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본 적 없는 것’이란 ‘그 누구도 원치 않았던 것’과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디자이너로서 가져야 할 이상적인 감각은 ‘당연히 거기 있어야 하는데 웬일인지 아직까지는 없었던 것’을 ‘보충한다’는 정도의 감각입니다.” - 사토 오오키, <넨도의 문제해결연구소> 중 응당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없었던 것, 그것을 보충하는 일. 이 간극을 메우는 건 곧 디자인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에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연히 있어야 할 것 같았는데, 없었던 것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죠. 이 때 발동된 '디자인 시선'이 차별점까지 만들어 낸다면 그 자체로 유니크한 브랜드 컨셉이 되기도 해요. 문제 해결은 기본, 브랜드의 컨셉이 된 디자인 사례들에서 디자인 씽킹을 배워 볼까요? 1️⃣ 메모보틀 ‘메모보틀’의 물병 모양은 특이해요. 둥글거나 정방형 형태로 균형 잡힌 모양이 아니라, 직사각형 모양의 수통처럼 생겼어요. 그런데 그 직사각형 모양의 물병 크기가 낯설지 않고 눈에 익어요. 글로벌하게 통용되는 용지 크기로 디자인했거든요. 라인업의 이름도 용지 크기를 뜻하는 A5, A6, A7이에요. 참고로 A4는 297 x 210mm 크기이고, A에 붙은 숫자가 커질수록 크기가 반씩 줄어들어요. 그렇다면 왜 물병 디자인을 원형이 아니라 종이 모양의 직사각형으로 했을까요? 사람들이 물병을 휴대할 때 가방에 물병을 넣어 다니는 것에 착안했기 때문이에요. 가방 안에 책이나 공책을 넣듯이 물병도 차곡차곡 넣을 수 있도록 유도한 거죠. 제품 자체가 아니라 제품을 휴대하는 맥락을 고려한 디자인이에요. 이렇게 하니 물병을 가방에 넣었을 때 가방 모양이 툭 튀어나올 일도 없어요. 가방에 주로 넣고 다니는 공책, 책, 서류 등과 위화감도 없어지고요. 그런데 메모보틀의 이러한 차별적 디자인은 시작에 불과해요. 다회용 물병을 지속적으로 쓰도록 여러 장치들을 마련했죠. 메모보틀이 일회용 컵 소비를 줄이면서 어떻게 지구의 미래를 바꾸고 있는지 알아볼까요? 2️⃣ 오무스비 케이크 조각 케이크를 손에 묻히지 않고 먹을 수 있을까요? 물론 포크나 나이프 없이요. 심지어 그릇도 사용하지 않고요. 아무리 상상해봐도 답이 없을 거 같은데, 이걸 가능하게 한 케이크가 있어요. 바로 ‘오무스비 케이크’예요. 이 케이크는 보통의 조각 케이크처럼 삼각형이에요. 하지만 삼각형의 모양이 조금 달라요. 삼각김밥 모양이죠. 모양만 그런 게 아니에요. 크기, 포장 방식, 제품 설명 등을 삼각김밥처럼 디자인했어요. 그래서 삼각김밥처럼 먹으면 돼요. 가운데 선을 뜯어 한 바퀴 돌려 포장을 벗기면 간단히 먹을 수 있어요. 그래서 보통의 경우 케이크를 먹을 때 포크나 그릇 등이 필요한 반면, 오무스비 케이크는 삼각김밥처럼 한 손으로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어요. 손에 묻지 않는 건 물론이고요. 케이크만 이렇게 틀을 깬 게 아니에요. 온라인에서 시작한 오무스비 케이크는 이내 오프라인 매장을 내고 프랜차이즈로 확장했는데, 그 방법 또한 익숙한 새로움 혹은 낯설은 익숙함을 선사해요. 이번에는 어떻게 틀을 깼을까요? 3️⃣ 가르송 와인 이 와인병, 뭔가 낯설어요. 둥글게 생긴 일반적인 와인병과 달리 납작한 모양이에요. 그래서 가르송 와인의 와인병은 ‘플랫 와인병(Flat bottle)’으로 불려요. 그런데 와인병을 더 자세히 관찰하면 병 모양뿐만 아니라 병의 소재도 달라보여요. 유리 대신 플라스틱을 사용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가르송 와인은 와인병을 왜 이 모양, 이 소재로 디자인한 걸까요? 물론 와인병 모양이 독특하니, 와인업계와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가르송 와인이 이 효과를 노리고 와인병을 디자인 한 게 아니에요. 가르송 와인은 친환경을 추구하고자 와인병 디자인을 바꾼 거죠. 멀쩡한 유리병을 플라스틱으로 바꿨는데, 왠 친환경이냐고요? 그리고 병 모양 바꾼 게 환경이랑 무슨 관계냐고요? 가르송 와인이 와인병을 납작하게 디자인한 이유를 알고나면 업계에서 쏟아지는 찬사에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