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보틀은 커피 맛과 커피를 마시는 시간에 집중해요. 그래서 몇가지 원칙이 있어요. 우선 로스팅한지 48시간 이내의 원두만을 사용해 커피를 내려요. 또한 커피 맛과 향 그리고 대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와이파이와 콘센트도 없앴어요. 그뿐 아니라 매장이 넓어도 좌석을 빽빽하게 넣지 않고요.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일관된 이미지를 유지하는데, 유독 일본에서는 블루보틀의 틀을 깨고 나오는 매장을 볼 수 있어요. 일본 현지의 특성에 맞게 블루보틀 매장의 위치, 컨셉, 구성 등을 새롭게 하는 거예요. 심지어 무인 매장과 자판기까지 등장했어요. 그렇다면 블루보틀이 일본에서 변한 걸까요? 그럴 리가요.
블루보틀이 도쿄를 시작으로 일본에서 하고 있는 시도들을 보면, 도쿄에 가서도 블루보틀을 들를 이유가 생길 거예요.
오늘의 스토리는 도쿄의 새로운 뉴스를 배달해주는 ‘야마테센의 뉴스 배달부’와 함께 하는 콘텐츠예요.
블루보틀 재팬 미리보기
• 자기소개는 자기와 가장 어울리는 곳에서
• #1. ‘공원’과 일체화된 블루보틀
• #2. ‘편집숍’과 콜라보하는 블루보틀
• #3. ‘디지털 아트’를 접목한 블루보틀
• #4. ‘무인 시스템’을 도입한 블루보틀
• ‘감성 제일주의’를 구현하는 방법
도쿄 시부야에는 시간을 머금은 카페가 있어요. 바로 ‘차테이 하토우’예요. 1989년에 오픈한 이곳은 ‘차 정류장’이라는 뜻이에요. 이름처럼 따뜻하게 커피 한 잔 하면서 쉬어 갈 수 있는 곳이죠. 번잡한 시부야를 잠시 잊을 만큼 아늑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인데요. 찻잔, 소품, 인테리어 등을 버리거나 바꾸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 놓아, 세월이 만든 앤티크를 경험할 수 있어요.
커피 한 잔을 시키면 고급 바에서나 가능할 만한 세심한 접객이 시작돼요. 우선 100여가지 커피잔 중에서 고객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커피잔을 골라줘요. 조각 케이크를 주문하면 홀 케이크를 조각 내 잘라요. 단면이 마르지 않도록 주문을 받으면 자르는 거예요. 그리고 방금 자른 케이크를 커피를 내리는 잠깐 동안 냉장고에 넣어두죠. 온도 유지를 위해서예요.
또한 음료에 올라가는 휘핑 크림 모양이 망가지지 않게 스푼으로 하나하나 떠서 올려요. 그뿐 아니라 따뜻한 물로 잔과 받침을 미리 데우기까지 해요. 잔을 받을자마자 커피의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요. 이처럼 섬세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배려가 물 흐르듯 이어져요. 여기에다가 흔들림없이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의 모습에서, 몇십 년간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온 내공을 엿볼 수 있죠.
블루보틀의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도 2008년에 이곳을 방문했었어요. 그리고는 영감을 받았죠. 블루보틀을 진화시킬 때에 참고하기도 했고요. 그로부터 7년 후, 그는 블루보틀을 일본 도쿄에 열었어요. 아직 미국에도 진출할 곳이 많이 있는데, 먼저 아시아 시장으로 나선 거예요. 그는 블루보틀을 성장시키며 차테이 하토우를 비롯해 일본의 킷사텡 문화에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곳에 블루보틀의 아시아 지역의 첫 매장을 낸 거죠.
자기소개는 자기와 가장 어울리는 곳에서
일본에서 1호점 블루보틀이 도쿄에 들어선 곳은 누구나 아는,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번화가가 아니었어요. 지하철도 한죠몬 센 달랑 하나 뿐이거든요. 1호점은 키요스미시라카와는 굳이 이야기하면 부유층이 거주하는 주택가에 있어요. 근처에 키요스미 정원이라는 아름다운 관광지가 있기는 하지만, '도쿄 2박3일'같은 가이드 북엔 전혀 실리지 않는 동네 스폿일 뿐이죠. 먼저 이 키요스미시라카와를 1호점으로 고른 이유, 블루보틀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의 말을 들어볼게요.
"키요스미시라카와를 1호점으로 할 수 있었던 건 럭키라 생각해요. 1호점은 로스터리로도 운영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큰 시설일 필요가 있었어요. 도심에 만든다면 비용도 많이 들고, 맞지 않다 느꼈어요. 특히나 이스트 도쿄는 매우 쿨하고, 새롭다고 느껴요. 대부분 미국에서 진출한 커피숍들은 긴자나 롯폰기를 1호점으로 삼지만, 블루보틀은 다르다는 걸 전할 수 있었던 건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해요."
말하자면 비용의 이유가 크기도 했는데요. 일본 오픈 초창기부터 시작해 지금은 블루보틀 재팬의 대표로 있는 이가와 씨의 표현을 빌리면 '블루보틀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장소를 골랐을 뿐'이기도 해요. 미국의 1호점이 있는 오클랜드의 환경,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키요스미시라카와였다고 하네요.
"블루보틀 커피의 포지션을 명확히하는 걸 제일 우선했어요. 그 이후 고객과의 접점을 늘린다는 관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한 자기소개, 그리고 '우리 친구해요'인 셈이에요. 6년간 25개 의점포.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은 것 같지만, 블루보틀은 스타벅스 보다 조용하고, 천천히 다가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요.
이처럼 블루보틀은 도쿄에 진출하면서 본래의 스타일대로 자기소개를 분명하게 했어요. 그리고 오모테산도, 아오야마 매장을 내면서까지도 본연의 모습에 충실했죠. 그러던 블루보틀이 카페의 격전지인 시부야에 진출하면서 보다 일본에 특화된 형태로 로컬친화적인 모습을 드러내요. 그리고 이때부터 현지화된 시도들이 시작되죠.
#1. ‘공원’과 일체화된 블루보틀
키요스미시라가와에서 시작, 오모테산도와 아오야마 등 도쿄 중심 주변을 맴맴 돌던 블루보틀인데요. 카페의 격전지라고도 불리는 시부야에 진출한 건 장장 6년의 세월이 흐른 2021년 4월이었어요. 공원 내 매장으론 블루보틀로서는 처음, 신주쿠 쿄엔에 오픈한 스타벅스에 이어 도쿄에서는 두 번째로 공원 안에 문을 연 거예요. 바로 시부야 우다가와쵸 인근의 공원 '키타야 파크' 지점이에요.
1963년 만들어진 공원이 반세기 만의 리뉴얼을 하면서 입점한 형태이기도 한데요. 컨셉이 '공원과의 일체화'였어요. 총면적 960평에 상업 시설은 블루보틀이 유일하고, 구역이 스텝/스테이지/큰지붕/런웨이 에리어로 나뉘어져 카페도 공원 내 설계 중 일부처럼,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어요. '공원에도 카페를 냈어요~'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식의 블루보틀이 아니란 이야기예요. 간판이라고 해도 매장 앞 블루빛 병 하나가 그려진 게 전부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패션의 마을 시부야답게, 이 매장은 디자인적, 크리에이티브적인 협업이 매장 전체를 아우르고 있어요. 먼저 매장의 설계를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 지점에 이어 아시자와 케이지 건축 사무소에서 담당했어요. '블루보틀'은 1호점부터 건축, 설계와 디자인을 철저히 지역에 걸맞는, 블루보틀의 이상을 구현하는 곳들과 손잡고 진행하고 있는데요.
참고로 키요스미시라가와 매장은 나가사카 죠 씨의 '스키마 건축'이 담당하기도 했어요. 2020년 5월, D&Department가 제주도에 오픈한 호텔 d-JEJU를 설계한, 그 건축 사무소예요. '예정부조화(予定不調和)'의 설계. 즉, 정해지지 않음을 모토로 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디자인을 추구해요. 그만큼 일상을 함께한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겠죠.
그렇게 만들어진 공원 내 첫 블루보틀은, '공원과의 이어짐'을 채도가 다른 3색의 '갈색' 컬러 타일 시리즈 'ExCinere'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풀었어요. ExCinere는 생소한 이름인데요, 이는 시칠리아 섬 에트나 산의 화산암을 추출 구워낸 황갈색 타일이고 런던의 자연 소재의 건축재를 생산하는 데지크(Dzek)가 암스테르담의 프로덕트 디자인 스튜디오 'Formafantasma'와의 콜라보로 개발한 소재에요. 타일 하나에 세 회사가 엮여있는 셈이죠.
블루보틀 시부야 카페는 R자를 그리는 1층의 카운터와 2층 라운지의 벽면, 그리고 테이블 상판 등에 이 타일을 활용해, '이곳이 공원'의 일부 혹은 연장선임을 은연 중에 말하고 있어요.
그리고, 설계를 맡은 건축가 아시자와 케이지는 ‘공원과 함께 있다'는 것을 메인 컨셉으로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그 바람은 카리모쿠 의자와의 협업으로 실현됐어요. 아시자와가 직접 이 카페 만을 위해 디자인하고, '카리모쿠 케이스 스터디'가 제작한 의자가 이곳의 좌석으로 갖춰졌거든요.
등받이를 넉넉하고 와이드하게 하고, 국산 오크를 사용해 촉감도 앉았을 때의 기분도 편안한 체어를 의도했대요. 마치 집 마루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처럼요. 그에 더해, 이 의자들은 카페 내 어디서든 공원을 바라볼 수 있게 높이가 서로 다르고, 그런 의도에 맞춰 배치가 됐어요. 그와 함께 테이블의 높낮이도 조정되었답니다.
시부야는 인파로 북적이고, 하루가 바쁘게 변하는 패션, 트렌드의 거리인 줄만 알지만, 블루보틀이 바라본 건, 공원 속의 시부야 혹은 시부야 속의 공원이에요. 도심에 흘러가는, 좀 진부하지만 커피 한 잔의 일상이었던 셈이에요. 세상엔 어쩌면 커피가 만들어내는, 자리가 있어요.
#2. ‘편집숍’과 콜라보하는 블루보틀
일본 지역의 스타벅스라며 올라오는 사진 중, 다다미 좌석이나 기와 지붕의 스타벅스에 살짝 놀랐던 적 있지 않나요? 1900년대 초 서양 대사관들이 모여있었던 고베랄지, 전통의 도시 교토, 그리고 눈이 많이 와 건축 구조도 남다른 삿포로 지역의 일부 스타벅스는 사진만 보고도 주소지를 가늠할 수 있는데요.
스타벅스도, 그리고 블루보틀도 점포를 늘려가며 본사의 브랜드 이미지만을 밀어붙이는 방식과는 다른 길을 보여주고 있어요. 지역에 동화되는 접근을 취하죠. 다만, 중요한 건 이들이 이야기하는 '로컬'이 전통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블루보틀의 매장 설계를 총괄하는 이토 료 디렉터는 "우리는 지역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장소를 추구해요. 각각의 지역은 바라는 것들이 달라요. 그렇기에 각 점포의 컨셉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죠. 지역의 개성과 발맞춰가는 것을 늘 의식하고 있어요."라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블루보틀은 스타벅스와 마찬가지로 같은 디자인의 매장이 단 하나도 없다고 얘기되는데요. 그건 매번 매장을 오픈하기 앞서 지역 주민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시간을, 하나의 프로세스로서 갖추고 있는 덕분이에요. 이토 디렉터는 '커피 한잔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가게에서 느껴질 수 있는 설계'라고 설명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그런, '주민과의 동시대성'을 그대로 잘 보여주는 게, 2021년 3월에 문을 연 패션 디렉터 NIGO의 브랜드 HUMAN MADE와의 협업이에요. 블루보틀은 2010년 시작된 NIGO의 빈티지 패션 콜렉션 브랜드 숍 'HUMAN MADE 1928' 안에 '카페'를 차리는 것으로 교토 3호점을 시작했어요.
HUMAN MADE는 빈티지 매니아 NIGO의 콜렉션에서 영감을 받아 '과거와 미래의 융합‘을 테마로 하는 브랜드인데요. 그 가게가 교토의 명건축가이자, 간사이 지방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타케다 이치고의 1928년 건물 안에 있어요. 그리고 2021년 5월, 그 건축 안 매장 안에 블루보틀의 교토 3호점이 들어선 셈이고요. '역사, 전통을 이어받는다'는 건, 딱히 정해진 루트가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죠.
옷 가게 안 카페이다 보니 오직 '드링크'만을 제공하는 반쪽 짜리 블루보틀이긴 한데요. 그 대신 NIGO와의 다양한 협업으로 티셔츠랄지, 에코백, 머그나 등등의 굿즈 기념품들을 제작해 판매해요. 심지어 스태프, 바리스타가 착용하는 유니폼도 제작했는데, 거기에 그려진 로고는 하트 모양의 블루에요. 그 하트는 마카롱, 머그, 텀블러 등으로도 응용이 됐고, 오직 그곳에만 있는 '블루보틀'이 탄생했어요. 프랜차이즈 카페이면서도 동네 카페. 그건 오직 그곳에만 있다는 '고유성'의 실현 아닐까요.
#3. ‘디지털 아트’를 접목한 블루보틀
2021년 7월에 오픈한 오사카 지점은, 오사카에 오픈한 첫 단독 매장이자 일본 내 25번째 매장이에요. 오사카 지점의 특징 중 하나는 ‘소재’인데, 그 중에서도 유리를 활용한 인테리어가 돋보여요. 유리의 투명함, 액체 상태의 커피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음료 테이블 등에 적용하며 블루보틀의 아이덴티티를 매장 전반에 구현했어요. 특히 1층의 거대한 음료 테이블은 파란색 유리로 디자인되어 은연 중에 블루보틀이 연상되죠.
매장은 주문을 받고 픽업을 할 수 있는 1층과, 조용히 앉아 커피를 즐길 수 있는 2층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2층에 올라가며 천장을 바라보면 수십개의 커피색 구 모양의 샹들리에가 눈길을 사로잡아요. 오사카 지역의 유리공방인 프레스코아의 협업 작품이죠. 커피 방울이나, 커피 콩과 같은 디자인적인 요소로 블루보틀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 곳의 시그니처는 2층에 위치해 있어요. 2층의 정중앙에는 8석 정도의 라운지 공간이 있어요. 그냥 커피 테이블 처럼 보이지만 자리에 앉으면 천장에 설치된 직사각형 모향의 거대한 LED와 스피커에서 영상과 소리가 쏟아져요. 이 공간에선 커피를 마시면서 오감의 자극을 경험할 수 있죠.
천장에서는 하늘과 파도의 자연 영상이 쏟아지고, 스피커에서는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잔잔한 음악이 나와요. 디지털 아티스트 파노라마틱스와의 협업으로 만들었는데 실제로 자리에 앉는 고객만이 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기술을 사용했어요. 게다가 공간은 유리로 둘러쌓여 더욱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해요.
이가와 대표는 "매일 5백엔 짜리 커피를 2~3잔 마실 순 없지만 특별한 날에 블루보틀과 같은 걸 늘 추구해요"라 말했거든요. 그야말로, 그런 '특별한 날'에 어울리는 커피 가게의 질과 격이에요.
ⓒDesign Anthology
ⓒDesign Anthology
ⓒ시티호퍼스
#4. ‘무인 시스템’을 도입한 블루보틀
이번에는 다시 도쿄 시부야로 와볼게요. 2021년 12월, 블루보틀은 도쿄 시부야에 무인 카페를 선보였어요. 블루보틀이 핸드드립 커피를 표방해 온 걸 감안하면 파격적인 시도예요. 그렇다면 블루보틀이 변한 걸까요? 아니에요. 블루보틀은 커피 맛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여전히 사람이 직접 커피를 내리죠. 다만 주문을 하고 커피를 내주는 접점에 무인 시스템을 도입한 거예요.
이 무인 매장은 AI 무인 로봇 카페 스타트업 ‘루트씨(Root C)’와의 협업으로 만들었어요. 커피 주문은 루트씨 앱이나 현장의 키오스크에서 할 수 있어요. 커피를 주문하고, 주문 순서대로 받거나 수령 시간을 설정할 수 있죠. 음료를 받는 목적의 무인 매장이니 무인 록커 시스템인 셈인데요. 자칫 무뚝뚝해 보일 수 있는 록커를 블루보틀답게 미니멀하면서도 심미적으로 만들었어요.
ⓒRoot C
블루보틀의 무인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이에 앞선 2020년 8월, 도쿄 시부야 주차장에 블루보틀 자판기를 선보였어요. 자판기에선 캔커피, 원두, 인스탄트 커피, 에코컵 등을 판매해요. 캔커피만 하더라도 640엔(약 6천원)이고, 원두나 인스탄트 커피는 1,620엔(약 1만 6천원), 에코컵은 1,980엔(약 2만원) 수준이니 자판기에서 판매하는 가격치고는 만만치 않죠.
그럼에도 블루보틀이라면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돼 커피의 3rd wave를 주도하는 커피인데, 그 감도 높은 블루보틀이 고작(?) 자판기에 입점을 한 거예요. 물론 이건 우리와 달리 자판기 시장 규모가 압도적인 역사와 규모를 잃지 않고 있는 일본이기에 가능한 사정이기도 한데요. 자판기 도입을 기획한 담당자는 '부가가치'란 말을 이야기해요.
"우리는 주차장을 단지 차를 세워두는 공간이 아닌 잉여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라봐요. 시부야에 블루 보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좀 더 편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미츠이 부동산' 마케팅 담당자
시부야 주택가 주차장에 설치된 블루보틀 자판기
블루보틀 자판기를 선보인 건 일본의 대형 부동산 기업 '미츠이 리테일'이에요. 요즘은 웬만하면 편의점, 이제는 새벽배송에, 온갖 논스톱 구매가 가능하게 되면서, 캔음료 하나 사먹기 위해 자판기를 떠올릴 일은 없다 생각하지만요, 어떤 쓸모없는 혹은 쓸모있는 자판기는 도시의 틈새 자리, 빈 구석을 채워주죠. 잉여가치, 그리고 부가가치가 태어나는 '방정식'이에요.
‘감성 제일주의’를 구현하는 방법
블루보틀은 특화된 매장의 위치를 선정하고 컨셉을 기획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매장 구성에서도 현지화에 신경을 써요. 새로운 매장을 오픈할 때의 설계부터, 매장을 채울 각종 가구, 기구, 집기, 굿즈 등을 어느 하나 가볍게, 아무 생각없이 들이지 않거든요.
초반에 1호점을 비롯해 5~6개의 점포를 디자인한 나가사카 죠의 '스키마 건축 계획'과의 작업은 물론, 가리모쿠 가구 회사와의 협업으로 완성한 집 안 거실에서 지내는 느낌의 의자와 테이블, 니고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교토의 2021년 헤리티지 아이템, 교토의 전통 양갱 노포 토쇼안과 함께한 커피에 딱 맞는 양갱 등 보통의 카페에서 생각하기 힘든 베리에이션의 아이템이 계속 등장하거든요. 오사카 우메다 지점을 설계한 건축 오피스 I IN과의 작업 이후 만들어진 고퀄리티 에코백도 그렇고요.
고베 매장 오픈과 함께 출시된 서로 다른 도시의 서로 다른 향, 센코 3종 세트. 프레스코와의 협업으로 제작된 자기 컵과 에코백. 커피에 딱 맞는 티라미스와 시폰 케이크, 그리고 크림브륄레에요.
얼마 전엔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 지점에서 카리모쿠의 가구를 판매하는 이벤트도 열었어요. 지역의 일상과 함께한다는 것, 그건 때로 '딴짓'의 연속일까요. 블루보틀은 오사카 우메다 매장을 오픈하면서는, 키요스미시라가와 플래그십 매장에서 시작된 파티셰 유닛 Tangentes와의 협업으로 '커피에 어울리는 궁극의 티라미스'도 개발했어요. Tangentes은 고토 유이치, 나카무로 카즈히로로 구성된, 디저트 메뉴의 개발과 컨설팅을 하는 기업이에요. 그리고 이러한 콜라보 아이템들은, 단발성 상품으로 그치지 않고 모두 블루보틀을 이야기하고 전하는 매개로 작용해요. 제임스 프리먼 CEO는 "아이디어는 무의식의 차원에서 전달하는 것이 효과가 크다."고도 말했어요.
"예를 들면 블루보틀 커피의 컵과 컵받침은 그저 하양이고, 어디에도 로고는 보이지 않아요. 다만, 손님이 컵을 손에 들면 컵받침에 가려있던 부분에 로고가 드러나지요. 메시지를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손님의 손에 맡기고 싶어요. 그 편이 발견도 있고 재밌지 않나요?"
-제임스 프리먼 CEO
그리고 매장 설계 책임자인 이토 료는 블루보틀은 무엇보다 'EMOTION FIRST', 감성 제일주의를 지킨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이 '감성'이야 말로, 세월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불가항력적인 인간의 본성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이토가 공개한 블루보틀이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5개의 페이즈(phase)로 마칠게요. 비즈니스 적인 툴이지만, 감성을 바라보는 블루보틀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저희는 5개의 페이즈로 고객을 관찰하고 움직여요. 구체적으로는 입점했을 때, 카운터에 섰을 때 그리고 음료가 완성되기를 기다릴 때와 완성된 음료를 받을 때, 마지막은 돌아갈 때에요. 이렇게 5개의 페이즈로 나누어 각각의 페이즈에 어떤 서비스가 가능할지 스태프 끼리 대화를 나누려고 해요. 어떤 액션을 취하면 그 시간이 손님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 될지, 그건 매뉴얼로는 전달할 수 없는 가치라고 생각해요."
-매장 설계 담당자, 이토 료
Reference
• ブルーボトルコーヒーが大切にする3つのこと, 伏見学, ITmedia
• 동네의 미래를 훑다, '로컬'은 어디에 있나요?, 야마테센의 뉴스 배달부, Maily
• 成長する企業のビジネス戦略 Vol.36, ISS Consulting
• 京都の新ブルーボトルコーヒーは、「ハート型」ロゴアイテムが完売必至, 小長谷奈都子, Pen
• ブルーボトルコーヒーと日本の喫茶文化の「親密な関係」, DIAMO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