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도 아닌데 건너갈 때는 공짜, 돌아올 때만 돈을 받는 다리의 속셈

금문교

2023.01.09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예요. 그렇다면 어느 도시에나 다리가 있는데, 금문교가 유독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석양이 질 때 다리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모습이 아름답기도 하고, 여러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토목 건축 역사상 세계 최초의 기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금문교는 1937년에 완공되었는데, 당시에 총 길이 2,789m로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였어요. 그냥 긴 다리가 아니라 다리 사이에 교각이나 중간 구조물 없이 짓는 방식인 ‘현수교’로서도 최장 길이를 자랑했죠. 지금이야 현수교가 흔해졌고 금문교를 넘어서는 길이의 다리도 생겨났지만, 1937년도에 금문교와 같은 다리를 짓는 건 혁신적인 일이었어요. 


그런데 금문교를 건너 전망대로 가다보면, 또 다른 작지만 혁신적인 시도를 볼 수 있어요. 톨게이트에서 돈을 받지 않는 거예요. 다만 돌아오는 방향에서만 통행료를 징수했죠. 섬이 아니라 한쪽에서만 통행료를 받으면 매출이 줄어들 수 있을 텐데 왜 이런 방식을 택한 걸까요?






외국에서 운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는 쉽습니다.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국제운전면허증을 신청해 그 자리에서 바로 발급받을 수 있죠. 이처럼 교육이나 심사 없이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지만, 막상 외국에 나가서 운전을 하려고 하면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도로 시스템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에요.


샌프란시스코도 예외는 아니에요. 굽이진 언덕을 신호의 도움 없이 넘어 다녀야 하고, 도로를 함께 쓰는 트램을 신경 써야 하며, 쌩쌩 달리는 차들 사이로 비보호 좌회전을 해야 하는 등의 상황을 마주해야 해요. 



ⓒ시티호퍼스


운전의 난이도가 높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운전을 포기하기도 어려워요.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 이동이 불편해서죠. ‘우버(Uber)’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등장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벗어나 실리콘 밸리 지역까지 여행할 계획이라면 더욱 운전대를 잡는 것이 유리해요.


이처럼 운전의 어려움보다 이동의 불편함이 커서 결국 차를 렌트하게 되는데, 운전을 하다보면 서울과는 다른 교통 시스템에서 뜻밖의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시티호퍼스


하루는 일정을 마치고 머리를 비우려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이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불리는 금문교에 갔어요. 다리를 건너니 톨게이트가 있었죠. 통행료를 내야 할 거 같은데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다리를 건너 북쪽으로 나가는 방향에서는 통행료를 징수하지 않고, 시내로 들어오는 방향에서만 통행료를 받았으니까요.



Source: Unsplash


당연한 이야기지만 양방향에서 통행료를 걷어야 매출 누락이 없어요. 다리를 건넜을 때 반드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섬 같은 지형이 아니라면 말이죠. 그런데도 한쪽에서만 통행료를 받도록 설계한 이유가 궁금해져 곰곰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교통 정체를 해소하려는 목적이 커 보였어요. 보통의 경우 톨게이트 앞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해요. 이때 양방향이 아니라 한쪽 방향에서만 통행료를 받으면 다리를 드나들 때 병목 현상이 한 번으로 줄어들죠. 특히 다리를 건너 북쪽으로 나가는 방향의 병목 현상을 없애는 일은 중요해요. 다리 위에서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 경우, 금문교를 찾은 관광객들의 고객 경험을 망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리에 하중이 걸려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또한 한쪽 톨게이트에서 받는 통행료를 편도의 2배로 책정하면 수익적 관점에서도 이득일 수 있어요. 금문교를 건너는 차량은 왕복을 하거나 편도로 이용하거나 둘 중에 하나예요. 왕복 차량은 어차피 편도 통행료를 2번 내야 하기 때문에, 한쪽 톨게이트에서 편도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 번만 내면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아요. 오히려 병목 현상이 한 번으로 줄어드니 시간을 아끼는 효용이 생기죠. 반대로 운영자 측은 한쪽 톨게이트 운영 인력을 줄여 인건비 등을 절감할 수 있어요. 비용을 줄여 수익을 개선할 수 있는 거예요.



ⓒGoogle maps


그렇다면 무료로 다리를 건너가는 편도 차량에 대한 매출 실기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한쪽에서 통행료를 편도의 2배로 받고, 북쪽행과 남쪽행을 이용하는 차량의 비율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매출이 줄어들지 않아요. 비율의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평균을 놓고 보면 그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고 줄일 수 있는 운영비를 생각했을 때 손해보다는 이익이 더 클 것이라 기대할 수 있죠.


이 방식은 돈을 내지 않고 북쪽으로 올라가는 차량과 금문교를 관리하는 주체 입장에서는 이익이에요. 하지만 왕복하지 않고 남쪽으로만 이동하는 차량은 편도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내야 하므로 부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문교 주변의 지도를 보면 생각이 달라져요. 금문교를 이용하지 않고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가려면 지리적 특성상 한참을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죠. 편도의 2배 비용을 내고서라도 금문교를 건너는 편이 시간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이득이에요.


물론 금문교의 톨게이트 징수 방식에 대한 분석은 가설적인 추론이에요. 하지만 금문교 톨게이트의 변화를 보면 추론에 힘이 실려요. 샌프란시스코의 여느 다리에 있는 톨게이트들과 달리 금문교 톨게이트는 2013년부터 한국의 하이패스와 같은 ‘패스트랙(Fastrak)’으로 금문교 톨게이트를 전면 교체했습니다. 통행 흐름을 개선하고, 인건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진화시키고 있는 거죠.


차로 다리를 건너는 건 서울과 다를 바 없지만, 통행료 징수 방식의 차이 때문에 쓸데없이 생각이 짙어지는 밤이었습니다. 짙어진 안개로 금문교를 제대로 볼 수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고요.




Reference

All-electronic toll taking begins on Golden Gate Bridge, Los Angeles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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