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카도는 6대 째 차통을 만드는 가족 회사예요. 그런데 고리타분한, 겨우 연명하는 회사를 떠올리면 안돼요. 오랜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장인 정신과 사업성 사이에서 카이카도만의 길을 찾았거든요.
먼저 제품 영역.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차 뿐만 아니라 커피콩, 파스타 등을 보관하는 보관 용기로 넓혔어요. 덕분에 나이 지긋한 중장년층 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카이카도 매장을 찾아요.
지역도 교토나 일본에만 갇혀 있지 않아요. 중국, 홍콩,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을 넘어 영국, 프랑스, 스위스, 스웨덴 등 유럽, 북미에도 진출했어요. 차를 마시는 문화가 미비하거나, 차를 마신다 해도 일본과는 다른 차 문화를 가진 나라에도 진출한 거예요.
20명 남짓한 작은 회사로서는 꽤 큰 존재감이에요. 카이카도는 어떻게 세대적, 지역적 확장을 하면서도 카이카도만의 정체성과 헤리티지를 지켜나가고 있는 것일까요?
카이카도 미리보기
• ‘다움’을 지키면서 ‘다음’을 준비한다
• ‘다움’과 공명하는 ‘다름’에 다가선다
• ‘다움’을 모아 ‘다움’을 펼쳐낸다
• 공예는 미래에도 계속되어야 한다, ‘Go On Project’
‘가족 경영’은 중립적인 표현이에요. 회사를 운영하는 주체가 가족이라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주주 우선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어요.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리더를 찾아 대표직에 임명하고, 더 좋은 실적을 내야 하는데요. 경영권이 세습되는 가족 기업에서는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경영권을 승계할 리스크가 있어서죠.
하지만 가족 경영도 장점이 있어요. 경영권이 가족에게 세습되는 만큼 경영의 방향이 일관적이에요. 가족으로부터 물려 받은, 그리고 가족에게 물려 줘야 할 회사이기에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그 결과 오히려 더 좋은 성과가 나기도 해요. 때로는 ‘자신의 임기 동안 실수하지 않는 것’이 목표가 되기도 하는 전문 경영인 체제와는 상반되는 현상이에요.
결국 가족 경영은 정답과 오답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예요. 회사의 형태와 속성에 따라 더 적합한 경영 방식이 있는 거죠. 일본 교토에는 창업자부터 몇 대를 이어 온 가족 경영 회사들이 있어요. 대표적인 예가 교토의 ‘카이카도(開化堂, Kaikado)’예요. 카이카도는 1875년에 창업해 6대째 찻잎을 보관하는 차통을 만들어요.
ⓒKaikado
“가족 경영을 없애고 사내외에서 우수한 사람을 리더로 세워 주주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만이 전 세계의 자본가들로부터 정답처럼 인정 받지만, 가족 경영에는 확실히 장점이 있어요.”
창업자의 6대 손이자, 현재 카이카도의 대표인 ‘야기 타카히로’의 말이에요. 그는 가족 경영의 긍정적 효과를 믿어요. 물론 카이카도에 한해서요. 장인정신이 필요한 공예 회사이기 때문에 수백 년의 시간 동안 쌓아온 회사의 이념을 소중히 하면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카이카도만의 독자성이 발현될 수 있고요.
그의 생각을 더 들여다 볼게요. 야기 타카히로는 가족의 개념을 같이 일하는 사람들까지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차통을 만드는 장인이 중요한 인재이기 때문에 가족 같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믿거든요. 카이카도의 ‘모노즈쿠리’* 철학을 견고하게 이어나가는 데에도 필수적이죠.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정신
ⓒKaikado
물론 여기에서 뜻하는 ‘가족 같은 관계’의 개념이 흔히 생각하는 고리타분하거나 권위주의적인 것이 아니에요. 대표와 직원이라는 관계에서 생기는 벽을 제거하고, 부모가 자식을 책임지는 것과 같은 마음을 갖는다는 의미죠. 이런 문화는 언어화하기 어려운 기업의 ‘다움’을 내재화하고, 회사 내 공통된 가치관을 공유하는 데에 도움이 돼요.
가족 경영의 장점을 취하고, 가족의 의미를 확장해 자기다움을 지켜나가는 카이카도. 하지만 카이카도의 자기다움을 만들어 나가는 건, 가족 경영에 대한 철학뿐만이 아니에요. 모노즈쿠리 정신을 기반으로 ‘다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경험에서 우러나온 배움이 있기 때문이에요.
‘다움’을 지키면서 ‘다음’을 준비한다
카이카도의 차통은 밀폐력과 보존력이 뛰어나요. 아로마를 보존하고 습기를 차단하는 데 효과적이에요. 차통을 만드는 주재료는 크게 3가지, 주석, 구리, 황동이에요. 주재료 특성상 시간이 흐르며 색과 질감이 변하는 매력이 있어요. 수십 년의 시간 동안 사용자의 스타일대로 물들어가죠. 그뿐 아니라 뚜껑과 본체로 구성된 차통은 사용감도 좋아요. 뚜껑을 열 때에 자연스럽게 빠지는 느낌과 닫을 때 공기를 가두는 듯한 감각이 기분을 부드럽게 만들어요.
ⓒKaikado
이러한 차통은 카이카도 소속의 장인들이 만들어요. 총 130가지가 넘는 공정을 거쳐 차통을 만드는데, 창업 당시와 같은 방식으로 수작업을 고수하죠. 매출이나 효율 관점에서 본다면 150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모노즈쿠리를 지켜나가는 게 비효율적일지 몰라요. 하지만 기계로 대량 생산한 차통이 보편화된 요즘, 수제를 버리고 기계 제작 방식로 전환했다면 지금쯤 카이카도는 남아 있지 않았을 지도요.
카이카도에는 약 20명 정도의 장인들이 있는데,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차통은 40개 남짓이에요. 하루에 생산하는 수량이 정해져 있으니 매출도 정해져 있어요. 물론 수량을 늘리려면 어떻게든 늘릴 수 있겠지만, 수량을 제한하는 건 카이카도가 의도한 바예요. 목표 매출을 정하고 생산량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품질을 고려해 생산량 상한을 정했어요. 양적인 성장보다 가치가 변하지 않는, 그래서 손님들이 꾸준히 찾는 제품을 지향하는 거예요.
“요즘에는 유일한 것이나 큰 것만을 대단하다고 하지만, 실은 ‘오랫동안 계속 되고 있는 것’에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야구에 비유하면 강속구를 주무기로 최다 승을 기록하면서 선수 수명이 3년으로 끝나 버리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투구수를 정해 10년, 20년에 걸쳐 꾸준히 승리를 쌓아가는 것이죠.”
야기 타카히로가 쓴 책, <공감과 사업(共感と商い)>에서 그가 한 말이에요. 카이카도는 불특정 다수를 위해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대신, 카이카도의 감성에 공감해 주는 소수를 위한 물건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카이카도다움을 지켜나가요. 빠르게 퍼져 나가지는 않지만, 조금씩 확실하게 카이카도의 가치를 전달하는 쪽을 택한 거예요.
카이카도는 매출과 품질을 맞바꾸지도, 전통을 포기하지도 않고도 요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진화하고 있어요. 카이카도다움을 지키면서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죠. 카이카도는 그간 차통을 만들어 왔는데요. 차는 세대나 문화권에 따라 수요의 편차가 있어요. 그래서 카이카도의 핵심을 차통이 아니라 ‘밀폐력’과 ‘보존력’으로 정의하고, 이를 기반으로 용도를 넓혀 나가고 있어요.
커피콩 캐디 ⓒ시티호퍼스
파스타 케이스 ⓒ시티호퍼스
다과 보관통 ⓒKaikado
예를 들어, 오리지널 차통을 변형해 커피콩 캐디, 파스타 케이스 등의 밀폐 용기를 출시했어요. 커피콩 통에는 사각형 손잡이와 커피콩 계량 숟가락을, 파스타 길이에 맞춰 길게 제작한 파스타 케이스에는 동그란 모양의 스파게티 계량기를 추가하는 식으로요.
‘다움’과 공명하는 ‘다름’에 다가선다
카이카도의 매력은 실제로 만져 보고 뚜껑을 여닫는 사용감을 느낄 때 더 와 닿아요. 온라인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감각이 강점이기에, 오프라인 매장 및 판매 채널이 중요해요. 그래서 카이카도는 유통 파트너들을 선정할 때도 신중을 기해요. 매출보다는 담당자가 자주 바뀌지 않고, 카이카도의 가치를 고객들에게 충분히 잘 전달할 수 있는 파트너인지를 고려해서 선정하죠.
해외라고 예외가 아니예요. 해외에 진출할 때에도 매출의 규모보다 공명의 밀도에 중점을 두고 파트너를 선택해요. 카이카도의 첫 번째 해외 진출은 2005년, 영국 런던이었어요. 비록 문화권이 다른 유럽이지만, 전통과 클래식에 대한 존중이 있는 나라의 수도답게 카이카도의 가치를 알아본 거예요. 심지어 카이카도가 판매망을 확장한 것도 아니고, 영국 런던의 티 매장 ‘포스트카드 티(Postcard Tea)’에서 먼저 카이카도 제품을 포스트카드 티 매장에서 팔아보고 싶다고 연락을 했어요.
영국 런던에 있는 포스트카드 티 매장 ⓒ시티호퍼스
카이카도는 제품만 보내 거래를 하는 대신, ‘해외에도 가족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포스트카드 티 매장에 직접 가서 현지의 반응을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표인 야기 타카히로가 직접 런던으로 날아갔죠. 그는 9일 동안 포스트카드 티 매장에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카이카도의 다통을 제작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 주고 사용법을 설명하고 판매했어요.
일본 차가 아니라 홍차를 마시고, 둥근 차통이 아니라 사각 틴 케이스에 익숙한 런던이었지만 1주일 만에 100만엔(약 950만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어요. 그간 ‘일본식 차통을 해외에서 누가 사겠어?’라는 의구심을 가지며 회의적이었던 해외 진출의 가능성을 발견한 순간이었어요.
포스트카드 티는 30년 이상 전 세계의 차 재배지를 여행하며 퀄리티가 높은 차를 영국으로 수입해 온 회사예요. 포스트카드 티를 운영하는 회사뿐만 아니라 고객들도 차에 대한 관심과 조예가 깊었죠. 그만큼 파트너, 파트너의 제품, 매장 환경 등이 카이카도와 궁합이 맞았어요.
특히 포스트카드 티 대표 티모시 도페이(Timothy D’offay)’의 아버지는 런던에서 유명한 갤러리스트로, 가족 모두가 문화와 예술에 조예가 깊어요. 다시 말해, 카이카도의 역사나 가치를 사람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역량이 있었던 파트너였던 것이죠.
하지만 포스트카드 티처럼 완벽에 가까운 파트너를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예요. 초심자의 행운이었던 걸까요, 런던에서 순조로운 해외 진출을 시작한 카이카도는 다음 도시 파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어요. 파리 최대 규모의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의 식료품 층에 매장을 열었는데 판매량이 거의 미비했거든요.
파리의 갤러리 라파예트 Source: Wikimedia Commons
문제가 무엇이었을까요? 포스트카드 티 매장과 달리, 백화점 식료품 층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에요. 파리 한복판에 위치한 백화점이기에 ‘비일상적인 일본의 제품’보다는 현지의 일상에 어울리는 제품이 더 잘 팔렸어요. 하지만 카이카도는 이 곳에서도 포스트카드 티에서 했던 것처럼 일본스러운 작업복을 입고 일본다움을 무기로 판매를 진행했어요. 파리지엥의 일상품에 위화감 없는 제품이어야 했는데, 일본스러움을 무기로 세일즈를 했으니 반응이 저조할 수 밖에요.
문제점을 깨달은 카이카도 팀은 당장 복장부터 바꿨어요. 그리고 차통에 대한 소개나 시연을 모두 프랑스어로 전달했어요. 오랫동안 쌓아온 카이카도의 본질과 일본스러운 임팩트로 승부하려고 한 것에 대한 반성이 반영된 변화였어요. 일본식 차통이 아니라 기능이 좋은 보관 용기로 소개되자 즉각적으로 판매가 개선되기 시작했어요.
역설적으로 ‘일본다움’을 지워 일본 문화의 가치가 높아진 거예요. 일본에 놀러 온 외국인들이 일본스러운 제품들을 사는 것은 단지 일본으로 여행을 왔기 때문이에요. 그들이 사는 도시에서는 기념품으로서 흥미로운 제품보다 일상품으로서 가치가 있는 제품을 사기 마련이죠. 카이카도는 파리에서의 실패를 통해 그 나라의 생활 속에서 사용하기 좋은 용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물론 해외 시장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바꿀 필요는 없어요. 그러나 고객이 물건을 사용하고 싶은 맥락을 고려해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을 바꾸면 현지의 고객들과 공명할 수 있어요. ‘상대에게 위화감 없이 다가간다’는 감각이 중요한 거죠. 현재 카이카도는 이런 방식으로 현재 일본을 넘어 유럽, 미주, 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 12개 이상의 국가에서 판매하고 있어요.
‘다움’을 모아 ‘다움’을 펼쳐낸다
카이카도는 유통 파트너들을 통해서만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아니에요. 교토에 가면 브랜드의 쇼룸 역할을 하는 카이카도 본점이 있어요. 한적한 골목길에 위치한 작은 매장이지만 카이카도의 존재감으로 가득 찬 공간이에요. 이 곳에서는 카이카도의 모든 제품을 만날 수 있어요. 오래된 공예 브랜드답게 깊이와 무게감 마저 느껴지는 곳이죠.
카이카도 본점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그런데 카이카도 본점에서 약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카이카도가 운영하는 또 하나의 매장이 있어요. 2016년, 노면전차의 차고를 개조해 오픈한 ‘카이카도 카페(Kaikado Café)’예요. 카페 비즈니스는 그 형태만 보면 보관 용기를 제작하는 카이카도의 본업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처럼 보여요. 하지만 카이카도는 이 카페가 본업의 연장선에 있다고 봤어요. 1차적으로는 카이카도 차통에 보관하던 찻잎이나 커피 콩으로 내린 음료를 판매하기 때문에 카이카도 제품의 장점을 고객들이 체험할 수 있으니까요.
카이카도 카페 입구 ⓒ시티호퍼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카이카도의 커피 콩 보관통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더 중요한 것은 카페를 연 이유예요. 카이카도는 젊은 세대와 전통 공예 간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요즘의 방식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의 세대가 그들에게 지연스러운 맥락에서 카이카도를 경험할 수 있도록요. 그래서 카이카도의 차통으로 젊은 세대에 어필하기 전에, 그들이 익숙한 공간인 카페를 만들어 젊은 고객들이 찾아오도록 만든 거예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실제로 카이카도 카페를 방문하는 많은 고객들이 카이카도 차통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오히려 커피와 차, 그리고 치즈 케이크 등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하지만 카이카도는 개의치 않아요. 오히려 의도했던 바예요. 카이카도 카페라는 이름을 사람들이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카이카도를 알리는 일이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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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하나 더. 카이카도 카페는 카이카도를 포함해 교토에 기반을 둔 공예 브랜드들의 쇼룸이자 체험장 같은 곳이에요. 유리로 된 장식장 안에 교토산 공예품들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것은 물론, 메뉴를 서빙할 때 이 공예품들을 활용하기도 해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예를 들어 커피를 내릴 때에는 ‘카나아미 쓰지(Kanaami Tsuji)’의 커피 드리퍼를, 차를 서빙할 때는 ‘아사히야키(朝日焼)’의 찻잔과 찻주전자를, 디저트류는 ‘나카가와 모코게이(中川木工芸)’의 나무 그릇과 나무 포크를 사용하는 식이에요. 심지어 매장의 창문에 달려 있는 커텐도 교토의 오랜 텍스타일 회사 ‘호소오(Hosoo)’의 제품이에요.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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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카도 카페에서 경험한 공예품들이 마음에 들었다면 매장에서 바로 구매도 가능해요. 카페 2층에는 카이카도의 보관 용기들을 포함해 더 많은 공예품들을 전시하면서 판매하고 있어요. 이 공예 브랜드들은 대부분 교토에 뿌리를 내리고 몇 대째 전통을 이어온, 유서 깊은 노포들이죠. 교토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모던한 카페를 무대 삼아 세상으로 나가자는 데에 다함께 뜻을 모은 거예요.
ⓒ시티호퍼스
공예는 미래에도 계속되어야 한다, ‘Go On Project’
카이카도 카페에서 쓰이는 공예품들의 이야기를 더 해볼게요. 먼저 호소오는 1688년부터 교토 니시진에서 기모노의 오비를 제작하는 니시진오리 공방이에요. 지금은 창업자의 12대 손이 경영하고 있으며 첨단 기술을 도입해 실험적인 텍스타일을 개발하고, 현대적이고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을 만들어요.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과 콜라보도 하고, 일본의 내로라하는 5성급 호텔들의 인테리어, 소파 등에도 호소오의 원단이 쓰이죠.
교토의 호소오 플래그십 스토어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카이카도 카페에 있는 공예 브랜드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는 아사히야키예요. 1596년도부터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해 현재는 16대 손이 브랜드를 이끌고 있죠. 전통적인 도자기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감도 높은 찻잔, 식기 등의 도자기 제품을 선보이고 있어요. 또한 창업자의 2대손이 운영하고 있는 카나아미 쓰지는 철사를 그물처럼 엮어 다양한 주방용품과 오브제를 만들고, 나카가와 모코게이는 3대째 목공예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요.
ⓒ朝日焼
ⓒKanaami Tsuji
카이카도 카페에 있는 공예 브랜드들은 분야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서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헤리티지도 깊죠. 이렇게 기라성같은 브랜드들이 한 데에 모일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공예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창업자의 후손들이 이끌고 있다는 거예요. 선대 때부터 친밀하게 지내며 교토의 전통 공예에 대한 철학과 뜻을 공유해 왔어요. 선대부터 이어진 교류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카이카도를 포함한 6개 점포의 사장들이 모임을 만들었어요. 이 모임의 멤버들이 카이카도 카페를 오픈할 때 자신들의 제품을 납품한 것이고요.
2012년에 발족한 이 모임의 이름은 ‘고온(Go On)’이에요. 고온이라는 이름은 ‘무언가가 계속 되고 있다(Something is going on)’는 영어 표현의 줄임말처럼 들리기도 하고, 일본어로 ‘남의 은혜’의 높임말을 뜻하는 ‘고온(ごおん)’을 연상시켜요. 실제로 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담아 지은 이름으로, 미래와 과거를 연결해 나가고 있어요.
고온 멤버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창의적 방식으로 선대의 사업을 이어가면서도, 동시에 함께 전통 공예를 소재로 혁신적인 작업물들을 만들어 왔어요. 예술, 디자인, 과학, 기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 들면서요. 단지 공예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공예의 미래지향적인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거예요. 이러한 시도가 이어진다면 교토의 공예 산업은 미래에도 여전히 자기다움을 지키면서 시대와 호흡을 같이 하지 않을까요?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