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가 가진 헤리티지로, 올림픽의 새 모델을 쌓아 올리다

2024 파리 올림픽 위크

2024.08.02





2024년 7월 26일, 파리의 센 강을 배경으로 2024 파리 올림픽이 개막했어요. 1896년에 그리스 아테네에서 최초의 올림픽이 치러진 이래, 이번을 포함해 총 34번의 올림픽이 개최되었죠. 그중 파리는 올림픽을 3번 개최했어요. 자주 하는 거 같아 보이지만 두 번째 개최였던 1924년 이후 딱 100년 만에 파리에서 열리는 거예요. 


그만큼 이번 올림픽을 준비한 파리의 포부와 계획이 남다른데요. 2024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주제는 ‘혁신’과 ‘지속 가능성’, 그리고 ‘공유’예요.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친환경적인 솔루션을 적극 지향하죠. 또 올림픽 최초로 남성 선수와 여성 선수의 비율이 반반으로 ‘성평등 올림픽’을 표방하고요.


이번 주 시티호퍼스에서는 2024 파리 올림픽을 기념해 올림픽 위크를 열었어요. 지구촌 축제인 올림픽을 비즈니스적 관점으로 해석해 봤죠. 올림픽을 소재로 마켓, 브랜딩&마케팅, 디자인, 전략, 공간 등에 대해 다룰 예정이에요. 오늘은 파리 올림픽을 또 다른 방법으로 특별하게 만든 공간인 ‘경기장’에 대해 알아볼게요.


올림픽 공간 미리보기

 #1. 절대 왕정의 상징 속에서 말을 타고 달리다

 #2. 잔디 광장 위에서 펼쳐지는 해변 스포츠

 #3. 오랜 역사와 젊은 스포츠라는 신선한 조합

 #4. 과거의 골조 위에 얹은 현대적 사고방식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없었던 일로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까지 50일을 앞둔 6월 7일, 에펠탑도 새 단장을 마쳤어요. 1층과 2층 사이에 올림픽 링(Olympic rings)이 설치됐거든요. 약 200명의 작업자들과 경비원들은 에펠탑 단장을 마치기 위해 밤새 작업했어요. 아침 출근길에 반지 낀 에펠탑을 본 파리 시민들은 축제가 성큼 다가왔다는 걸 직감했죠. 


©Julián Polo / Olympics.com


너비 29m, 높이 13m에 무게만 약 30톤인 올림픽 링은 낮에는 각각 파란색, 노란색, 검은색, 초록색, 빨간색으로 오리지널 컬러를 유지하지만 밤에는 전부 흰색으로 바뀌어요. 해가 지고 나면 검은색 링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100,000개의 저강도 LED로 만들어진 올림픽 링은 9월 말 패럴림픽이 종료되는 순간까지 에펠탑에서 빛날 예정이에요. 


지금까지 올림픽을 개최해온 도시에서는 가장 상징적인 기념물에 올림픽 링을 설치했어요. 2024 파리 올림픽 조직 위원회는 그 장소로 에펠탑을 택했는데, 이는 누가 봐도 당연한 결과였죠. 토니 에스탕게 조직 위원장은 에펠탑은 프랑스 수도의 가장 아름다운 상징이기에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고 밝혔어요. 


그래서일까요? 에펠탑의 역할은 올림픽을 앞두고 새단장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어요. 올림픽 메달 디자인은 물론, 이 메달을 받게 될 선수들이 올라서는 연단 디자인에도 영감을 제공하며 존재감을 뽐냈죠. 그중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에펠탑의 일부를 가지고 돌아갈 수 있게 한 점이에요. 모든 메달에 에펠탑의 오리지널 조각을 넣었거든요.


그동안 에펠탑은 수차례의 보수 작업을 거쳐 왔어요. 이 과정에서 일부 금속을 제거해 따로 보존해 왔죠. 조직 위원회는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기발한 결정을 내렸어요. 프랑스에서 가장 상징적인 기념물인 에펠탑을 올림픽에서 가장 권위 있는 메달에 담기로 한 거예요. 그 결과 메달리스트들은 프랑스의 역사가 담긴 건축물 일부를 소유할 수 있게 됐죠. 게다가 제작은 맡은 건 세계적인 주얼리 브랜드 쇼메(Chaumet). 덕분에 메달은 보석 그 이상의 가치를 품게 됐어요.  


메달리스트가 아니라 아쉬우시다고요? 그럴 필요 없어요. 에펠탑의 일부를 가질 수는 없지만, 올림픽 기간 내내 파리의 랜드마크들을 마음껏, 전에 없던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거든요. 올림픽 조직 위원회는 이번 올림픽의 가장 멋진 무대는 파리라는 도시 그 자체라고 밝혔어요. 그래서 그동안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가 새로 경기장을 지었던 것과 달리, 파리의 명소들을 경기장으로 만들겠다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죠. 역대 가장 아름다운 올림픽이 될 파리로 떠나볼까요? 



#1. 절대 왕정의 상징 속에서 말을 타고 달리다


17세기 이후 파리는 외교, 상업, 문화, 패션 및 미식의 주무대였어요. 특히 예술 및 과학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던 파리는 19세기 초 유럽에서 처음으로 가스 전등을 밝히며 ‘빛의 도시’라는 이름을 얻게 되죠. 이와 더불어 파리를 빛내주는 게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박물관과 미술관, 그리고 역사적인 건축물들이에요. 


가장 대표적인 랜드마크는 절대 왕정의 상징인 베르사유 궁전이에요. 베르사유 궁전은 프랑스 행정, 과학, 예술의 중심지로서 1979년에 프랑스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죠. 한 국가의 보물이나 다름없는 베르사유 궁전을 두고 올림픽 조직 위원회에서 대담한 시도를 했어요. 한때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무도회를 즐겼던 베르사유 궁전을 경기장으로 만들었거든요. 이곳에서는 승마와 근대 5종 경기가 열리죠. 


©château de Versailles, T. Garnier


©Paris 2024 Instagram


정원 중심부에 있는 에투알 로얄 광장 양쪽으로 관중석과 함께 야외 승마 경기장이 설치됐는데요. 그렇다면 왜 조직 위원회는 이곳에서 열릴 경기 종목으로 승마와 근대 5종 경기를 선택한 걸까요? 다른 종목도 많은데 말이에요. 공간의 역사에 대해 알고 나면 이곳이 최적의 후보지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베르사유 궁전은 말과 관련한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거든요. 


베르사유 궁전이 원래부터 지금의 모습이었던 건 아니에요. 처음은 사냥터에 불과했죠. 1623년, 이 자리에 사냥터를 만든 루이 13세는 말을 타고 사냥을 오곤 했어요. 이것이 말과의 첫 연결 고리였어요. 그후 루이 14세는 1682년에 이 사냥터를 거대한 궁전으로 개조했어요. 총면적은 6만 3,154㎡에 방이 2,300개나 될 정도였죠. 그때 궁정을 베르사유로 옮기면서 프랑스 왕족의 중심지가 된 거예요.  


그런데 프랑스의 봉건주의적 구체제를 가리키는 앙시앵 레짐(Ancien Régime) 시기에 말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었어요. 왕의 정치적 권력을 나타내는 도구였죠. 이는 베르사유 궁전 주변에 있는 승마 동상들만 보아도 알 수 있는데요. 당시 군주가 말을 잘 다룬다는 것은, 자신의 뛰어난 통치 능력을 국민들에게 증명하는 것과 같았어요. 


©Paris 2024 Instagram


17세기 말에는 왕실 마구간이 생기면서 1680년에 400마리였던 말이 1787년에 2,208마리까지 늘어났어요. 이 말들은 이동, 사냥, 승마 등 다양한 활동에 쓰였고, 자연스럽게 왕실 스포츠로 자리 잡으며 예술의 영역까지 확장되죠. 예를 들어 승마 종목 중 하나인 ‘드레사지(dressage)’는 승마의 발레라고 알려져 있어요. 그만큼 선수와 말이 보여주는 동작의 정확성과 아름다움이 중요하죠. 이 드레사지 예술의 본거지가 바로 베르사유 궁전이에요. 


따라서 올림픽 승마 경기를 베르사유 궁전에서 여는 것은 원점으로의 회귀나 다름없어요. 조직 위원회 중 한 담당자는 베르사유 궁전은 올림픽 기간 동안 프랑스의 문화, 유산, 세련미, 환대를 보여주는 쇼케이스 장소가 될 것이라 밝혔죠. 베르사유 궁전에서 승마 경기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프랑스의 DNA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예요. 


©Château de Versailles / T. Garnier


물론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이자 프랑스의 공공 시설인 베르사유 궁전에 경기장을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어요. 한 국가의 핵심적인 유산을 활용하기 위해 공사에 2년이라는 시간을 들였죠. 역사적인 구역을 훼손하지 않으려 철저한 조사를 선행했고, 작업 시에는 지침을 따르며 식물과 주변 환경을 해치지 않도록 했어요. 이와 동시에 풍경에 걸맞는 관람석을 만들고, 말들이 안정적으로 뛸 수 있게 땅을 평평하게 골랐죠. 


건축가, 현장 감독관, 정원사, 분수 전문가, 프로젝트 매니저, 법률 및 행정 직원까지. 각 영역을 담당한 전문가와의 협업은 필수였어요. 그 결과 베르사유 궁전이 정면에서 보이는 3면의 이색적인 경기장이 탄생했죠. 이곳에서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은 400년 전 루이 13세가 말을 타고 달렸던 땅 위를 다시 한번 내달릴 거예요. 이 모습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프랑스의 역사를 다시 한번 회상하겠죠. 



#2. 잔디 광장 위에서 펼쳐지는 해변 스포츠


파리의 랜드마크 곳곳이 올림픽 무대로 변하며 전에 없던 새로운 풍경도 나타났어요. 에펠탑 바로 앞에서 올림픽 비치발리볼 경기가 펼쳐지는 것처럼요. 평소에는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던 도심 한가운데에 어느새 모래사장이 자리 잡았죠. 


©Paris 2024 Instagram


비치발리볼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어요. 그 후 대표적인 올림픽 인기 종목이 됐죠. 그래서 역대 올림픽 경기장도 늘 화제였어요. 해변 스포츠이니만큼 세계적으로 아름답다고 알려진 해변가에서 주로 경기가 열렸거든요. 호주 시드니의 본다이 비치, 브라질 리우의 코파카바나 비치처럼요. 그런데 이번에 올림픽 조직 위원회가 비치발리볼 경기 장소로 점찍은 곳은 의외의 장소인 에펠탑 앞이었어요. 


비치발리볼 경기를 열기 위해 임시로 지은 경기장 이름은 ‘스타드 투르 에펠(Stade Tour Eiffel)’이에요. 에펠탑과 에콜 밀리테르 사이에 있는 잔디 광장인 샹 드 마르스(Champs de Mars)에 지었죠. 여기에는 약 12,000명의 인원이 들어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천장이 없는 야외라 비치발리볼 경기와 에펠탑을 동시에 관람할 수 있어요. 


샹 드 마르스는 로마 신화 중 전쟁의 신 ‘마르스’에서 이름을 따왔는데요. 평소에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국가 행사들이 개최될 뿐만 아니라 콘서트 등이 열리는 축제 장소로도 유명하죠. 특히 매년 프랑스 혁명 기념일이 돌아오면 화려한 불꽃놀이가 이곳의 하늘 위를 수놓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어요. 말 그대로 역사와 일상이 교차하는 샹 드 마르스에서 이번에는 전 세계 선수들과 관객들이 모여 새로운 장면을 탄생시켰어요. 


©Paris 2024 Instagram


그런데 이쯤 되면 한 가지 의문이 생겨요. 비치발리볼은 해변 스포츠인데, 잔디 광장인 샹 드 마르스에 어떻게 경기장을 만들어야 할까요? 배경이 아름다운 것도 좋지만, 비치발리볼 경기장은 무엇보다 선수들이 뛰어다닐 발밑이 중요해요. 그래서 조직 위원회는 풍경뿐만 아니라 경기장도 이상적으로 조성했어요.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모래를 세심하게 선택해 공수했죠. 


©Hector Vivas / Getty Images


©2024 Getty Images


이 경기장에 깔린 모래는 파리에서 약 100km가 떨어진 앤(Aisne)에 위치한 Montgru-Saint-Hilaire 모래 채석장에서 생산한 거예요. 이 모래의 입자 크기는 500마이크론 미만으로 경기의 안정성을 높여주죠. 게다가 완전히 투명하지는 않으면서도 흰색에 가까워 선수들의 눈에도 편안하고, 실리카 함량이 높아 햇볕에 덜 뜨거워져서 선수들의 발이 다칠 염려도 없어요. 그래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12년 런던 올림픽,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도 이 모래가 쓰였어요. 이 모래는 파리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다시 일 드 프랑스 지역에 위치한 4개 코트에서 재활용될 예정이고요. 


에펠탑을 배경으로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은 독특하지만 이상적인 환경의 경기장에서 빅 매치를 펼칠 거예요. 대표적인 올림픽 인기 종목을 향한 관객들의 열기는 더욱더 뜨거워지겠죠. 그리고 조직 위원회 담당자의 말처럼, 이 게임을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곳이 파리라는 걸 단번에 알아챌 수 있을 거예요. 그것이 몇십 년 후라도 말이죠.  



#3. 오랜 역사와 젊은 스포츠라는 신선한 조합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첫 데뷔를 치르는 경기 종목이 있어요. 신규 종목으로 채택되어 올림픽 역사상 첫 경기가 열리는 브레이킹이죠. 새롭고 역동적인 도시 스포츠에는 그에 걸맞은 공간이 필요한 법. 이를 모르지 않는 조직 위원회는 경기장을 준비해 두었는데요. 바로 파리 최대 규모의 콩코르드 광장(Place de la Concorde)이에요. 이곳에서는 브레이킹뿐만 아니라 스케이트보드, BMX 프리스타일, 3X3 농구 경기가 열리죠.


©Paris 2024 Instagram


콩코르드 광장은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포함한 천여 명이 단두대에 올랐던 역사가 있어요. 1차 세계 대선 종전 후 승리를 기념했던 장소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프랑스 혁명으로부터 약 230년이 지난 지금, 역사가 유구한 랜드마크 위에 도시공원이 설치되어 창의성을 뽐내는 젊은 스포츠 경기 무대가 생긴 거예요. 오랜 역사와 젊은 스포츠의 조합은 다소 어색해 보이는데요.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Olympics.com


"콩코르드 광장을 도시공원으로 바꾼다면, 신나는 스포츠를 위한 놀라운 플랫폼이 될 거예요. 도시의 중심에서 선수들은 팬들의 흥분을 느낄 수 있고, 멋진 도시를 배경으로 자신의 기술을 선보일 수 있죠. 여러 경기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특권은 선수와 팬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동시에, 독특한 상호 작용 기회도 제공해요."

-사라 워커, 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회, 파리 2024 올림픽 인터뷰에서


©Paris 2024 Instagram


콩코르드 광장은 샹젤리제 거리와 튈르리 정원, 루브르 박물관으로 뻗어나가는 중심지에 위치해 있어요. 이렇게 뛰어난 접근성을 바탕으로 독특한 환경을 마련한다면 대중의 관심이나 참여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죠. 이는 전통적인 경기장에서 벗어나 더 도시적인 장소에서 경기를 열어 더 폭넓은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IOC의 올림픽 어젠다와도 일치해요. 


그렇다면 도시 스포츠의 새로운 허브가 된 콩코르드 광장은 어떤 모습일까요? 조직 위원회는 ‘스타디움과는 다른 환경 속에서 도시 스포츠를 개최하고 싶다’는 의도에 걸맞은 야외 경기장 ‘Parc Urbain’을 만들었어요. 규모가 약 170,000m²에 달하며 4개 경기장으로 구성되어, 각 경기장에서 서로 다른 종목을 주최할 수 있죠. 


©Olympics.com


©Paris 2024 Instagram


여기서는 실시간으로 농구화가 삐걱거리는 소리, 스케이트보드가 구르는 소리, 경사로에서 뛰어오르는 라이더와 자전거 소리, 무대 위의 비보이의 숨소리까지 들려요. 생생한 현장감은 관객의 감각까지 되살리죠.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에요. 이곳에서는 스포츠 그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있어요. 경기장 주변에 다양한 액티비티 공간이 있어서 관중들은 스포츠 입문 세션에 직접 참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공연과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죠. 


하루 최대 2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에서 운동선수들은 최고의 경기를 펼쳐요. 마치 거리 공연을 하는 예술가처럼요. 그리고 대중들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야외 경기장에서 도시 스포츠를 축제처럼 즐기죠. 물론, 콩코르드 광장은 도시 스포츠의 예술적이고도 혁신적인 면모를 더욱더 빛내줄 거고요. 



#4. 과거의 골조 위에 얹은 현대적 사고방식


이번 올림픽을 위해 2021년부터 복원 작업에 돌입한 공간이 있어요. 펜싱과 태권도 경기장이 된 그랑 팔레(Grand Palais)예요. 그랑 팔레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앞두고 당시 가장 혁신적이었던 기술을 활용해 지은 건물이에요. 6,000톤의 철골 구조, 웅장한 본당, 유리 지붕을 자랑하죠. 덕분에 1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스포츠 및 예술 행사를 위한 쇼케이스 장소로 쓰였는데요. 그랑 팔레가 대규모 복원 작업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역사상 처음이에요. 전체 복원은 2025년에 완료되지만, 올림픽 경기 개최를 위해 복원 1단계를 마친 후 공개됐죠. 


©Chatillon Architectes


복원 작업을 맡은 것은 프랑스 스튜디오인 ‘샤티용 아키텍트(Chatillon Architectes)’. 이번 복원의 목표는 그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그랑 팔레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고, 주변 환경과의 연결성을 높이는 것이었어요.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랑 팔레는 때로는 방치되고, 일부 구역이 폐쇄되는 등 시간의 풍파를 겪었거든요. 


"그랑 팔레를 공공 용도로 되돌리고, 주변 부지를 재개발하며, 건물을 다시 도시와 연결하고, 올림픽과 미래 세대에 맞게 개조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진정 일생에 단 한 번뿐인 프로젝트입니다."

-샤티용 프랑수아 (Francois Chatillon) 샤티용 아키텍트 설립자, Dezeen에서 


샤티용은 이번 프로젝트의 규모가 설계 단계부터 시공 단계까지 믿을 수 없이 큰 규모라고 밝혔어요. 그래서 작업에 앞서 건물이 지어질 당시의 본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고자 수천 개가 되는 문서들을 살폈죠. 기존의 구조물을 최대한 살려 과거의 디자인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었거든요. 단, 이번 작업이 맹목적으로 과거의 형태만을 추구한 것은 아니었어요. 





"저희의 초점은 항상 건물의 과거에서 가장 좋은 부분을 존중하고 복원하는 것이지만, 이를 맹목적으로 실행한 것은 아니에요. 저희는 현대적 사고방식으로 프로젝트에 접근해 이 건물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했죠. 또 무엇보다도 현대 사회에서 기능하는 건물로 만들고자 했어요.”

-샤티용 아키텍트 설립자 샤티용 프랑수아(Francois Chatillon), Dezeen에서


리노베이션 결과는 어땠을까요? 우선 건물의 중앙 축을 복원해 3개의 메인 공간을 서로 연결했어요. 대중들이 이전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구역도 파티션을 제거해 다시 개방했죠. 본당의 발코니가 보강된 것은 물론이고, 샹젤리제에서 영감을 받은 건물 주변부 정원에는 약 60,000개의 식물과 관개 시스템을 들였어요. 과거의 골조에 현대적인 기술을 더하자 그랑 팔레는 현대적인 전시와 이벤트를 열기에 적합한 컨템퍼러리 한 장소로 거듭났죠. 


©Chatillon Architectes


올림픽 경기는 그랑 팔레의 중앙 아트리움에서 열리는데요.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이 돋보이는 그랑 팔레가 스포츠 경기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만국박람회를 시작으로 전 세계의 예술 관련 전시 및 행사 장소로 쓰였지만, 스포츠와 관련해서도 인연이 깊죠. 100년 전인 1924년에 열린 파리 올림픽에서도 경기장으로 쓰였고, 1937년 첫 프랑스 펜싱 선수권 대회 장소이기도 했어요. 이곳에서 체조, 높이뛰기, 승마 경기가 열리기도 했고요.


그리고 1세기가 지난 지금, 강철과 유리 지붕으로 만든 아래에서 다시 한번 예술과 스포츠가 만났어요. 아르누보 장식이 돋보이는 거대한 궁전 아래에서 대한민국 선수들도 새로운 역사를 썼죠.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그리고 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차지하며 펜싱 종주국에서 태극기를 휘날리게 된 거예요. 그야말로 영광스러운 승리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없었던 일로


2024 파리 올림픽은 도시가 가진 헤리티지를 올림픽 인프라로 활용했어요. 약 95%의 경기가 파리의 주요 관광지나 임시 경기장에서 개최됐죠. 물론 새롭게 건설된 두 곳 경기장도 있어요. 아레나 포르트 드 라 샤펠(Arena Porte de la Chapelle)과 아쿠아틱 센터(Centre Aquatique)인데요. 이 두 곳의 경기장은 모두 저탄소 소재로 친환경적으로 지어졌어요.


도시가 가진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한 이번 올림픽의 비전은 심플해요. ‘더 적은 것으로 더 많은 것을 하고, 더 나은 것을 행하며, 유용한 유산을 남기자’는 것이죠. 이전에는 올림픽 개최 도시에서 수십억 달러를 들여 새로운 경기장을 짓곤 했지만, 경기가 끝나고 나면 대다수가 다시 쓰이지 않거나 심지어 버려진 채 방치됐어요. 하지만 파리 올림픽에서는 같은 일이 반복될 걱정이 없어요. 이미 가지고 있는 랜드마크를 활용했으니까요. 


그렇다면 임시로 지은 경기장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경기가 끝나면 이 장소들은 전부 원상복구될 것이라 밝혔어요. 철거 후 자재들은 100% 재활용할 계획이고요. 또, 수영 경기장은 커뮤니티 경기장으로 쓰임을 바꿀 예정이에요. 


이 올림픽 축제가 끝나고 나면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갈 거예요. 도시 전역이 경기장이었던 파리도 다시금 일상의 모습을 되찾겠죠. 하지만 경기장이 사라져 없던 일이 된다고 해도 아쉬워하지 마세요. 도시의 유산과 역사를 활용했던 역대 가장 아름다운 올림픽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계속 남아있을 테니까요.




Reference

50 DAYS TO GO - PARIS 2024: THE EIFFEL TOWER WEARS THE OLYMPIC RINGS

How game-changing Paris Olympics is bringing sports to the streets

VENUE – BEACH VOLLEYBALL

CHÂTEAU DE VERSAILLES: BEHIND THE SCENES OF THE CONSTRUCTION OF A BREATHTAKING PARIS 2024 VENUE

How historic Versailles was turned into equestrian competition venue for Paris Olympics

Paris 2024 Concorde: a unique backdrop for urban sports

PARIS 2024 REVEALS DESIGN FOR URBAN PARK VENUE IN PLACE DE LA CONCORDE

PARIS 2024 OLYMPICS: A COMPETITION SAND USED FOR THE ICONIC EIFFEL TOWER STADIUM, THE BEACH VOLLEYBALL ARENA

Chatillon Architectes completes Grand Palais restoration ahead of Paris Olympics

Timber venues, river swimming and re-use: how the Paris Olympics is going green – and what it’s missing

THE PARC URBAIN, A UNIQUE EXPER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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