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이 메달 디자인을? 올림픽에 디자인 대혁명을!

2024 파리 올림픽 위크

2024.07.31





2024년 7월 26일, 파리의 센 강을 배경으로 2024 파리 올림픽이 개막했어요. 1896년에 그리스 아테네에서 최초의 올림픽이 치러진 이래, 이번을 포함해 총 34번의 올림픽이 개최되었죠. 그중 파리는 올림픽을 3번 개최했어요. 자주하는 거 같아보이지만 두번째 개최였던 1924년 이후 딱 100년 만에 파리에서 열리는 거예요. 


그만큼 이번 올림픽을 준비한 파리의 포부와 계획이 남다른데요. 2024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주제는 ‘혁신’과 ‘지속 가능성’, 그리고 ‘공유’예요.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친환경적인 솔루션을 적극 지향하죠. 또 올림픽 최초로 남성 선수와 여성 선수의 비율이 반반으로 ‘성평등 올림픽’을 표방하고요.


이번 주 시티호퍼스에서는 2024 파리 올림픽을 기념해 올림픽 위크를 열었어요. 지구촌 축제인 올림픽을 비즈니스적 관점으로 해석해봤죠. 올림픽을 소재로 마켓, 브랜딩&마케팅, 디자인, 전략, 공간 등에 대해 다룰 예정이에요. 오늘은 파리 올림픽의 심미성을 높여주는 디자인에 대해 살펴볼게요. 


2024 파리 올림픽 위크 미리보기

• #1. 태양 아래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진다 - 성화봉 디자인 

• #2. 파리와 올림픽을 한 편의 스토리텔링으로 - 포스터 디자인

• #3. 명품 브랜드가 나라의 상징을 디자인하다 - 메달 디자인

• 아름다움보다 깊이에 의미를 둬야 공감이 따라온다




“자갈 아래, 올림픽(Sous les pavés, les Jeux)”


2024 파리 올림픽 브랜드 디렉터 줄리 마티킨(Julie Matikhine)이 내세운 이번 올림픽의 비주얼 컨셉이에요. 이는 1968년 파리가 중심이 된 유럽 혁명에서 사용되었던 슬로건, ‘Sous les pavés, la plage!(자갈 아래, 바다!)’에서 따온 것이죠. 줄리 마티킨은 이번 올림픽의 비주얼 컨셉은 ‘언어 유희’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밝혔죠. 그렇다면 그녀는 혁명에서 올림픽의 컨셉을 찾았을까요?


디렉터 줄리 마티킨은 6년 동안 파리 올림픽을 디자인했어요. 특히 그녀는 파리 올림픽 디자인을 통해, 스포츠를 향한 파리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었죠. 파리에서 스포츠는 시간이 있을 때나 하는, 여가 생활로 여겨졌거든요. 그래서 비주얼 컨셉부터 시작해 이번 파리 올림픽의 디자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해요. “스포츠는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혁명”이라고요.


이번 파리 올림픽 디자인은 스포츠 역시 혁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품고 있어요. 시민 혁명의 역사가 강한 파리답게요. 불꽃 모양의 엠블럼은, 단발 머리를 한 여성처럼 보이기도 해요. 이는 프랑스에서 정의, 자유, 공화국을 상징하는 수호신을 상징하죠. 또, 귀여운 빨간색 마스코트 캐릭터는 프랑스 혁명가들이 썼던 프리지아 모자를 본땄어요. 


ⓒParis2024


ⓒParis2024


또한 픽토그램, 색상 구성표에서 돋보이는 푸른 색감은 파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연 지붕을 떠오르게 하고, 녹색은 오페라 가르니에의 돔을 상징해요. 분홍색은 역사적으로 왕의 권력을 의미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스포츠의 힘’으로 재해석됐죠.


이외에도 ‘혁명’을 닮은 파리 올림픽의 디자인은 많은 부분에서 합을 맞추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에 메시지가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파리 올림픽이 디자인을 통해 메시지를 담는 법을 함께 알아볼게요.  


ⓒParis2024


ⓒParis2024



#1. 태양 아래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진다 - 성화봉 디자인


올림픽의 문을 여는 디자인은 ‘성화봉’이에요.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장은 말했죠. “성화는 올림픽의 미학적인 상징”이라고요. 


성화봉은 매 올림픽마다 각 올림픽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따라 그 디자인을 조금씩 바꿔왔어요.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는 재활용 알루미늄으로 만든 성화봉에 브라질의 자연을 상징하는 다섯 개 색채를 넣었죠.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의 성화봉은 해발 700m 고도인 평창을 상징해 700mm의 길이로 제작됐고요. 2020년 도쿄 올림픽의 경우, 도쿄의 상징인 벚꽃을 디자인화 했죠.


(좌) 리우 올림픽 성화봉 ⓒOlympic   (우) 평창 올림픽 성화봉 ⓒOlympic


도쿄 올림픽 성화봉 ⓒOlympic 


그렇다면 이번 파리 올림픽 성화봉은 어떤 모습일까요? 성화봉 디자인은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마티유 르하뇌르(Mathieu Lehanneur)가 맡았어요. 그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이전과는 다른 모양의 성화봉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대요. 그 이유는, 위계질서 없는 ‘평등의 성화봉’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죠.


“역사 속 성화봉들을 살펴보았지만, 첫날부터 그 성화봉들로부터 아이디어나 영감을 가져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모든 성화봉은 같은 종류의 모양새를 하고 있어요. 바닥이 좁고 위쪽이 넓은 꽃병 모양이죠. 횃불의 전통적인 방법이고, 버너를 포함하기에 기술적으로 쉬운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런 모양은 정복의 대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마티유 르하뇌르, bodw+에서


마티유에게 기존 성화봉들은 전쟁을 상징하는 횃불, 위협적인 횃불처럼 보였죠. 마티유는 그 대신 ‘봉화의 위계 없음’에 집중했어요. 성화봉송은 전통적으로, 올림픽이 탄생한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태양빛으로 횃불을 점화해, 개최지까지 릴레이로 봉송하는 일인데요. 모든 성화는 예외 없이 태양열을 이용해 채화되죠. 태양 아래,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요.


마티유는 이러한 성화봉송의 평등성을 이어받아, 이번 성화봉을 디자인했어요. 그 모습은 마치 두 개의 성화가 합쳐진 것처럼 위 아래가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고 있어요. 재활용 철강 재료를 사용해, 상단은 무광, 하단은 유광으로 제작됐죠. 그가 표현하려 했던 ‘평등’은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예요. 특히 파리 올림픽은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 선수 비율이 동일한 올림픽이기도 하죠. 


ⓒParis2024


ⓒParis2024


마티유는 성화로(Cauldron) 디자인에도 평등의 메시지를 넣었어요. 한 개의 받침대, 세 개의 지지대, 그리고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고리 모양의 성화로는 ‘유화(appeasement)’의 상징인 성화를 부드러운 곡선으로 표현하고 있죠.


성화봉과의 통일감도 눈에 띄어요. 성화로는 성화봉과 같은 빛깔을 띠고 있는데요. 금, 은, 청동이 조합되어 있으며, 성화봉과 마찬가지로 상부는 무광, 하부는 유광으로 마감 처리 되어 있어요. 받침대 역시 물결 모양을 사용해, 센강의 잔문결을 표현했고요.


다른 점이 있다면 성화봉은 평등을 상징하는 반면, 성화로는 ‘형제애(fraternity)’를 상징한다는 거예요. 완벽한 원형으로 서로를 받치고 있기 때문이죠. 매일 성화봉송의 마지막 주자가 성화로에 불을 붙이면, 횃불은 링의 양쪽으로 동시에 퍼져나가요.


“성화, 성화봉송 성화로, 올림픽 성화대는 별개가 아니에요. 이들은 하나의 위대한 이야기의 장이죠. 각각은 파리 올림픽의 정신을 구현합니다. 성화대는 액체 표면 위에 매달린 불의 고리 형태를 띠고 있어요. 순수하고 마법 같고, 공중에 떠다니는 듯 금속 받침대에 불이 반사되죠. 성화가 신성한 불의 전달이라면, 성화로는 모두가 모여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 물체입니다.”

-마티유 르하뇌르, paris 2024


ⓒParis2024



#2. 파리와 올림픽을 한 편의 스토리텔링으로 - 포스터 디자인


2024년 7월 25일, 파리 올림픽의 포스터를 온라인에서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다만, 오리지널 버전이 아니라 야간 버전 특별판이죠. 이 야간 버전 포스터는 사실 포스터를 인쇄하는 과정에서 색상이 뒤바뀌는 실수가 있었는데, 이를 미적 포인트로 캐치한 담당 일러스트레이터 우고 가토니가 아예 야간 버전을 제작한 것이에요. 우고 가토니는 2012년 런던 올림픽 프로젝트, 에르메스의 스카프 디자인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일러스트레이터예요.


야간 버전은 수집가용 에디션으로 2,024부 한정으로 출시됐어요. 오리지널과 또 다른 미적 아름다움이 포착돼요. 번쩍거리는 불꽃, 네온사인, 조명들. 파리 올림픽의 디자인 디렉터 요아힘 론친(Joachim Roncin)은 이 야간 포스터를 보고 “파리의 밤이 세상에 아이디어를 빛내는 것이 좋다. 낮의 파리와는 달리 축하, 자유, 그리고 단결에 대한 찬사”라고 말했죠.


ⓒParis2024


실수로 인쇄된 포스터가 공식 수집품으로 출시될 정도이니, 이번 파리 올림픽 포스터에 대한 관심은 알 만해요.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공개된 포스터는 ‘한 편의 동화를 보는 것 같다,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것 같다’ 등 전세계인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고 있어요.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우고 가토니가 2,000시간에 걸쳐 모두 수작업으로 작업한 일러스트라는 것이죠. 또,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포스터를 구분하지 않고 일러스트 한 장 속에 모두 담아냈어요. 하나하나 포스터를 뜯어보면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요소들을 찾는 재미도 있어요. 에펠탑과 개선문은 물론, 신규 종목인 스케이트보드나 서핑이 열리는 장면, 하늘을 날고 있는 마스코트 프리주, 이 풍경을 내려다보며 다이빙 준비를 하는 다이빙 선수 등. 몇 시간을 뜯어봐도 재미있는 포스터예요.


ⓒParis2024


포스터를 의뢰할 때, 디자인 디렉터 요아힘 론친은 말했어요. “2024 파리 올림픽의 스토리를 전하고 싶다. 스포츠를 경기장 밖으로 끌어내는, 전체 프로젝트의 개요가 있어야 한다.” 우고 가토니에게는 어려운 미션이었죠.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대표해야 할 뿐 아니라, 다가올 파리올림픽의 역사적 배경까지 모두 포스터 한 장에 담아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우고 가토니에겐 아이디어가 넘쳐났어요. 첫 미팅을 마친 뒤에 바로 상상 속 파리 경기장을 스케치로 그려넣었고, 그 경기장에 의미 있는 그림들을 하나씩 추가하기로 하죠. 건물, 배경, 그림자, 파도, 마르세유 등. 모든 요소를 추가하고 그리는 데에는 무려 4개월과 2,000시간이 걸렸어요. 모든 작업은 AI의 도움 없이 스케치부터 채색까지 수작업으로 이루어졌고요.


포스터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전면에 있는 다이버예요. 다이버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부터 에펠탑, 센느 강 등 도시의 수많은 풍경을 바라보며 서 있죠. 포스터를 보는 우리 역시 이 다이버에 이입된 채 파리와 올림픽의 스토리를 하나하나 뜯어볼 수 있어요. 이 포스터를 통해 우고 가토니가 담고 싶었던 것은 ‘스토리텔링’이에요.


“저는 포스터가 수많은 것을 말하고, 상징으로 가득 차기를 바랐습니다. 작은 디테일이 많고, 그것은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만들죠.”

-우고 가토니, paris 2024


이번 파리 올림픽 포스터는 역대 포스터 디자인들과는 확연히 달라요. 보통 올림픽 포스터는 오륜기, 메달을 든 선수 등 정형화된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이 전통이었죠. 하지만 이번 포스터는 어떤 요소 하나 강조된 것 없이, 올림픽의 모든 다양한 이야기가 고루 담겨 있으니까요.


(좌)1988년 서울 올림픽 포스터 ⓒOlympic   (우) 1948년 런던 올림픽 포스터 ⓒOlympic


하지만 프랑스의 보수층은 이 포스터에 대해 불만을 품기도 했어요. 현실에서처럼 파리 중심부의 역사적인 군사 단지이자 나폴레옹의 무덤, 앵발리드 위에 프랑스 삼색기가 꽂혀 있어야 하는데, 포스터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요. 이에 대해 가토니는 “어떤 의도도 없이 그저 떠오르는 나의 생각대로 건물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죠. “원본과 동일하게 재현한 작품이 아니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초현실적이고 기념적인 세계관에 배치한 것”이라고요.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파리 올림픽은 사실 고증보다도 창작의 자유에 손을 들어줬다는 거예요. 의뢰에 따라 작업하고, 올림픽 경기를 존중한 그의 포스터 속에는, 초현실적인 요소들이 곳곳에 표현되어 있어요. 이렇게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기 때문에, 포스터는 오히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유쾌함을 선물하죠.


“포스터에는 복작복작한 스케치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약간 지저분하게도 보였지만, 깃발을 꽂고 싶었고, 계단을 설치하고 싶었어요. 결국, 그게 다예요!”

-우고 가토니, paris 2024


ⓒParis2024



#3. 명품 브랜드가 나라의 상징을 맡는다면 - 메달 디자인


올림픽에서 가장 가치 있는 물건을 꼽으라면 뭘까요? 뭐니뭐니 해도 메달이겠죠. 성화봉과 마찬가지로, 메달은 각국의 상징을 담을 수 있는 상징품 중 하나예요. 1998년 나가노 올림픽은 옻칠을 한 메달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은 오페라하우스가 그려진 메달이 등장했죠.


ⓒOlympic


ⓒOlympic


한 나라의 상징을 포함하는, 이번 파리 올림픽의 메달은 더 새로워요. 이번 메달 제작에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LVMH가 제작에 참여했거든요. 프랑스가 파리의 상징으로 명품 패션 브랜드를 내세운 것이나 다름 없어요. LVMH 그룹의 자회사인 보석회사 쇼메가 메달을 직접 디자인했죠. 2024 파리 선수 위원회 역시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고요.


그렇다면 메달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을 메달에 녹여내는 것’이 이번 디자인의 핵심이었는데요. 재료부터 상징적이에요. 모든 올림픽과 패럴림픽 메달에는 에펠탑에 실제로 사용된 강철 조각이 박혀 있죠. 에펠탑이 개축 과정을 겪는 동안 따로 보관되었던 금속을, 메달 만드는 데에 사용한 거예요. 


디자인은 세 가지 주요 포인트로 이루어져 있어요. 육각형, 광채, 보석 세팅. 각각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우선, 메달에는 앞서 설명했듯 에펠탑 건축에 사용된 강철이 육각형 모양으로 박혀 있어요. 이는 올림픽과 패럴림픽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자 하는 염원을 상징한다고 해요. 


이 육각형 에펠탑 조각을 중심으로, 가느다란 선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뻗아나가고 있어요. 이는 마치 에펠탑 조각으로부터 광채가 나고 있는 모습이죠. 양각으로 새겨진 선들이 메달에 활력을 불어넣는 느낌이에요. 이는 프랑스의 우수함,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활약을 상징해요.


마지막으로 보석 세팅. 에펠탑의 강철 조각의 육각형 모서리마다 여섯 개 금속 보석을 박았어요. 이로써 보석회사인 쇼메의 정체성, 메달 양면의 깊이감 모두를 잡을 수 있었죠. 


그뿐 아니라 메달의 리본 부분은 에펠탑의 격자무늬를 하고 있어요. 올림픽 메달 리본은 어두운 파란색, 패럴림픽 매달 리본은 진한 빨간색을 하고 있는데, 이 역시 에펠탑을 페인트칠할 때 사용한 두 가지 색상이죠. 


ⓒOlympic


ⓒOlympic


메달의 앞면은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공통으로 공유해요. 이는 모든 부분에서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동일시하려는 이번 파리 올림픽의 노력의 일환이에요.


반면, 올림픽 메달의 뒷면은 전통적으로 그리스에서 탄생한 올림픽의 기원을 스토리텔링해요. 이번 메달 역시 마찬가지죠. 그리스의 주얼리 디자이너 엘레나 보치가 디자인한 승리의 여신, 2004 아테네 올림픽 주경기장의 모습이 새겨져 있어요. 다만, 이번 메달에서는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신전과 파리의 에펠탑이 나란히 표현되어 있는 게 독특한 점이에요. 고대 올림픽과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을 모두 상징하는 뒷면이죠.


패럴림픽 메달의 뒷면은 우리가 좀처럼 볼 수 없는 에펠탑의 각도를 보여주고 있어요. 에펠탑을 마치 바닥에서 올려보는 듯한 느낌이죠. 양 옆에는 시각 장애가 있는 선수들을 위해 장음으로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구분하고 있고요.


ⓒOlympic


이번 메달의 더 독특한 점은, 루이비통에서 맞춤 제작한 트렁크에 담겨 운반된다는 거예요. 루이비통은 수십 개의 서랍이 있는 메달 전시 케이스도 따로 제작했죠. 각 서랍에는 금, 은, 동 각각의 메달이 들어가요. 성화봉을 담는 케이스 역시 루이비통이 제작했고요.


그뿐 아니라 LVMH의 산하 브랜드 벨루티가 프랑스 선수단의 유니폼을 디자인하는 등,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LVMH는 여러모로 활약하고 있어요. 이는 공식 스폰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프랑스가 그만큼 파리에서 LVMH가 갖고 있는 상징성을 인정한다는 의미죠. 국가적인 상징이 된 기업이, 이번 올림픽에서 마음껏 디자인력을 발휘하고 있는 거예요.


ⓒLouis Vuitton


ⓒLouis Vuitton


ⓒOlympic



아름다움보다 깊이에 의미를 둬야 공감이 따라온다


이전 올림픽과는 다른 로고부터 시작해, 아티스틱한 포스터, 철학적인 성화봉, 그야말로 ‘명품 메달’까지. 파리 올림픽은 개막 이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어요. 특히 디자인적으로, ‘파리는 올림픽도 다르다’는 세계인의 평가를 받았죠.


이처럼 예술과 심미성으로 가득찬 것만 같은 파리 올림픽. 하지만 파리 올림픽의 디자인 디렉터를 맡은 요아힘 론친은 의외의 말을 해요. 


“누구나 아름다운 것을 창조할 수 있지만, 디자인에 깊이를 불어넣는 것이 우리에게 더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을 디자인으로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의미에 공감한다면 모든 사람을 통합할 수 있죠. 저는 제 디자인이 깊은 의미를 전달하도록 노력했습니다.”

-요아힘 론친, 디자인붐에서


많은 사람들의 예측과 달리 그에겐 ‘심미성’보다 ‘깊이 있는 의미’가 더 중요했던 거예요. 그는 프랑스 대표팀의 새로운 로고인 수탉의 얼굴을 예로 들었죠. 수탉의 머리가 선수들을 향하고 있는 로고의 모습. 마치 선수들이 단호하게 게임에 임해, 승리를 거두도록 격려하는 모습이에요. 아름다움과 수탉은 거리가 멀어요. 하지만 결단력, 경쟁, 승리와 같은 의미와 수탉은 잘 어울려요.


이번 파리 올림픽은 많은 영역에서 기존 디자인의 틀을 깼어요. 성화봉은 기존과 다른 평등한 디자인으로, 포스터는 기존과 다른 트렌디한 창작품으로 이루어져 있죠. 이외에도 픽토그램, 자원봉사자 유니폼 등 많은 것이 달라요. 이는 요아힘 론친의 신조에서 비롯됐고요. 혁명을 근원으로 하는, 파리의 정신과도 닮아 있죠. 바로, “규칙을 깨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자”는 신념으로요.


ⓒOlympic







Reference

파리 2024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Official Posters for the 2024 Paris Olympics Have Been Released, Causing a Stir with Conservatives, ARTnews

Paris 2024 Olympics reveals the next phase of its visual identity, Creative Review

Julie Matikhine Designs a New French Revolution at the Paris Olympics, bodw+

The Meaning Behind Mathieu Lehanneur’s Olympic Torch Design, bodw+

2024 Paris Olympics: Louis Vuitton Presents Trunks For Torches & Medals, SHARP

joachim roncin on designing paris 2024 olympics and paralympics’ posters, medals and more, designbo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