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들었다 놨다한 핑크 곰, 위로와 희망으로 방콕을 껴안다

벨리곰

2024.02.14

전국 각지에 웬 핑크색 곰돌이가 출몰하고 있어요! 다들 한 번 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벨리곰’ 말이에요. 원래 벨리곰은 유튜브에서만 볼 수 있던 캐릭터였어요. 2018년에 ‘놀래키기’ 콘텐츠로 유튜브에 등장했죠. 인기가 올라가자 2022년에 유튜브 세상 밖으로 나오기로 했어요. 


첫 외출은 잠실 롯데월드타워 월드파크. 당시 15미터 크기의 초대형 벨리곰이 전시돼 큰 화제가 됐어요. 너나 할 것 없이 거대 핑크 곰과 사진을 찍으러 사람들이 모였어요. 이때 몰린 인파만 350만명이에요. ‘초심자의 행운’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잠실 전시 이후 벨리곰은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DDP, 더현대, 전주 시청 등에서 초대형 전시를 진행했는데요.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누적 바이럴 인스타그램 게시물만 약 7만개 이상이죠. 


나들이를 나가 사람 만나기를 즐기는 ENFP 핑크 곰 친구 벨리곰. 이젠 한국이 갑갑했는지 세계로 나가고 있어요. 2023년 11월에는 방콕의 대표 백화점 ‘시암 디스커버리’를 통해 대대적인 전시를 열었는데요. 라이선싱 계약을 맺고 시작한 첫 해외 나들이죠. 벨리곰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이 시작된 거예요. 그렇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한 벨리곰의 모험을 따라가 볼게요.


벨리곰 미리보기

 #1. ‘목격’이 돼야 모든 게 시작된다, 규모의 전시

 #2. ‘많이 팔겠다’가 아니라 ‘같이 키우겠다’, 선택의 기준

 #3. 휴머니즘으로 ‘위로’를 판다, 캐릭터의 조건 

 팬덤이 있는 한, 캐릭터는 계속 자란다




서울 홍대 일대, 사람 크기의 분홍색 곰 인형 하나가 거리에 서 있어요. 옆에서 사진도 찍고, ‘이게 뭐지?’하며 기웃거리던 행인들은 일순간 깜짝 놀라 소스라칩니다. 조형물인 줄 알았던 곰 인형이 갑자기 움직이며 사람들을 놀래켰거든요.


조회수 589만회의 한 유튜브 영상이에요. 영상 속 곰 인형의 정체이자 유튜브 채널의 주인은 바로 벨리곰! 동글동글한 분홍색 벨벳 몸에, 웃는지 우는지 모를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귀여운 곰 친구죠. 이 벨리곰은 그냥 곰 인형이 아니라 SNS 구독자 160만명을 보유한 초 거대 인플루언서예요.



ⓒBellygom



ⓒBellygom


이 분홍 곰 친구는 2018년 태어났어요. 2022년에는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할 정도로 한국 대표 캐릭터가 됐죠. 얼마나 잘 나가냐고요? 2024년 1월 기준, 벨리곰 관련 매출액은 200억원 이상이에요. 2022년 3월 론칭한 굿즈 매출액은 50억원이 넘고요. 그렇다면 이 사랑스런 캐릭터는 누가, 왜 만든 걸까요? 


벨리곰은 롯데홈쇼핑에서 만들었는데요. 2018년 당시, 롯데홈쇼핑의 가장 큰 고민은 홈쇼핑 산업이 나이가 들고 있단 거였어요. 홈쇼핑의 고객 타깃은 점점 중장년층으로 올라갔고, 새로운 젊은 고객을 유치하기 힘든 상황이었죠. 그래서 롯데홈쇼핑은 사내 벤처 문화를 만들었어요. MZ 사원들을 중심으로, 업무시간의 10분의 1을 투자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보라고 했죠. 그 문화가 발전돼서, 지금은 ‘텐잉(10ing)’이라고 불리고 있어요.


그러던 중, ‘벨리곰의 아빠’라 불리는 유현진 책임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했어요. 유 책임은 “MZ 팬덤을 만들 수 있는 캐릭터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죠. 그렇게 탄생한 친구가 벨리곰이에요.


그런데 국내의 젊은 세대를 타깃하기 위해 만든 벨리곰의 인기가, 지금은 물 건너까지 퍼지고 있어요. 이미 구독자의 40%가 해외 팬덤이죠. 라이선스 계약을 통한 매출액은 약 150억원에 달하고요. 해외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2023년, 벨리곰은 라이선스를 계약하고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했는데요. 그 첫 데스티네이션이 바로 방콕이에요!


벨리곰은 태국 제조·유통 기업 T.A.C.C(T.A.C consumer PCL)와 캐릭터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하고 방콕에 진출했어요. 2023년 11월 17일부터 2024년 1월 14일까지 방콕의 대표 MZ 타깃 백화점, 시암 디스커버리에서 대규모 전시를 진행했죠. 방콕 대표 백화점의 연말연초 모객을 담당한 거나 마찬가지예요.


실제로 시티호퍼스가 시암 디스커버리에 방문했을 때, 백화점 입구부터 외벽, 광장, 내부 조형물까지 온통 벨리곰으로 장식되어 있었어요. 4m 크기의 벨리곰 전시물 앞에서 기념 사진도 찍었죠. 그런데 어쩌다 시암 디스커버리는 벨리곰 왕국이 되어버린 걸까요? 벨리곰의 글로벌 진출을 담당하고 있는 롯데홈쇼핑 박혜완 IP커머스팀 수석을 직접 만나, 자세히 물어봤어요.



ⓒ시티호퍼스



#1. ‘목격’이 돼야 모든 게 시작된다, 규모의 전시

벨리곰은 유튜브 콘텐츠 속 주인공으로 처음 세상에 발을 내딛었어요. 벨리곰의 역할은 ‘홈쇼핑 업계에 더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이는 것’이었죠.


“‘홈쇼핑’ 하면 대부분 ‘우리 엄마가 즐겨보는 프로그램’ 정도로 생각하시죠. 그래서 2018년 당시, 회사 내부에서도 새로운 비전을 가져다 줄 신규 사업에 대한 니즈가 굉장히 컸어요.”

- 박혜완 수석, 시티호퍼스 인터뷰에서 (이하 박혜완 수석)


새로운 비전을 만들기 위해 롯데홈쇼핑은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했어요. 특히 20~30대의 젊은 직원들로부터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 받았죠. 그 중 채택된 것이 벨리곰의 유튜브 사업이었어요. 롯데홈쇼핑의 본업이 홈쇼핑이다 보니, 이미 스튜디오 및 편집 인력 등이 갖춰져 있는 상태였죠. 유튜브 사업은 기존 자원을 활용하면서 바로 시작해볼 수 있었어요. 또, 캐릭터 사업은 원천 IP를 통해 여러 갈래로 확대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고요.


그렇게 오픈한 벨리곰 유튜브 채널. 주력 콘텐츠는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흔히 ‘깜짝 카메라’라고 불리는 프랭크 비디오, 다른 하나는 ‘대기실 찾아가기’ 등 연예인과의 컬래버레이션이었죠. 이 두 콘텐츠는 직관성과 글로벌 면에서 효과가 있었어요. 프랭크 비디오는 언어의 장벽이 없는 논버벌(Non-verbal) 콘텐츠라는 점과, 컬래버레이션하는 연예인들의 팬덤 효과는 해외 구독층을 유입시켰죠. 두 콘텐츠를 통해 벨리곰 유튜브 채널은 누적 조회수가 2억만뷰 이상이에요. 해외 구독자가 40%나 되고요.



ⓒBellygom



ⓒBellygom


다만, 초기 2~3년만 해도 벨리곰은 유튜브 스타에 지나지 않았어요. 본격적으로 벨리곰이 오프라인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22년, 잠실 롯데타워 광장에서 열린 대형 벨리곰 전시가 계기였죠.


“2022년 잠실에서 처음 열렸던 전시는 저희끼리 ‘떡상 모먼트’라고 말해요. 벨리곰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주목 받고, 수많은 컬래버레이션 러브콜을 받게 됐죠. 벨리곰이 대세 캐릭터에 합류하게 된 터닝 포인트였어요.”

- 박혜완 수석


2022년 4월 1일부터 24일까지 약 20일간, 롯데월드타워 월드파크에는 15미터의 대형 벨리곰이 등장했어요. 초 거대 벨리곰과 사진을 찍기 위해 3주 동안 약 350만명이 모였죠. 관련 매출은 4억원을 기록했고요.


“잠실 전시는 유튜브에서만 살았던 벨리곰이, 처음으로 오프라인 세상에 발을 내디딘 도전이었어요. 캐릭터는 정말 내 옆에 있는 ‘친구’처럼 느껴져야 해요. 그런데 유튜브에만 갇혀 있으면 생동감이 덜하죠. 실제로 내 눈에 보이는 친구로 느껴지게 만들려면, 화면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 박혜완 수석



2022년 4월 롯데월드타워 월드파크에서 열렸던 벨리곰 전시. ⓒBellygom



2023년 4월 롯데월드타워 월드파크에서 열렸던 벨리곰 전시. ⓒBellygom


잠실 전시는 롯데물산과 협업했어요. 2월에 롯데물산과 협의를 시작해, 4월에 전시를 열었으니 준비 기간은 단 두 달이었죠. 빠듯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당시 벚꽃 시즌과 거리두기 해제 타이밍이 맞물려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었어요. 모객을 위해 엄청난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도 아니었어요. 팝업 행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진 찍어 올려주시면 풍선 드립니다. 스티커 드립니다.” 같은 보상형 이벤트도 하지 않았고요. 롯데홈쇼핑은 그 어떤 것도 고객들에게 요청하지 않았어요.


“단기간에 팔로워를 모은다는 식의 KPI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거든요. 벨리곰은 ‘사랑 받아야 하는 존재’이지, ‘홍보 수단’이 되어선 안 돼요. 벨리곰은 고객 풀을 넓히고, 2030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연결다리죠. 결국, 전시의 가장 큰 목표는 벨리곰을 사랑해줄 수 있는 2030 고객들의 눈에 띄는 거였어요.”

- 박혜완 수석


‘목격’ 자체가 목표였기 때문에, 벨리곰 전시는 15미터라는 거대한 크기로 진행했어요. 눈에 띄는 분홍색 컬러, 동그랗고 귀여운 외모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고요. 실제로 벨리곰 전시는 별다른 모객 행사 없이도 당시 MZ 세대의 트렌드가 됐죠.


“이리 와서 벨리곰을 찍어, 하면서 소문 내고 싶지 않았어요.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벨리곰 옆에 서기를 바랐죠. 공공재 성격을 원했던 거예요. 다행히도, 정말 고객들이 먼저 줄을 서고 자발적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더라고요.”

- 박혜완 수석


잠실 전시 이후 벨리곰은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DDP, 더현대, 전주 시청 등에서 초대형 전시를 진행했는데요.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누적 바이럴 인스타그램 게시물만 약 7만개 이상이죠. 



2023년 5월 DDP에서 열렸던 ‘비-포레스트(B-Forest):이상한 DDP의 벨리곰’ ⓒBellygom



2022년 8월 더현대 서울 ‘플레이 인 더 박스’에서 열린 벨리곰 팝업스토어. ⓒBellygom



전주페스타 2023에 전시된 벨리곰. ⓒ전주시


또한 벨리곰 전시는 해외로도 발을 뻗는 중이에요. 2022년 두바이, 독일, 뉴욕에서 열린 대한민국 브랜드 엑스포, 2023년 베트남 다낭 롯데 면세점, 그리고 방콕의 시암 디스커버리와 도쿄까지. 벨리곰이 처음으로 전시를 연 해외 도시는 뉴욕이었어요. 2022년 9월 뉴욕에서 열린 대한민국 브랜드 엑스포였죠. 당시 반응은 어땠을까요?


“애초에 벨리곰이 논버벌 캐릭터인 것도 해외 팬덤을 염두에 둔 거였어요. 또, ‘곰’이라는 캐릭터는 이미 국가 불문 사랑받을 수 있는 조건이죠. 저희는 벨리곰이 문화가 다른, 처음 보는 사람들한테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 박혜완 수석


박 수석은 기쁜 마음으로 당시 현장 사진을 보여줬어요. 나이도, 국적도 다른 사람들이 거대한 벨리곰 앞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었죠. 



2022년 9월 뉴욕에 전시된 벨리곰. ⓒBellygom



2022년 9월 뉴욕에 전시된 벨리곰. ⓒBellygom



#2. ‘많이 팔겠다’가 아니라 ‘같이 키우겠다’, 선택의 기준

벨리곰은 대한민국 대표 캐릭터가 됐어요. 2020년 펭수, 2021년 잔망루피에 이어 2022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죠. 이 기회로 벨리곰은 세계 최대 규모의 브랜드 라이선싱 엑스포에 참가할 수 있게 됐어요. 벨리곰의 본격 해외 출장이 시작된 거죠. 박 수석은 처음으로 라이선싱 엑스포에 참여했을 때를 아래와 같이 회상했어요.


“처음엔 큰 기대 없이 다른 글로벌 캐릭터들 사이에서 벨리곰의 경쟁력을 살펴보자는 마음으로 참여했었죠. 그런데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어요. 정말 작은 테이블에 벨리곰 인형 올려놓고 저랑 직원 두 명이 부스를 지키는데, 예약이 꽉 찰 정도로 많은 바이어들이 몰려왔어요. 모든 부스 중에서 미팅을 가장 많이 했어요.”

- 박혜완 수석


그렇게 2023년 6월, 벨리곰 크루는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브랜드 라이선싱 엑스포에서 T.A.C.C.를 바이어로 처음 만나요. 벨리곰의 첫 해외 진출을 돕고 있는 방콕의 라이선싱 에이전시죠. T.A.C.C.는 2002년 설립된 태국의 라이프스타일 종합 회사예요. 인기 일본 캐릭터 리락쿠마를 개발한 일본의 산엑스(SAN-X)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태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 7개국에 리락쿠마 굿즈를 판매하고 전시를 운영한 노하우가 있었죠. 


그런데 줄서 있던 수많은 바이어 중에 T.A.C.C.와 손잡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 수석은 “많이 팔아주겠다”는 바이어보다 “같이 키우겠다”는 바이어를 더 반겼대요.


“당장 ‘2억원어치 3억원어치 사가겠다’는 리테일 바이어보다, 한국에서 벨리 크루가 벨리곰을 키우고 있듯, 현지에서 벨리곰을 케어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게 우선이었어요. T.A.C.C.를 선택한 이유는 실제로도 벨리곰을 아껴줄 만한 ‘사랑스러운 엄마’ 같은 분들이셨기 때문이에요. 사실, 저희는 ‘벨리 안에 누가 있어?’ 같은 질문을 좋아하지 않아요. 벨리는 벨리 그 자체잖아요. 그런데 T.A.C.C. 분들은 그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어요.”

- 박혜완 수석


T.A.C.C.가 벨리의 선택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진정성에 있었어요. 한 번은 1.8미터 크기의 벨리곰을 태국에 출장 보냈는데, T.A.C.C.는 벨리곰을 케어하기 위한 전담 콘텐츠 팀을 꾸렸죠. 그 중에는 벨리곰의 매니저 역할을 담당하는 직원도 있었어요.


“결국 진정성이 가장 중요했어요. 저희에겐 우리 가족을 맡기는 거나 다름 없었으니까요. T.A.C.C. 분들은 벨리곰이 넘어지기라도 하면, 모두 달려오셔서 케어해주시는 분들이에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우리의 선택이 옳았구나, 느꼈어요.”

- 박혜완 수석



시티호퍼스와 인터뷰 중인 박혜완 롯데홈쇼핑 IP커머스팀 수석. ⓒ시티호퍼스


T.A.C.C.는 벨리곰을 키우고자하는 의지와 포부도 엄청났어요. 그들의 첫 목표가 바로 시암 센터에서 벨리곰 전시를 여는 거였죠.


“T.A.C.C와 MOU를 맺으러 태국에 방문했을 때, T.A.C.C 측에서 시암 센터를 지나가면서 말하는 거예요. ‘우리 여기서 전시하고 싶어요’ 하면서요. 시암 센터는 방콕 쇼핑의 1번지잖아요. 관광객들의 출국과 입국을 맡고 있는 아이콘 같은 곳이죠. 그런데 정말 T.A.C.C에서 한 달 만에 시암 그룹과 계약을 따 온 거예요.”

- 박혜완 수석


실제로 T.A.C.C는 롯데홈쇼핑과 MOU를 9월에 맺은 후, 10월에 바로 태국 최대 리테일 기업 ‘시암 피왓’과 협의를 진행했어요. 그리고 다시 한 달 만인 11월 17일, 방콕 대표 백화점 ‘시암 디스커버리’에서 전시를 시작했죠. 시암 디스커버리는 시암 피왓 그룹에서 운영하는MZ 타깃 럭셔리 백화점이에요. 특히 신세계백화점과 협업한 K-패션 브랜드 팝업 스토어 ‘K-fashion82’ 등이 입점해 있는 등, 한국 문화를 품고 있는 백화점이기도 하죠. 벨리곰과 타깃과 컨셉이 모두 맞아 떨어졌어요.


“3사의 니즈가 다 맞았어요. T.A.C.C는 방콕에서 벨리곰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고, 시암 피왓 그룹은 벨리곰을 모객에 활용하고 싶었고, 저희는 시암 디스커버리라는 공간에서 벨리곰이 방콕 럭셔리와 협업하는 큰 그림까지 그려보고 싶었죠.”

- 박혜완 수석


이번 전시는 시암 피왓 그룹이 전액을 투자해 이뤄졌어요. IP 사용료를 지불 받고, 방콕에 벨리곰을 알리기까지 할 수 있는 등 롯데홈쇼핑에게는 좋은 기회였죠. 이 기회를 최대로 활용하기 위해, 벨리 크루와 T.A.C.C는 함께 밤낮 없이 한 달 동안 전시를 준비했어요.


전시 기획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벨리곰의 오리지널 정체성과 현지화 사이의 균형이었어요. 시암 피왓 그룹에서 먼저 기획안을 보내면, 벨리 크루가 디자인을 다시 잡아 수정하는 식으로 진행됐죠. 작은 페이퍼, 온라인 디지털 소스까지 하나하나 모두 벨리 크루의 디자이너가 감수했어요.


“오리지널 컨트롤이 가장 중요했어요. 시암 측에서 컨셉을 제안하면, 그에 맞춰 저희가 팜플렛에 쓰이는 핑크색의 펜톤 컬러까지 다 지정해드렸죠. 저희 내부 디자이너는 벨리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방콕에 다녀올 정도였어요.”

- 박혜완 수석


이렇게까지 디테일에 집착한 이유는, 벨리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였어요.


“IP 저작권, 상표권 문제도 물론 있지만, 벨리가 품고 있는 의미 자체가 변하는 게 가장 큰 이슈였어요. 자세히 보면, 벨리는 보는 사람에 따라 표정이 다르게 느껴져요. 어떤 사람은 편하게 눈 맞추고 있다고 느끼고, 어떤 사람은 미소 짓는 것처럼 느끼죠. 그런 미묘한 차이가 있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공감해주는 곰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입꼬리 각도만 조금 바뀌어도 벨리가 품고 있는 의미가 훼손돼요.”

- 박혜완 수석


그렇다면 디테일까지 신경 써 문을 연 시암 디스커버리 전시,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백화점 입구 외부에는 큼지막한 벨리곰과 친구들 조형물이 고객을 반겨줘요. 벨리곰의 슬로건인 “Don’t Worry, Be Belly” 문구도 큼지막하게 설치되어 있죠. 내부 곳곳에도 벨리곰을 만날 수 있었어요. 벨리곰과 친구들이 나타나는 디지털 전시, 선물 박스 포토존, 벨리곰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 등이 볼거리를 만들었죠.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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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신경 쓴 공간은 중앙 광장의 4미터 크기 벨리곰 조형물과 전시 공간이었어요. 폐 페트병으로 만든 벨리곰 주유소와 크리스마스 트리, 들어가 볼 수 있는 벨리곰 하우스가 광장에 모여 있었어요.


“시암 디스커버리에는 15미터 크기의 기존 조형물이 아닌, 4미터 크기의 벨리곰을 만들었어요. 우리 팀의 테크닉 관리자가 방콕에 계속 가 있을 수 없으니, 너무 큰 조형물은 위험하다고 생각했죠. 대신, 존재감을 보강하기 위해 부수적인 요소들을 채워넣었어요.”

- 박혜완 수석



ⓒBellygom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그 중, 방콕에서만 만날 수 있는 조형물은 툭툭을 탄 벨리곰이에요. 박 수석은 이 역시 오리지널과 현지화 사이의 균형이 필요했다고 설명해요.


“사실, 시암 측에서는 태국 전통 의상을 입힌 벨리를 원했어요. 저는 반대했죠. 미키마우스가 한국에 왔다고 한복 입는 거나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그런 인위적인 커스텀보다는 벨리곰 원형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게 최우선이었죠. 그래서 벨리곰의 원형과, 방콕의 현지 문화를 섞을 수 있는 조형물로 저희 측에서 툭툭이란 아이디어를 냈어요.”

- 박혜완 수석



ⓒ시티호퍼스


고객 반응은 어땠을까요? 벨리곰 전시를 통해 시암 디스커버리는 59일 동안 총 300만명의 트래픽을 모았어요. 평일 평균 방문객은 4만5000명, 주말 방문객은 6만명에 달했죠. 이 외에도 각종 미디어, SNS 바이럴을 일으켰어요. 시암 피왓 측에서 환산한 미디어 가치는 약 9억원 이상이고요. 이 정도면 ‘효자곰’ 아니냐고 묻자, 박 수석은 되물었어요. “누구에게 효자여야 할까요?”


“이제 벨리곰이 ‘누구의 자식’이라고 느껴지지 않아요. 애초에 논버벌 캐릭터이니 국적도 없고, 앞에 ‘K’가 붙는 것도 의미가 없어 보여요. 디즈니 캐릭터들이 꼭 미국 국적인 건 아니니까요. 벨리곰 자체로 사랑받을 수 있는, 오리지널 슈퍼 IP로 남았으면 해요.”

- 박혜완 수석



ⓒBellygom



ⓒBellygom



#3. 휴머니즘으로 ‘위로’를 판다, 캐릭터의 조건

벨리곰은 해외에서 전시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해요. 그 중 벨리곰 시그니쳐인 ‘놀래키기’ 콘텐츠가 빠질 수 없죠. 벨리곰은 뉴욕 거리, 방콕 시장, 인도네시아 관광지 등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사람을 놀래켜요. 그런데, 벨리곰은 왜 이렇게 ‘놀래키기’를 좋아하는 걸까요? 혹시 그거 아세요? 벨리곰이 사실은 귀신의 집 출신이라는 거요!


벨리곰은 놀이공원에서 태어났어요. 귀신의 집 ‘헌티드 하우스’ 출신이죠. 그 곳에 방문한 어린이가 귀신 때문에 놀라 혼비백산해서 입에 물고 있던 풍선껌을 떨어뜨린 게, 벨리로 변신했어요. 그게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벨리곰의 탄생이에요. 귀신의 집에서 태어났으니, 벨리곰 역시 자연스레 귀신 역할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귀여운 얼굴 탓에 사람들이 하나도 안 놀라는 거예요. 벨리곰은 선배 귀신들에게 성과를 못 낸다며 구박을 받고, 결국 놀이공원에서 쫓겨나죠.


밖으로 쫓겨났지만 ‘놀래키기’ 본능이 어디로 가나요? 벨리곰은 거리에서도 사람들을 놀래키면서, 프랭크 비디오가 시작된 거예요. 그런데, 이런 벨리곰의 비하인드 스토리 처음 들은 분이 많으시죠? 사실 스토리를 드러내지 않는 것 역시 벨리 크루의 전략이에요.


“벨리곰을 예쁘고 귀엽게 보는 사람들도 스토리는 모를 때가 많아요. 제가 이렇게 스토리를 풀기 시작하면, ‘와 너무 재밌다’면서 의자를 당겨 앉아 경청하기 시작하죠. 사람들이 모르는 게 당연해요. 저희가 이런 스토리를 정리해서 설명서를 달거나 하지 않거든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캐릭터란, 스토리가 탄탄해서 사랑받는 건 아니거든요.”

- 박혜완 수석


대신, 스토리는 IP가 확장해나갈 때 방향성을 잃지 않게 잡아주는 이정표 역할을 해요. 그래서 벨리 크루는 하루 종일 세계관에 고민을 할 때도 많죠. 다만, 그 세계관과 스토리를 너무 강조해버리면 IP 사업의 본질을 흐리게 돼요. 다만, 벨리 크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캐릭터의 본질이 있어요. ‘휴머니즘’이 있는 캐릭터만이 사람을 위로할 수 있다고 하죠.


“팬들에게 스토리를 주입시키고, 세계관을 강조하는 것보다 팬들의 환상을 깨지 않는 게 더 중요해요. 우리가 드러낸 스토리가 만약 팬들의 상상과 다르다면 이질감이 들 테니까요. 여전히 벨리곰의 세계관은 팬들과 상호작용하고,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는 미완성 단계예요. 세계관은 완성되기보다 항상 열려 있어야 하죠.”

- 박혜완 수석


이처럼 벨리곰은 팬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데요. 시암 디스커버리 전시에서는 처음으로 벨리곰의 친구들이 소개됐어요. 이들은 호수 주변의 쓰러져가는 ‘벨리 빌라’에 함께 사는 이웃들이죠.


벨리랑 같이 사는 길고양이 꼬냥이는 몸에 난 상처를 가리기 위해 박스를 입고 다녀요. 너구리 달달구리는 벨리 때문에 솜사탕이 되어버려서 벨리를 싫어하죠. 빌라의 주인 마라마라는 다혈질 성격 탓에 화를 다스리기 위해 요가를 해요. 고슴도치 자아도치는 셀피 찍기에 중독돼 있어요. 이들은 모두 귀엽고 발랄하지만, 한구석에 상처가 있어요. 따지고 보면, 벨리곰 역시 직장에서 쫓겨난 실직자잖아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그 포인트가 가장 중요했어요. 캐릭터는 희망을 전하기 위해 존재해요. 벨리곰의 슬로건이 ‘Don’t Worry, be Belly’인 이유죠. 그런데, 상처를 보듬어주기 위해선 벨리곰 역시 상처가 뭔지를 알아야 하거든요. 사람은 어떤 때 슬프고, 왜 아픈지를요.”

- 박혜완 수석


벨리곰은 ‘휴머니즘’이란 핵심을 기준으로 변화해왔어요. 2018년 기획 당시 벨리곰은 제작비가 지금보다 저렴한 비닐 형태였죠. 그런데 ‘사람을 위로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미션이 생겼고, 달려가서 안기고 싶게끔 몸통을 부드러운 벨벳 재질로 변경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허그의 아이콘이 됐죠. 아이들은 벨리곰에게 달려가 안기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벨리곰을 한번씩 쓰다듬고, 벨리곰 얼굴에 손가락으로 하트 자국을 남기기도 해요.


“벨리곰에게 초기에 있던 코어는 딱 ‘행복 바이러스를 주는 캐릭터’였어요. 그런데, 사람이기 때문에 행복하길 원하는 거잖아요. 그 기본적인 가치를 위해서는 아픔을 품은, 인간적인 캐릭터여야만 하죠. 그래야 위로를 줄 수 있고, 그게 바로 사람들이 캐릭터에게 위로를 받는 이유예요.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주니까요.”

- 박혜완 수석



ⓒBellygom



ⓒBellygom



팬덤이 있는 한, 캐릭터는 계속 자란다

벨리의 첫 번째 팬은 다름 아닌 벨리를 키우고 있는 직원들이에요. 이들에겐 IP사업팀이라는 팀 이름이 있지만, 스스로를 ‘벨리 크루’라고 이름 붙이고, 벨리 크루의 명함도 따로 사용하죠.


“저희 크루를 보면, 그냥 회사원이 아닌 것 같아요. 회사 일이 아니라 정말 내 자식을 챙긴다는 느낌으로 일하거든요. 내가 벨리곰의 가족이다, 이런 생각이 투철한 친구들이기 때문에 촉박한 스케줄로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해낼 수 있는 거예요.”

- 박혜완 수석


벨리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박 수석은 말해요. 일하면서도 벨리곰에게 위로를 받는다고요. 그게 바로 IP 사업의 본질이죠.


“이게 IP가 주는 힘이죠. IP는 사람을 위로하는 사업이에요. 그리고 가장 먼저 위로 받는 게 저희 직원들이고요. 그래서 내가 벨리에게 위로를 받은 만큼, 조금이라도 더 해주고 싶어요.”

- 박혜완 수석



ⓒ시티호퍼스


박혜완 수석은 2023년 1월 벨리 크루에 합류했어요. 원래 홍보팀으로 롯데홈쇼핑에 입사했던 박 수석은 벨리곰을 맡게 되면 하고 싶은 일이 굉장히 많았죠.


“처음 벨리 크루에 들어왔을 때 제 목표는 벨리가 오바마랑 UN에서 연설하는 거였어요. 레이시즘 얘기도 할 수 있고, 벨리가 많은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런데 이제 알게 됐어요. 벨리는 그렇게 인위적으로 메시지를 전파하는 캐릭터가 아니에요. 갑자기 벨리곰이 연설을 한다고 상상하면, 얼마나 잘난 체 같겠어요.


이제는 벨리곰으로 ‘뭘 하려고’ 하기보다는 팬들과 함께 상호작용하면서 벨리곰이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자유롭게 풀어둬요. 저희의 일은 잘 서포트하는 거죠. 그게 지금까지의 성공 방식이었고, 벨리곰이 계속해서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예요.”

- 박혜완 수석


박 수석은 “팬덤이 있는 한 캐릭터의 성장은 멈추지 않는다”고 설명해요. 벨리곰이 태어난 지 이제 6년 째이지만, 벨리곰이 여섯 살인 건 아니죠. 디즈니가 100주년을 맞았다고 미키마우스가 100살은 아닌 것처럼요. 벨리곰은 지금의 20대 팬덤이 세월이 지나 60대가 되어도, 꾸준히 사랑받기만 한다면 계속 성장 중일 거예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벨리곰과 박혜완 수석.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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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벨리곰 공식 스토어

 벨리곰 유튜브 채널

 벨리곰 인스타그램

 놀이동산 ‘아싸’였던 벨리곰..."이젠 200억 몸값 인싸", ZDNet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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