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무인양품은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어요. 핵심은 ‘생활의 인프라’가 되고 ‘지역의 토착화’를 추구하겠다는 거예요. 어쩌다 한 번 ‘이것으로 충분한 물건’을 사러 가는 곳이 아니라 일상 생활의 기반이 되는 존재가 된다는 뜻이죠. 이러한 목표를 내세우면서 무지답지 않게 앞으로의 목표를 구체적인 숫자로 밝혔어요.
일본 국내 점포를 연간 100곳씩 확대하고 매출을 2024년에 7천억엔(약 7조원), 2030년에는 3조엔(약 30조원)으로 설정했어요. 6년만에 4배 이상의 성장을 이루겠다는 건데요, 이는 소매업계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세븐 일레븐 재팬'의 뒤를 잇는 숫자예요.
구체적인 목표이긴 하지만, 무리한 양적 성장만을 목적으로 한 숫자는 아니에요. 그만큼 일상과 지역에 긴밀하게 스며드는, 생활감 있는 확장을 하자는 의미죠. 그리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꺼내든 병기가 ‘식(食)’을 중심으로 한 슈퍼마켓이에요. 그렇다면 무인양품이 만들어가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오늘의 스토리는 도쿄의 새로운 뉴스를 배달해주는 ‘야마테센의 뉴스 배달부’와 함께 하는 콘텐츠예요.
무인양품 미리보기
• 어느 자판기의 꿈, ‘거리의 인프라’를 지향하는 무인양품
• ReMUJI의 오늘을 사는 법, 그곳에서 '어제'는 '내일'이 된다
• 2030까지 이루고 싶은 것, ‘생활의 인프라’와 ‘지역의 토착화’
• 슈퍼마켓에는, 지역 경제가 살아있다
• 동네 슈퍼마켓의 SDGs, 그리고 '늘, 좋은 가격'
신주쿠에는 '무인양품’이 거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곳이 있어요. 피카델리 영화관이 있는 건물의 '신주쿠 메이지도리'(2008년 7월 오픈) 지점과 맞은 편 커브길에 입구가 있는 '신주쿠 도오리'(1995년 4월 오픈) 지점이죠. 작지도 않아요. 각각 4층으로 구성되어 있죠. 아무리 신주쿠 유동인구가 넘쳐난다 해도 스타벅스나 편의점도 아닌 무인양품이, 일정 반경 내에 여러 개 있는 건 비효율적이지 않을까요?
(좌)무인양품 신주쿠의 외관. 역에서는 보다 가까운 곳(동쪽 출구로 나갔을 시)에 위치해 있어요. / (우)무지 신주쿠는 피카델리 영화관이 있는 빌딩에 있어요. 이곳에서 영화를 보고 지하 ‘무지밀’카페에서 밥을 먹고 무지에 들러 쇼핑도 할 수 있어 4~5시간 이상을 커버해주는 스폿이에요.
그래서 무인양품은 이 두 매장의 기능을 명확히 나누기로 했어요. 우선 이름을 새로 바꿨어요. 메이지도리 지점은 '무지 신주쿠'로, 맞은편 매장은 '무인양품 신주쿠'로요. 무인양품의 일본 이름과 영어 이름을 가지고 말장난을 하는 건 아니에요. 무지 신주쿠는 브랜드의 철학과 이상을 제안하는 ‘내일의 점포’로, 무인양품 신주쿠는 신주쿠 지역의 일상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생활 용품에 특화한 '오늘의 점포'로 디자인됐거든요.
무인양품은 이 둘을 통해 '미래를 향해 나아갈 계기를 다지는 작업부터 평소의 일상을 지탱해줄 쇼핑까지, 고객의 일상에 도움이 되는 장소를 지향한다."고 밝혔어요. 이제서야 비로소, 다소 차별점이 없었던 두 곳의 무인양품은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 보여요.
"'무지 신주쿠'는 환경, 사회 과제를 의식한 상품, 서비스, 아트 디자인 등을 테마로 잡화와 가구에 특화된 매장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무인양품 신주쿠'는 화장품이나 청소용품, 냉동식품, 매일의 도시락과 같은 일상의 기본이 되는 용품을 확충해, '무지 신주쿠', '무인양품 신주쿠'로 오늘과 내일을 아우르는 그림을 그려가겠습니다."
- '양품계획' 홈페이지 프레스 릴리스 기사 중
왼쪽이 무지 신주쿠, 그리고 오른쪽은 무인양품 신주쿠. 글자가 많은 우측이 어딘가 좀 더 ‘생활감’이 느껴지지 않나요?
이제 두 매장의 차이를 이해했으니, 하나씩 찬찬히 살펴볼게요. 건물 구조상 층수는 다르지만 먼저 두 매장은 모두 4개층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중에서 ‘오늘의 점포’를 추구하는 무인양품 신주쿠를 먼저 가볼게요.
어느 자판기의 꿈, '거리의 인프라'를 지향하는 무인양품
코로나로 일본에선 자판기를 다시 바라보는 움직임이 활발해요. 이동이 자유를 잃고, 사람을 만나는 게 좀처럼 예전같지 않은 시절, 자동판매기라는 건 무인 판매기이기도 하거든요. 캔음료나 간단한 생활 용품을 판매하던 기존의 자판기를 넘어 손님을 잃은 가게들이 영업을 지속하기 위한 대책으로, 자판기를 서로의 목적에 따라 다시 설계하고 있어요.
무인양품 신주쿠 측면에 설치된 자판기예요. 음료를 중심으로 간단한 과자들도 진열되어 있어요. 비상시에 필요한 물건을 갖춘 자판기와는 스태인리스 스틸과 우드로 구분을 두었네요.
그리고 무인양품도, 이에 동참했어요. '무인양품 신주쿠'는 무지의 자판기인 'MUJI POCKET'을 입구에 설치했어요. 담당자가 말하길, 무인양품 자판기에서 판매하는 건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필요한 것, 그리고 편의점 감각으로 골라놓은' 무인양품의 제품 라인업이라고 해요.
모두 5대가 설치되었는데요. 그 중 3대는 무인양품의 음료로, 나머지 2대는 여성용 스타킹, 남성용 속옷, 일회용 마스크와 핸드타올, 포켓 티슈와 세안제, 그에 더해 접이식 우산 등 비상용 제품으로 채워져 있어요. 동전을 넣고 버튼 한 번에 구입이 가능해요. 그리고 이 '비상용 자판기'는 교차로에 인접하게, 커브길에 설치되어 있어요. 어디서든 눈에 띄기 쉽게 배려가 되어있는 거예요.
또한 무지는 2021년 4월부터 기존 패트병 음료를 알루미늄 캔 음료로 변경했어요. 자원 순환을 고려한 결정이에요.
더불어 자판기의 운영 시간은 24시간. "이 지역 가게들의 오픈 시간은 우리를 포함 대부분 10, 11시. 하지만 이 지역은 출근하는 사람들로 아침 통행량이 매우 높아요. 자판기는 그러한 사람들에게 스트레스 없이 상품을 살 수 있게 도와줄 거라 기대합니다"라고, '무인양품 신쥬쿠' 지점의 점장 시로하타 켄은 이야기했어요. 그의 설명처럼 자판기를 설치한 건 ‘지역의 인프라’로 자리매김하려는 무인양품 신주쿠의 컨셉과 일맥상통해요.
그리고 자판기의 또다른 이점은 바로 가게에 들어가지 않고 계산대에 줄을 서지 않고도, 빠르고 손쉽게 원하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스피드한 효율성이에요. 신주쿠 거리를 바쁘게 지나다니면서 필요한 물건을 신속하게 구매하려는 고객들에게 어울리는 방식이죠. 그에 더해 코로나 시절엔 사람을 경유하지 않는다는 안전상의 이점도 생겼고요. 점장 시로하타 켄은 "24시간 판매를 통해 지역에 도움이 되기를 바래요. 상품은 판매 추이나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주기적으로 바꿔나갈 예정입니다."란 바람을 남기기도 했어요.
매장 자체도 '자판기의 생각'과 동일해 일상에 충실한 라인업으로 구비되어 있어요. 1층엔 냉동 식품과 도시락, 셀프 서비스가 가능한 커피를 신주쿠에선 처음 도입했고, 2층과 3층은 화장품과 키친 용품, 그리고 청소나 수납과 관련한 상품이, 지하엔 의류와 잡화류가 진열되어 있어요. 현재 일본 내 무지의 점포수는 약 480여곳. 일본 전국의 무인양품이 아닌, 지역 '우리 동네'의 '무지'를 만들어가는 움직임이라 볼 수 있어요. 달리 말하면 '오늘'을 열심히, 충실히 사는 느낌이랄까요.
ReMUJI의 오늘을 사는 법, 그곳에서 '어제'는 '내일'이 된다
반면, 길건너 '무지 신주쿠'는 내일,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매장에 가까워요. 무지 측은 '환경, 사회의 과제를 고민하는 상품 서비스에 특화해, 신주쿠 거리에서부터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는 점포를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어요. 그렇게 제안한 게 ‘ReMUJI’예요. 리무지는 2010년에 무인양품이 판매된 의류 중 '회수 박스'를 통해 모인 '중고 물품'들을 재염색 등의 가공을 거쳐 새로운 상품으로 만들어 선보이는 프로젝트인데요. 이미 몇몇 점포를 통해 실행하고 있지만, 무지 신주쿠 지점 리뉴얼에 맞추어, 보다 확대하고 강화했어요.
ReMUJI의 데님 색에도 이만큼의 베리에이션이 있어요. 그리고 그건 아마 흘러간 세월, 타인의 흔적, 재활용이기에 가능한 색이 아닐까요?
구체적으로는 '다시'를 의미하는 're'를 붙여 3가지의 형태로 're'를 구현해요. 기본적으로는 자사가 회수한 중고 의류품을 재판 가능한 형태로 가공하여 판매하는 방식인데요. 곤색 위주의 색으로 다시 염색해 재생하는 '다시 염색하는 옷'과, 상처난 옷을 여러 벌 오리고 조합해 재생 가능의 한 벌로 가공하는 '연결하는 옷', 그리고 재염색이 불가능한 화학 섬유로 만들어진 옷의 경우 깨끗이 세척해 재판하는 '다시 세탁한 옷'으로 구분돼요. '무지 신주쿠' 담당자는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회수된 물건에 아주 조금 공을 들이는 것으로 버려진 옷에 숨결을 불어넣어주는 것이 되고, 그를 통해 폐기물 절감과 자원의 순환, 옷을 소중하게 입는다는 것을 손님들과 함께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지 신주쿠에선 리뉴얼 오픈을 기념하면서 ‘재생 가능한 의류’를 테마로 전시가 진행 중이에요. 그러고 보면 매장도 ‘리’뉴얼, 의류는 ‘리’유즈. 안과 밖이 하나가 된, 몸에 딱 맞는 옷 같은 이벤트네요.
그에 더해 ReMUJI의 '내일을 위한 준비'는 몇 가지가 더 있어요. 입지 않게된 옷가지를 회수하는 ① 점포 내 '회수 박스'의 설치, ② 화장품의 보틀과 플라스틱 제품의 회수, ③ 쓰지 않게된 조립식 선반의 부분이나 수거 ④ 무인양품의 쇼핑백, 중고책, 보냉제 등의 리사이클을 시작하고 있어요. 이 역시 '할 수 있는 것 부터' 시작해, 쓰레기 줄이기와 폐기물 절감을 통한 지구 자원 순환에 공헌하기 위함이에요.
‘아까운 것들의 시장’, 큰 글씨 옆에 ‘사연 있는 상품을 판매합니다’라고 쓰여있어요. 사연 있는 상품이라, 왠지 정감있지 않나요?
그리고 동일한 취지로 '아까운 것들의 시장'이라는 상설 마켓도 오픈했어요. 가구나 생활 잡화 등 사용에 문제는 없지만 제조 과정에서 흠이나 색바램 같은 이유로 판매가 불가능했던 상품을 모아 시장을 여는 캠페인인데요. 폐기될 처지에 놓인 물건들의 가치를 끌어내는 시도라 할 수 있어요. 내일을 위해 어제를 차곡차곡 모은다는 것,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그런 게 앞으로의 '미래' 아닐까요.
2030까지 이루고 싶은 것, ‘생활의 인프라’와 ‘지역의 토착화’
앞에서 신주쿠의 무인양품, 두 점포를 통해 '무지'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는 2021년 7월 21일 '양품계획'이 발표한 중장기 계획의 실천에 해당해요. '무인양품'은 앞으로의 과제를 위한 방법으로 '일상 생활의 기반이 되는 존재가 될 것', 그리고 지역과의 토착화를 꼽았어요.
'중기 계획'이라며 대대적으로 발표한 것에 비하면 그리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에요. 일상 생활의 기본이란, 애초 창업 당시의 이념이기도 하고, 지역과의 토착화는 이미 오랜 시간 무지가 공들여 하고있는 사업이거든요. 무지는 코로나 이전부터 시골의 이동이 불편한 고령자를 위해, 이동하는 무지 버스를 운행하기도 했어요.
무인양품의 이동형 판매 버스는 이동이 불편한 손님을 매장까지 실어다 주는 서비스와 상품을 싣고 마을로 찾아와주는 방문형 서비스 두 가지를 실행하고 있어요.
그런데, 새삼. 일상과 지역화라니, 무슨 말일까요? 하지만 신주쿠에서 시작된 두 개의 움직임을 보면 무지는 지금, 생활의 축을 이동시키고 있는 중이란 생각이 들어요. 먼저 '무지답지' 않게, 앞으로의 목표를 구체적인 숫자로 밝히고 있어요.
일본 국내 점포를 연간 100곳씩 확대하고 매출을 2024년에 7천억엔(약 7조원), 2030년에는 3조엔(약 30조원)으로 설정했어요. 이는 소매업계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세븐 일레븐 재팬'의 뒤를 잇는 숫자인데요. '무(無)'에 가까운 심플함을 추구하는 '무인양품' 입장에선, 다소 의외의 '선전 포고'처럼도 느껴져요.
직원들 역시 '숫자는 숫자에 불과한 이야기'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이건 무인양품의 양적 성장을 위한 숫자는 아니란 이야기에요. 다시 말하면 무인양품이 목표로 삼은 건 규모의 일상이 아닌, 친밀함의 일상, 지역 깊숙이 다가가기 위한 '확장'이죠.
실제로 무인양품은 2021년 5월 관동 지역에선 처음으로 요코하마에 '슈퍼마켓 형 매장'을 열었어요. 매일 빼놓고는 살 수 없는 '식(食)'을 전면에 내세운 거예요. 식품 부문을 담당하는 시마자키 아사코 임원은 "지향하는 방향으로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고, 중기계획에서는 다시금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을 뿐"이라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 판매의 절반을 차지했던 생활 잡화를 대신해 식품의 매출 비율을 현재 15%에서 두 배인 30%로 늘려가겠다는 방침이에요. 현재 550종의 상품수를 앞으로 3~4년 새 700종까지 늘려간다는 계획이죠. 그러니까 '무인양품'이 운영하는 '마을 슈퍼마켓'이 늘어날 것이라는 뜻이에요.
슈퍼마켓에는, 지역 경제가 살아있다
도쿄 아리아케 지역에 청과물을 판매하는 코너예요.
지역의 활성화, 로컬의 재생. 이러한 흐름 속에서 무인양품은 그 실천의 예로, 슈퍼 마켓을 꺼내들었어요. 2019년 긴자에 오픈한 '무인양품'은 '무지 호텔'이 있는 무인양품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그 건물의 문을 여는 건 1층의 식료품 코너에요. 더불어 2021년 봄 관동 지역에서 최대 규모로 오픈한 도쿄 아리아케 지역의 '무인양품' 역시, 지역 밀착형 매장이에요. 1년 넘는 기간동안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로 만들어진, '식(食)'이 주를 이루는 점포죠.
그리고 2021년 3월, '무인양품'은 '식'의 모든 것이 갖춰진 점포로서 요코하마에 '무인양품 난페다이 버스' 매장을 오픈했어요. 한 해 전 문을 닫은 백화점 타카시마야의 자리이고, 관동 지역에선 처음 등장한 본격적인 슈퍼마켓 병설 점포이기도 해요. 무인양품의 슈퍼마켓, 그건 내일을 위한 전략의 일환이에요.
“난페이다이 점의 총면적은 충분하게 갖춰졌지만, 매대의 물품 수는 아직 모자라요. 앞으로 식 분야에서 무인양품이 소비자의 일상 생활을 책임질 존재가 되기위해서는, 기본 소재의 상품이 필수적이에요. 현재는 매일 이용하는 식품 카테고리가 빈약하지만, 앞으로는 상품 수를 더욱 보충할 계획이에요.”
- 식품 부문 실행 임원 시마자키 아사코
슈퍼 체인 업체 ‘퀸즈 이세탄’과 협업해 꾸려진 코너예요. 무인양품은 자신들이 부족한 부분을 지역, 그리고 여타 업종 혹은 업체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분위기예요.
'무인양품'은 이를 위해 지난 5월 식품 슈퍼 체인 '퀸즈 이세탄' 협업을 맺고 정육과 생선류의 공급을 확보했어요. '퀸즈 이세탄'은 미츠코시 이세탄 계열의 자회사로, 슈퍼 체인으로는 일본 내 1~2위에 해당하는 업체거든요. 그래서 무인양품은 이 협업 하나로 야채, 고기, 생선, 기타 음식 소재 등을 1만 점을 판매할 수 있게 됐어요.
그에 더해 매장 내 오픈 키친을 설치, 요리의 레시피를 공개하고 셰프가 직접 요리하는 모습을 중계하기도 한다는데요. 그건 어플과 SNS를 통해서도 볼 수 있어요. 기존의 무인양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장면이죠. 이곳의 미시나 마사히로 점장은 "슈퍼의 식품 코너 처럼 한 카테고리 안에 많은 아이템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 카테고리 별로 아이템 수는 적지만, 무인양품 다운 상품을 갖춰갈 방침"이라 이야기해요.
동네 슈퍼마켓의 SDGs, 그리고 '늘, 좋은 가격'
요코하마의 이 '슈퍼마켓 형 무지'가 들어선 지역은 쇼와 시대 주택지였던 탓에 인구의 고령화, 건물의 노후화 등 사회적 과제가 산적한 곳이기도 해요. 비단 이곳만의 문제도, 일본의 문제만도 아닌, 다수의 도시들이 안고있는 오늘의 과제일텐데요. 그래서 무인양품은 요코하마 시와 '포괄적 연대 협정'이란 걸 맺고, 그 과제들을 하나 둘 함께 풀어가기로 약속했어요. 다소 의외라 느껴지는 '무지 슈퍼'의 오픈은, 그를 위한 실천이기도 했던 거에요. 이와 관련해 점장인 니시마의 이야기를 들어 볼게요.
"오픈 전에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들었어요. 어떤 니즈가 있는지 분석했어요. 언덕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장 보러 오는 데 곤란을 겪는 노령층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 '무인양품'으로서는 처음으로 당일 배송을 시작하기로 결정했어요. 앞으로는 이동형 판매도 계획중이에요."
- 무인양품 난페이다이 버스 지점, 니시마 마사히로 점장
코로나 이후 매장마다 급수대를 설치하며 물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한 무인양품이 만든 ‘물통’, 병 속에 든 메론 소다와 근래 판매하기 시작한 아이스크림과 찬물에 우려낼 수 있는 커피 콩(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이에요.
그렇다면 지속 가능을 위한 실천, 소위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 발전 목표)를 위해 동네 슈퍼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무인양품과 요코하마 시가 체결한 '포괄적 연대 협정'의 내용을 보면, 그 실천의 세부 내용을 조금 가늠할 수 있어요.
먼저 식품 로스를 줄이고 탈・플라스틱을 지향하는 ① 자원 순환, 지역에서 난 것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② 지산지소 (地産地消)를 위한 식과 농산물, 건강을 유지하게 도와주는 ③ '일상의 서포트', 일본에서 도시 과제로 남아있는 ④ 단지의 재생을 일구는 마을 만들기 정도인데요. 요코하마 시내의 17개 무인양품 점포를 바탕으로 지역 식당 등과 연계해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에요. 마을에 슈퍼를 오픈한다는 건, 이렇게 한 걸음 더, 지역으로 들어가고 다가가는 작업인 셈이에요.
"무인양품이 제안하는 '지역으로의 토착화'는 오프라인 점포가 있음으로 가능한 일이에요. 단순히 지역의 소재를 사용하거나 취급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모이고, 교류를 낳으면서 점포는 지역의 생활을 서포트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식품 부문 실행 임원 시마자키 아사코
‘계속 가격을 다시 생각하고 늘, 좋은 가격으로.’
그 외에도 앞으로 지방의 점포를 점점 더 늘려갈 무인양품은 가격 또한 ‘RE’, 즉 다시 검토하는 절차에 들어갔어요. 같은 체인의 점포라고 지역과 상관없이 똑같은 가격을 매기는 게 아니라, 그 지역의 물가, 경제 사정을 반영해 가격을 다시 붙인다는 이야기예요.
가령 무인양품의 포테이토칩은 프랑스산 감자를 사용한 290엔(약 2,900원)짜리지만, 그걸 똑같은 가격에 시골 지역에서 판매하는 게 아니라, "한 봉지에 99엔(약 1천원) 짜리 포테토칩과 같이 상품을 보다 확충해 가격대도 다양하게 만들어갈 거예요"라는 게, 무인양품 ,시마자키 임원의 생각이에요. 무조건 싼 게 아니라, 다 이유있는 디스카운트인 거죠. 무인양품은 오래 전부터 '좋은 가격'을 이야기해오고 있기도 해요.
"물론 원료 값이나 제조 공법 같은 이유로 가격이 높아진다고 소비자가 등을 돌리는 건 아니고, 그럼에도 질이 좋으면 찾아준다고 생각해요. 단 그 가격을 정하는 과정이 적정하고, 사기 쉬운 금액이라는 건 중요하죠. 무인양품에서는 지금까지 '늘, 좋은 가격'을 기준으로 기본 상품의 적정 가격을 꾸준히 재검토해왔지만, 앞으로 그 부분에 보다 더 신중을 기할 계획이에요."
- 식품 부문 실행 임원 시마자키 아사코
각각 매장에 설치된 또 하나의 신주쿠 무지를 위한 맵이에요.
신주쿠의 무인양품 2곳 매장을 시작으로 무인양품의 오늘과 미래에 대해 살펴봤어요. 다시 신주쿠 무인양품의 2곳 매장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마무리 할게요. '무지 신주쿠'와 '무인양품 신주쿠'가 되기 이전 두 곳 사이의 '연결'은 극히 미비했다고 해요. 1번 무지에서 구매를 한 손님이 2번 무지에 가서 쇼핑을 하는 예가 1% 이하였대요. 그건 곧, 차별화에 실패한, 무분별한 점포 입점의 결과죠.
하지만 '무인양품'은 지금 가까이 있다는 것, 곁에 있기에 가능한 것들을 모색하고 있어요. 일상은 어느 동네이든 1인칭에서 시작해 2인칭을 경우한 후, 다시 1인칭으로 돌아오는 패턴이잖아요. 무지는 그를 위해 각 신주쿠 매장에 서로의 플로어 맵을 게재하기 시작했다고도 해요. 5분 거리에 인접한 두 점포 사이의 ‘연결성’을 획득하려는 노력이죠. 이와 같은 무인양품의 시도들이 쌓이면 결국, 지역과의 연결성도 단단해지지 않을까요?
Reference
• 「MUJI 新宿」「無印良品 新宿」リニューアルオープンのお知らせ, Ryohin Keikaku
• 「無印良品」、新宿でも地域の“困りごと”を解決 区役所や近隣デパートとも連携し街を活性化, 五十君 花実, WWD Japan
• 「無印良品」が横浜市と連携し「地域の困りごとを解決」 関東初のスーパー併設店がオープン, 五十君 花実, WWD Japan
• 世界最大級の無印良品、新潟にオープンへ 7千品目販売, 松本英仁, The Asahi Shimbun 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