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컨셉을 어떻게 생각해 냈을까?’
잘 기획된 브랜드를 보면 드는 생각이에요. 브랜드 기획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참고할 만한 정석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단기적인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으면서 정체성은 뚜렷하고, 동시에 소비자의 공감을 사는 브랜드들이요.
이런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우연한 아이디어가 만든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전략적인 접근이 기본이죠. 그렇기에 누구나 참고하고 그 안의 원리와 인사이트를 배울 수 있어요. 잘 되는 브랜드의 생각법을 따라가 볼까요?
1️⃣ 사이클 미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이지만, 밤에 먹는 사과는 독이라는 말이 있어요. 이건 낭설이 아니라 과학이에요. 실제로 사과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건강에 좋고, 사과의 유기산은 위 활동을 활성화해 소화를 도와요. 하지만 밤에 사과를 먹으면 오히려 활발한 장 운동이 숙면을 방해하고, 누워 있는 동안 유기산이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죠. 같은 사과여도 ‘언제’ 먹느냐에 따라 건강에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는 거예요.
이처럼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 뿐만 아니라 ‘언제’ 먹느냐도 중요해요. 이런 관점을 도입한 영양학을 ‘시간 영양학’이라고 부르죠. 도쿄에는 이 시간 영양학을 컨셉으로 한 간편식 브랜드, ‘사이클 미(Cycle.me)’가 있어요. 시간대에 따라 몸이 필요로 하는 성분을, 맥락에 적합한 형태로 개발해 판매해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식사 전략이기에 설득력을 갖죠.
효과도 있거니와, 바쁜 현대인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춘 덕에 시작부터 큰 주목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 이후의 저력이 엄청나요. 론칭 1년 반만에 일본 전역으로 진출, 2만 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어요. 아무리 과학적이고 컨셉이 좋더라도 성장 속도가 빨라요. 여기에는 설득력 있는 컨셉 외에도 비결이 하나 더 숨어 있는데요. 그건 무엇일까요?
2️⃣ THE
넘쳐 나는 티셔츠, 넘쳐 나는 가방, 넘쳐 나는 컵. 구매 당시에는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 적어도 마음에 들어서 샀지만 막상 사용하지 않는 제품들이 많지 않나요? 갖고 있는 물건은 많은데 막상 쓸 물건은 없고, 차마 손길이 가지 않는 물건들만 가득한 상황,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거예요.
이럴 때마다 단 하나의 제품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 가장 본질에 충실해서, 하나만 있어도 충분한 그런 제품이요. 도쿄에는 사물의 원형, 가장 표준적인 모습에 대해 고민하고, 그런 제품들만 판매하는 브랜드가 있어요. 이름부터 영어의 정관사에서 따온 ‘THE’예요. 컵, 티셔츠, 가방, 청바지, 세제 등. 우리 일상에 필요한 카테고리의 ‘클래식’을 제안하죠.
그런데 사물의 본질을 정의하고, 구현하는 일이 쉽지 만은 않아요. 그럼에도 THE는 자기만의, 하지만 독단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사물의 표준을 구현해 나가요. 덕분에 누구나 동의할 만한 클래식을 만들고 있죠. 모두가 차별화를 외치는 시대, THE는 어떻게 가장 표준적인 것으로 승부하고 있을까요?
3️⃣ 오모시로이 블록
150매 내외로 구성된 메모장 한 개의 가격이 1만 엔(약 10만 원)이 넘어요. 신소재로 만든 메모장도, 타제품 대비 크기가 큰 것도 아니에요. 겉으로 보면 평범한 사각형의 메모장일 뿐이죠.
그런데 이 평범한 메모장은 출시 직후 매진 행렬을 불러일으켰어요. 매장에 입고되는 족족 품절되는 것은 물론, 기업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였죠. 하물며 메모장 구매에 실패한 외국인은 오사카에 있는 기업 본사에까지 찾아올 정도였어요. 이 메모장은 무엇이 특별하길래, 상식을 벗어나는 가격에도 사람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요?
비밀은 메모장의 내부에 있어요. 메모장을 한 장, 한 장 뜯을 수록 메모장 안에 갇혀 있던 일본의 건축물들이 드러나거든요. 얼마나 정교한지, 실제 건축물과의 매우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죠. 이 메모장, 누가, 왜, 어떻게 만든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