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김밥의 탈을 써서, 디저트의 틀을 깨다

오무스비 케이크

2023.01.06

조각 케이크를 손에 묻히지 않고 먹을 수 있을까요? 물론 포크나 나이프 없이요. 심지어 그릇도 사용하지 않고요. 아무리 상상해봐도 답이 없을 거 같은데, 이걸 가능하게 한 케이크가 있어요. 바로 ‘오무스비 케이크’예요. 이 케이크는 보통의 조각 케이크처럼 삼각형이에요. 하지만 삼각형의 모양이 조금 달라요. 삼각김밥 모양이죠. 


모양만 그런 게 아니에요. 크기, 포장 방식, 제품 설명 등을 삼각김밥처럼 디자인했어요. 그래서 삼각김밥처럼 먹으면 돼요. 가운데 선을 뜯어 한 바퀴 돌려 포장을 벗기면 간단히 먹을 수 있어요. 그래서 보통의 경우 케이크를 먹을 때 포크나 그릇 등이 필요한 반면, 오무스비 케이크는 삼각김밥처럼 한 손으로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어요. 손에 묻지 않는 건 물론이고요. 


케이크만 이렇게 틀을 깬 게 아니에요. 온라인에서 시작한 오무스비 케이크는 이내 오프라인 매장을 내고 프랜차이즈로 확장했는데, 그 방법 또한 익숙한 새로움 혹은 낯설은 익숙함을 선사해요. 이번에는 어떻게 틀을 깼을까요?


오무스비 케이크 미리 보기

 #1. ‘삼각김밥’으로 디저트의 틀을 깨다

 #2. ‘자판기’로 프랜차이즈의 틀을 깨다

 #3. ‘갤러리’로 오프라인 매장의 틀을 깨다

 한 달에 한 번만 여는 디저트 가게의 비밀






삼각김밥은 편의점의 대표 상품이에요. 세븐일레븐은 일본 편의점 업계 시장점유율 1위인데, 전체 지점에서 판매하는 삼각김밥의 수가 1년에 무려 20억개에요. 편의점 전체로 보면 1년에 무려 60억개가 판매되죠. 일본 인구가 1억 2천만명 정도니, 1인당 1년에 약 50개의 삼각김밥을 먹는 셈이예요. 다시 말해 1주일에 하나씩 먹는다는 말이죠. 삼각김밥 시장이 이렇게 커진 이유는 삼각김밥 속에 숨어 있는 경제학 덕분이에요.


가게 입장에서 삼각김밥은 유통이 쉬워요. 동그란 주먹밥이나, 길쭉한 김밥과 달리 삼각김밥은 위 아래를 뒤집어 겹칠 수 있어요. 비는 공간을 최소화 해서 유통할 수 있어 단위 면적당 운반할 수 있는 제품의 개수가 늘어나죠. 게다가 각이 져 있으니 제품을 쌓을 때도 안정적이고, 운반중에 움직여 훼손될 가능성도 적어요. 


고객 입장에서 삼각김밥은 먹기가 편리해요. 특별한 조리가 필요 없는 완제품이라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어요. 포크나 수저같은 도구도 필요 없이 간단히 포장만 벗기면 손에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기도 하고요. 게다가 삼각형 모양이니 어느 방향에서 베어 물어보도 입에 닿는 부위가 적어 입가에 묻지 않고 먹을 수 있죠. 다 먹은 뒤에도 비닐만 버리면 되니 처리도 깔끔해요. 


이처럼 삼각김밥은 가게에게도, 고객에게도 경제적인 제품이에요. 그런데 이런 삼각김밥을 모티브로 디저트를 재해석한 브랜드가 있어요. 이름에서부터 주먹밥(오무스비)이 들어가는, 오무스비 케이크예요. 삼각김밥과 차이가 있다면 효율화보다는 고급화를 지향한다는 점이죠. 



#1. ‘삼각김밥’으로 디저트의 틀을 깨다

오무스비 케이크(Omusubi Cake)는 삼각김밥의 모양을 한 케이크 디저트예요. 오무스비는 일본어로 주먹밥을 뜻해요. 밥 대신에 촉촉한 스폰지 케이크와 크림이, 김 대신에 코코아로 만든 크레이프가 삼각김밥을 감싸고 있죠. 케이크의 크기는 1변이 8.5cm 정도, 두께는 3.5cm 정도로 딱 편의점 삼각김밥 정도의 크기예요. 디자인도, 디테일도 비슷하니 얼핏 보면 구분이 안갈 정도죠.



ⓒOmusubi Cake


맛은 9가지 종류가 있어요. 초콜릿, 밀크티 쿠키 앤 크림과 같이 전형적인 맛뿐만 아니라 말차, 밤과 같이 지역적 특색을 고려한 맛도 있죠. 봄에는 벚꽃, 겨울에는 사과 등 계절에 맞는 시즌 상품도 내놓고요. 그 중 가장 인기가 좋은 티라미수 오무스비 케이크를 살펴볼게요. 이 케이크는 코코아 스폰지 케이크와 마스카포네 크림으로 속을 채웠어요. 내용물 사이사이에 커피 젤리를 넣으니 씹을 때마다 달콤하게 퍼지는 커피향이 일품이죠. 티라미수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사용한 덕분이에요.



ⓒOmusubi Cake


케이크를 삼각김밥의 형태로 재해석하니 시선을 사로잡는 효과가 있어요. 일본인에게 삼각김밥은 일상적으로 접하는 제품이에요. 삼각김밥이 일본에서 제일 먼저 개발 되기도 했고, 지금까지도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품목중 하나죠. 그런데 여기에다가 변주를 줘서 익숙한 새로움을 만들어내니 직관적인 이해와 함께 낯설지 않게 관심이 가요.


또한 삼각 김밥의 포장지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온 것도 유효했어요. 삼각김밥을 먹는 방법을 떠올려 보세요. 가운데 선을 뜯어 한 바퀴 돌려 포장을 벗기면 간단히 먹을 수 있죠. 맛과 크기가 조금씩 다르더라도, 뜯는 방법에는 차이가 없어요. 오무스비 케이크도 마찬가지예요. 보통의 케이크가 그릇이나 포크 등의 식기가 필요한 반면, 오무스비 케이크는 삼각김밥 처럼 한 손으로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어요. 



ⓒ시티호퍼스


그뿐 아니라 디테일까지 그대로 구현했어요. 삼각 김밥과 같이 앞면 스티커에 맛을 표시해 놓았는데, 내용물이 보이지 않더라도 고객들이 맛을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어요. 뒷면의 영양 성분 표시도 삼각 김밥 라벨과 동일하게 디자인했죠.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삼각김밥에 익숙해진 고객들 덕분에 오무스비 케이크를 고르고, 포장을 까서 먹는 모습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요.


익숙한 제품에 트위스트를 주자 사람들이 반응해요. 오무스비 케이크는 2019년 8월에 처음 제품을 선보였는데, 런칭 후 1년간 약 50만개를 판매했어요. 9가지 시그니처 맛은 470엔(약 4,700원)에 판매하는데, 계산해보면 연간 약 2억 3천 5백만엔(약 23억 5천만원)이라는 성과를 올린 셈이죠. 해당 기간은 오프라인 매장 없이 온라인으로만 판매를 했으니 임대료나, 매장 운영인력 등의 비용도 들지 않았어요. 이렇게 온라인에서의 입지를 다진 오무스비 케이크는 오프라인으로 확장을 시도해요. 물론 여전히 틀을 깨는 방법으로요.



#2. ‘자판기’로 프랜차이즈의 틀을 깨다

일본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보는 것 중 하나가 자판기예요. 지하철, 주차장, 골목길 할 것 없이 어디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일본은 자판기 천국이에요. 2020년 말 기준으로 무려 400만 대의 자판기가 전국적으로 설치되어 있죠. 참고로 우리나라의 자판기 대수는 20만 대에요. 덕분에 세계에서 인구당 자판기 수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는데, 그렇다고 단순히 개수만 많은 것은 아니에요.


판매하는 품목도 다양해요. 기본적인 음료수 자판기는 물론이고, 과자, 꽃, 주얼리 등의 상품을 판매하는 자판기도 있죠. 심지어 사시미, 초밥 자판기와 같이 상상을 초월하는 자판기도 있어요. 삼각김밥과 더불어 일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죠. 오무스비 케이크는 오프라인 사업을 확장할 때도 사람들에게 익숙한 자판기를 끌어들여 프랜차이즈에 시도해요.



ⓒFC Mado


오무스비 케이크의 자판기 프랜차이즈 모델을 알아볼까요? 가맹점이 되려면 초기 가입비 20만엔(약 200만원), 매월 로열티 1만 6천엔(약 16만원)을 납부하면 돼요. 보통의 경우 일본에서 프랜차이즈에 가맹해 매장을 시작하려면 최소 500만엔(약 5천만원) 이상의 자본이 필요한 걸 생각해보면 적은 자금으로도 상대적으로 시작이 수월하죠. 게다가 자판기를 운영하기 위한 렌트 비용이나, 인건비 등이 거의 들어가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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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객단가도 높은 편이예요. 자판기에서 판매하는 음료는 100엔(약 1천원) 정도이고, 라멘이나 소바를 판매하는 자판기도 300엔(약 3천원) 수준이에요. 하지만 오무스비 케이크는 자판기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라 할지라도 최소 470엔(약 4,700원)에서 시작하고, 보통 2개를 패키지로 1,000엔(약 1만원)에 팔고 있기 때문에 자판기치고는 기본 객단가가 높은 편이에요.


자판기에서 판매하는 케이크의 가격이 비싸면 누가 사먹냐고요? 그래도 인기가 있어요. 오무스비 케이크는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고급 케이크니까요. 오무스비 케이크는 3개의 매장을 운영하는데, 그 중 2개는 도쿄와 오사카의 대표적인 백화점에 입점해있고, 나머지 1개는 오사카의 플래그십 스토어예요. 팝업 매장도 대부분 백화점에서 진행해요. 고급스러운 디저트로 포지셔닝되니 자판기에서 판매하는 제품치고 가격이 높아보여도 고객의 지갑이 열리죠.


신제품을 출시할 때도 틀을 깨는 전략을 써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요. 2021년 10월, 오무스비 케이크는 새로운 맛 5개를 먼저 맛볼 수 잇는 프로젝트를 일본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마쿠아케에서 진행했어요. 마카다미아, 피스타치오, 앙버터, 거봉 그리고 안닌도후 맛이죠. 새로 출시되는 한정판 맛과 함께 기존의 시그니처 5종류를 리워드로 받게 되는 펀딩이에요.


크라우드 펀딩 시점에서 오무스비 케이크는 이미 150만개 이상의 판매를 하며 안정적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신제품 크라우드 펀딩은 후원금이 필요했다기보다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고객들과 소통하고, 마케팅적으로 활용한 똑똑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죠. 그리고 같은 해 오무스비 케이크는 도쿄에 매장을 오픈해요. 도쿄 긴자 지역의 아이코닉한 백화점, 긴자식스 지하에 말이죠.



#3. ‘갤러리’로 오프라인 매장의 틀을 깨다

긴자 식스는 2017년 긴자에 새로 생긴 백화점이예요. 이미 수 많은 백화점이 즐비한 긴자에 지어지는 새로운 백화점이라 당시 유통업계의 관심이 집중되었죠. 특히 이커머스의 발달로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니까요. 긴자식스의 입점 기준은 명확했어요. 1. 일본에 최초로 들어온 해외 브랜드 2. 도쿄에 처음으로 진출하는 지역의 강호 브랜드 3.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실험적인 플래그십 매장이어야 했죠.


특히 지하 2층의 식료품 코너는 더욱 경쟁이 치열해요.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디저트와 식품 브랜들로만 해도 넘쳐나는데 여기에 세계적인 브랜드가 더해지며 각축적을 벌이고 있는 곳이니까요. 2021년, 오무스비 케이크는 이곳에 ‘T’s Gallery’라는 매장을 오픈해요. 디저트 가게지만, 제품의 판매보다 고객의 경험을 목적으로 한 갤러리와도 같은 공간이에요.



ⓒT’s Gallery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T’s Gallery에서는 판매가 아닌 경험에 초점을 맞추었어요. 매장에서는 오무스비 케이크를 포함해 츠바사 사이토가 기획한 4가지 종류의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죠. 이곳의 특징은 제품별로 구역을 나누어 가로로 길게 배치했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구역별로 충분한 여백을 주었죠. 이렇게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동선은 고객이 매장을 방문했을 때 각 구역을 돌아다니며 천천히 디저트를 즐기기를 의도한 거예요. 마치 미술관에서 암묵적인 동선에 따라 미술품을 관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시티호퍼스



ⓒT’s Gallery



ⓒ시티호퍼스


제품의 디스플레이 방식도 갤러리와 같은 심미성을 추구해요. 이 곳에서 판매하는 사인(Sign)은 츠바사 사이토의 초콜릿 브랜드에요. 화장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 누드톤의 패키징을 활용하고, 패키징도 화장품과 흡사하게 디자인했죠. 지나가다 보면 화장품인지 초콜릿인지 헷갈릴 정도로요. 제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매대에 소량의 제품만을 진열해 놓고 감각적으로 디스플레이했고요. 


Top, Try, Tale


오무스비 케이크와 T’s Gallery가 지향하고 있는 가치예요. T’s Gallery는 츠바사 사이토의 이름 앞 글자를 따서 만든 공간이지만, 스토리가 있는 최고의 제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동시에 담겨있는 공간이기도 하죠.



한 달에 한 번만 여는 디저트 가게의 비밀



ⓒTSUKIICHI


틀을 깨는 스위트 프로듀서, 츠바사 사이토가 오무스비 케이크를 기획하기 전에 오픈했던 공간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할께요. ‘츠키치(Tsukiichi)’는 2017년 2월, 오사카에 오픈한 일본 유일의 컨셉 스위트 스토어예요. 6,000엔(약 6만원)짜리 애프터눈 티 세트가 시그니처인 디저트 가게죠. 일본에도 수 많은 애프터눈 티 세트 전문점이 있고, 6,000엔 정도 하는 곳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텐데 어떻게 ‘일본 유일’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을까요?


영업일에 그 이유가 있어요. 츠키치는 한 달에 하루만 운영하는 가게예요. 1년 동안 12일만을 영업하는 디저트 가게인 셈이죠. 그렇다고 나머지 29일 동안 해당 공간을 다른 용도로 운영하거나, 누군가에게 빌려주거나 하지는 않아요. 실제로 월세를 한 달치 내고, 매장으로는 딱 하루만 사용하죠. 오로지 그 하루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공간인 셈이에요. 100% 예약제지만, 이미 몇달치 예약이 밀려있는 인기있는 공간이죠.


그렇다고 츠바사가 자선사업가나, 금수저여서 공간을 낭비하거나 일을 게을리 하는 건 아니예요. 매장의 운영까지도 틀을 깨는 그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순간이죠. 나머지 29일 동안 츠키지에서 영업을 하지는 않지만, 츠바사 사이토는 그 시간에 백화점에 디저트를 기획해 납품하거나, 자신만의 오리지널 디저트를 연구해요. 29일 동안 매장을 닫은 덕분에 오히려 아이디어가 열릴 수 있는 거죠. 그래서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한 달에 하루만 영업을 하고 있어요.


“편의점 스위트 덕분에 디저트의 보급은 쉬워졌지만, 고급스러운 경험에서는 멀어졌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어요.”

-TSUKIICHI 홈페이지


그가 디저트를 새롭게 하는 이유예요. 틀을 깨고 보여줄 다음 경험이 기대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Reference

 오무스비 케이크 홈페이지

 T’s Gallery 홈페이지

 삼각김밥은 왜 삼각형일까?, 문화일보

 メディアで話題!まるでおむすびみたいなケーキ!自販機FC募集開始!, FC Mado

 メディアに引っ張りだこのスイーツが集結した” T’s GALLERY “が登場!,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