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을 울퉁불퉁하게 디자인해, 손님의 주의력을 높이는 카페

나나 커피 로스터스

2024.01.19

태국 방콕에 있는 카페, 나나 커피 로스터스 방나점은 2023년에 대만 디자인 연구원이 주최하는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에서 베스트 디자인상을 수상했어요. 사람들이 커피 한 잔에 몰입하게 만드는 한편 커피 마시는 경험을 향상시킨 점이 주 요인이었죠.


카페에서는 커피를 마시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해요. 수다를 떨거나,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을 수도 있죠. 노트북을 가지고 와서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족도 많고요. 그런데 어떻게 고객들을 커피 한 잔에만 빠져들게 한다는 걸까요?


짧게 힌트를 하나 드릴게요. 이곳에서는 테이블을 마치 파도의 물결처럼 울퉁불퉁하게 만들었어요. 음료와 음식을 파는 F&B 매장에서는 테이블을 평평하게 만드는 게 당연한데, 그 고정관념을 깬 거예요. 알고 보니 이 커피 브랜드, 특별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매장마다 컨셉이 다른 나나 커피 로스터스의 매력을 만나볼게요.


나나 커피 로스터스 미리보기

 #1. 스포트라이트를 바리스타에게 비추다

 #2. 건축으로 고객의 주의력을 향상시키다

 #3. 지역 관광지이자 랜드마크를 꿈꾸다

 타협하지 않는 마음




300원에 사 먹는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사라지고 있어요. 백 원짜리 동전 세 개면 믹스 커피를 뽑아 먹을 수 있는 커피 자판기가 없어지는 추세거든요. 한국자동판매기공업협회는 1990년에 3만 대였던 생산량이 2016년에 836대로 줄었다고 밝혔어요. 생산 대수가 26년 만에 약 97%나 줄어들었죠. 그뿐 아니에요. 운영 중인 커피 자판기 수도 감소하고 있어요. 밀려드는 커피 전문점과 편의점 커피의 부상 등으로 인해 설자리를 잃어가는 거예요. 


하지만 태국은 상황이 좀 달라요. 매년 승승장구 중인 커피 자판기 브랜드가 있거든요. 타오 빈(Tao Bin), 한글로 ‘날아다니는 거북이’라는 뜻을 가진 이 자판기는 2021년부터 태국의 쇼핑몰이나 오피스 빌딩을 중심으로 설치되었는데요. 2021년 기준 546개였던 커피 자판기 대수가 2022년 기준 4,952개로 늘어났어요. 1년 만에 약 805%의 성장세를 보인 거죠. 타오 빈이 하루에 판매하는 음료 수는 25만 잔(2023년 5월 기준)에 달해요. 최근에는 말레이시아까지 진출했고요. 이 커피 자판기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는 걸까요?



ⓒtao bin


타오 빈은 평범한 커피 자판기가 아니에요. 로봇 바리스타가 들어있는 하이 테크 자판기죠. 크기는 1제곱미터(약 0.3평)밖에 되지 않지만 이 자판기 한 대로 180여 가지가 넘는 음료 메뉴들을 만들 수 있어요. 커피와 티는 물론이고 스무디, 프로틴 셰이크까지 종류도 각양각색이죠. 로봇 바리스타는 자판기로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레시피에 따라 음료를 제조해요. 그 과정에서 고객별 취향이나 선호에 맞춰 당도나 토핑 등의 커스터마이징도 해 주고요. 제조 과정은 실시간으로 자판기에 있는 디스플레이에 그래픽 디자인 형태로 표현돼요.


이 로봇 바리스타의 재능은 음료 제조 하나만이 아니에요. 재고 관리나 품질 관리, 위생 관리도 탁월하죠. 타오 빈은 인공 지능과 사물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서 재료 사용량과 성분 수준에 관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해요. 자체적으로 운영 최적화를 실시하는 거죠. 또 내부에 장착한 심(SIM) 카드로 재고 데이터를 본사에 보내요. 이에 더해 자판기 내부에 있는 자동 세척 시스템으로 스스로를 청결하게 관리하기도 하죠.


타오 빈을 운영하는 포스 벤딩(Forth Vending Corporation Limited)은 이전까지 자판기 사업의 낮은 수익성 때문에 적자에 허덕였어요. 하지만 타오 빈 이후로는 자판기가 가진 잠재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죠. 그래서 앞으로 3년 내 약 2만 대의 타오 빈 자판기를 설치할 계획이에요. 그뿐 아니라 캄보디아,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으로도 해외 진출을 이어나갈 예정이고요. 또 앞으로는 ‘타오 빈 카페’를 열어서 커피 메뉴를 포함한 다양한 F&B 메뉴들을 선보일 계획이에요.


타오 빈 커피 자판기는 로봇 공학과 AI 기술 등으로 커피 자판기의 수명을 늘린 대표적 사례예요. 로봇 바리스타는 대형 쇼핑몰과 오피스 빌딩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으로 가서 사람들이 양질의 커피를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게 해주죠. 그렇다면 앞으로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커피 자판기가 다시 승기를 잡게 될까요? 궁금하다면 나나 커피 로스터스(NANA Coffee Roasters)에 가보세요. 이곳은 카페의 존재 이유를 고객들에게 다시금 일깨워주거든요.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는 모든 순간이 특별해지죠. 그래서 고객들이 계속 매장으로 돌아오고요. 이곳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뭐가 다른 걸까요?



ⓒNANA Coffee Roasters Ari Instagram



ⓒNANA Coffee Roasters Ari Instagram



#1. 스포트라이트를 바리스타에게 비추다


월드 사이포니스트 챔피온 2018, 방콕 내셔널 바리스타 챔피온 2019, 방콕 내셔널 브루어스 컵 챔피온 2020, 방콕 내셔널 브루어스 컵 챔피온 2024.


나나 커피 로스터스의 바리스타들이 세운 기록들이에요. 나나 커피 로스터스는 커피를 파는 데만 관심이 있지 않아요. 커피 맛은 어떤지, 전 세계의 입맛과 취향을 얼마나 사로잡을 수 있는지 계속해서 경험을 쌓고 부족한 점을 찾아내죠. 나나 커피 로스터스가 세운 기록들은 그저 운이 좋아서가 아니에요. 해답을 찾을 때까지 바리스타를 육성하고 코칭한 결과죠. 이렇게 검증된 플레이어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나나 커피 로스터스는 시작부터 특별했을 것 같은데요. 예상과는 달리 창업자 와롱(Warong Chalanuchpong)은 커피와 동떨어진 삶을 살던 사람이었어요.


커피와의 관계가 얼마나 소원했냐면, 와롱은 42세가 될 때까지 커피라고는 단 한 잔도 마셔본 적이 없었어요. 평범한 직장인이자 기계 엔지니어일 뿐이었죠. 그러던 중 와롱은 10년간의 경력을 뒤로하고 퇴사를 결정했어요. 회사 생활은 지루했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보고 싶었죠. 와롱이 처음 선택한 사업 아이템은 어학원이었어요. 운영은 꽤 순조로웠지만 와롱은 알고 있었어요. 이 정도도 괜찮지만 그의 인생은 그보다 훨씬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편안함과의 타협을 거부한 와롱은 사진 가게를 9개 지점이나 열어서 함께 운영하게 됐어요.


하지만 타이밍이 그를 돕지 않았어요. 기술의 발달로 더 이상 사람들이 사진을 찍거나 인화하기 위해 가게로 찾아오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당시 와롱은 새 사진 기계를 구입하느라 빚이 쌓인 상황이었어요. 앞으로 더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시기였죠. 그때 가게 직원인 칸다(Kanda Thochampa)가 와롱에게 커피를 팔아보자고 제안했어요. 2007년 무렵부터 태국에서 신선한 커피가 유행을 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때 와롱의 나이가 마흔둘이었어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하루 종일 커피 30잔을 파는 게 전부였어요.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와롱은 운영하던 모든 사업을 정리하고 커피 공부에 돌입하기로 결정했어요. 10개월간 매일 커피를 로스팅하고 맛보는 일을 반복했죠. 결국 그는 커피의 품질과 맛, 향을 감별하는 큐 그레이더(Q grader)이자 커피 테이스터가 됐어요. 그 후 그는 태국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시험에 통과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가르쳤어요. 학생들이 100% 합격률을 보일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죠. 8년간 와롱에게 수업을 들은 학생만 3,000명에 달해요. 커피를 마셔본 적 없는 카페 주인이 우연히 시작한 커피 사업을 자신의 운명으로 만들기 시작한 거죠.


나나 커피 로스터스가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명성을 얻는 것은 시간문제였어요. 좋은 커피를 알아보는 눈을 가지게 된 와롱은 전 세계 최고의 농장에서 80종 이상의 원두를 선별하고 가공해서 나나 커피 로스터스 고유의 커피로 탄생시켰죠. 나나 커피 로스터스 직원들의 각종 국제 대회 수상도 이어졌고요. 물론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경쟁 카페도 많았지만 와롱은 이 시장이 레드오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다만 그에게는 원칙 하나가 있었죠. ‘커피의 품질과 서비스에 있어서 타협하지 않겠다’는 거였어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그렇다면 실제 매장에서 그의 원칙이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직접 살펴볼게요. 나나 커피 로스터스 아리점은 초록색 풀과 나무로 둘러싸여 있는 2층짜리 매장인데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리스타들이 정중앙에서 커피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이때, 고객의 시야를 가릴 수 있는 대형 그라인더나 기구들은 안쪽의 아일랜드 테이블에 배치했어요. 바리스타들은 스탠드에 서서 고객 쪽을 바라보며 음료를 제조하고요. 이와 같은 배치는 철저히 의도한 결과예요. 커피의 품질과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곳이니만큼, 그 두 가지를 직접 맡는 바리스타가 매장의 주인공이 되는 게 당연한 거죠.


“키친이 어두우면 우리는 덜 우수한 바리스타와 일하게 될 거예요. 바리스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는 직업이에요. 스탠드에 서야 하죠. 자부심을 느껴야 하고요. 그렇다면 눈에 띄어야 해요. 저희는 좋은 바리스타들이 들어오게 만들 거예요.”

- 와롱, The Cloud 인터뷰 중


와롱은 아무리 물감이 좋아도 뛰어난 예술가가 없다면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매장에서 바리스타가 자부심을 느끼며 실력을 뽐낼 수 있도록 했죠. 고객들은 음료를 주문할 때부터 받을 때까지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고, 시음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들의 전문성을 가까이에서 보게 돼요. 커피뿐만 아니라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는 모습까지 하나의 상품이 될 수 있죠. 직원 스스로 동기부여를 받는 곳에 좋은 인재가 계속 유입되는 선순환은 덤이고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게다가 나나 커피 로스터스는 커피 한 잔을 제공하는 방식도 남달라요. 처음 커피 메뉴를 주문할 때 고객들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원두 종류를 선택할 수 있는데요. 같은 종류의 메뉴일지라도 무슨 원두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컵 받침이 달라져요. 예를 들어 고객이 브라질산 원두를 선택했다면 브라질이 위치한 남미 대륙의 위치가 각인되어 있는 원목 컵 받침을 사용하죠. 이 컵 받침 하단에는 해당 장소의 위도와 경도도 쓰여 있어요. 그뿐 아니라 커피의 원산지, 가공 과정, 로스팅 정도, 테이스팅 노트가 적혀있는 카드를 함께 제공하고요. 그러니 이곳에서 경험하는 커피 한 잔의 퀄리티가 올라갈 수밖에요. 



#2. 건축으로 고객의 주의력을 향상시키다

챔피언급의 바리스타가 세계 최고 품질의 원두로 내려주는 커피 한 잔. 이른바 ‘좋은 재료와 재능 있는 아티스트’는 나나 커피 로스터스의 대표적인 셀링 포인트예요. 하지만 기본에만 충실하다고 해서 모든 사업이 승승장구하는 건 아니에요. 나나 커피 로스터스는 커피를 마시는 순간에 특별함 한 스푼을 더했어요. ‘건축과 조경’으로요.


대표적인 플래그십 스토어인 ‘방나점’으로 가 볼게요. 방나점은 혼잡한 고속도로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지만 그 사실을 잊어버릴 만큼 동떨어진 감각을 주는 곳이에요. 처음 만들 때부터 ‘모든 관심을 커피가 독차지하는 공간’이 되고자 했죠. 건축을 담당한 IDIN ARCHITECTS는 단순한 건축을 추구하면서도 조경과의 통합을 통해 사람들이 커피 자체에 집중하게끔 만들었어요.



ⓒNANA Coffee Roasters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는 공간 만들기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 이 카페는 사진보다는 건축물과 자연적인 분위기를 통해 고객들이 어떻게 커피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을 두고 있죠.”  

- Dsignsomething 중



ⓒIDIN ARCHITECTS



ⓒIDIN ARCHITECTS


그렇다면 건축 디자인은 어떻게 고객의 시선을 커피에 집중시킬 수 있을까요? 건축가는 이곳에 있었던 오래된 집을 확장 건축할 때 구조물을 3개로 나눴어요. 이 3개의 공간은 각각 슬로우 바, 스피드 바, 티 바로 만들어 존(zone)마다 기능에 차이를 뒀죠. 예를 들어 슬로우 바에서는 조용하고 독립된 분위기 속에서 세계 챔피언 바리스타들이 천천히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지켜보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어요. 티 바에서는 20가지가 넘는 차를 취향껏 골라 마실 수 있었고, 스피드 바에서는 널찍한 공간에서 빠르게 커피를 주문하거나 캔으로 패키징 해서 구매할 수 있었죠. 고객이 원하는 음용 목적과 분위기에 따라 구획을 나눠서, 누구나 원하는 속도로 커피를 즐길 수 있게 했어요.



ⓒIDIN ARCHITECTS



ⓒIDIN ARCHITECTS


그뿐 아니에요. 3개의 건물 사이에는 빈 공간마다 나무를 채워 넣었어요. 그래서 고객이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모든 곳이 반 실내이자 반 실외처럼 느껴지게 만들었죠. 보통 사람은 건물 안에, 나무 등의 조경은 건물 바깥에 있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는데요. 방나점에서는 이 고정관념을 뒤집어 건물과 나무, 사람을 한 공간에 융화시켰어요. 고객이 내부와 외부를 구별하기 어렵게 만들었죠. 덕분에 고객들은 고속도로 가까이에서 느낄 법한 도시의 번잡함이나 혼잡스러움을 잊고 커피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IDIN ARCHITECTS


또한 방나점에서는 일반적인 F&B 매장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특별한 테이블이 있어요. 물결 모양으로 웨이브가 있는 테이블이죠. 테이블이 평평하지 않으면 매장 관리 측면에서는 어려운 점이 많아요.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고객이 테이블 위에 음료나 음식을 쏟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주의’야말로 방나점이 주목한 지점이었어요. 테이블에 곡선을 넣음으로써 고객들이 커피 한 잔을 더 소중하게 다루고 주의 깊게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디자인의 디테일로 사람들의 행동을 정교하게 조정한 거예요. 물론 원두를 공급받은 산맥을 표현한 테이블이 그 자체로서 하나의 조각품이 되기도 했고요.


“이 카페는 커피를 마시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건축물과 조경은 사람들이 커피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했어요. 사람들은 커피와 주변 환경이 모두 즐거울 때 서비스를 다시 이용할 가능성이 더 높죠.”

- Dsignsomething 중



ⓒNANA Coffee Roasters Instagram


심지어 방나점에서는 커피에 대한 고객의 집중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천장까지 가담시켜요. 작은 스테인리스 조각들을 모아놓은 모자이크 형식의 천장은 매장 내부로 들어오는 빛을 반사시키는데요. 그 결과 커피가 놓일 흰색의 테이블 위에는 실시간으로 나뭇잎과 식물의 그림자가 생겨요. 나무와 식물이 자라는 속도나 일조량 등을 감안하면, 자연이 만든 이 무늬는 단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어요. 그러니 고객 입장에서는 당일에만 만날 수 있는 이곳에서의 경험이 귀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죠. 이렇게 커피 마시는 경험을 향상시킨 방나점은 대만 디자인 연구원이 주최하는 2023년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에서 베스트 디자인상을 받으며 그 진가를 인정받았어요.



#3. 지역 관광지이자 랜드마크를 꿈꾸다

나나 커피 로스터스 방나점에서 건축과 조경은 커피를 향한 이목을 집중시키는 장치였어요. 고객이 커피 한 잔을 더 맛있게 마실 수 있게 만드는 환경 설정값이었죠. 이에 더해 2023년 6월, 나나 커피 로스터스는 건축과 조경이라는 같은 재료를 사용해서 새로운 후속작을 선보였어요. 방콕 도심으로부터 자동차로 70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 해변 마을 촌부리에 서브 브랜드 ‘하루닷 촌부리(Harudot Chonburi by NANA Coffee Roasters)’ 매장을 오픈한 거예요.



ⓒIDIN ARCHITECTS


하루닷이라는 이름은 일본어와 영어 단어를 합친 합성어예요. 하루(Haru)는 봄을, 닷(dot)은 출발점을 뜻하죠. 이름처럼 이 서브 브랜드는 나나 커피 로스터스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데요. 방콕 시내를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해 온 나나 커피 로스터스가 왜 근교에서 새로운 이름으로 고객들을 만나기로 했을까요? 하루닷은 나나 커피 로스터스의 배달 서비스 확장 과정에서 탄생했어요. 매장에서 거리가 먼 곳으로 배달을 하다 보면 커피값보다 배달비가 더 나오게 되니, 아예 촌부리를 거점으로 삼아 영향력을 확산시키고자 한 거죠.


하루닷은 나나 커피 로스터스의 단순 복제판이 아니에요. 외관부터 컨셉까지 바꾼 확장판이죠. 일단 매장이 목표로 하는 것부터 나나 커피 로스터스와 달라요. 이전처럼 ‘커피 한 잔에 몰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지역 관광지이자 랜드마크가 되고자 하죠. 그래서 건축과 조경을 활용할 때도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다가갔어요. 방나점에서 건축과 조경이 조연 같은 역할이었다면, 하루닷에서는 건축물 자체가 사람들의 뇌리에 남도록 했죠. 촌부리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러보고 싶게 말이에요.


하루닷의 건축 디자인은 이번에도 IDIN ARCHITECTS가 맡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하루닷의 파트너인 땅 주인의 아이덴티티를 건축에 반영하기로 했죠. 파트너는 이국적인 식물 묘목을 기르는 양묘장을 운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하루닷 매장 안에 아프리카에서 생명의 나무로 여겨지는 바오밥 나무를 들였죠. 그런데 이 나무는 단순 플랜테리어와는 차원이 달라요. 나무가 건축물의 지붕을 뚫고 자라는 듯한 형태를 띠고 있죠. 하루닷은 뻥 뚫린 천장을 통해 나무가 자연광을 받게 하는 한편, 하늘과 채광까지 매장의 일부로 만들었어요. 



ⓒIDIN ARCHITECTS



ⓒIDIN ARCHITECTS



ⓒIDIN ARCHITECTS


그뿐 아니에요. 삼각형 형태를 띠고 있는 이 건물은 일본의 건축 미학에서 영감을 받았는데요. 바깥에서 바라보면 건물이 각자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내부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그래서 고객의 이동과 순환이 용이하죠. 특히 하루닷의 고객은 주로 친구, 가족 등과 함께 방문한 관광객이 많아요. 그래서 커피에만 시선을 집중시켰던 방나점과는 달리 서로를 마주 보고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100석 이상의 좌석을 배치했죠.


건물의 미적 매력을 강조한 하루닷은 방콕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촌부리에서 새로운 잠재 고객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타깃하고자 하는 고객군을 건축 디자인으로 미세하게 조정함으로써 차별점을 만들고 있죠. 앞으로도 하루닷은 촌부리와 인근 지역에 있는 사람들과 자연, 그리고 커피를 하나로 묶는 중심점이 되고자 해요.



타협하지 않는 마음

나나 커피 로스터스는 매장마다 고유한 컨셉과 특색을 가지고 있어요.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경험에 맞춰서 건축 디자인, 인테리어, 조경으로 기교를 부리죠. 흔히 커피 프랜차이즈가 새로 매장을 오픈할 때마다 일종의 자기복제를 하는 전략과는 전혀 달라요. 나나 커피 로스터스는 매장마다 변화를 주면서 브랜드를 강화시키죠.


이렇게 유연하게 건축 디자인을 조정하면서도 와롱은 절대 커피나 팀원, 미래를 두고 타협하지 않았어요. 커피를 처음 마셨던 42살부터 지금까지 말이죠. 모르는 커피 관련 지식은 직접 배워서 터득했고, 커피의 맛을 잃게 만드는 그 어떤 요소도 용인하지 않았어요. 만약 그가 사업을 운영하면서 적당히 타협하거나 편한 길만 골라 가려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오늘날 나나 커피 로스터스가 커피 애호가들의 인정을 받는 일은 없었을 거예요. 수많은 카페 중 하나로만 남았겠죠.


“나나 커피 로스터스가 모든 태국인의 마음속에 있는 커피숍이 되어 그들이 존경하고 좋아할 수 있는 카페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의 팀, 고객, 마지막으로 나 자신과 투자자. 이 셋만 행복하다면 어떤 사업이든 지속할 수 있어요. 쉽지는 않죠. 하지만 그게 해야 할 일이에요.”



ⓒ시티호퍼스



ⓒNANA Coffee Roasters


나나 커피 로스터스의 각진 로고는 분자 내 원자 간의 결합 방식을 나타낸 ‘분자 구조’를 본떠서 만들었어요. 커피의 품질이 괜찮은지 확인하기 위해서 원두를 분자 단위까지 확인하는 자세를 상징하죠. 그래서 이 로고는 나나 커피 로스터스의 핵심이나 다름없어요. 만약 뒤늦은 도전 앞에 망설이고 있거나 현실 앞에 타협하고 싶어진다면 방콕의 나나 커피 로스터스를 떠올려 보세요. 이 카페는 자신들의 미래를 두고 남들과 협상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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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타오 빈 공식 홈페이지

 나나 커피 로스터스 공식 홈페이지

 IDIN Architects 공식 홈페이지

 นานาธุรกิจ, The Cloud

 NaNa Coffee Roasters Bangna - a cafe that prioritizes trees to enhance the flavor of its top-notch coffee, Watsapon Vijitsarn, Dsign something

 [Why] 200원짜리 너, 참 따뜻했었는데… 자판기 커피의 몰락, 김수경,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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