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은 ‘주인’이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집사’예요. 도도하고 예민한 고양이와 함께 살다 보니 사람 중심보다는, 고양이 중심의 생활을 하기 때문인데요. 이런 사실에 따르면 고양이 용품도 고양이의 습성, 취향 등에 따라 ‘고양이 관점’으로 디자인되어야 해요.
그런데 많은 고양이 용품 브랜드들은 ‘집사의 관점’으로 제품을 만들어요. 고양이를 위한 제품이기는 하지만, 집사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죠. 그렇다 보니 막상 사용해 보면 고양이들의 만족도가 떨어져,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들도 결국 실망하고 말죠.
상하이의 ‘피단’은 고양이 용품의 최종 소비자는 고양이라는 점에 착안, 고양이의 시점에서 제품을 디자인해요. 이른바 ‘고양이 우선주의’를 표방하죠. 여기에 피단만의 미니멀한 미감을 더해 고양이도, 집사도 만족할 만한 제품들을 만들어요. 피단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이글루 고양이 화장실’은 중국의 영화배우 판빙빙이 사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과연 피단은 어떤 고양이 제품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있을까요?
피단 미리보기
• #1. ‘전지적 고양이 관점’으로 제품을 디자인하다
• #2. 제품도, 브랜드도 등장하지 않는 단편 영화를 만든 이유
• #3. 고양이와 함께 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는 것
• 상품과 작품 사이, 브랜드의 설 자리를 만들다
요즘 미니멀한 화이트 톤, 감성적인 우드 톤으로 집을 꾸미는 분들이 많죠? 거실같이 보이는 곳뿐만 아니라 화장실도 예뻐지고 있어요. 간결하고 깔끔한 디자인에 자연 소재의 소품들을 더해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공간으로 화장실이 변화하고 있죠. 그렇다면 ‘고양이’ 화장실은 어떨까요?
‘피단(Pidan)’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 브랜드예요. 일본과 프랑스를 오가며 창업 아이디어를 찾던 고양이 집사 ‘마원페이(马文飞)’가 창립했죠. 당시 마원페이는 투박한 디자인에 배설물 관리 기능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고양이 화장실이 불만이었어요.
“고양이 화장실은 가구이자 집의 한 부분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면 끝나는 일시적으로 필요한 물건이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스타일이 있어야 합니다.”
- 마원페이, 피단 CEO, 创TALK 인터뷰에서
ⓒPi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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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에만 충실했던 기존의 고양이 화장실과 달리, 마원페이는 집이라는 공간과 어우러지는 스타일, 즉 인테리어의 관점에서 고양이 화장실을 디자인했어요. 그렇게 하얀색의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이글루 모양의 고양이 화장실을 직접 제작하게 되었죠.
‘이글루 고양이 화장실(雪屋猫厕所)’은 아름답기도 했지만 기능적으로도 훌륭한 제품이었어요. 나선형 밀폐구조로 만들어져 배설물의 악취가 화장실 바깥으로 퍼져 나오지 않았거든요. 고양이 발에 붙은 화장실 모래가 바깥으로 나오지 않도록 그리드 디자인의 발판을 만들고 입구를 좁게 디자인했어요. 반밀폐형 구조라서 자신만의 공간이 중요한 고양이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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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단의 첫 번째 제품 이글루 고양이 화장실은 출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16년 7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어요. 당시 중국에서는 국제 디자인상을 받은 제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죠. 아름다운 디자인 때문에 SNS에서도 관심이 쏟아졌는데요. 배우 판빙빙(范冰冰)이 인증 사진을 올리면서 더욱 화제가 되었어요.
이글루 고양이 화장실은 출시 6개월 만에 6천 개를 판매했어요. 가격이 아주 비싼 제품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를 거둬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죠. 당시 중국 브랜드의 고양이 화장실이 100위안(약 2만원) 내외이고,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리스 고양이 화장실도 300위안(약 6만원)이 되지 않았는데, 이글루 고양이 화장실은 365위안(약 7만 3천원)이었거든요.
2015년 창립한 피단은 지금은 중국의 대표적인 고양이 용품 브랜드가 되었어요. 고양이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멋진 제품을 꾸준히 만들며 중국을 넘어 전 세계 고양이 집사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죠. 단순히 아름다운 디자인 때문이었다면 인기가 반짝하고 말았을지 몰라요. 피단의 제품들은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요?
#1. ‘전지적 고양이 관점’으로 제품을 디자인하다
반려동물 용품은 구매자와 사용자가 달라요. 사용하는 건 반려동물이지만 제품을 사는 건 사람이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반려동물 용품은 반려동물을 편하게 돌보고 관리하는 인간의 관점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피단의 생각은 달랐어요. 제품을 사용하는 고양이의 편안함에 더 큰 비중을 두었죠. 고양이 관점에서 제품의 사용감을 상상하고 제품을 디자인했어요. 연극을 전공한 마원페이의 배우 경험은 고양이 관점에서 제품을 바라보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이에 더해 피단의 디자이너들은 모두 2년 이상 고양이를 키워본 고양이 집사들이에요. 그래야 제품을 디자인할 때 고양이의 관심을 얻는 방법을 더 잘 알 수 있다는 창립자 마원페이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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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행용 백팩’을 만들어진 과정을 보면 이러한 철학이 잘 드러나요. 고양이를 데리고 다닐 수 있는 백팩을 만들 때 가장 먼저 나온 의견은 가볍고 작은 가방이었어요. 고양이도 무거운데 가방까지 무거우면 힘들잖아요.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통과되지 못했죠. 고양이 관점에서는 틀린 제품이었으니까요.
고양이가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해선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니 가방이 커져야 했어요. 고양이가 이동 중 흔들림 때문에 불안함을 느끼지 않으려면 견고한 소재로 만들어야 했죠. 너무 가벼운 소재로는 안정감을 만들기 어려우니까요. 호기심이 많은 고양이가 밖을 볼 수 있도록 창도 크게 만들고, 메쉬 소재를 더해 편하게 숨 쉴 수 있도록 디자인했어요.
피단은 고양이 집사라면 고양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제품을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어요. 고양이가 편안하게 사용하고 좋아해야 고양이 집사도 제품의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거라 믿었죠. 그래서 제품을 소개하는 상세 페이지에서도 각각의 기능이 고양이에게 왜 좋은 지를 설명해요. 인간 입장에서는 불편한 요소들도 고양이 집사 관점에서는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장점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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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단은 이글루 화장실이나 고양이 여행용 백팩처럼 디자인이 강조되는 제품도 만들지만, 고양이 화장실용 모래도 만들어요. 피단의 ‘고양이 혼합 모래(猫砂豆腐膨润土混合砂)’는 출시한 첫해에 1억 위안(약 200억원) 매출을 달성하고,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宝)에서 고양이 모래 카테고리 1위를 달성한 히트 상품이에요. 피단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꾸준하게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효자 상품이기도 하죠.
시각적으로 큰 차이를 가지기 힘든 고양이 모래인데, 어떻게 이런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요? 피단은 고양이의 특성을 고려해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 냈어요. 후각이 예민하고 깔끔한 걸 좋아하는 고양이는 배설물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대소변을 모래에 파묻는 습성이 있죠. 고양이 모래는 집에서 생활하는 고양이에게는 사료처럼 생활에 필수적인 아이템이에요. 고양이 집사는 아기의 기저귀처럼 고양이 모래를 계속 구매해야 하고요.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벤토나이트 모래는 탈취력이 강하고 응고력이 좋아 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에 좋아요. 하지만 모래가 발바닥에 잘 붙어 고양이가 집안을 돌아다니면 집을 사막처럼 모래투성이로 만든다는 단점이 있죠.
한편, 기존 고양이 모래 업체들 중 일부는 두부에서 나온 콩비지로 고양이 모래를 만들기도 해요. 그런데 콩비지로 만든 모래는 흡수성이 좋아 배설물의 수분을 빨리 빨아들이지만 쉽게 끈적거린다는 단점이 있어요. 피단은 콩비지와 벤토나이트를 결합하면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강화된다는 걸 발견해 혼합 모래를 만들어 히트를 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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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피단은 고양이가 인간보다 후각이 15배나 민감하다는 사실을 고려해 한 가지 특성을 더 포함했어요. 바로 고양이 모래에 향료를 사용하지 않는 거예요. 피단에서 만든 고양이 모래가 인기를 끌면서 향료 무첨가를 특징으로 내세우는 고양이 모래들이 점차 늘어났어요. 고양이 친화적인 제품 트렌드가 만들어진 것이죠.
또한 피단은 고양이도 인간이 사용하는 제품과 같은 기술과 표준이 적용된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렴한 재활용 크라프트지를 포장지로 사용하는 다른 브랜드의 제품과 달리, 모래를 쌀처럼 진공 포장하고 식품 포장할 때 사용하는 크라프트지로 포장지를 만들어요. 일종의 고급화 전략이죠.
전지적 고양이 관점은 디자인이 중심이 되는 제품 뿐만 아니라 기능 중심의 소모품도 피단만의 차별화된 제품을 만드는 구심점이 되었어요. 이런 디테일들을 고양이가 좋아하니 고양이 집사들은 피단 제품을 꾸준히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요.
#2. 제품도, 브랜드도 등장하지 않는 단편 영화를 만든 이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디자인에, 매출까지 잘 나오는 피단은 한 때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어요. 피단은 창립한 지 2년 만에 1억 위안(약 200억 원)을 투자받았죠. 투자 받은 돈으로 고양이 뿐만 아니라 강아지, 새 등 다양한 반려 동물을 아우르는 카테고리를 확장했어요.
하지만 고양이 집사와 강아지 주인의 특성은 너무나도 달랐어요. 반려동물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각 동물별 특성이 달랐기 때문이었죠. 다양한 반려동물을 짧은 시간에 이해하고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서 살아남는 건 어려운 일이었어요. 제품 수는 3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매출은 증가하지 않았고, 공급망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어요. 이에 따라 더 이상 후속 투자도 이루어지지 않았고요.
위기를 감지한 피단은 회사가 올바르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했어요. 이에 원래 어떤 회사가 되고 싶었는지 다시 생각하며 방향을 수정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피단의 시작점이자 가장 잘 알고 잘하는 ‘고양이’에 다시 집중하기로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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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다시 고양이를 위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걸까요? 회사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수정한 후, 첫 번째 행보는 뜻밖이었어요. 가장 먼저 진행한 프로젝트가 ‘단편영화 제작’이었거든요. 제품이 전면적으로 드러나는 광고 필름도, 제품이 PPL처럼 등장하는 영상도 아니었죠. 피단이 제작한 영화는 <부서진 태양의 심장(破碎太阳之心)>이라는 이름의 단편 예술영화였어요.
영화의 감독은 독특한 개성과 예술성으로 중국 및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 받고 있는 ‘비간(毕赣)’이 맡았습니다. 비간 감독의 <지구 최후의 밤>과 <카일리 블루스>는 한국에서도 개봉하기도 했죠. 비간 감독과의 첫 미팅에서 피단이 전달한 것은 오직 하나, 새롭게 리뉴얼한 피단의 브랜드 메시지였어요.
“인간에게 고양이가 필요한 이유는 혼자 있을 때 쉽게 빠질 수 있는 슬픈 마음을 평온한 아름다움 속에서 굳어 버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 영화 <부서진 태양의 심장(破碎太阳之心)> 중
비간 감독이 완성한 영화는 고양이가 주인공인 한 편의 짧은 동화예요. 피단과 비간 감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한 번 볼까요?
옛날 옛적에 고양이 한 마리가 들판에서 허수아비를 만났어요. 허수아비는 하늘에 날아다니는 친구를 만나고 싶다며 자신을 불태워 달라고 했죠. 고양이는 허수아비에게 ‘세상에서 제일 귀중한 물건이 뭐야?’라고 물어요. 허수아비는 대답 대신 제일 귀중한 물건을 가진 적 있는 세 명의 괴짜를 알려줘요. 고양이는 허수아비의 옷을 입고 그 사람들을 찾아가죠.
가장 먼저 만난 건 고아원을 떠나는 아이들에게 귀중한 사탕을 만들어주는 로봇이었어요. 하지만 쓴맛이 나는 사탕은 고양이 입에는 맞지 않았죠. 두 번째로 만난 건 이별의 고통을 잊고 싶어 건망증에 걸려버린 여인이었어요. 그 여자가 가진 귀중한 물건은 연인이었던 기관사가 쓴 편지였죠. 하지만 이것도 고양이가 원한 건 아니었어요.
마지막으로 만난 건 마술사였어요. 진짜 마술을 하는 능력을 얻으려 집을 떠났고, 원하던 마술을 하게 되었지만 더 이상 그는 기쁨을 느끼지 못했죠. 마술사는 고양이에게 가장 귀중한 것이라며 지저분한 흙덩이 하나를 줬어요.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걸 얻는 데 실패한 고양이는 실망했어요. 사실은 가장 좋은 친구이자 자신을 집으로 데려가 주었던 인간 여자아이의 생일이라 가장 귀중한 걸 선물해 주고 싶었거든요. 예전에 고양이와 아이는 둘도 없는 친구였어요. 하지만 고양이가 아이의 침대 위에 상처 입은 새, 죽은 쥐, 얼어 죽은 뱀을 놓아둘 때마다 아이는 기겁했고, 고양이를 싫어하게 되어 사이가 멀어졌죠.
아이의 생일날, 고양이는 허수아비의 옷을 입은 채 아이를 다시 만나요. 고양이는 자신이 아닌 척, 소녀에게 ‘어떤 친구가 너한테 선물을 전해주라고 했다. 선물은 모자 속에 있다’고 말해요. 모자 속 흙덩이엔 작은 꽃 한 송이가 피어 있었고, 아이는 꽃을 꺾어요.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나죠.
ⓒPidan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오묘한 감정이 느껴져요. 제일 좋은 걸 주려고 한 고양이의 기특한 마음이 느껴져 감동적인 한편 그 마음을 못 알아준 미안함에 슬퍼지기도 하죠. 한 편의 시 같기도 한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사람들은 저마다의 해석과 고양이와의 이야기를 댓글로 달며 공유했어요. 은은하게 입소문을 타던 이 영화는 제76회 칸 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한 번 더 화제가 되었죠.
“우리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지, 브랜드나 제품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어요. 브랜드의 메시지를 작품으로 창작하는 것을 통해 사람들이 다양한 자극과 위안을 얻길 바랐어요.”
- 피단 마케팅 매니저, 大创意 인터뷰 중
피단이 영화를 제작한 이유예요. 브랜드나 제품이 전혀 노출되지 않는 영화 제작 프로젝트는 다소 모험적인 구석이 많아요. 모호하고 시적인 영화처럼 조회수, 매출 기여 등 실질적인 홍보 효과를 측정하기도 어렵죠. 피단은 그저 이 영화가 온라인상에서 오랫동안 존재하며 소비되길 바랐다고 해요. 2022년 공개된 이 영화는 피단의 SNS 공식 계정에서 최상단에 고정되어 피단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노출되고 있죠.
한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부서진 태양의 심장>을 본 사람들의 대부분이 대도시에 사는 20대, 30대 여성들이었어요. 인터넷 쇼핑과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소비 수준이 높은 직장인들이 많았어요. 영화가 피단의 타깃 고객 집단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것이죠.
피단은 타깃 고객을 성별, 나이, 소득으로 보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마음의 평온함이 결핍된 사람들’이라고 정의해요. 고양이 집사들은 섬세하고 예민하며 서정적인 사람들이 많아요. 매일 겪는 다양한 일들 때문에 쉽게 마음을 지치곤 하죠.
피단은 이런 사람들에게는 ‘평온한 아름다움’이 필요하다고 말해요. 직설적이고 현란한 광고보다는 여운이 느껴지며 은근한 위로를 전하는 영화가 타깃 고객을 모으는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죠.
#3. 고양이와 함께 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는 것
고양이 집사들은 고양이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요. 그리고 정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죠. 피단은 고양이 집사들의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고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생활을 더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어 줄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요.
대표적으로 ‘피단 플레이리스트(Pidan Playlist)’가 있어요. 피단에서는 고양이와 함께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을 모아 SNS 공식 계정에 꾸준히 공유하고 있어요. ‘고양이와 함께 봄을 맞이하는 플레이리스트’, ‘비 오는 날 창밖을 구경하는 고양이와 함께 듣는 플레이리스트’ 등 다양한 상황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제안하죠.
2024년 1월에는 첫 정규 앨범 <고양이와 함께 달을 보다(和小猫一起看月亮, Chill with Cats)>을 발매했어요. <고양이와 함께 달을 보다>는 팝, 힙합, 일레트로닉, 재즈, R&B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의 노래를 모아 만든 컴필레이션 음반이에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뮤지션들은 모두 고양이 집사죠. 함께 사는 고양이의 소리를 넣거나 고양이에게 영감 받은 가사를 쓰는 등 고양이와 함께 음악을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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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커버 디자인은 지구와 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어요. 서로를 필요로 하고,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하는 지구와 달의 관계를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에 비유해요. 이 음반은 피단 SNS 공식 계정은 물론, 전 세계 30개 이상의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들을 수 있어요.
피단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더 진하게 고양이를 한 가족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콘텐츠도 만들었어요. 고양이 집사들이 고양이와 같은 소파, 침대를 공유하는 것처럼 식탁도 공유하라고 제안하는 요리책 <먹보 고양이(馋猫儿, Mimi table)>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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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반려동물 다이어트 전문가 하야시미사이(林美彩)와 함께 만든 이 요리책에서는 하나의 재료로 고양이 버전 음식, 인간 버전 음식을 만들어 먹어볼 것을 제안해요. 같은 재료를 써서 만든 비슷한 음식을 함께 먹으며 고양이가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라는 걸 더 진하게 느끼게 만들죠. 사람끼리도 밥을 함께 먹다 보면 정이 드는 것처럼, 고양이와 함께 같은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더 친밀하게 느껴질 테니까요.
피단은 이 요리책을 ‘하오 마켓(Hao Market)’, ‘즈양상뎬(止痒商店)’ 등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 여성들이 자주 찾는 상하이의 편집숍 9곳에 무료로 배포했어요. 한 매장에서는 요리책 옆에 요리할 수 있는 식재료를 함께 판매하는 팝업 공간을 만들기도 했죠.
ⓒPidan
피단은 고양이를 먹이고 재우는 필수적인 돌봄에서 나아가 고양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요. 카테고리를 ‘고양이’로 집중하는 대신 고양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피단이 개척할 수 있는 시장의 영역을 실험하며 확대하는 것이죠.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하는 활동이 많아진다면 피단이 제공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영역이 많아질 테니까요.
상품과 작품 사이, 브랜드의 설 자리를 만들다
‘평온한 아름다움’이라는 디자인 미학을 전달하는 피단은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 이상의 아티스트 같은 면모도 보여주는데요. 실제로 창립자 마원페이는 피단 브랜드가 지향하는 포지셔닝이 ‘상품과 작품 사이’라고 이야기해요.
“팔고 싶은 물건이 있는데 사고 싶은 소비자가 있으면 그 물건은 ‘상품’이 됩니다. 가격을 떠나 감동을 주고, 차이를 느끼게 하고, 감정을 느끼게 해서 마음의 울림을 주는 것이 ‘작품’이고요. 피단은 상품보다는 살짝 높고 작품보다는 살짝 낮은 정도를 지향합니다. 상품과 작품 사이의 교차와 융합, 그게 바로 피단이 지향하는 포지셔닝입니다.”
- 마원페이, 피단 CEO, 华丽志 인터뷰에서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집단이 필요해요. 피단은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해요. 대신 ‘평온한 아름다움’을 알아보고 좋아해 주는 고양이 집사들을 모으며 상품과 작품 사이의 브랜드로 나아가고 있어요. 그 관점에서 보면 다소 실험적인 고양이 용품도, 예술가와의 컬래버레이션도 모두 필요한 것이 되죠.
ⓒPidan
현재 피단은 해외 20개국에 진출하여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전 세계 고양이 집사들에게 제품을 판매 중이에요. 언어나 문화에 상관 없이, ‘고양이 집사’라면 피단의 타깃이 될 수 있으니까요. 지역적 경계를 넘나들 때에도 피단의 문법을 잃지 않는데요.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 받는 영화감독, 해외 아티스트와의 협업이 유독 눈에 띄어요. 이 또한 해외 소비자들과 꾸준히 그리고 조용하게 접점을 만들며 상품과 작품 사이의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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