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을 깎지 않는 시대, 연필깎이 브랜드의 기발한 생존법

나카지마 주큐도

2023.01.20

“전구가 발명됐지만 양초는 사라지지 않았다. 양초는 예술의 영역으로 이동해 낭만적인 물건으로 용도가 달라졌다.” 


<문구의 모험>의 저자 제임스 워드의 설명이에요. 그의 말처럼 신기술이 구세대의 제품을 완전히 도태시키는 건 아니에요. 새로운 환경에서 자기만의 가치를 찾아 변화에 적응한다면 세월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죠. 


연필깎기를 만들던 ‘나카지마 주큐도’도 양초와 같은 처지에 놓였어요. 저출산 시대가 되면서 학령 인구가 줄어드니 연필 소비량이 감소했어요. 덩달아 연필깎기 수요도 꺾일 수밖에요. 업친데 덮친 격으로 디지털 시대로 바뀌면서 쓰기의 패러다임도 바뀌었어요. 연필이 설자리를 잃었으니 연필깎이는 오죽할까요.


하지만 나카지마 주큐도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연필깎이를 세련되게 부활시켰어요. 어떻게냐고요? 나카지마 주큐도의 생존기를 읽고나면 뭉클한 감탄과 함께 연필을 다시 보게 될 거예요.


나카지마 주큐도 미리보기

 저출산과 디지털 시대가 만든 연필깎이 회사의 위기

 #1. 재인식 : 자신감이 만든 아름다움

 #2. 재발견 : 연필 찌꺼기의 미학

 #3. 재사용 : 몽당연필과 함께 마음을 잇다

 위기를 자극으로 바꾸는 DNA





ⓒTrinus


여기, 전통적으로 사랑받아 왔던 화사한 꽃과 잎의 형상을 지닌 다섯 가지 색연필이 있습니다. 봄의 벚꽃, 초여름의 민들레, 한여름의 도라지꽃, 언제나 푸른 상록수, 겨울의 홍매화가 그 주인공들이죠. 색도, 모양도 고운 이 색연필은 일본의 모든 계절을 담아낸 ‘하나이로 엔피츠’예요.


크라우드 펀딩으로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일본 플랫폼 ‘트리너스’의 작품인데요. 바디가 꽃잎 모양인 덕에 사용할 때 잘 미끄러지지 않을 뿐더러, 아름답기까지 해요. 하지만 이 색연필의 진정한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건 색연필로 그릴 때보다 색연필을 ‘깎을 때’예요.



ⓒTrinus



작은 수동 연필깎이에 색연필을 넣고 조심스레 돌리면,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꽃잎이 빙글빙글 쏟아져 나옵니다. 매화는 둥그렇고 선명하게, 민들레는 가녀리고 촘촘하게. 꽃잎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 바디를 디자인하니 색연필로 그린 그림뿐만이 아니라 그 잔해까지 하나의 예술이 되었어요. 그 섬세한 아름다움에 그림용으로 사용하기보다는, 힐링용으로 계속 깎고 싶다는 평이 자자하답니다. 



ⓒTrinus


실제로 트리너스는 하나이로 엔피츠의 부스러기를 밑그림에 붙이고 색칠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페탈 아트 컬렉션’을 판매하고 있어요. 꽃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반짝이는 눈 결정을 닮은 제품 ‘유키이로 엔피츠’도 출시했고요. 색연필의 용도를 확장해 바라보니,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도구였던 색연필이 이제는 아름다움 그 자체가 된 거예요.



저출산과 디지털 시대가 만든 연필깎이 회사의 위기



ⓒ나카지마 주큐도


오사카에는 ‘연필의 쓰임’을 치열하게 고민했던 또 다른 브랜드가 있어요. 1933년에 설립돼 무려 90년간 일본의 수동 연필깎이 제조를 책임져온 기업, ‘나카지마 주큐도’예요.


열 다섯 명 남짓의 직원이 일하는 중소기업이 어떻게 일본의 연필깎이 시장을 책임지나고요? 놀라지 마세요. 나카지마 주큐도는 일본 수동 연필깎이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나카지마 주큐도가 제조한 칼날에는 꼭 ‘JAPAN NJK’라는 이니셜이 새겨져 있는데, 문구 애호가라면 국적을 막론하고 알아볼 정도예요.


그런데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자랑하는 내실 있는 기업이지만 내수 시장 전망은 그렇게 밝지 않았어요. 출산율 저하로 일본의 학령인구가 가파르게 감소했거든요. 게다가 ‘쓰기’의 패러다임도 옮겨가고 있었어요. 연필은 샤프나 펜, 더 나아가 타블렛과 노트북에 밀리기 시작했던 거예요. 당시 나카지마 주큐도는 OEM 중심 생산을 하고 있었는데, 수요가 감소하니 싼 가격에 공급해야 한다는 압박이 심해졌죠.


생존을 위해 나카지마 주큐도는 해외 활로를 물색하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학령인구가 점점 늘고 있는 아세안 지역 진출을 고려했죠. 그러나 중국, 한국 기업이 이미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대량으로 공급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으로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어요. 나카지마 주큐도는 세계 시장에서 대체 스스로의 강점이 무엇인지 재고해야 했어요.



#1. 재인식 : 자신감이 만든 아름다움



ⓒ나카지마 주큐도


“마치 일본도와 같다”


나카지마 주큐도가 흔히 듣던 찬사예요. 때로 경탄할 만큼 완벽한 기술력은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해요. 나카지마 주큐도는 품질에 대한 집념으로 수지 성형부터 칼날 담금질과 연마, 나사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자사 공장에서 진행하고 있었죠. 이런 고집스런 공정을 거쳐 탄생한 나카지마 주큐도 제품의 특징은 연필을 깎을 때 끊기지 않는다는 거예요. 연필이 부드럽게 돌아가며 잔해를 남기는 그 연속성은 그야말로 아름다웠죠.


3대째 대표인 ‘나카지마 준야’와 회사 사람들 모두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이것이 ‘아름다움’이라고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죠. 나카지마 주큐도는 OEM 제조업체였으니까요. 하지만 나카지마 주큐도의 진정한 강점은 단순히 제조 업체가 ‘시키는 것을 잘 하는’ 게 아니었어요. 누가 뭐라건 간에 자기만의 기준이 높았죠. 위기가 계속되자, 나카지마 주큐도는 그동안 날카롭게 갈아온 실력을 가지고 OEM 업체가 아니라 특별한 아이덴티티를 지닌 브랜드로 성장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어요.


나카지마 주큐도는 자사 제품의 아름다움을 사랑할 만한 소비자를 ‘크리에이터’, ‘콜렉터’, 그리고 ‘개성적인 교육을 지향하는 보육자’로 규정했어요. 물건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연필을 사용해 쓰거나 그리는 행위에서 가치를 느끼는 사람들이었죠. 브랜드의 감각에 강하게 이끌리면서, 브랜드를 알리는 인플루언서로서도 큰 역할을 할 고객층이었어요.


제품은 완벽히 준비되어 있었어요. 이제 새로운 타깃 고객에 맞춰 보여줄 일만 남았죠. 하지만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요? OEM 업체가 브랜드를 만들어 바로 매장을 내는 일은 쉽지 않았죠. 그래서 매장을 바로 내는 대신 나카지마 주큐도는 전시회를 선택했어요.


제조기술에 자신 있는 회사이니 제조나 문구 관련 박람회에 출품하는 게 일반적이겠죠. 하지만 나카지마 주큐도가 노린 건 세계 최대의 실내 인테리어 및 디자인 전시회인 파리의 메종&오브제였어요. 가구, 공예품, 패션소품, 액세서리, 향, 섬유, 전자제품 등 온갖 감각적인 제품들이 소비자들을 기다리는 곳이었죠.



ⓒ나카지마 주큐도


출품 첫 해에는 JETRO(일본무역진흥기구) 의 통합 부스 한 구석을 차지했기에 많은 공간을 이용할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작은 공간에서 제품의 아름다움을 자신 있게 보여주기로 했어요. 나카지마 주큐도는 연필깎이를 매대에 늘어놓은 ‘상품’처럼 취급하지 않았어요. 대신 귀한 예술작품처럼 아크릴 판 위에 전시했죠. 연필깎이 그 자체에 자신이 있었기에 화려한 장식을 할 필요도 없었어요.



ⓒ나카지마 주큐도



ⓒ나카지마 주큐도



ⓒ나카지마 주큐도


나카지마 주큐도는 이후 참가한 각종 전시에서도 연필깎이의 미를 보여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어요. 끊기지 않고 깎이는 연필에서 연속성의 미를 포착해 사진으로 담았고, 아크릴 큐브에 버려지는 연필 찌꺼기와 자사 제품을 담아 예술 작품을 만들었어요.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죠.


메종&오브제 전시 첫 해에는 브랜드를 눈여겨본 뉴욕 MoMA의 바이어 덕에 MoMA 디자인 스토어에 입점하게 되었고, 이후에도 파리의 메르시나 런던의 콘란 샵, 베를린의 바우하우스 뮤지엄 숍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되었어요. 스스로의 제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 자신감. 그 자신감이 무명의 OEM 업체를 세계에서 가장 감각 있는 브랜드로 탈바꿈시킨 거예요.



#2. 재발견: 연필 찌꺼기의 미학

연필깎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던 나카지마 주큐도의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장인정신이 담긴 정교하고 세밀한 제품 그 자체에도 아름다움이 녹아있었지만, 전시회에 출품하기 위해 연필과 연필깎이를 예술적인 시선에서 바라보다 보니 연필을 깎는 행위와 그 부산물이 지닌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거든요. 날카롭게 벼려진 연필의 심, 부드럽게 깎여 떨궈지는 연필의 모양새, 꽃처럼 내려앉은 부스러기의 형태가 모두 예술이 될 수 있었어요. 연필을 깎는 행위에서 실용성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미적 체험을 발견해낸 거죠.



ⓒFAYCOM


나카지마 주큐도는 이런 미적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랐어요. 연필깎이를 통해 문화와 예술에 기여하고 싶다는 사명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브랜드의 생존을 위한 아주 똑똑한 전략이기도 했습니다. 브랜드의 새로운 타깃층은 예술을 사랑하고 취향이 확고한 사람들이었는데, 한 번 마음을 얻으면 충성 고객으로 이어지기는 비교적 쉬웠지만 규모 자체는 크지 않았거든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직접 연필 깎기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어야 했어요. 



ⓒ나카지마 주큐도


그래서 쓸모 없다고 여겨졌던 연필 찌꺼기를 활용해 ‘펜슬 플레이크 아트 (Pencil Flake Art)’를 시작했어요. 하나이로 엔피츠가 색연필의 잔해로 꽃을 그려냈던 것처럼, 끊어지지 않는 나카지마 주큐도의 연필깎이로 연필이나 색연필을 깎은 후 그 부스러기로 그림을 그리거나 조형을 하는 활동이죠. 먼저 ‘HAVING HEART FOR PENCIL’이라는 웹 페이지를 개설해 연필 찌꺼기를 이용해 만든 다양한 작품과 조형미 있는 연필 부스러기의 모습을 전시했어요.



ⓒ나카지마 주큐도


그리고 사람들을 불러 모았어요. 일본 대표 잡화점인 로프트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고베에서 열린 종이 페스티벌 등에 체험 부스로 참여하기도 하고 단독 워크숍을 무료로 개최하기도 했죠. 반응은 뜨거웠어요. 펜슬 플레이크 아트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연필 찌꺼기를 쓰레기가 아니라 영감의 재료로 인식하게 되었어요. 또한 학령기 어린이들의 참여율이 높은 만큼 아이가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하기를 원하는 부모님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죠.



ⓒ나카지마 주큐도


여기에서 그치지 않아요. 나카지마 주큐도는 아예 연필을 깎는 미적 체험을 중점으로 둔 제품을 출시하기로 했어요. 2020년 ‘디자인 계의 오스카상’으로도 불리는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에잇(8[eit])’입니다. 에잇은 1만 엔(약 10만 원)이 넘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연필 애호가와 예술가들에게 인기가 많은 제품인데요. 그 비밀은 연필깎이의 핵심인 칼날에 있어요.



에잇은 칼날 하나가 부착된 보통의 연필깎이와 달리 정밀한 칼날 두 개가 부착되어 있어요. 그 덕에 연필이 좌우로 퍼지면서 깎이는 조형미를 즐길 수 있고, 그 찌꺼기로 새로운 예술작품을 창작할 수도 있어요. 게다가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해 완성한 세련된 형태의 연필깎이로, 연필을 꽂은 채로 놓아두기만 해도 예쁜 인테리어 소품이 돼요.


연필 찌꺼기를 예술로 승화시킨 펜슬 플레이크 아트와 에잇은 사소한 것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나카지마 주큐도의 가치관과 공명하는 고객층을 확대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어요. 이제 나카지마 주큐도가 판매하는 것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창조성이 샘솟는 미적 체험이 되었죠.



#3. 재사용: 몽당연필과 함께 마음을 잇다

보기에 아름다운 것은 알아차리기 쉬워요. 반면 보이지 않는 것의 아름다움은 알아차리기 쉽지 않죠. 어쩌면 그중에서도 가장 알아차리기 힘든 아름다움은 마음이 아닐까요? 특히 사랑이나, 열정 같이 모두가 찬사를 아끼지 않는 관념이 아니라, ‘아깝다’ 같은 엉뚱한 마음이라면 더더욱이요.



ⓒTakahashi Riya


그런데 나카지마 주큐도는 일본인이 가지고 있는 ‘아까워 하는 마음’의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했어요. 이 아까워하는 마음이 발휘된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의 ‘킨츠기’ 문화인데요. 킨츠기는 깨진 도자기를 수리하는 기술로, 도자기 조각을 옻칠로 이어 붙이고 그 위에 금이나 은가루를 입혀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매력적인 작품으로 다시 탄생 시키는 전통 예술이죠. 이제 아까워하는 마음의 아름다움이 조금 느껴지시나요?


무언가를 아까워하는 마음은, 물건이 지닌 가치를 알아보고 소중히 생각하는 관점이에요. ‘아깝다’라는 생각은 과거의 킨츠기처럼 아름다운 재창조의 동력이 되기도 하고, 현대에는 병들어가는 환경을 지키는 방법이 되기도 하죠. 함께해온 존재에 대한 애착, 불완전함을 수용하는 관대함, 자연에 대한 존중이 모두 담겨 있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감정이에요.



ⓒ나카지마 주큐도



(좌)ⓒTOOLS to LIVEBY / (우)ⓒ나카지마 주큐도


이 아까워 하는 마음을 담은 나카지마 주큐도의 연필깎이가 ‘츠나고(TSUNAGO)’예요. 일본어로 무언가를 ‘잇자’는 뜻의 이름이죠. 츠나고는 짧아진 몽당연필 두세 개를 하나의 긴 연필로 이을 수 있게 해주는 제품이에요. 연필깎이 하나에 너트처럼 연필 속을 파내는 용도, 볼트처럼 가장자리를 파내는 용도, 평범하게 연필을 깎는 용도의 구멍 세 개가 있어요. 연필 하나는 속을 파내고, 연필 하나는 가장자리를 깎아내면 정확히 들어맞는 요철이 만들어져 두 개 이상의 연필을 연결할 수 있죠.


몽당연필을 끝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츠나고는 자연을 지키는 제품이에요. 아깝다는 마음에서 시작해, 실질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이 연필깎이는 ‘굿 디자인 어워드’의 수상 평에서도 ‘제품을 넘어 실천을 디자인했다’는 극찬을 받았답니다. 또 츠나고를 통해 무분별한 벌목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품을 통해 얻은 수익의 일부는 숲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삼림 보전 단체 ‘모어 트리즈’에 기부한다고 하니 자연에도 좋을 일을 하는 거죠.


대량 생산과 망설임 없는 소비가 당연하게 느껴지는 시대입니다. 츠나고는 이런 시대를 살면서도 ‘아깝다’라는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그 보답으로 소중한 것이 다시 살아나는 기쁨을 선사해요. 펜슬 플레이크 아트와 비슷하게, 무용하다고 여겨졌던 것에 쓸모와 아름다움을 불어넣는 제품이기도 하죠. 연필을 깎는 행위에서, 연필의 잔해에서, 연필을 대하는 태도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던 나카지마 쥬쿠도.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그 마음 또한 더없이 아름답게 빛납니다.



위기를 자극으로 바꾸는 DNA

탁월한 제품력과 브랜딩으로 반전을 이뤄낸 나카지마 주큐도. 하지만 실패의 쓴맛을 보아야 했던 적도 있습니다. 파리 메종&오브제 전시회에 참가한 첫 해는 JETRO 통합 부스로 참가했기에 전시공간도 작았고 다른 브랜드에 묻힐 가능성도 컸지만, 매번 꼭 방문하는 바이어들도 있었기에 좋은 기회가 되었고 실제로 해외 계약도 체결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자신만만하게 단독으로 도전장을 내민 두 번째 메종&오브제 전시회는 호락호락하지 않았어요. 첫 전시의 반응과 결과가 좋았기에 당연히 될 거란 기대로 전년도 전시 관련 자료를 위주로 제출했는데, 보란듯이 탈락한 거예요. ‘JETRO의 힘으로 전시할 수 있었던 거구나. 그래, 우리 브랜드가 이 정도는 아니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나카지마 준야 대표는 더 굳은 마음을 먹고 도전했어요. 안주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OEM 제조업체로서의 정체성이 아닌,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이 간절했어요. 이전까지는 대표와 JETRO가 지원해준 어드바이저 두 명만 브랜딩과 전시회 준비에 참여했다면, 이제는 전문 포토그래퍼를 고용해 스튜디오에서 살다시피 하고 세련된 감성의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해 메시지를 전달했어요.



메종&오브제 파리 2020에 참가한 나카지마 주큐도 ⓒ나카지마 주큐도


결국 나카지마 주큐도는 2013년 첫 전시 이후 2015부터 2020년까지 총 여섯 번이나 메종&오브제 전시회에 출품할 수 있었어요. 뿐만 아니라 ‘디자인아트 도쿄’ 같은 국내 디자인 전시회에도 작품을 선보이고 다양한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는 등 누구보다 세련된 브랜드가 되었지요. 10년 뒤면 100주년을 맞은 나카지마 주큐도는 어떤 브랜드가 되어 있을까요? 지금까지의 여정을 돌아보면, 100살이 되어도 가장 쓸모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브랜드로 남아있지 않을까요.






Reference

 하나이로 엔피츠 판매 홈페이지

 나카지마 주큐도 공식 홈페이지

 iza <연필깎이로 「아깝다」정신을 전하는 오사카의 오랜 메이커>

 MORE THAN PROJECT <OEM 중심의 무명 브랜드가, MoMA공식 굿즈가 된 이유>

 事業構想 <동네 공장 연필깎이, MoMA까지의 판로는 「대국」이 아니라 「대인」>

 SAP Korea 뉴스센터 <킨츠기와 업사이클링: 깨진 도자기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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