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가제에게는 남모를 슬픔이 있어요. 첨가할 대상이 없다면 존재의 이유를 잃게 되죠. 얼음 사탕도 마찬가지였어요. 얼음 사탕은 설탕의 일종으로 얼음 모양처럼 생긴 순도 높은 결정체예요. 보통 서구권 국가의 고급 호텔이나 카페에서 설탕 대신 사용해요. 싱가포르에서는 주로 중국 전통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고요. 하지만 전통 요리에 대한 젊은 세대의 수요가 줄었어요. 자연스럽게 얼음 사탕이 설자리도 약해졌죠.
그렇게 얼음 사탕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했던 ‘쳉유헹’에게 위기가 찾아옵니다. 이즈음 창업주의 손자가 회사에 합류해요. 그리고는 얼음 사탕을 부활시키고자 디자인 씽킹으로 ‘주얼 락 슈가’를 런칭하죠. 얼음 사탕을 스틱 형태로 만들어 단맛을 내는 식재료가 아니라 취향과 재미가 있는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포지셔닝한 거예요. 예를 들어 레몬, 프렌치 바닐라 등 여러 맛과 색을 입혀 얼음 사탕 스틱을 음료에 담가 두기만 하면 원하는 맛의 음료가 돼요.
새로운 쓸모를 입히자 수요가 폭발해요. 싱가포르를 넘어 해외 각지에 200개 매장으로 뻗어나갔죠. 그런데 쳉유행의 부활은 이정도에서 멈추지 않아요. 감각적인데 심지어 착하기까지 하죠. 얼마나 착한지 알고나면, 팬을 자처하게 될 거예요.
주얼 락 슈가 미리보기
• 잘 키운 신생 브랜드, 모기업을 견인하다
• 쓸모가 시들해졌다면, 새로운 쓸모를 찾는다
• 작고 반짝이는 선물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 혼자서 빛날 때보다 여럿이 빛날 때 더 반짝인다
• 우정과 행복, 쳉유행이 다른 브랜드를 돕는 이유
‘쳉유헹(Cheng Yew Heng)’은 싱가포르의 가장 오래된 설탕 회사이자 가장 큰 설탕 회사예요. 1947년 문을 연 쳉유헹은 원래 중국 전통 사탕과 과일 통조림 제조 업체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중국 본토로부터 경쟁 업체들이 많이 유입되자, 곧바로 설탕회사로 업종을 변경했죠. 쳉유행의 설탕은 디저트나 음식에 잘 어울리는 단맛이 특징이에요. 주력 상품으로는 흑설탕, 오렌지 설탕, 얼음 사탕 등이 있죠. 식품 기업, 레스토랑 등 B2B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하며 수십 년간 싱가포르 설탕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어요. 싱가포르 로컬 브랜드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ISO22000, 비즈세이프(BizSafe), 할랄 인증 등을 받으며 국제적인 명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데에도 힘써 왔어요.
쳉유헹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얼음 사탕이에요. 얼음 사탕은 설탕의 일종으로 모양이 얼음과 닮아 얼음 사탕이라고 불리죠. ⓒCheng Yew Heng
언제까지나 달콤할 것만 같았던 쳉유헹에 위기가 닥친 건 2010년에 접어들면서예요. 말레이시아, 태국, 중국 등으로부터 더 저렴한 설탕이 싱가포르에 수입되면서 설탕 시장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졌어요. 게다가 2016년 중국의 경기 침체로 싱가포르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30%나 감소하고 말았죠. 쳉유헹은 생산성을 개선하기 위해 자동화에 투자하는 등 여러 해결 방안을 모색했지만 B2B 사업 구조 때문에 고객 기반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20대의 나이에 쳉유헹에 합류한 창립자의 손자이자 총괄 이사인 존 쳉(John Cheng)은 B2B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B2C 시장으로 진출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3~30kg 단위의 산업용 설탕을 위주로 생산했던 과거와 달리, 250g, 1kg, 2kg 등 가정용 분량으로 설탕을 소분하고 ‘쳉(Cheng)’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죠.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했어요. 쳉유헹의 자랑이자 주력 상품 중 하나인 얼음 사탕은 소매 시장에서 수요 자체가 줄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쳉유헹의 얼음 사탕은 주로 제비집 수프, 바쿠테(Bak Kut Teh), 새우 국수 등 중국 전통 음식을 만들 때 사용되는데, 젊은 세대들은 이런 전통 요리를 즐기지 않았죠. 얼음 사탕이 들어가는 요리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얼음 사탕의 활용 방법이나 장점도 잊혀졌고요. 젊은 소비자에게 얼음 사탕을 어필하지 못한다면 얼음 사탕의 미래는 불투명해 보였어요.
잘 키운 신생 브랜드, 모기업을 견인하다
쳉유헹은 어떻게든 젊은 사람들에게 얼음 사탕의 존재를 알려야 했어요. 정확히 말하면 단순히 제품 인지도를 올리는 것을 넘어 얼음 사탕을 소비할 젊은 고객층을 육성하고, 그들이 얼음 사탕을 소비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했죠. 그래야만 유의미한 규모의 B2C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어요. 새로운 고객을 찾고 문화를 만드는 미션은 비즈니스적으로 무척 어려운 일이었죠.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던 존 쳉은 2013년 샌프란시스코에 출장을 갔다가 참석한 디자인 씽킹 워크숍에서 영감을 얻어요. 디자인은 본래 ‘지시하다', ‘성취하다', ‘계획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데시그나레(Designare)에 어원을 두고 있어요. 디자인 씽킹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외형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실용적이고 기능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 가깝죠. 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이너의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빌려와 설계를 바꿔나가는 것을 일컬어요. 존 쳉은 디자인 씽킹을 제품을 혁신하고 내부 프로세스를 재검토하는 일에 활용했어요. 대학교, 기술 교육 기관 등과 함께 쳉유헹만의 얼음 사탕 가공 기술을 연구하고, 젊은 세대를 타깃한 얼음 사탕을 개발했죠.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6년 9월, 마침내 얼음 사탕 브랜드 ‘주얼 락 슈가(Jewels Rock Sugar)’를 런칭했어요.
주얼 락 슈가는 스틱 형태의 얼음 사탕 제품을 판매해요. ⓒJewels Rock Sugar
주얼 락 슈가를 출시한 이듬해, 쳉유헹의 설탕 매출은 세 자릿 수 성장을 기록해요. 얼음 사탕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의 인지도와 지식 수준이 오른 것은 물론이고요. 특히 쳉유헹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주얼 락 슈가 이전에는 브랜드 파워도, 가격 경쟁력도 없어 품질 하나만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니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런데 중국 고소득 소비자들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주얼 락 슈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고급 식료품점이나 마트에서 주얼 락 슈가를 취급하기 시작했죠. 현재는 싱가포르를 넘어 중국, 홍콩, 일본 등 해외의 고급 백화점, 공항, 슈퍼마켓에 진출해 있고, 약 200개 매장에서 주얼 락 슈가를 판매 중이에요. 주얼 락 슈가에 어떤 디자인 씽킹을 접목했길래, 오래된 식재료인 얼음 사탕을 밀레니얼 세대들이 찾게 된 걸까요?
쓸모가 시들해졌다면, 새로운 쓸모를 찾는다
얼음 사탕은 설탕의 일종으로 순도 높은 수크로스의 커다란 결정이에요. 중국 전통 음식에도 사용되지만, 일반적으로 차나 커피에 녹여 먹죠. 중국에서는 각종 음식과 술에도 사용해 왔어요. 근대 시대 이전에는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고 해요. 지금은 부의 상징까지는 아니더라도 유럽이나 미국, 고급 호텔이나 카페에서 종종 설탕 대신 얼음 사탕을 제공해요. 하지만 설탕을 대체하는 고급 대체재만으로는 시장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얼음 사탕이 본격적으로 부활하기 위해서는 설탕과는 다른 효용을 줄 필요가 있었어요.
주얼 락 슈가는 얼음 사탕을 스틱 형태로 만들어 단맛을 내는 식재료가 아니라 취향과 재미가 있는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포지셔닝해요. 단맛 외에 레몬, 프렌치 바닐라 등 여러 맛과 색을 입혀 얼음 사탕 스틱을 음료에 담가 두기만 하면, 원하는 맛 또는 종류의 음료가 될 수 있도록 했어요. 핑크 파인애플 맛의 경우 물이나 탄산수에 녹이면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칵테일, ‘싱가포르 슬링’이 되죠. 얼음 사탕 스틱을 개발할 때 스틱을 단순히 젓개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아예 음료에 담가 먹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착안했어요. 얼음 사탕이 더 이상 단맛을 내는 보조제가 아니라, 음료의 맛을 내는 주재료가 된 거예요.
핑크 파인애플, 주주베, 레몬, 프렌치 바닐라, 클래식 등 5가지 맛 얼음 사탕 스틱이 한 세트로 구성된 오리지널 시리즈예요. ⓒJewels Rock Sugar
파인애플과 석류 맛이 나는 핑크 파인애플 맛의 얼음 사탕 스틱은 싱가포르 슬링 칵테일과 비슷한 맛을 내요. ⓒJewels Rock Sugar
주얼 락 슈가의 얼음 사탕 스틱은 그 자체로도 디저트가 돼요. 기존에는 커피나 차에 녹여 마시는 것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사탕의 역할도 겸해요. 많은 고객이 음료에 스틱을 녹이기 전, 사탕처럼 스틱을 맛보게 되었거든요. 음료의 범위도 커피나 차에 국한되지 않고 물, 탄산수, 칵테일 등 원하는 음료라면 어떤 것이든 얼음 사탕 스틱을 녹여 마실 수 있어요. 알록달록한 비주얼에 개성 있는 맛을 내는 주얼 락 슈가는 설탕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었어요. 얼음 사탕이라는 오래된 소재를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제품으로 개발해 젊은 고객들에게 트렌디한 제품으로 다가갈 수 있었죠.
작고 반짝이는 선물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중국에서는 얼음 사탕을 투명하고 반짝이는 표면 때문에 진주라는 의미의 ‘珠(Zhu)’라고도 불려요. 주얼 락 슈가도 이런 의미를 살려 진주와 비슷한 보석이라는 의미의 ‘주얼’을 이름에 사용했죠. 아무래도 젊은 고객이라면 진주보다 보석이 더 탐날 테니까요. 주얼 락 슈가는 비주얼도 보석을 닮았지만, 이름에서도 그 의미를 드러내 값비싼 보석의 이미지를 연상시켜요. 보석을 닮은 이미지는 자가 소비에도 만족감을 주지만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때 더 빛을 발해요. 그래서 주얼 락 슈가는 선물하기에 좋은 테마나 패키지로 상품을 구성해요.
반짝이는 것에 반짝이는 것을 더하면, 누가 마다할까요? ‘논야 헤리티지(Jewels Nonya Heritage)’ 선물 세트는 얼음 사탕 스틱에 24k 식용 금을 뿌렸어요. ‘논야’는 페라나칸* 여성을 뜻하는 말로, 페라나칸 음식에서 찾을 수 있는 5가지 맛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여기에 화려한 페라나칸 문화를 반영해 금가루를 뿌린 거죠. 어른들이나 귀한 지인에게 선물하기에 좋은 구성이에요. 연인에게 줄 선물을 찾고 있다면 하트 모양 박스의 ‘약간의 무언가(A little something)’가 제격이에요. 딸기맛, 장미 리치, 복숭아 3가지 맛의 얼음 사탕 스틱이 들어있어요. 사랑스러운 패키지와 맛 덕분에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기에 그만이죠. 이처럼 선물용 얼음 사탕 스틱 세트를 꾸린 것은 똑똑한 전략이에요. 자가 소비를 넘어 얼음 사탕 스틱을 구매하는 또 하나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잠재 고객에게 주얼 락 슈가를 선보이는 마케팅 효과도 있거든요.
*페라나칸: 싱가포르로 이주한 중국인과 동남아시아 현지인이 결혼해 낳은 후손들을 의미하며, 화려한 페라나칸 문화는 싱가포르만의 고유한 문화예요.
논야 헤리티지 선물 세트의 패키지예요. 패키지 디자인부터 화려한 페라나칸 문화를 닮아 있어요. ⓒJewels Rock Sugar
논야 헤리티지 선물 세트는 코코넛, 판단 쉬폰(Pandan chiffon), 버터 플라이 티 얌(Butter fly tea yam) 등 페라나칸 음식의 맛을 담고 있어요. ⓒJewels Rock Sugar
하트 모양 패키지와 3가지 맛 핑크 빛 미니 얼음 사탕 스틱이 들어 있는 ‘약간의 무언가(A little something)’ 선물 세트예요. ⓒJewels Rock Sugar
주얼 락 슈가는 사탕처럼 먹어도 맛있지만 차, 커피 등과 페어링해 마시면 더 맛있어요. 그래서 커피와 어울리는 코코넛, 카라멜, 헤이즐넛 등의 얼음 사탕으로 구성된 ‘커피 시리즈’를 출시하기도 했어요. 나아가 아예 차 브랜드나 커피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하기도 했죠.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로컬 커피 브랜드 ‘훅 커피(Hook Coffee)’의 5가지 드립백과 주얼 락 슈가의 커피 시리즈를 페어링해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시했어요.
훅 커피와 협업해 만든 선물 세트예요. ⓒJewels Rock Sugar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차 생산자인 '1872 클리퍼 티(The 1872 Clipper Tea Co.)’와는 5가지 티백에 주얼 락 슈가의 오리지널 시리즈를 페어링해 선물 세트를 구성했고요. 새로운 맛을 개발하지 않아도 페어링과 컬래버레이션만으로 더 완성도 높은 제품을 제안한 셈이에요.
1872 클리퍼 티와 컬래버레이션한 선물 세트예요. 5가지 맛 얼음 사탕 별로 각기 다른 맛의 티가 페어링되어 있어요. ⓒ시티호퍼스
주얼 락 슈가와 1872 클리퍼 티의 컬래버레이션 에디션은 1872 클리퍼 티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도 만나볼 수 있어요. 오프라인 매장을 갖춘 파트너와의 협업은 단독 매장이 없는 주얼 락 슈가에게 고객과의 오프라인 접점을 마련해요. ⓒ시티호퍼스
혼자서 빛날 때보다 여럿이 빛날 때 더 반짝인다
주얼 락 슈가는 단독 매장이 없어요. 대신 마트, 백화점, 편집숍 등에서 구매할 수 있죠. 온라인에서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고요. 그런데 주얼 락 슈가를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매장이 한 군데 더 있어요. ‘푸드 컬처 싱가포르(Food Culture Singapore)’라는 웹사이트예요. 푸드 컬처 싱가포르는 이름처럼 싱가포르의 로컬 식품 브랜드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플랫폼이에요. 그래서 제품 분류에도 브랜드를 응원하는 마음을 반영해요. 다른 쇼핑몰처럼 종류에 따라 제품을 분류하기도 하지만, 스타트업 브랜드, 헤리티지 브랜드 등의 카테고리로 소비자들이 싱가포르의 신생 브랜드나 역사 깊은 브랜드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죠.
ⓒFood Culture Singapore
그런데 푸드 컬처 싱가포르는 2021년 8월에 쳉유헹이 런칭한 플랫폼이에요. 잘 나가던 얼음 사탕 스틱 브랜드가 온라인 식료품 플랫폼을 만든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요. 2020년 초 발발한 팬데믹은 많은 싱가포르 식음료 브랜드에 타격을 줬어요. 특히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입점해 있던 주얼 락 슈가는 해외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기며 피해를 직격으로 맞았죠. 당시 존 쳉은 주얼 락 슈가만을 위한 해결책을 고민하는 대신, 비슷한 문제에 직면한 다른 식료품 브랜드들과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위기에 더 강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고, 장기적으로도 주얼 락 슈가가 오래 가는 브랜드가 되기 위한 방향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싱가포르 식료품 브랜드 중에서도 헤리티지가 있거나 컨셉과 스토리가 돋보이는 신생 브랜드를 선보이는 플랫폼을 런칭하게 된 거죠.
푸드 컬처 싱가포르에는 2022년 기준으로 주얼 락 슈가를 포함한 약 50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어요. 두부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와인을 만드는 ‘사치(Sachi)’, 못난이 야채를 과자로 만들어 판매하는 ‘콘페티 스낵(Confetti Snacks)’, 남는 빵이나 과일 등을 업사이클링해 맥주로 만드는 ‘크러스트(Crust)’ 등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선한 영향력이 빛나는 브랜드들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푸드 컬처 싱가포르는 입점 브랜드의 매출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각 브랜드의 이야기도 함께 전달해 고객이 브랜드를 인지하고 친밀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요. 시장에 브랜드를 소개하는 등용문이 되기도 하죠.
우정과 행복, 쳉유헹이 다른 브랜드를 돕는 이유
사실 쳉유헹이 싱가포르 식료품 산업을 위해 투자한 건, 푸드 컬처 싱가포르가 처음이 아니에요. 존 쳉은 푸드 컬처 싱가포르에 앞서 2018년 ‘이노베이트 360(Innovate 360)’이라는 회사를 창립했어요. 이노베이트 360은 싱가포르 최초의 식품 인큐베이터이자 액셀러레이터예요. 주로 딥 테크, 농업 기술, 지속 가능성 등의 분야에 강점을 둔 식품 스타트업들을 포함하고 있죠. 식품 스타트업들이 아이디어를 개발, 확장, 상업화할 수 있도록 제조 시설, 자금 조달, 멘토링, 세일즈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요.
쳉유헹은 이노베이트 360에서 인큐베이팅하는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기도 해요. 스타트업이 가진 기술이 쳉유헹의 사업에 도움이 되어 사업적 시너지가 나기도 하거든요. 예를 들어 식품 제형을 연구하는 딥 테크 회사 ‘후 푸드(Hoow Foods)’는 쳉유헹과 파트너십을 맺어 더 건강한 설탕을 함께 개발했어요. 참신한 기술을 가진 푸드 테크 기업과 쳉유헹 간의 협업은 쳉유헹의 전통적인 비즈니스에 혁신을 가져오고, 스타트업에게는 새로운 사업 기회와 성장 가능성을 열어 주죠. 쳉유헹의 이런 행보는 비단 젊은 리더의 뜻만이 아니에요. 쳉유헹은 회사의 태생부터 동반자와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뜻을 품고 있어요.
“쳉유헹은 우리 가족의 성(Cheng)과 우정(Yew), 그리고 행복(Heng)의 가치를 따 지은 이름이에요. 친구들과 함께 우리는 행복을 가져 오죠. 이것은 제가 불러 일으키고 싶은 협업 정신, 그리고 커뮤니티와 같은 의미예요.”
한 인터뷰에서 밝힌 존 쳉의 말이에요. 쳉유헹이 설립되었을 당시에는 쳉유헹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친구라고 생각하고, 그들과의 우정을 담아 회사 이름을 지었다고 해요. 수십 년의 시간이 쌓여 싱가포르 설탕 시장의 1인자가 된 지금, 쳉유헹에게 친구는 임직원을 넘어 싱가포르 식품 업계를 함께 발전시키는 회사들이에요. 시대가 바뀌고 회사의 위상이 높아져 범위가 달라졌을 뿐, 미래를 같이 이끌어가는 동반자에 대한 존중은 변하지 않았죠. 심지어 시야가 좁아질 수 있는 위기의 상황에서도 회사의 앞날만을 걱정하기보다는 산업 전체의 미래를 고민했어요. 함께 위기를 극복하면 더 건강한 업계의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더 나은 사업 환경이 조성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존 쳉에게서 배울 수 있는 건 단지 비즈니스적 마인드와 전략적 혁신만은 아닌 듯해요. 혁신과 성공 이후까지 내다보며 같은 길을 걷는 '친구들’에게 영향력을 베풀고자 하는, 선한 마음 아닐까요?
Reference
• 모두가 디자이너의 사고방식(디자인 씽킹)을 가져야 하는 시대, 패스트 캠퍼스
• How a 70-year-old rock sugar company transformed with design, Design Singapore Counc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