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에도 사람처럼 성격이 있다면 어떨까요? 태국에서 대형 쇼핑몰을 개발, 운영하는 ‘더 몰 그룹(The Mall Group)’의 수팔락 회장은 자신이 지은 쇼핑몰들을 사람처럼 비유해요. ‘엠포리움(Emporium)은 매력적이고 세련된 파리지앵, 더 몰(The Mall)은 유쾌하고 마음이 따뜻한 태국인, 시암 파라곤(Siam Paragon)은 똑똑하고 강인한 뉴요커’로 표현하는 식이죠.
구색을 맞추는 과정에서 우연히 탄생한 비유가 아니에요. 기존과는 다른 쇼핑몰을 만들어서 쇼핑객들에게 매번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하고자 했던 노력의 결과죠. 그래서 더 몰 그룹이 만든 쇼핑몰은 사람처럼 스타일도, 개성도 다 달라요.
최근에 더 몰 그룹은 ‘엠 디스트릭트(Em District)’라는 이름의 대규모 쇼핑 복합 단지를 완성했어요. 엠 디스트릭트는 엠포리움, 엠쿼티어, 엠스피어라는 뚜렷한 개성을 지닌 3곳의 쇼핑몰로 구성되어 있죠. 과연 이 쇼핑몰의 성격은 서로 얼마나 다른지, 다 함께 모이면 어떤 단지가 만들어지는지 직접 가서 만나볼까요?
엠 디스트릭트 미리보기
• #1. 쇼핑몰에 스타일과 성격을 입히다 - 엠포리움
• #2. 자연과 도시를 교차시키다 - 엠쿼티어
• #3. 도시의 활력이 모이는 허브가 되다 - 엠스피어
• 쇼핑몰이 아니라 도시를 짓는다
2023년 12월 1일, 방콕의 수쿰빗 지역에 있는 한 건물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어요. 고급 레지던스와 호텔, 오피스 건물들이 즐비한 수쿰빗 중심부에 ‘잠들지 않는 메트로폴리스(Sleepless metropolis)’가 탄생했거든요. 대체 어떤 곳이길래 건물 하나를 대도시라고 부를까요? 정체는 다름 아닌 쇼핑몰이었어요. 평범한 쇼핑몰이 아니라 미래형 리테일을 새로운 쇼핑 포맷으로 선보인 ‘엠스피어(EmSphere)’였죠.
그런데 사람들이 엠스피어에 주목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었어요. 엠스피어는 ‘엠 디스트릭트(Em District)’라고 불리는 대규모 쇼핑 복합 단지를 구성하는 하나의 조각이었거든요. 1997년의 엠포리움 쇼핑몰, 2015년의 엠쿼티어 쇼핑몰에 이어 엠스피어가 마지막 주자로 등장하며 드디어 엠 디스트릭트가 완성된 거죠.
수쿰빗에 쇼핑몰 제국 하나를 세운 주역은 ‘더 몰 그룹(The Mall Group)’이에요. 그리고 그 중심에는 23세의 여대생이 있었죠. 경영을 전공한 적도, 리테일 업계 경력도 없는 이 대학생은 편지 한 통에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게 돼요. 그 편지를 보낸 사람은 바로 그녀의 아버지였고요. 편지 속 아버지는 미국에서 제약 공학 공부를 하고 있던 딸에게 방콕으로 다시 돌아와 달라고 말하고 있었어요.
아버지인 수파차이(Supachai Umpujh)에게 큰일이라도 생긴 걸까요? 딸인 수팔락(Supaluck Umpujh)에게 아버지는 인생의 롤 모델이자 삶의 원동력이었어요. 8살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이후로 자주 길 잃은 기분을 느꼈고,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었지만 아버지에게만큼은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었죠. 아버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팔락과 6명의 형제자매들을 돌보느라 평생 일만 하셨거든요. 그런 아버지가 딸에게 방콕에 돌아와달라고 했으니, 무언가 일이 생긴 게 분명했어요.
다행히도 좋은 일이었어요. 당시 여러 개의 극장과 공연장을 소유하고 있었던 수파차이는 리테일 업계에 진출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방콕 라차담리 지역에 쇼핑몰을 열고자 했는데 혼자서는 힘에 부칠 거 같아서 딸에게 도움을 요청한 거였죠. 편지 한 통을 받고 방콕으로 돌아와 함께 첫 번째 쇼핑몰 ‘더 몰(The Mall)’을 열었을 때, 수팔락의 나이는 스물셋이었어요.
그 후 4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어요. 수팔락은 태국의 백화점과 쇼핑몰을 운영하는 ‘더 몰 그룹’의 회장이자 리테일 퀸이 됐죠. 아버지는 수팔락의 인생에 거대한 영향을 끼쳤어요. 2005년에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을 때는 충격이 너무 커서 하마터면 리테일 업계를 떠날뻔 했죠. 비록 아버지는 고인이 되었지만, 수팔락에게 아버지는 영원한 롤 모델이에요.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자 최선을 다한 딸이 만든 쇼핑몰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1. 쇼핑몰에 스타일과 성격을 입히다 - 엠포리움
일단 아버지와 딸이 함께 열었던 첫 번째 쇼핑몰 ‘더 몰’부터 살펴볼게요. ‘더 몰 그룹’을 설립하고 처음 쇼핑몰을 만든 이 가족에게 초심자의 행운은 주어지지 않았어요. 결국 경영 환경이 악화하면서 수 년도 지나지 않아 쇼핑몰이 문을 닫게 됐죠. 실패의 이유는 명확했어요. 편의성, 제품 구색, 매력도, 규모와 크기 등 모든 면에서 주변 쇼핑몰에 밀렸죠.
수팔락은 매일이 눈물바람이었어요. 장사가 되지 않는 세입자들에게 임대료를 받기조차 힘들었죠. 조언을 얻을 컨설턴트조차 없어서 모든 일을 직접 해결해야 했을 때 아버지가 이런 말을 했어요. 리더가 되어 이기려면, 과감하게 틀 밖에서 생각해야 한다고요.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누군가를 뒤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이죠. 그래서 수팔락은 이때부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게 돼요. 첫 쇼핑몰로 맛본 실패는 남다른 쇼핑몰을 만드는 더 몰 그룹만의 성공 공식을 만드는 계기가 됐어요.
수팔락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어요. 앞으로는 어디서나 살 수 있는 물건을 비슷한 방식으로 판매하는 평범한 쇼핑몰이 아니라, 태국에 대한 인식까지 바꾸는 쇼핑몰을 짓겠다고 다짐하죠. 지금의 태국은 아시아의 쇼핑 천국이지만 30년 전만 해도 세계가 태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랐거든요. 이국적인 해변과 휴양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죠. 하지만 수팔락이 봤을 때 태국에는 이것 말고도 다른 면모가 많았어요. 사람들은 패션을 사랑했고, 태국의 여성들은 아름답고 명석했죠. 무엇보다 태국에는 누구나 경험하고 싶어 하는 환대 문화가 있었고요.
그래서 더 몰 그룹은 새로운 쇼핑몰 ‘엠포리움’을 오픈할 때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를 입점시키기로 결심했어요. 외국인들이 태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한 시도였죠. 물론 과정은 순탄치 않았어요. 당시 럭셔리 패션 하우스에서는 태국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조차 잘 알지 못했으니까요. 수팔락은 직접 비행기를 타고 브랜드 담당자들을 만나러 떠났어요. 더 몰 그룹이 엠포리움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비전과 전략을 직접 설명하고 설득했죠. 그 결과 1997년 7월에 오픈한 엠포리움에는 에르메스, 샤넬 등의 럭셔리 브랜드들이 들어섰어요.
ⓒLuc Boeg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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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더 몰 그룹이 선보인 새로운 유형의 쇼핑몰은 태국과 세계에 어떤 반향을 일으켰을까요? 엠포리움은 1997년 7월에 문을 열었는데요. 오픈하기 3개월 전인 같은 해 4월에 아시아에 금융 위기가 강타했어요. 오픈하기 전부터 불경기라는 악재를 만났지만, 엠포리움에게는 역설적이게도 호재로 작용했어요. 태국의 화폐 단위인 밧(Baht)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해외에서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왔거든요. 700만 명에서 1,700만 명으로 늘어나며 약 143%나 급증했어요. 그들은 화폐가치가 떨어진 태국에서 명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었죠. 이에 더해 태국 내 부자들도 해외여행 대신 국내 소비로 눈길을 돌렸고요. 그 결과 쇼핑몰 매출이 약 30% 이상 증가했죠.
수팔락은 엠포리움을 사람에 빗대어 이렇게 표현해요. 엠포리움은 ‘파리지앵처럼 매력적이고 세련된 여성’이라고요. 비슷한 포맷과 상품 구색으로 주변 쇼핑몰에 밀렸던 과거와는 달리, 더 몰 그룹은 엠포리움 덕분에 리테일 업계의 하이엔드 영역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어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내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는 성공 경험의 만든 거죠. 지금도 엠포리움 매장에는 루이비통, 불가리, 티파니앤코 등 초호화 명품 브랜드들이 사람들을 기다리는 중이에요.
#2. 자연과 도시를 교차시키다 - 엠쿼티어
성공적으로 하이엔드 시장에 안착한 더 몰 그룹은 그 다음 행보를 이어갔어요. 이번에는 ‘엠쿼티어(EmQuartier)’라는 이름의 새로운 쇼핑몰을 열기로 하죠. 그런데 위치가 예상 밖이에요. 엠포리움 바로 맞은편이거든요. 두 쇼핑몰 간 거리는 도보로 3분 밖에 걸리지 않을 만큼 가까워요. 이렇게 근접한 구역에 쇼핑몰을 연달아 출점하면 쇼핑몰 간 경쟁으로 인해 제살 깎기 현상이 발생하지는 않을까요?
보통 기업에서 신제품이 기존 제품의 시장을 잠식하게 되는 현상을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이라고 부르는데요. 제품 하나로도 기존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 수 있는데, 하물며 쇼핑몰 하나를 통째로 옆에 출점하면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요.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수팔락 회장은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었어요. 쇼핑객이라고 해서 다 똑같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했죠. 아무리 성별과 연령이 같아도 사람마다 취향과 니즈는 다 달라요. 쇼핑몰에 찾아와서 얻고자 하는 느낌과 경험, 감정도 다양하죠. 그래서 수팔락 회장은 쇼핑몰을 새로 지을 때마다 서로 다른 개성을 부여해서 사람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기로 했어요. 이것은 수팔락 회장이 엠포리움을 통해 체득한 교훈이기도 했죠. 그렇다면 엠쿼티어에는 어떤 개성을 부여했을까요?
ⓒleeser architecture
ⓒLuc Boegly
엠쿼티어는 하드웨어부터 남달라요. 하나의 건축 예술품으로 볼 수 있을 정도죠. 엠쿼티어의 각 층은 서로 분리된 플레이트를 층층이 쌓아놓은 듯한 형태를 띠고 있어요. 그런데 이 플레이트들은 고르게 정렬된 게 아니라 제각각 어긋난 채 쌓여있죠. 엠쿼티어의 건축을 맡은 Leeser Architecture는 이 미세한 틀어짐을 쇼핑몰 안팎의 경계를 흐리게 하는 장치로 사용했어요. 어긋난 공간 사이로 노출된 외부 공간에 테라스를 만들어서 쇼핑몰이 도심과 호흡할 수 있게 만들었죠. 깔끔하게 딱 떨어지지 않는 모양은 그 자체로 도시 생활의 예측 불가능함을 상징하기도 하고요.
쇼핑몰 안으로 들어가 보면 약 250,000m²(약 75,000평) 규모의 공간 곳곳에서 자연미와 도시가 교차하고 있어요.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쇼핑몰 중앙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대형 샹들리에예요. 식물로 만든 나선형 모양의 샹들리에는 한 마디로 ‘떠다니는 정원’이죠. 이 공중 정원은 쇼핑몰 하단의 분주함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해요. 쇼핑객들은 6층부터 9층까지 입점해 있는 50곳 넘는 레스토랑에서 공중 정원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어요.
ⓒDBA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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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에요. 엠쿼티어에는 40m가 넘는 인공 폭포와 워터가든이 있는데요. 이는 사람들이 쇼핑몰 안에서도 자연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엠쿼티어의 핵심 요소예요. 흔히 쇼핑몰이 사람들을 구매에만 집중할 수 있게 내부 공간을 외부와 단절시키는 것과는 다른 행보죠. 수팔락 회장은 이와 같은 설계 과정에 전부 직접 참여했어요. 엠쿼티어의 모든 구역이 쇼핑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죠. 그 결과 엠쿼티어는 2014년 아시아 태평양 국제 부동산 어워드에서 최고 상업 건축 디자인상을 수상하는 쾌거도 누렸어요.
ⓒleeser architecture / ⓒLuc Boegly
엠쿼티어는 건축 디자인뿐만 아니라 타깃 고객에서도 변화를 시도했어요. 특히나 가족 위주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쇼핑객에 집중했죠. 그래서 아이가 있는 고객이라면 누구나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싶어지는 학습 센터 ‘엠 조이(EM JOY)’를 쇼핑몰에 만들었어요. 엠 조이는 미래 세대를 위한 개방형 교육 센터로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 체력을 키울 수 있는 클래스가 종류별로 제공돼요. 언어, 미술, 음악, 댄스 등 30개가 넘는 수업이 밤 10시까지 열려있죠. 가족 단위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한편 미래의 고객이 될 아이들과 장시간에 걸쳐 접점을 쌓아나간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어요.
그리고 이 즈음, 수팔락 회장은 단일 쇼핑몰 이상의 더 큰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엠포리움과 엠쿼티어가 있는 수쿰빗을 방콕 최고의 삶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로 한 거예요. 근접한 곳에 새로운 쇼핑몰을 하나 더 지어서 3개의 쇼핑몰로 이루어진 대형 쇼핑 복합 단지를 만드는 ‘엠 디스트릭트(Em District)’ 프로젝트가 시작됐어요.
#3. 도시의 활력이 모이는 허브가 되다 - 엠스피어
엠 디스트릭트의 마지막 퍼즐 조각인 ‘엠스피어(EmSphere)’는 2023년 12월 1일에 그 베일을 벗었어요. 엠쿼티어가 2015년에 오픈한 이후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엠스피어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죠. 그렇다면 더 몰 그룹은 엠스피어에 어떤 즐거움을 담아두었을까요?
더 몰 그룹은 이번에는 완전히 새로운 포맷의 쇼핑몰을 선보였어요. 엠스피어를 통해 ‘미래형 리테일’을 표현했죠. 엠스피어는 ‘잠들지 않는 메트로폴리스(Sleepless metropolis)’를 표방해요. 그래서 쇼핑객들이 물건을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신 트렌드, 미래 지향적 라이프 스타일, 몰입형 엔터테인먼트를 한곳에서 모두 즐길 수 있게 준비했죠. 이를 위해 300개 이상의 테넌트, 1,000개 이상의 브랜드가 총 200,000㎡(약 60,500평)의 공간 안에 편성됐어요. 투입된 비용만 200억 밧(약 7,500억 원)에 달해요.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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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있는 엠 이노베이션(EM INNOVATION) 구역부터 살펴볼게요. 이 구역은 세계 최첨단 혁신의 현장을 태국에서 가장 먼저 경험할 수 있게 꾸몄어요. 모빌리티부터 기술 및 통신, 홈 앤 리빙 카테고리까지 제품의 종류와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혁신 그 자체를 큐레이션 해 놓았죠. 쇼핑몰이 아니라 신차 전시장처럼 보이는 오토 갤러리(Auto Gallery) 옆에 태양광 패널 공급업체 솔라 디(Solar d)의 부스가 있는 식이에요.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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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가장 눈길을 끈 제품은 가사 스피커 박스 브랜드 ‘코토다마(COTODAMA)’예요.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서 노래 가사가 실시간으로 스피커와 캔버스에 띄워지고 있었죠. 이 브랜드는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해요. 음악의 역할을 일상의 배경음으로 한정 짓지 않고 ‘포워드 그라운드 음악’으로 리포지셔닝 하죠. 코토다마는 음악에는 일상을 변화시키는 능동적인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핵심이 되는 가사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가사 스피커를 만들었죠. 이처럼 엠 이노베이션 구역은 최신 기술 혁신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 앞으로 주목받을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이는 쇼케이스의 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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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3층에는 방콕의 도시 라이프를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뒀어요. 태국 최초의 도심형 이케아 매장을 입점시켰죠. 이곳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약 8,200여 종이에요. 방콕 교외에 있는 대형 매장에 비해 20% 정도 적은 수준이죠. 대신 이케아는 엠스피어에 동남아시아 최초 도심형 매장을 오픈하면서 방콕의 시티 라이프를 매장에 적극 반영했어요. 방콕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거 형태인 콘도형 쇼룸을 꾸며놓은 다음, 메시지로 도시 생활 가이드를 자청했죠. ‘엉망진창인 모습은 숨기되, 개성은 보여주세요’, ‘이 침실에서 꿈을 크게 꾸세요’처럼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아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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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엠스피어가 위치한 수쿰빗 지역에서 영감을 받은 ‘수쿰빗 컬렉션’도 판매해요. 방콕에서의 도시 생활을 직접 해석한 뒤 3개의 키워드로 뽑아 패턴으로 만들어서 제품으로 만들었죠. 예를 들어 ‘도시의 혼란(Urban mess)’이라는 이름의 패턴은 기하학적인 방콕의 고층 빌딩과 꼬여 있는 전선들에서 시작됐어요. ‘느긋한 분위기(Relaxing Vibes)’라는 패턴은 엠스피어 바로 옆에 있는 벤차시리 공원 속 나무와 차분함을 상징하고요. 마지막으로 ‘모닝 트래픽(Morning Traffic)’ 패턴에는 아침부터 붐비는 방콕의 활기와 에너지를 담았죠.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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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라이프 스타일의 표준을 알 수 있는 쇼룸과 도시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패턴까지. 이케아의 도심형 매장에는 방콕만의 DNA가 들어 있어요. 이런 장치는 내국인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외국인에게는 방콕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주죠. 그러고 나서 5층으로 올라가면 방문객들이 국적에 관계없이 함께 어울리고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어요.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휴양지인 ‘트라이브(TRIBE)’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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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피어는 흔히 해변가의 휴양지에서 볼 수 있는 비치 클럽을 쇼핑몰 5층에 만들었어요. 탁 트인 풍경 바깥으로 진짜 바다 대신 빌딩 숲이 펼쳐져 있다는 점만 다를 뿐이죠. 테크노 음악이 새벽 1시까지 흘러나오는 트라이브는 이름처럼 ‘나와 맞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는 젊은 세대의 아지트예요. 쇼핑몰이 사교의 허브 기능까지 담당하고 있죠.
앞으로도 방콕이 가진 활기와 에너지는 엠스피어로 계속 모여들게 될 거예요. 엠스피어 6층에 위치한 UOB Live가 6,000명 규모의 관객을 수용하는 엔터테인먼트 공연장으로 활약할 예정이기 때문이죠. 트렌드와 첨단 기술, 예술과 문화가 뒤섞인 엠스피어가 도시의 젊음을 흡수하고 있는 셈인데요. 이쯤 되면 엠스피어를 ‘잠들지 않는 메트로폴리스’라고 부를만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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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이 아니라 도시를 짓는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3개의 쇼핑몰로 구성된 엠 디스트릭트는 시작부터 완성까지 약 26년이 걸린 장기 프로젝트예요. 세 곳의 쇼핑몰은 도보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에 위치하며 수쿰빗 지역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죠.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진 이후 엠 디스트릭트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요? 엠스피어가 오픈한 뒤 이용객의 순환이 발생하면서 엠 디스트릭트의 일일 방문객은 하루 30만 명 이상으로 증가했어요. 이전 대비 3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인 거예요.
ⓒemdistrict
그 사이 성장한 것은 엠 디스트릭트뿐만이 아니에요.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더 몰 그룹의 규모도 커졌고, 수팔락 회장의 책임감도 그만큼 늘어났죠. 30년 전 100여 명 수준이었던 직원 수는 어느새 15,000명을 넘어섰고, 수팔락 가문은 2023년에 태국에서 순자산 기준 가장 부유한 가문 50위를 차지했어요. 23세에 리테일 업계에 뛰어들어 60대가 될 때까지 긴 여정을 걸어온 수팔락 회장에게 쇼핑몰은 어떤 존재일까요?
“쇼핑몰을 짓는 건 도시를 짓는 것과 같아요. 각 동네는 서로 성격이 다르고, 제가 짓는 쇼핑몰들은 해당 지역 사회에 좋은 기여를 해야 하죠. (…) 우리는 그냥 쇼핑몰을 여는 게 아니에요.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죠. 우리는 주민들을 즐겁게 만들고, 그들이 삶을 즐길 수 있도록 격려하고 싶어요.”
- Elite plus magazine 인터뷰 중
그리고 더 몰 그룹은 이제 엠 디스트릭트를 넘어선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있어요. 이번엔 얼마나 큰 규모의 쇼핑몰 복합 단지냐고요? 수팔락 회장의 최종 목표는 단지 쇼핑몰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에 멈추지 않아요. 마치 국가가 도시를 세우듯, 쇼핑몰을 지어서 태국의 경쟁력을 키우고자 하죠. 태국에는 자연환경에 기반한 관광 산업 외에도 또 다른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쇼핑몰이라는 매개체로 보여주고자 하는 거예요. 그녀의 성공 공식이 또다시 통한다면 태국의 경제력은 물론 무역, 교육, 생활 수준까지 동반 상승하겠죠.
마찬가지로 수팔락에게 엠 디스트릭트는 단순한 쇼핑 복합 단지가 아니에요. 국가의 경쟁력이자 미래죠. 이 정도의 각오로 덤벼들었으니 수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흔들리지 않고 엠 디스트릭트를 완성해냈던 것 아닐까요?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어 했던 수팔락 회장의 바람처럼, 아버지인 수파차이는 리테일 업계의 퀸이 된 딸을 자랑스럽게 지켜보고 계실 것 같아요.
Reference
• EMPORIUM, SHOPPING CENTER, BANGKOK, THAILAND, BOIFFILS
• EmQuartier In Collaboration with Boiffils, DESIGN 103
• Iron butterfly, CLAIRE KNOX, GLOBE
• Supaluck Umpujh: The woman changing the face of retail in Thailand, EXPAT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