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을 더 잘하는 것만으로도, 독보적 경쟁력이 생긴다

인앤아웃

2023.01.10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양대 산맥은 어디일까요? 매장수, 인지도 등으로 보면 맥도널드와 버거킹이 대표적인 라이벌이에요. 그런데 규모를 줄이고 퀄리티를 높이면 대표 주자가 달라져요. 많은 사람들이 미국 동부의 ‘쉐이크쉑’과 서부의 ‘인앤아웃’을 양대산맥으로 꼽죠.


두 햄버거 브랜드는 미국 여행을 할 때 꼭 먹어봐야 할 버거로 입소문이 났어요. 마치 《미쉐린 가이드》에서 추천하는 레스토랑처럼요. 한국 사람들에게 이 두 브랜드의 인기는 임계점을 넘었고, 결국 그 중에서 쉐이크쉑은 2016년 7월 강남에 1호점을 열면서 한국에 상륙했어요. 주변에 햄버거 가게가 없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쉐이크쉑 햄버거를 맛보기 위해 뙤약볕에도 줄을 섰죠. 그 이후 매장을 확장하면서 한국 시장에 안착했고요.


맥도널드, 버거킹, 쉐이크쉑 등 미국을 대표하는 햄버거 브랜드 모두 한국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두었어요. 시장성이 검증되었으니 이제 인앤아웃도 한국에서 맛볼 수 있게 될까요? 아마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커요. 이유는 기본에 충실한다는 경영 철학에 있어요. 어느정도로 기본에 집착하는지 인앤아웃을 함께 가볼까요?






‘요리를 맛보기 위해서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Exceptional cuisine, worth a special journey)’


《미쉐린 가이드에서 선정하는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의 의미예요. 2스타는 요리가 훌륭해 멀리 찾아갈 만한 레스토랑(Excellent cooking, worth a detour), 1스타는 해당 카테고리에서 음식 맛이 뛰어난 레스토랑(Very good cooking in its category)을 뜻하고요.


이처럼 《미쉐린 가이드》는 요리 재료의 수준,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요리의 창의적인 개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일관성 등의 평가 기준으로 시간을 투자해 가볼 만한 레스토랑을 선정하는 것이에요.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되어 있진 않지만, 《미쉐린 가이드가 별점을 매기는 기준대로라면 ‘인앤아웃 버거’는 미쉐린 2스타쯤 되는 레스토랑입니다. 인앤아웃 버거의 햄버거를 먹기 위해 미국 서부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는 건 무리일지 몰라도, 미국 서부 지역으로 여행 중이라면 일부러 인앤아웃 버거를 찾아가도 될 만큼 맛이 훌륭하죠.



ⓒ시티호퍼스


맛의 비결은 심플해요. 주문을 받은 후에 신선한 재료로 즉석에서 조리해 건강한 햄버거를 만드는 것이죠. 햄버거에 들어가는 쇠고기 패티는 냉장 보관한 패티만 사용하고, 감자튀김은 생감자를 썰어 바로 튀겨 내놓아요. 맛의 비결이라기보다 햄버거 가게의 기본에 가까운데, 인앤아웃 버거는 스스로가 정한 원칙을 말로만 포장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하며 미국 서부 지역 최고의 햄버거라는 명성을 얻었어요.


줄 서서 먹을 만큼 인기 있지만 인앤아웃 버거는 미국 서부 지역 밖으로 확장을 하지 않아요. 현재의 인프라로는 신선한 재료 배송이 어렵기 때문이에요. 또한 배달 서비스 업체를 통해 매장 밖으로 고객 접점을 확대하지도 않아요. 배달을 하게 되면 신선도와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죠. 어떤 배달 업체가 인앤아웃 버거를 배달해주자, 오히려 배달 서비스 업체를 고소했을 정도예요. 매출을 포기해가면서까지 원칙을 고수하는 거예요.



ⓒ시티호퍼스


인앤아웃 버거의 철학을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어서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 인앤아웃 버거 매장에 들렀어요. 대학생 때 아무 생각 없이 햄버거 먹는다고 들렀었던 매장과 같은 곳이었는데, 그 때는 인지할 수 없었던 디테일이 눈에 들어왔어요.


새로 오픈한 매장이 아니었는데도, 매장이 유난히 깨끗해 보였어요. 오픈 주방은 물론이고, 테이블과 좌석, 쓰레기 버리는 곳, 바닥의 타일 등 하나같이 관리가 잘 된 느낌이랄까요. 감탄을 하면서 주문한 메뉴가 조리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 있던 유리 커버로 된 조명도 유달리 투명하게 빛이 나는 것처럼 보였어요. 어찌 저리 반짝일지가 궁금해 테이블 위에 있는 조명을 관찰해봤어요.


전등을 살펴보니 전등 소켓 위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어요. 오픈 주방처럼 눈에 보이는 공간이야 신선함과 위생을 강조하기 위해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물론 그마저도 관리가 안되는 곳들도 있죠. 하지만 테이블을 비추는 전등 소켓 위까지 깨끗하게 관리하는 건 진정성 없이는 어려운 일이에요. 위생적인 환경에서 신선한 재료로 건강한 햄버거를 만들어 팔겠다는 원칙이 전등 소켓 위에서도 빛나고 있었어요. 혹시라도 방문했던 매장만 우연히 그런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어 다른 매장을 일부러 찾아가봤는데 마찬가지였죠.



ⓒ시티호퍼스


인앤아웃 버거처럼 기본을 더 잘하는 것(Do the basics better)만으로도 차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요. 그래서 인앤아웃 버거는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처럼 샌프란시스코로 여행 갈 일이 있다면 찾아가 볼 만한 레스토랑이죠. 만약 음식이 아니라 경영을 기준으로 한다면,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이 의미하는 바처럼 인앤아웃 버거를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라도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이고요.




Reference

‘배달의 시대’를 거스르는 인앤아웃버거의 배짱, 티타임즈

 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 (이동진 외 지음, 트래블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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