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다루던 소재로 더 많은 매출을 일으키고 싶나요? 아니면 정체된 산업, 혹은 사양산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오랫동안 만들어 온 제품이 점점 쓸모를 잃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루 아침에 새로운 기회를 찾거나 아이템을 개발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이럴 때 우리가 바로 바꿀 수 있는 건 단 하나, 그 제품이나 소재를 바라보는 '관점'이에요. 같은 소재여도 어디에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쓸모가 달라져요. 재발견한 소재의 가치가 곧 브랜드 컨셉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어 '금'을 주얼리를 만드는 데 쓰는 건 컨셉이 되기가 어려워요. 금은 원래 주얼리에 쓰이는 소재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마스크팩'이라면 어떨까요? 금으로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마스크팩 브랜드는 차별점을 가져요. 이처럼 당연하다고 여기던 쓸모가 아니라 소재의 새로운 쓸모를 찾는 건 돌파구가 될 수 있어요. 제품의 가치를 살리는 건 물론, 때로는 망해가던 회사를 살리기도 하니까요. 오늘은 관점을 바꾸어 관념을 깬 브랜드들의 사례를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볼까요? 1️⃣ mt 랩 ‘다꾸’와 인테리어에 빠지지 않는 필수품. 마스킹 테이프예요. 근데 사실 이 마스킹 테이프는 100년 전 공업용 도구로부터 시작됐어요. 차량에 페인트를 도색할 때 페인트가 묻지 않아야 하는 부위에 붙여 사용했죠. 카모이 가공지도 이런 공업용 마스킹 테이프를 생산하는 회사였는데요. 어느 날 세 명의 고객을 만나게 돼요. 자신들의 마스킹 테이프를 예쁜 인테리어 도구로 사용하고 있던 열렬한 ‘마스킹 테이프 애호가들’이었죠. 이를 계기로 카모이 가공지는 자사 제품에 새로운 쓸모를 입히게 돼요. 바로, 투박하고 거친 공업용 마스킹 테이프를 문구용으로 업그레이드해 브랜드 mt를 런칭한 거예요. mt의 제품 종류는 무려 4,000개예요. 100년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보유한 덕에 테이프의 디자인도, 접착력도, 두께와 사용 용도도 엄청나게 다양하게 변주되죠. 근데 이 창의성이 발휘되는 무대는, 비단 제품만이 아니에요.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특별한 방식이 시도되거든요. 100년째 무궁무진한 쓸모를 만들어내고 있는 마스킹 테이프의 왕, mt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시겠어요? 2️⃣ 22스튜디오 요즘 멋지다는 카페나 갤러리를 가보면, 많은 건물이 노출 콘크리트로 되어 있어요. ‘공사 하다가 만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죠. 그만큼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은 우리에게 친숙해요.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을 유명하게 만든 건, 세계적인 건축 구루(Guru)인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예요. ‘빛의 교회’, ‘오모테산도 힐즈’ 등을 통해 콘크리트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전세계에 알린 장본인이죠. 그런데 만약 콘크리트로 건축물이 아닌 일상의 생활용품을 만든다면 어떨까요? 안도 다다오에 영감을 받은 한 디자인 스튜디오는 콘크리트로 시계를, 펜을, 꽃병을 만들어요. 크고 무겁고 차가운 건축 소재로 여겨지던 콘크리트를 작고 가볍고 따뜻한 공예 소재로써 재발견했죠. 이 대담한 일을 해낸 스튜디오는 타이베이의 ‘22스튜디오(22STUDIO)’예요. 단순히 소재만 콘크리트를 쓰는 게 아니에요. 그랬다면 그저 콘크리트를 좋아하는 작은 공방에 머물렀을 거예요. 22스튜디오는 미학적 관점에서, 실용적 관점에서 시장 수요를 만들어 내며 20년 가까이 사업을 이어 온 어엿한 브랜드이자 회사예요. 22스튜디오는 어떻게 콘크리트를 소재로 공예와 사업 사이에서 균형감을 찾고 설 자리를 만들었을까요? 3️⃣ 마카나이 ‘마카나이’에서는 특별한 마스크 시트를 팔아요. 얼굴에 붙이는 마스크 시트를 순금으로 만든 거예요. 금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마스크에 금가루를 뿌리거나 금 추출 성분을 넣은 정도가 아니에요. 마카나이는 금박을 그대로 얼굴에 붙이는 제품을 개발했어요. 보여주기식이나 마케팅용으로 특별 제작한 것도 아니에요. 상시로 판매하는 시그니처 제품이죠. 금박으로 온 얼굴을 감싸는 마스크 시트 ‘Goldays 24k Goldmask’. 그리고 원하는 부위에 금박을 붙일 수 있게한 ‘Goldays 24K Gold Perfector Sheet’ 금박 시트. 이 시그니처 제품들을 보면 2가지 궁금증이 들어요. 하나는 ‘금을 얼굴에 붙이려면 금이 꽤 많이 필요할텐데 너무 비싼 건 아닐까?’라는 의문. 또 다른 하나는 ‘아무리 금이 가치 있다고 해도 금속인데 피부에 직접 닿게 하는 것이 피부 건강에 좋을까?’라는 의구심.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길래, 혹은 어떤 사연이 있길래 금으로 마스크 시트를 만들었을까요? 마카나이가 금에서 금 같은 기회를 발견하게 된 과정을 살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