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적 변화도 마다하지 않는다, 1%를 위한 가구 수입사의 품격

차닌트르

2024.01.26

방콕에서 상위 1%의 고객들이 가구를 사러 가는 매장은 단연 이 곳입니다. 1994년부터 해외의 하이엔드 가구들을 수입해 온 ‘차닌트르’ 쇼룸이죠. 허먼밀러, 칼 한센 앤 선, 콘데 하우스, 미노티, 루이스폴센 등 웬만한 럭셔리 가구 브랜드들은 여기서 다 만날 수 있어요. 그런데 이 곳에는 가구를 보러 온 손님들만 있는 게 아니에요. 건물의 2~4층에는 쇼룸을 두고, 1층에는 ‘카페 크래프트’라는 이름의 카페를 운영하고 있거든요.


태국식 캐주얼한 음식을 파는 이 카페, 유난히 의자가 편하고 인테리어의 미감이 뛰어나요. 카페 크래프트의 인기 비결이기도 한데요. 바로 카페의 테이블, 의자, 조명 등 모두 차닌트르가 수입하는 제품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거예요. 카페 크래프트의 손님들은 수백만원짜리 가구들을 커피 한 잔 값에 경험할 수 있으니 이득일 수밖에요.


카페로 하이엔드 가구에 대한 문턱을 낮춘 차닌트르는, 또 한 번 젊은 세대와 미래를 위해 진화해요. 구독 서비스를 런칭한 거예요. 기존 비즈니스와 자기잠식이 있는 방식인데도 기꺼이 변화를 선택했어요. 단기적으로는 역효과가 날지라도 장기적인 미래를 준비하기 위함이에요. 가구 수입사에서 시작해 업계의 화두를 이끌기까지, 차닌트르의 모험을 함께 따라가 볼까요?


차닌트르 미리보기

 작은 가구 수입사, 토탈 솔루션 회사로 성장하다

 #1. 느린 파트너십 - 오래 가는 비즈니스의 비결

 #2. 은근한 고객 접점 - 가구를 설명하지 않는 이유

 #3. 파괴적 변화 - 판매에서 구독으로, 유통에서 제조로

 작아도 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하라




‘사무 가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어요. 미국의 ‘허먼 밀러(Herman Miller)’예요. 특히 허먼밀러의 에어론 체어(Aeron chair)는 누구나 동경하는 사무실 의자예요. 어떤 회사가 사옥을 지으면서 사무실 의자를 전부 다 허먼밀러 에어론 체어로 채웠다는 얘기가 기삿거리가 될 정도죠.



ⓒHerman Miller


그렇다면 에어론 체어는 대체 왜 유명한 것일까요? 이 의자는 ‘인체공학적 관점’을 사무용 의자에 도입한 최초의 사례예요. 정형외과 의사, 혈관학자 등 인체 전문가들이 협업해 만들었어요. 에어론 체어를 개발하기 위해 신체 구조, 앉는 습관, 라이프스타일 등 앉는 ‘사람’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이루어졌죠. 그렇게 1994년에 출시한 이후 ‘사무용 의자의 기준’이 됐어요.


에어론 체어는 갑자기 혹은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예요. 에어론 체어 이전에도 허먼밀러는 사무용 가구 업계의 혁신을 이끌어 왔거든요. 허먼밀러의 전신인 ‘스타 퍼니처(Star Furniture Co.)’는 1905년에 설립됐어요. 스타 퍼니처 시절에는 주로 가정용 가구를 만들었어요. 그러다 1940년대 들어 사무용 가구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 때만 해도 사무실은 책상과 의자를 가지런히 배치하는 것으로 충분하던 시절이었어요. 폐쇄된 공간 안에 의자와 책상을 일렬로 쭉 배치하고, 사람들이 앉아서 일할 수 있으면 그게 사무실이었죠.


그러다 1964년에 허먼밀러가 사무실, 그리고 사무 가구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사건이 일어나요. 최초의 모듈식 사무 가구 시스템, ‘액션 오피스(Action Office)’를 출시했죠. 액션 오피스는 책상, 의자, 벽체 등을 자유롭게 조합해 사적인 공간과 동시에 개방형 공간을 동시에 갖출 수 있도록 디자인한 가구예요. 일하는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최초의 가구였죠. 가구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일하는 공간을 디자인한 거예요.



ⓒHerman Miller


허먼밀러가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던 데에는 ‘사람’에 대한 연구가 바탕에 있었어요. 허먼밀러에는 1960년에 설립한 ‘허먼밀러 연구소(Herman Miller Research Corporation)’가 있어요. 이 기관은 가구 대신 사무 공간에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흐름을 연구해요. 덕분에 가구가 아니라 사용자를 중심으로 한 가구를 디자인할 수 있었죠. 이러한 혁신 DNA는 허먼밀러 제품의 근간이에요. 허먼밀러를 따라 수많은 저렴한 카피캣들이 생겨났지만, 여전히 허먼밀러가 경쟁력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작은 가구 수입사, 토탈 솔루션 회사로 성장하다

허먼밀러는 미국 브랜드이긴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존재감을 가지고 있어요. 현지 딜러를 통해 약 100여 개의 국가에 진출해 있거든요. 태국도 허먼밀러가 진출해 있는 국가 중 하나예요. 태국 시장은 단 하나의 파트너가 허먼밀러를 독점 수입하고 있어요. 1994년부터 태국 방콕에 본사를 두고 해외의 고품질 가구들을 수입하고 있는 ‘차닌트르(Chanintr)’예요.



ⓒChanintr



ⓒChanintr



ⓒChanintr


퍼고를 만든 차닌트르의 시작은 작았어요. 창업 당시, ‘베이커(Baker)’와 ‘맥과이어(McGuire)’ 2개 브랜드를 수입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했죠. 하지만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지금, 허먼밀러를 포함해 덴마크, 미국, 일본 등에서 수입한 70가지 이상의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어요. 태국 럭셔리 가구 업계를 이끌어 온 1세대이자, 1등 회사로 인정받고 있고요. 여기에다가 차닌트르는 가구 수입을 넘어, 인테리어 스타일링, 인테리어 토탈 솔루션, 인테리어 디자이너 매칭, 가구 관리 등 가구를 매개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했어요.


‘잘 사는 것(Living well)’


차닌트르의 여러 사업 영역의 구심점을 잡는 철학이에요. 차닌트르는 가구를 소재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고객들이 ‘잘 사는 것’의 가치를 일상 속에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이렇게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다보니, 방콕 시내에 차닌트르가 스타일링한 고급 주택들도 꽤 많아요. 심지어 2019년에는 ‘차닌트르 레지던스(Chanintr Residences)’라는 이름 아래 턴키* 솔루션을 선보였어요. 차닌트르 팀이 주택의 인테리어 디자인부터 가구 배치 및 스타일링 등을 모두 맡은 거죠. 가구, 욕조와 수전, 인테리어 소품 등 모두 차닌트르가 수입하는 가구들로 꾸며져 있는 건 기본이고요.

*턴키: ‘열쇠(key)’만 ‘돌리면(turn)’ 된다는 뜻으로, 인테리어에서는 모든 과정을 전적으로 인테리어 업체에 맡기는 방식을 의미해요.


차닌트르 레지던스는 2개 실이 있는데, 매매 가격이 각각 195백만바트(약 73억원), 235백만바트(약 88억원)이에요. 어마어마한 가격대죠. 이 가격에는 차닌트르가 큐레이션한 가구들도 모두 포함이에요. 차닌트르 레지던스는 미래에 차닌트르가 고급 부동산 개발까지 사업을 확장한다는 신호이기도 해요. 그렇다면 2개 브랜드를 수입하던 작은 가구 수입사에서 부동산 개발까지 계획하는 회사가 되기까지, 차닌트르는 어떻게 성장해 왔을까요?



ⓒChanintr



#1. 느린 파트너십 - 오래 가는 비즈니스의 비결

차닌트르의 사업적 기반이 된 건 느리지만 단단하게 쌓아올린 파트너와의 관계예요. 차닌트르의 창립자인 차닌 시리산(Chanin Sirisan)은 더 클라우드(The Cloud)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가 누군가와 사업을 한다는 것은 결혼하는 것과 같습니다. 공장을 보러 가야 해요. 브랜드 오너를 꼭 만나서 같은 생각인지 아닌지 이야기 해 보세요. 실제로 잘 맞는 브랜드를 찾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게다가 가구는 부피가 크기 때문에 쇼룸 공간을 많이 차지해요. 단가도 높은 제품이죠. 그만큼 한 번 파트너십을 맺으면 큰 투자가 필요해요. 차닌트르와 같은 소매회사들이 파트너십을 맺기 전에 그 브랜드에 대해 많이 연구해야 하는 이유예요. 반대로 가구 브랜드도 소매회사에게 쉽게 판권을 넘기지 않아요. 가구의 특성상 현지 시장에 대해 잘 알고, 충분한 매장 공간, 재정적인 기반, 마케팅 역량, 인력 등을 갖춘 소매 파트너를 찾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시티호퍼스


차닌트르는 20년 동안 이 업계에서 비즈니스를 해 왔지만, 파트너십에 관해서 노하우는 쌓였을지언정 왕도는 없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잠재적인 파트너들을 꼼꼼히 검토하고, 장기적인 관계를 지향해요. 어떤 브랜드든 파트너십을 맺으면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실제로 사업 초기 처음 수입하던 베이커와 맥과이어는 아직도 차닌트르가 태국 내 독점 판권을 갖고 있어요. 심지어 차닌트르가 독점 수입하는 미국의 럭셔리 욕실 브랜드 ‘워터웍스(Waterworks)’의 경우, 차닌트르 쇼룸의 한층을 내어 주었어요. 워터웍스 이름으로 쇼룸을 운영 중이죠.



ⓒ시티호퍼스


어떤 가구 브랜드들은 빠르게 파트너십을 맺어 테스트해 보고, 단기 성과에 따라 딜러를 바꾸고 싶어 하기도 해요. 이런 브랜드들은 차닌트르가 느리고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차닌트르는 입장을 바꾸지 않아요. 태국 시장에서 성공하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계와 투자가 유리하다고 보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태국 시장은 해외 가구 브랜드들에게 난이도가 높은 시장이에요. 일단 수입세가 무려 20%에 달해요. 차닌트르가 처음 창업했을 당시에는 40%였으니, 그나마 낮아진 거예요. 쉽게 들어왔다가 나갈 시장이 아닌 거죠. 기본적으로 현지보다 가격이 높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해당 브랜드의 가치를 시장에 설득할 시간이 필요해요.


게다가 가구는 특성상 오래 사용해야 소비자들이 진가를 인지해요. 예를 들어 좋은 원목 가구나 가죽 소파는 사용할수록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멋지게 파티나(Patina)*가 생겨요. 새 것에서는 찾을 수 없는 빈티지한 멋이죠. 내구성은 여전히 견고하고요.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런 가치를 인지하기 위해서는 긴 호흡이 필요해요. 그래서 차닌트르는 고객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긴 시간을 투자해요. 실제로 차닌트르가 독점 수입하고 있는 ‘칼 한센 앤 선(Carl Hansen & Søn)’, ‘브라더 크루거(Brdr. Krüger)’ 등의 스칸디나비안 브랜드들은 긴 시간에 걸쳐 태국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었어요.

*파티나: 금속의 산화 피막이나 돌, 나무 등의 풍화된 표면을 의미해요.



칼 한센 앤 선의 의자들 ⓒChanintr



브라더 크루거의 가구들 ⓒChanintr


차닌트르의 이런 생각은 비즈니스를 결국 선순환의 궤도에 올렸어요. 이제는 차닌트르가 파트너사를 찾아 다니거나 고르기 보다, 철학이 맞는 파트너사들이 먼저 차닌트르를 찾아와요. 차닌트르처럼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지향하는 가구 브랜드들이 태국 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딜러가 된 거예요. 장기적인 파트너십에 대한 차닌트르의 믿음이 아집이 아니라 철학인 이유예요.



#2. 은근한 고객 접점 - 가구를 설명하지 않는 이유

차닌트르는 파트너와의 관계 못지 않게 고객과의 관계를 소중히 생각해요. 차닌트르에서 작은 가구를 구매한 고객이 더 큰 가구를 구매하고, 가구를 구매한 고객이 인테리어 턴키 고객이 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고객와 첫 접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데 가구는 생필품이나 식료품에 비해 자주 사는 제품이 아니에요. 구매를 결정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요.


그래서 차닌트르는 2020년 12월, ‘차닌트르 크래프트(Chanintr Craft)’의 새로운 쇼룸을 열었어요. 차닌트르 크래프트는 고품질 소재와 장인 정신을 결합해 ‘잘 사는 것’의 가치를 구현한 브랜드들을 모아 놓은 콜렉션이에요. 이 가구들을 직접 접하고, 그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4층짜리 건물에 쇼룸을 연 거예요.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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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닌트르 크래프트의 쇼룸을 디자인한 ‘스튜디오 다미나토(Studio Daminato)’는 가구 회사의 쇼룸인 만큼 처음부터 주거용 건물과 유사하게 쇼룸을 설계했어요. 울창한 나무들이 있는 안뜰을 가운데 두고 메인 빌딩과 코트야드 빌딩 2개가 길로 연결되어 있죠. 가구들이 전시되어 있는 2~4층의 쇼룸 공간은 마치 하얀색 거실 같아요. 실제로 ‘빈 캔버스’를 염두에 두고 공간을 디자인했죠. 인테리어 디자인이 가구들을 압도하지 않도록이요. 가구들도 거실, 안방 등 주거 공간처럼 배치해 고객들이 차닌트르의 가구와 함께 하는 일상을 더 쉽게 머릿 속에 그려볼 수 있도록 했어요.



(좌)코트야드 빌딩 / (우)메인 빌딩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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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무리 가구 쇼룸을 집처럼 꾸며 놓았다고 하더라도 문턱이 높은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차닌트르는 쇼룸 1층에 상대적으로 쉽게 사람들이 찾는 카페를 오픈해요. ‘카페 크래프트(Cafe Craft)’라는 이름의 이 카페는, ‘집 밖의 집(Home away home)’이 컨셉이에요. 컨셉에 맞춰 가구, 식기, 수저 등을 큐레이션했어요. 커다란 창으로 자연 채광을 충분히 들여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해 전체적인 공간에서 집과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요.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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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intr


무엇보다 카페 크래프트는 은근하게 차닌트르의 쇼룸 역할을 해요. 매장 내부의 테이블, 의자, 조명 등이 차닌트르가 수입하는 고품질의 가구들이거든요. 매장 입구의 코너에서부터 허먼밀러의 ‘넬슨 롤 버블 펜던트(Nelson Roll Bubble Pendent)’가 손님을 맞이하고, ‘미우라 쇼메이(Miura Shomei)’의 ‘기온 페이퍼 랜턴(Gion Paper Lantern)’이 카페 내부 천장을 장식하죠.



허먼밀러의 넬슨 롤 버블 펜던트 ⓒ시티호퍼스


실내 의자는 ‘프레데리시아(Fredericia)’의 ‘J39 모겐슨 체어(J39 Mogensen Chair)’, ‘마루니(Maruni)’의 ‘라이트우드 암체어(Lightwood armchair)’ 등을, 테라스의 야외 의자와 테이블은 아웃도어 전문 가구 브랜드인 ‘에티모(Ethimo)’의 ‘킬트(Kilt)’ 콜렉션을 쓰고요. 적재적소에 딱 맞는 가구를 배치해 차닌트르가 추구하는 ‘잘 사는 것’의 철학을 구현하고 있어요.



미우라 쇼메이의 기온 페이퍼 랜턴과 프레데리시아의 J39 모겐슨 체어 ⓒChanintr



카페 크래프트의 야외에서 사용하는 에티모의 킬트 시리즈 ⓒChanintr


카페 크래프트는 고객들이 카페에서 식사를 하는 일상적인 맥락에서 차닌트르의 가구들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에요. 그렇다고 어떤 브랜드의 어떤 제품인지 일일이 적어 두거나 내세우지는 않아요. 가구가 일상의 공간을 조용하게 채우듯, 그저 카페의 가구로서 기능하며 카페 손님들이 편견 없이 가구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의도한 거예요. 대신 카페 내부에서 2층에 있는 차닌트르 크래프트 쇼룸으로 바로 올라갈 수 있는 내부 계단을 마련해 더 많은 가구를 구경할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동선 이동을 유도하죠.



#3. 파괴적 변화 - 판매에서 구독으로, 유통에서 제조로

차닌트르는 덴마크, 벨기에, 이탈리아,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각지에서 가구를 수입해 와요. 수십 년간 수입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가구를 제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가 없었어요. 특히 ‘잘 사는 것’이 철학인 차닌트르에게는 점점 중요한 문제가 되었죠. 환경에 해를 끼치는 것은 잘 사는 것과 대척점에 있으니까요.


차닌트르는 그들의 철학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더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으로 개선했어요. 가구 딜러로서 ‘판매’의 과정만 볼 것이 아니라 가구 공급망 전체의 관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 나갔죠. 가구의 원재료를 조달하는 과정, 가구를 만드는 과정, 가구를 운송하는 과정 등 가구를 유통하는 것 이상의 영역까지요.


2022년부터 차닌트르는 환경을 고려한 럭셔리 가구를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차닌트르 x Co.’라는 이름 하에, 실력 있는 해외 가구 디자이너와 협업해 가구를 디자인하고 생산은 현지에서 해요. 제조의 영역으로 사업을 넓힌 거죠. 생산을 현지에서 하니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현저히 줄일 수 있어요. 여기에 더해 지속가능한 원자재 사용을 우선시하고,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 물질을 최소화해 공급망 전반을 개선하죠.



미국 디자이너 바바라 배리(Barbara Barry)와 협업해 런칭한 차닌트르 x Co.의 첫 번째 콜렉션 ⓒChanintr


가구 제조뿐만 아니라 가구가 수명을 다한 뒤 폐기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심각해요. 방콕 시청(Bangkok Metropolitan Administration)에 따르면 방콕에서 발생한 대형 폐기물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게 가구예요. 그 수치는 42%나 되죠. 가구는 꼭 어디가 부서지고 고장이 나야 버리는 물건이 아니에요. 소비자의 생애주기나 라이프스타일, 취향 등에 따라 제 기능을 할 수 있어도 쓸모 없어질 수가 있어요. 그렇게 누군가에게 쓸모 없어진 가구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딱 맞는 가구가 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2023년 3월, 차닌트르는 가구 폐기 문제를 개선하고, 가구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해요. 가구를 ‘구독’하는 서비스, ‘스프루스(Spruce)’를 런칭했거든요. 스프루스는 차닌트르가 수입하는 고품질의 가구들을 월 구독료를 내고 빌려서 사용할 수 있는 렌탈 서비스예요. 


‘접근가능하고, 유연하고, 편리하고, 지속가능한 가구 구독 프로그램(A furniture subscription program that is accessible, flexible, convenient and sustainable)’


스프루스에 대한 설명이에요. 고객은 구매 가격 대비 훨씬 저렴한 월 사용료로 가구를 임대하고, 더 이상 필요 없어지면 다시 반납 후 다른 가구를 또 임대할 수 있죠. 그렇게 돌아온 가구는 보수 과정을 거쳐 다시 다른 고객에게 돌아가고요. 고객은 스프루스를 통해 월드 클래스의 가구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하는 동시에, 순환 경제의 일부가 되어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할 수 있어요.


사용할수록 멋이 들고, 수명이 긴 차닌트르의 가구들은 태생적으로 구독 경제에 적합한 아이템이에요. 차닌트르는 스프루스를 통해 이미 보유한 자산의 활용도를 효율적으로 높이는 셈이에요. 동시에 럭셔리 가구를 민주화하는 효과까지 있죠. 덕분에 차닌트르의 가구들을 덥석 구매하기에는 아직 경제력이 부족하거나,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많은 MZ세대 고객들을 신규 고객으로 유치하고 있어요.


물론 ‘판매’와 ‘구독’은 얼마간 자기잠식이 발생해요. 가구를 살 만큼의 경제력과 의지가 있는 고객이 구매 대신 구독을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차닌트르가 스푸르스를 런칭한 배경에는 ‘변화는 좋은 것이다’라는 믿음이 있어요. 소유에서 공유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건 시대의 흐름이에요. 이 긍정적인 흐름에 따라 미래를 위해, 환경을 위해 기꺼이 변화를 선택하는 용기가 있기에 업계의 선두주자로서 자격이 있어요.



작아도 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하라

차닌트르는 명실상부 태국 최고의 고급 가구 수입업체예요. 그만큼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커요. 상황이 이러하니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도 업계의 벤치마크가 되고자 하죠. 비즈니스 모델을 환경친화적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에요. 하지만 새로운 사업이 자리를 잡고 또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려요. 그래서 차닌트르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도 해요.


2021년 차닌트르는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판매하는 가구 1개당 나무 1그루를 심는 ‘차닌트르 그린 이니셔티브’를 선언했어요. 그 해 태국 북부 지역인 매홍손에 5만 그루의 나무를, 2022년에는 태국 끄라비에 4만 그루 이상을 심었죠. 기후 변화와 다양성 감소에 맞서는 세계적인 단체 ‘Plant for the Planet’과 협력해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예요.


그 밖에도 빠르게 바꿀 수 있는 것들은 즉각적으로 반영하고 있어요. 가령 가구를 배송할 때 사용하는 포장을 바꾸고 있어요. 부피가 크고 조심히 다뤄야 하는 가구의 특성상 에어캡을 과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를 재활용 포장지와 재사용 가능한 친환경 랩으로 전환하고 있어요.


여기에다가 미래에는 친환경 브랜드들을 차닌트르가 더 많이 대표할 예정이에요. 이미 차닌트르의 많은 파트너사들이 환경에 관심을 갖고 소재, 제조, 보관, 배송 등의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런 파트너들을 더 늘리기 위해 브랜드 및 소재 소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죠.


물론 이런 노력들이 가구 업계가 직면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분명한 건 쉽고 빠르게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거죠. 이렇듯 차닌트르는 빠르게 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다른 타의 모범이 되어 더 많은 업계 사람들이 환경적으로 비슷한 비전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업계 1위의 품격이 느껴지는 태도예요. 그들이 만들어낼 다음 풍경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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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차닌트르 공식 웹사이트

 퍼고 공식 웹사이트

 스프루스 공식 웹사이트

 Phatthariya Puapongsakorn, Living Well, The Cloud

 Café Craft is an Ode to Craftsmanship, Design Anthology

 허먼밀러 공식 웹사이트

 최태혁, [세계 사무 가구 브랜드] 현대 사무 공간의 개념을 정립하다 - 허먼밀러, 디자인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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