죠.



ⓒWAT



ⓒWAT


해외 진출을 하면서 특별히 힘줘서 매장을 꾸민 게 아니에요. 타이베이 츠펑점은 2021년 문을 열었는데요. 츠펑은 과거 대장간과 철물점이 번성해 대장간 거리로서의 정체성을 간직한 곳으로, 왓은 이런 지역적 특성을 매장 디자인에 반영했어요. 빨간색을 주요 색상으로 쓰면서 렌치, 드라이버, 쇠못을 형상화해 벽을 꾸몄죠. 이 츠펑점에서도 독점 칵테일을 만들었어요. 이름은 ‘스트라이크 아이론 유바오 B 칵테일’이에요. 대장간 거리를 연상시키는 아이론을 이름에 넣고, 레드와인에 바나나와 안젤리카 약초를 섞어 옛 츠펑가의 노동자들이 자주 마셨던 약주 맛을 냈어요. 그야말로 츠펑가의 특색을 듬뿍 담은 칵테일 한 잔이에요.



ⓒ시티호퍼스


왓은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여러 요소에 신경을 쓰지만, 왓이 강조하는 메시지는 간단해요. ‘칵테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입맛에 꼭 맞는 칵테일을 경험하러 오세요.’ 이를 위해 병 칵테일이라는 틀을 넘어 칵테일을 마시는 장소, 방법, 맛까지 철저하게 규칙을 깨며 대만의 잠재 고객에게 다가가고 있죠. 자신들이 한번 정한 규칙을 고집하는 게 아니라, 트렌드와 함께 부수고 재건하고 새로운 규칙을 써내려가면서 그렇게 성큼성큼이요. 마치 끊임없이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우리들처럼 말이에요. 그러고 보니 이들의 모토가 왜 ‘So WAT! Be Yourself’인지 알 것 같아요.




Reference

 WAT 공식 웹사이트

 RTD Cocktails Market, Future Market Insights

 The Future of Alcoholic Ready-to-Drink Beverages in China, Mersol & Luo Insights

 젊어지고 있는 중국 주류 시장 발전 트렌드, KOTRA

 亞洲首家瓶裝雞尾酒便利店複合無吧台酒吧,奇幻雙空間顛覆你對酒吧的想像!, SILVIA SUN, VOGUE TAIWAN

 Star support, 2 rounds of financing a year!WAT cocktail bucked the trend?, 頭條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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