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개봉한 영화, 윌 스미스 주연의 <아이, 로봇>을 아시나요?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2035년. 각종 집안일부터 아이 돌봄까지 로봇이 해결해주며,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편리한 세상이 펼쳐지죠. 마냥 평화로운 공존이 지속될 것 같던 어느 날, 이 로봇을 발명한 사람이 죽게 되면서 그 죽음에 로봇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요. 이로써 로봇과 함께 사는 디스토피아가 시작되어요. 앞으로 딱 10년 뒤면, 영화의 배경인 2035년이 도래하는데요. 그 때 우리의 일상은 디스토피아일까요, 유토피아일까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현재로서는 로봇으로 인한 긍정적인 변화에 무게가 실려요. 기능적으로 사람의 일을 덜어주는 건 기본, 사회적 약자를 돕거나 감정이나 정신적 치유마저 도와주고 있죠. 즉 로봇을 활용하는 일이 효율성 제고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전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과연 로봇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요? 1️⃣ 라봇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도라에몽은 미래에서 온 고양이 로봇이에요. 도라에몽이 배에 붙어 있는 4차원 주머니에서 온갖 물건들을 꺼내 평범한 초등학생을 그리고 사람들을 도와주는 이야기는 많은 사랑을 받았죠. 그런데 일본에는 실제로 도라에몽 같은 존재를 꿈꾸며 만들어진 로봇이 있어요. 이름은 ‘라봇’, 세계 최초의 가족형 로봇이에요. 그럼 이 로봇에도 4차원 주머니가 달렸냐고요? 그렇지는 않아요. ‘4차원 주머니만 없는 도라에몽’을 지향하거든요. 원래 로봇이라는 게 사람의 노동을 대신하든, 생산성을 높여주든,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하지 않나요? 특이하게도 라봇은 이 중 어떤 것도 하지 않아요. 옆에 다가와 응석을 부리거나 눈을 마주치거나 홀로 일기를 남기는 게 다죠. 그런데도 라봇은 지금까지 1만 대 이상이 팔렸어요. 1대 당 약 5백만원에 육박하는데도요. 게다가 주요 구매층은 30대~50대의 중산층 여성이에요. 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2️⃣ 아바타 로봇 카페 던 버전 베타 로봇은 보통 생산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람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만큼 신속하고 정확하게 일 처리를 하죠. 하지만 이 카페에서는 사람을 ‘대신’해 미완성의 인간미를 뽐내는 로봇들이 있어요. 로봇끼리 부딪히기도 하고, 심지어 수다를 떨기도 해요. 마치 진짜 아르바이트생처럼요. 이 카페의 이름은 ‘아바타 로봇 카페 던 버전 베타(Avatar Robot Cafe DAWN ver.β)’예요.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오리히메’라는 로봇들이 문 앞에서부터 고객을 반겨주는데요. 분명 겉모습은 로봇인데, 대화를 나눠보니 안에서 사람의 영혼이 느껴져요. 알고 보니 오리히메는 알아서 작동하는 AI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 원격으로 조종하는 사람의 ‘아바타’ 로봇이었죠. 아바타 로봇 오리히메를 원격으로 조종하는 직원들은 제각각 멀리 떨어져 있어요. 카페는 도쿄의 니혼바시에 있는데, 직원들은 효고현, 아키타현 등에 있는 거예요. 왜 이 카페의 직원들은 멀리 떨어진 카페에서 로봇을 매개로 일을 하는 걸까요? 그리고 이 카페는 왜 이런 형태로 사람들을 고용하는 걸까요? 여기에는 그럴 만한, 그리고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요. 3️⃣ 오 마이 도트 로봇 레스토랑은 실험이자 시험이에요. 공간 효율화와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는 실험인 동시에, 인구 절벽이 가져올 노동인구 부족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이니까요. 인구 구조의 변화는 F&B 산업에 심각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요. 산업 통계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죠. 일본의 노동인구는 2000년 이후 평균 1%씩 감소해 왔어요. 게다가 젊은층은 체력적 부담이 큰 식당 대신 편의점 등을 더 선호했죠. 실제로 2023년 4월에 실시한 데이터뱅크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한 음식점 비율이 85%에 달해요. 전체 업종의 평균인 30%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수치예요. 그래서 로봇 도입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장기화된 인력난에 대응하는 진지한 해결책이에요. 일본은 이 시험대에 먼저 올랐고, 그만큼 실험의 진도도 앞서 있어요.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오 마이 도트’가 대표적이죠. 그렇다면 최신 기술을 접목한 식당은 어떤 모습일까요? 힌트는 ‘로봇 친화적 모듈화’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