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서 시작하는 이너피스

2022.05.13

습관을 기르고 싶다면? 66일 동안 꾸준히 해보세요. 습관을 형성하고 싶은 일을 두달 남짓한 기간동안 반복하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일이 몸에 배고 일상으로 자리잡죠.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습관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에요. 며칠 안되는 것처럼 보여도 무언가를 66일 동안 꾸준히 하는 게 만만한 일은 아니죠. 습관 형성이 어려운 이유에요. 그렇다면 습관을 형성하는 일을 좀 더 쉽게 할 수는 없을까요?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저자 ‘제임스 클리어’가 나름의 방법을 제안했어요. 일단 66일을 잊어 버리세요. 두달 이상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시작부터 질려서 시작조차 못할 수 있으니까요. 대신 ‘2분 규칙’을 기억하세요. 이 규칙은 새로운 습관을 시작할 때 그 일을 2분 이하로 하라는 거에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거의 어떤 습관이든 2분짜리로 축소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볼게요. ‘아침 조깅을 5km 뛰어야지’를 ‘아침에 일어나 운동복을 갈아입어야지’로 바꾸는 거에요. 이처럼 액션 단위로 접근한다면 무언가를 시작하기가 더 쉬워지죠.


물론 핵심은 2분짜리 행위를 하는 게 아니에요.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단위로 쪼개서 부담없이 시작하고, 반복할 수 있게 하는 거죠. 거창한 습관을 만들겠다는 목표에 압도되는 것이 아니라,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을 거르지 않고 하는 게 더 중요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적게라도 하는 편이 더 낫죠.


명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갑갑한 직장 위계, 현란한 SNS 세계, 메마른 인간 관계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 레벨이 높아지면서 명상으로 마음의 평온을 찾고 싶어하는 사람이 늘어났어요. 하지만 명상을 거창하게 생각하면 일상에 들여놓기가 어렵죠. 2분 안에 할 수 있는 행동으로 바꿔야 해요. 그렇다고 가부좌를 틀고 앉으면 명상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마음의 평온을 찾는 일은 보기보다 쉽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죠. 그래서 명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2분을 다르게 써야 해요. 매일 밤 명상을 한다가 아니라 ‘매일 밤 명상 앱을 켠다’로 바꾸는 거죠.




여러 명상 앱이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우며 경쟁하고 있지만, 오늘은 그중에서 ‘캄(Calm)’을 켜볼 거에요. 명상 시장의 개척자이자 글로벌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1억 건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고,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를 경험하면서 더욱 인기가 높아졌죠. 하지만 단순히 개척자라고 해서, 코로나 팬데믹이라고 해서 캄이 시장의 선두 주자가 된 건 아니에요. 명상에 종교적 색채가 있다는 선입견을 극복하고 명상을 일상으로 들여놓기까지 전략적 접근이 필요했죠.



#1. 명상에도 ‘맥락’이 필요하다

명상은 마음을 챙기는 일이에요. 눈을 감고 고요하고 차분한 상태로 어떤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마음에 집중하는 것이지요. 마음의 평온을 얻는다는 결과는 같을지 몰라도, 마음의 평온을 얻기 위한 배경이 같을 수는 없죠.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긴장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명상을 하는 등 사람들이 명상을 찾는 이유는 다양해요.


캄은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죠. 사람들이 언제 명상을 필요로 하는지를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했어요. 하나의 명상 콘텐츠를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각자의 맥락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명상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본 거죠. 이렇게 캄이 세분화한 명상의 맥락은 크게 상황적 맥락과 감정적 맥락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마치 명상이 일상과 떼어 놓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처럼요.


먼저 상황적 맥락에 맞게 개발한 명상 콘텐츠를 살펴볼게요. 대표적인 콘텐츠가 ‘Calming Flight Anxiety’에요. 비행기에 탈 때 폐소 공포증 혹은 고소 공포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을 위해 개발한 콘텐츠죠. 이 콘텐츠를 통해 비행기 타는 것에 두려움이 있는 사람들은 명상을 하며 마음을 안정시키고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어요. 또한, 캄의 'Confidence Series' 중 'Before a Performance'는 운동 경기, 공연 등을 앞둔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에요. 이 콘텐츠에서 명상 코치는 미래의 걱정을 걷어내고 펼쳐질 경기, 공연 등을 성공적으로 마친 모습을 상상하게 유도하면서 불안감을 걷어낼 수 있도록 돕지요.



캄은 상황을 세분화 하여 다양한 명상법을 제시합니다. ©Calm


비행기 탑승 전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과 농구 시합 전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분명 다른 명상법이 필요해요. 캄은 불안감이라는 감정을 보다 세분화해 각각의 상황적 맥락에 맞는 명상을 제공하면서 해당 상황을 잘 이겨내고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죠.


캄은 상황적 맥락뿐만 아니라 두려움, 걱정, 질투 등 여러 감정적 맥락에서도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죠. 예를 들어 볼게요. 걱정 명상 콘텐츠에서는 본인의 걱정이 생산적인지 비생산적인지 구분하고, 후자의 경우 습관성 걱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호흡하고 마인드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요. 한편, 질투 명상 콘텐츠에서는 인지왜곡(Cognitive distortion)에 대해 설명하며 질투라는 감정이 왜 생기는지 객관적으로 성찰하는 법과 질투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3가지 팁을 가르쳐주죠. 명상을 하는 사람의 감정 상태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명상을 하게 가이드하는 거에요.





자신의 감정을 단계적으로 성찰하고 이를 완화하고 대처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Calm


이처럼 캄은 상황적, 감정적 맥락에 맞는 명상 콘텐츠를 내놓으면서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키죠. 명상에 맥락을 부여하니 사람들의 일상에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건 물론이고요.



#2. 명상에도 ‘페이스메이커’가 필요하다

맥락에 맞는 명상 콘텐츠가 있다고 해서 사람들이 명상에 습관을 들일 수 있는 건 아니죠. 그래서 캄은 일상생활의 명상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하며 명상 콘텐츠가 일상 속에 스며들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넛지(Nudge)를 하고 있어요.


우선 시작부터 사용자를 케어해요. 명상 콘텐츠를 클릭하면 콘텐츠 수강 전에 ‘How are you feeling?’이라는 메시지가 뜨는데, 사용자는 여기에 본인의 기분을 기쁨, 화남 등의 이모티콘으로 표현하고 감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메모할 수 있게 설계했어요. 그리고 이러한 감정 데이터는 캘린더에 누적되며, 이후 사용자가 본인의 기분이 지금까지 어떻게 변화했는지 확인할 수 있죠. 보통의 경우 그날의 혹은 순간의 기분을 기록해둘 기회가 없는데, 캄을 사용하면 스스로의 기분을 추적할 수 있게 되고 감정의 기복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죠.



©Calm



©Calm


또한, 명상 콘텐츠를 마치고 나면 캄은 'Nice Work!', 'You're Amazing!' 등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명상 내용과 관련된 글귀를 공유해주며 사용자들이 지속적으로 명상할 수 있도록 독려해요. 예를 들어, 'A Heart Less Heavy'라는 명상 콘텐츠가 끝나면 '슬픔은 일시적인 감정이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이 또한 지나갑니다.(Remember sadness is always temporary. This, too, shall pass.)’는 문구를 제공하면서, 명상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해줘요. 마음에 채워진 평온을 머리에도 전달해 명상의 효과를 지속할 수 있도록 말을 건네는 거죠.


그뿐 아니에요. 캄은 사용자가 잠잘 때까지도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요. ‘How did you sleep?’에서는 사용자가 몇 시간을 잤는지, 얼마나 양질의 수면을 했는지 등의 수면 패턴을 분석하고,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맞춤형 수면 콘텐츠를 추천해줘요. 깨어 있는 시간에서 그치지 않고 자는 시간마저도 관리를 해주니, 마치 24시간 곁에서 마음을 챙겨주는 명상 코치와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 들죠.


이처럼 캄은 단순히 명상 콘텐츠만 잔뜩 있는 앱이 아니에요. 사용자가 콘텐츠의 바닷속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게 하기 위해 세밀한 배려를 하죠. 캄 앱을 쓸 때는 명상하기 전과 후에 앱이 계속해서 코치처럼 말을 거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기록된 데이터를 통해 본인의 일상이 어떻게 바뀌는지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이로 인해 우리 일상을 공유하고 마음을 계속해서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는 거죠.



#3. 명상에도 ‘계기’가 필요하다

서두에 명상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한 2분짜리 행동이 명상 앱을 켜는 거라고 했어요. 하지만 명상 앱이 있는지 조차를 모르면 어떻게 하죠? 명상 앱을 켤 수도 없고, 명상을 습관화하기는 더더욱 어렵겠죠. 그래서 캄은 명상 앱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게 고객 접점도 마련해 뒀어요.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에다가요.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는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어 명상의 접근성을 높인 거죠.


대표적으로 캄은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노보텔 호텔과 파트너십을 맺어 이그제큐티브룸에 묵는 투숙객들에게 캄의 60일 사용권을 제공해요. 아무래도 호텔을 찾는 고객들은 지친 일상을 피해 마음 편히 휴식하고 싶어하죠. 그래서 호텔이라는 공간은 캄의 명상 콘텐츠를 경험하기에 어울리는 곳이에요. 평소 바쁜 일상 속에서 명상하는 것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던 사람들도, 호텔이라는 공간에서는 혹은 여행이라는 맥락 속에서는 명상에 관심을 가질 법하죠. 이를 계기로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계속해서 캄을 쓸 수도 있고요.



캄은 노보텔호텔과의 파트너십을 기념하여 에바그린(Eva Green)이 내레이션을 맡은 "Nightfall"이라는 Sleep story를 출시했습니다. ©Calm


캄은 호텔뿐만 아니라 아메리칸 항공과도 협업을 했어요. 비행기에 탑승하는 승객들에게 비행기에서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는 명상 프로그램 3가지를 비행기 좌석 스크린을 통해 제공해요. 맥락이 찰떡이고, 장시간 비행에선 심심할 수 있으니 승객 입장에서는 밑져야 본전인 셈치고 한 번쯤 시도해봄직 하죠. 만약 비행기를 타면서 직간접적으로 받았던 스트레스가 완화되는 걸 몸소 경험한다면, 그 다음엔 캄의 팬이 되겠죠?


또한 캄은 2018년에 미국의 공항 스파 브랜드인 ‘엑스프레스 스파(XpresSpa)’에 투자를 했어요. 3천만 달러(약 360억원)이나요. 공항에서 대기를 하면서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기 위해 스파를 받는 승객들이 많은데, 엑스프레스 스파에 투자하며 공항에다가 고객 점점을 만든 거죠. 스파를 받으면서 명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건 기본이고, 캄에서 만든 책, 수면 미스트 등 자체 제작 상품을 팔기도 해요. 심신 안정에 관심이 많은 스파 고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캄이라는 브랜드를 노출하고 캄의 서비스와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만든 거죠.



©Calm


캄이 파트너십을 맺은 오프라인 공간들의 공통점이 보이나요? 호텔, 비행기, 공항 등 여행과 관련한 오프라인 공간을 고객 접점으로 삼았어요.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은 즐거워야 하는 여행 속에서 실제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아요. 시차, 음식, 언어 등 모든 것이 낯설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취약하죠. 캄은 그 틈을 파고들었어요. 여행자들이 쉬어갈 수 있는 길목마다 명상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줄일 수 있도록 도우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명상을 경험할 수 있게 소개한 거죠. 여기에다가 여행에서는 새로운 시도에 마음과 지갑이 열리게 되기 때문에, 그동안 명상을 낯설어 했던 사람들도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아지죠.



명상은 정신승리가 아니라 ‘과학’이다

캄이 명상의 진입장벽을 열심히 낮추는 동안 수많은 명상 서비스 경쟁자들이 시장에 진입했어요. 코로나블루 등으로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장이 커진 것도 한몫 했죠. 이런 상황에서 캄은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시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요? 캄의 조직 구성을 보면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어요.


캄에는 ‘Calm Science’라는 조직이 있어요. 저서와 논문이 있는 심리학자, 정신과 전문의 등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실험과 연구에 근거해서 캄의 명상 콘텐츠를 개발하는 거지요. 예를 들어, 캄은 암 환자들의 수면 장애 문제를 캄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수면 콘텐츠 효과를 검증하는 등 콘텐츠를 개발하고 효능을 판단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어요. 마음의 평온을 준다는 측면에서 유사해보이는 ASMR 콘텐츠 등과 차원이 다른 접근이죠.


캄은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고객 접점을 늘리면서, 동시에 콘텐츠 질을 높여야 한다는 본질을 잊지 않았어요. 명상할 때의 자세처럼 중심축이 곧게 서 있는 거죠. 과학적인 콘텐츠로 명상을 일상으로 끌어들인 캄은 2020년에 20억 달러(약 2조 4천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어요.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을 향해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죠. 정신 건강계의 나이키(Nike of the mind)가 되겠다는 목표가 허투로 들리지 않는 이유에요.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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