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드라이 진(Gin)에 도전하는, 교토 드라이 진의 존재감

키노비

2023.04.21

규칙 없음. 술 종류 중 하나인 진(Gin)의 매력이에요. 진은 와인이나 맥주와 같이 주재료에 제한이 있지 않아요. 배합 등도 정해진 게 없죠. 숙성 기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에요. 특별한 규칙 없이 증류 과정에서 다양한 재료를 침출해 개성 있는 진을 주조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전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진 증류소들이 생겨났어요.


일본도 예외는 아니에요. 지금이야 산토리, 닛카 등 일본의 대형 위스키 회사들도 진을 만들지만, 일본 최초의 진을 만든 곳은 따로 있어요. 2014년에 설립된 ‘교토 디스틸러리(Kyoto Distillery)’예요. 이름처럼 교토에 증류소를 두고, 교토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죠. 2016년, 교토 디스틸러리는 ‘키노비’라는 크래프트 진을 런칭하며 일본 진 씬(Scene)의 포문을 열었어요.


키노비 진은 출시와 동시에 교토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어요. 권위있는 국제 증류주 대회에서 수많은 수상을 하기도 했죠. 2020년에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주류회사 ‘페르노리카 재팬’으로부터 큰 투자를 유치하며 페르노리카의 포트폴리오에 편입되기도 했고요.


단순히 일본 최초의 진이어서 얻은 결과라고 보기에는, 성과가 예사롭지 않아요. 그렇다면 교토 디스틸러리의 키노비는 무엇이 다른 걸까요?


키노비 미리보기

 교토의 계절을 진으로 증류한다면

 교토 드라이 진을 가장 진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곳

 알고 보면 눈에 들어오는 ‘키노비즘’의 디테일

 교토다움으로 증류한 진의 무대는 넓다




세상에는 다양한 술이 있어요. 그리고 각 술들은 ‘종주국’을 필두로 대표 생산 국가가 있죠. 와인은 이태리, 프랑스, 스페인이 3대 생산국이고,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가 쌍두마차예요. 보드카는 폴란드와 러시아를 포함한 일명 ‘보드카 벨트’가 주도하고, 럼은 카리브해의 이국적인 생산지들이 두각을 나타내요. 그리고 이 술들은 각 나라의 자존심이 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종주국 혹은 대표 생산 국가가 큰 의미가 없는 술도 있어요. 바로 ‘진(Gin)’이에요. 진은 네덜란드에서 처음 시작됐어요.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주니퍼베리(Juniper berry)’를 넣은 증류주, ‘주니에브르(Genièvre)’가 개발되었는데요. 이게 바로 진의 원형이에요. 원류로 따지자면 네덜란드가 종주국이기는 하죠.


하지만 대중화를 한 건 영국이에요. 1664년, 네덜란드의 주류 회사 ‘볼스(Bols)’가 주니에브르를 상품화해 처음으로 영국에 수출하였고, 영국인들은 이를 ‘Gen’으로 불렀어요. 그러다 점차 영국식 발음인 ‘Gin’으로 변해 오늘 날의 진이 되었죠. 네덜란드의 오리지널 주니에브르는 단맛이 강했지만, 영국에서 그들의 입맛에 맞게 드라이한 맛으로 바뀌었어요. 여기서 ‘런던 드라이 진’이라는 말이 탄생했죠. 그래서 지금도 진은 크게 꾸덕한 단맛이 특징인 ‘네덜란드 진(혹은 더치 진)’과 단맛이 없는 ‘런던 드라이 진’으로 나뉘어요.


재밌는 건, 전 세계적으로 양조되는 진 대부분이 런던 드라이 진이라는 이름을 쓴다는 거예요. 꼭 런던이나 영국에서 만들지 않아도, 런던식으로 드라이하게 진을 만들면 어디에서 생산했던 런던 드라이 진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무방하거든요. 여기에서 런던은 진이 만들어진 지명이 아니라 진을 만드는 방식을 의미하는 거예요.


이 방식이 진을 매력적으로 만들었어요. 원산지가 중요한 주재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숙성 기간이 따로 없으며, 증류 과정에서 다양한 재료를 침출할 수 있어 개성 있는 술을 주조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전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진 증류소들이 생겨났어요. 유럽은 물론이고 북미, 중남미,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모든 대륙의 다양한 나라에서 말이죠. 


일본도 예외는 아니에요. 지금이야 산토리, 닛카 등 일본의 대형 위스키 회사들도 진을 만들지만, 일본 최초의 진을 만든 곳은 따로 있어요. 2014년에 설립된 ‘교토 디스틸러리(Kyoto Distillery)’예요. 이름처럼 교토에 증류소를 두고, 교토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2016년, 교토 디스틸러리는 ‘키노비’라는 크래프트 진을 런칭하며 일본 진 씬(Scene)의 포문을 열었어요.



ⓒKyoto Distillery



교토의 계절을 진으로 증류한다면

진은 원산지뿐만 아니라 진의 풍미를 내는 보태니컬(Botanical) 등의 재료에도 제한이 없고, 배합도 정해지지 않았어요. 바꿔 말하면 지역의 보태니컬이 다채롭게 발달한 지역일수록 특색 있는 진을 만들기에 유리하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그래서 일본에서 품질 좋은 진이 만들어지는 건, 어쩌면 필연일지 몰라요. 일본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지역마다 기후가 다양해 지역색이 강한 보태니컬이 많이 생산되거든요.


키노비가 대표적이에요. 키노비는 이름부터 일본어로 ‘사계절의 아름다움’이라는 뜻이에요. 이름에 걸맞게 교토의 사계절을 한 병의 진에 담아요. 최대한 교토 혹은 일본에서 생산한 식물로, 제철이 있다면 최대한 제철에 재배한 것들을 사용해요. 예를 들어 키노비 진에 들어가는 교토산 유자는 11~12월에, 교토산 산쇼 후추는 5월에 재배된 것을 사용하는 식이에요. 이 밖에도 아카마츠(일본 적송), 최상급 녹차인 교쿠로, 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물 등이 모두 교토산이에요.



ⓒ시티호퍼스


이를 위해 키노비를 주조하는 교토 디스틸러리는 공급업체와 보태니컬을 선정하는 데에만 6개월을 썼어요. 그 기간 동안 100가지가 넘는 보태니컬들을 테스트하고, 그 중 11가지의 보태니컬을 선별했어요. 이렇게 선별한 11가지 보태니컬들을 진을 구성하는 요소인 베이스, 시트러스, 허브, 향신료, 차, 과실&꽃 등 6가지로 재분류했어요. 그리고 각 요소를 별도로 증류한 후, 후시미 사케 양조장의 물과 혼합해 진을 만들었죠.


교토 디스틸러리는 진의 풍미를 구성하는 요소와 레시피를 공식화해 일정한 맛과 품질을 유지해요. 가장 기본 진인 ‘키노비’, 우지차가 들어간 ‘키노티’, 11가지 보태니컬이 모두 들더간 ‘키노비 세’ 등 레시피에 따라 종류가 다른데 보통 8~10가지 진을 판매해요. 시기에 따라 한정판 진을 개발하기도 하고요.



ⓒKyoto Distillery


이처럼 교토 디스틸러리는 교토산, 일본산 식재료와 오리지널 레시피로 뚜렷한 일본의 맛을 구현해내요. 이름도 런던 드라이 진 대신 ‘교토 드라이 진’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요. 교토에서 양조한 진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에요. 천년 역사의 교토가 가진 명성에 걸맞게 장인정신을 갖고 진을 양조하겠다는 각오가 담긴 이름이기도 해요.


장인정신으로 양조한 진인 만큼, 그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보틀을 디자인했어요. 교토 디스틸러리는 일본 양조업계의 명맥을 잇는다는 의미에서 지금은 사라진 ‘가루이자와 양조장(Karuizawa Distillery)’의 싱글 몰트 위스키 병을 기본으로 보틀을 디자인한 거예요. 실용성을 위해 코르크 대신 스크류 캡을 사용했고, 목 부분을 약간 변경하여 외관을 세련되게 보완했고요.



ⓒ시티호퍼스



Source: @kinobi.official 인스타그램


키노비 보틀의 패턴은 카라카미 장인인 ‘키라 카라초(Kira Karacho)’가 총괄했어요. 에도 시대 때부터 시작된 카라카미는 목판을 이용하여 종이에 문양을 내는 일본 전통 공예 중 하나로, 키라 카라초가 현존하는 유일한 장인이에요. 그가 목판에 수작업으로 만든 카라카미 문양을 스크린 인쇄해 키노비 보틀의 패턴을 완성했죠.  전통과 혁신으로 세심하게 빚어낸 보틀 패턴은 키노비에 담긴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고풍스럽게 표현한 거예요.


이번엔 보틀 컬러를 볼게요. 키노비 병의 기본 색은 일본의 ‘와(和)’ 문화를 상징하는 먹색이에요. 오사카의 ‘사카이 클래스(Sakai Glass)’와 함께 다양한 유리 색상을 검토한 후 채택한 색깔이에요. 그런데 어떤 진을 담느냐에 따라 다른 색의 병을 사용하기도 해요. 우지 차가 들어간 ‘키노티’는 녹색 병에, 붉은빛이 예쁜 ‘키노우메’는 술의 컬러를 고급스럽게 전달하기 위해 반투명 보틀에 담는 식이에요. 한 병, 한 병의 매력을 살리는 디테일이에요.



ⓒ시티호퍼스



교토 드라이 진을 가장 진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곳

교토 디스틸러리는 키노비 진의 매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 각 키노비 진의 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칵테일 레시피를 소개해요. 진토닉, 네그로니, 마티니 등 클래식한 칵테일 레시피도 있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진인 만큼 일본식 술문화를 가미한 레시피를 제안하기도 해요. 진에 따뜻한 물을 섞어 마시는 ‘오유와리’, 탄산 음료를 넣어 만드는 ‘하이볼’ 등이 대표적이에요. 오유와리는 사케, 쇼추 등을 따뜻한 물에 희석해 마시는 칵테일이에요. 회, 생선구이 등 일본 요리와 잘 어울리는 것이 특징이죠.


키노비 진은 교토의 웬만한 보틀 숍, 백화점, 공항 면세점 등에서 구매할 수 있어요. 키노비 진을 구매해 교토 디스틸러리가 가르쳐주는 레시피대로 진을 즐기는 것도 방법이지만, 키노비 진의 매력을 가장 키노비답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있어요. 교토 디스틸러리의 브랜드 하우스이자 바인, 교코가 젠으로 환생한 듯한 ‘하우스 오브 키노비(House of Ki No Bi)’예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하우스 오브 키노비의 바에서는 키노비 진을 스트레이트로, 혹은 칵테일로 마실 수 있어요. 시그니처 메뉴는 3가지 키노비 진을 15ml씩, 비교해 테이스팅할 수 있는 ‘키키키노비’예요. 매장에 준비된 8가지 진 중 3가지를 고르면 나만의 테이스팅 세트를 구성할 수 있어요. 이 밖에도 프리미엄 진인 ‘캐스크 숙성 키노비’나 최상급 녹차인 교쿠로가 들어간 ‘키노타마 교쿠로’는 별도로 추가 주문할 수 있고요.



ⓒ시티호퍼스


더불어 마티니, 네그로니, 유자 김렛, 진토닉, 진소다 등 클래식한 칵테일 메뉴 5가지가 준비되어 있어요. 하지만 총 40가지 칵테일을 맛볼 수 있죠. 칵테일 종류를 선택한 후 매장에 준비된 8가지 키노비 진 중에 하나를 기주로 고를 수 있거든요. 같은 칵테일이라도 다른 키노비 진으로 만들었을 때 어떤 풍미를 내는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어요.



ⓒ시티호퍼스


하우스 오브 키노비의 바에서 칵테일 또는 스트레이트로 키노비 진을 경험했다면, 보틀을 구매하고 싶을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바와 연결된 보틀 숍에서 원하는 키노비 진을 구매할 수 있어요. 보틀 숍이 함께 붙어 있기 때문에 하우스 오브 키노비의 바는 유료 테이스팅의 역할을 제공하는 셈이에요. 게다가 숍에서는 키노비 진뿐만 아니라 하우스 오브 키노비에서만 구할 수 있는 포스터, 엽서, 칵테일 레시피 책 등을 함께 판매해 키노비 팬들의 지갑도, 마음도 함께 열어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알고 보면 눈에 들어오는 ‘키노비즘’의 디테일

하우스 오브 키노비는 2020년에 처음 문을 열었어요. 매장 연식으로 치자면 몇 년 되지 않았지만, 건물 연식은 100년이 넘었어요. 하우스 오브 키노비의 매장 건물은 원래 나무를 쌓아 두던 적재소로 쓰이던 ‘마치야’였어요. 하우스 오브 키노비 직전에는 미국식 팬케이크와 수제 맥주를 파는 인기 카페로 쓰였는데, 6개월 간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하우스 오브 키노비로 재탄생했죠. 


교토 디스틸러리는 하우스 오브 키노비를 열며 최대한 마치야의 보전하고자 했어요. 흙벽, 들보, 지붕 타일 등 과거의 요소를 그대로 살렸을 뿐만 아니라, 입구의 디딤돌, 뒷마당의 소나무와 식물 등을 활용해 전통적인 마치야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요.



매장 입구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여기에다가 키노비 진처럼 매장에 쓰인 재료도 교토 현지에서 조달한 게 많아요. 매장 인테리어에 쓰인 목재도 교토산이고, 수제 가구들은 모두 교토의 ‘모리노 공방’에서 제작한 것들이에요. 내부 장식에도 키노비 병 디자인을 맡았던 키라 카라초가 만든 카라카미 벽지, 교토의 오랜 니시진오리 장인 ‘호소오(Hosoo)’의 직물 등을 사용했고요.



ⓒ시티호퍼스


하드웨어적인 관점에서 하우스 오브 키노비는 키노비라는 브랜드의 정신, ‘키노비즘(Ki No Bi ism)’이 깃든 공간이에요. 단순히 키노비 진을 마시고 구매하는 장소를 넘어선 거죠. 그런데 물리적 건물뿐만이 아니에요. 매장에서 제공하는 정보나 경험의 측면에서도 브랜드 하우스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요. 키노비라는 브랜드를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든요.


숍과 바를 겸하는 1층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전시공간과 세미나실이 있어요. 전시 공간에는 진의 역사와 종류, 진을 만드는 과정, 키노비 진에 사용된 식물과 재료 등에 대한 전시가 펼쳐져요. 키노비 진에 들어가는 11가지 보태니컬의 향을 맡아볼 수도 있고, 양조장 VR투어도 가능해요. 주말에는 세미나실에서 테이스팅 세미나가 진행돼요. 키노비 진을 구성하는 6가지 증류액을 각각 맛보기도 하고, 키노비 진의 정교한 생산 방법 등에 대한 수업이 이루어지기도 하고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하우스 오브 키노비를 이용하면서 키노비의 찐팬이 되었다고요? 키노비의 찐팬을 위한 멤버십, ‘Elements’가 준비되어 있어요. 회원 가입비만 6천엔(약 60만원), 이후 연회비는 없어요. 60만원만 한 번 내면 평생 멤버십을 유지할 수 있죠. 멤버십 혜택으로는 하우스 오브 키노비에서 10% 할인, 특별 행사 초대 등이 있어요. 연회비가 없다는 파격적인 장점이 있지만서도, 60만원 어치의 혜택을 보려면 하우스 오브 키노비에서만 600만원 이상을 소비해야 해요. 


금전적 혜택으로만 멤버십을 유지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이는데요. Elements의 가장 핵심적인 혜택은 금전적 혜택이 아니라, 독점적 공간 이용 권리예요. Elements 멤버들은 하우스 오브 키노비 1층에 숨겨진 ‘진 궁전(Gin Palace)’을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거든요. 진 궁전은 아무 정보 없이 방문한 사람들은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숨겨져 있어요. 미국 금주령 시대 유행했던 주류 밀매점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기 때문이에요. 프라이빗한 멤버십 전용 공간으로 활용하기에 적절한 컨셉이죠.



ⓒKyoto Distillery


내부도 ‘궁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1820년대 진과 여러 증류주를 판매하는 화려한 런던 바를 모티브로 했어요. 진 궁전에 들어서는 순간 과거로 타임슬립한 듯한 고풍스러운 공간이 펼쳐져요. 그리고 이 곳에서는 키노비 진은 물론, 수십 년 전에 만들어진 증류주와 더 이상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는 희귀한 일본 싱글 몰트 위스키 등을 경험할 수 있어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거예요. 키노비의 멤버십이 매력적인 이유죠.



교토다움으로 증류한 진의 무대는 넓다

가장 교토다운 진 양조장, 교토 디스틸러리는 누가 만들었을까요? 교토 디스틸러리는 노리코 가쿠다 크롤, 데이비드 크롤, 마틴 밀러 3명이 공동으로 설립했어요. 노리코와 데이빗은 이미 1990년대 후반에 도쿄에서 위스키 수입 회사를 창업해 운영한 경험이 있어요. ‘스카치 몰트 위스키 소사이어티’, ‘아일 오브 아란’, ‘스프링뱅크’ 등과 같은 위스키 브랜드들을 일본에 들여왔죠.


한편 마틴 밀러는 여러 위스키 양조장의 마스터이자 컨설턴트로 활약했으며 <위스키 매거진(Whisky Magazine)>의 편집장이기도 했어요. 노리코, 데이빗, 마틴 이 세 명은 위스키 업계에서 알게 되어 친분을 쌓다가 2005년에는 ‘넘버 원 드링크 컴퍼니’를 설립했죠. 넘버 원 드링크 컴퍼니를 통해 일본의 한유(Hanyu), 가루이자와 등 희귀한 일본 싱글 몰트 위스키를 해외로 수출하면서 본격적인 동업을 시작한 거예요.


그로부터 10년 뒤, 교토 디스틸러리를 열며 한 팀으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요. 이들에게 새로운 진을 만드는 곳이 왜 도쿄, 오사카 등이 아니고 교토였는지에 대해 묻는다면, 그저 교토여야 했다고 답할 뿐이에요. 본능적으로 교토에 켜켜이 쌓인 역사가, 교토 디스틸러리가 진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느꼈다고 해요. 수백년동안 직물, 도자기, 종이 등을 만들어 온 기업들이 있다는 것이 교토의 또다른 영감이기도 했고요. 


그래서일까요? 키노비 진은 출시와 동시에 교토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어요. 권위있는 국제 증류주 대회에서 수많은 수상을 하기도 했죠. 2020년에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주류회사 페르노리카 재팬(Pernod Ricard Japan)으로부터 큰 투자를 유치하며 페르노리카 재팬의 포트폴리오에 편입되기도 했어요.


이 투자에 대해 페르노리카 본사 CEO인 알렉상드르 리카는 ‘이 독특한 브랜드가 우리 포트폴리오에 합류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키노비의 독특한 스토리와 맛이 ‘진 허브’를 완성할 것이다.’라고 덧붙였어요. 서양의 술이지만, 교토의 DNA로 증류한 진을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자기다움이 있는 제품에는 남들이 가질 수 없는 매력이 깃들기 마련이니까요.




Reference

 키노비 공식 웹사이트

 ペルノ・リカール、「京都蒸溜所」と資本提携, Pernod Ricard Japan

나머지 스토리가 궁금하신가요?

시티호퍼스 멤버십을 시작하고
모든 콘텐츠를 자유롭게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