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골라 입은 옷, 스스로에게 잘 어울린다고 얼마나 확신하세요? 자신의 취향을 명확히 알아서 그에 맞는 패션 아이템을 착용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을 거예요. 자신의 추구미를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워서 평소 입던 스타일만 계속 고집하는 분들처럼요.
일본 최대 규모의 온라인 패션 플랫폼 ‘조조타운(ZOZOTOWN)’에서는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질문을 던졌어요. 옷을 구입할 때 고민이 있냐고 물었더니 80%가 넘는 소비자가 그렇다고 답했는데, 주된 고민은 주로 ‘어떤 스타일이 나에게 어울리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죠. 이렇게 답한 소비자 중에는 Z세대가 유독 많았고요.
조조타운의 새로운 사업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됐어요. 소비자에게 어울리는 스타일과 제품을 찾아주기로 한 거죠. 그 후 2022년 12월, 도쿄 오모테산도에 최초의 오프라인 매장 ‘니아우랩 바이 조조(niaulab by ZOZO)’를 열게 돼요. 그런데 이 매장, 제품을 판매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된 사연일까요?
조조타운 미리보기
• #1. 제품을 팔지 않는 매장이 매출을 2배로 올리는 법
• #2. 메이크업, 바르는 대신 AR로 ‘피팅’하세요
• #3. 안경과 스마트폰으로 찾는 인생 파운데이션
• 실패 속에서 찾은 새로운 비즈니스의 씨앗
온라인으로 신발을 구매했다가 사이즈가 맞지 않아 실패해 본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거예요. 분명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맘에 드는 디자인을 고른 다음, 평소 알던 발 사이즈로 주문했는데 말이죠. 주된 이유는 제조사나 브랜드에 따라 신발 사이즈나 착용감이 미세하게 다르다는 것이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어요. 신발 사이즈를 고르는 기준이 ‘발 길이’ 하나뿐이라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 온라인에서 신발을 살 때는 누구나 사이즈가 맞을지 불안할 수밖에 없는데요. 2020년 2월에 일본에서 이런 걱정을 해소해주는 제품이 출시됐어요. ‘조조매트(ZOZOMAT)’라는 이름의 얇은 매트죠. 조조매트는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발을 3D로 측정할 수 있는 매트예요. 사람의 발 사이즈만이 아니라 ‘형상’까지 측정하죠.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요?
©ZOZO
준비물은 조조매트와 스마트폰만 있으면 돼요. 매트 위에 발 한쪽을 올린 다음 스마트폰을 들고 7개 각도에서 사진을 찍으면 측정 결과가 나오죠. 발 길이는 물론이고 발 둘레, 발 너비, 발등 높이, 발뒤꿈치 폭까지 밀리미터 단위로 표시돼요. 이 결과를 바탕으로 발과 가장 궁합이 좋은 신발을 제안하는 것까지가 조조매트의 역할이에요.
조조매트를 출시한 건 일본 최대 규모의 온라인 패션 플랫폼 ‘조조타운(ZOZOTOWN)’을 운영하는 ‘조조’예요. 조조타운 내에 신발 전문 몰인 ‘조조슈즈(ZOZOSHOES)’를 오픈하면서 발 모양을 측정해 주는 조조매트를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했죠. 출시 이후 4개월간 고객의 신청을 받아 배포한 조조매트는 약 130만 매예요. 4개월간 113만 명이 조조매트로 자신의 발 모양을 측정했죠.
조조매트의 가장 큰 장점은 측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조슈즈에서 판매하는 신발 중 가장 잘 맞는 모델을 제안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조조매트의 배포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조조슈즈의 매출이 올라갈 수밖에 없죠. 이 제안을 토대로 신발을 구입한 고객들은 자신의 발과 딱 맞는 신발에 놀라곤 해요. 평소에 알고 있던 발 사이즈와 다른 사이즈의 신발을 추천 받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사람도, 직접 신어보면 편안한 착용감에 감탄하죠.
그 결과, 조조매트를 사용한 뒤 신발을 구입한 고객의 반품률은 비이용자에 비해 36.9%나 낮아졌어요. 더불어 조조슈즈에서는 딱 맞는 신발을 안심하고 받아볼 수 있다는 이미지도 각인됐죠. 조조는 조조매트를 통해 수집한 빅데이터를 AI로 꾸준히 학습 중이라, 제안의 정확도는 나날이 향상 중이에요.
최근 조조는 조조매트의 새로운 버전도 발표했어요. 기존 매트는 16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4세 이상의 아이도 사용할 수 있는 전용 매트 ‘아이 전용 조조매트(ZOZOMAT for Kids)’를 개발한 거죠. 이 매트는 어린이의 발 모양을 측정할 뿐 아니라, 발 크기의 성장을 예측해 신발을 신을 수 있는 기간까지 알려줘요.
이처럼 조조는 고객에게 딱 맞는 제품을 찾아주기 위해 ‘개인화’에 초점을 맞추고 패션 테크를 적극 활용해 왔는데요. 최근에도 취향을 수치화하거나, 퍼스널 스타일링 매장을 열면서 비즈니스를 키워나가고 있어요. 조조타운의 개인화 전략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 중일까요?
©ZO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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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품을 팔지 않는 매장이 매출을 2배로 올리는 법
2022년 12월, 조조가 도쿄 오모테산도에 오프라인 매장 ‘니아우랩 바이 조조(niaulab by ZOZO, 이하 니아우랩)’를 오픈했어요.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운영하는 조조에서 최초로 연 상설 매장이니만큼 더욱 화제가 됐죠. 그런데 조조는 이곳에서 제품을 ‘판매’할 생각이 없었어요.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매장이라니, 조조는 이곳에서 뭘 하려고 한 걸까요?
니아우랩은 평범한 패션 매장이 아니라 퍼스널 스타일링 장소예요. 이곳에서는 한 명의 고객이 140분간 프로 스타일리스트와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스타일링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죠. 업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나에게 어울리는 코디를 찾아나가는 컨셉의 매장인 거예요.
©Daisuke Sh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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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아우랩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은 700여 개예요. 2시간 20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져도 700가지의 아이템에서 어울리는 착장을 골라내기란 쉽지 않죠. 니아우랩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요? 사실 퍼스널 스타일링은 니아우랩 방문 전부터 시작돼요. 그 과정을 자세히 살펴볼게요.
니아우랩 방문은 추첨제로 운영돼요.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LINE)’에서 신청할 수 있는데, 니아우랩이 예약을 받기 시작한 지 3일 만에 2만 명이 넘는 인원이 응모하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죠. 당첨이 된 고객은 니아우랩에 방문하기에 앞서 라인으로 패션 관련 설문에 응답해야 해요. 키, 체중, 평소 옷 사이즈 등 기본적인 정보부터 좋아하는 브랜드, 패션 관련 고민, 체형 고민 등 디테일한 내용까지 질문 내용이 다양하죠. 마지막으로 빈티지, K-패션 등 자신이 추구하는 패션 이미지를 답하면 모든 사전 준비가 끝나요.
니아우랩 입구 ⓒ시티호퍼스
당일 니아우랩에 도착하면 조조가 자체 개발한 AI인 '니아우랩 AI 바이 조조(niaulab AI by ZOZO)'가 제안한 3가지의 코디가 매장 내 대형 디스플레이에 떠 있어요. 전문 스타일리스트는 AI가 제안한 코디를 바탕으로 고객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스타일링 방향성을 좁혀나가죠. AI의 제안은 어떤지, 평소 패션 취향은 어떤지, 특정 패션 아이템에 대한 호불호는 어떤지 세세하게 의견을 들으며 미세 조정을 거치는 거예요.
코디의 방향성이 정해지면, 본격적으로 스타일리스트와 매장을 돌아다니며 착장을 골라요. 이 매장에 있는 700여 개의 아이템은 모두 조조타운에서 판매 중인 상품이죠. 전문가와 함께 좋아하는 옷의 모양, 재질, 질감 등을 선택하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의 취향에 대해 깨닫게 돼요. 각양각색의 브랜드 상품이 구비되어 있어 선택지도 다양하죠.
©Daisuke Sh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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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스타일링이 끝나고 나면 다음으로는 전문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나설 차례예요. 최종 스타일링에 맞춰 헤어 메이크업을 해주죠. 머리부터 발끝까지 탈바꿈을 하고 나면 이 모습을 포토그래퍼가 사진으로 남겨주고요. 참고로 니아우랩은 매장 전체가 ‘피팅룸’이 되도록 실내를 꾸며뒀어요. 덕분에 매장 곳곳이 사진 찍기에 좋은 배경이죠.
피팅, 헤어 메이크업, 사진 촬영 서비스까지 받았으니 이쯤 되면 넌지시 제품 구매를 권할 것 같지만, 니아우랩에서는 어떤 제품도 판매하지 않아요. 심지어 이 모든 서비스가 무료죠. 다만, 이제서야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낸 고객들이 해당 제품을 소장하고 싶을 수 있어요. 이에 모든 체험이 종료되면 조조타운의 제품 판매 페이지 링크를 공유해줘요. 포토그래퍼가 촬영한 사진과 스타일리스트가 적은 스타일링 포인트 카드도 함께 말이죠.
©Daisuke Sh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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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아우랩은 지금까지 누계 응모자 수 11만 명 중 약 1,000명을 추첨해 140여 분간의 토털 스타일링을 제안해 왔어요. 시착한 상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퍼스널 스타일링을 체험한 고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평균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2점. 이 고객들 중 대다수가 평소 새로운 색상에 도전하고픈 니즈가 있었어요. 하지만 색 조합이 어렵기도 하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도가 없었죠. 하지만 AI와 스타일리스트의 도움 덕분에 패션과 관련한 복합적인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어요.
니아우랩에서 딱 맞는 코디를 찾아낸 고객은 행동에 변화까지 보였어요. 니아우랩 체험자들을 분석한 결과, 체험 후 30일간 조조타운 방문 빈도가 약 1.5배, 구매 금액은 약 2배 증가했죠. 이는 고객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코디를 발견한 후 옷에 대한 구매 의욕이 높아졌기 때문이에요. 조조는 이런 수치는 광고로서도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밝혔죠. 니아우랩에서의 솔루션 서비스가 조조의 중장기적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에요.
한편 모든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는 니아우랩을 통해 조조가 얻고자 했던 건 따로 있었어요. 바로 고객 데이터예요. 라인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전 설문, 니아우랩에서의 대화 등은 전부 기록되어 데이터로 축적돼요. 조조는 스타일링이 종료된 후에도 고객에게 만족도나 느낀 점을 묻고, 스타일리스트에게도 해당 상품을 추천한 이유를 묻죠.
이는 다소 애매할 수 있는 ‘어울린다’라는 기준을 좀 더 명확하게 가시화하려는 노력이에요. 스타일리스트가 고객의 체형, 머리 모양, 특징, 취향에 맞춰 어울리는 상품을 제안했을 테니 이 연관성을 분석해 데이터로 누적시키는 거죠.
이는 궁극적으로 조조타운이 좀 더 높은 정확도를 가지고 상품과 코디를 제안하는 것을 도와줘요. 2022년 5월, 조조는 창업 25주년을 맞아 ‘옷’이라는 상품 대신 ‘어울린다’라는 감각을 전해주는 기업이 되기로 했어요. 니아우랩은 조조의 새로운 경영 전략을 실행해나가는 첫 번째 발판이 됐죠.
#2. 메이크업, 바르는 대신 AR로 ‘피팅’하세요
조조가 니아우랩을 기획하고 실현하는 데 있어서 든든한 기반이 되었던 존재가 있어요. 조조가 운영하고 있는 코디 앱 ‘웨어(WEAR)’예요. 2013년 10월에 출시된 웨어에는 현재까지 유저가 올린 코디 사진이 약 1,400만 건에 달하는데요.
조조는 이 코디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에게 어울리는 코디를 제안해 주는 AI인 ‘니아우랩 AI(niaulab AI)’를 개발했어요. 앞서 소개한 니아우랩에서 고객들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3장의 코디가 바로 이 AI가 제안한 거예요. 니아우랩 AI는 비유하자면 미용실의 헤어 카탈로그와 같은 존재예요.
웨어의 코디 데이터가 AI로 재탄생하기 전부터 사람들은 웨어를 보고 원하는 코디를 선택해 쇼핑하곤 했어요. 앱에서 마음에 드는 코디를 검색하거나, 이미 업로드된 코디 사진에 태그 되어 있는 상품을 조조타운에서 구입하면서요. ‘웨어리스타(WEARISTA)’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웨어의 패션 인플루언서들이 좋은 자극이 되기도 했죠.
하지만 사람들은 타인의 코디를 보고 따라서 구매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았어요. 나에게 어울리는 패션을 찾고픈 니즈가 점점 강해지고 있었죠. 이를 캐치한 조조는 2024년 5월, 패션 코디 앱 웨어를 ‘웨어 바이 조조(WEAR by ZOZO)’라는 이름으로 리뉴얼했어요. 이때, 새로운 앱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으로 ‘패션 장르 진단’을 추가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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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장르 진단은 사람들의 패션 취향을 수치화한 뒤, 스타일을 제안하는 기능이에요. 리뉴얼 후 웨어의 앱을 열면 첫 화면에 여러 종류의 코디 사진이 뜨는데요. 이 중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코디 사진을 5장 이상 선택하면 총 12개의 패션 장르 중 자신이 지향하는 장르가 최대 3개까지 표시돼요. 각각의 비율을 나타내는 그래프도 함께요. 진단이 끝난 뒤 앱에 접속하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코디들이 우선적으로 나타나죠.
©ZO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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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을 계속 사용하다 보면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취향 변화를 실시간으로 학습해 이 그래프가 변화해요. 이처럼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 고객들은 지금껏 언어화하기도 어려웠고 스스로 알아차리지도 못했던 취향을 쉽게 발견할 수 있게 됐죠. 조조에서는 패션 장르 진단 기능이야말로 젊은 세대를 타깃 하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어요. 조조타운에서 2024년 3월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원하는 코디를 찾지 못해 검색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한 사람이 70%에 달했거든요.
이게 끝이 아니에요. 조조는 패션을 의류 카테고리에만 한정 짓지 않았어요. 리뉴얼된 웨어 앱에 ‘메이크업 포스팅’ 기능도 새롭게 추가했죠. 지금까지 사용자들이 웨어에서 코디 사진을 업로드했던 것처럼, 메이크업을 마친 자신의 얼굴 이미지를 업로드하고 사용한 상품을 태그 할 수 있게 한 거예요.
그리고 하나 더. ‘풀 메이크업 AR 피팅’ 기능까지 추가했어요. 풀 메이크업한 얼굴 전체를 카메라로 스캔해 AR 콘텐츠로 데이터화하고 등록하는 게 가능해졌죠. 이렇게 하면 다른 사용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용해 자신의 얼굴에 해당 메이크업을 피팅해볼 수 있어요. 보통 오프라인 화장품 매장에 가도 아이섀도나 립스틱 등 포인트 메이크업만 시도하는 게 보통이에요. 반면 웨어에서는 카메라 하나면 풀 메이크업한 모습까지 볼 수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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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는 사람들이 사용자의 시선으로 패션 아이디어나 정보를 올리고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이에요. 옷이나 화장품을 판매만 하는 곳이 아니라, ‘패션 하면 ZOZO’를 떠올릴 수 있는 미래를 꿈꾸는 조조에게 필수적인 존재죠. 조조는 특히 패션 초보자들이 웨어를 계기로 패션을 배우고, 패션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더 많은 팬을 확보하기 위해 사내에 ‘업로드 육성팀’까지 만들어서 업로드 관련 노하우를 제공하며 사용자에게 지원 사격을 보내는 중이죠.
#3. 안경과 스마트폰으로 찾는 인생 파운데이션
니아우랩과 웨어 앱의 리뉴얼 등 최근 조조의 행보를 보면 ‘개인화’를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삼아 ‘각자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제안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이와 같은 행보는 생각보다 역사가 꽤 길어요. 이미 2021년 3월, 조조에서는 조조타운 내에 코스메틱 전문 몰 ‘조조 코스메틱(ZOZOCOSME)’을 오픈하면서 얼굴색을 측정해 주는 ‘조조글라스(ZOZOGLASS)’를 출시한 바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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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조조글라스는 안경이에요. 이 안경을 쓰고 조조타운 앱을 열면 자신의 정확한 얼굴 피부색을 측정할 수 있는데요. 방법은 간단해요. 우선 얼굴 주변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정리하고, 메이크업을 깨끗이 지운 상태에서 빛이 밝은 장소로 가는 거예요. 그 후 조조글라스를 착용한 다음 스마트폰으로 앱을 열어 화면을 보면서 지시에 맞게 얼굴을 원 모양으로 회전시키는 거죠.
측정이 끝나면 조조타운 앱은 사용자의 얼굴 피부로부터 헤모글로빈과 멜라닌의 양을 검출하고, 주변 환경광을 보정해 정확한 피부색을 알려줘요. 그 후 코스메틱 브랜드에 관계없이 사용자의 피부색과 가장 잘 어울리는 파운데이션을 제안하죠. 이 제안을 따라 파운데이션 제품을 구매하면 피부 화장이 지나치게 밝거나 어두워서 본래의 피부색과 이질감이 들 걱정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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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조조글라스 하나면 따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을 필요가 없는데요. 이렇게 편리한 조조글라스는 심지어 무료예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배송비까지 포함해 집까지 무료로 배송되죠.
조조는 2021년 1월 29일부터 조조글라스의 신청 접수를 하기 시작했는데 약 1개월 반 만에 신청 건수가 50만 건을 넘길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어요. 조조는 이런 현상에 대해 조조글라스의 임팩트 있는 외관과 기술상의 재미가 한몫했을 거라고 분석했죠.
하지만 조조글라스는 겉모습만 화려한 화제끌기용 아이템이 아니에요. 소재부터 견고한 플라스틱을 택했죠. 물론 그만큼 제작 비용이 올라갔지만 조조는 조조글라스의 내구성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얼굴 피부색은 야외 햇빛에 쉽게 그을려질 정도로 환경에 따른 변화가 커서, 사람들이 조조글라스를 반복 사용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거든요. 대신 조조는 직접 공장을 찾아 협의를 통해 제작 비용을 절감했어요.
동시에 조조글라스는 피부색 측정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안경 주변에 있는 컬러칩의 위치와 면적까지 계산해 제작했어요. 그리고 조조타운의 여성 회원 대부분이 MZ 세대라는 점에 착안해 이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디자인과 착용감을 구현해냈죠.
현재 조조글라스는 얼굴 피부색의 측정 결과를 가지고 파운데이션을 제안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아이섀도, 립스틱 등 각종 색조 화장품으로까지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에요. 그뿐 아니라 조조글라스는 얼굴 형상까지 측정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이 점을 살려 얼굴형에 맞는 코디를 제안하는 기능도 검토 중이죠.
조조글래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화장품 업계에서의 개인화는 주로 스킨케어의 영역에 한정되어 있었어요. 반면, 조조글래스는 개인화의 영역을 메이크업 제품으로 확대시켰죠. 조조를 찾는 주 고객층은 다양한 패션을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스킨케어보다 메이크업에 더 많은 니즈를 보인다는 점을 고려한 거예요. 개인화에 있어서 새 영역을 발굴해낸 조조는 앞으로도 다양한 신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화 비즈니스의 부가가치를 높여나가고자 하죠.
실패 속에서 찾은 새로운 비즈니스의 씨앗
조조매트와 조조글라스 등의 신체 측정 기기, 코디 업로드 앱 웨어, 퍼스널 스타일링 공간 니아우랩까지. 조조가 선보여온 제품과 서비스는 장르와 분야가 다양해 보이지만, 모두 ‘개인화’를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방법과 수단에 제한을 두지 않고 한 사람이 가장 빛날 수 있는 최적의 제품을 찾는 것을 돕는 거죠.
조조의 모든 도전이 사람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성공한 것 같지만, 조조는 일찍이 큰 실패를 맛본 적이 있어요. 신체 측정을 도와주는 ‘조조슈트(ZOZOSUIT)’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류 제품을 제작하는 PB 사업을 전개했지만, 성공에 이르지 못한 거죠.
조조는 PB 사업의 실패를 되돌아보며, 의류 제품이 조조슈트를 입고 신체를 측정하는 수고로움을 넘어서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어요. 측정만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 그 이후에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느냐가 중요했던 거예요.
©ZO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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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차례 좌절을 겪은 조조슈트는 다른 곳에서 새로운 쓰임새와 활로를 찾아냈어요. 다이어트를 위해 매일 조조슈트를 입고 자신의 신체 데이터를 측정하는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조조는 이런 현상을 파악한 후 조조슈트 기술을 외부에 판매하기로 했어요.
직접 리스크를 짊어지고 다이어트 사업을 진행하기는 어렵지만, 이 기술을 기존 사업자에게 제공한다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 거예요. 2020년 말에 이와 같은 결정을 발표하자, 다이어트 업계뿐만 아니라 의류 기업, 의료 기업, 게임 기업 등 약 100개의 기업이 문의를 보냈어요.
이처럼 조조는 개인화 전략을 통해 패션 업계에서 존재감을 키워가는 동시에, 개인화 기술을 판매해 타 업계에서도 새로운 개인화 비즈니스 영역을 창출해나가고 있어요. 조조 덕분에 앞으로 소비자들은 보다 큰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고,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나갈 수 있겠죠.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들을 병행하면서요.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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