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끗하고 비틀거려도, 쓰러지지 않고 성장하는 법

미스터 도넛

2023.11.13

도넛 시장에 붐이 올 때마다 위기를 겪은 도넛 회사가 있어요. 일본에서 가장 많은 도넛 매장을 보유한 ‘미스터 도넛’이에요. 사람들이 도넛을 더 많이 찾으면 1위 기업에도 좋을 것 같지만, 트렌드의 수요는 새로운 도넛 브랜드들에게로 집중됐죠. 고객들은 새로운 맛과 힙한 브랜딩을 내세운 가게에 줄을 섰어요. 


문제는 미스터 도넛 내부에도 있었어요. 일본에서 허용되지 않는 산화 방지제를 넣는 바람에 모회사의 대표가 기소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고. 일부 지점에서는 도넛에서 벌레가 나오기까지 했어요. 식품 기업으로서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며 각종 언론과 대중으로부터 질타를 받았죠. 미스터 도넛은 이런저런 내외부 악재가 겹친 탓에 2010년대 중반에는 4년 연속 적자를 겪으며 크게 휘청거렸어요.


하지만 지금의 미스터 도넛은 위기를 벗어나 명실상부한 1위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어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매출 성장세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까지 성공하고 있죠. 트렌드가 바뀌면서 유효기간이 다 된 줄 알았던 기업이 온갖 위기를 돌파하며 부활한 비결은 무엇일까요?


미스터 도넛 미리보기

• 싸구려 도넛의 함정에서 빠져나오다

• 도넛과 햄버거의 이유 있는 만남

• 도넛 매장의 스테디셀러가 소바라고?

• 삐끗함은 성장통의 일부다




건강한 도넛. 모순적인 표현이지만, 최근 일본의 도넛 붐을 일으키고 있는 키워드 중 하나예요.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정크 푸드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도넛마저 변화한 거죠. 일례로 2020년에 설립된 ‘팅커스 도넛’은 100% 자국산 밀가루와 계란을 사용하고, 비건 도넛까지 판매해요. 2021년에 오픈한 ‘나우웨이’는 밀가루 대신 렌틸 콩가루를, 설탕 대신 스테비아를 사용해 당분을 줄였고요. ‘과연 사람들이 좋아할까’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지만, 건강한 도넛을 앞세운 두 브랜드의 매출은 연간 2~3배 증가할 정도로 상승세가 가팔라요.


도넛 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아요. ‘생(生) 도넛’이 시장을 휩쓸고 있거든요. 생 도넛은 생크림을 넣은 도넛이에요. 브리오슈 반죽을 사용해 기존 도넛보다 폭신폭신하고 쫄깃한 식감으로 주목받고 있죠. 트랜스 지방이나 각종 보존제도 넣지 않아 건강한 도넛이라는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기도 해요. 생 도넛 트렌드를 주도하는 브랜드는 바로 ‘아이엠 도넛(I’m Donut?)’이에요. 생 도넛을 최초로 개발해, 2022년 3월에 오픈하자마자 일본의 대표 경제신문 니케이가 선정한 올해의 식품 트렌드로 이름을 올렸어요. 아이엠 도넛 매장 앞에는 평일 오전에도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 할 만큼 긴 대기 줄이 늘어서 있을 정도예요.



촉촉하고 쫄깃한 식감으로 생 도넛 붐을 이끌고 있는 아이엠 도넛 ©️I’m donut



빵 사이에 생크림을 가득 채운 마리토쪼 ©️BusinessInsideJP


아이엠 도넛의 인기는 우연히 얻어걸린 게 아니에요. 후쿠오카의 제과점 ‘아마므 다코탄’에서 출시한 브랜드거든요. 아마므 다코탄은 빵 사이에 생크림을 가득 넣은 ‘마리토쪼’로 인기를 끌었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다코탄은 새로운 메뉴를 실험하던 중 브리오슈 반죽과 생크림으로 도넛을 만들어 봤어요. 기존의 퍽퍽한 밀가루 반죽과 달리 쫄깃한 식감이 새롭고도 맛있었죠. 이렇게 완성된 생 도넛을 다코탄 매장에서 시험 삼아 판매해 봤더니, 그 즉시 매진됐어요. 이후에도 생 도넛의 매진 행렬이 이어졌고, 생각보다 인기가 너무 높아지자 다코탄은 아예 전문점을 출시하기에 이르렀어요. 좋은 식재료에 새로운 맛, 고객의 수요 검증까지 차곡차곡 쌓인 결과가 아이엠 도넛인 거예요. 덕분에 하루에 3,000개씩 도넛을 판매하며 도넛 붐을 이끌고 있죠. 


하지만 이러한 도넛 붐이 모두에게 호재인 것은 아니에요. 기존의 대형 도넛 프랜차이즈들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테니까요. 던킨, 미스터 도넛 등은 1970년대에 일본의 도넛 1차 붐을 이끌었던 주역이지만, 생 도넛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대량의 식재료를 구하고 생산 라인을 변경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어요. 덩치가 크고 오래된 기업인 만큼 트렌드를 따라잡기에는 어려움이 따르죠.


이번 뿐만이 아니에요. 도넛 붐은 과거에도 수 차례 있었어요. 기준에 따라서는 이번 생 도넛 붐이 5번째라고 정의하기도 하는데요. 미스터 도넛은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업계 1위를 지켜낸 장수 브랜드예요. 작고 빠른 브랜드가 주도한 트렌드를 따라가는 대신 명확한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죠. 그 과정에서 실패를 겪기도 하고, 자신만의 트렌드를 주도하기도 하면서 성장했어요. 50년 동안 몇 번이나 위기를 넘기고 일본 최대의 도넛 프랜차이즈로 자리를 굳힌 미스터 도넛의 전략은 무엇일까요?



싸구려 도넛의 함정에서 빠져나오다

도넛 시장의 변화는 2013년에도 있었어요. 그때는 편의점 도넛의 습격이 시작됐죠. 세븐일레븐이 ‘100엔 도넛’이라 불리는 저가형 도넛을 판매한 것이 신호탄이었죠. 이후 패밀리마트, 로손 역시 저가형 도넛을 판매하며 경쟁이 불타올랐어요. 어디에서나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도넛이 등장하자 도넛 프랜차이즈에 적신호가 켜졌어요. 미스터 도넛의 점포 수는 감소하기 시작했고요. 미스터 도넛을 소유한 기업 다스킨의 식품 부문 적자는 4년간 지속되며 위기에 빠졌죠.



세븐일레븐에서 출시한 100엔 도넛 ©️Toyokeizai



편의점 도넛에 맞선 미스터 도넛의 도넛 할인 프로모션 ©️Duskin


미스터 도넛은 이에 대응해 전상품 100엔이라는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시행했어요. 경쟁 상대를 의식한 과감한 정면승부였죠. 하지만 편의점 도넛과 같은 영역에서 경쟁하는 건 무리였어요. 편의점의 도넛은 일종의 미끼 상품으로써 도넛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제품을 판매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미스터 도넛은 도넛이 그 자체로 주력 상품이기 때문이에요. 미스터 도넛의 가격 인하는 곧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어요. 고객들은 이제 세일 기간이 아니면 미스터 도넛을 찾지 않게 된 거예요. 결국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폐점이 줄을 이었어요.


절치부심한 미스터 도넛은 역발상 카드를 꺼내 들었어요. 가격을 내리는 대신 오히려 가격을 올리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방향을 비튼 거예요. 편의점과 직접 경쟁하지 않고 아예 품질이 다른 제품으로 포지셔닝하기로 결정한 거죠. 하지만 자력으로 이미지 쇄신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사람들의 머릿속에 한 번 박힌 고정관념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까요. 이를 바꾸기 위해 미스터 도넛은 고가의 브랜드와 연이어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는 ‘미스도 미츠(Misdo Meets)’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첫 번째 미스도 미츠는 150년 전통의 교토 말차 브랜드 ‘기온 츠지리’와의 협업이었어요. 말차 도넛을 공동 개발해 전국의 미스터 도넛 매장에서 판매하는 프로젝트였죠. 말차는 그 자체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니 협업 대상으로 적합했어요. 더구나 기온 츠지리는 고급 찻잎 생산지인 우지에서 나는 찻잎을 이용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죠. 미스터 도넛 입장에서는 한 번의 협업을 통해 전통과 품질, 브랜딩까지 가져까지 가져올 기회였어요. 교토에서 활동하던 기온 츠지리는 지역에서 쌓은 인지도를 전국에 알릴 계기였고요.



기온 츠지리와 협업해 출시한 말차 도넛과 말차 라떼 ©️Duskin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협업이지만, 말차 도넛은 그 자체로도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2017년 당시만 해도 단맛이 나야 할 도넛에 쌉싸름한 말차를 더하는 시도는 흔치 않았거든요. 하지만 미스터 도넛의 의도는 적중했어요. 말차가 아이보다는 어른들의 맛으로 여겨졌기에, 성인들을 중심으로 깊은 풍미와 바삭한 식감이 인기를 끈 거예요. 타깃 연령이 높아 보통 150엔 수준이었던 도넛과 달리 210엔으로 가격을 책정해도 날개 돋친 듯 팔렸죠. 성공적인 첫 협업 이후 기온 츠지리와의 파트너십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요. 주기적으로 한정판 말차 도넛을 판매하는 데다가, 말차 라떼와 말차 케이크 등 다양한 말차 제품을 출시하며 서로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어요.


기온 츠지리로 탄력을 받은 미스터 도넛은 벨기에 왕실 초콜릿으로 유명한 브랜드 ‘피에르 마르코리니’와도 협업을 진행했어요. 2021년 1~3월까지 발렌타인데이 시즌에 맞춰 한정판 초콜릿 도넛을 출시했죠. 선물용으로 기획된 도넛인 만큼 고급 초콜릿과 산딸기 등 값비싼 재료를 사용한 것은 물론이고요. 하트 모양으로 만들어 특별함을 강조하기도 하고, 도넛 위에 초콜릿 가루를 뿌려 소복히 눈이 쌓인 것처럼 연출해 인기를 끌었어요. 220~250엔의 비교적 높은 가격임에도 품절 사태가 일어났죠. 결정적으로, ‘기존의 미스터 도넛보다 수준이 높다’라며 각종 언론과 SNS에서 호평받으며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에도 성공했어요.



벨기에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피에르 마르코리니와 협업해 출시한 발렌타인 기념 도넛 ©️Duskin


프리미엄 전략을 위해 고급 브랜드와만 협업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미스터 도넛은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줄무늬 호랑이 시마지로>(이하 시마지로)와 협업해 한정판 제품을 출시했어요. 시마지로는 일본의 학습지 회사 베네세에서 제작해 30년간 방영된 장수 시리즈예요. 역사가 오래된 만큼 부모 세대부터 아이까지 폭넓게 사랑받고 있죠. 미스터 도넛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으면서, 높은 가격이 납득되도록 세트 상품을 구성했어요. 작은 크기의 도넛 6종, 캐릭터 일러스트가 그려진 유리컵, 도넛을 모티프로 한 학습 영상 DVD까지 포함시켜 500~600엔에 판매했어요. 넓은 수요층, 한정판, 세트 상품이라는 조건들이 더해진 결과, 과거 협업 제품에 비해 매출이 2배에 달하는 성과를 이뤘어요. 비싼 가격을 설득하는 데 연달아 성공한 미스터 도넛은 저가형 도넛과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됐어요.



©️Duskin



애니메이션 시마지로와 협업해 출시한 미니 도넛(위) 특별 제작한 교육용 영상(아래) ©️Duskin



도넛과 햄버거의 이유 있는 만남

일본 간사이 국제 공항에는 ‘도넛 버거’ 매장이 있어요. 미스터 도넛과 모스 버거의 합작 매장 ‘모스도(Mosdo!)’인데요. 세트를 햄버거와 도넛, 음료로 구성한 독특한 메뉴를 판매해요. 이런 식의 아이디어 상품은 잠깐 나왔다가 사라지는 팝업 스토어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간사이 공항의 모스도는 8년째 그 자리를 지키며 운영되고 있는 상설매장이에요. 심지어 히로시마에는 2010년에 문을 연 모스도 매장도 있어요. 고객에게 꾸준히 사랑받은 것은 물론이고 양사에 모두 이익이 되기 때문이에요.



간사이 국제공항에 위치한 모스도 매장 ©️Duskin



버거, 도넛, 음료를 함께 판매하는 모스도 매장 한정 세트 메뉴. ©️Duskin


먼저 미스터 도넛은 디저트 매장의 시간적 한계를 넘어섰어요. 간식을 판매하기 때문에 오후에는 사람들로 붐비지만 식사 시간에는 매장 방문객 수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데, 이 문제를 버거 판매로 해결한 거예요. 마찬가지로 모스버거는 식사 시간 외에 방문객을 늘릴 수 있고요. 실제로 모스도 매장의 매출액은 예상치의 160%를 달성하며 성과를 입증했어요.


보이지 않는 이익도 있어요. 모스버거의 안정적인 식품 품질관리법을 흡수하는 것인데요. 미스터 도넛은 과거 부적합 식품 첨가물 사용, 벌레 혼입 등 식품 안전 문제로 몇 차례 이슈가 된 적이 있어요. 대형 프랜차이즈로서 신뢰도가 훼손되며 개선책이 필요한 상황이었죠. 반면 모스버거는 안전 관리가 잘 되는 데다가 일본 전역에 매장을 가진 프랜차이즈라는 점에서 배울 부분이 많았어요. 미스터 도넛은 모스버거와의 협력으로 안전성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는 동시에 실제로 품질관리 노하우를 습득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물론 복잡한 노하우를 단기간에 흡수한 건 아니에요. 둘의 협력은 2008년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거든요. 처음엔 양사가 같은 재료로 서로 다른 메뉴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어요. 모스버거는 핫 치킨 버거를, 미스터 도넛은 핫 치킨 도넛을 만들었죠. 2014년에는 한발 더 나아가 서로의 시그니처 제품을 맞교환했고요. 모스버거는 프렌치 크롤러 도넛을 빵 대신 사용한 버거를 출시했고, 미스터 도넛은 라이스버거를 출시했어요. 2017년에는 서로의 식재료를 디자인 재료로 사용해 장난감을 만들어 팔기도 했어요. 식재료부터 시작해 컨셉, 각자의 브랜드 자산까지 양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것들을 공유했어요. 서로의 비즈니스를 배우며 성장한 것은 물론이고요.



핫 치킨으로 각자의 메뉴를 개발한 모스버거와 미스터 도넛(2008년) ©️Mosdo



서로의 시그니처 메뉴를 맞교환해 개발한 메뉴(2014년). 왼쪽은 미스터 도넛의 프렌치 크롤러 도넛을 사용한 도넛 버거. 오른쪽은 모스버거의 라이스버거를 리뉴얼한 미스드 버거. ©️Mosdo



서로의 식자료를 디자인 요소로 사용해 개발한 스티커와 보드게임(2017년) ©️Mosdo


이러한 협업은 미스터 도넛과 모스버거가 모두 ‘수제’ 식품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에서 출발해요. 식품 기업으로서 손으로 직접 만든, 갓 만든 식품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서로의 브랜드 파워를 빌린 셈이에요. 뭉치면 강해지는 건 무형의 가치만이 아니에요. 같은 식재료를 구매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고요. 대규모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협업 소식을 알리자 자연스럽게 언론 홍보가 되면서 마케팅에도 도움이 됐죠. 장수 브랜드와 힘을 합쳐 오래도록 시너지를 낸 미스터 도넛을 ‘협업의 명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거예요.



도넛 매장의 스테디셀러가 소바라고?

그렇다고 바깥으로만 눈을 돌린 건 아니에요. 매장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며 업태부터 내부 디자인, 점포별 매출 구조까지 모두 바꿨거든요. 이러한 변화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었어요. 당시 미스터 도넛은 점포가 노후화되고, 다양한 고객 요구에 대응하는 데 실패하면서 매장 고객이 감소하는 중이었어요. 오래되고 천편일률적인 매장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것이죠.


미스터 도넛은 업태를 세 가지로 나누어 매장을 다변화했어요. 도넛을 판매하는 건 동일하지만, 상권에 따라 식당, 카페,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특화시켜 재설계했죠. 예를 들어 직장인이 많은 상권에서는 파스타, 볶음밥, 소바 등을 판매한 거예요. 무리한 영역 확장은 아니었어요. 모회사인 다스킨은 식품 회사로서 파스타와 소바 제조에 경쟁력을 가지고 있거든요. 덕분에 소바가 미스터 도넛의 스테디셀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식사 메뉴가 성장했어요. 자연스럽게 식사 시간 방문객과 매출액도 늘었고요.



미스터 도넛에서 판매하는 면 요리. 가격대는 400~600엔으로 매출 증대에 기여한다. ©️Duskin



미스터 도넛의 스테디셀러가 된 국물 소바와 블렌드 커피 세트 메뉴 ©️Duskin


식당이 매장 규모를 확장한 사례라면, 테이크아웃 전문점은 극단적으로 매장 규모를 축소한 버전이에요. 미스터 도넛 투 고(Mister Donut To go)라는 이름에 걸맞게 매장에 테이블을 없애고 도넛 진열대와 직원 1~2명만 남겼어요. 지하철 역 내에 입점하는 것을 가정하고 설계했죠. 단순히 규모만 줄인 것이 아니라 선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세트 메뉴를 새롭게 개발했어요. 4~6개의 도넛과 커피를 함께 판매하면서도 가격은 1,000엔 이하로 비교적 합리적인 구성을 갖춰 가벼운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요.



매장 규모와 직원 수를 줄이고 지하철 역사 내에 입점한 미스터 도넛 투 고. ©️Duskin



선물용으로 개발한 도넛 세트와 전용 패키지 ©️Duskin


한편 상업지구 내에는 미스터 도넛 카페를 오픈했어요. 도넛과 잘 어울리는 커피, 음료 메뉴를 개발해 자연스럽게 시너지가 나도록 한 거예요. 테이블과 콘센트를 늘려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었고요. 그동안 노후화된 매장의 디자인을 깔끔하게 변신시켜 오래 머물고 싶은 매장으로 탈바꿈했죠. 사실 커피와 도넛을 함께 즐기는 문화는 편의점이 저가형 도넛을 내놓으면서 지향하던 소비 패턴이었어요. 저렴한 도넛을 미끼로 편의점 방문객과 체류시간을 늘리려는 의도였죠. 하지만 커피를 느긋하게 즐기려는 사람들의 습관과 잠깐 들렀다 떠나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매칭되지 않아 결국 실패하고 말았어요. 반면 미스터 도넛은 설계 단계부터 느긋한 분위기의 카페를 지향하며 차별화에 성공했고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에도 첫 해를 제외하면 연간 10%대의 매출 성장을 이뤄냈으니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했다고 볼 수 있죠.



높은 천장과 따뜻한 조명 등 오래 머물기 좋은 공간으로 재설계한 미스터 도넛 카페 ©️Duskin



삐끗함은 성장통의 일부다

미스터 도넛은 일본에서 1위 자리를 굳힌 데 만족하지 않아요. 동남아시아, 중국 등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거든요. 이때 미스터 도넛이 중요시하는 건 현지화 전략이에요. 태국에 진출하면서는 망고 도넛을 개발했고, 중국에서는 월병과 비슷한 맛의 도넛을 판매해요.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실패를 맛본 미스터 도넛이 점포 혁신 과정에서 배운 교훈을 착실하게 적용하는 것이죠. 현지 파트너와의 제휴도 활발하게 전개해요. 현지 기업을 통해 일본과는 다른 시장의 요구를 이해하고, 상품 개발과 점포 확장에도 도움을 얻기 위함이에요. 미스도 미츠와 모스도로 협업 노하우를 익힌 미스터 도넛다운 행보예요.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미스터 도넛이지만, 알고 보면 미스터 도넛이 처음 시작된 미국에서는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어요. 일본에서 성공한 컬래버레이션이나 점포 차별화 전략 등을 미국 본사에서는 시도하지 않았거든요. 그로 인해 미국에서 2015년에 340개였던 점포 수가 2023년 180개로 줄며 꾸준한 하락세에 접어들었고요.


반면, 미스터 도넛이 본토에서 주춤할 때에도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판권을 사들인 다스킨의 전략은 성공적이었어요. 50여년 간 수차례 불어닥친 도넛 붐은 기존 시장에 안주하던 미스터 도넛에게 타격을 줬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카드를 보여주며 일어났죠. 2020년대에 불어온 건강한 도넛, 생 도넛 붐 역시 미스터 도넛에겐 위기일 수 있어요. 힙한 신생 브랜드로 관심이 이동해 업계 1위의 입지가 약해질 수도 있죠. 하지만 이전에 그래왔던 것처럼 새로운 도넛 붐이 왔다 가도 미스터 도넛은 답을 찾아낼 거예요. 늘 성장하기만 했던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한 번 삐끗한 다음에는 어김없이 혁신을 보여줬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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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Mister Donut JP 공식 홈페이지

 Mosdo 공식 홈페이지

 프레스맨, 일본 미스터도넛의 부활, 성공 비결은 ‘가격 인상’?

 Nikkei Trend, ミスタードーナツに学ぶ、ブランド刷新に向けた店舗づくりとは?

 PRtimes, 【ミスタードーナツ】3月22日(水)から『しまじろう&みみりんのドーナツポップ』 『しまじろうのキッズセット』2ヵ月連続で数量・期間限定発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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