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스와핑’으로 여행의 새로운 모델을 제안합니다

킨드레드

2022.09.06

여행을 떠나면 집이 빕니다. 그렇다면 이 집을 누군가에게 빌려준다면요? 집의 효용이 높아질 수 있겠죠. 에어비앤비를 통하면 수익을 낼 수도 있고요. 그런데 ‘킨드레드’는 빈 집을 에어비앤비랑은 다르게 접근했어요. 돈을 받고 공간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무료로 집을 내어주고 그 기간만큼 남의 집에서 머무를 수 있는 크레딧을 갖게 되는거죠. 집을 교환하는 ‘홈 스와핑’이에요.


이렇게 하면 여행을 할 때 숙박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어요. 이론적으로는 누군가 자기 집에 계속 머무른다면 그 크레딧으로 숙박비 없이도 남의 집에 머무르면서 계속해서 여행을 할 수 있죠. 그렇다면 2가지 궁금증이 생길 수 있어요. 하나는 에어비앤비로 수익을 내서 그 돈으로 여행을 다니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의문. 또다른 하나는 자기 집은 허름한 걸 빌려주고 남의 집은 좋은 곳만 골라서 머무르면 어떻게 하냐라는 우려.


킨드레드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요? 킨드레드가 설계한 방식을 보면, 철학이 있으면서도 영리하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킨드레드 미리보기

 온 마음을 다해 집을 빌려드립니다

 비포도 애프터도, 확실하게 책임집니다

 후발주자가 찾아낸 니치, 리모트 워크

 투자자가 아닌 여행자가 만드는 관용의 경제

 집에 영혼이 깃들면 비즈니스가 열립니다






2003년, 아이슬란드 대학교의 한 학생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의문의 메일을 받았어요. '당신의 소파라도 내어줄 수 있을까요?'라는 다소 뜬금없는 내용이었죠. 알고 보니 이 메일의 수신인은 무려 1,500명. 핀란드 여행을 계획 중이던 케이시 펜튼(Casey Fenton)이라는 사람이 보다 새롭고 저렴한 방법으로 머물 곳을 찾다가, 아이슬란드 대학교 재학생들의 이메일 주소를 해킹해 메일을 보냈던 거예요. 여기에 메일 수신인의 3%가 넘는 50여명의 학생이 화답을 했어요.


이 경험을 발판으로 펜튼은 인터넷에 카우치서핑(Couchsurfing)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었어요. 소파(couch)를 서핑(surfing)한다는 이름 그대로, 생판 모르는 타인의 집에 들어가 무료로 숙소를 제공받는 이 아이디어는 '호의'를 바탕으로 쑥쑥 성장하죠. 지금까지 20만 개 이상의 도시에 카우치서퍼들이 집을 등록했고, 이용자 수는 1,200만 명에 달해요. 유치한 투자 총액은 300억원을 웃돌죠.



ⓒCouchingsurfing


카우치서핑은 진정한 의미의 공유 숙박 플랫폼이라 할 수 있어요. 호스트와 게스트 사이에 금전적 거래가 오가지 않고, 오직 서로의 호의와 친절을 바탕으로 운영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만큼 치명적인 단점도 있어요. 늘 안전에 대한 위험이 있고, 실제 집을 봤을 때 컨디션이나 디자인에서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어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2020년부터는 월 3,200원, 연 19,000원 수준의 구독료를 받고 있지만, 그 금액이 적어 사실상 무료인 셈이죠.


그렇다면 카우치서핑의 이러한 의미와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2022년 4월에 출범한 샌프란시스코의 '킨드레드(Kindred)'가 그 방법을 찾았어요. 호의와 친절을 매개로 호스트와 게스트를 잇고, 여행 수단으로서가 아닌 세상과 연결되는 한 방법으로 숙박 공유를 제안하죠. 카우치서핑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셈이에요.



킨드레드는 일반적인 타 공유 숙박 플랫폼보다 약 6배 저렴한 가격을 제시해요. ⓒKindred


차이점은 멤버십 비용과 운영 방식이에요. 300달러(약 40만원)의 연간 멤버십 비용을 내면 언제든지 타인의 집을 무료에 가까운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어요. 상대와 집을 교환하거나, 교환하지 않고 빌려주기만 했다면 나중에 다른 회원의 집에서 숙박할 수 있는 여행 크레딧이 제공되죠.


예컨대 7박을 하는 데 다른 공유 숙박 플랫폼은 2,250달러(300만원)의 렌트비가 든다면, 킨드렌드에서는 멤버십 비용 외에 360달러(48만원) 정도만 지불하면 돼요. 소정의 청소비, 일간 30달러의 서비스 비용이 여기에 포함되죠. 숙박 비용은 0원이에요. 최소 혹은 최대 숙박일수도 정해져 있지 않아요.



킨드레드 앱 화면. 멤버십 회원이 되어야만 이용이 가능해요. ⓒKindred


킨드레드는 회사와 고객의 이익이 공존하는 지점을 찾아냈어요.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카우치서핑의 단점을 멤버십 제도로 보완하면서, 여행자에게는 타 숙박 플랫폼에 비해 저렴한 숙박비를 제시하죠. 가격은 저렴하지만 주택의 컨디션이 떨어질 염려는 하지 않아도 돼요. 집의 컨디션도, 게스트의 안전도, 심지어 호스트와 게스트의 됨됨이까지도 믿을 수 있죠. 호의와 친절을 넘어 '궁극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어떻게냐고요? 킨드레드의 진짜 매력은 바로 여기서부터예요.



온 마음을 다해 집을 빌려드립니다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킨드레드는 다른 숙박 공유 회사와 결정적인 차이가 있어요.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에게 집을 맡긴다는 점이에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더 많은 집을 등록시키는 것보다 네트워크 구축에 방점을 둬요. 이용자를 넓힌다는 점에서 같은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킨드레드의 지향점은 폭발적인 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숙박 공유 플랫폼과 달라요. 수익화보다는 나눔에 가치를 두죠. 창업자 저스틴 팔레프스키(Justine Palefsky)의 말에서 그 의도를 읽을 수 있어요.


"킨드레드는 마음이 맞고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장소가 되길 원합니다. 관용적이며 신뢰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서로를 찾을 수 있죠."


이해를 돕기 위해 가입 절차를 살펴볼게요. 킨드레드는 폐쇄적이고 끈끈한 연대를 표방해요. 멤버십 회원이 되어야만 집들을 둘러보고 이용할 수 있는데, 가입 신청 시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게 초청 코드예요. 이 초청 코드는 기존 회원으로부터 받을 수 있어요. 여타 사이트에 가입할 때 추천인 아이디를 물어보는 것과 같죠. 차이점은 이 초청 코드가 없다면 아예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즉, 회원과 긴밀한 관계의 지인만이 킨드레드의 회원이 될 수 있어요.



킨드레드에 가입하려면 초청 코드(invite code)를 입력해야 해요. ⓒKindred


초청 코드를 입력했다면 간단한 질문들이 나와요. 주거 지역부터 침실과 화장실 개수, 동거인 종류 등을 묻죠. 집의 용도가 거주용인지, 별장 혹은 렌탈 등의 투자 목적인지도 꼼꼼히 체크해요. 응답을 완료하면 검증을 위해 링크드인 프로필 주소를 입력해야 해요. 최종적으로 킨드레드에서 집을 탐방한 후 가입이 승인되죠.


승인된 멤버들은 연간 300달러의 멤버십 비용을 내요. 그 순간부터 킨드레드 앱에서 원하는 형태의 집을 검색하고 찾을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불상사가 생기면 어떡하죠? 집에 가격을 매기지 않아 불평등한 교환이 이뤄지면요? 예를 들어 누군가는 허름한 집을 내놓고 여행 숙소로는 좋은 집들만 고를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킨드레드는 이 문제를 영리하게 해결해요. 멤버십 회원들은 게스트인 동시에 호스트가 되어야 해요. 가입 절차에서 살펴봤듯이 호스트로서 자신의 집을 필수로 등록해야 하죠. 그리고 호스트로서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만 게스트로 집을 빌릴 수 있어요. 만약 내 집의 상태가 좋지 않다면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 다른 집과 홈 스와핑 자체를 할 수 없어요. 그저 멤버십 비용만 내고 아무런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게 되는 셈이죠.



식물을 테마로 한 밴쿠버의 킨드레드 집이에요. ⓒKindred



캘리포니아 소살리토의 집이에요. ⓒKindred


호스트로서 선택받는 게 중요하니 킨드레드 앱에 올라온 집들은 주인의 취향이 드러나는 것은 물론, 디자인과 테마에 있어서도 뚜렷한 개성을 보여요. 시크한 톤의 집, 도심 한복판에서 즐기는 정원 오아시스, 시애틀 여름을 느낄 수 있는 집, 리모트 워크에 특화된 공간 등 게스트는 다양한 옵션 가운데 취향과 여행 목적에 맞는 집을 선택해요. 반대로 호스트는 집을 통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면서 가치관이 맞는 게스트를 맞이할 수 있죠.


마음이 맞는 호스트와 게스트는 일회적인 관계를 넘어, 신뢰를 기반으로 장기적인 관계로까지 발전할 수 있어요. 전혀 모르던 사이에서 지인을 공유하는 사이로, 나아가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나누는 깊은 관계로 말이에요. 이것이 정량적 성공을 뛰어넘는 킨드레드의 지향점이에요.



비포도 애프터도, 확실하게 책임집니다

원하는 집을 찾고, 집을 교환하고, 호스트와 게스트 모두 기분 좋은 홈 스와핑을 경험하는 것. 단순해 보이지만 이 모든 과정이 매끄럽고 안전하게 일어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이 지점에서 킨드레드의 역할이 두드러져요. 사이트를 오픈하고 연결만 해주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부드러운 윤활유 역할을 해주죠.



ⓒKindred


게스트의 신청이 들어오면, 집주인은 킨드레드가 제공하는 매칭 서비스를 이용해 자신의 집에 머물기 원하는 게스트를 선택해요. 그러면 킨드레드가 호스트와 신청자 간 미팅을 열고 최종 예약을 진행하죠. 숙박 전후로는 전문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트와 수건, 잠금 박스 등 게스트 키트도 구비해 둬요. 마지막으로, 이용 횟수와 상관 없이 호스트 보호를 위해 10만달러(1억 3,000만원)의 보험을 자동으로 제공해요.


호스트는 킨드레드의 청소 서비스로 렌트 전과 같은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고, 게스트는 온전히 여행에 집중할 수 있으니 모두에게 윈윈이죠. 사건사고에 대비한 보험도 필수적으로 들어 있기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두 이용자가 얼굴을 붉힐 일은 없어요. 이처럼 매칭부터 숙박 전후의 서비스, 그리고 보험을 제공하면서까지 킨드레드가 고객 관리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동 창업자 저스틴 팔레프스키와 타스님 아미나(Tasneem Amina)의 경험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어요.



오픈도어는 부동산 거래 중에 발생하는 불필요한 과정을 없애고,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조율 역할을 하면서 빠르게 성장한 혁신 기업이에요. 오픈도어 출신의 킨드레드 창업자들은 여기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게스트와 호스트 간의 숙박 공유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요. ⓒOpendoor


두 사람은 모바일 부동산 플랫폼 오픈도어(Opendoor)의 초기 멤버였어요. 오픈도어는 중개인을 두지 않아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불필요한 중간 과정을 없애 집 거래의 장벽을 낮춘 스타트업이에요. 2023년까지 미국 전역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을 목표로 급성장하고 있죠. 특이한 점은 집의 거래를 회사가 중개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직접 구매한다는 점이에요. 판매자와 중개인, 구매자 간의 불통을 없애고, 각자의 이해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예요.


오픈도어에서의 경험은 중개 비즈니스에서 회사가 직접적으로 관여하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 배울 수 있는 기회였죠. 두 창업자는 직접적인 관여를 통해 게스트와 호스트, 호스트와 플랫폼 간에 서로 존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더 수준 높은 커뮤니티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었죠. 


실제로 킨드레드 회원은 다리 몇 개만 건너면 서로 공통된 인간관계를 찾을 수 있어요. 때문에 더 조심스럽고 진정성 있게 집을 빌려주고, 이용할 수 있어요. 여기에 더해 거래가 일어나기 전부터 킨드레드가 각 과정을 책임지니 커뮤니티와 안전에 대한 신뢰, 모두 공고해질 수밖에 없죠.



후발주자가 찾아낸 니치, 리모트 워크

킨드레드에 대한 아이디어는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 진행 중이던 시점에 나왔어요. 팔레프스키와 아미나는 집에서 재택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죠. 리모트 워크를 하려고 했지만 항공료와 숙박비가 너무 비쌌어요. 아예 집을 포기하고 노마드로 사는 건 큰 위험 부담이 따랐고요. 집을 에어비앤비로 내놓고 여행 경비를 얻는 방법도 고려해봤지만, 모두 자신들에겐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과정 하나하나가 불편했고 안전도 보장되지 않았거든요.



저스틴 팔레프스키(왼쪽)와 타스님 아미나 킨드레드 공동 창업자. 아미나는 “1년에 2주 단위로 휴가를 압축해 여행을 떠나는 시절은 지나갔어요. 리모트 워크 혁명이 계속되고 있죠.”라고 말해요. ⓒKindred


두 사람은 수소문 끝에 근방에 사는 대학 동기 커플을 찾아냈어요. 그들과 집을 교환하죠. 별도의 비용도, 위험 부담도 없이 두 번째 집을 갖게 된 중요한 순간이었어요. 이를 계기로 친구의 친구로 집을 교환하는 네트워크가 조금씩 뻗쳐 나가요. 솔루션은 금방 나왔죠.


팔레프스키와 아미나는 곧바로 비공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어요. 친한 친구나 그들에게 소개받은 사람들과 팔로우를 맺고, 집을 게시한 뒤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집을 바꾸게 했죠. 몇달간의 테스트 기간 동안 수천 명이 네트워크에 가입했어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대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죠. 그렇게 신뢰의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어요.


사실 고객 입장에서는 킨드레드와 다른 공유 숙박 플랫폼이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어요. 로컬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지니까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킨드레드의 목적은 여타 플랫폼들과 달라요.



덴버에 있는 워크 스페이스 집. 리모트 워커들에게 특화된 시설과 물건들이 구비돼 있어요. ⓒKindred



트레드밀 데스크가 있는 로스앤젤레스의 집. ⓒKindred Twitter


"우리는 여행을 단순한 탈출이 아닌, 삶의 한 방식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아미나의 말이에요. 두 창업자가 발견한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개인의 일상에 끼친 영향이었어요. 리모트 워크의 필요성은 늘어나는 데 반해, 이를 실행할 합리적인 비용의 공간은 턱없이 부족했죠. 그래서 킨드레드는 여행과 일을 병행하는 사람들, 혹은 자신의 일상인 일을 여행으로 끌어들여오는 리모트 워커들을 주 타깃으로 정했어요.


가입 신청서를 작성할 때 이런 킨드레드의 정신을 확인할 수 있어요. 가입 신청서에는 기본적인 질문들 뒤로 현재 상황과 추구하는 일의 형태를 묻는 항목이 있어요. 풀타임 리모트 워커, 파트타임 리모트 워커, 근무 여부, 은퇴 여부 등 나에게 맞는 옵션을 선택하게 하죠. 


킨드레드는 멤버십 회원을 승인할 때도 집이 리모트 워크를 하기에 적합한지 주의 깊게 살펴요. 워크스테이션, 스탠딩 책상이나 트레드밀 책상 등이 구비된 곳인지도 점검해요. 실제로 킨드레드에서는 그런 집들이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어요.



킨드레드는 가입 신청서에서 여행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요. 원하는 여행 종류, 여행에 얼만큼 개방적이고 얼마나 자주 이상적인 여행을 하는지 등을 묻죠. ⓒKindred Instagram


그렇다고 여행을 중시하는 게스트에게 열악한 플랫폼은 결코 아니에요. 오히려 매력적이죠. 타 플랫폼에 비해 숙박료가 몇 배나 저렴하니, 절약한 돈으로 자기 목적에 맞는 여행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킨드레드는 말 그대로 내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에요. 집이 크든 작든, 임대이든 자가이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안전하고, 목적에 맞게 잘 관리된, 여행과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집이기만 하면 되죠.



투자자가 아닌 여행자가 만드는 관용의 경제

숙박 공유 서비스의 대표주자는 에어비앤비(Airbnb)에요. 킨드레드 이전에 이미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안했죠. 에어비앤비의 검색 필터에는 '업무 전용 공간'이라는 리모트 워커를 겨냥한 옵션도 있어요. 얼핏 킨드레드와 뚜렷한 구분이 느껴지지 않지만, 킨드레드는 에어비앤비가 아니에요. 가장 큰 차이는 운영 방식에 있죠.


에어비앤비의 경우, 집을 수익화할 목적으로 호스트가 되는 사람이 상당해요. 세컨 홈이나 유휴공간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집을 사서 에어비앤비에 렌트로 돌리는 거죠. 이렇게 에어비앤비로 주택 거래를 하면 미국 내 연간 평균 임대료가 20% 올라간다는 조사 결과가 있어요. 에어비앤비를 단기 임대해 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되니, 부동산을 여러 채 구입하는 투자자들이 생기고, 이에 따라 집값이 급등하는 것이죠. 피해는 오롯이 주택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에게로 돌아가요. 뿐만 아니라 에어비앤비로 돈 버는 법을 권장하는 책이나 블로그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투자용으로 에어비앤비를 활용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에요.



아마존에서 판매되고 있는 멜빈 클렘(Melvin Clem)의 에어비앤비 투자 가이드북 ‘How To Invest in Airbnb Properties.’ ⓒAmazon


반면 킨드레드는 '얻으려면 제공하라(You must give to get)’는 방침을 강조해요. 킨드레드 플랫폼에 올라 있는 집들은 투자용 부동산이 아닌 실제 거주지에요. 앞서 밝혔듯 회원들은 호스트인 동시에 게스트가 되어야 해요. 집을 빌려주고 현금을 버는 대신, 다른 집에 머무를 권한을 얻는 거죠.


덕분에 킨드레드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주면서, 간접적으로 부동산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집값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어요. 운영 방식에서도 신뢰와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죠. 이처럼 킨드레드는 관용을 바탕으로 경제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어요.



집에 영혼이 깃들면 비즈니스가 열립니다

런칭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킨드레드의 총 예약 숙박일수는 1000회를 넘겼어요. 특별한 광고 없이 오가닉하게 얻은 성과죠. 성장 가능성을 알아본 실리콘밸리의 대형 투자사 앤더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는 킨드레드에 775만달러, 약 100억원의 시드머니를 투자해요. 투자를 받은 뒤, 두 창업자는 인스타그램 밖으로 나와 킨드레드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려는 취지로 사이트를 구축했어요.


현재 킨드레드는 미국을 넘어 캐나다, 멕시코 등지의 20개 도시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어요. 오가닉 성장률은 95%, 전월 대비 성장률은 60%에 육박해요. 한 명의 회원이 2.5명의 신규 회원을 유치하고, 70%의 멤버가 첫 이용 후 2달 내에 새로운 집을 예약하거나 호스트가 되죠. 최근에는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지인이 없어도 회원이 되고 싶은 사람에게 초청 코드를 주고 있어요.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등록 거주 지역에 수요가 많아지면 선착순으로 코드가 주어져요.



ⓒKindred Instagram


한 번 킨드레드를 경험한 사람이 서비스를 계속 찾게 되는 건 단순히 연간 멤버십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은 아니에요. 커뮤니티 내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화학 작용도 큰 몫을 차지해요. 집을 공유한 사람끼리 감사 편지를 남기는 것은 어느새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를 잡았어요. 꽃과 와인, 손글씨로 쓴 시, 집 내부의 소리를 녹음해 선물로 남기는 회원들도 있죠.


많은 사람이 킨드레드에 끌리는 이유는 낯선 여행지에서도 안정과 신뢰감,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서예요. 이 점이 수많은 유사 서비스들 사이에서도 킨드레드가 숙박업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단숨에 퀀텀점프할 수 있었던 비결이죠. 이쯤 되니 고객들이 왜 이토록 빨리 킨드레드에 푹 빠지는지 알 것 같아요. 내 친구가 머무는 곳이기도 하고, 나와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는 주인이 있기도 한, 바로 그저 살아보기 위한 집이 아닌 '영혼이 깃든 집'이기 때문이죠.







Reference

킨드레드 공식 웹사이트

카우치서핑 공식 웹사이트

오픈도어 공식 웹사이트

This new house-swapping app is looking for spaces with character, Lizzy Reisinger, Business Of Home

A New Home-Swapping Platform Allows You To Travel The World Like Cameron Diaz And Kate Winslet, Bridget Arsenault, Forbes

Opendoor alums raise $7.75M for Kindred, a home-swapping network it says makes travel ‘dramatically more affordable’, Mary Ann Azevedo, TechCrunch

집값 올리는 에어비앤비? 일괄적 규제보다 전략적 활용 필요, 이규열, HBR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