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롤 케이크 가게가 있었어요. 고급 생크림을 써서 맛이 있었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입소문이 났고, 영업 시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케이크가 동이 나는 상황이 되었죠. 오븐은 풀가동이었지만 늘어나는 손님 수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어요. 그렇다고 오븐 수를 늘리자니 가게의 크기가 작아 당장은 어려웠죠.
손님이 줄을 서는데 눈 앞에서 매출을 놓치기는 아쉬웠어요. 그래서 가게 주인은 오븐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했죠. 그러던 중 일본식 뚱뚱한 김초밥인 후토마키가 떠올랐어요. ‘속재료를 더 많이 넣으면 오븐으로 굽는 빵 시트의 양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크림을 듬뿍 넣은 롤 케이크인 ‘몽슈슈’의 시그니처인 도지마 롤이 탄생했어요.
이 디저트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어요. 지점을 확장하면서 오사카의 대표적인 백화점인 우메다 한큐 백화점에 입점했는데 줄을 지하1층부터 7층까지 섰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죠. 당연히 맛이 좋아서겠지만, 단순히 맛 때문만은 아니에요. 그렇다면 도지마 롤은 어떻게 손님들을 줄 세우는 디저트가 되었을까요?
몽셰르 미리보기
• 문제해결의 귀재, 후토마키에서 새로운 디저트의 단서를 찾다
• 마케팅의 귀재, 롤 케이크의 설 자리를 만들다
• 고급화의 귀재, 사람들 마음 속 로망이 되다
• 꿈의 귀재,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누군가의 꿈이 되다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몽슈슈(Mon chou chou)’의 ‘도지마 롤’을 아시나요? 몽슈슈의 도지마 롤은 부드러운 빵 안에 더 부드러운 생크림을 가득 넣어 만든 롤 케이크로, 한국에서는 2013년에 처음으로 출시됐어요.
ⓒ몽슈슈
몽슈슈의 한국 진출기는 시작부터 이례적이에요.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과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 매장을 동시 오픈한 거죠. 백화점 두 군데에, 그것도 각 백화점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지점에 매장을 동시에 오픈하는 일은 그 때나 지금이나 특별한 경우예요. 그만큼 몽슈슈에 대한 기대감과 유치 경쟁이 치열했다는 의미기도 하고요.
몽슈슈는 오픈 당시 예상보다도 훨씬 더 큰 인기를 누렸어요. 1인당 구매 수량을 2개로 제한했는데도 불구하고 영업 시작 4시간 만에 품절이 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죠. 현재는 주요 백화점뿐만 아니라 ‘카페 드 몽슈슈’라는 단독 매장까지 운영하면서,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중이에요.
몽슈슈는 2003년 일본 오사카에서 시작된 브랜드예요. 한국에서만큼이나 일본에서도 어마어마한 인기를 자랑했어요. 오사카 우메다 한큐 백화점에 처음 입점했을 때, 도지마 롤을 사려는 줄이 지하 1층부터 7층까지 이어졌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해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몽슈슈’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아요. 엄밀히 말하면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고 지금은 ‘몽셰르(Mon Cher)’라는 이름을 사용해요. 브랜드 컬러, 폰트 등은 동일하게 유지하고요. 그래서 한국에서 몽슈슈를 보고 일본에서 몽셰르를 본 사람들은 둘 중 하나를 카피 브랜드로 오인하기도 해요. 분명 같은 브랜드인데 왜 나라에 따라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 것일까요?
ⓒ시티호퍼스
일본의 몽셰르도 원래 몽슈슈라는 이름을 사용했어요. 그런데 이미 과자 및 빵류에 ‘몽슈슈’라는 상표권을 갖고 있던 일본 초콜릿 회사 ‘곤차로프(Goncharoff)’가 소송을 제기해 몽슈슈가 패소했어요. 그래서 2012년부터 일본 법인에 한해 몽셰르로 상호를 변경하게 되었죠.
그런데 또 한국에서 몽셰르라는 브랜드를 사용했다면 이미 롯데제과에서 판매 중인 ‘몽쉘’과 겹쳐 상표권 소송을 피하지 못했을 거예요. 몽슈슈, 몽셰르 모두 프랑스어로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사람’의 의미를 가진 보통명사이기에 발생한 웃지 못할 해프닝이에요. 그래서 상표권 출허 현황에 따라 각 나라마다 다른 상표를 사용하게 된 거죠.
몽셰르는 상표권 소송에서는 패소했음에도, 비즈니스에서는 승기를 잡았어요. 상호를 바꾼 후에도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승승장구했거든요. 기존에 몽슈슈라는 이름으로 단단히 다져온 업력 덕분이에요. 몽셰르는, 그리고 몽슈슈는 무엇이 특별하길래 이러한 역경에도 꺾이지 않는 브랜드가 될 수 있었을까요?
문제해결의 귀재, 후토마키에서 새로운 디저트의 단서를 찾다
몽셰르라고 처음부터 장사가 잘된 것은 아니었어요. 도지마 롤을 판매하기 이전에는 여느 롤 케이크처럼 시트에 크림을 얇게 발라 돌돌 말아 만든 롤 케이크를 판매했어요. 물론 이 때에도 크림만큼은 신경을 써서 마치 ‘신선한 우유’를 먹는 듯한 질감과 맛을 내는 크림을 사용했죠.
그럼에도 몽셰르의 매장에 찾아오는 손님은 많지 않았어요. 롤 케이크도 잘 팔리지 않았고요. 얼마나 팔리지 않았으면, 몽셰르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김미화(金美花)가 저녁 시간에 팔리지 않은 케이크를 자전거에 싣고 가게 근처의 고급 식당, 술집 등을 찾아 다니며 직접 케이크를 판매했을 정도였죠.
다행히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신선한 맛의 몽셰르 롤 케이크는 입소문을 탔고, 영업 시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케이크가 동이 나는 상황이 되었죠. 몽셰르의 오븐은 언제나 풀가동이었지만 늘어나는 손님 수를 따라잡을 수 없어, 빈 손으로 돌아가는 손님들이 많아졌어요. 그렇다고 오븐 수를 늘리자니 가게의 크기가 작아 당장은 어려운 실정이었고요.
이 때 몽셰르의 대표는 손님에게 ‘더 이상 케이크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녀는 당시의 생산 설비를 가지고 어떻게하면 몰려오는 고객을 감당할 수 있을지 궁리하기 시작했어요. 오븐이 병목이었기 때문에 오븐으로 구워야 하는 시트의 양을 줄여야 했죠.
그 때 몽셰르 대표의 머릿 속을 스친 건 일본식 뚱뚱한 김초밥인 ‘후토마키’였어요. 후토마키는 오사카가 위치한 간사이 지방에서 먹는 음식으로, 김에 내용물을 가득 채워 직경 5cm 이상으로 굵게 만 음식이에요. 마치 이 후토마키처럼 빵 대신 크림이 듬뿍 들어간 롤 케이크를 떠올린 거죠. 그렇게 몽셰르만의 시그니처인 도지마 롤이 탄생했어요.
ⓒWikimedia Commons
ⓒMon Cher
크림이 가득한 도지마 롤은 원래도 생우유 같은 크림이 시그니처였던 몽셰르 롤 케이크의 특징을 부각시키는 효과도 있었어요. 덕분에 디저트 브랜드로서의 아이덴티티가 더욱 뚜렷해 졌어요. 기존보다 2배 이상의 롤 케이크를 생산할 수 있었던 건 물론이고요.
마케팅의 귀재, 롤 케이크의 설 자리를 만들다
몽셰르만의 맛과 비주얼은 성공의 밑바탕이 되었어요. 그런데 도지마 롤이 이렇게까지 유명해진 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어요. 바로 ‘도지마 롤’이라는 이름이에요. 도지마는 몽셰르가 첫 매장 문을 연 오사카 시의 동 이름으로, 이 이름 덕분에 단숨에 오사카의 특산품으로 등극할 수 있었어요.
여기에도 발상의 전환이 하나 숨어 있어요. 보통 ‘특산품’하면 그 지역에서 난 원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요. 으레 퍼져 있는 인식이 그럴 뿐, 꼭 그래야만 한다는 법은 없는 거죠. 도지마 롤의 핵심 원료인 샹티이(Chantilly) 크림도 홋카이도 산 우유를 사용하거든요. 비록 재료의 원산지는 오사카가 아닐지라도, 이 롤 케이크를 구할 수 있는 곳은 당시 오사카 도지마에 위치한 몽셰르 뿐이었어요. 원료가 아닌 완성품이 오사카 도지마를 대표하기에, 도지마 롤이라는 이름에 무리가 없어요.
ⓒMon Cher
그렇다면 도지마가 어떤 곳이길래 도지마를 이름 전면에 내세운 걸까요? 오사카의 도지마는 에도 시대부터 쌀 시장으로 유명했어요. 세금으로 징수한 쌀의 대부분이 오사카의 도지마로 모였고, 도지마 쌀 시장이 형성되었죠. 도지마 쌀 시장의 많은 관행들이 향후 선물 거래소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상업 지구로서의 역사가 깊은 곳이에요. 이 때부터 도지마는 오사카의 주요 상업 지구로 자리잡았고, 여전히 ‘오사카의 월스트리트’라고 불릴 정도로 비즈니스 중심지죠.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도지마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디저트류와 같은 매장의 장사가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놀러오는 동네도 아니고, 주말이면 썰물처럼 사람들이 빠져 나갔으니까요. 하지만 몽셰르의 대표는 반대로 생각했어요. 도지마에 그만큼 이렇다 할 만한 디저트 브랜드가 없었기 때문에 몽셰르가 도지마를 대표하는 디저트로 포지셔닝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거죠. 그렇게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지리적 위치에서 기회를 보고, 네이밍을 완성했어요.
몽셰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요. 6월 16일을 ‘도지마 롤 데이’로 지정한 거예요. 도지마 롤 데이는 단순히 마케팅 트릭이 아니라, 일본 기념일 협회(日本記念日協会)의 인증을 받은 날이에요. 숫자 6이 도지마 롤의 돌돌 말린 모양을 상징해서 6월 16일을 도지마 롤 데이로 정한 거예요.
ⓒ시티호퍼스
몽셰르는 매년 도지마 롤 데이를 기념해 한정판 도지마 롤을 출시해요. 각 지방의 특산품으로 지역 한정 도지마 롤을 선보이기도 하고요. 삿포로에서는 치즈 도지마 롤을, 하카타에서는 딸기 도지마 롤을, 간토 지방에서는 카라멜 쿠키 도지마 롤을 판매하는 식이죠.
도지마 롤 데이를 지정하니 도지마 롤이라는 이름이 고유명사에서 보통명사로 승격되는 효과가 생겨요. 원래 도지마 롤은 몽셰르가 만드는 크림 가득한 롤 케이크를 일컫는 고유명사였지만, 전국적인 기념일로 지정해 생크림을 가득 채운 롤 케이크를 일컫는 보통명사로 거듭난거죠. 우리 나라의 빼빼로데이를 빼빼로의 상표권을 가진 롯데제과만이 기념하는 것이 아니듯 말이에요.
고급화의 귀재, 사람들 마음 속 로망이 되다
에르메스는 명품 중의 명품으로 손꼽히는 브랜드예요. 시그니처인 버킨 백이나 켈리 백은 기본 디자인도 1천만 원을 훌쩍 넘고 한정판이나 특수 가죽으로 제작된 경우 수억원을 호가하기도 하죠. 에르메스만의 가죽으로 장인이 한땀 한땀 만드는 가방이기는 하지만, 가방 하나에 그만한 가격을 지불하는 데에는 브랜드의 힘이 커요.
‘OO계의 에르메스’.
그래서일까요? 최고급을 지향한다면, 분야를 막론하고 에르메스라는 별명을 얻고 싶어해요. 싱가포르의 바샤커피는 ‘커피계의 에르메스’, 오쏘몰은 ‘비타민계의 에르메스’, 허먼 밀러는 ‘의자계의 에르메스’. 물론 마케팅 담당자로부터 시작된 별명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한 고급스러움과 품질이 뒷받침 된다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는 강력한 문구이기도 해요.
에르메스를 등에 업기 위해서는 해당 업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시각적으로 에르메스를 닮는 것도 방법이에요. 몽셰르의 상자 패키지는 오렌지색 바탕에 텍스트는 갈색을 사용해요. 에르메스의 브랜드 컬러와 비슷하죠. 비단 에르메스뿐만 아니라 Orange의 Or 자체가 프랑스어로 황금을 의미해 럭셔리를 상징하는 컬러이기도 해요. 덕분에 몽셰르의 디저트는 선물하기에도 좋고, 선물 받고 싶은 제품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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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셰르는 BI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으로도 고풍스러운 브랜딩을 추구해요. ‘살롱 드 몽셰르(Salon de Mon Cher)’는 몽셰르의 디저트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로, 이름처럼 유럽의 클래식한 살롱을 연상케 해요. 실제로 인테리어의 많은 부분을 프랑스 파리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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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몽셰르에서는 다양한 맛의 도지마 롤을 1조각, 하프(Half), 풀(Full) 사이즈로 즐길 수 있어요.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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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 있는 매장뿐만이 아니에요. 해외에 진출할 때에도 몽셰르는 품위를 잃지 않아요. BI, 가격 정책 등도 고급화를 지향하지만, 무엇보다 고급화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제품의 품질에 있어서 타협하지 않죠. 각 나라마다 토양과 기후가 일본과 달라 달걀, 밀가루, 우유 등 원재료의 특성에 미묘하게 차이가 있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맛차이를 없애기 위해 홋카이도산 우유로 만든 생크림을 일본에서 가져와요.
이 생크림은 첨가물을 거의 넣지 않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짧아요. 그래서 매주 서울, 홍콩 등의 몽셰르 매장으로 일본산 생크림을 항공으로 실어 나르죠. 맛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감수하는 거예요. 이런 방식은 크림의 퀄리티 차이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본에서 크림을 공수한다는 사실 자체가 몽셰르 크림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어요.
꿈의 귀재,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누군가의 꿈이 되다
그런데 몽셰르의 창업자 이름, ‘김미화’는 일본 이름이라기에는 낯설지 않나요? 그녀는 재일동포 3세로, 아직까지도 일본으로 귀화하지 않고 한국식 이름을 사용하는 한국인이에요. 그런데 그녀는 왜 일본에서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고, 또 어쩌다 일본에서 롤 케이크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그녀는 원래 전 세계 어디로든 여행을 다니는 승무원을 꿈꿨어요. 하지만,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일본 항공사에 지원하는 것조차 어려웠죠.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어도, 한국 국적 때문에 일본 기업에 취직하거나 공무원도 될 수 없었어요.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직업 선택에 제약이 있던 시대였으니까요. 그래서 결국 그녀는 원래 꿈이었던 승무원을 포기하고 후쿠오카의 재일한인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일을 했어요.
그렇게 8년을 교사로 일하다가, 그녀는 세계 여행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못하고 두달 동안 유럽 여행을 떠났어요. 이 때 유럽의 케이크 가게에서 사람들이 작은 조각 케이크를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았죠. ‘이런 것이 바로 일상의 풍요로움이구나’라고 느끼게 된 거예요.
그래서 그녀는 일본에도 이런 디저트 카페를 만들고 싶어 몽셰르를 창업하게 되었어요. 물론 몽셰르를 지금처럼 키우기까지 많은 역경과 위기를 겪었지만, 어떻게든 해내고야 말았죠. 특히 한국인으로서 일본에서 성공한 그녀의 사례는 아직까지도 많은 재일동포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고요.
그녀가 한국 국적을 고수하는 건 많은 재일동포들이 일본으로 귀화하는 것과 대조적이에요. 사실 일본에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국적을 취득하거나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면 유무형적인 이득이 있을 거예요. 그럼에도 그녀가 한국인임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가 한국인임에 자부심을 갖고 있기도 하고, 일본에 사는 한인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서예요.
몽셰르 창업자의 이야기 덕분일까요? 오늘따라 유난히 도지마 롤이 더 달콤하게 느껴지는 듯해요.
Reference
• 6月16日は「堂島ロールの日」に認定。モンシェールの「堂島ロール」は、人と人の心をつなぎ幸せを運ぶ「16(良いロール)」で、笑顔のひとときをお届けします。, PR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