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기 직전의 모자 편집숍을, 흑자전환시킨 의외의 한 수

오버라이드

2023.09.11

‘오버라이드’는 트렌디한 모자 편집숍이에요. 업력이 100년에 달하는 모자 도매상 ‘구리하라’가 모회사죠. 그런데 어쩌다 모자 도매상이 편집숍까지 오픈했을까요? 고객사와 충돌이 생기는 리스크가 있을 텐데요. 게다가 구리하라는 트렌드의 최전선은커녕 소매업 자체를 해 본 적이 없던 기업이었어요.


그러나 1990년대 후반, 패션 산업의 주도권이 제작자에서 소비자로 옮겨가는 것을 포착하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소비자가 유행을 주도하기 시작하면, 트렌드를 빠르고 정확하게 읽는 역량이 사업에 꼭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4대째 사장은 소매점을 신사업으로 해야 한다고 봤어요. 하지만 아버지를 비롯해 사내의 반대가 심했죠.


그래서 그는 2년 내에 이익을 내지 못하면 사업을 접는다는 조건으로 모자 편집숍인 오버라이드를 오픈했어요. 결과는 처참했죠. 1년 차에 이미 수백만엔의 적자를 떠안아야 했어요. 그렇게 폐점을 2개월 남겼을 무렵, 의외의 한 수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어요. 남은 2개월 동안 지난 10개월 분의 적자를 상쇄하면서 연간 흑자를 달성한 거예요. 오버라이드를 살린 신의 한 수는 뭐였을까요?


오버라이드 미리보기

 모자 시장의 모자란 부분을 채우다

 브랜딩과 인지도, 매출 향상을 동시에 잡는 치트키

 모자 도매상이 트렌드의 최전선에 나선 이유

 100년 기업이 매출을 포기하고 얻은 것




모자는 옵션에 불과해요. 적어도 패션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요. 외출할 때 모자는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이죠. 신체를 가리거나 보호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바지, 티셔츠, 신발과는 구분되는 아이템인 거예요. 하지만 카시라(Ca4la)는 과감하게도, 이렇게 엑스트라 취급받기 쉬운 모자만을 전문으로 취급해요. 모자 편집숍 브랜드로 일본 전역에 2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죠.


수요가 적다고 낮은 가격으로 고객을 모으는 것도 아니에요. 저렴한 모자도 10만 원 정도이고, 가격대가 있는 모자는 30~60만 원에 달하니 오히려 프리미엄 모자 편집숍이라고 불러야 할 거예요. “모든 사람에게 최고의 모자를”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고급 브랜드를 엄선한 결과예요.


최고의 모자를 향한 집착은 자체 제작으로도 이어졌어요. 도쿄 등 4개 점포에 ‘카시라 아틀리에(Ca4la Atelier)’라는 모자 제조 공간을 별도로 만들었거든요.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일본 장인이 손수 만든 ‘메이드 인 재팬’ 모자를 선보이기 위해서죠. 최고의 모자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카시라 아틀리에의 오리지널 모자는 퀄리티가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어요. 이렇게 탄탄한 기술력을 자체 보유하고 있으니, 까다로운 주문 제작도 무리 없이 소화해 내요. 고객의 주문에 맞춘 커스텀 모자는 물론이고, 웨딩 모자, 방송 무대용 모자 등 좁고 깊은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해요.


니치한 모자 제작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니 독특한 형태의 협업도 꾸준히 이뤄져요. 브랜드 간의 협업이 아니라 콘텐츠 IP를 가지고 모자를 제작해 화제를 모았거든요.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과 한국 등 여러 지역에서 넷플릭스 2022년 4분기 애니메이션 1, 2위를 차지한 <스파이 패밀리>, <체인소맨>과의 협업이에요. 특히 <체인소맨> 모자는 단순히 캐릭터를 모자에 얹은 게 아니라 콘텐츠의 특징을 살려 모자에 반영했어요. 주인공의 톱 모양 캐릭터 디자인을 지퍼로 구현했거든요. 이외에도 카시라는 포켓몬, 팩맨 등 세대를 초월한 IP와도 협업하며 오타쿠들의 지갑을 열게 했죠. 니치 마켓 시장이 큰 일본에서, 니치 브랜드와 니치 문화 IP가 만나 시너지를 일으킨 거예요.



체인소맨의 톱날 캐릭터 디자인을 지퍼로 표현한 모자 ⓒCA4LA



포켓몬스터 IP를 활용한 피카츄 모자 ⓒCA4LA


이처럼 카시라는 ‘모자는 그 자체로 문화’라는 관점으로 사업을 전개해요. 모자 하나를 만들어도 장인정신, 깊이, 취향 등을 더하기 위해 노력하고요. 하지만 모자 산업에 카시라와 같은 접근만 있는 건 아니죠. 다른 접근법도 얼마든지 가능해요. 모자 편집숍 오버라이드(Override)는 패션에 관심 없는 사람도 누구나 쓸 수 있는 캐주얼한 모자로 일본 전역에 50여 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오버라이드는 필수품이 아닌 모자를 어떻게 팔고 있을까요?



모자 시장의 모자란 부분을 채우다


‘Sense of Japan’


1999년, 오버라이드가 하라주쿠에 매장을 오픈하면서 내건 브랜드 테마예요. 모자를 통해 일본 고유의 멋과 감각을 드러내고자 하는 거죠. 실제로 모자는 오래전부터 일본 문화에 깊이 들어와 있어요. 쇼와 시대(1926~1989) 초기에는 모자를 쓰는 것이 일하는 남성들의 트레이드마크로 여겨졌을 정도예요. 오버라이드의 슬로건은 모자가 일본의 오랜 문화였음을 상기시키죠. 일부 사람들의 멋내기용 패션이 아니라, 누구나 쓸 수 있는 캐주얼한 아이템으로 모자를 바라보면서요.


지금도 일본은 모자를 쓰는 문화가 발달했어요. 길거리에서는 볼캡 형태의 야구모자뿐만 아니라 밀짚모자, 털모자 등 다양한 모자를 쓴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요. 모자 제작 및 디자인 전문 교육과정을 갖춘 학교도 30여 개나 돼요. 한국 학교에서는 모자 디자인 교육이 패션 관련 학과에 통합되어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죠. 이렇게 일본에서는 모자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편이에요.


그럼에도 관심은 있지만 이해도가 낮거나, 모자를 쓰면 패션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은 사람처럼 보일까봐 주저하는 사람도 적지 않죠. 그래서 오버라이드는 누구나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캐주얼한 모자부터 패션에 포인트가 될 만한 모자까지 다양한 모자를 갖추고 있어요. 모자 종류만 해도 10가지가 넘고, 개수로 따지면 1,000개 이상의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어요.



©시티호퍼스


오버라이드에서는 단순히 모자를 많이 진열해놓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모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고객이라면 매장의 수많은 모자를 보고 오히려 압도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죠. 그래서 오버라이드에서는 모자에 조예가 깊은 점장과 직원들이 고객에게 모자를 추천해요. 가령 봄여름철에는 ‘카페린’이라 불리는 챙이 넓은 형태의 모자를 권하는 거예요. 모자의 챙 부분이 자외선을 90% 이상 차단해 주는 데다가, 간편하게 접을 수도 있어 피크닉, 휴가철 등에 사용하기 적합하니까요. 사이즈 조절까지 가능하니 누구나 부담없이 착용할 수 있고요.




선택을 어려워하는 고객을 위해 모자를 추천하는 매장 직원 ⓒOverride


2020년에는 리브랜딩을 하면서 연령, 성별, 국적과 무관하게 누구나 쓸 수 있는 모자를 제안하기 시작했어요. 캐주얼 모자 편집숍으로서 모자 자체를 패션의 중심에 두기 보다 어떤 스타일에나 어울려서 늘 함께 하고 싶은 모자를 선보이기로 한 거예요. 브랜드 컬러도 이러한 관점에 걸맞게 옅은 회색으로 변경했어요. 회색이 어느 색깔과도 잘 어울리는 것처럼 오버라이드의 모자 역시 어떤 상황에도 잘 스며든다는 메시지를 담아냈죠. 이렇듯 모자의 저변을 넓히는 시도들이 차곡차곡 쌓인 덕분에 오버라이드는 일본 전역에 57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바꾼 브랜드 컬러 ⓒOverride


오버라이드의 모자 저변 확대는 오프라인에만 그치지 않아요. 2023년 2월부터 고객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온라인 매장에도 구현했거든요. 가령 오버라이드 웹사이트에 마련된 1:1 채팅 서비스는 CS 직원이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 경험이 풍부한 직원이 직접 상담과 추천을 담당해요. 고객이 평소 좋아하는 코디나 원하는 모자 스타일 등을 이야기하면 그에 어울리는 제품 링크를 추천 이유와 함께 공유하는 거죠. 고객이 질문하면 수동적으로 답하는 단순한 응대를 뛰어넘어 고도화된 접객이 온라인에서도 가능함을 증명했어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바탕으로 모자를 추천하는 온라인 상담 ⓒOverride



간단한 설문으로 얼굴형 진단 및 모자를 추천하는 챗봇 ⓒOverride


더 간단한 방식도 있어요. 채팅 봇을 활용해 간단한 ‘예/아니오’ 형식의 질문 몇 가지만 응답하면 어울리는 모자를 추천해 주는 거예요. 고객의 응답을 바탕으로 어떤 얼굴형에 해당하는지 파악하는 방식이에요. 예를 들어 얼굴이 둥근형일 경우, 얼굴의 가로 길이가 비교적 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세로로 긴 모자를 추천해 주는 식으로요. 가로 폭을 강조하는 타이트한 모자나 각진 모자는 주의해야 한다는 설명도 곁들여요. 접근은 쉽게, 정보는 알차게 만든 오버라이드의 세심함이 돋보이죠.



브랜딩과 인지도, 매출 향상을 동시에 잡는 치트키

브랜드가 인지도를 높이는 가장 빠른 방법은 무엇일까요? 답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지만, 최근 가장 자주 활용되는 건 협업을 통한 제품 제작이에요. 오버라이드 역시 캐주얼 모자 편집숍이라는 생소한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서 다양한 방면에서 협업을 진행하고 있죠.


패션 브랜드는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경우가 잦아요. 브랜드에 감도 높은 이미지를 부여하는 동시에, 한정판 제품 출시로 단번에 이목을 사로잡을 수도 있으니까요. 오버라이드는 미디어가 가장 사랑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인 뱅크시 작품을 자수로 새겨 모자를 제작했어요. 뱅크시 그래피티를 바탕으로 가방이나 자전거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 브랜더라이즈드(Brandalised)와 협업한 결과죠.



뱅크시 그래피티 자수를 입힌 협업 모자 ⓒOverride


한발 더 나아간 포석도 있어요. 협업 제품을 오버라이드 리브랜딩 후 첫 번째로 오픈한 컨셉 숍인 나고야시 진구마에 지점 오픈을 기념해 만들었어요. 이 정보를 공식 게시물과 보도자료 등에 넣어 브랜드 관련 정보를 알뜰하게 홍보했죠. 단순히 주목을 끌기만 한 게 아니라, 협업이라는 모멘텀을 하나의 광고 기회로 활용한 거예요.



협업 제품이 바이럴될 때 신규 점포 오픈을 홍보한 오버라이드 ⓒOverride


의외의 행보는 또 있어요. 코미디언과 협업해 모자를 만들었거든요. 일본의 코미디 듀오 코코리코 소속인 엔도 쇼조(遠藤章造) 모자를 제작한 것인데요. 엔도 쇼조는 1989년부터 지금까지 니폰TV의 코미디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장수 코미디언이에요. 코미디언과의 협업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주목을 끌기 위해서 독특한 시도를 한 것은 아니에요. 코미디언은 특성상 누구에게나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데다가, 1971년생인 엔도는 누구나 연령과 무관하게 모자를 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델로서도 적격이거든요. 모자라는 패션 아이템을 중년층에게도 어필할 수 있으니 타깃팅, 브랜딩, 메시지 전달까지 일석삼조라 볼 수 있죠.



ⓒOverride


또한 오버라이드는 모자에 자체에 대한 실용성을 강조해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추는 용도로 협업을 진행하기도 해요. 패션 아이템으로서 모자를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도 끌어들이기 위해 캠핑, 사우나 등 버티컬 브랜드와 협업해 실용적인 목적을 강조하는 식이죠.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기능성 아이템이라면 지불 의사가 생길 테니까요. 


대표적으로 ‘사우나 모자’를 볼게요. 사우나 모자는 사우나에서 머리만 급격하게 뜨거워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착용하는 모자예요. 젖은 머리카락을 열로부터 보호하는 부가적인 효과도 가지고 있죠. 오버라이드는 사우나 용품을 만드는 브랜드 ‘사우나 이키타이’와 협업해 사우나 모자를 제작했어요. 꼭 사우나가 아니더라도 추운 겨울철에 외출용으로 쓸 수 있도록 방한, 단열 소재를 썼죠.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탁기 세척이 가능하도록 개발한 것은 물론, 가벼운 데다가 작게 접어서 쓸 수 있게 디자인해 실용성에 극도로 신경썼어요. 덕분에 사우나 모자는 2020년 첫 발매 후 현재까지 계속 업그레이드 버전이 출시되고, 전용 팝업 스토어를 여는 등 인기 제품으로 자리잡았죠.




기능성에 초점을 맞춘 사우나 모자 ⓒOverride


기능성과 인지도, 패션 아이템으로서 속성을 다 갖춘 사례도 있어요. 아웃도어 패션 매거진 ‘고 아웃’과 함께 캠핑 모자를 만들었는데요. 모닥불의 불꽃이 튀어도 망가지지 않도록 전체적으로 난연가공(가연성 소재인 섬유에 불이 잘 붙지 않는 가공제를 첨가하는 기법)을 거치고, 좌우에는 사이드포켓을 달아 카드나 건전지 등을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을 확보했어요. 이렇게 제작된 캠핑 모자는 선착순으로 순식간에 솔드아웃되며 브랜드 파워를 증명했고요.




아웃도어 매거진 고 아웃과 협업해 만든 캠핑용 모자 ⓒOverride



보수적인 기업이 트렌드의 최전선에 나선 이유

오버라이드의 사업은 트렌디해보이지만, 사실 오버라이드의 모회사는 올해로 업력 100년에 달하는 모자 도매 회사 ‘구리하라’예요. 오버라이드를 출시하기 전, 구리하라는 트렌드의 최전선은커녕 소매업 자체를 해본 적이 없던 기업이었죠. 4대째 모자 도매업을 이어오던 구리하라 료가 소매업에 진출하게 된 건 업계의 변화 때문이었어요. 그는 1990년대 후반, 패션 산업의 주도권이 제작자에서 소비자로 옮겨가던 것을 포착했어요.


이렇게 소비자가 유행을 주도하기 시작하면, 트렌드를 빠르고 정확하게 인지하는 역량이 사업에 꼭 필요하게 돼요. 구리하라 료가 보기에 소비자 접점이 없는 패션 브랜드는 경쟁력이 떨어질 게 뻔했죠. 그래서 소매점이라는 신사업 진출을 제안했지만, 3대 사장인 아버지와 사내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지배적이었어요.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도매 사업을 벗어나면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고, 소매 사업을 전개하는 고객사들과 경쟁하는 꼴이 된다는 우려도 있었죠. 충분히 합리적인 의견들이었어요.


그래서 구리하라 료는 긴 안목을 가지고 매장을 내는 대신, 2년 내에 이익을 내지 못하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조건을 안고 사업을 시작해야 했어요. 이렇게 불리한 조건에다가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료는 확신을 가졌어요. 하지만 기대를 안고 오픈한 매장은 안타깝게도 고객의 환영을 받지 못했어요. 관계자 몇몇만 방문할 뿐, 1년 차에 이미 수백만 엔의 적자를 떠안아야 했죠. 2년이 끝나갈 무렵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어요. 자신만만하게 추진했던 사업이 폐점 위기에 놓였죠.


그렇게 폐점을 2개월 남겼을 무렵, 료는 포장마차 가게에 들렀다가 불현듯 영감을 얻어요. 가게 입구에 큰 글씨로 ‘오뎅’이라고 적힌 붉은 초롱을 눈여겨본 것이 계기였죠. ‘일본 식당가에서 흔히 보이는 초롱을 모자 가게에 걸어 시선을 끌면 어떨까?’ 료는 즉시 초롱을 구매해 ‘모자 가게’라고 써서 매장 입구에 매달았아요. 그러자 행인들은 초롱에 적힌 글씨를 보고 홀린 듯 매장을 방문하기 시작했고요.



매장 입구에 초롱을 걸어 ‘모자가게’라고 써두었던 모습 ⓒOverride


이 시도는 생각보다 더 크게 성공했어요. 월간 매출이 거의 10배 가까이 늘었거든요. 놀랍게도 남은 2개월 동안 지난 10개월 분의 적자를 상쇄하면서 연간 흑자를 달성했어요. 당시 오버라이드의 문제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있던 것이 아니라, 캐주얼 모자 편집숍이라는 개념이 고객들의 머릿속에 자리잡지 않은 것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모자 가게라고 하면 귀부인용 고급 모자나 작은 상가에 입점한 가게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러니까 패션 아이템으로 모자를 쓰려는 젊은 고객들이 증가하는 시기였지만, 마땅한 공급자가 없어서 시장이 형성되지 못했던 셈이죠.


물론 오버라이드 인기의 가장 큰 원인은 시장의 변화를 알아본 료의 안목이에요. 고객 중심으로 바뀌는 산업 트렌드를 감지한 것도, 패션의 거리라고 불리는 하라주쿠에 입점한 것도 료의 결정이었죠. 이처럼 통찰력이 있는 료는 오버라이드의 사업 목적을 ‘안테나 숍’으로 정의해요. 안테나처럼 트렌드를 캐치함으로써 그에 걸맞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고객사들에게도 정보를 공유할 수 있으니까요. 소매업이 도매업을 지탱하는 구조를 구축한 거예요.


료의 안목이 아니었다면 구리하라는 여전히 도매상으로 머무르고 있거나, 뒤늦게 소매업을 시작해서 트렌드를 뒤따르는 형국이 되었을지도 몰라요. 신사업으로 소매업을 추진할 때만 해도 합리적인 반대처럼 보였던 의견들은 어쩌면 기존의 성공방정식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관성에 가까웠던 거죠. 아이러니하게도 성공이 실패의 어머니가 될 뻔했어요.



100년 기업이 매출을 포기하고 얻은 것

2014년, 안테나 숍으로 시작한 오버라이드의 매출은 구리하라의 매출 40%를 차지할 만큼 커졌어요. 매장 하나에서 시작한 작은 신사업이 100년 기업의 중심을 흔들 정도로 성장하다니 놀라운 성과죠. 하지만 료는 오버라이드의 출점 목적에 맞게 고객사와 이익이 충돌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사업을 전개했어요.


모자 편집숍으로서 고객사의 브랜드를 큐레이션해 판로 역할을 하는 건 기본이고요.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시기에도 지점을 무한정 늘리지 않고 고객사가 영업하는 지역을 피해 조심스럽게 신규 점포를 오픈했죠. 가맹점 없이 직영점으로만 운영한 이유도 성장 속도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서였고요.


이만큼 천천히 성장했음에도 오버라이드의 매출 성장세는 폭발적이었어요. 그럼에도 료는 늘어난 고객 정보를 가공해 고객사에 제공하는 것을 우선했어요. 히트 상품 정보나 패션 잡지에서 원하는 촬영용 상품의 트렌드 등을 정리해 공유하는 식으로요. 어찌 보면 사업의 제1원칙이라 할 수 있는 ‘매출 성장’에 역행하는 선택으로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단기적 매출 증가세를 포기하고서라도 구리하라가 지키고자 했던 것은 고객사와의 장기적인 신뢰예요. 매출이 호조세에 있을 때에도 신뢰를 우선시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브랜딩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신뢰를 지키고자하는 이러한 태도가 경기가 어려울 때에도 고객사를 잃지 않고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요? 구리하라에게 오버라이드는,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앞으로도 늘 함께 하자는 무언의 약속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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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Kurihara 공식 홈페이지

 Override 공식 홈페이지

 PRtimes, 帽子専門店「OVERRIDE」がAll-in-one接客チャットツール「チャネルトーク」を導入し、顔の形診断や専門スタッフによるパーソナライズ相談を実現

 Njstore, 多くの販売店と共存しながら帽子の素晴らしさを広く伝えた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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