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소유의 비극을 막아, 별장의 대중화를 앞당긴다

피카소

2022.11.23

피카소는 별장을 공동 소유할 수 있게 돕는 서비스예요. 별장을 1년 내내 쓰지는 않으니, 별장 소유권의 지분을 최대 8개로 나누어 1/n 만큼만 소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거죠. 콘도 회원권이나 미국에서 보편화된 타임쉐어와 비슷해 보이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요. 콘도 회원권이나 타임쉐어가 공간 이용권을 사는 거라면, 피카소는 부동산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거니까요.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피카소 지분의 가치도 높아지죠.


1/8을 소유하고 있으니, 이용 기간도 딱 그만큼이에요. 1년에 약 44일이죠. 이정도면 사용일수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문제가 하나 생겨요. 8명이 한 별장을 동시에 소유하면 대체 크리스마스에는 누가 이 별장을 이용하는 거죠? 즐거워야 할 휴가인데 예약을 못해 전전긍긍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죠. 피카소는 스마트스테이(Smartstay)라는 시스템을 도입해 스케줄 문제를 해결했어요.


별 거 아닌 듯 보일 수 있지만, 이 시스템 덕분에 공동 소유 모델이 원활하게 작동할 만큼 핵심적이죠. 어떤 방식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볼까요?


피카소 미리보기

 거장 피카소를 훔친 별장, 피카소(Pacaso)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는, 별장의 대중화

 공간 이용 권리 vs 부동산 소유 권한

 공동 소유를 넘어 공정한 소유, 스마트스테이

 공유지의 비극을 막는 피카소의 관리

 거장 피카소에게서 훔치지 않은 것




“좋은 화가는 베끼고, 위대한 화가는 훔친다.”


천재 화가로 불리는 피카소가 남긴 말입니다. 누군가의 작품을 똑같이 따라할 수 있는 능력은 좋은 화가의 자질이죠. 그러나 정말로 위대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다른 이에게서 훔친 영감을 온전한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말뿐만이 아니었어요. 피카소는 그가 남긴 명언처럼 열심히 남의 그림을 ‘따라 그렸’죠. 창의성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피카소에게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일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반 고흐, 로트렉, 고갱, 드가, 마네 등 다양한 화가들의 그림을 베끼면서 자신만의 화풍을 찾아갔죠.


그중에서도 그가 집착에 가깝게 모방했던 화가가 바로 벨라스케스입니다. 피카소는 14살 때 아버지가 데려간 마드리드의 프라도 박물관에서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처음 보고 매료된 후 오랫동안 이 위대한 화가를 동경해왔습니다. 그리고 1957년 8월 17일부터 12월 30일까지 벨라스케스의 대표작인 <시녀들>을 입체파 화풍으로 모방한 작품을 57점이나 연작하면서 소년 시절 가슴에 품었던 열정을 화폭에 그려냈죠. 그렇다면 피카소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어떻게 훔쳤을까요?



Diego de Velázquez (1599–1660), Las meninas, , ca. 1656 ©Museo De Prado (프라도 미술관)



(좌)Pablo Picasso. Las Meninas. Cannes, 17th August, 1957. Oil on canvas. 194 x 260 cm. Gift of Pablo Picasso, 1968. Museu Picasso, Barcelona. MPB 70.433 / (우)Pablo Picasso. Las Meninas (Isabel de Velasco).Cannes, 17th November, 1957. Oil on canvas. 27 x 22 cm. Gift of Pablo Picasso, 1968. Museu Picasso, Barcelona. MPB 70.483 ©피카소 미술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과 피카소의 <시녀들>을 함께 살펴봅시다. 사실주의 초상화로 유명하며, 인상주의의 시초라고 불리는 벨라스케스는 그 명성답게 빛에 비추어 보이는 그대로 모든 것을 최대한 세밀하게 묘사했죠. 그러나 피카소의 <시녀들>은 어떤가요? 


왕녀, 난쟁이, 강아지, 화가, 시녀들. 벨라스케스의 그림과 구도도, 구성도 같지만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원작 <시녀들> 속의 인물과 물체들이 한 번 분해되었다가, 찌부러진 후, 다시 붙은 것처럼 보이죠. 세밀했던 묘사가 단순한 도형으로 변했고 색채 또한 훨씬 간단해졌습니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도 무척 아름답지만, 피카소의 시선으로 그려낸 <시녀들>은 한층 창의적이고 신선합니다.



거장 피카소를 훔친 별장, 피카소(Pacaso)

피카소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훔쳤듯, 피카소에게 영감을 받은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이름까지도 이 위대한 화가에게서 가져온, 피카소(Pacaso)죠. 그렇게 읽힐 것 같지 않은 스펠링이지만, 회사 측에서 공식적으로 말하길 피카소라고 읽는다고 하네요. 피카소의 이름을 따왔으니 예술 관련 스타트업일까 싶지만 피카소는 미국과 스페인에서 별장 공동 소유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조용한 휴양지에 위치한 호화롭고 아름다운 별장. 하지만 별장을 실제로 이용하는 것은 한달 남짓. 나머지 열 한 달 정도는 아무 쓸모 없이 비어있죠.  그래서 피카소는 '별장 공동 소유'의 개념을 제시합니다. 바로 별장 소유권의 지분을 최대 8개로 나누어 1/n만큼만 소유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별장의 구매와 관련된 모든 절차를 책임지고, 별장 구매 이후의 관리도 전부 대신해주고요.


그렇다면 이 서비스가 거장 피카소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 감이 오시나요? 스타트업 피카소는 화가 피카소의 화풍인 ‘입체주의’의 특성을 추구합니다. 앞서 피카소가 그린 <시녀들>에서 살펴봤듯 입체주의는 물체를 분해한 뒤, 각각의 요소를 모아서 더 아름다운 하나를 만들어 내죠. 피카소(Pacaso)의 서비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별장의 지분을 여러 개로 나누어 판매함으로써 별장을 단독으로 소유했을 때보다 더 큰 가치를 제공하고자 하는 거죠.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는, 별장의 대중화

캘리포니아의 풍요로운 와인 생산지 나파 밸리, 평화로운 네바다의 산 속에 자리잡은 타호 호수, 럭셔리 스키 리조트로 유명한 콜로라도의 베일. 입이 떡 벌어지게 멋진 휴양지는 넘쳐납니다. 하지만 별장 가격도 입이 떡 벌어지기 마련이죠. 피카소가 소개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말리부 해안에 있는 별장 하나를 한 번 볼까요?



ⓒPacaso


이 별장은 아름다운 말리부 해안을 바라보며 수영과 반신욕을 즐길 수 있는 야외 스파를 갖추고 있습니다. 하나같이 세련된 방이 다섯 개나 있고 거실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자연 친화적이군요. 이런 별장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죠. 아니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왜 빼놓고 말하냐고요? 맞아요. 가격을 말씀드려야죠. 충격 받으실까봐 조금 뜸을 들여 봤습니다. 이 집의 가격은 약 2천만 달러, 한화로 260억원 정도거든요.


아무리 부자라고 하더라도 260억짜리 별장을 선뜻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죠. 하지만 피카소의 제안대로라면 어떨까요? 이 별장의 지분을 나누어 1/8만 구매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피카소가 가져가는 12%의 구매 수수료를 포함한 지분 가격 총 33억원 정도에 매달 99달러(약 13만원)의 관리비로 럭셔리한 별장에서의 휴가를 즐길 수 있습니다. 여전히 비싸지만, 260억원보다는 땅에 내려온 금액이라고 볼 수 있죠. 


이 공동 소유는 유한책임회사(LLC)의 설립을 통해 이뤄집니다. 주택을 구매하려는 고객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피카소는 회사 내 자금을 이용해 유한책임회사를 세웁니다. 그리고 나머지 지분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에게 1/8단위로 판매하죠. 이런 방식으로 마지막에는 피카소의 지분이 사라지고 고객들이 모든 지분을 갖게 됩니다.



ⓒPacaso



ⓒPacaso



ⓒPacaso


이렇게 피카소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럭셔리 별장을 가질 수 있는 ‘별장의 대중화’를 지향합니다. 집이 아닌 별장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우리는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순간순간을 감각하게 됩니다. 피카소의 CEO인 오스틴 앨리슨 또한 타호 호수 근처의 별장을 구매한 후 느꼈던 황홀한 경험을 계기로 파카소를 설립하게 되었다고 고백하죠. 누구나 별장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누군가는 소중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별장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랐던 겁니다.


피카소에 따르면 2021년 고객들이 구매한 별장 지분 가격의 평균은 400만 달러 (약 5억 4천만원) 정도입니다. 1/8로 줄어든 가격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가격을 한꺼번에 지불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피카소가 금융기관과 연계해 주택담보대출을 소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의 별장 구매 자금 조달을 돕고 있으니까요. 구매금액의 70%까지 5% 금리(2022년 12월 31일까지 3.95%로 낮추는 프로모션 진행)로 대출을 해줍니다. 구매자의 75%가 이 서비스를 이용했을 정도로 효과가 있죠. 별장의 대중화를 위해 재정적인 문제를 최대한 돕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공간 이용 권리 vs 부동산 소유 권한

피카소를 이용하면 하나의 별장을 지분 8개로 나누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궁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제안하는 ‘타임쉐어(Timeshare)’ 모델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라는 의문이죠. 참고로 미국에서 보편화된 방식으로 자리잡은 타임쉐어는 우리가 알고있는 콘도 회원권과 비슷하게 하나의 리조트 객실을 1년에 한 주 혹은 더 긴 기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판매하는 것입니다. ‘타임쉐어’라는 이름처럼 객실에서의 시간을 사는 거죠. 하지만 피카소는 이렇게 말합니다.


'타임쉐어는 잊어라' (Forget timeshare)


타임쉐어와 어떻게 다른 가치를 제공하기에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걸까요?



Pacaso 파카소와 타임쉐어의 차이점 Source: Pacaso


피카소가 제안하는 별장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호텔이나 콘도의 수많은 객실 중 하나를 배정받는 타임쉐어와는 확연히 다르죠. 또한 피카소의 별장은 획일적인 스타일의 호텔 방이 아닙니다. 전문가들이 세심하게 선택한 멋진 장소에 지어진 개성 있는 건물, 그리고 이에 딱 맞게 디자인된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죠. 


게다가 타임쉐어는 위, 아래, 양, 옆 방에 투숙객이 묵고 있는 반면 피카소의 별장은 독채로, 완전히 프라이빗합니다. 좋은 곳에 있는 리조트에 잠시 묵어간다는 느낌이 아니라, 세상에서 나만 이용할 수 있는 별장을 즐길 수 있는 거죠. 타임쉐어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지만, 이 특별한 별장은 많아봤자 여덟 명만이 가질 수 있는 공간입니다.


뭐니뭐니해도 공동 소유의 가장 큰 이점은 소유한 지분의 가치가 낮아지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타임쉐어를 구매한 사람들이 가장 골머리를 앓는 부분이 바로 타임쉐어를 되파는 일이거든요. 값비싼 타임쉐어를 구매하려는 이들은 한정돼 있죠. 반면, 호텔과 콘도들은 매년 타임쉐어를 판매하는 데다가 마음이 변한 다른 고객들도 타임쉐어를 양도하려고 합니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지 않으니 가격은 당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어요.


그뿐 아니에요. 건물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타임쉐어의 가격은 구매 시점보다 떨어지면 떨어졌지, 높아지기 어렵죠. 이런 이유로 이베이 등의 사이트에 타임쉐어를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타임쉐어 거래를 전담하는 업체들에게 매매 과정을 맡긴다면 수수료까지 떼이게 되죠.


이렇게 타임쉐어는 살 때는 좋았을지 몰라도, 팔 때는 후회막심인 경우가 많습니다. 피카소의 공동 소유 모델은 이런 걱정을 덜어줍니다. 고객이 이미 가지고 있는 지분을 팔고 싶다면 피카소는 이를 책임지고 판매해 줍니다. 가격이 뚝 떨어지는 타임쉐어와 달리 피카소의 별장 지분은 판매자가 직접 가격을 정할 수 있죠. 단순히 일정 시간 동안 사용할 권리가 아니라 부동산의 일부이기 때문에 주택 시세도 반영되고, 공급 과잉도 아니기 때문에 타임쉐어에 비해 희소가치가 있죠. 게다가 피카소가 에이전트 네트워크, 피카소 홈페이지, 외부 웹사이트 등의 채널을 이용해 마케팅해주기 때문에 지분이 팔리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공동 소유를 넘어 공정한 소유, 스마트스테이

경제적인 데다 하나밖에 없는 프리미엄 별장을 가질 수 있으니 피카소가 매력적인 선택인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공동 소유’ 모델이라고 하니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8명이 한 별장을 동시에 소유하면 대체 크리스마스에는 누가 이 별장을 이용하는 거죠? 즐거워야 할 휴가인데 예약을 못해 전전긍긍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죠. 피카소는 스마트스테이(Smartstay)라는 시스템을 도입해 스케줄 문제를 해결했어요.



©Pacaso


피카소의 고객들은 기본적으로 지분 1개 당 44일간의 숙박일을 보장받습니다. 365일을 8로 나눈 거죠. 피카소 별장 지분을 소유한 고객은 어플을 사용해 손쉽게 2일에서 2주 범위의 숙박을 예약할 수 있습니다. 다만 동시에 할 수 있는 예약의 개수는 6개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일주일 이하의 숙박은 예약 하나로, 일주일에서 이주일 사이의 숙박은 예약 두 개로 칩니다.


예를 들어, 한 번에 2주짜리 예약 두 개와 1주짜리 예약 두 개를 잡아놓을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안 됩니다. 예약은 최소 8일에서 최대 24개월 전에 미리 할 수 있지만, 혹시 갑작스럽게 별장을 이용할 일이 생길 경우, 2일에서 7일 전 사이에는 비어있는 슬랏을 가지고 있는 예약 개수와 관계없이 신속하게 예약할 수 있습니다.


예약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짜, 그리고 해변 주변의 여름이나 스키 리조트 주변의 겨울 성수기와 같은 피크 시즌입니다. 별장에서 특별한 휴가를 보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몰리는 기간이죠. 


스마트스테이 시스템은 고객들이 별장을 공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이렇게 인기가 많은 날짜와 시즌에는 예약에 제한을 둡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제약을 두는 게 아니라 어플 이름처럼 스마트하게 접근을 하죠. 어떻게냐고요? 동급으로 볼 수 있는 연휴와 시즌 등을 8개 이상으로 정의하고, 모든 소유자가 적어도 1번씩은 동급의 연휴를 즐길 수 있게 한 거죠.


예를 들어 볼게요. 새해 첫날, 독립기념일, 콜럼버스 데이, 노동절,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와 같은 10여 개의 미국연방 공휴일이나 파크 시티의 선댄스 영화제와 같이 유명한 지역 이벤트가 열리는 날짜는 ‘스페셜 데이트’로 구분됩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6개의 예약 중에 하나만을 이 스페셜 데이트에 할애할 수 있죠. 가령, 올해 크리스마스에 일주일의 숙박을 이미 예약해 놨다면 적어도 24개월 안에는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 독립기념일, 새해 첫날 등의 또다른 스페셜 데이트 예약을 할 수 없는 거예요. 뿐만 아니라 계절에 따른 성수기인 ‘스페셜 시즌’을 매년 8주 이상 지정해 놓고 모든 소유주가 스페셜 시즌에 적어도 한 주는 별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줍니다.


이렇게 한두 명의 소유주가 인기 많은 기간을 독점하는 것을 막으니 골치 아픈 갈등이 줄어듭니다. 아무리 최대한 공평하게 이용 날짜를 정한다고 하더라도, 다수의 소유주끼리 직접 논의하다보면 감정이 상하고 마찰이 빚어지기 마련이죠. 피카소 별장에서는 피카소가 중재자의 역할을 해주기에 서로 서운함이 덜합니다. 또 피카소가 지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선착순 기반으로 어플에서 날짜를 직접 선택할 수 있기에 억울한 마음을 가질 필요도 없죠. 이번 크리스마스를 예약하지 못했더라도, 다른 좋은 날짜에 이용할 기회가 충분히 있고요. 피카소를 통해 공동 소유뿐만 아니라, 공정한 소유를 할 수 있는 거죠.



공유지의 비극을 막는 피카소의 관리

예약 문제를 해결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풀어야 할 이슈가 남아 있습니다. 공동 소유주들의 인테리어 취향이 완전히 다르면 어떡하죠? 누군가는 모던하고 심플한 별장을 원하는데 다른 이는 클래식하면서도 아늑한 별장을 원한다면 큰일입니다. 또 단독 소유라면 어떻게 이용하든 괜찮겠지만, 여러 사람이 이용한다면 당연히 청소나 청결에도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습니다. 분명 경제적이고 매력적인 옵션이지만 이런 귀찮은 일들을 생각하면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죠.


피카소는 고객이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사소한 사항들을 모두 처리해줍니다. 평화로워야 할 우리의 휴가에 머리 아픈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먼저 인테리어는 구매 전부터 피카소가 도맡아 준비해 놓았습니다. 고객이 할 일은 멋진 집들 중 어느 집이 가장 마음에 드는지를 고르는 것 뿐이죠. 피카소의 전문적인 인테리어 팀이 맞춤형 가구, 고급 침구, 예술 작품, 주방 도구 등을 모두 구비해 별장에 들어선 첫날부터 고객에게 딱 맞는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줍니다. 별장에서의 생활은 원래 살던 집에서처럼, 아니 어쩌면 집에서보다 더욱 편안해야 하니까요.



©Pacaso



©Pacaso



©Pacaso



©Pacaso


단독 소유라고 하더라도 멀리 있는 별장을 유지보수하고 청소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공동 소유는 더하죠. 무언가가 고장났을 때 누가 발 벗고 나서서 수리를 맡겨야 할지도 정해야 하고, 정리정돈에도 규칙이 있어야 합니다. 모두가 필요성을 알지만 선뜻 나서기는 어려운 영역이에요.


그래서 피카소는 모든 걸 대신 해줍니다. 한 팀이 숙박할 때마다 망가진 것은 없는지 꼼꼼하게 조사하고, 공동의 관리비를 사용해 꾸준히 유지보수를 진행합니다. 청소 또한 피카소에게 전적으로 맡기면 되죠. 내 집이라면 내가 청소하고 수리해야겠지만, 피카소는 분명 내 집인데도 마음 편히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램프의 요정 지니가 따로 없습니다. 



거장 피카소에게서 훔치지 않은 것

왠지 파블로 피카소 같은 천재들은 성격이 따뜻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이미지가 있죠. 실제로 피카소는 독선적이고 냉담한 편이라 가족을 비롯해 주변인들에게 상처 주는 일이 많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피카소는 그런 점까지는 닮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합니다. 공동 소유의 가치를 피카소의 고객뿐만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와도 공유하면서요.


단순히 이용할 권리가 아니라 별장의 일부를 구매하는 만큼, 파카소의 소유주들에게는 엄격한 주인의식이 요구됩니다. 파티로 인한 소음 등으로 이웃 주민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 규칙이 있고 교육도 이뤄지고 있죠. 또 단독 소유 별장은 에어비앤비 등을 통해 다른 이에게 렌트할 수 있는 반면 피카소는 렌트할 수 없습니다. 주인의식을 가지지 않은 이들이 별장을 이용할 경우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혹시라도 이웃간의 갈등이 발생할 경우 피카소가 나서서 중재도 합니다.


그뿐 아니라 피카소의 공동 소유 모델 자체도 지역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우선 별장 이용율이 높아지면서, 지역 내 소비가 늘어납니다. 아무래도 1년에 한달 남짓만 별장을 사용할 때보다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겠죠. 또한 주택 가격 안정화에도 기여를 합니다. 휴양지에 별장을 구매하는 트렌드는 꾸준히 있어 왔는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미국 내 별장 수요가 늘면서 휴양지에서는 주택 부족으로 인한 집값 및 월세가 상승하는 문제가 일어났죠. 피카소는 공동 소유를 통해 별장 수요를 완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피카소는 런칭 5개월만에 시리즈A로 1,700만 달러(약 230억원)를 투자받으며, 1조원 이상의 가치로 평가 받아 유니콘에 등극했습니다. 이후 2021년 3월에는 시리즈B로 7,500만 달러(약 1,000억원), 2021년 9월에는 시리즈C로 1억 2,500만 달러(약 1,7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15억 달러(약 2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고요.  


여기에다가 여러 업체들이 피카소를 모방하며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는 것을 보니 피카소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거장 피카소가 그러했듯이요. Picasso에서 영감을 받은 이름을 지으면서 네이밍마저도 추상적으로 변형시킨 Pacaso로 지을 정도이니, 이들이 앞으로 그려나갈 입체적인 비즈니스가 더욱 궁금해집니다.




Reference

 모방의 천재, 피카소의 영감(3), NYCultureBeat

 피카소가 58편 연작에 숨겨둔 비밀은?, 한겨레21

 What is a timeshare?, Bankrate

 피카소 웹사이트

 The Unicorn Next Door, npr

 A Startup Is Turning Houses Into Corporations, And The Neighbors Are Fighting Back, npr

 Pacaso raises $75M, goes from launch to unicorn in 5 months, TechCr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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