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는 원래 사람 없이도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개발된 기계예요. 보통 유통기한이 길고,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지 않은 과자나 음료를 위주로 판매했죠. 요즘은 기술이 발달하고 자판기에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해지며 고부가가치 상품들을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신선함이 생명인 케이크를 판매하는 자판기까지 등장했죠. 심지어는 자판기를 '자동' 판매기가 아니라 '자유' 판매기로 재정의한 회사도 있어요. 고객이 원하는대로 자유롭게 맞춤화가 가능한 판매기로, 판매하는 제품군은 물론 자판기 자체가 광고판이자 심지어는 '체험형 매장'이 되기도 해요. 지금의 자판기는 더 이상 음료만 팔기에는 아까운 채널이에요. 자판기가 품고 있는 가능성에서 새로운 사업적 기회를 찾아 볼까요? 1️⃣ 스키마 데파토 ‘스키마 데파토’는 자판기 회사예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자판기를 다르게 불러요. 자동판매기가 아니라 ‘자유판매기’로요.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이름을 바꾸니 업에 대한 정의와 사업 모델이 바뀌어요. 자유판매기는 기능적으로는 자동판매기와 같은데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고객이 원하는 바에 따라 자유롭게 맞춤형으로 만들 수 있죠. 예를 들어 음료 1캔 분량의 공간만 렌트해 준다든지, 브랜드에 맞춰 자판기를 랩핑해 준다든지, 대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준다든지 하는 식이에요. 이처럼 자동판매기에서 자유판매기로 작은 변화를 줬을 뿐인데, 클라이언트가 달라져요. 점포 확장을 신중하게 하기로 유명한 ‘블루보틀’도 스키마 데파토의 자유판매기를 이용하고 있을 정도예요. 자판기가 거기서 거기 아니냐고요? 스키마 데파토를 보면 약간의 변화로도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2️⃣ YTM 타이베이에는 YTM이 있어요. ATM이 현금 자동 인출기라면 YTM은 케이크 자동 인출기에요. 자판기 형태의 YTM 덕분에 케이크 매장까지 가지 않고도 케이크를 구매할 수 있죠. 그렇다고 저렴한 맛에 먹는 케이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YTM은 일본 홋카이도에서 공수한 최상급 크림으로 당일에 만든 생크림 롤 케이크를 판매하죠.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가장 저렴한 오리지널 생크림 롤 케이크의 가격만 해도 15,000원이 넘어요. 과연 15,000원이 넘는 케이크가 자판기에서 팔릴까요? 게다가 쉽게 상하는 생크림의 특성상 품질 관리도 어려울 것 같고요. 언뜻 생각해 봐도 여러 가지 난관이 예상되는 가운데, YTM은 맛있는 디저트가 주는 행복을 널리 퍼뜨리겠다는 일념으로 YTM을 타이베이 곳곳에 퍼뜨리고 있어요. 타이베이에만 50개 이상의 YTM이 설치되어 있고, 저녁 시간대에 가면 케이크가 품절되어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죠. YTM은 어떻게 여러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매장까지 가지 않아도 케이크를 구매할 수 있는 케이크 자동 인출기를 히트시킨 걸까요? 3️⃣ 오무스비 케이크 조각 케이크를 손에 묻히지 않고 먹을 수 있을까요? 물론 포크나 나이프 없이요. 심지어 그릇도 사용하지 않고요. 아무리 상상해봐도 답이 없을 거 같은데, 이걸 가능하게 한 케이크가 있어요. 바로 ‘오무스비 케이크’예요. 이 케이크는 보통의 조각 케이크처럼 삼각형이에요. 하지만 삼각형의 모양이 조금 달라요. 삼각김밥 모양이죠. 모양만 그런 게 아니에요. 크기, 포장 방식, 제품 설명 등을 삼각김밥처럼 디자인했어요. 그래서 삼각김밥처럼 먹으면 돼요. 가운데 선을 뜯어 한 바퀴 돌려 포장을 벗기면 간단히 먹을 수 있어요. 그래서 보통의 경우 케이크를 먹을 때 포크나 그릇 등이 필요한 반면, 오무스비 케이크는 삼각김밥처럼 한 손으로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어요. 손에 묻지 않는 건 물론이고요. 케이크만 이렇게 틀을 깬 게 아니에요. 온라인에서 시작한 오무스비 케이크는 이내 오프라인 매장을 내고 프랜차이즈로 확장했는데, 그 방법 또한 익숙한 새로움 혹은 낯설은 익숙함을 선사해요. 이번에는 어떻게 틀을 깼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