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존성, 휴대성, 편의성. 통조림의 장점이에요. 음식을 오랫 동안 보존할 수 있고, 간편하게 운반할 수 있으며, 어디서든 쉽게 섭취할수 있죠. 통조림은 원래 19세기 초, 군대 보급용으로 개발되었어요. 생존을 위한 아이템이다 보니, 맛보다는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죠.
그런데 요즘의 통조림은 달라요. 통조림의 특성에 기반해 로컬 식문화를 더 넓은 세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거든요. 더 맛있어진 건 기본, 더 나아가 기꺼이 먹고 싶은, 혹은 사고 싶은 '브랜드'가 되기도 하죠. 그들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1️⃣ 칸나츄르
통조림이 진화하고 있어요. 미리 비축해 뒀다가 시간적, 물리적으로 여건이 되지 않을 때 꺼내 먹던 비상 식량에서 일상식으로 자리잡고 있거든요. 일년 간 매일 다른 메뉴로 골라 먹어도 될 정도로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직접 요리한 것에 버금가죠. 통조림 편집숍도 등장할 정도로 양적, 질적 성장을 이뤘어요.
하지만 이게 통조림 진화의 끝은 아니에요. 통조림 브랜드 ‘칸나츄르(CANNATUREL)’는 통조림 하나로 일식 혁명을 꿈꾸고 있거든요. 그래봤자 작은 통조림이 뭘 할 수 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칸나츄르 안에는 음식만 들어있지 않아요. 일본 지방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식재료, 유명 레스토랑의 히트 메뉴들이 들어있죠.
이걸로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칸나츄르를 만든 기업은 아예 ‘통조림계의 플랫폼’까지 만들었어요. 이 플랫폼에서라면 누구나 실패의 부담없이 통조림을 만들어 볼 수 있어요. 식품업계의 지형을 바꿔나가는 작은 통조림의 가능성이 궁금하다면, 지금부터 그 뚜껑을 열어볼게요.
2️⃣ 루우
타이베이에는 ‘대만에서 가장 패셔너블한 보존 식품 브랜드’가 있어요. 푸드 디자이너 슬로우 첸이 만든 ‘루우(LOUU)’죠. 대만의 기성세대에게 통조림, 병조림 등의 보존 식품은 태풍 등의 자연재해나 전쟁 등의 인재를 떠올리게 하는 비상식량이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보존 식품이 이런 수식어를 갖게 된 걸까요?
그 비밀은 루우의 뚜껑을 열어보면 알 수 있어요. 루우 안에는 대만에서만 맛볼 수 있는 풍미와 문화, 심지어 계절이 들어있거든요. 식품 자체의 레벨도 높아요. ‘계수나무 전복 간장 절임’, ‘매콤한 토마토 콩피’, ‘화이트 비네거 아스파라거스 절임’ 등 루우의 병조림 하나면 근사한 요리가 뚝딱이죠.
그런데 루우가 보여주는 보존 식품의 잠재력은 이게 끝이 아니에요. 루우의 창업자인 슬로우 첸은 보존 식품을 통해서 대만의 식품 판매 공급망까지 새롭게 디자인하거든요. 그 어떤 어글리 푸드도 그녀의 손끝만 거치면 새로운 요리가 돼요. 비상식량인 줄로만 알았던 보존 식품의 반전 매력, 지금부터 만나볼까요?
3️⃣ 더 판타스틱 월드 오브 더 포르투기즈 사르딘
금괴를 쌓아 놓고 파는 매장이 있어요. 뚜껑이 열리는 걸 보니, 진짜 금괴는 아닌가 봐요. 그런데 이 금괴의 뚜껑을 따자, 그 안에 올리브 오일에 담근 ‘정어리’가 있어요. 정어리들 사이사이엔 식용 금박이 박혀 있죠. 정어리 통조림이 이렇게 고급스러워도 되는 걸까요?
이 금괴 정어리를 만든 브랜드는 ‘더 판타스틱 월드 오브 더 포르투기즈 사르딘(The Fantastic World of The Portuguese Sardine)’이에요. 더 판타스틱 월드 오브 더 포르투기즈 사르딘은 설립된 지 80년이 넘은 포르투갈의 전통적인 통조림 공장 ‘코무르(Comur)’의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에요. 이런 금괴 정어리 통조림처럼 유니크한 제품은 기본, 매장까지 흔한 통조림 가게의 상식을 뛰어 넘죠.
더 판타스틱 월드 오브 더 포르투기즈 사르딘의 매장은 마치 ‘서커스장’ 같아요. 회전목마가 돌아가고 병장 인형들이 드럼을 치고, 행진곡이 흘러나오죠. 정어리 통조림 브랜드는 왜 이렇게 황홀경에 가까운 화려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걸까요? 평범한 통조림 가게를 거부하는 이 곳, 화려한 그 사연을 소개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