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삿포로 도심 한복판에 수족관이 문을 열었어요. 이름은 ‘AOAO 삿포로’. ‘아오(Ao)’는 일본어로 ‘푸른(靑)’이라는 단어와 발음이 같아요. 이름처럼 콘크리트 숲 사이에 푸른 바다 같은 공간을 연출했어요.
그런데 이 수족관, 차별적 경쟁력이 뭘까요? 최다 수종 혹은 최대 규모를 내세우지도 않고, 대단히 독특한 수중 생물들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아요. 물론 세상에서 가장 작은 펭귄인 ‘쇠푸른 펭귄’이나 바위를 뛰어다니는 습성이 있는 ‘바위뛰기 펭귄’ 같은 간판스타들이 있지만요.
이곳의 차별적 경쟁력은 수족관의 전시에 대한 ‘관점’을 바꾼 데 있어요. AOAO 삿포로는 3개 층에 걸쳐 있는데요. 각 층을 ‘연결(Connect)’, ‘관찰(Scope)’, ‘광장(Commons)’이라는 테마로 구분했어요. 벌써부터 의미 심장하죠. 여기에다가 아무도 전시의 대상이라고 여기지 않았던 것들을 전시하기도 하고,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의 아름다움을 조명하기도 해요. ‘관점의 전환’이 무기인 이 도심형 수족관, 도대체 어떤 곳일까요?
AOAO 삿포로 미리보기
• ‘관점의 전환’을 전시하는 도심형 수족관
• 관점의 전환1. 어떻게 전시하느냐에 따라, 무엇이든 전시될 수 있다
• 관점의 전환2.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전시
• 관점의 전환3. 펭귄중심적 환경이 관람객을 위한 환경이다
• 회색 도시 한 가운데에 펼쳐진 푸른 바다
일본에서 연간 방문객 수가 가장 많은 동물원은 어디일까요? 당연하게도 인구수가 가장 많은 도쿄에 위치한 ‘우에노 동물원’이에요.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연간 방문객 수 기준으로 2위, 3위는 각각 나고야의 ‘히가시야마 동물원’과 오사카의 ‘텐노지 동물원’이에요. 일본 도시별 인구 수 기준으로 도쿄와 요코하마에 이어 오사카가 3위, 나고야가 4위이니 큰 이변이 없는 순위예요.
그런데 4위에 이름을 올린 동물원이 뜻밖이에요. 바로 일본의 최북단에 위치한 동물원,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의 ‘아사히야마 동물원’이거든요. 아사히카와시는 인구 32만 명 남짓한 도시로, 인구 수 기준으로는 62번째 도시예요. 그런데도 2005~2009년까지 나고야의 히가시야마 동물원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한 적도 있을 만큼 저력이 있는 동물원이죠. 이후 약간의 순위 변동은 있지만 안정적인 방문객 수를 유지하고 있고요.
그렇다면 아사히카와가 동물원을 운영하기에 유리한 도시였던 걸까요? 그렇지도 않아요. 적은 인구 수를 보완할 만한 배후 도시가 주변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날씨도 추워 관람 환경이 좋다고 할 수도 없어요. 인구도, 재정도 상대적으로 충분한 대도시와 달리 작은 지방 소도시이기에 예산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요. 시설을 확충하고 동물의 수를 늘릴 여력이 없었죠. 이런 불리한 조건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관점의 전환, 기획의 힘이었어요.
‘행동 전시’
답이 없어 보였던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묘수였어요. 행동 전시란 사육된 동물이 아니라 동물의 야생적 본능을 그대로 보여주는 전시 방식이에요. 전시관 뒤에 갇혀 있거나 묘기를 부리는 동물이 아니라, 동물의 자연스러운 생태와 행동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시설과 프로그램을 재구성한 거예요. 인위적으로 전시되거나 훈련된 동물 대신 자연 속 동물을 관찰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 본 거죠. 자연과 사람 간의 거리를 좁히는 동물원의 본질에 대해서 고민한 결과예요.
먼저 동물원의 사육 공간 분류에 자연의 생식 지역을 반영해요. 같은 생활 환경에서 사는 동물들을 같은 관에서 사육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자연에서 같이 사는 하마와 타조는 동물원에서도 다같이 ‘하마관’에서 살아요. ‘기린집’에는 기린, 사다새, 호로새가 같이 살고요. 자연 속 동물들의 생태를 관찰하기 위한 첫 걸음이죠. 동물의 종류나 인기, 동선 등에 따라 분류하는 기존의 동물원과 다른 접근이에요.
또한 동물이 사는 환경도 각 동물의 특성에 맞게 디자인했어요. 대표적으로 바다표범관의 ‘마린웨이’라 불리는 수조가 있어요. 바닥부터 천장까지 세로로 긴 원통형 수조예요. 숨을 쉬기 위해 상하 운동을 하는 관성을 가진 바다표범이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도록 수조를 구성한 거죠. 덕분에 관람객들은 위아래로 이동하는 바다표범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요.
ⓒAsahiyama Zoo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하이라이트는 관람객들을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에요. 프로그램 기획에도 역시 동물들의 자연스러운 생태를 경험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그 중에서도 시그니처는 매년 겨울, 눈이 쌓이는 시기에 진행하는 ‘펭귄의 산책’이이에요. 야생에서 왕펭귄들이 집단으로 바다에 먹이를 구하러 가는 습성을 반영한 산책 프로그램이죠. 펭귄들은 하루에 2번 산책을 하는데, 이 때 펭귄들을 따라 옆에서 함께 산책을 할 수 있어요. 뒤뚱 뒤뚱 산책을 나가는 귀여운 펭귄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인기만점이에요.
ⓒ시티호퍼스
‘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기획한 결과,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홋카이도는 물론, 일본을 대표할 만한 동물원이 되었어요. 2019년도 한 해에만 139만 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다녀갔죠. 사람들을 위해 동물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사람들이 엿본다는 관점으로 재해석하자 일어난 일이에요.
‘관점의 전환’을 전시하는 도심형 수족관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삿포로 시내로부터 약 2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어요. 그것도 자동차로 이동했을 때고, 여행객들이 가려면 삿포로역에서 JR열차를 타고 2시간을 이동해 아사히카와 역에 내린 후, 동물원으로 향하는 시내버스를 타야 하죠. 이동 시간만 2~3시간 걸리니 일정에 여유가 없다면 쉽게 들르기 부담스러운 거리예요.
그렇다고 아쉬워하긴 일러요. 아사히야마처럼 ‘관점의 전환’으로 새로운 즐거움과 메시지를 던지는 수족관이 2023년 7월, 삿포로 도심 한복판에 개장했거든요. 이름은 ‘AOAO 삿포로’. 왕펭귄이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아이콘이라면, AOAO 삿포로의 스타는 ‘바위뛰기 펭귄’이에요. 펭귄도 물에 사는 동물이기에 수족관인 AOAO 삿포로의 스타가 될 자격이 충분하죠.
그런데 AOAO 삿포로가 특별한 건 도심에서 바위뛰기 펭귄을 만날 수 있어서 뿐만이 아니에요. 공간 기획,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 등 모두 기대를 뛰어 넘어요. AOAO 삿포로는 스스키노 역 근처, ‘모유쿠 삿포로(Moyuk Sapporo)’라는 복합시설의 4~6층에 자리해 있는데, 입장하는 순간부터 관점의 전환이 시작돼요.
AOAO 삿포로는 층마다 테마가 있어요. 4층은 ‘연결(Connect)’, 5층은 ‘관찰(Scope)’, 6층은 ‘광장(Commons)’이에요. 수족관의 구분치고는 의미심장하죠. 하지만 수족관을 돌아보면 이내 각 테마의 의미를 알 수 있어요. 테마에 따라 실험실 같은 공간을 지나기도 하고, 갤러리 같은 공간을 지나기도 하고요. 시간대에 따라 구경할 수 있는 것들도 달라요. 언뜻 보기만 해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수족관, 대체 어떤 곳일까요?
관점의 전환1. 어떻게 전시하느냐에 따라, 무엇이든 전시될 수 있다
전시는 4층부터 시작돼요. ‘연결’이 테마인 4층에서는 보이지 않던 이면을 전시해 물의 세계와 사람을 연결해요. 여기에서 말하는 보이지 않는 이면이란, 보통은 뒤에 가려져 있던 과정들이에요. 전시의 시작이자 입구에는 ‘실험실(Laboratory)’이라고 쓰여 있는데요. 실제 실험실을 전시하고 있거든요.
ⓒ시티호퍼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물 순환 실험실’이에요. 이 곳에는 커다란 2개의 탱크와 물을 수송하는 여러 개의 관이 있어요. 이 설비는 AOAO 삿포로에서 쓰는 인공해수를 만드는 플랜트예요. 하나는 펭귄용, 하나는 물고기용이죠. 한 번에 각각 3천 리터의 해수를 만들 수 있고, 염도 3.4%로 제조된 해수는 6층의 저장 창고로 보내졌다 다시 각 구역의 전시 수조로 보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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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순환 실험실을 지나면 ‘수상 생물 실험실’이 나와요. 이 곳에서는 실제로 연구원들이 수생 생물의 생태를 연구하고 있어요. 연구원들은 관람객들을 신경도 쓰지 않고 연구에만 집중하고 있죠. 전시 생물의 건강을 관리하는 모습, 생물의 먹이를 만드는 과정 등 수족관 뒤편에서 일어나는 생물의 육성 작업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이에요. 수족관을 운영하기 위해 필수적인 연구 과정이지만, 이 실험실을 관람객에게 공개함으로써 유니크한 전시 거리를 마련한 셈이죠.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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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AO 삿포로에는 또 하나의 독특한 볼거리가 있어요. 5층에 있는 ‘네이처 아쿠아리움(Nature Aquarium)’이에요. 네이처 아쿠아리움에서는 ‘물 밑 경관’을 전시해요. 수조 안에 작은 물고기들도 있지만, 물고기들보다는 풍경 그 자체가 관람의 대상이 되어요. ‘물 밑의 단풍(Autumn leaves under water)’과 같은 이름의 수조에는 물고기 한 마리 없이 물 아래의 수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수조를 조성해 두었어요.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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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의 아름다움을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도록 조성한 환경도 한 몫 해요. 수조를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가로로 긴 직사각형으로 디자인하고, 공간의 조도를 낮췄어요. 마치 미술관처럼 자리 잡고 앉아서 감상할 수 있도록 공간 가운데에 넓은 평상을 설치해 두기도 했고요.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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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아쿠아리움은 ‘아쿠아스케이프의 마스터(The Master of Aquascape)’라 불리는 ‘타카시 아마노(Takashi Amano)’의 작품이에요. 도쿄, 리스본에 이어 삿포로에서 3번째로 설치된 상설 전시로, 수초가 우거진 수중 경관 속 작은 생태계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어요. 자연의 신비함과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죠. 수족관과 예술 작품의 경계를 넘나 들며 사랑, 외로움, 아름다움 등 다채로운 감정을 자극하는 검 덤이고요.
관점의 전환2.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전시
AOAO 삿포로에서부터 도보로 약 5분 거리에는 ‘마루젠 & 준쿠도 서점(MARUZEN&ジュンク堂書店)’ 삿포로점이 있어요. 이 서점에서는 2023년 8월 19일부터 한달 간 ‘호기심의 책상’이라는 페어가 진행되고 있어요. 수중 생물에 대한 책 65권을 선정해 소개하고 판매하는 이벤트였죠.
이 이벤트는 마루젠 & 준쿠도 서점이 AOAO 삿포로와 컬래버레이션해 진행한 페어였어요. 그런데 단순히 AOAO 삿포로가 수중 생물에 대한 지식을 살려 책을 큐레이션한 것이 아니에요. 그 출발점은 AOAO 삿포로 5층, 네이처 아쿠라리움 바로 옆에 위치한 ‘라이브러리 아쿠아리움(Library Aquarium)’이죠. 라이브러리 아쿠아리움에는 수중 생물에 대한 책이 가득한데, 이 곳에 있는 책 중 65권을 큐레이션해 마루젠 & 준쿠도에서 전시 및 판매를 한 거예요. 수족관과 도서관의 만남이라니, 생소하면서도 그럴 듯해요.
‘수조를 읽는다.’
라이브러리 아쿠아리움의 테마예요. 이름처럼 이 아쿠아리움은 도서관처럼 책을 읽을 수 있는 수족관이에요. 이 곳에서는 43종의 진귀한 수중 생물들을 전시하는데, 전시 생물과 관련된 전문 서적을 수조 옆에 비치해 뒀어요. 더 깊은 탐구를 위해 수족관 곳곳의 책장에다가 더 많은 책을 구비해 두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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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과 도서관의 만남이라니, 생소하면서도 그럴 듯하게 느껴져요. ⓒ시티호퍼스
라이브러리 아쿠아리움은 전시된 생물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적어둔 보통의 수족관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해요.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중 동물에 대해 그 자리에서 더 자세히 알 수 있도록 전문 서적의 도움을 받는 거죠. 호기심이 발동한 순간 어디에서나 앉아서 책을 통해 지적인 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수조 사이사이에 푹신한 의자를 배치해 뒀어요.
또한 라이브러리 아쿠아리움은 수족관 방문의 이유를 ‘엔터테인먼트’에서 ‘교육’으로 넓혔어요. 수족관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의 밀도와 깊이가 달라지는 건 물론이고요. 그래서일까요? AOAO 삿포로를 찾는 사람들은 어린 아이와 함께 온 가족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해요. 신기한 마음으로 동물을 구경하고 싶은 아이들부터, 보다 깊이 있는 지적 호기심을 장착한 어른들까지 누가 와도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니까요.
관점의 전환3. 펭귄 중심적 환경이 관람객을 위한 환경이다
네이처 아쿠아리움과 라이브러리 아쿠아리움이 위치한 5층을 지나 마지막 층인 6층에 올라가면 AOAO 삿포로의 스타를 만날 수 있어요. 22마리의 바위뛰기 펭귄들이 사는 곳이에요. AOAO 삿포로는 이 펭귄 구역도 남다르게 구성했어요. 관람객과 전시 대상의 구분이 모호하거든요. 4층과 5층에서는 분명 관람객들이 수중 자연을 구경했었는데 말이죠. 펭귄 구역에서는 펭귄이 사람을 구경하는 건지, 사람이 펭귄을 구경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예요.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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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에게 더 나은 환경이 관찰하는 관점에서도 더 좋은 환경이다.(どの生物にとってもより良い環境が 観察する視点からもより良い環境につながっています.)”
AOAO 삿포로가 펭귄 구역을 설계하며 고려한 원칙이에요. 펭귄이 살기 좋은 환경이 사람에게도 관람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 거죠. 환경이 펭귄의 습성을 반영해야 사람들도 그들의 자연스러운 생태를 관찰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AOAO 삿포로는 자연 속 바위뛰기 펭귄들의 특성에 맞춰 사육 환경을 디자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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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뛰기 펭귄들은 보통 높은 절벽에 서식해요. 그래서 다른 펭귄들처럼 뒤뚱뒤뚱 걷기보다는 바위를 오르거나 뛰어다니는 데에 특화되어 있어요. AOAO 삿포로는 바위뛰기 펭귄들이 이런 습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육각형으로 블록을 만들어 사육장의 높이에 편차를 만들었어요. 심지어 이 육각형 블록은 높낮이와 형태를 바꿀 수도 있어요. 사육장의 모습을 수시로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을 적용한 건 AOAO 삿포로가 세계 최초죠.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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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심적인 관점이 아니라 펭귄중심적인 환경을 만들어 놓으니 펭귄이 관람의 대상이 된다는 느낌보다는 펭귄의 일상을 사람들이 슬쩍 가서 구경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게다가 수조의 유리벽을 없애 펭귄들이 블록을 오르내리고 유유하게 수영하는 모습을 손에 닿을 듯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어요. 바위뛰기 펭귄이 사람을 보고 피하거나 도망가는 경우가 거의 없기에 가능한 구조예요. 오히려 자기들의 집에 놀러온 사람들이 신기하다는 듯 바위뛰기와 물놀이를 즐기며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여기에 하나 더. AOAO 삿포로는 낮 시간과 밤 시간의 모습이 달라요. AOAO 삿포로는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시간대에 맞춰 낮에는 환하게, 밤에는 어둡게 조명을 낮추거든요. 동물들에게도 낮과 밤이 있으니까요. 펭귄의 바이오리듬을 해치지 않고 수족관을 운영하는 거예요.
ⓒ시티호퍼스
같은 맥락에서 펭귄 구역 바로 옆에 위치한 ‘북극곰 베이커리&’도 낮에는 카페로, 저녁은 바로 운영해요. 낮에는 크루아상, 커피, 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하고 저녁에는 칵테일, 맥주, 샤퀴테리 등 술과 안주 메뉴를 판매하죠. 펭귄 구역 바로 옆에 테이블과 의자를 넉넉히 배치해 언제든 북극곰 베이커리에서 구매한 식음료를 즐길 수도 있어요.
낮 메뉴 ⓒAOAO Sapporo
저녁 메뉴 낮메뉴 ⓒAOAO Sapporo
펭귄 구역이 위치한 6층은 ‘광장’이라는 컨셉이 무색하지 않게 하나의 세계를 모두가 함께 즐기는 곳이에요. 펭귄도 그리고 사람도 놀고, 먹고, 쉬는 공간이죠. 인간과 자연의 구분이 무색하게 모두가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모두의 광장을 지향하고 있어요.
회색 도시 한 가운데에 펼쳐진 푸른 바다
이 밖에도 AOAO 삿포로에는 유니크한 공간들이 많아요. 바위뛰기 펭귄이 사는 구역 옆에는 ‘플랑크톤 룸(Plankton Room)’이 있는데요. 온갖 종류의 해파리들을 전시하는 곳이에요.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이 유려한 어른 해파리들을 감상할 수 있는 수조도 있고, 해파리를 성장 단계에 따라 구분해 둔 수조도 있어요. 미생물만한 사이즈의 아기 해파리부터 다 큰 어른 해파리까지 크기별로 해파리를 9가지 수조에 나누어 키워 해파리의 성장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죠.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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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크톤 룸 옆에는 북극곰 베이커리&이, 그 옆에는 ‘블루 룸(Blue Room)’이라 불리는 미디어 아트 공간도 있어요. 넓은 광장 같은 공간에 미디어 아트로 바닷 속을 표현해 환상적인 휴식 공간을 제공해요. ‘그린 룸(Green Room)’이라고 불리는 미니 식물원도 있는데 여기에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펭귄인 ‘쇠푸른펭귄’ 5마리가 살고 있어요. 이처럼 AOAO 삿포로에는 전시하는 생물도, 관점도, 방식도 다채로워요. 평범한 수족관이 아니라 ‘사람과 물 사이의 관계’에 대한 복합적인 체험을 제공하는 곳을 지향하기 때문이에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수족관에 대한 AOAO 삿포로의 기획 의도는 이름에도 반영되어 있어요. ‘아오(AO)’는 일본어로 ‘푸른(靑)’이라는 단어의 발음을 영어로 쓴 이름이에요. 삿포로 도심에 있으면서 푸른 바다나 민물 속 생물들의 풍부한 생태계를 만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는 뜻을 담고 있어요.
ⓒ시티호퍼스
AOAO를 삼각형과 동그라미로 형상화해 디자인한 로고에도 의미가 있어요. 각 삼각형과 동그라미 위에 하얀 점이 하나씩 찍혀 있는데요. 이 점들은 ‘생명의 빛’과 ‘생물을 관찰하는 눈’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죠. 이처럼 AOAO 삿포로는 생명의 신비를 정성스럽게 조명하고, 관람객들이 이를 관찰함으로써 물의 세계에 호기심과 경외를 가지게 되는 장소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표현한 거예요. 시작부터 수중 세계에 대한 존중을 품고 탄생한 AOAO 삿포로가 도심을 지키는 한, 삿포로는 푸른 바다를 심장에 품은 언제나 푸른 섬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Refer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