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 없는(無印) 좋은 물건(良品)’.
침구, 의류, 식품 등 생활에 쓰이는 거의 모든 상품들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無印良品)’의 의미예요. 일본의 버블 경제 시기에 소비 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리며 등장한 무인양품은 기본에 충실한 것만으로 기분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왔죠.
무인양품을 운영하는 ‘양품계획’은 소매업에서 숙박업으로 업의 경계를 차근 차근 확장해 왔어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무지 호텔’, 자연 속 캠핑 사이트에 마련한 ‘무지 캠프’ 등이 대표적인 예시죠. 그러던 중 양품계획이 ‘무지 스테이 비전’을 발표하며 자신들의 포부를 밝혔어요. 숙박 시설이나 주거에 대한 태도를 재검토해서 라이프스타일에 변혁을 일으켜 보겠다는 것이었죠.
‘무지 스테이 비전’에는 기존에 선보여 왔던 무지 호텔, 무지 베이스, 무지 캠프는 물론이고, 무지 룸이라는 새로운 업태도 포함되어 있어요. 이름도, 형태도 제각각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죠. 바로 ‘지역 토착화’예요. 기분 좋은 ‘생활’을 만들어온 양품계획이 기분 좋은 ‘사회’를 만드는 법은 무엇일까요? 지금부터 그 전략을 자세히 알아볼게요.
무지 스테이 비전 미리보기
• #1. 쉬고 있던 유휴 공간으로 만든 ‘또 다른 삶의 거점’ - 무지 베이스
• #2. 키트만 있으면 뚝딱 완성되는 ‘무인양품 방’ - 무지 룸
• #3. ‘자연’이야말로 인간의 생활 필수품 - 무지 캠프
• 양품계획이 ‘관계 인구’를 늘리려는 이유
2019년 4월, 무인양품이 긴자 한복판에 ‘무지 호텔 긴자(MUJI HOTEL GINZA)
’를 열었어요. 소매업에서 숙박업으로 업태는 달라졌지만, 무인양품의 철학과 미니멀리즘적 미학이 호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죠. 일본 버블 경제 시기에 소비 사회에 경종을 울리며 등장한 무인양품은 ‘화려하지 않은, 하지만 저렴하지도 않은(Anti-Gorgeous, Anti-Cheap)’ 호텔을 지향했어요. 기존 팬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적당한 가격, 질리지 않는 디자인, 그리고 좋은 품질의 호텔에 즉각 반응했죠.
무지 호텔의 진가는 이게 다가 아니에요. 무지 호텔은 ‘지역 문화 쇼케이스’가 되고자 하거든요. 이런 방향성은 호텔 인테리어에서부터 잘 드러나요. 무지 호텔 긴자에서는 100년 전에 도쿄를 달리던 노면 전차의 포석을 프론트 데스크의 뒷 배경으로 되살리고, 오래된 배의 목재로 레스토랑 벽을 만들었어요. 지역을 상징하는 소재를 호텔 인테리어에 담는 것은 중국 선전과 북경에 있는 무지 호텔에서도 마찬가지죠. 재개발로 인해 헐어버린 건물 벽돌이나 고민가의 자재를 활용해 지역의 역사와 분위기를 최대한 전달하고 있어요.
무인양품의 모회사 ‘양품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숙박업에는 더 많은 힘이 실리고, ‘지역 토착화’ 전략은 더욱 두드러질 예정이에요. 그 청사진은 양품계획이 발표한 ‘무지 스테이 비전(Muji Stay Vision)’에 잘 나타나 있는데요. 양품계획은 그동안 전개해 왔던 무지 호텔, 무지 베이스, 무지 캠프를 하나의 범주에 담고, 여기에 무지 룸이라는 새로운 업태를 더해 ‘무지 스테이’라는 이름으로 묶었어요.
©양품계획
"거대한 숙박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컨셉입니다. 무인양품은 여전히 강력한 힘이 있지만, 우리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의 확장을 원합니다."
-히데토모 나가타, 사회적 상품 및 공간 디자인 부문 임원, The Japan Times 인터뷰 중에서
이는 단순히 한 바구니 안에 숙박 관련 사업을 다 담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요. 양품계획은 무지 스테이를 통해 ‘숙박’과 ‘주거’의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자 하거든요. 이때 핵심이 되는 키워드가 ‘토착화’예요. 지역 고유의 소재, 기술, 경험 등을 적극 활용해서 지역 매력을 알리는 거죠. 그뿐 아니라 지역 주민과 협력하거나 지역 체험을 설계하며 지역 사회에 더 깊이 녹아들고자 해요.
물론 양품계획만의 자기다움도 놓치지 않아요. 숙박객이 어느 지역에서 가도 익숙한 편안함을 찾아낼 수 있도록 양품계획다운 공간을 준비하죠. 양품계획의 전략은 어떤 모습으로 발현되고 있을까요? 소매업의 틀에서 벗어나 숙박업을 리디자인하고 있는 양품 계획의 행보를 만나 볼게요.
#1. 쉬고 있던 유휴 공간으로 만든 ‘또 다른 삶의 거점’ - 무지 베이스
무지 호텔로 숙박업에 뛰어든 양품계획은 본격적으로 일본 각지로 뻗어나가기로 했는데요. 그 거점이 되는 곳이 바로 ‘무지 베이스(MUJI BASE)’예요. 현재 중국 2개 도시와 일본 도쿄에서 운영 중인 무지 호텔이 ‘지역 문화 쇼케이스’를 지향한다면, 무지 베이스는 ‘지역 문화 체감 기지’로서 기능해요. 사람들이 치바현 가모가와, 테시마 섬 등 도시와 동떨어진 자연으로 들어가 평온한 일상을 보내며 지역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게 했죠.
그냥 도심에서 운영하던 무지 호텔을 지방에 만든 것 아니냐고요? 무지 베이스는 무지 호텔과 사업 전개 방식부터 달라요. 우선 시설부터 살펴보면, 무지 베이스는 지어진 지 100여년이 넘은 오래된 민가를 활용했어요. 일본 전통 가옥의 뼈대는 남기고, 내부에는 무인양품의 가구나 가전 등을 더하며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리노베이션 했죠.
©Ryohin Keikaku
무지 베이스는 왜 일본의 오래된 민가에 주목한 걸까요? 사람들로부터 점점 외면 받고 있는 일본 각지의 빈집을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수도권 일극화 현상으로 인해 사람들의 주거 공간이 대도시에 편중되며 빈집이 늘어났는데, 이는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 일으켰거든요. 머무는 사람들이 사라지자 일본 각지의 향토 문화도 함께 사라져갔던 거예요. 그래서 무지 베이스는 유휴 부동산들을 활용하면서도 외면받는 지역의 매력을 대신 어필하기로 했죠.
단순히 공간만 리뉴얼한 게 아니에요. 무지 베이스에서는 지역 식재료를 살린 음식을 제공하거나, 농업을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숙박객에게 생소하면서 신선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요. 기술이 확산되며 노동 집약적인 전통 산업이 빠른 속도로 저물어가고 있는데, 무지 베이스는 이를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되새기고 있어요.
한번 예를 들어 볼게요. 2023년 8월, 양품계획이 무지 베이스의 첫 거점으로 삼은 지역은 치바현 가모가와였어요. 도쿄에서 불과 9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가모가와는 계단식 논이 있어 전형적인 일본 전원 풍경을 간직한 곳이에요. 푸르고 울창한 수풀은 도시에서 본 지 오래된 모습이기도 하고요.
이곳에 지어진 ‘무지 베이스 가모가와’는 이 지역의 라이프스타일을 알리기 위해 숙박객들에게 ‘음식과 농업’을 테마로 한 각종 체험들을 제안해요. 지역 사업자 및 생산자와 함께 협업해 숙박객들이 치바현의 특산품인 아쿠아 멜론을 직접 수확하거나, 목장에서 낙농 체험을 할 수 있게 돕는 거죠. 또 숙박객은 미리 예약을 하면 지역의 제철 재료로 만든 한 끼 식사를 숙소에서 먹을 수도 있어요.
©Ryohin Keikaku
©Ryohin Keikaku
그렇다고 해서 도시에서 지내던 사람들이 익숙하게 누려온 편리함을 포기하지도 않았어요. 과도한 서비스는 없지만, 숙박객들이 집에서처럼 편안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무인양품의 어메니티와 가구들을 비치했죠. 결과적으로 일본의 민가가 지닌 공간적 가치는 남기면서도,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숙박 형태를 만들어 ‘또 하나의 삶의 거점’을 만든 거예요. 무지 베이스는 사람들이 이런 생활을 충분히 누릴 수 있게 예약을 2박 이상부터만 받고 있어요.
©Ryohin Keikaku
©Ryohin Keikaku
또, 무지 베이스는 숙박 시설의 다양화와 지방 부흥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숙박 예약 플랫폼인 에어비앤비와 포괄 제휴 협정을 체결했어요. 그래서 무지 베이스에서 디자인한 공간을 에어비앤비에서 직접 예약할 수 있죠. 무지 베이스는 단순히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보다는, 숙박객들이 지역에 더 오래 머무르고, 더 자주 방문하기를 기대해요. 궁극적으로 ‘무인양품의 팬을 그 지역의 팬으로 만드는’ 계기를 만들고자 하죠.
#2. 키트만 있으면 뚝딱 완성되는 ‘무인양품 방’ - 무지 룸
도심에서 지방으로 거점을 확장한 양품계획은 2024년에는 새로운 형태의 틀을 깨는 도전에 나섰어요. 사람들이 무인양품만의 세계관을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을 기존 숙박 시설 내부에 만들기로 한 거죠. 한 마디로 ‘숙박 시설 속 숙박 시설’을 만드는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무지 룸(MUJI room)’인데요. 양품계획이 이런 도전에 나서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요?
©Ryohin Keikaku
무지 룸의 시작 또한 지방이 겪고 있던 문제에서 비롯됐어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방의 ‘숙박시설’이 처한 상황이 문제였죠. 엔데믹 이후 엔저 현상까지 더해지자 일본에 찾아오는 인바운드 관광객이 폭증했는데요. 이것도 수도권이나 주요 대도시에 한정된 이야기예요. 전국으로 시야를 넓혀 보면 공실이 넘치는 숙박시설이 많죠. 이런 문제를 극복하려면 리뉴얼 등을 통한 공간적 차별화가 필수지만, 대다수의 숙박시설은 자금이 부족해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양품계획은 시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거나, 노후화된 방을 고칠 자금이 없어 고전하는 시설을 돕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숙박 공간을 만들기로 했어요. 기존 숙박업체 오너와의 제휴를 통해 양품계획이 일부 객실을 빌린 다음, 이를 개조해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거죠. 이렇게 하면 지역 사업자들도 비교적 적은 투자로 죽어가던 공간을 되살릴 수 있어요. 방문객들은 좀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한 숙박시설에서 머물며 지역에서의 생활을 경험할 수 있고요.
이때 무지 룸이 지역 사업자를 서포트하는 방법은 ‘지역 상생형’과 ‘수탁형’의 2가지 방식으로 나뉘는데요. 먼저 지역 상생형은 양품계획이 초기 투자부터 PR, 모객, 예약 관리까지 일괄로 담당해요. 여기에 숙박객만 누릴 수 있는 ‘지역 체험 서비스’ 등을 개발해 사람들이 숙소는 물론 지역 전체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죠.
지역 상생형 모델의 대표적인 예시는 2025년 2월 경 오픈을 앞두고 있는 ‘무지 룸 사카모토야(MUJI room SAKAMOTOYA)’예요. 사카모토야는 나라현 요시노초에서 1928년에 창업한 오래된 여관으로, 예로부터 벚꽃 명소로 유명한 참배길 근처에 위치해 있어요. 무지 룸은 사카모토야의 3개 객실을 빌려 요시노초의 특색을 담은 푸드 어메니티를 제공하거나, 요시노초만의 지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 플랜을 제공할 계획이죠.
또다른 유형은 ‘수탁형’이에요. 사업자의 의뢰를 받아 양품계획이 공간 디자인이나 서비스 디자인을 대행해주는 유형이죠. 오사카에 있는 ‘리베르 호텔 오사카’에 만든 ‘무지 룸 리베르 호텔(MUJI room LIBER HOTEL)’이 대표적인 예시인데요. 양품계획은 총 12개의 객실을 A타입부터 D타입까지 4종류로 나누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디자인했어요. 조금씩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무인양품 아이템으로 꾸며져 있다는 공통점이 있죠.
예를 들어 A타입은 ‘무지 호텔 긴자’를 모델로 해 나무 소재로 심플하고도 편의성 넘치는 공간을 구현했어요. 이와 달리 B타입에서는 흙의 질감을 담은 타일을 활용하면서도 양품계획이 운영하는 인테리어 브랜드 IDÉE와 공예품을 골라 공간을 꾸몄죠. C타입과 D타입은 각각 4인, 6인까지 숙박할 수 있는 벙커형 침대를 넣어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도왔고요.
A타입 ©LIBER HOTEL OSAKA
B타입 ©LIBER HOTEL OSAKA
D타입 ©LIBER HOTEL OSAKA
양품계획이 2024년 9월에 발표한 ‘무지 룸’은 현재까지 2곳이 있는데요.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양품계획은 어느 지역, 어느 시설 속으로 들어가더라도 무인양품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놓치지 않아요. 덕분에 굳이 호텔을 새로 짓거나 직접 운영하지 않고도 사람들에게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 속에서 머무르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죠. 그런데 양품계획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어요. 숙박 시설을 운영하는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무인양품 방’을 만들 수 있게 스타터 키트를 판매하기 시작했거든요.
이 스타터 키트의 이름은 ‘무지 룸 에센셜즈(MUJI room essentials)’예요. 숙박 시설에 필요한 각종 아이템들을 무인양품에서 원스톱으로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죠. 부엌, 침실, 욕실 등 각 장소에 필요한 상품들을 세트 상품으로 묶어 구성해둔 덕분에 큰 고민없이 방을 코디할 수 있어요. 뿐만 아니라 평면도에 어울리는 레이아웃을 상담받을 수도 있죠.
©Ryohin Keikaku
©Ryohin Keikaku
©Ryohin Keikaku
©Ryohin Keikaku
양품계획이 무지 룸 에센셜즈를 시작한 건, 무지 베이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인테리어와 어메니티의 중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인데요.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대표 대부분이 최종 단계에 이르러 인테리어나 어메니티 등에 시간을 쏟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거든요. ‘재방문’과 ‘장기 체류’가 중요한 지방 숙박시설에는 필수적인 요소인데도 말이죠. 이 모습을 지켜본 양품계획이 지방 사업자들을 돕는 과정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3. ‘자연’이야말로 인간의 생활 필수품 - 무지 캠프
‘기분 좋은 생활과 사회’를 꿈꾸는 양품계획은 지방을 활성화하는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며 지역이 처한 과제를 풀어왔는데요. 이런 시도는 최근이 아니라 30년 전부터 계속되어 왔어요. 무지 스테이 비전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무지 캠프(MUJI camp)’ 이야기죠. 각 지역에 캠핑장을 만들어 사람과 사회,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장소를 제공해 왔어요.
©Ryohin Keikaku
무지 캠프는 1995년에 처음 니가타현 쓰난 캠핑장을 오픈한 이후 기후현 미나미노리쿠라 캠핑장, 군마현 쓰마고이 캠핑장까지 총 3곳을 운영 중이에요. ‘자연을 자연 그대로 즐긴다’라는 것이 무지 캠프만의 스타일이자 컨셉이죠. 광대한 부지에 자연미를 최대로 살린 캠핑 사이트를 만들고, 사람들이 각 장소에서 숲, 고원, 호수를 바라보며 쉴 수 있게 했어요. 그런데 ‘아웃도어’라는 이미지가 쉽사리 연상되지 않는 양품계획이 30년 전부터 캠핑장 운영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왜 굳이 ‘캠핑’을 택한 걸까요?
©Ryohin Keikaku
“무인양품은 사람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것을 제공해 나가는 브랜드입니다. ‘그게 의식주에 관련된 것만으로 충분한가? 여가나 놀이라는 영역도 사람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때 ‘캠핑’이라는 키워드가 나왔죠.”
-이시카와 마사토, 양품계획 소셜 굿 사업부, HYAKKEI 인터뷰 중에서
여가를 생활 필수품으로 본 양품계획에서는 고객 서비스의 일환으로 ‘여름 캠프’를 진행해 왔어요. 그 캠프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더 큰 부지가 필요했는데, 1993년과 1994년 여름 캠프의 거점으로 택했던 사이트가 바로 쓰난 캠핑장이었죠. 그 후 캠핑장을 3곳으로 늘린 양품계획은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고방식을 최우선으로 여겨 왔어요. 캠핑의 핵심은 자연을 즐기는 것이니, 캠핑 사이트를 공사하거나 별도로 개발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캠핑장의 상품은 ’자연’뿐이에요. 자연을 나쁘게 하는 행위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자연을 얼마나 좋은 상태로 유지할지, 나쁘다면 어떻게 개선할지 생각하고 있어요.”
-이시카와 마사토, 양품계획 소셜 굿 사업부, HYAKKEI 인터뷰 중에서
무지 캠프는 자연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현지인을 끌어들이는 데도 적극적이에요. 무지 캠프의 가장 큰 특징은 연간 최대 80개나 개설되는 ‘야외 교실’인데요. 이 교실을 담당하는 선생님은 대부분 현지인이에요. 이들은 도시 지역에서 찾아온 캠핑 참가자들에게 현지인 관점에서 체험담과 의견 등을 전달하죠. 사람들이 주로 ‘사람’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눈뜨는 경우가 많은 만큼, 야외 교실 참여자들은 현지인이라는 채널을 통해 지역에 대해 깊이 알게 돼요.
무지 캠프에서는 양품계획의 지나간 발자취는 물론 미래도 엿볼 수 있어요. 양품계획은 무지 캠프 30주년을 기념해 쓰난 캠핑장과 쓰마고이 캠핑장을 새롭게 재정비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쓰난 캠핑장에 ‘인프라 제로 하우스’를 설치했어요.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조달하거나, 물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힘만 빌리는 바이오 화장실이 있는 집이죠. 2025년 실용화에 앞서 쓰난 캠핑장에 먼저 설치해 사람들에게 선보였어요.
©Ryohin Keikaku
쓰난 캠핑장에서는 무인양품이 만든 조립식 주택 ‘무지 헛(MUJI HUT)’도 만나볼 수 있어요. 큰 유리창이 인상적인 무인양품 오두막에서는 자연 속에 깊이 파묻혀있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죠. 물론 내부에는 심플하면서도 본질적인 기능은 다 갖춘 무인양품 제품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요.
©Ryohin Keikaku
1995년, 양품계획이 처음으로 오픈했던 쓰난 캠핑장에서 뛰놀던 아이들은 이제 어른이 됐어요. 이번에는 부모님 대신 자녀의 손을 붙잡고 캠핑장에 다시 찾아왔죠. 그 자녀들은 양품계획의 과거와 미래가 모두 담긴 캠핑 사이트에서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 나갈 거예요.
양품계획이 ‘관계 인구’를 늘리려는 이유
지금까지 일본 각지에서 지역의 매력을 살려 새로운 숙박,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는 양품 계획의 ‘무지 스테이 비전’에 대해 알아봤어요. 지역문화 쇼케이스 ‘무지 호텔’, 지역 유휴자산을 활용한 체류형 숙박시설 '무지 베이스’, 숙박 시설 안 숙박 시설을 만드는 ‘무지 룸’,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서 머무는 ‘무지 캠프’는 개성도, 스타일도 각기 다양하죠.
다만 ‘무지 스테이 비전’ 속 모든 사업에서는 양품계획의 공통된 목표가 뚜렷하게 보여요. 해당 지역에 단기적으로 체류하는 것이 아니라, 몇번이나 재방문하거나 오래 머무르는 ‘관계 인구’를 늘리고자 하는 거죠. 관계 인구는 실제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형태로 지역에 참여함으로써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뜻해요. 지방 인구가 점점 감소하는 시대에 관계 인구가 늘어나면 고용이 창출되는 동시에 지역 문화 풍토를 보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특정 지역에 아무 연고가 없던 사람들조차 지역에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다리를 놓고 있는 양품계획. 이 다리만 있다면 다채로운 지역 문화가 사라질 걱정은 덜 수 있지 않을까요? 지역 밀착형 사업 모델이 자리잡을수록 양품계획의 생활권이 확대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테고요.
Reference
無印良品のMUJI HOTEL 人をつなげて「ローカル」を強く
Japan’s Muji bets minimalist retail will work for homes and hotels
無印良品は、なぜ20年も前からキャンプ場を運営しているのか?
瀨戶內旅宿新選「MUJI BASE TESHIMA」豐島開張:入住屋齡90年古民家,體驗非日常的海島生活
無印良品が古民家をリノベーションして貸し出し。場所は「東京から一番近い棚田」が残る鴨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