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게는 작고 가벼운 집을 짊어지고 다녀요. 소라게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사는 곳이 될 수 있어요. 그만큼 자유롭고 집에 속박되지 않은 생활을 할 수 있죠. 일본 요코하마에는 이런 소라게의 집처럼 작고 이동할 수 있는 집, ‘타이니 하우스(Tiny house)’를 만드는 회사가 있어요. 이름도 일본어로 ‘소라게’를 뜻하는 ‘야도카리’라고 지었죠.
야도카리의 타이니 하우스는 모두 차로 이동할 수 있는 트레일러 하우스예요. 땅이 있다면 어디든 설치할 수 있고, 거주 지역을 바꾸고 싶다면 어디든 갈 수 있죠. 야도카리는 이런 트레일러 하우스를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타이니 하우스를 활용해 부동산을 개발하기도 해요. 활용되지 못한 자투리 유휴 부지에 타이니 하우스를 지어 지역을 활성화하는 거죠. 타이니 하우스는 이 곳에서 호스텔, 카페, 상업 시설이 돼요.
그런데 야도카리는 왜 작은 집에 주목하고, 작은 집에 살기를 권하는 것일까요? 단순히 간편함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 그 이상의 철학과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어요. 야도카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더 작은 집에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이유가 궁금하다고요?
야도카리 미리보기
• ‘소라게’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
• 집 밖을 나와 더욱 커진 ‘작은 집’의 존재감
• 유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작은 집’의 힘
• 부동산계의 ‘100엔 숍’을 자처하는 이유
• ‘집’에서 찾은 무인양품과 야도카리의 공통 분모
자연재해는 절망을 남겨요. 하지만 절망’만’ 남기는 것은 아니에요. 누군가는 절망 속에서 철학적 깨달음을 얻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찾기도 해요. 그래서 때로는 자연재해가 사회가 변화하는 전환점이 되기도 하죠. 2011년 3월에 발생했던 전례없는 규모의 ‘동일본 대지진’도 마찬가지였어요.
대지진에 수많은 건물들이 지진으로 완전히 파괴되었고, 집들은 마치 장난감처럼 쓰나미에 힘없이 휩쓸려 갔어요. 그런데 문제는 집을 사기 위해 30년 이상의 장기 대출을 받거나 높은 임대료를 내며 사는 게 일반적이었다는 점이에요. 그뿐 아니라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썼고요. 삶의 대부분을 희생하며 지켜온 집이, 자연의 힘 앞에서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린 거예요.
이 때부터 사람들은 앞으로의 어떻게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사와다 이세이’와 ‘우에스기 세타’도 그 중 하나였어요. 그들은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것이라면 처음부터 더 좋은 집, 더 큰 집에 집착하지 않고 사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크게 사는 것’보다 ‘작게 사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느꼈죠.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그들은 2013년, 요코하마에 ‘야도카리(Yadokari)’를 설립해요. 야도카리는 주거와 관련된 금전적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늘어난 가처분 소득을 삶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는 데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돕는 회사예요. 라이프스타일을 혁신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죠.
야도카리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작은 집(Tiny house)', '최소한의 삶(Minimal living)', '다거점 거주(Multi-location living)'가 솔루션이 될 거라 봤어요. 이 3가지를 바탕으로 돈, 장소,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하기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세상에 선보여 왔고요. 그러던 중, 코로나19 팬데믹이 엄습했어요. 야도카리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했어요. 이제는 주택을 넘어 사는 방식, 일하는 방식, 몸과 마음 등 생활 전반을 개혁하기 시작한 거예요.
‘세상을 바꾸고, 생활을 창조한다.(Change the world, create a life.)’
야도카리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시금 새긴 회사의 새로운 비전이에요. 작은 삶을 연구하는 야도카리지만 비전만큼은 웅장해요. 그렇다면 야도카리가 제안하는 더 작은 삶은 어떻게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까요?
‘소라게’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
‘야도카리(ヤドカリ)’는 일본어로 ‘소라게’라는 뜻이에요. 소라게가 짊어지고 다닐 정도로 작고 가벼운 집을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야도카리는 사람을 위한 ‘타이니 하우스(Tiny house)’를 연구해요. 그리고는 작은 집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판매하죠. 야도카리가 말하는 타이니 하우스는 연면적 약 20㎡ 이하, 기본 단가 1천만엔(약 1억원) 이하, 자가 건축 및 이동이 가능한 집이에요. 여기에 또 하나의 중요한 정의가 있어요. ‘중요한 일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예요. 집이 작기 때문에 오히려 삶에서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예요.
야도카리가 판매하는 표준적인 타이니 하우스는 ‘타이니스 인스퍼레이션(Tinys inspiration)’이에요. 타이니스 인스퍼레이션은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타이니 하우스로, 차로 견인이 가능한 트레일러예요. 대인원용 ‘30피트 긴 모델’, 한 단의 계단으로도 출입이 가능한 ‘원 스텝 트레일러’, 추운 지역에 특화된 ‘한랭지 모델’, 바다나 섬 등 해변 지역에 설치할 수 있는 ‘염해 대책 모델’ 등 목적과 기능에 따라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어요.
원 스텝 트레일러 ⓒYadokari
원 스텝 트레일러 내부 ⓒYadokari
원 스텝 트레일러 내부 ⓒYadokari
그리고 공간감과 시야를 확보해 작은 공간의 답답함을 보완했어요. 천장은 2.5m부터 최대 2.9m로 높게 만들고, 차경을 바라볼 수 있도록 가로, 세로 2m의 통창이나 테라스 창문 등 대형 창문을 활용해 외부의 공간을 내부로 끌어 들였어요. 사이즈도 설치 환경과 용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가로 18피트(약 5.5m)부터 30피트(약 9.1m)까지 3가지 크기가 있고요. 작은 공간의 장점을 누리기 위해 단점을 보완하는 거예요.
ⓒYadokari
ⓒYadokari
타이니스 인스퍼레이션과 같은 트레일러 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주택이 아닌 ‘차량’으로 분류된다는 점이에요. 이게 왜 장점이냐고요? 설치 허가의 관점에서 더 유연하기 때문이에요. 일본에는 ‘도시화 억제 구역’이 있는데, 도시화 억제 구역에는 집을 지을 수 없어요. 하지만 트레일러 하우스의 경우 차량이기 때문에 이런 지역에도 설치가 가능해요.
도시화 억제 구역은 보통 자연을 지키기 위해 지정하다 보니 빼어난 자연 경관이나 환경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주택이었다면 누리지 못할 멋진 자연 속에 살며 그 가치를 온전히 누릴 수 있죠. 물론 주택뿐만 아니라 사무실이나 글램핑 시설 등으로도 인기가 좋아요.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사무 공간이 필요하거나, 멋진 자연 경관을 자산으로 글램핑 시설을 운영하고 싶은 회사에게는 안성맞춤이에요.
타이니 하우스로 지은 글램핑장 ⓒYadokari
ⓒYadok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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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타이니 하우스는 왜 소중한 것과 함께 살고, 풍요로운 생활을 하는 방법으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일까요? 야도카리의 생각대로 집이 작다 보니 집에 드는 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집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전기세, 수도세, 난방비 등이 줄어 들어 생활비까지 절약할 수 있어요. 줄어든 비용만큼 교육 등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에 투자할 수 있고요. 또한 공간이 작기 때문에 ‘필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어요. 물건을 살 때 더 심사숙고하게 되죠. 꼭 필요한 것, 꼭 마음에 드는 것만 거주 공간에 들이다 보면 ‘정말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공간’이 만들어질 거예요.
집 밖을 나와 더욱 커진 ‘작은 집’의 존재감
이처럼 야도카리의 타이니스 인스퍼레이션은 장점이 많아요. 하지만 구매를 결정하기까지 몇 가지 허들이 있어요. 새로운 형태의 주거 공간이자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이기에, 정말 작은 공간에서 잘 살 수 있을 걱정되는 게 가장 큰 심리적 장벽이에요. 구매한 타이니 하우스에 만족하며 살면 좋지만, 살다가 만약에 작은 공간이 잘 맞지 않거나 다른 종류의 타이니 하우스를 사고 싶어지면 어떡하죠?
야도카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이니 하우스 재사용 마켓(Tiny house reuse market)’을 운영해요. 기존에 구입한 타이니 하우스를 중고로 판매할 수 있도록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에요. 나중에 원활하게 되팔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되어 있으니 새 제품을 구매할 때에 부담이 덜해요. 신제품을 선뜻 사기에 망설여지는 사람도 중고로 먼저 구매해 체험해 본 후, 본인의 취향이나 라이프스타일에 더 맞는 새로운 타이니 하우스를 새 것으로 다시 살 수도 있고요.
타이니 하우스를 구매할 때 또 하나의 허들은 바로 ‘땅’이에요. 타이니 하우스를 구입하면 집을 설치할 땅이 있어야 해요. 땅을 구입하는 비용도 문제지만, 마음에 드는 환경을 갖춘 땅이 없을 수도 있죠. 특히 거주지가 아니라 세컨 하우스나 취미 용도로 타이니 하우스를 소유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큰 진입장벽이에요. 그래서 야도카리는 땅 없이도 타이니 하우스 라이프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사업도 운영하고 있어요.
이른바 ‘타이니 하우스 앤 필드 패키지 라이프스톡(Tiny House & Field Package Lifestock)’. 이미 훌륭한 위치에 토지를 갖고 있는 글램핑 사업자와 땅이 없는 타이니 하우스의 소유주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예요. ‘타이니 하우스로 만드는 새로운 터전’을 컨셉으로, 사업자는 땅을, 타이니 하우스의 소유주는 타이니 하우스를 서로에게 빌려주어 상부상조하는 구조예요.
사업자의 땅에 타이니 하우스를 설치해, 타이니 하우스 소유주는 자신이 타이니 하우스를 사용하지 않을 때에 숙박 시설로 임대할 수 있어요. 이로써 추가 수익을 얻는 것은 물론, 타이니 하우스 관리 및 운영을 글램핑 사업자에게 아웃소싱할 수 있어 일석이조예요. 사업자는 건축 투자 없이 글램핑 시설을 운영할 수 있어 이득이고요.
야도카리는 사업 영역 확장으로 타이니 하우스 구매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한편, 타이니 하우스의 스핀 오프 제품들을 출시하기도 해요. 하나는 ’타이니스 사우나(Tinys Sauna)’예요. 핀란드식 사우나에서 영감을 받아 트레일러 하우스 대신 트레일러 사우나를 개발한 거죠. 집에서 사우나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나 해변, 숲 속 등 자연 속에서 사우나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에요.
ⓒYadokari
ⓒYadokari
ⓒYadokari
야도카리가 이번에는 라이프스타일을 집에서 사무실까지 확장해요. 타이니 하우스를 만들던 기술을 활용해 사무실 안에 둘 수 있는 1인용 폰박스(Phone box), ‘그리드(Grid)’를 론칭했어요. 이동식 방음 부스로, 안에서 일, 화상회의 등을 집중해서 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좁은 공간에서 쾌적하게 일할 수 있도록 조명, 환기, 살균 등의 요소에도 신경써 개발했죠. ‘타이니 하우스’를 변형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장 변화에 따라 생겨난 니즈를 충족시킨 거예요.
ⓒYadokari
유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작은 집’의 힘
야도카리의 이동식 소형 주택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수도 있지만, 지역 주민이나 커뮤니티의 삶을 바꿀 수도 있어요. 개인에게 타이니 하우스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유휴 토지, 유휴 부동산 등의 지역 자원을 활용해 도시를 개발하는 식으로요. 이 때 건축물로 타이니 하우스를 활용하고요. 야도카리는 지역 및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한적한 지방의 자원 개발뿐만 아니라 도심 속에서도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자투리 공간을 지역 커뮤니티의 거점으로 탈바꿈시키는 시도들을 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철도 회사인 ‘게이큐(Keikyu)’와 제휴해 만든 ‘타이니스 요코하마 히노데초(Tinys Yokohama Hinodecho)’예요. 원래 요코하마의 히노데초역부터 고가네초역 사이에는 고가 아래에 좁고 긴 유휴 공간이 있었어요. 칙칙한 콘크리트로 된 공간이라 음산한 분위기마저 감돌았죠. 야도카리와 게이큐는 여기에 일본 최초의 고가 밑 타이니 하우스 복합 시설을 만들었어요. 야도카리의 타이니 하우스를 활용해 호스텔, 카페, 수상 레저 스포츠 거점 등의 시설을 지은 거예요.
‘타이니스 호스텔(Tinys hostel)’은 3개의 타이니 하우스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 컨셉과 인테리어가 달라요. 서로 다른 매력의 타이니 하우스를 경험할 수 있죠. 바로 옆 ‘타이니스 리빙 허브(Tinys Living Hub)’는 카페 겸 바 라운지인데, 요코하마 지역의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과 음료를 판매하고 있어요. 거리를 향해 오픈되어 있는 구조로, 각종 워크숍, 마르쉐 등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해요.
ⓒYadokari
ⓒYadokari
ⓒYadok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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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패들러스 플러스(Paddlers+)’는 타이니스 요코하마 히데초 바로 앞에 흐르는 오오카강에서 유행 중인 스탠드업 패들, 서핑 등의 수상 스포츠 거점이에요. 코인 샤워, 탈의실, 사물함 등을 갖추고 수상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더 편리하게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이죠. 패들러스 플러스 또한 야도카리의 타이니 하우스로 지은 건 물론이고요.
ⓒYadokari
ⓒYadokari
이 밖에도 요코하마 내 또 다른 고가 아래 유휴 부지에서도 야도카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어요. 이번에는 호시카와역과 덴노초역 사이예요. 여기에는 야도카리가 아예 자신들의 이름을 따 운영하는 레지던스인 ‘야도레시(YadoResi)’가 있어요. 타이니 하우스를 이어 만든 레지던스죠. 야도레시는 요코하마의 부동산 회사 소테츠 그룹(相鉄グループ)과 야도카리가 함께 개발한 ‘호시텐 클레이(星天qlay)’의 일부예요.
ⓒHoshiten qlay
ⓒHoshiten qlay
호시텐 클레이는 ‘변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연결되어 놀 수 있는 마을’이라는 컨셉을 바탕으로 만든 복합시설이에요. 전체 길이 약 1.4km의 유휴 부지를 A~E 5개의 존으로 나누어 상점, 레스토랑, 주거, 코워킹 스페이스 등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 중 야도레시는 D존에 위치해 있고요. 호시텐 클레이 내 다른 상점이나 길거리와 연결되어 있고, 작은 개인실 외에 공용 공간도 이용할 수 있어 ‘따로 또 같이’ 사는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어요.
부동산계의 ‘100엔 숍’을 자처하는 이유
야도카리는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것들에도 주목해요. 유휴 부지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개발, 지역 활성화 사업을 하는 이유예요. 버려진 공간에 작은 집을 채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거죠. 그런데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는 건 꼭 부지뿐만이 아니에요. 이미 지어진 부동산도 마찬가지에요.
일본에는 2023년 현재, 1천 만 세대가 넘는 빈집이 있어요. 2018년 849만 가구였는데, 5년 만에 약 30%가 증가한 수치예요.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038년에는 일본의 빈집 수가 2천3백만 개가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요. 야도카리는 이런 빈집의 가치를 재조명해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어요. ‘빈 집에 이르는 길’이라는 의미의 ‘아키야 게이트웨이’예요.
ⓒAkiya Gateway
아키야 게이트웨이는 주인에게 더 이상 쓸모가 없지만, 그렇다고 팔리지도 않는 부동산들을 전문으로 취급해요. 그리고 가격을 모두 100엔(약 1천원) 또는 100만엔(약 1천만원)으로 통일하고, 스스로를 ‘100균 부동산 매칭 사이트’라고 정의해요. 여기에서 ‘균(均)’은 ‘고르다’라는 뜻으로 ‘균일가’의 의미예요. 마치 부동산계의 100엔 숍 같은 포지셔닝을 노렸어요.
실제로 아키야 게이트웨이에는 100엔에 올라온 매물들이 있어요. 이미 기존 부동산 중개소를 통해 제 값 받고 팔기에는 글렀으니, 매도인은 돈보다도 ‘처분’을 목적으로 하고, 매수인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리모델링 비용을 감안하고 해당 집을 사거든요. 보통 별장으로 구입했는데 사용하지 않거나, 상속을 받았는데 필요하지 않는 경우에 매물로 나오죠.
야도카리는 왜 기존 부동산 중개소들이 포기한 빈 집들을 판매하는 것일까요? 야도카리는 누군가의 애물단지가 누군가에게는 보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상적이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가치가 없다고 포기한 것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스스로의 일이라 믿으며, 아키야 게이트웨이만의 방식으로 빈집을 판매하고 있어요.
기존 부동산 중개 서비스와 가장 큰 차이점은 매물 하나 하나를 소개하는 방식이에요. 규격화된 포맷으로 동일한 항목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블로그처럼 집 하나 하나에 애정을 담아 친절하게 소개하죠. 매물을 소개하는 포스팅의 제목도 ‘꿈이 펼쳐지는 39,000㎡! 신온센 타운에 토지가 있는 대규모 부동산’과 같이 해당 매물의 특징을 한 줄로 표현하는 식이에요.
판매 글을 클릭해서 들어가 보면, 상냥한 인사와 함께 해당 매물의 특징, 주변 지역, 주변 맛집, 상세한 토지 면적, 교통 등 매력 포인트가 될 만한 주요 정보들을 구어체로 재밌게 설명해요. 그 집만의 귀여운 특징도 언급하고요. 빈 집에 숨어 있는 매력과 가치를 발굴해 잠재 매수자들에게 선보이는 거죠. 기존 부동산 중개 서비스와는 다른 접근이에요.
‘집’에서 찾은 무인양품과 야도카리의 공통 분모
야도카리의 집은 작지만, 그 안에 깃든 생각은 크고 깊어요. 야도카리의 이런 철학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야도카리가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영감을 준 브랜드가 있어요. 바로 ‘무인양품’이에요. 무인양품은 ‘일상 생활에 필요한 것을 필요한 형태로 만든다’는 생각 하에 생활잡화를 주로 만들어 왔어요. 집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적용된 이 컨셉은 고객의 요구에 의해 집까지 확장되었어요. 무인양품이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해 2000년부터 집을 개발하고 판매하기 시작했거든요.
무인양품의 집은 기존 집에 대한 안티테제였어요. 무인양품의 집은 종래의 집과는 다르게 ‘오두막’과 비슷해요. 벽으로 공간을 미리 나눠 공간 분리를 고정하는 대신, 하나의 상자처럼 집을 지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스스로 공간을 편집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었죠. 개인실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짓던 일본의 집과는 완전히 반대의 형태인 거예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2004년에 처음 출시했던 ‘나무의 집’은 그야말로 화제였어요. 고정관념을 깨는 시도로 엄청난 주목을 받았지만, 막상 개인실 없는 상자 같은 이 집에 살고 싶어한 사람은 1년 동안 단 1명이었죠. 당시 사람들은 칸막이가 없는 공간에 가족이 산다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가졌어요. 가족 간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지 못하는 집으로 받아들인 거예요. 무인양품도 이런 반응을 예상했을 텐데, 왜 굳이 이런 집을 만든 것일까요?
ⓒMUJI
원래 과거의 일본에서는 작은 다다미방 하나가 이불을 깔면 침실, 상을 펴면 다이닝 룸 등 여러 역할을 했고, 한 공간에 가족이 모여 옹기종기 살았어요. 하지만 60년대 들어 미국 드라마가 유행하면서 넓은 집과 그 안에 잘 갖춰진 주방, 가족 수와 동일한 방의 갯수 등 서양식 주택이 선망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어요. 작은 집에 모두가 한 공간에서 살던 일본인들에게 각자의 공간을 가질 수 있는 미국의 큰 집은 동경할 만 했죠.
하지만 시대가 흐르며 이제는 큰 집이 행복을 가져다 주기보다 큰 집 때문에 허덕이는 시대가 되었어요. 오히려 불필요하게 큰 집과 획일화된 공간 구획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힘들게 만들고 있죠. 게다가 가족이 함께 하며 유대감을 쌓는 시간이 소중해 지고,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공동으로 육아를 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자리잡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오히려 온 가족이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며 미니멀하게 사는 삶이 필요해진 거예요.
ⓒMUJI
이 때 대안으로 등장한 게 무인양품의 집이에요. 출시 첫 해에는 시장에서 혹평을 받았지만, 현재는 연간 300개 정도는 꾸준히 판매되죠. 이러한 무인양품의 시도는 야도카리의 귀감이 되었어요. 그리고 이 두 회사는 수십 년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서로의 철학에 공명하고 있어요. 무인양품이 집을 테마로 운영하는 잡지, <Magazine for MUJI LIFE>에서 ‘작은 집’을 테마로 컬래버레이션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기도 하거든요. 무인양품의 선구적 시도가 모여 야도카리에 영감이 되었듯, 야도카리의 행보도 미래에 누군가의 영감이 되지 않을까요? 야도카리가 짓는 작은 집을 앞으로도 응원하고 싶어지는 이유예요.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