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불가를 선언한 꽃 구독 서비스의 역발상

하나노히

2022.10.17

하나노히는 꽃 구독 서비스예요. 이런 서비스는 전 세계 곳곳에 흔히 있는 모델이죠. 우리나라에서도 ‘꾸까’가 잘하고 있고요. 그런데 하나노히는 보통의 꽃 구독 서비스와는 달라요. 집으로 꽃을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매장에서 직접 꽃을 픽업하는 방식으로 운영하죠.


편하자고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데, 매장에 직접 가서 꽃을 받아야 한다면 불편하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지만 도리어 매장으로 꽃을 가지러 간다는 점이 고객에게 매력으로 작용했어요. 배송을 받는 게 아니라 찾으러 가야 하는데, 역설적이게도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오히려 더 성장했죠.


그동안의 방식을 역행하는, 이 불편한 서비스가 인기인 이유가 뭘까요? 그 이유를 알고 나면, 마음 속에 낭만이 꿈틀거리면서 하나노히 멤버십에 가입하고 싶어질 거예요.


하나노히 미리보기

 #1. 꽃을 구독하세요, 대신 받으러 와야해요

 #2. 꽃을 구독하세요, ‘꽃알못’ 탈출을 도와드릴게요

 #3. 꽃을 구독하세요, 리프레시의 계기가 필요하다면요

 구독을 재발견해 보세요, 오프라인 매장을 위해서




혁신적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과거형이 된 서비스가 있어요. 2015년에 미국 뉴욕에서 시작한 ‘후치(Hooch)’예요. 매달 9.99달러(약 1만 3천원)를 내고 멤버십에 가입하면 뉴욕 맨해튼에 있는 수백 개의 멋진 바에서 칵테일 한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서비스였죠. 


애주가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이 서비스는 인기를 끌었어요. 서비스 출시 2년 만에 매출 200만달러(약 26억원)를 달성했고, 약 20만명의 회원을 확보했죠. 게다가 벤처캐피털로부터 775만달러(약 98억원)에 달하는 초기 투자를 받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Unsplash


인기의 비결은 가성비 넘치는 경험이었죠. 후치의 멤버십에 가입하면 후치와 제휴한 술집을 방문해 매일 한 잔의 술을 무료로 마실 수 있으니까요. 뉴욕에서 칵테일 한 잔을 마시려면 만원 이상이 드니 한 달에 칵테일 한 잔만 마셔도 고객은 본전을 뽑고도 남아요. 여기에다가 여러 칵테일바를 가격 부담 없이 이용해 볼 수 있어요. 칵테일을 아예 마시지 않거나 술을 연례행사 정도로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면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서비스였죠. 


그렇다면 술집은 손해를 보는 장사일까요? 바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후치 앱에 자기 매장이 노출되면서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단순히 후치 앱에서 칵테일 바의 이름을 노출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고객의 방문으로 이어지니 모객을 해주는 괜찮은 마케팅 채널인 거죠. 쿠폰을 받은 고객 중 60%가 실제로 매장을 방문해 쿠폰을 사용했을 정도예요. 


또한 수익적으로도 의미가 있어요. 대부분의 고객이 한 잔만 마시고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추가로 술을 주문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데이트나 미팅 목적으로 2명 이상이 칵테일 바를 찾는 경우엔 추가 매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요. 후치의 통계에 의하면 무료 칵테일만 마시고 바를 떠나는 멤버십 회원의 비율은 10% 미만이고, 1인당 평균 30~40달러(약 3만 9천원~5만 2천원)를 추가로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하니 무료로 제공하는 첫 잔은 고객을 매장으로 유입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인 셈이죠. 


후치의 멤버십 구독 서비스의 혁신은 여기에 있었어요.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구독 서비스의 공통점은 ‘받아보기’예요. 일상용품이건, 큐레이션 해주는 제품이건, 맞춤화된 제품이건 멤버십 구독을 하면 고객이 있는 곳으로 보내주죠. 후치는 반대였어요.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냈죠. 구독 서비스의 새로운 모델 혹은 역할을 제시한 거예요. 


이처럼 작지만 큰 혁신을 시도했던 후치는 현재 서비스를 종료한 상황이에요. 복합적 이유가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직격탄을 맞았다고 볼 수 있어요.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줄고 칵테일 바 영업에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버틸 재간이 없었던 거죠. 그렇다고 구독 서비스의 새로운 모델에 대한 불씨가 꺼진 건 아니에요. 일본 도쿄에 있는 ‘히비야 화단(Hibiya Kadan)’이 2019년 6월부터 선보인 구독 서비스 ‘하나노히(Hananohi)’가 있으니까요.



#1. 꽃을 구독하세요, 대신 받으러 와야 해요

하나노히는 히비야 화단이 운영하는 꽃 구독 서비스예요. 이런 서비스는 전 세계 곳곳에 흔히 있는 모델이죠. 그런데 하나노히는 보통의 꽃 구독 서비스와는 달라요. 집으로 꽃을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매장에서 직접 꽃을 픽업하는 방식으로 운영하죠.



©ハナノヒ


편하자고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데, 매장에 직접 가서 꽃을 받아야 한다면 불편하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지만 도리어 매장으로 꽃을 가지러 간다는 점이 고객에게 매력으로 작용했어요.



하나노히 앱 사용 방법입니다. ©ハナノヒ


집으로 꽃을 배송받는 구독 서비스는 꽃을 선택하거나 조합하는 것을 업체에 맡겨요. 하지만 하나노히의 멤버십을 구독하면 고객이 직접 꽃을 고를 수 있어요. 그날의 기분에 맞춰 꽃 색을 선택한다든가, 여태까지 몰랐던 종류의 꽃을 새롭게 시도해보는 등 고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거죠.


방식도 간단해요. 스마트폰 앱에서 원하는 요금제를 선택하고 구독을 시작한 후 매장에서 QR코드를 보여주면 끝. 꽃을 수령할 수 있는 매장은 170여 곳이 있으며 대부분 도심에 모여 있어요. 히비야 화단 매장이 전국에 190여 곳 있으니 사실상 대부분의 매장에서 가능한 서비스예요.



하나노히의 구독 서비스 플랜입니다. ©ハナノヒ


서비스 요금은 한 송이냐, 한 다발이냐를 기준으로 크게 6가지로 구분돼요. 우선 월 6회 꽃 한 송이를 받는 플랜의 경우 987엔(약 1만원), 매일 꽃 한 송이를 받는 플랜의 경우 1,987엔(약 2만원)이에요. 월 6회 받는 플랜의 경우 1,700원, 매일 받는 플랜의 경우 1,000원 이하로 꽃 한 송이를 살 수 있는 거예요. 배송비가 들지 않으니 가능한 가격이죠.   


물론 꽃다발을 받을 수도 있어요. 꽃다발의 종류에 따라 2,687엔(약 2만 7천원), 3,987엔(약 4만원), 8,787엔(약 8만 8천원), 15,878엔(약 16만원) 등의 4가지 요금제로 구성되어 있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원 수가 급증하면서 2022년 10월을 기준으로 4만명을 돌파했어요. 서비스 개시 2년 4개월만에요.



#2. 꽃을 구독하세요, ‘꽃알못’ 탈출을 도와드릴게요

후치 서비스처럼, 하나노히 멤버십은 꽃을 살 사람이라면 가입을 안하는 게 손해인 서비스예요. 꽃 한 송이를 사려면 만원 안팎이 드니, 고객 입장에서는 월 6회 꽃 한 송이를 받는 플랜을 신청하고 한 송이만 받아가도 본전이니까요. 그 이상이면 고객에게 이득이죠. 2만원가량에 매일 꽃 한 송이를 받는 플랜은 고객이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더 크고요. 


반대로 이야기하면 꽃집 입장에서는 손해일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비야 화단이 하나노히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 이유는 꽃을 소비하는 새로운 문화를 제안하고 기존과 다른 고객층에 다가서기 위함이에요. 히비야 화단의 비즈니스 솔루션 사업본부 매니저인 ‘타니 마유미’의 설명을 들어볼게요. 


“꽃을 좀 더 가깝게 느끼고 가벼운 마음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인터뷰 중


고객이 일상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꽃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하나노히의 목적이라는 뜻이에요. 일본 역시 아직 꽃은 생일이나 기념일에 주는 특별한 선물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자신을 위해 꽃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또한 집에 꽃을 두고 싶지만 꽃집에 가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고요. 그런데 꽃 한 송이를 혹은 꽃 한 다발을 금전적 부담없이 접할 수 있다면 아무래도 꽃을 일상에 가깝게 둘 수 있겠죠.



©ハナノヒ


꽃을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는 만큼 타깃도 달라요. 하나노히의 주 타깃은 꽃에 관심은 있지만 인테리어에 사용해본 적이 없거나, 꽃의 장식법을 잘 모르는 20~30대 여성이죠. 서비스가 시작된 후에는 40대 여성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어요. 의외인 점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고객도 10% 정도를 차지한다는 거죠. 특히 30~40대 남성이 아내를 위해 하나노히를 구독한 후 퇴근길에 꽃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아요. 


이처럼 꽃에 관심이 없던 혹은 꽃을 잘 모르는 신규 고객층을 모객할 수 있다는 게 하나노히의 큰 장점이죠. 게다가 이런 분들은 매장에 방문한 김에 꽃병이나 꽃 관리 도구 등 주변 상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요. 그동안 집에서 꽃을 가꿔본 적이 없으니까요.



하나노히에서 파는 꽃병, 관리도구들입니다. ©ハナノヒ


만약 헤비 유저면 어떻게 하냐고요? 그래도 큰 문제는 없어요. 우선 단골이 되니까 앞으로는 다른 꽃집에 잘 안 갈 테고, 헤비 유저인 만큼 주변 제품들에 대한 소비도 클 것이며, 꽃은 생화라 어쩔 수 없는 폐기율이 있는데 그걸 줄여줄 뿐만 아니라, 구독료가 있어서 최소한의 원가는 보전할 수 있을 테니까요.



#3. 꽃을 구독하세요, 리프레시의 계기가 필요하다면요

멤버십을 구독하는 고객들이 꽃을 픽업하러 가는 시간대는 언제일까요? 퇴근 시간이 아니라 의외로 점심 시간이나 업무 시간 중 혹은 가사 중 휴식 시간을 이용해 꽃을 가지러 가는 경우가 많아요. 휴식 겸, 산책 겸 꽃을 가지러 가는 것이 하나노히의 매력인 거죠. 이와 관련해서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볼게요.  


“리모트 워크로 방에서 계속 지내는데 하나노히 덕분에 산책할 기회가 생겼어요.”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인터뷰 중


매장으로 꽃을 받으러 외출하는 일이, 실내 생활을 지속해야 하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활력을 주고 일상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는 의견이 눈에 띄어요. 꽃을 픽업하러 가는 것이 불편함이 아니라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 거예요. 집에서 배송받는 꽃 구독 서비스에 비해 매장에서 픽업하는 방식은 꽃을 직접 보고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꽃에 관해 설명을 듣고 지식을 쌓아가는 혜택을 누릴 수도 있죠. 이것이 하나노히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포인트예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라 꽃집에 가는 행위에 더 큰 가치가 부여되긴 했지만, 이 시기가 아니었더라도 고객은 유사한 감정을 느꼈을 거예요. 서비스를 설계한 기획의도가 그랬으니까요. 이번에는 히비야 화단 매니저의 설명을 들어볼게요. 


“배달이 아닌 오프라인 매장에서 꽃을 받는 형식으로 만든 이유가 있어요. 고객들이 실제로 꽃집을 방문해 더 많은 꽃을 만져보고 향기를 맡아보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매장에 늘어선 꽃이 계절별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고객들이 계절감을 느끼길 바라요.”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인터뷰 중



©ハナノヒ


꽃으로 고객의 일상을 리프레시하겠다는 뜻이에요.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히비야 화단에서 근무하는 점원들의 역할도 달라졌어요. 일상을 환기시키거나 자신을 위해 꽃을 가져가는 고객의 방문이 늘어나니, 점원들도 고객이 거주하는 공간의 분위기 혹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꽃을 제안하는 비중이 높아졌어요. 과거에는 선물용이나 특정 기념일에 맞춰 고객에게 꽃을 추천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는데 말이죠.



구독을 재발견해 보세요, 오프라인 매장을 위해서

오프라인 매장의 설자리가 좁아지는 시대에, 하나노히의 시도는 눈여겨볼 만해요. 구독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들였으니까요. 이런 방식으로 고객을 매장으로 유인하는 건 리테일 업계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미끼 상품’보다 더 강력한 효과가 있어요.


고객 입장에서 미끼 상품은, 매장에 가서 구매하면 이득이고 구매하지 않는다고 해서 손해보는 건 아니잖아요. 반면 구독 서비스는 오프라인 매장에 직접 방문하지 않으면 고객 입장에선 손해가 날 수 있어요. 적은 금액이라 할지라도 미리 돈을 낸 상황이니까요. 게다가 매장에 자주 가면 추가 비용을 내지 않고서도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고요.


물론 체리 피커도 있고, 헤비 유저도 있어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을 불러들여 시간을 보내게 하면 평균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더 큰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죠. 견물생심이라고 매장에 온 사람들이 추가 구매를 하기도 하고, 자주 가다보면 단골이 되기도 하니까요.


구독 서비스 자체는 특별할 게 없어요. 많은 영역에서 도입해 활용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죠. 하지만 하나노히처럼 역발상을 하면 구독 서비스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어요. 뻔하다고 생각했던 비즈니스 모델도 다시 들여다 봐야 하는 이유예요.




Reference

하나노히 공식 홈페이지

 사지 않고 삽니다 (정희선, 미래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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