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 실패하고, 관찰하고, 칭찬하라

도로키아 오라시이타

시티호퍼스

2023.09.13

오사카에서 시작해 세계로 뻗어나간 디저트 브랜드가 있어요. 바로 일본의 대표 치즈타르트 ‘파블로’예요. 폭신한 식감의 전형적인 치즈 케이크와 달리 바삭한 파이 사이로 치즈 크림이 밀려 나오는 파블로 치즈타르트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겉바속촉’의 대명사예요.

지름 15cm에 자르면 치즈 크림이 녹아내리는 ‘파블로 녹는 치즈타르트’가 최고의 인기 제품이에요. 이후 출시된 한 손에 들어오는 미니 타르트도 찾는 손님이 많고요. 겉바속촉인 건 알겠는데, 그게 다냐고요? 의문이 든다면 점원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손님! 미디엄으로 드릴까요, 레어로 드릴까요?”

스테이크도 아니고 치즈타르트에도 미디엄, 레어가 있나요? 맞아요. 이게 바로 파블로의 차별점이에요. 크림이 흐르도록 살짝 구운 누드, 그리고 더 오래 구워 진득한 치즈를 느낄 수 있는 오리지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이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비결을 알기 위해선 주인장 삼형제의 과거이자 사업의 출발점을 알아야 해요.

도로키아 오라시이타 미리보기

• 파티세리 브라더스: 달콤씁쓸한 창업 실패기

• 파블로: 굽기를 선택할 수 있는 치즈타르트

• 사키모토 베이커리: 뺄수록 고급이 되는 식빵

• 아버지가 쏘아올린 부러지지 않을 화살 세 대

20대 초중반에 사장, 전무, 상무 직함을 달고 사업을 운영하기 시작한 오사카 출신 삼 형제가 있어요. 사연은 이래요. 첫째 사키모토 마사미츠는 옷에 관심이 많아 고등학생 때 관객 1,000명을 모아 패션쇼를 열기도 했던 패기 넘치는 젊은이였어요. 둘째 사키모토 코우지는 학창시절부터 달리기에 소질을 보였던 건강한 청년이었죠. 셋째 사키모토 신스케는 대학을 중퇴하고 J리그에 스카우트될 정도로 재능 있는 축구선수였는데, 프로 선수 치고는 부족한 실력에 3년 만에 선수 생활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키모토 형제는 백색가전이나 가구, 오피스 용품을 중고로 매입해 되파는 사업을 하던 아버지를 도와 일했어요. 그 와중에 아버지가 사업을 물려주겠다며 일찌감치 은퇴를 선언한 거예요. 삼형제는 어린 나이에 덜컥 사업을 물려받게 됐죠. 배움과 경험이 부족했던 이들은 회사를 잘 운영할 수 있었을까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면서도 모든 부모가 그렇듯 아버지는 내심 불안했나 봐요. 고졸인 아들들에게 상식이 부족할까 봐 영업왕으로 알려진 은행원을 집에 불러 일본 경제나 은행에 대해 강의를 듣게 하기도 했다니까요. 하지만 그런 아버지의 걱정은 완전한 기우였답니다. 지금 사키모토 집안 삼 형제는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자신만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거든요.

장남 사키모토 마사미츠는 선풍적인 인기를 끈 치즈타르트 브랜드 ‘파블로’와 고급 식빵 열풍을 주도한 ‘사키모토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회사 ‘도로키아 오라시이타’의 대표이사가 됐어요. 차남 사키모토 마사미츠는 아버지의 사업을 확장해 중고 명품 비즈니스로 연 매출 7,000억원을 넘긴 상장사 ‘밸류언스 홀딩스’를 책임지고 있죠. 마지막으로 막내 사키모토 코우지는 러너들을 위한 보충제 ‘아미노 사우르스’로 유명한 스타트업 ‘사우르스 재팬’을 차렸고요.

사키모토 가의 아들들은 어떻게 손대는 것마다 대박이 나는 창업가가 될 수 있었을까요? 지금부터 삼 형제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던 ‘도로키아 오라시이타’의 스토리를 통해 함께 알아보아요.

파티세리 브라더스: 달콤씁쓸한 창업 실패기

사키모토 형제가 물려받은 오사카의 중고용품 회사는 직원 20명 남짓의 작은 기업이었어요. 주로 폐업한 가게의 비품을 가져와 청소한 후, 새로 개업하는 가게에 판매하곤 했죠. 이때 보고 들은 것들이 이들에게는 소중한 장사 밑천이 되었어요.

풀 죽은 표정으로 장사를 접는 고객, 그리고 반대로 승승장구하며 새로운 가게를 여는 고객들을 마주하면서 삼 형제는 비즈니스가 잘 되거나 망하는 이유를 배울 수 있었어요. 입지 조건부터 가게의 구조, 운영 방식, 고객 응대, 주인의 성격까지 모든 부분이 사업의 성패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일찍이 알았던 거예요.

경영을 맡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삼 형제는 큰 변화를 결심했어요. 취급하던 집기, 가구, 가전제품 등의 가격이 하락해 수익이 줄어들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이런 물품들은 크기가 큰 탓에 바로 판매되지 않으면 재고 비용이 만만치 않았어요. 부피가 작고 단가가 높은 물건을 팔아야겠다 싶었죠. 그래서 비품 대신 명품과 보석류를 전문적으로 취급하기 시작했어요. 인터넷 경매를 활용해 가며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자 3년만에 4개 점까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쉬움은 남았어요. 회사가 빠르게 커가기는 했지만 명품과 보석류이다보니 매입량을 폭발적으로 늘리기는 쉽지 않았고, 아무리 수요가 많아도 팔 수 없는 경우도 생겼죠. 이렇게 매입 물량에 구애받는 사업을 하다 보니 ‘내 손으로 직접 만든 물건을 팔고 싶다’는 희망이 커졌어요. 그래서 세 형제는 매입 창구를 늘리면서 동시에 직접 만든 제품을 팔 수 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오사카의 부촌인 니시노미야에 케이크와 커피를 즐기며 느긋하게 중고 가방이나 시계, 보석을 팔 수 있는 ‘매입 살롱’을 만드는 거였죠.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하다 보니 도전 정신이 발동했어요. 안 그래도 직접 만든 것을 팔고 싶었는데, 매입 살롱을 열어 디저트를 판매할 바에야 ‘그냥 우리가 디저트 가게를 열면 어때?’라는 생각이 든 거예요. 2008년, 그렇게 탄생한 디저트 가게가 ‘파티세리 브라더스’예요. 사키모토 형제는 파티세리 브라더스를 시작할 때 새로운 맛과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는 디저트를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어요. 중고 숍에서 시작했기에 제과 분야에는 문외한이었지만, 그렇기에 더 창의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었죠.

파티세리 브라더스의 ‘큐브 슈크림’ ©파티세리 브라더스

파티세리 브라더스의 ‘푸딩 바움쿠헨’ ©파티세리 브라더스

당시 일본에서는 바움쿠헨이나 롤케이크 같은 디저트 붐이 일고 있었는데요. 사키모토 형제는 전형적인 인기 디저트 가게의 행보를 똑같이 답습하기는 싫었어요. 그래서 색다른 디저트들을 만들어 냈죠. 험난한 개발 과정을 거쳐 부드러운 푸딩으로 가득 차 흘러내릴 듯한 바움쿠헨이나, 각진 모양의 큐브 슈크림같이 기발한 제품들을 선보인 거예요. 디저트의 틀을 깬 파티세리 브라더스는 금방 입소문이 났어요. 개업한지 채 1년도 안 돼 오사카의 한신 백화점 우메다 본점에 입점했고, 개업 2년 만에 13개 지점까지 확장했죠. 이보다 더 성공적일 수는 없을 것 같았어요.

파티세리 브라더스 한신 우메다 점 ©파티세리 브라더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인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점을 접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해요. 수요가 너무 급격하게 늘어나 공급이 이를 따라가기 벅찼던 거예요. 급한 대로 물량을 맞추기 위해 위탁 생산을 맡기기 시작했지만, 원가율이 높아져 이익률이 떨어졌어요. 게다가 기발한 제품을 계속해서 내놓다 보니 상품 종류도 지나치게 많아져 재고 비용은 더 들었고요. 패기 넘치게 시작했으나, 사업의 기본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삼 형제는 뼈저리게 깨달았어요. 지금이야말로 잠시 멈춰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할 때였죠.

파블로: 굽기를 선택할 수 있는 치즈타르트

파블로 신사이바시점 ©파블로

2011년, 세 사람은 파티세리 브라더스의 규모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새로운 디저트 사업을 시작해보기로 했어요. 이때 그들이 차린 디저트 브랜드가, 오사카에서 시작해 세계로 뻗어나간 일본의 대표 치즈타르트 ‘파블로’예요. 폭신한 식감의 전형적인 치즈 케이크와 달리 바삭한 파이 사이로 치즈 크림이 밀려 나오는 파블로 치즈타르트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겉바속촉’의 대명사예요. 10년이 넘은 지금도 일본뿐 아니라 프랑스, 캐나다, 상하이 등 해외에서 15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 안착했죠.

파블로의 ‘파블로 녹는 치즈타르트’ ©OSAKAinfo

지름 15cm에 자르면 치즈 크림이 녹아내리는 ‘파블로 녹는 치즈타르트’가 최고의 인기 제품이고, 이후 출시된 한 손에 들어오는 미니 타르트도 찾는 손님이 많아요. 주력 제품인 치즈타르트의 맛은 치즈, 초코, 녹차 세 종류에만 집중했고, 미니 타르트는 몽블랑, 블루베리 등 다양한 맛으로 변주를 줬어요. 파이와 크림의 조합이 신선한 건 알겠는데, 그게 다냐고요? 의문이 든다면 점원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손님! 미디엄으로 드릴까요, 레어로 드릴까요?”

여기가 스테이크 집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소리죠? 치즈타르트에도 미디엄, 레어가 있나요? 맞아요. 이게 바로 파블로의 차별점이에요. 먹는 사람의 취향에 맞춰 좋아하는 굽기로 구워주는 스테이크처럼 크림이 흐르도록 살짝 구운 누드, 그리고 더 오래 구워 진득한 치즈를 느낄 수 있는 오리지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거든요.

굽기에만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에요. 각 굽기에 맞는 최적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치즈 크림의 배합부터 다르죠. 이런 아이디어는 제품 개발 중 실수로 반만 구워진 타르트를 보고 사키모토 형제가 떠올렸고요.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는 관찰력이 손님을 즐겁게 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 거예요.

2012년에 세운 파블로의 모회사 ‘도로키아 오라시이타(ドロキア　オラシイタ)’는 일본어로 새로운 놀라움을 뜻하는 ’아타라시이 오도로키(アタラシイ　オドロキ)’의 애너그램*이에요. 그리고 파블로라는 브랜드 이름은 화가 파블로 피카소에게서 따왔죠. 큐비즘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창조해 예술계의 혁명을 일으켰던 피카소처럼 고객에게 감동과 놀라움을 선사하고자 하는 소망을 담은 거예요. 아니나 다를까, 신선한 맛에 더해 디저트를 사 먹는 참신한 방식을 제시한 파블로는 초고속으로 성장해 나갔죠.

*애너그램: 한 단어나 어구에 있는 철자들의 순서를 바꾸어 만든 다른 단어 또는 어구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게 있어요. 파블로 창업 이전에 세 형제가 야심차게 도전했던 파티세리 브라더스의 쓰라린 실패 말이에요. 이들은 파티세리 브라더스를 운영하며 겪었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요? 고객에게 새로운 놀라움을 선물하기 위한 비책이었던 파이와 크림의 결합이 공급 물량을 늘리고 재고 비용을 줄이는 역할까지 톡톡히 해냈답니다. 어떻게냐고요?

파티세리 브라더스에서의 실패를 겪었던 시카모토 형제는 가격대를 저렴하게 책정해 많은 사람이 줄 서서 사 먹는 디저트 가게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야 브랜딩 효과도 누릴 수 있고, 무엇보다 당일 만든 제품을 당일에 소진해 재고를 최소화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문제는 또 다시 물량이었어요.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고객들이 불만 없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케이크를 빠르게, 많이 구울 수 있어야 했어요. 하지만 일반 치즈 케이크는 굽는 데 30분에서 40분이 걸려 한계가 있었죠. 굽는 시간을 줄여야만 했어요.

그렇게 완성된 것이 파이 속에 치즈 크림이 들어찬 타르트 컨셉이에요. 파이를 미리 구워 놓고 가게에서 그때그때 속을 채워 넣는다면 굽는 시간을 10분으로 단축할 수 있었어요. 단순한 품목도 재고 비용을 줄이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죠. 그렇게 세 사람의 노고가 스며든 도로키아 오라시이타는 이제 위기를 교훈 삼아 고객 감동 측면에서도, 효율 측면에서도 새로운 놀라움을 창출하는 기업이 되었어요.

사키모토 베이커리: 뺄수록 고급이 되는 식빵

파블로가 자리 잡은 이후 세 형제는 모두 실패의 교훈과 성공의 노하우를 품은 채 각자의 비즈니스에 전념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장남 사키모토 마사미츠가 도로키아 오라시이타의 대표로 남게 되었죠. 그러던 2015년, 사키모토 형제 중 장남 사키모토 마사미츠에게 소중한 첫 아이가 태어났어요. 그는 SNS 피드 대부분을 아이들과 함께한 사진으로 채울 정도로 자녀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데요.

사키모토 베이커리 오사카 하츠오 본점 ©시티호퍼스

사랑스러운 딸을 위해 아버지가 된 그가 2017년 런칭한 브랜드가 바로 고급 식빵 전문점 ‘사키모토 베이커리’예요. 그의 성이자 딸의 성이기도 한 ‘사키모토’에서 따온 사키모토 베이커리는 일본의 고급 식빵 유행을 이끈 주역 중 하나죠. 한 덩이에 한화로 만 원에 가까운 가격이지만 손님들은 개의치 않고 사키모토 베이커리의 식빵을 찾아요. 일본과 대만에 총 26개 지점이 있을 정도이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어요.

©시티호퍼스

비싼 가격에도 오랜 시간 사랑받는 사키모토 베이커리 식빵의 특별함을 알아보기 위해 오사카의 본점을 방문해봤어요. 파티세리 브라더스나 파블로의 디저트처럼 화려한 식빵인가 했는데, 그렇지는 않아요. 오히려 지나치게 수수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죠. 상시 메뉴는 딱 두 가지의 평범해 보이는 식빵이었거든요. ‘극미 내추럴 식빵’과 ‘극생 홋카이도 밀크 버터 식빵’ 단 두 종류요. 사람들이 이 식빵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심플함에 있어요.

그렇다면 사키모토 마사미츠는 왜 식빵 가게를 열게 된 걸까요? 그의 딸은 돌이 지났을 때부터 빵을 좋아했는데요. 시중에서 파는 거의 모든 식빵은 맛을 내고 반죽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계란과 유제품, 첨가물을 사용하고 있었어요. 유제품에는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이 함유되어 있는데 어린 아이들은 빵이나 과자류를 먹으며 알게 모르게 기준치보다 많은 양을 섭취할 가능성이 높아요. 게다가 소화 시스템이 성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첨가물과 지방성 재료를 배제한 단순한 구성의 음식을 먹어야 속이 불편하지 않죠. 이런 생각으로 계란, 우유, 버터, 첨가물을 배제하고 만든 빵이 바로 대표 제품 극미 내추럴 식빵이에요. 아이를 위해 만들었지만, 누구나 건강하게 즐길 수 있고요.

©시티호퍼스

계란 노른자와 버터는 우리가 좋아하는 식빵의 부드러운 촉감과 맛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이 재료들을 포기하면 어쩔 수 없이 첨가물이 많이 들어가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을 빼서 건강하면서도 동시에 맛있는 식빵을 만들려고 했으니 쉽지 않았죠. 식빵 하나를 개발하는데 2년이나 걸린 이유예요.

©시티호퍼스

일상적인 음식인 만큼 매일 먹어도 안심인 식빵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였지만, 최고의 디저트를 만든 도로키아 오라시이타답게 화려한 한 방의 ‘킥’도 빼놓지 않았어요. 일인 가구나 가벼운 선물을 찾는 사람들을 공략해 지퍼백에 식빵 한 조각을 담은 제품에서 재치가 드러나죠. 또 ‘마스카포네 꿀 식빵’ 같은 요일 한정 식빵과 ‘사과 홍차 식빵’ 같은 계절 한정 식빵이 있어 오픈 런이 일상이라고 해요. ‘새로운 놀라움을 선사하는 디저트’라는 도로키아 오라시이타의 DNA가 엿보이는 부분이에요.

아버지가 쏘아올린 부러지지 않을 화살 세 대

일본 전국시대의 무장 모리 모토나리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었어요. 어느 날, 그는 세 아들을 불러 모은 뒤 각자 화살을 한 대씩 부러뜨리게 했죠. 세 사람은 너무나 쉽게 화살을 부러뜨렸어요. 다음에는 아버지가 화살을 세 대씩 모아놓고는 다시 부러뜨리게 했더니, 아무도 한 번에 부러뜨리지 못했어요. 그러자 아버지가 말했죠. “이렇듯 세 명이 합심하면 당할 자가 없을 것이다.”

역사적 사실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다는 ‘세 화살의 교훈’ 일화예요. 의기투합해 사업을 크게 일궈낸 삼 형제를 둔 사키모토 집안과도 잘 어울리는 이야기이죠? 세 사람의 아버지도 모리 모토나리처럼 아들들이 서로 의지하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어린 나이에 사업을 맡겼고, 결국 그 믿음이 옳았으니까요.

(좌) 사키모토 가의 가족사진 ©주식회사 SAKIMOTO / (우) 왼쪽부터 차남 사키모토 코우지, 장남 사키모토 마사미츠, 삼남 사키모토 신스케 ©도로키아 오라시이타

그리고 사키모토 삼형제의 아버지는 그들에게 사업을 맡기면서 하나의 규칙을 당부했어요. 바로 ‘서로 칭찬하기’예요. 이제는 어엿한 기업가가 된 형제들은 셋 다 창업을 했다는 점에서 라이벌 관계이기도 한데요. 그런데도 가족이 모여 사업 이야기를 할 때면 아버지부터 아들들까지 모두 ‘대단해!”라고 말하며 서로를 추켜세워주죠. 세 아들 비즈니스의 성공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 바탕엔 가족의 한결같은 지지에서 나온 자신감이 있는 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