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탕 여탕이 따로 없는 사우나에서 오사카를 담아내는 방법

오사카 사우나 데세

2023.08.21

사우나가 하나 생겼을 뿐인데, 오사카가 떠들썩해졌어요. 그도 그럴 것이 22년만에 처음 생긴 공중 사우나거든요. 그 이전에 들어선 사우나 두 곳까지 살펴보면 떠들썩함이 더 이해가 가요. 각각 49년, 29년 전에 문을 열었으니까요. 다 식어가던 사우나 업계에 2030세대 사이에서 사우나 붐이 일어나면서, 그들을 타깃한 사우나인 ’오사카 사우나 데세(이하 데세)‘가 등장한 거예요. 


그런데 데세에 입장할 때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남탕과 여탕 구분을 찾을 수가 없다는 거죠. 대신 락커 번호에 따라 사우나로 들어갈 수 있는 경로가 둘로 나뉘어져 있어요. 성별 구분이 아니라 어떤 락커 키를 받느냐의 차이일 뿐이에요. 그렇다면 데세는 남녀가 함께 사우나를 하는 혼탕인 걸까요? 


그렇지 않아요. 남탕과 여탕의 구분은 없지만, 남자와 여자가 함께 사우나를 하는 일은 없어요.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데세는 과학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방식을 개발했어요. 데세 사우나로 가서 이 수수께끼 같은 현장을 확인해 볼까요?


오사카 사우나 데세 미리보기

 오사카 사우나의 틈새를 공략하다

 오사카의 정체성을 사우나에 담다

 8개의 테마로 2030의 취향을 저격하다

 ‘남녀 구분 없는 사우나’로 공간 효율을 찾다

 식어가던 사우나의 뜨끈뜨끈한 미래




러너스 하이.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의 쾌감을 부르는 말이에요. 30분 이상 달리기를 지속하게 되면, 뇌에서 엔돌핀이 분비되는데요. 이 때 달리기를 멈추고 싶지 않을만큼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죠. 적절한 수준의 신체적인 스트레스가 우리의 몸에 좋은 자극을 주면서 몸은 힘들어도 짜릿한 쾌감이 생기게 되는 거예요. 


최근 일본에서는 러너스 하이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 사우나 전문 브랜드가 생겼어요. 바로 ‘사우너스 하이’ 예요. 사우나가 처음은 힘들 수 있지만 조금만 버티다 보면 개운하고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이름을 붙였죠. 사우너스 하이는 사우나에서 쾌감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사우나 안에서 입을 수 있는 사우나 판초, 반팔티, 수건, 사우나 모자 등을 만들고 있어요. 사우나에서 더 개운하고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의류 제품들이죠. 여기에다가 사우나 모자를 쓰고 달리기를 하고 있는 귀여운 캐릭터 로고로 2, 30대 고객들을 모으고 있어요.



(좌) 사우나 판초 / (우)사우나 모자 ©Saunners High


이런 사우나 전문 브랜드가 생겨난 배경에는 일본의 트렌드 변화가 있었어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본의 사우나 업계에는 큰 지각변동이 일어났어요. 점점 줄어들던 사우나 이용객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2021년에는 2017년 대비 ‘사우나’ 검색량 4배까지도 증가했어요. 특히 50대 이상의 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사우나에 2030세대의 젊은이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였죠.


젊은 세대는 사우나를 건강에 좋은 취미나 습관 중 하나로 보기 시작했어요. 뜨거운 사우나와 찬 물을 오가는 목욕이 혈액순환과 노폐물 분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 인기 요소였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사우나에 정기권을 끊고 퇴근 후에 사우나에 가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되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사우나를 즐기는 사람들을 일컫는 ‘사우너스(Saunners)’ 라는 말도 생겼죠. 앞서 소개한 사우너스 하이도 이 단어를 사용한 거고요.



(좌) JAL 사우나 클럽 ©Japan Sauna-bu Alliance / (우) 스노우피크 필드 스위트 스파 헤드쿼터 ©Relux


상대적으로 몸집이 큰 기업들도 사우나 트렌드에 뛰어들었어요. 일본항공(JAL)의 경우, 사우나를 메인 테마로 한 관광상품을 만들어서 판매하기도 해요. 2018년부터는 JAL 사우나 클럽을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사우나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사우나를 탐방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죠. 아웃도어 브랜드 스노우피크에서도 ‘필드 스위트 스파 헤드쿼터’ 시설을 만들면서 적극적으로 사우너스들을 겨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이렇게 어르신들의 전유물이었던 사우나가 힙하고 트렌디해지면서 이전까지는 장년층을 타겟으로 하던 사우나가 더 낮은 연령층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진화했어요. ‘오사카 사우나 데세(이하 데세)’도 이런 흐름에 맞춰 2023년 4월에 오픈한 뜨끈뜨끈한 사우나예요.



오사카 사우나의 틈새를 공략하다

일본은 화산이 곳곳에 있어요. 그리고 화산 주변으로 온천이 발달해 있죠. 그만큼 사우나 문화도 일찍부터 시작됐어요. 그 중에서도 오사카는 쇼와 시대(1926년~1989년)부터 사우나가 생겼을 정도로 사우나에 대한 정통성이 있는 도시였죠. 하지만 오랜 역사가 무색하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오사카에서 사우나의 인기는 시들해졌죠. 어느 정도였냐면요. 데세가 오사카 지역에 22년만에 새로 생긴 사우나인 거예요. 그렇다면 데세는 사실상 명맥이 끊겼던 오사카에 사우나를 왜 오픈한 걸까요?



오사카 사우나 데세의 로비 디자인 ©시티호퍼스


데세를 만든 회사인 ‘AHKG’는 고베 시에 위치한 부동산 개발 회사예요. 임대 아파트, 업무 빌딩과 함께 주로 파칭코 등의 오락 시설을 운영하는 회사였죠. AHKG의 부사장이자 현재 데세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조테츠 분’은 개인적으로 사우나에 심취한 이후 신사업 아이템으로 사우나를 떠올렸어요. 1인이 사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사우나를 만들면 새롭게 사우나에 관심을 갖게 된 2030세대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렇게 AHKG는 ‘오사카 사우나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사우나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먼저 일본 국내에서 사우나 사업을 할 만한 도시를 찾았죠. 그 과정에서 유력한 후보가 된 도시가 오사카였어요. 젊은 세대의 사우너스 열풍에도 불구하고 오사카 지역에서는 사우나가 정체였기 때문이었어요. 


AHKG는 오사카에서 마지막으로 문을 열었던 사우나가 무려 22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것에 주목했어요. 그 이전에 들어선 사우나 두 곳까지 보면 상황은 더 심각했어요. 각각 49년, 29년 전에 문을 열었거든요. 특히 자칭, 타칭 오사카의 라이벌 도시인 도쿄와 비교해보면 오사카의 사우나 부족을 더 실감할 수 있어요. 도쿄에서 가장 최근에 새롭게 문을 연 도심형 사우나 세 곳은 2년, 6년, 19년 전에 오픈을 했으니까요.


물론 오사카에도 최근 1년 안에 새롭게 문을 연 사우나가 있긴 했어요. 하지만 모두 예약 후 혼자 사용 가능한 프라이빗 사우나였어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우나 붐에 발 맞추어 도심형 공중 사우나보다는 규모가 작은 1인 사우나가 생겨난 거죠. 조테츠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오사카에 새로운 도심형 공중 사우나가 필요하겠다는 포인트를 발견했어요. 이후 초기에 프라이빗 사우나를 기획했던 조테츠는 사업의 방향을 공중 사우나로 수정했어요.


이제 오사카에서 어느 지역에 사우나를 오픈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했어요. 그래서 오사카에서 공중 사우나가 없는 위치를 파악했죠. 오사카의 공중 사우나는 대부분 우메다에 몰려 있었어요. 아무래도 회사들이 모여있는 우메다에는 퇴근 후에 사우나를 들르는 직장인들이 많기 때문이에요. 그러다보니 우메다 이외 지역에는 이렇다 할 공중 사우나가 없었어요.


조테츠도 우메다 지역에 공중 사우나를 내야겠다고 판단했어요. 자연스럽게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곳인 신사이바시에 초점을 맞췄죠. 그 안에서도 사무실, 번화가, 주거지역에서 모두 접근이 쉬운 중간 지점을 선택했어요. 신사이바시 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곳이라 주민들, 여행객들뿐만 아니라 우메다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직장인들도 퇴근길에 큰 무리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곳이었죠. 위치를 선정했으니, 이제 고객의 발길을 불러모으고 마음을 훔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어요. 



©시티호퍼스



오사카의 정체성을 사우나에 담다

데세는 오사카에 22년만에 만드는 공중 사우나인만큼 오사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여러 요소에서 신경을 썼어요. 그리고 모회사인 AHKG의 방침도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를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더더욱 오사카라는 지역 특색을 살리는 방향으로 공간을 디자인 했죠.


데세라는 이름부터 오사카의 정체성을 살리려는 의도를 담고 있어요. 오사카는 일본에서도 사투리로 유명한 지역인데요. ‘~입니다’의 뜻을 가진 ‘~데스’ 로 끝나는 일본어 어미를 오사카 사투리에서 애교 섞인 말투로 ‘~데세’ 라고 하죠. 그래서 오사카 사우나라는 정체성에 걸맞게 오사카 사투리를 끌어와 사우나의 이름으로 정한 거예요.


데세 로비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종이 등불도 오사카의 전통을 담은 장식이에요. 도톤보리 시내에 강을 따라 걸려있는 등불들을 연상하게 하는 인테리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등불에 적혀있는 글자들은 오사카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사치미 우에다가 손수 붓글씨로 썼는데요. 모두 데세에 금전적으로 후원한 기업이나 개인들의 이름이에요.



신사이바시 일러스트레이션과 사우나 구조도 ©Osaka Sauna DESSE



사우나 입구에 있는 락커. 같은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꾸며져 있음. ©시티호퍼스


등불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로비 디자인도 달라요. 사우나 붐으로 새로운 이용객이 된 2030을 타깃으로 했기 때문에 트렌디하면서도 키치한 캐릭터를 기반으로 감도있게 꾸몄죠.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오사카를 돌아다니는 캐릭터들을 신발장부터 벽 전체에 그려놓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또한 로비 한 켠에서는 캐릭터 소품과 하와이안 셔츠 같은 굿즈도 판매하고 있고요.




사우나 내부 모습 ©Osaka Sauna DESSE


사우나에 들어가면 오사카, 더 구체적으로는 신사이바시에 와 있다는 기분이 드는데요. 이는 느낌적인 느낌이 아니에요. 사우나 바닥에 깔려있는 타일은 데세가 위치한 신사이바시 쇼핑 스트리트 바닥에 깔려 있는 타일과 동일한 타일이거든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도 오사카를 즐기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는 것이 디자이너 쇼 오오타의 의도였죠.


사우나 내부 공간도 오사카를 모티브로 구성했어요. ‘물의 도시’는 오사카 지역을 부르는 여러가지 별명 중 하나예요. 도톤보리 중심을 관통하는 강을 두고 부르는 말이죠. 데세는 이 강을 모티브로 사우나의 전체적인 골격을 잡았어요.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을 기준으로 다양한 건물들이 있듯이 사우나 동선도 중심 통로를 만들고 그 주위에 사우나를 설치하면서 도톤보리 시내를 떠올리게 한 거죠. 그리고 카운터를 지나 사우나로 들어가는 통로는 바닥과 거리가 있어서 다리를 건너는 듯한 느낌도 주고요.




사우나 전후로 자유롭게 음식을 주문하고 먹을 수 있는 공간 ©시티호퍼스


사우나에 오사카를 담아내고자 하는 데세의 아이디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아요. 음식 코너에도 오사카를 끌어들였죠. 지역의 특성을 표현하기 위해 요리 전문가들이 직접 팀을 만들어서 오직 데세를 위한 메뉴를 개발했어요. 데세에서는 이를 ‘사메시’라고 불러요. 사우나와 밥을 뜻하는 일본어 ‘메시’를 합쳐서 만든 말이에요. 


사메시의 주재료는 카레. 일본식 카레의 고향이라고도 불리는 오사카의 특색을 반영한 거예요. 여기에다가 어묵과 두부를 재료로 두 가지 메뉴를 개발했어요. 어묵은 오사카의 명물 중 하나인 쿠로몬 수산시장에서 어육을 공수해서 직접 만든 수제 어묵을 사용했는데요. 이렇게 탄생한 카레 오뎅은 데세의 시그니처 메뉴가 됐어요. 두부는 일본 두부 마이스터 자격증이 있는 쿠도 시오리가 직접 고른 콩으로 만들었어요. 이 두부를 밥 위에 올려서 카레 육수를 뿌린 두부밥은 간단하면서도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메뉴죠.



(좌) 카레우동 / (우)두부밥 ©Osaka Sauna DESSE



8개의 테마로 2030의 취향을 저격하다

사우나에 들어가면 데세의 특색있는 사우나 공간들을 볼 수 있어요. 오사카의 정체성을 담고 있거나 젊은 세대가 좋아할만한 컨셉을 가진 사우나가 8개 있죠. 200여평 규모를 두 영역으로 나누어 공용 사우나 7개와 프라이빗 사우나 1개로 구성한 거예요. 사우나 별로 컨셉이 있어서 보통의 사우나와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이 곳의 시그니처 사우나는 카와 사우나예요. 강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답게 사우나 안쪽으로 냉탕 일부가 이어져 있어서 사우나 시설 밖으로 문을 열고 나가지 않아도 바로 냉탕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 사우나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공간 구성이죠. 보통의 경우, 사우나에서는 뜨거운 열기와 증기를 가둬두는데요. 카와 사우나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공간을 개방하고 냉탕을 사우나 안으로 연결시킨 거예요. 뜨거운 사우나와 냉탕을 오가면서 목욕을 즐기는 문화와 고객들의 행동 패턴을 고려한 설계한 덕분에 시그니처 사우나가 됐죠.


이 밖에도 고객 관점에서 구성한 공간은 또 있어요. 수면이라는 뜻의 미나모 사우나는 사우나 바깥에 있는 냉탕에 비친 빛이 사우나 내부 천장에 비춰지는 모습을 따서 지은 이름이에요. 이 곳의 포인트는 인체 공학적으로 만들어진 벤치에요. 사우나에서 편하게 누워있을 수 있도록 몸의 곡선에 맞게 만든 벤치가 있죠. 여기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면 찰랑거리는 빛을 보면서 멍을 때릴 수 있어요.


무스비 사우나는 개별 공간에서 사우나를 즐기고 싶어하는 고객을 위해 만들었어요. 이 사우나는 예약을 해야만 사용할 수 있고 다른 사우나들 달리 완전히 독립된 공간이에요. 혼자만의 쾌적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고객들도 사용할 수 있는데요. 그보다도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자신의 성적 지향에 따라 공중 사우나 이용이 어려운 사람들도 사우나를 즐길 수 있도록 설치한 거예요. 이처럼 데세는 다양한 고객들의 니즈를 디테일하게 파악해서 공간을 구성했어요.


고객 관점에서 구성된 공간 외에 일본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사우나도 있어요. 바깥에 조성된 일본식 정원을 보면서 사우나를 즐길 수 있는 모리 사우나, 차 향이 가득하고 다다미가 깔려있어서 차분한 일본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티 룸 사우나가 대표적이에요. 티 룸 사우나 안 쪽에는 사람 한 명이 혼자 들어가서 사우나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어서 명상을 하거나 차분하게 사우나를 할 수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컨셉의 사우나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각 컨셉을 고객에게 소개하는 방법도 인상적이에요. 대화 가능 여부, 들어갈 수 있는 인원, 그리고 사우나를 즐길 수 있는 자세 등을 설명하고 있거든요. 고객들에게 최대한 기획 의도에 맞게 사우나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거예요. 또한 각 사우나의 특징을 이미지화한 로고까지 만들어서 각 사우나를 쉽게 찾아갈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어요.




각 사우나별 로고. 사우나 내부에서도 사우나 바로 옆에 모두 로고가 있어서 로고를 보고 자신이 가고 싶은 사우나를 갈 수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각 사우나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소개되어있다. ©Osaka Sauna DESSE



파격적인 ‘남녀 구분 없는 사우나’로 공간 효율을 찾다



본능적으로 남탕과 여탕 구분이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락커키에 적혀있는 숫자에 따라 분류되는 입구. 남녀 공용의 날에는 구분을 하긴 하지만 그 이외에는 구분 없이 사용된다. ©サウナイキタイ


데세에 입장할 때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남탕과 여탕 구분을 찾을 수가 없다는 거죠. 대신 락커 번호에 따라 사우나로 들어갈 수 있는 경로가 둘로 나뉘어져 있어요. 성별 구분이 아니라 어떤 락커 키를 받느냐의 차이일 뿐이에요. 그렇다면 데세는 남녀가 함께 사우나를 하는 혼탕인 걸까요?


데세는 남성과 여성이 사우나를 사용할 수 있는 날을 따로 정해두고 있어요. 공간 대신 시간을 구분한 거예요. 데세의 공식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에 각 성별로 사용 가능한 날을 공지하죠. 흥미로운 점은 한 달 중 대부분이 남성이 쓸 수 있는 날로 지정되어 있다는 거예요. 한 달에 3~5일 정도만 여성 전용인 날과 남녀 공용인 날이 있어요. 그렇다면 남녀 공용인 날은 어떻게 하는 거죠? 그 날에는 가벽을 세워서 사우나 공간을 둘로 나눠서 사용해요. 이런 운영 방식 때문에 데세를 방문하실 때는 공식 홈페이지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운영 달력을 미리 확인해야해요. 특히 여성 분들은 모르고 갔다가 헛걸음을 할 확률이 높으니까요. 



(좌) 남녀 이용 가능한 날짜를 매달 소개하고 있다 ©Osaka Sauna DESSE / (우)남녀 공용의 날에는 사진처럼 가벽으로 남성과 여성 공간을 나누어 사용한다. ©시티호퍼스


그런데 운영 달력에는 남녀 운영뿐만 아니라 한 가지 정보가 또 있어요. 바로 타투 데이예요.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공중 목욕탕과 사우나에서 타투가 있는 사람들의 입장을 금지하고 있어요.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 때문이죠. 시대가 변했지만 여전히 이런 분위기가 남아있어서 고객들 중에는 타투가 있는 분들을 어려워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서 데세에서는 타투 데이를 만들어서 타투가 있는 사람들이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날을 사전에 공지하고 있어요. 이렇게 해서 타투를 한 고객들도 불러올 수 있고, 혹여나 타투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고객에게는 이 날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그렇다면 왜 이렇게 특이한 방식으로 사우나를 운영하고 있을까요? 게다가 성별에 따른 운영 날짜의 비율은 왜 비대칭적으로 나누어 놓았을까요?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했기 때문이에요. 사우나 붐 이후 젊은 세대들이 사우나를 더 많이 방문하게 되면서 사우나 사용 인구에 대한 조사도 활발하게 이루어졌어요. 2021년에 일본에서 사우나를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3,3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데세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죠. 


월 1회 이상 사우나를 찾는 사람들의 비율을 성별로 나눠서보면 남성의 28.4%, 여성의 17.6%가 월 1회 이상 사우나를 찾았어요. 그렇게 큰 차이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 결과를 다시 한 번 연령대로 구분해서 숫자를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결과를 볼 수 있어요.


20대 남성의 32%, 30대 남성의 40%가 월 1회 이상 사우나를 가고, 30대의 경우에는 주 1회 이상 방문하는 남성이 12.9%나 됐어요. 모든 성별, 연령층을 통틀어서 가장 높은 빈도로 사우나를 찾고 있었죠. 반대로 2030 여성들은 연 1회 이하 방문 비율이 전체의 4분의 1로 가장 높았어요. 성별만으로 나눠서 볼 때는 남성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여성의 사용 빈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건 4050 세대들이었어요.


이런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현재 일본 사우나의 주된 고객은 남성, 특히 2030 남성들이라는 점을 파악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데세는 남탕과 여탕을 나눠서 만들기보다는 한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거에요. 자주 방문하는 남성들만 이용할 수 있는 날을 많이 만들어서 넓은 공간을 최대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상대적으로 빈도가 적은 여성들을 위한 날과 남녀 모두 사용 가능한 날은 한 달 중 일부만 할애했죠. 


남녀 공간을 기계적으로 나눴다면 여탕은 상대적으로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날이 많아 비효율적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남탕과 여탕의 개념을 없애면서 200평이 넘는 사우나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자연스럽게 고객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었죠. 이렇게 데세는 입지 조건과 내부 환경, 운영 방식까지 사우나를 사랑하는 오사카의 2030 세대를 저격했어요.



식어가던 사우나의 뜨끈뜨끈한 미래

그렇다면 데세의 사우나 비즈니스는 확장이 가능한 모델일까요? 데세는 2가지 방향으로 성장을 추구할 계획이에요. 우선 B2B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한 축이죠. 오사카의 일부 기업들은 직원들을 위한 복지로 사우나 보조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요. 닛케이 비즈니스, 일본항공(JAL) 등이 대표적이에요. 특히 JAL의 경우, 고쿠요와 일본 사우나 연합을 만들어서 다양한 기업들과 사우나를 매개로 교류하고 있어요. 야마하, 어도비, IBM, 이세탄 미츠코시, 로손 같은 기업들도 이 연합에 참여하면서 사세가 더 커지고 있어요.


또 다른 한 축은 다른 시설과 연계한 수직적 확장이에요. AHKG의 오사카 사우나 프로젝트 사업 계획서를 보면 데세는 사우나와 연계성이 높은 스포츠 시설을 주변에 만들어서 사우나에 방문하는 고객들을 더 끌어모으려 하고 있어요. 스크린 골프장과 야구 베팅 센터를 만들어서 2030 직장인들이 퇴근 후 취미 생활을 즐기고 데세를 방문하는 루트를 만드는 식이에요. 오랫동안 파친코를 경영하면서 쌓인 엔터테인먼트 시설 운영 노하우로 점차 사업을 확장시키겠다는 거예요.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한 사우나 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어요. 하지만 비즈니스의 수단으로 사우나를 바라보는 B2B 고객을 확보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고,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과 연계해 사업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면 다 식어가던 사우나의 미래도 뜨끈뜨끈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 들어올 때 제대로 노 저을 줄 아는 데세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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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오사카 사우나 데세 홈페이지

 오사카 사우나 데세 홈페이지

 【心斎橋に都市型 男女サウナ施設 オープン】既存の温浴施設の枠にとらわれない、「最高...!」な体験をコンセプトに。2023年4月予定。, PR Times

 今こそ楽しみたい“サ旅”。JAL Sauna Clubがオススメする「サウナ×旅」の魅力, On Trip JAL

 【3/21 (火) 大阪サウナDESSE レセプションパーティー開催】まだ出来てないけど、カレーおでんやクラファンアイテムの公開、現地生中継も。, PR Times

 【2/15 (木) 大阪サウナDESSE クラファン開始】サ飯を含めた「最高…!」なサウナ体験を提供できるように手助けを。, PR Times

 【大阪・サ活】水風呂直結!?大阪サウナDESSEに潜入してみた!混雑状況は?, Triphapi

 銭湯、スパ、サウナ、入浴施設の利用頻度4人に1人が「月1回以上」, DIME

 AHKG 공식 홈페이지

 JAL 사우나 클럽 소개 페이지

 SAUNABU 소개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