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규 메종’은 ‘굿굿’이 구상한 세계 최초의 체류형 복합 목장 시설이에요. 일본의 축산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생산과 판매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고객의 요구가 생산 현장에 직접 전달되기 어려워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굿굿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 현장이야말로 최고의 상담 장소’라는 생각으로 공개 생산 목장을 만드는 중이에요. 그런데 이 목장의 오픈 예정일이 무려 100년 후예요. 프리 오픈은 2025년이지만 정식 오픈까지 100년이 걸리는 프로젝트죠.
이 정도의 스케일, 각오, 추진력이라면 축산 업계에서 오랜 역사와 경력을 가진 기업일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벤처 기업엔 반전이 있어요. 2018년에 등장한 후발주자인데다가, 창업자 중에 축산업계 경력이 있는 사람이 없거든요. 무역, IT, 금융, 의류업계의 경영자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죠. 서로 다른 전문분야를 가진 이들이 축산업에 뛰어든 이유가 뭘까요?
그들은 단지 고기를 좋아하는 마니아로서, 좋아하는 고기를 100년 후에도 계속 먹고싶다는 마음이에요. 그래서 앞으로도 고기를 먹는 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밸류체인의 상류로 올라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거예요. 그러고는 참신한 방법으로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면서 축산업의 체질을 하나씩 개선해 나가고 있죠. 그들이 어떻게 산업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는지 살펴 볼까요?
굿굿굿 미트&홋카이도 미리보기
• #1. ‘축산업계 SPA’ 브랜드를 만든 고기 애호가
• #2. 100년 뒤 오픈 예정인 복합 목장 시설 ‘와규 메종’
• #3. 고기 문해력을 높여주는 ‘인텔리전트 정육점’
• 2할의 노력이 바꾸는 상류의 흐름
어떤 문제는 얼굴만 달리할 뿐 계속 반복돼요. 여행 전문 웹사이트 익스피디아의 콜센터에서도 2012년에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었죠. 익스피디아에서 여행 관련 상품을 구매한 고객 중 58%가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으니까요. 보통 온라인으로 여행 상품을 구매하는 건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예요. 그런데 과반수 이상의 고객이 콜센터와 통화를 해야만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이점이 없는거나 마찬가지죠. 그렇다면 익스피디아 고객들이 콜센터에 전화를 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익스피디아가 그 이유를 분석해보니 고객들의 주된 목적은 여행 일정표를 얻기 위해서였어요. 고객이 여행 상품 구매 과정에서 실수로 잘못된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거나, 익스피디아에서 발송한 메일이 스팸 메일함에 들어간 바람에 일정표를 받지 못했거든요. 게다가 웹사이트에서는 여행 일정표를 받을 방법이 없어서 모든 문의는 콜센터에 몰릴 수밖에 없었죠. 사소해 보이지만 동일한 유형의 전화가 2012년에만 2천만 통이 걸려왔어요. 회사 차원에서도 대책이 필요했어요.
고객경험 그룹(Customer experience group) 대표였던 라이언 오닐은 대책 마련에 앞서, 사내에서 반복되어 왔던 질문의 방향을 바꿨어요. 지금까지는 ‘어떻게 하면 통화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에만 집중했다면, 아예 통화를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 거예요. 고객이 회사에 전화를 걸지 않아도 되도록 문제의 원인을 하나씩 제거시켰죠. 일정표를 다시 받을 수 있도록 음성 안내 시스템에 자동 옵션을 추가했고, 온라인 상으로도 고객이 직접 처리할 수 있게 했어요. 이 해결책을 통해 2천만 통의 고객 문의가 저절로 사라졌어요. 전화 한 통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5달러였으니 총 1억 달러(약 1,340억 원)를 아낀 셈이에요.
만약 익스피디아가 타성에 젖어 전화로 일을 처리하는 데만 골몰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콜센터 직원이 아무리 빨리 일정표를 재발송한다 한들, 문의 전화는 영원히 계속됐을 거예요. 회사의 비용은 점점 올라가는데, 고객들의 만족도는 계속 떨어지겠죠. 하지만 문제의 근원을 찾아 올라가 제거하자 더 이상 대응에 힘을 뺄 필요가 없어졌어요. 문제 발생 자체를 예방했으니까요. 이렇게 문제의 현상이 아니라 근원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을 ‘업스트림(Upstream)’ 개입이라고 해요. 행동경제학 전문가 댄 히스(Dan Heath)가 강의 상류와 하류에 빗대어 정의한 개념이에요.
문제 해결의 에너지를 상류 쪽으로 옮기면 문제의 근본을 뿌리뽑을 수 있어요. 하지만 업스트림 개입은 생각보다 어려워요. 근시안적인 시야에서 벗어나 전체 구조를 파악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는 시스템을 광범위하게 수정해야 하죠. 이 과정은 대부분 느리게 진행되는 데다가 혼자서 해결하기도 어려워요. 특히 역할이 명확히 분업화되어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자신의 영역 바깥에 있는 일을 해결하기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사카의 축산 벤처 굿굿(GOODGOOD)은 과감히 일본 축산업계의 상류를 건드려요. 일본의 기존 축산 시스템은 생산에서 유통까지 각 단계가 분업화되어 있었는데요. 이 분절된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굿굿은 스스로 각 단계의 연결 고리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먼저 사료 재배부터 가축 관리, 도축, 육가공 제품 판매, 요식업까지 축산과 관련한 모든 영역을 다루기 시작해요. 또한 축사에서 소를 키우던 주류의 방식에서 벗어나 500헥타르(약 150만 평)의 초원에서 소를 방목시켜 사육하며 체질도 개선시키고요. 최근에는 축산 현장에서 체류, 견학, 상담, 구매까지 전부 가능한 세계 최초 체류형 목장을 만들고 있는데요. 이 목장의 오픈 예정일이 무려 100년 후예요. 프리 오픈은 2025년이지만 정식 오픈까지 100년이 걸리는 프로젝트죠.
이 정도의 스케일, 각오, 추진력이라면 축산 업계에서 오랜 역사와 경력을 가진 기업일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벤처 기업엔 반전이 있어요. 2018년에 등장한 후발주자인데다가, 창업자 중에 축산업계 경력이 있는 사람이 없거든요. 무역, IT, 금융, 의류업계의 경영자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죠. 서로 다른 전문분야를 가진 이들이 축산업에 뛰어든 이유가 뭘까요?
그들은 단지 고기를 좋아하는 마니아로서, 좋아하는 고기를 100년 후에도 계속 먹고싶다는 마음이에요. 그래서 앞으로도 고기를 먹는 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밸류체인의 상류로 올라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거예요. 그러고는 참신한 방법으로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면서 축산업의 문제를 하나씩 개선해 나가고 있죠. 어떻게냐고요? 축산업을 본업으로 삼게 된 고기 애호가들의 이야기를 만나볼게요.
전부 고기 애호가인 굿굿 창업자들 ⓒgoodgoodmeat
#1. 축산업계 SPA 브랜드를 만든 고기 애호가
굿굿의 창업자 노노미야 히데키와 한다 마쓰마사는 모두 축산업계의 경험이 없는 타 업종 출신이에요. 노노미야는 금융업계, 한다는 IT업계에서 일하고 있었죠. 두 사람은 고기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고기 마니아이기도 했어요. 맛있는 고기를 먹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닐 정도였죠. 소비자이자 애호가로서 국내외의 축산 현장들을 둘러보던 두 사람은 문득 위기감을 느꼈어요. 일본의 축산업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언젠가 좋아하는 고기를 못 먹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글로벌 환경에 비해 일본 축산업의 현실은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먼저 정보 통신 기술의 도입이 시급했죠. 현장은 효율적으로 운영되거나 관리되지 않았어요. 상품이 생산되는 시점부터 소비자에게 닿는 순간까지 유통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었고요. 게다가 축산물을 가혹한 환경에서 기르는 것을 문제 삼는 해외와 달리, 동물 복지 차원에서도 부족함이 있었어요. 전반적으로 세계의 축산 트렌드와 동떨어져 있었죠. 이대로라면 일본의 축산업이 쇠퇴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였어요.
그 중에서도 두 사람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던 건 생산 및 유통 구조였어요. 일본의 축산업계는 고도로 분업화되어 있어 사료를 만드는 농가, 송아지를 번식하는 농가, 소를 키우는 농가, 고기를 가공하는 업체가 전부 달랐어요. 고기가 최종 소비자의 손에 닿기까지 거치는 단계가 최대 20개에 달했으니 최초 생산자와 최종 소비자 간 정보 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질 리 없었죠.
이런 구조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연결 고리가 없어 소비자의 요구나 피드백이 생산자에게 전달되기 어려웠거든요. 그건 생산자도 마찬가지였어요. 어떤 환경에서 생산한 고기인지, 특징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릴 길이 없었죠. 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업화된 단계의 연결고리가 필요했어요. 굿굿의 창업자인 노노미야와 한다는 직접 그 연결고리가 되기로 마음 먹었죠. 그게 바로 축산업계 SPA의 탄생으로 이어져요.
SPA는 패션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용어인데, 축산업계의 SPA라니 어딘가 생소하죠. 두 사람의 계획을 자세히 살펴볼게요. SPA는 원래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의 약자로, 자체 상표를 가진 의류 회사가 소매점까지 운영하는 것을 뜻해요. 한마디로 의류회사가 디자인과 생산을 하면서도 유통과 판매까지 도맡아서 하는 거예요. 잘 알려진 SPA 브랜드로는 유니클로와 자라 등이 있죠.
굿굿은 축산업계의 분절된 구조를 연결하기 위해 직접 고기의 생산부터 가공, 도매, 소매까지 전부 도맡았어요. 그래야만 현재의 시스템 안에서 발생되는 각종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직접 생산과 유통 프로세스까지 전부 관장한다면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구축할 수 있었어요. 강의 상류, 업스트림을 건드리기로 결정하는 순간이었죠.
그런데 축산 관련 경력이라고는 고기를 맛있게 먹는 것밖에 없었던 두 사람이 어떻게 이런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요? 공교롭게도 이 대담함의 원천은 타 업계의 경력으로부터 나왔어요. 금융, IT업계에서 경영자로서 보낸 시간은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는 눈을 길러줬어요. 당시 투자는 주로 배양육과 대체 단백질 시장에 몰려있었지만, 천연육 시장 규모는 3천 배에 달한다는 걸 알아챘죠. 비록 숱한 문제가 방치되어 있다해도 후발주자로서 도전할만한 가치는 충분했어요.
이들은 자본을 바라보는 시선도 남달랐어요. 20년 간 금융업계에 몸담았던 노노미야는 경험을 거듭할수록 금융 자본 바깥에 놓인 잠재력이 보였어요. 가치 창조의 측면에서 봤을 때 미래에는 금융 자본보다 자연 자본, 문화 자본 등의 가치가 올라갈 거라 판단했죠. 물론 자연 자본은 금융 자본과는 달리 타임라인이 훨씬 길어요. 축산업만 해도 목초를 기르고, 소를 키우고, 고기로 만들어 판매하기까지 최소 5년이 걸리죠. 하지만 뛰어들 이유는 분명했어요. 좋아하는 고기를 계속 먹으려면 누군가는 자연 자본을 지켜야 했으니까요.
축산업계 SPA가 되겠다는 목표에 따라 굿굿은 순차적으로 생산과 유통 단계를 하나씩 점령해 나갔어요. 전 세계의 목장을 방문하면서 지속 가능한 환경에서 고기를 생산하는 농가를 만나고, 양질의 고기를 공급받았죠. 굿굿은 굿굿미트(GOODGOODMEAT)라는 이름의 정육점을 열어 이 고기를 도매, 소매로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매장 내 레스토랑에서는 고기를 요리로도 제공했고요.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규슈 구마모토현에 있는 목장을 목장을 사들였어요. 목초 재배, 와규 육성, 도매, 소매, 음식점까지 다루게 된 거예요.
굿굿의 구마모토 아소 목장 ⓒgoodgood
축산업계의 오래된 체질을 바꾸려는 굿굿의 계획은 단순히 모든 축산 단계에 참여하는 것에 그치지 않아요. 생산 현장과 연구, 브랜딩, 관광까지 연계시키는 순환형 목장, ‘와규 메종(Wagyu Maison)’을 준비 중이거든요. 그런데 이 목장의 오픈 예정일이 2125년이예요. 사람의 평균 수명보다도 긴 시간에 걸쳐 만드는 와규 메종은 대체 뭐길래 그렇게 긴 시간을 필요로 할까요?
#2. 100년 뒤 오픈 예정인 복합 목장 시설 ‘와규 메종’
와규 메종은 굿굿이 구상한 세계 최초의 체류형 복합 목장 시설이에요. 일본의 축산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생산과 판매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고객의 요구가 생산 현장에 직접 전달되기 어려워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생산 관련 정보를 고객에게 전달할 직접적인 통로가 없어요. 굿굿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 현장이야말로 최고의 상담 장소’라는 생각으로 공개 생산 목장을 만드는 중이에요. 와규의 모든 생산 과정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상담할 수 있는 시스템은 세계 최초라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이와 유사한 시스템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어요. 바로 프랑스죠.
굿굿은 프랑스 상파뉴 지방의 샴페인 메종에서 힌트를 얻어 와규 메종을 구상했어요. 샴페인 메종은 상파뉴 지역의 와인 생산자를 뜻해요. 이들은 토양을 다듬어 포도 나무를 재배하고, 액체로 만들고, 발효하고, 샴페인으로 만들죠. 포도 나무를 재배하는 땅의 기후, 온도, 지질 등의 풍토는 샴페인의 아이덴티티가 돼요. 이것은 곧 샴페인의 판매력으로 이어지고요. 굿굿은 이와 동일한 문화를 축산업계에 들여오고자 했어요. 포도 나무를 키우는 토양과 풍토가 샴페인의 맛을 좌우하는 결정타로 여겨지듯이 축산업에서도 소를 키우는 환경 자체를 브랜드로 만들고자 했죠.
굿굿은 2년 간 축산 환경 자체를 브랜드화하기에 적합한 대규모의 목장 용지를 찾았어요. 그러던 중 홋카이도의 신치토세 국제공항 근처의 아츠마초를 발견했죠. 이 곳의 기후나 지리적 위치는 목장을 만들기에 유리했어요. 하지만 이전에 리조트로 개발하다가 중단한 바람에 지반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죠. 목초를 재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공교롭게 1개월 뒤, 홋카이도 이부리 지방 동부에 지진이 발생해서 다량의 토사가 유출됐어요. 이 토사는 굿굿이 아츠마초의 용지를 정비하는 데 도움을 줬죠. 과거 리조트 개발의 흔적과 자연 재해의 흔적이 굿굿에게 새로운 사업 기반을 마련해 준 거예요.
ⓒgoodgood
목장 용지를 결정한 굿굿은 2020년 4월, 홋카이도 아츠마초의 200헥타르(약 60만 평)의 토지를 장기 사용하기 위해 지자체와 계약을 체결했어요. 이 곳에 목초 재배, 가공, 도매, 레스토랑 경영 등 전 공정을 포함하는 굿굿의 노하우가 집약할 예정이었죠. 그런데 굿굿은 ‘와규 메종’의 오픈 예정일을 2125년으로 계획했어요.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후예요. 지속 가능성도 좋고, 자연 자본도 좋지만 어떻게 프로젝트를 100년 간 준비할 생각을 했을까요?
ⓒgoodgood
ⓒgoodgood
인간의 수명을 넘어가는 와규 메종 사업에 대해 묻자 노노미야 대표는 이렇게 답해요. 이렇게 시간축이 긴 사업은 적지 않다고요. 임업만 해도 사람들이 벌채하는 나무는 자신이 직접 심은 나무가 아니예요. 또한 노노미야가 만난 이탈리아의 슬로우 푸드 관계자는 음식은 보통 5세대에 걸쳐 만들어지기 때문에, 3세대 정도가 걸리는 음식은 ‘패스트 푸드’라고 부른다고 했죠. 반면 일본의 식량 생산은 지금까지 단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 왔어요. 그래서 단순히 설비를 정비하는 게 아니라 지역 생태계 자체를 다듬고, 이 프로세스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시설을 만들기로 한 거예요.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굿굿의 목장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우선 목장에 테크놀로지를 도입해서 축산의 최적화, 효율화를 도모해요. 일본 국내에서는 축사에서 사육을 하는 방식이 주류였어요. 하지만 굿굿은 동물 복지를 고려하여 광대한 목초지에 소를 방목하죠. 하지만 소가 목초지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면 축사 사육에 비해 관리의 난이도가 훨씬 높아져요. 그래서 굿굿은 소에 GPS를 장착해서 위치를 확인하고, 바이탈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디바이스를 장착해서 사고의 징후를 재빨리 파악하고 있어요. 이상을 감지하면 드론을 통해 치료의 필요 유무를 판단하고요.
굿굿의 목장을 중심으로 여러 농가와의 협업도 이루어져요. 와인 농가에서 발생한 포도즙을 소의 비료로 사용하고, 목장에서 생긴 퇴비는 포도밭으로 보내는 식이에요. 이런 일들은 사업 기획 당시 미리 의도했던 것이 아니에요. 차세대 축산업을 만드는 과정에서 같은 뜻을 가진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노노미야 대표는 모든 것들이 의도되지 않은 ‘우연한 부산물’이었다고 말하죠.
단순히 목장 설비를 정비하는 것을 넘어 지역 생태계를 구축하는 굿굿은 스스로를 아티스트라고 표현해요. 기존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굿굿만의 방식을 더해 유일무이한 축산계 떼루아*를 만들었으니까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지속 가능한 환경에서 만든 고기를 구매까지 연결시켜 축산 현장과 식탁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게 굿굿의 목표예요.
*떼루아(terroir) : 프랑스어로 와인을 재배하기 위한 모든 자연 조건을 총칭하는 말로, 기온, 강수량, 바람, 물 등의 기후적 요건뿐만 아니라 포도 재배법도 포괄해요.
#3. 고기 문해력을 높여주는 인텔리전트 정육점
굿굿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연결고리를 더 촘촘하게 만들어요. 축산업에 도전하는 후발주자이지만 판매력은 누구보다 앞서 있어요. 효고현에 있는 레스토랑 병설 정육점 ‘굿굿미트(GOODGOODMEAT)’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래봤자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육점 혹은 정육식당 아니냐고요? 굿굿은 굿굿미트를 ‘인텔리전트 정육점’이라고 불러요. 그냥 고기를 도매, 소매로 판매하는 곳이 아니에요. 축산, 가공, 도매, 조리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큐레이션 한 ‘고기 편집숍’이죠.
ⓒgoodgood
굿굿미트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직접 찾아낸 안전한 목초 소고기와 방목 돼지고기를 판매해요. 또한 함께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는 고기를 조리해서 당질 제한식으로 제공하죠. 그뿐 아니라 굿굿미트는 고기를 구매한 고객이 집에서 최상의 맛을 구현할 수 있도록 레시피와 조리 요령을 알려줘요. 고객이 정육점에서 느끼는 가장 큰 재미는 고기를 추천받는 시간, 요리법을 배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여기에다가 고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술과 음료도 선별하여 제공해요. 고기를 잘 아는 애호가의 섬세한 큐레이션 덕분에 굿굿미트를 찾는 고객들의 고기 문해력은 저절로 올라가요.
*당질 제한식 : 쌀, 밀, 설탕, 과일 등에 많이 들어 있는 당질 섭취를 제한하는 식단이에요. 당질이 높은 음식의 섭취를 줄이면 체내의 혈당수치를 낮출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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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건 소비자의 고기 문해력뿐만이 아니에요. 굿굿의 전문성도 함께 업그레이드 되죠.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프로세스에 직접 참여하며 고객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거든요. 과거의 체제에서는 축산업계가 소비자의 변화나 반응을 감지하기 어려웠지만, 굿굿은 소비자의 이야기를 생산자에게 곧바로 전달할 수 있죠. 굿굿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점 중 하나를 고집하지 않아요. 오직 ‘고기 애호가’의 관점을 지향하죠. 생산자와 소비자, 쌍방의 논리를 모두 이해하는 사람으로서 그 입장에 격차가 발생할 때 가운데에서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거예요.
2023년, 굿굿은 오사카에 고기와 홋카이도의 식재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플래그십 레스토랑 ‘굿굿굿 미트&홋카이도(GOODGOODGOOD MEAT&HOKKAIDO)’를 오픈했어요. 이 곳에서는 굿굿의 목장에서 기르는 목초 와규뿐만 아니라 국내외의 지속 가능한 목장에서 들여온 고기를 맛볼 수 있어요. 채소는 약 300곳의 홋카이도 농가에서 직접 들여오죠. 그런데 이 레스토랑에서는 고기는 물론이고 비건용 대체육을 사용한 메뉴도 판매해요. 그렇다면 고기 마니아가 만든 축산 벤처 기업의 레스토랑이 왜 비건 메뉴를 판매할까요? 노노미야 대표는 이렇게 답해요.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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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대한 선호에 관계없이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비건용 메뉴를 갖추고 있어요. 폭넓은 세대가 방문할 수 있도록 해서, 축산업계의 상황이나 식생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합니다.”
-노노미야, 우메다 경제 신문 인터뷰 중
노노미야는 이 레스토랑의 컨셉을 식문화가 다른 사람들도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삼았어요. 얼핏 보면 의아할 수도 있지만 존재의 이유는 명확해요. 사람들마다 라이프스타일이나 취향, 종교가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스스럼없이 식탁에 함께 둘러앉을 수 있어야 즐거움도 늘어날 거라는 철학이에요. 축산 현장과 식탁의 거리를 좁히고자 했던 굿굿이 이제는 식탁에 앉는 사람들 간의 거리도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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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기쁨을 늘려가겠다는 취지에 맞게 이곳에서는 다양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데요. 그 중 가장 독특한 상품은 유통기한이 30초인 제품이에요. 30분도 짧은데 30초 만에 먹어야 하는 제품이라니, 어떤 제품일까요? 바로 저지 원유 100%로 만든 소프트 아이스크림이에요. 유화제나 인공 감미료 등 첨가물이 일절 들어가지 않아 마치 음료같이 부드러운 식감이에요. 30초 안에 먹지 않으면 녹아 사라지기 때문에 유통기한은 딱 30초죠. 이외에도 고기 애호가의 시선으로 편집한 홋카이도의 상품들이 고객의 식탁으로 즐거움을 전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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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할의 노력이 바꾸는 상류의 흐름
굿굿의 창업 멤버는 무역, IT, 금융, 의류 등 축산업과는 관련 없는 업계의 경력자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다만 모두가 고기 애호가라는 공통점이 있죠. 모두 다른 배경을 가지고 모인 덕분에 이들은 축산이라는 업계를 신선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어요. 이질적인 경력이 섞이는 과정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화학 반응이 나타난 거예요. 그렇게 굿굿은 축산업계의 오래된 체질을 개선시키며 지속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어요. 100년 후에도 좋아하는 고기를 마음껏 먹고 싶다는 고기 애호가들의 바람이 현실화되고 있죠.
ⓒgoodgood
특히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과정 속에서 철저히 ‘고기 애호가’의 관점을 고수하는 모습은 같은 업계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이끌어 냈어요. 그래서 사업을 하며 마주쳤던 수많은 농가, 국내외 바이어, 셰프, 소비자를 상대적으로 쉽게 설득할 수 있었죠. 고기에 대한 애정을 뛰어넘어 축산업이 오래 지속하길 바라는 굿굿의 모습에 투자자들도 모여들었고요. 그렇다면 비전문가에서 시작해서 축산업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만큼 한 길을 파는 동력은 어디서 나올까요? 노노미야 대표는 사업하는 마음가짐에서 가장 중요한 건 ’20%의 노력’이라고 설명해요.
“주변에는 80% 정도 까지만 노력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80%의 노력을 기울여 남들과 비슷한 상태가 되는 순간 그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고 끝내버려요. 그러고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죠. 하지만 새로운 것에 손대는 것보다 남은 20%를 열심히 하면 시간과 노력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에요.”
- 노노미야, note 인터뷰 중
결국 굿굿은 주변 사람들이 채우지 않았던 20%를 자력으로 채워서 압도적인 차이를 만들어냈던 거예요. 굿굿은 단순히 고기를 좋아하는 경영자들이 모여서 '맛있는 소고기를 계속 먹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창업한 회사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유통 단계에 뛰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100년 짜리 장기 프로젝트까지 진행하고 있죠. 축산업계 SPA, 축산의 떼루아, 고기 문해력 등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내면서요. 강의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추진력은 이 나머지 20%의 노력에서 나오지 않았을까요?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