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7일, 도쿄증권거래소에 ‘최연소’ 대표가 이끄는 ‘최단 기간’ 상장 패션 회사가 탄생했어요. 바로, ‘여유’라는 뜻을 가진 ‘유토리(yutori)’예요. 유토리는 1993년생 젊은 대표, 카타이시 타카시게가 이끌고 있죠. 대표만 젊은 게 아니라, 평균 직원 나이도 23세밖에 안 될 정도로 젊은 조직이에요.
나이는 젊지만, 보유한 브랜드 갯수는 무려 29개에 이르러요. 활발하게 브랜드를 만들고,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운 결과죠. 그런데 보통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몸집을 키우는 경우,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유토리는 멀티 브랜드 전략이 오히려 유효하다는 걸 성과로 증명했어요. 개성이 점점 세분화되고 있기에, 하나의 브랜드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시장에 정확히 통했거든요. 물론 멀티 브랜드만이 유토리의 유일한 성공 비결은 아니에요. 유토리는 과연 어떻게 젊은 패션 피플들을 각 브랜드의 팬으로 만들었을까요?
유토리 미리보기
• #1. 개성 세분화 시대, 멀티 브랜드에서 답을 찾다
• #2. 사람 중심의 브랜드가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 법
• #3. 패션 회사와 인플루언서 기획사 사이
• 젊은 직원들의 꿈이 만드는 꿈의 기업
“얼마? 도쿄!”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4만 8,000명에 달하는 한 패션 계정에서 올리는 릴스 콘텐츠예요. 도쿄 곳곳에서 옷 잘입는 패셔니스타 청년들을 찾아다니며, 입고 있는 옷의 브랜드와 가격 정보를 인터뷰하는 콘텐츠죠. 일본 패션에 관심이 많은 한국의 트렌드 세터들이 이 계정을 팔로우합니다.
계정의 이름은 ‘yz.korea’. 자세히 보니, ‘일본의 의류 문화를 전달합니다’라는 프로필 설명 아래, 쇼핑몰 링크가 달려 있어요. 25개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의류를 파는 쇼핑몰이에요. 엄브로(Umbro)와 협업한 ‘영거 송(Younger Song)’, 베이프(BAPE)와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인 ‘9090’ 등, 최근 잘나간다는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모여 있죠.
그런데 사실, 이 쇼핑몰은 D2C 몰이에요. 2024년 2월 라이선스 계약을 한 한국 브랜드 코드그라피를 포함해, 입점되어 있는 25개 브랜드 모두 한 회사가 전개하는 곳이거든요. 그 주인공은 ‘유토리(yutori)’. 일본어로 유토리(ゆとり)는 ‘여유’라는 뜻을 가졌어요.
‘여유’라는 이름과 달리, 유토리는 아주 가파르게 성장해왔어요. 2018년 20대 후반이었던 카타이시 타카시게 대표가 설립한 유토리는, 여성들을 위한 빈티지 의류 커뮤니티로 시작했어요. 지금은 일본 내 최연소·최단 기간에 상장한 패션 회사라는 상징을 거머쥐었죠. 창업 5년 만에 연매출 25억엔(약 250억원)을 달성하고, 2023년 12월에는 IPO를 마쳤죠. 덕분에 1993년생인 카타이시 타카시게 대표는 최연소 상장사 대표라는 타이틀까지 갖게 되었어요.
‘얼마? 도쿄!’를 외치는 인스타그램 계정 ‘yz.korea’ 역시 유토리가 운영하는 계정이에요. 일본 내에서 10대를 겨냥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연이어 성공하고 있는 유토리는, 이제 일본을 넘어 한국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거든요. 2022년 11월에 업로드 한 첫 게시물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00여개가 넘는 포스팅이 올라왔어요.
한국 진출을 이야기하기 전, 젊은 대표가 이끌고 있는 일본의 대표 스트리트 패션 회사 유토리의 비결이 궁금해져요. 빈티지 의류 커뮤니티로 시작한 유토리는 어떻게 패션회사로서 최단기간에 상장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yz.korea
ⓒyz-store
#1. 개성 세분화 시대, 멀티 브랜드에서 답을 찾다
유토리의 가장 눈에 띄는 전략은 ‘멀티 브랜드’예요. 2024년 6월 기준, 유토리는 총 29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어요. 브랜드를 하나만 론칭하는 것도 힘든 일인데, 2018년 창업 후 지금까지 약 5년 만에 29개의 브랜드를 만들거나 인수한 거죠. 5년 후에는 수억엔 규모의 브랜드 70개를 보유하는 게 목표예요.
효율의 관점에서 본다면 하나의 브랜드를 키워 가치를 올리는 게 더 수월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유토리는 왜 굳이 힘든 길을 택했을까요?
유토리의 대표, 카타이시 타카시게의 생각은 달랐어요. 개개인의 취향이 점점 세분화되고 있는 시대에, 하나의 브랜드만으로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했죠. 오히려 하나의 브랜드를 키우기보다, 여러 개의 브랜드를 만들어 각각의 브랜드에 ‘찐팬’을 만들어내는 게 더 쉬운 길이라고 본 거예요.
“저희는 ‘브랜드 본연의 사이즈에 맞게 브랜드를 컨트롤하는 것’을 가장 소중히 여깁니다. 예를 들어 경영 사정 등으로 브랜드 규모를 키워야 한다면, 브랜드의 본질보다도 더 많은 소비자에게 상품을 알려야 하는 게 더 우선시되죠. 그렇게 되면 브랜드의 코어 팬층으로부터 오히려 멀어집니다. 그러니까 브랜드를 진하게 만들어, 그 정도를 유지할 수 있는 규모로 전개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하나의 브랜드만으로 잘 팔리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때문에 각각의 브랜드 규모는 작아도 자신 있는 분야에서 브랜드 수를 늘려 시장을 독점해나가는 전략을 생각했죠.”
- 카타이시 타카시게,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다수의 브랜드로 시장을 독점한다는 카타이시 대표의 구상은 범상치 않아 보여요. 실제로 성공적이고요. 패션 비즈니스에 대한 남다른 관점과 인사이트는 하루 아침에 생긴 게 아니에요. 카타이시 대표는 학창 시절부터 패션과 하위 문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고등학생 때는 하라주쿠의 빈티지 가게에 드나들었고, 대학 시절에는 뮤지션으로 활동했죠.
스마트폰 앱 개발사를 거쳐 24살의 나이로 인스타그램에서 여성 빈티지 커뮤니티 ‘후루기조시(古着女子)’를 시작했어요. 후루기조시는 광고 한 번 돌리지 않고 빈티지 문화를 즐기는 팬층을 만들어냈죠. 빈티지 의류를 활용해 여성 패션 코디를 제안하는 것이 주요 콘텐츠였어요. 2024년 7월 기준, 팔로워 수는 20만 명을 넘죠.
ⓒ上村 窓
ⓒ古着女子
카타이시는 후루기조시로 가능성을 보고, 2018년 유토리를 법인화했어요. 이후 본격적으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늘려가기 시작했죠. 유토리가 만든 브랜드를 잠시 살펴볼까요? 간판 브랜드 격인 ‘9090(나인티나인티)’는 유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뮤지션 니고(NIGO)가 설립한 일본의 대표 스트리트 브랜드 베이프와도 협업하며 차세대 스트리트 브랜드로 불려요. ‘영거 송’은 최근 일본 MZ 세대에게 핫한 영국 스포츠의류 브랜드 ‘엄브로’와 협업하며 화제가 됐죠.
유토리 브랜드의 특징은 90년대 스트리트 캐주얼을 재현한 스타일이라는 거예요. 타깃은 10대~20대의 MZ죠. 굳이 레트로 스트리트라는 카테고리를 선택한 이유는, 젊은 사람들의 자주성이 뚜렷해지고 있는 시대 분위기를 고려한 거예요.
“90년대는 어른들의 강요로부터 젊은이들이 목소리를 내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직접 트렌드나 시대의 장면을 만들어 간 감각은, 지금의 시대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당시의 공기를 느끼고 있는 것이죠.”
- 카타이시 타카시게, GOETHE
ⓒ9090
ⓒYounger Song
유토리는 2020년, 패션 이커머스 회사 ‘ZOZO’에 51%의 지분을 매각하며 자회사로 들어갔어요. 이후 각각의 브랜드를 더욱 세밀하게 관리할 수 있는, 유토리만의 ‘브랜드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갔죠. 유토리는 그 많은 브랜드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요?
우선, 신생 브랜드를 론칭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대회, 다른 하나는 오디션이에요. 대회의 경우, 반년~3개월에 1번 정도 사내 직원들로부터 신규 브랜드 아이디어를 받는 거예요. 다만, 사내에서 시작되는 아이디어는 새로움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2023년부터 오디션 시스템을 만들었죠.
오디션은 외부로부터 신규 브랜드 아이디어를 받아요. 2023년 오디션 출전자는 15명이었어요. 각각 자신이 만들고 싶은 브랜드를 5분간 프리젠테이션 했죠. 발표를 하는 사람, 영상으로 대체하는 사람 등 다양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프리젠테이션이 이루어져요. 이후, 대표를 포함해 모든 직원이 1표씩 투표할 수 있어요. 투표를 통해 톱 3에 든 브랜드가 실제로 론칭되죠.
그렇게 론칭된 브랜드를 관리하는 방법도 독특해요. ‘Y리그’라는 구조를 만들었죠. 각 브랜드를 월간 평균 매출액에 따라 5단계로 나누어 관리하는 거예요. 브랜드를 시작한 지 1년 이내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면, 원칙적으로 브랜드는 철수해야 해요.
그 과정에 각 단계를 의미하는 ‘페이즈(Phase)’라는 개념이 있어요. 페이즈마다 브랜드 운영법이 달라지죠. 가령, 1단계 페이즈의 ‘시작기’에 있는 브랜드는 온라인으로 팬덤을 모으는 것이 최우선 과제예요. 페이즈가 진행되면, 실제 오프라인 점포도 출점할 수 있어요.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각의 브랜드가 정체성을 잃지 않는 거예요. 때문에 카타이시는 그저 사업가의 역할에 충실하고, 각 브랜드마다 젊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두죠.
“저는 크리에이터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재능을 가진 사람이 그것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저의 일이에요. 즉, 철저히 경영자의 자리에 있습니다. 패션 업계는 디렉터가 그 재능과 센스로 만들어내는 카리스마 장사입니다.”
- 카타이시 타카시게, GOETHE
ⓒyutori
#2. 사람 중심의 브랜드가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 법
그만큼 유토리는 디렉터의 영향력을 중요시해요.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디렉터를 교체하기도 하면서요. 카타이시는 이를 ‘사람 중심의 브랜드’라고 말하죠.
“‘사람’으로 입체감을 내는 브랜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하이엔드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유명 디자이너가 취임하는 것처럼, 일정 기간에 디렉터를 교체하기도 하죠. 이것은 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팔로워가 수십만 명이 되는 브랜드의 다음 디렉터로서 새로운 청년이 뽑혀서, 브랜드의 맛을 구현하며 디렉터만의 감성으로 브랜드의 분위기를 바꾸어가는 꿈이요. 이를 통해 고객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되죠.”
- 카타이시 타카시게,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특히 2022년 8월 인수한 의류 브랜드 ‘AZR’은 직원 전원이 인플루언서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들 모두 자신만의 브랜드를 갖고 있죠. 특히 AZR의 대표 브랜드 영거 송의 하라주쿠점에 영향을 받아, 절반 이상의 매출이 D2C몰인 YZ 스토어에서 나오던 판매를 2023년 2월 오프라인에서도 시작했어요.
영거 송 매장에 유토리가 영향 받은 이유는, ‘사람’의 영향력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더 크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죠. 인플루언서인 영거 송의 디렉터와 직원을 보기 위해서 팬들은 매장 앞에 긴 줄을 서거든요.
“사람을 정면에 내세우면, 좋은 위치에 지점을 차리는 기본적인 출점 전략 외에도 자신만의 출점 전략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만나고 싶다’고 느끼는 팬들은 장소를 불문하고 모이기 때문이죠.”
- 카타이시 타카시게,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유토리는 2023년 2월 오픈한 최초의 상설점 ‘9090 나고야점’을 시작으로, 2024년 7월까지 팝업을 포함해 총 21개의 점포를 오픈했어요. 고객 중 70%는 학생이고, 이들의 오프라인 구매 비율은 적지 않다고 하죠.
ⓒYounger Song
ⓒYounger Song
ⓒ9090
ⓒ9090
유토리의 또 다른 출점 전략은 ‘도미넌트(Dominant)’예요. 여러 브랜드의 점포를 밀집된 형태로 오픈하는 거죠. 가령 나고야에는 서로 다른 브랜드 3개의 점포가 있지만, 모두 한 골목길을 따라 30초 거리에 위치해 있어요. 그 이유는 유토리의 세계관을 모르고 찾아온 지방 고객에게 유토리 세계관을 더 빠르게 설득하기 위함이죠. 즉,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을 넘어선 또 하나의 정보 전달 매체로 사용하는 거예요.
“온라인으로 전해지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브랜드의 스케일이 퍼지지 않죠.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전해지는 정보가 늘어나기 때문에, 정보가 많이 필요한 옷도 제대로 팔릴 수 있고, 브랜드 자체의 정보가 늘어나 입체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습니다.”
- 카타이시 타카시게,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앞으로 유토리는 오프라인 점포 확장에 더 큰 힘을 쏟을 거라고 해요. 수많은 D2C 브랜드가 생기고 있는 와중에, 온라인 점포를 가진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는 더 높아지기 때문이죠. 이를 위해 유토리를 활발한 팝업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에요. 나고야에 오프라인 매장을 차린 이유 역시, 기존의 팝업 경험을 통해 위치적 데이터를 얻었기 때문이죠. 팝업으로 데이터를 먼저 얻고, 실제로 매장을 오픈하는 식이에요.
ⓒYZ 나카메구로점
#3. 패션 회사와 인플루언서 기획사 사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토리는 여전히 온라인과 SNS 위주의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요. 실상, SNS가 유토리의 본질이기도 하죠. 인스타그램에서 빈티지 의류 커뮤니티로 시작해, 인플루언서 직원과 디렉터를 내세워 팬층을 확보하는 전략이 주축이니까요.
인플루언서 중심의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결국, 젊은 크리에이터들을 발굴하고 육성한다는 뜻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카타이시는 유토리가 ‘반쯤 연예사무소 같은 회사’라고도 말하죠. 직원들이 자신만의 테마를 브랜드라는 형태로 세상에 프레젠테이션 하고 있다는 뜻, 그리고 동시에 인플루언서가 직접 제작자로서 브랜드에 참여한다는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재능 있고 거친 젊은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재현성, 효율, 노하우의 평준화 같은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상품을 만드는 사람이 더 중요해요. 한 사람의 재능을 제대로 살리는 것에 가장 큰 동기를 느낍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제작자 개인의 ‘좋아한다는 감정’이 근본적인 브랜드의 깊이와 열정에 큰 도움을 줍니다. 기술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를 능가하죠. 이게 바로 많은 힘이 깃든 순수한 에너지입니다.”
- 카타이시 타카시게,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때문에 유토리는 직원을 채용할 때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를 가장 먼저 본다고 해요. 직원을 직접 인플루언서로 만들기도 하고요. 한국 인스타그램 계정인 ‘yz.korea’만 봐도, ‘9090’의 스태프가 직접 출연해 코디를 해주는 콘텐츠, 본사 직원들이 한국 패션과 일본 패션의 차이점에 대해서 말하거나 한 브랜드에 대해서 평가하는 콘텐츠 등이 줄을 잇죠.
이뿐 아니라, 유토리는 모든 브랜드가 따로 계정을 운영하고 있어요. 브랜드 각각의 세계관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죠. 가령 9090 인스타그램 계정의 피드는 10대~20대 모델들이 길거리에서 9090의 옷을 입고 활보하고 있는 사진들로 채워져 있어요. 여성 홈웨어 브랜드 ‘팜(PAMM)’의 피드는 잔잔한 파스텔 톤으로, 여성 모델이 나긋한 배경음악과 함께 집에서 힐링하고 있는 영상이 주로 올라오죠. 얼핏 보면 같은 회사의 브랜드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어요.
ⓒ9090
ⓒPAMM
이렇게 다수의 계정을 운영할 때의 이점은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릴스를 만들 때 브랜드 분위기에 따라 들어가는 정보나 무드는 바꾸면서, 컷 수, 템포감, 길이 등은 모두 통일하고 있죠.
특히 유토리만의 신상 티셔츠를 보여주는 방식은 여러 브랜드에서 차용하고 있어요. 여러 벌의 티셔츠를 접은 채, 프린팅과 로고만 강조되도록 촬영하는 방식이죠. 보통 일반적인 티셔츠 홍보 사진은 티셔츠를 펼쳐 놓거나, 옷걸이에 걸어 놓잖아요. 반면, 유토리 방식의 티셔츠 사진은 색다를 뿐 아니라 로고가 강조되기 때문에 보는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켜요.
ⓒYounger Song
ⓒhth
또 틱톡 영상을 만들 때에는 텍스트를 넣지 않아요. 브랜드의 옷을 입은 모델이 아무 말 없이 걸어가거나, 밥을 먹거나, 셔츠의 단추를 채우는 게 전부예요. 이 숏폼 전략은 초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MZ에게 ‘광고 같은 광고’는 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팔려고 하지 않아야 통합니다. 고객은 초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니까요. 유토리는 빈티지 커뮤니티에서 시작됐습니다. 빈티지를 좋아하는 고객은, 세상에 한 벌뿐인 옷이기 때문에 빈티지를 입어요. 그래서 옷의 성능 등을 홍보해봤자 이들에겐 흥미가 없어요.”
- 카타이시 타카시게,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즉, 유토리의 타깃인 빈티지를 좋아하는 MZ 세대에게는 옷의 기능, 디자인보다도 ‘무드’로 홍보해야 마음에 와 닿는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다른 브랜드처럼 ‘스토리텔링’을 활용하지도 않아요. 어디까지나 유토리 브랜드들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하니까요. 놀랍게도 카타이시는 ‘스토리텔링’의 유효성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죠.
“브랜드가 스토리를 갖는 건 필요하지만, 스토리로 물건을 사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옷과 같은 소비재는 특히 더 그렇죠. 방금 막 론칭한 브랜드라면 스토리를 볼지도 모르지만, 소비자가 물건을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히 물건이 좋다든가,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에 맞는지 등이에요.
브랜드가 생긴 배경을 전하고 싶은 욕망은 흩날리는 것입니다. 가게에서 상품을 보고 있는데, 일일이 제작 배경을 들어야 하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인터넷에서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일부러 우리 브랜드는 스토리를 말하지 않습니다. 단지 제작자의 울분, 불만, 갈등을 승화시킨 것이 제품이에요. 이 이야기는 마케팅 트렌드가 아니라, 원래부터 브랜드에 당연하고 중요한 일이었고요.”
- 카타이시 타카시게,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젊은 직원들의 꿈이 만드는 꿈의 기업
“개성 있는 사람을 강한 사람으로(Turn Stranger To Stronger)”
유토리의 미션이에요. 겉으로 봤을 때 낯설거나 이상해 보일 수도 있는, 개성 있는 젊은이들을 ‘강한 자’로 만들겠다는 뜻이죠. 이는 카타이시 대표 자신을 향한 미션이기도 하지만, 유토리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향한 말이기도 해요. 유토리 직원의 평균 연령은 23.8세로, 그야말로 젊디 젊은 청춘들이 일을 통해 꿈을 이루는 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카타이시 대표는 그 누구보다도 젊음의 힘을 강하게 믿는 사람이에요. 기성 패션 기업들이 유토리처럼 멀티 브랜드화를 못 하는 이유 또한, ‘젊지 않아서’라고 할 정도니까요. 기성 패션 기업이 바뀌기 힘든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카타이시는 답했어요.
“젊지 않아서 아닌가요? 패션은 어디까지나 젊은이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트리트 패션이 탄생한 카운터 문화는 열정과 충동에서 오는 것이고, 젊음이란 이 모든 게 포함된 개념이죠. 그 폭발력에 굉장한 매력을 느낍니다. 누군가가 노리고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 발생적으로 충돌하는 젊은이들의 열정은 리얼리티가 있는 무브먼트예요.”
- 카타이시 타카시게, WWD재팬
유토리의 조직 문화는 바로 이 ‘젊은이의 충동’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 조직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카타이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직감적인 소통’이에요.
“‘이렇게 가볼까?’라든지, ‘귀엽지 않아?’라든지, 유토리에서의 대화는 모두 감각적이에요. 모든 것을 언어화하지 않죠. 언어화라는 것은 곧, 무언가가 좋다는 것을 체계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이에요. 그런 방식은 낭비가 많습니다. 반대로, 말하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공감과 동질성을 고집하며 경영해왔습니다. 직원들조차 잘 모르지만, 이것이 바로 유토리의 진수, 본질이에요.”
- 카타이시 타카시게,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결국 패션은 젊은이들의 직감과 충동으로 만들어진다는 게 카타이시의 주장이에요. 유토리는 그런 젊은이들이 패션으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수퍼 영(Young) 기업인 셈이죠.
ⓒTakanori Kataishi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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