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의 크리에이티브에 취하는, 꼭 가봐야 할 바 3곳

타이피오카, 베스퍼, 아이언 볼스 디스틸러리 & 바

2022.08.05

여행가서 바(Bar)에서 술 한잔 하는 낭만이 있잖아요. 괜찮아 보이는 아무 바나 들어가서 술 한 잔을 마셔도 여행의 기분을 즐기기에 충분하지만, 기왕이면 바에서도 뭔가 영감과 자극을 받고 싶은 게 시티호퍼스의 마음이죠. 그래서 방콕의 크리에이티브에 취할 수 있는 바 3곳을 소개할게요. 바(Bar)가 바(Bar)지, 크리에이티브할 수 있겠냐고요?


맛보기로 설명드릴게요. ‘타이피오카’는 버블티의 쫄깃한 ‘타피오카’를 활용해 타이(태국)를 더한 언어유희로, 태국의 식재료를 재해석한 칵테일을 만들어요. ‘베스퍼’에는 대조 메뉴(Contrast menu)가 있는데, 돈 vs 영혼 등 메뉴에서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주죠. ‘아이언 볼스 디스틸러리 & 바’는 병모양부터 매장까지 틀을 깨는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어요.


방콕을
여행중이라면, 혹은 여행할 계획이라면 이 3곳의 바에서 여행의 기분과 여행의 영감을 동시에 누려보세요.



방콕에서 꼭 가봐야할 바 3곳

 #1. 태국의 맛을 한 잔의 칵테일로 재해석한 칵테일 바 - 타이피오카

 #2. 서로 반대되는 것들이 만드는 정반합의 맛 - 베스퍼

 #3. 병모양부터 감각적인 방콕의 로컬 크래프트 진 - 아이언 볼스 디스틸러리 & 바






방콕에서는 잠을 자기가 아쉽습니다. 방콕의 밤은 낮만큼이나 다채롭거든요. 비단 아름다운 차오프라야 강 너머로 노을이 지는 모습이나 저마다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도시의 풍경을 수놓는 건축물들을 조망할 수 있는 루프탑 바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에요. 백패커의 천국, 불이 꺼지지 않는 카오산 로드를 말하는 것도 아니고요.


방콕은 CNN이 선정한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도시’ 중 하나답게 세계적 수준의 바들이 모여 있어요. 야경이 멋진 도시라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루프탑 바들이 유명하지만, 방콕 곳곳에 클래식한 칵테일 바, 스피크이지 바, 재즈바 등 온갖 종류의 바들이 숨어 있죠.


그 중에서도 호기심 가득한 시티호퍼스를 위해 방콕의 크리에이티브를 엿볼 수 있는, 동시에 방콕이 아니라면 즐길 수 없는 바들을 소개할게요. 태국의 식재료로 칵테일을 만드는 ‘타이피오카(Thaipioka)’, ‘다름’을 한 잔의 칵테일로 표현하는 ‘베스퍼(Vesper)’, 태국 최초로 크래프트 진(Gin)을 만든 ‘아이언 볼스 디스틸러리 앤 바(Iron balls distillery & bar)’까지 저마다의 컨셉으로 방콕의 로컬 문화를 담아낸 바들이에요.



#1. 태국의 맛을 한 잔의 칵테일로 재해석한 칵테일 바 - 타이피오카

‘타이피오카’는 버블티의 쫄깃한 ‘타피오카’에서 나온 언어유희예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태국의 식재료를 활용한 칵테일을 만들어요. 단순히 태국산 식재료를 칵테일에 활용하는 게 아니라 칵테일에 전혀 사용되지 않을 법한 태국의 식재료들을 사용해 창의적으로 재해석하죠. 그야말로 태국에서만, 그것도 타이피오카에서만 맛볼 수 있는 칵테일들이에요.


칵테일 메뉴 자체는 진토닉, 하이볼, 위스키 사워 등 익숙한 메뉴인데 각 칵테일에 판단(Pandan), 마살라 차이, 코코넛 버터, 자두&칠리 소금, 국화 등 기상천외한 태국의 식재료를 넣어 트위스트를 줘요. 재료만 보면 맛을 상상하기 힘들지만 의외로 조화로운 맛에 눈이 번쩍 뜨여요. 칵테일의 완성도가 컨셉이 힘을 더하는 순간이에요.



판단은 그윽한 단맛과 향을 내는 열대 식물로,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요리에 널리 쓰이는 식재료예요. 판단 잎을 우려 낸 진(Gin)에 토닉 워터를 섞어 판단 진토닉을 만든 후, 판단 잎으로 데코를 했어요. ⓒ시티호퍼스



왼쪽은 국화가 들어간 진 베이스의 칵테일이고, 오른쪽은 레몬그라스와 열대과일 리치 등이 들어간 진토닉이에요. ⓒ시티호퍼스


바의 분위기도 모던 아시안을 지향해요.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코 끝을 은은하게 자극하는 아로마 향과 더불어 전반적인 인테리어도 나무 소재와 어두운 조도의 붉은색 조명을 사용해 신비한 아시안 무드를 연출해요. 도자기 컵이나 일본 스타일의 심플하고 얇은 유리컵에 칵테일을 서빙해 주고, 나무 소재를 활용해 수작업으로 만든 코스터를 사용해요.




바 내부 전반에 걸쳐 신비로운 태국의 이미지를 후각과 시각으로 전달해요. ⓒ시티호퍼스


타이피오카는 방콕의 힙한 칵테일 바를 이미 여럿 성공시킨 팀이 만든 바예요. 신성 기하학을 컨셉으로 메뉴를 구성한 ‘Q&A’, 레트로 중국풍의 ‘딤딤(Dim Dim)’, 스피크이지 바 ‘슈가 레이(Sugar Ray)’ 등이 대표적이죠. 방콕에서 바 호핑을 계획 중이라면 타이피오카를 시작으로 컨셉이 돋보이는 바들을 탐방하는 건 어떨까요? 가벼운 취기와 함께 창의적 영감이 여러분에게도 찾아올지 몰라요.





타이피오카는 Salil Hotel 1층에 위치해 있어요. 이렇다할 간판은 없고 호텔 입구 쪽에 놓여 있는 입간판이 다예요. 알고 찾아가지 않으면 찾기 힘든 곳이랍니다. ⓒ시티호퍼스



 Tips to share 

 주말에는 DJ 공연을 하기도 해요. 타이피오카 페이스북에서 공연 일정을 확인하세요.

- 타이피오카는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좋은 바예요. 주말 저녁에는 자리가 없을 수 있으니 저녁 식사 직후에 가는 것을 추천해요.


 Where to find 

Thaipioka

44/7, Thonglor Soi 1, Sukhumvit 55, Sukhumvit Road, (Salil Hotel), Klongton Nua,, Wattana, Bangkok 10110 태국




#2. 서로 반대되는 것들이 만드는 정반합의 맛 - 베스퍼

방콕은 하이쏘와 로쏘*, 복잡함과 여유, 전통과 혁신 등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것들이 한 데 어우러져 생명력을 갖는 도시예요. 불교 국가로서 보수적인 사회 규범을 유지하면서도, 개인의 성적 지향과 정체성에 대해서는 관대한 도시이기도 하고요. 선과 악에 대해서는 구분하지만 같음과 다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도시라고 할 수 있죠.


*High Society, Low Society에서 파생된 줄임말로, 하이쏘는 왕가, 귀족, 고위 정치인, 재벌 등 권력층과 전통적인 부자를 의미하고 로쏘는 대부분의 서민을 통칭함


'베스퍼'는 이런 방콕의 모습을 한 잔의 칵테일에 담은 바예요. 베스퍼는 대비되는 것들, 상반되는 개념을 조화로운 하나의 칵테일로 표현해요. 이런 메뉴들을 ‘대조 메뉴(Contrast menu)’라고 부르는데, 대조 메뉴에는 ‘알딸딸한/멀쩡한(Tipsy/Sober)’, ‘더러운/깨끗한(Dirty/Clean)’ 등의 가벼운 주제부터 ‘돈/영혼(Money/Soul)’, ‘성소수자/남성/여성(LGBTQ+/Male/Female)’ 등과 같이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메뉴들도 있어요.



베스퍼의 Money/Soul 칵테일이에요. ⓒVesper Instagram (@vesperbkk)


베스퍼의 칵테일이 특별한 건, 단순히 메뉴 이름만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반대되는 개념을 칵테일 재료나 프리젠테이션에 반영해 표현하기 때문이에요. 컨셉이 칵테일의 이름을 넘어 칵테일 그 자체로 구현되니 더 설득력을 가져요.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에서 영감을 받은 ‘미녀와 야수(Beauty & The Beast)’ 칵테일은 애니메이션 속 빨간 장미를 모티브 삼아 칵테일 위에 빨간 장미를 얹어서 내어줘요. ‘돈/영혼’ 칵테일 위에는 먹을 수 있는 달러 모양의 데코를, ‘성소수자/남성/여성’ 칵테일에는 무지개색 젤리를 얹어 주고요. 칵테일의 테마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메뉴들이에요.



장미꽃이 장식으로 올라간 Beauty & The Beast 칵테일이에요. ⓒVesper



LGBTQ+를 상징하는 무지개 색 젤리가 특징인 LGBTQ+/Male/Female 칵테일이에요. ⓒVesper Instagram (@vesperbkk)


한편 칵테일에 들어가는 재료로 주제를 구현한 칵테일들은 더 흥미로워요. ‘어린/늙은(Young/Old)’ 칵테일에는 명품 보드카 ‘케텔 원(Ketel One)’, 주정 강화 와인인 ‘토니 포트(Tawny Port)’ 등으로 어른의 맛을 표현한 반면, 레고 모양의 초콜릿과 초코 파우더인 ‘마일로(Milo)’ 등을 칵테일에 넣어 키덜트의 마음을 자극해요. ‘피자/파인애플’ 칵테일은 찬반이 갈리는 피자 토핑인 파인애플과 피자를 칵테일로 표현해 칵테일에 오레가노, 토마토 즙, 파인애플 등을 넣는 식이죠.



칵테일에 레고 모양의 초콜릿을 넣어서 서빙해 주는 Young/Old 칵테일이에요. ⓒVesper Instagram (@vesperbkk)


메뉴 속 위트에 웃음이 피식 나는 베스퍼지만, 칵테일의 퀄리티는 우습지 않아요. 뛰어난 칵테일 맛과 서비스 덕분에 ‘더 월드 50 베스트 바(The World’s 50 Best Bar)’에서 선정한 ‘아시아 50 베스트 바(Asia’s 50 Best Bars)’에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어요. 순위를 맹신할 필요는 없지만, 50위 안에 든 방콕의 바가 5개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콕에서 손꼽히는 칵테일 바라는 건 인정할 만해요.


너무 달라 섞일 수 없을 것만 같은 소재들이 한 잔의 칵테일이 되는 베스퍼는 조화의 멋을 아는 방콕에 있기에 의미가 더 남달라요. 방콕의 매력을 흠뻑 느끼고 방콕을 떠나기 하루 전, 마지막 밤을 보내기에 베스퍼만한 바가 또 있을까요?



 Tips to share 

• 매일 오후 5시 반부터 8시까지 ‘아페리티보 아워(Aperitivo Hours)’가 진행되어요. 500바트에 1잔의 아페리티프 칵테일과 3가지 치케티(Cicchetti, 이태리식 애피타이저)를 먹을 수 있어요.

 칵테일 메뉴를 비정기적으로 바꾸어 새로운 대조 테마를 선보여요. 2022년 8월 기준, 벌써 3번째 에디션이죠. 다음에 가면 지금 있는 칵테일 메뉴들이 없을 지도 몰라요.


 Where to find 

Vesper Cocktail Bar

10/15 Sala Daeng 2 Alley, Silom, Bang Rak, Bangkok 10500 태국




#3. 병모양부터 감각적인 방콕의 로컬 크래프트 진 - 아이언 볼스 디스틸러리 & 바

방콕의 몇 안되는 로컬 크래프트 진 중에 글로벌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진 브랜드가 있어요. 태국 최초의 크래프트 진 브랜드이자 방콕 시내 한 복판에서 진을 양조하는 ‘아이언 볼스(Iron Balls)’예요. 


아이언 볼스는 2019년 파리에서 열린 ‘칵테일 & 스피릿 페어(Cocktails & Spirits Fair)’에서 혁신 부분 최고 진에 이름을 올렸고, 2021년에는 가장 큰 주류 매거진인 ‘더 스피릿 비즈니스(The Spirit Business)’에서 베스트 진으로 선정하기도 했어요.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큼 퀄리티가 뛰어나지만, 아이언 볼스가 양조장 허가를 받은 건 10년이 채 안되요. 2015년에 양조장 허가를 받았는데, 태국에서 31년 만에 신규 양조장 라이선스를 받은 것이라고 해요. 불교 국가답게 주류 생산에 보수적이고 엄격하게 법 적용을 하기 때문에 양조장 라이선스를 받는 일이 매우 어렵거든요.


어렵게 허가를 받은 만큼 최고 원료, 소량 생산, 수제 병입을 원칙으로 장인 정신을 담아 진을 만들어요. 진을 양조하는 증류기도 독일에서 최고급으로 수입해 아이언 볼스 양조장에 맞게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했어요. 창업부터 생산까지 3년 반이 걸렸고, 600가지 이상의 레시피와 2천 번 이상의 테스트를 거쳤다고 해요. 이후 보드카까지 생산해 지금은 진과 보드카를 모두 양조하고 있어요.


진의 맛과 퀄리티는 말할 것도 없고요. 보통 진은 호밀이나 보리를 원료로 만드는데 아이언 볼스 진에는 동남아시아에서 나는 식재료들을 가미한 프리미엄 진이에요. 정확한 레시피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파인애플, 코코넛,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 생강, 레몬그라스, 심지어 고수까지 들어간다고 해요. 군침도는 상큼함과 오래 지속되는 트로피컬 풍미가 특징이에요.



아이언 볼스의 보드카(왼쪽)와 진(오른쪽)이에요. 돔 형태의 병 모양은 아이언 볼스의 시그니처 디자인이에요. ⓒIron Balls


아이언 볼스의 진이 궁금하다고요? 아이언 볼스 진은 방콕의 힙하다는 편집숍이나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도 있지만, ‘아이언 볼스 디스틸러리 앤 바’에 가면 아이언 볼스 진의 매력을 훌륭한 퀄리티의 칵테일로 맛볼 수 있어요. 특유의 거칠고 맥시멀한 인테리어 덕분에 비일상적인 분위기를 누릴 수 있는 건 덤이고요.



바의 천장은 아이언 볼스의 공병으로 장식되어 있어요. ⓒ시티호퍼스



‘엔진’ 컨셉의 인테리어 요소들이 돋보여요. ⓒ시티호퍼스



층고가 높아 2층 좌석도 있어요. ⓒ시티호퍼스


아이언 볼스의 주류 메뉴는 단순해요. 6가지 아이언 볼스 앤 토닉 메뉴와 12가지 칵테일이 준비되어 있어요. 아이언 볼스 앤 토닉은 토닉 워터가 들어간 칵테일인데, 베이스를 진으로 할지 보드카로 할지 고르면 돼요. 칵테일도 물론 아이언 볼스 진이나 보드카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이고요. 신선한 부재료와의 조화를 이루어 아이언 볼스 주류들의 진가를 느낄 수 있어요.



아이언 볼스의 진이 들어간 칵테일이에요. 복합적인 시트러스와 트로피컬 노트가 인상적이에요. ⓒ시티호퍼스


아이언 볼스는 ‘바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애슐리 서튼(Ashley Sutton)’의 브랜드예요. 원래는 바를 전문으로 디자인하다가, 방콕에 진 증류소를 차리기에 이르른거죠. 바 디자이너로서 증류소만 만들 이유가 없으니, 이 곳에서 증류한 진을 활용한 칵테일을 맛볼 수 있도록 바도 함께 오픈한 거예요.



DJ도 상주해 바 분위기를 더 신나게 만들어요. ⓒ시티호퍼스


애슐리 서튼은 방콕을 포함해 홍콩, 도쿄, 쿠알라룸푸르, 항저우 등 동아시아 주요 도시에 수많은 바를 만들었어요. 그 중에서도 방콕은 그가 가장 많은 바를 오픈한 곳으로 주요 무대라고 볼 수 있죠. 방콕에는 아이언 볼스 디스틸러리 앤 바 외에도 J.보로스키(J. Boroski), 매기 추(Maggie Choo’s), 씽씽씨어터(Sing Sing Theater) 등 애슐리 서튼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나이트 라이프 스팟들이 있어요. 애슐리 서튼의 창의력 덕분에 방콕의 밤이 더 다채로워진 듯 해요.



 Tips to share 

• 아이언 볼스 디스틸러리 앤 바에서는 아이언 볼스의 진이나 보드카를 보틀로도 구매가 가능해요.

 아이언 볼스 디스틸러리 앤 바는 양조장과 바를 겸하기 때문에 30분짜리 양조장 투어를 할 수 있어요. 다만 사전 예약이 필수예요.


 Where to find 

Iron Balls Distillery & Bar

Park Lane Ekkamai, G/F, Soi Sukhumvit 63, Thailand, Watthana, Bangkok 10110 태국







Reference

타이피오카 페이스북

 Thaipioka, Rowan Usher, BK Magazine

 베스퍼 공식 웹사이트

 베스퍼 인스타그램

 더 월드 50 베스트 바 공식 웹사이트

 아이언 볼스 공식 웹사이트

 Iron Balls – Thailand’s Craft Gin, Alexey Poltavskiy, Gu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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