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대신 ‘성숙’을 택한 제과점의, 꾸밀 줄 모르는 진심

롯카테이

2023.09.21

‘앞으로 우리 회사는 성장하지 않습니다.’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기업이 있을까요? 홋카이도 토카치 지역에서 시작한 제과 기업, 롯카테이(六花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에요. 이뿐만이 아니에요. 홋카이도의 대표 제과 기업 롯카테이에는 매출 목표도, 판매 할당량도 없어요.


그렇다면 롯카테이가 경영의 척도로 삼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롯카테이의 목표는 성장이 아닌 ‘성숙’이에요. 매출액보다는 고객이 맛에 만족하는지, 직원이 회사에서 즐겁게 일하는지를 중요시 여기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회사인지가 이 기업이 스스로를 진단하는 바로미터인 거예요. 


그래서인지 롯카테이는 보통의 제과 기업과는 다른 길을 걸어가요. 과자 가게의 행보가 얼마나 다를 수 있냐고요? 롯카테이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몰라요.


롯카테이 미리보기

 #1. 민낯으로 승부하는 간식 가게

 #2. 접객력의 원천이 된 ‘1인 1일 1정보’

 #3. 아이의 감수성으로 포장한 과자

 시간을 경영에 도입한 이유




‘앞으로 우리 회사는 성장하지 않습니다.’


만약 새로 입사한 회사의 대표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괜찮은 회사가 맞는 건지, 혹시 경영상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 들지도 몰라요. 기업은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되거나 사라질 가능성이 커요. 기업가라면 누구나 생존을 위해서라도 성장을 추구하는 게 당연하죠.


이 놀라운 발언을 한 건 홋카이도의 제과 기업 롯카테이의 당시 대표 오다 유다카예요. 그는 신입사원들을 모아두고 ‘회사는 앞으로 성장하지 않는다’고 말했죠. 이 정도면 누가 이 회사에 입사하고 싶어하겠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 롯카테이는 취업하고 싶은 회사로 손꼽히는 기업이었어요.


이 날 오다 유다카가 앞으로 회사는 성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건 롯카테이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었어요. 단지 성장을 스스로의 경영 목적으로 삼지 않았던 거였어요. 그렇다면 그가 성장보다도 우선시 했던 경영의 목적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경영의 첫번째 목표를 성장에 두지 않겠다는 뜻이에요. 우선 고객이 만족하는 것, 그리고 직원이 행복하게 일하는 것. 이것부터 제대로 해야 합니다.”

- 오다 유다카, 이토이 신문 인터뷰 중에서


롯카테이의 꿈은 고객과 직원으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받는 기업이에요. 이건 단순히 듣기 좋은 허울뿐인 말이 아니에요. 롯카테이는 실제로 지역 주민과 직원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왔죠. 과자 하나로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느냐고요? 


롯카테이가 하는 일들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요. 과자에서 시작해 문화까지 만들거든요. 분야도 다양해요. 시 잡지 발행부터 콘서트 홀과 미술관 운영, 영화 상영까지 경계를 넘나들어요. 심지어 14만 5,000제곱 미터 부지의 예술 마을도 운영하고 있고요. 그뿐 아니에요. 롯카테이는 1989년 이래로 34년 연속 유급 연차 취득률 100%를 달성할 정도로 일찍부터 선진적인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었어요. 


이러한 롯카테이의 경영 기준은 남들과는 달라요. 지역을 대표하는 제과 기업인데도 오미야게 가게가 아니라 간식 가게가 되고 싶어하고, 회사에 매출 목표나 판매 할당량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요. 롯카테이가 삼는 경영 척도는 성장이 아닌 ‘성숙’이에요. 고객이 만족하는지, 직원이 즐겁게 일하는지, 모두에게 사랑받을 만큼 성숙한 기업인지가 롯카테이의 바로미터죠. 그렇다면 롯카테이는 왜 남들과는 다른 바로미터를 도입하게 되었을까요?



#1. 민낯으로 승부하는 간식 가게

롯카테이는 1933년에 홋카이도 토카치 지역의 오비히로시에서 시작한 제과 전문점이에요. 원래 ‘오비히로 센슈안’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다가 1977년에 가게 이름을 ‘롯카테이’로 변경했죠. 이를 기념하는 의미로 만든 제품이 롯카테이에서 가장 유명한 ‘마루세이 버터 샌드’인데요. 40년 넘는 시간 동안 베스트셀러를 역할을 맡고 있어요. 마루세이 버터 샌드의 연간 매출액은 롯카테이 전체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85억 엔(약 850억 원, 2018년 기준)이에요. 홋카이도에 오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사고 싶어하는 상품이죠.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홋카이도의 기념품이 된 마루세이 버터샌드를 보면 롯카테이는 오미야게 가게처럼 보여요. 그런데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실상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롯카테이에서 팔고 있는 180가지가 넘는 과자들은 기념품보다 간식에 가깝거든요. 가격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낱개씩 구매할 수 있어서 지역 주민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일주일에 서너번씩 방문할 정도로 일상 속에 스며든 친근한 간식점이죠.



ⓒ시티호퍼스


롯카테이의 제품들이 명성을 얻게 된 계기도 전형적인 오미야게 가게들과는 달라요. 관광객이 아니라 현지인 사이에서 먼저 인기를 얻은 뒤 입소문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거든요. 여행이나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선물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기획한 오미야게가 아니었던 거예요. 이건 처음부터 롯카테이가 의도한 전략이에요.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오미야게 시장을 목표로 하지 않았을까요? 인지도와 확산 속도를 생각하면 오미야게가 더 유리했을텐데 말이죠.


롯카테이가 선물용 과자로 시작하지 않은 건 롯카테이의 신념 때문이에요. 롯카테이는 선물이라는 건 단순히 누군가에게 물건을 주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을 전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만약 현지인이 과자를 먹고도 맛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은 생기지 않겠죠. 그래서 롯카테이는 선물용 과자를 만들기에 앞서 맛으로 지역 주민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을 맛으로 설득할 수 있다면 어차피 제품들은 알아서 퍼져나갈테니까요.



ⓒ시티호퍼스


지역 주민이 매일 신문을 사서 읽듯이 자주 방문할 수 있는 가게가 되려면 가격부터 저렴해야 했어요. 그래서 롯카테이의 제품들은 보통의 오미야게 과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아요. 이러한 가격 정책에 대해서는 선대 때부터 철학이 확고했어요.


한번은 롯카테이의 대표였던 오다 토요시로가 아들 오다 유다카에게 가격 정책에 대한 조언을 한 적이 있는데요. 만약 과자의 적정 가격을 100엔(약 1,000원)으로 책정했다면, 실제로는 95엔(약 950원)에 팔라는 것이었죠. 나머지 5엔(약 50원)에 대한 비용 절감 방법은 직접 노력해서 찾아내라고 당부했어요. 시간이 흐른 지금은 화폐가치가 달라져서 찾아보기 어렵지만, 당시 롯카테이에는 끝자리가 5엔으로 끝나는 제품들이 많았어요. ‘용돈으로 사먹을 수 있는 간식점’이 되기 위한 노력이었죠.



ⓒ시티호퍼스


가격은 낮췄지만 맛만큼은 양보하지 않았어요. 최고의 맛과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 롯카테이는 지금까지도 수작업을 제조 단계에 남겨둘 정도예요. 베스트셀러인 마루세이 버터샌드를 만드는 과정을 살펴볼게요. 재료가 되는 반죽은 기계가 하지만 표면을 균일하게 만드는 건 사람이에요. 경도를 일정하게 맞추기 위해 손의 촉감에 의지해서 마무리하죠.


아무리 맛을 위한 거라고 해도 하루에 20만 개(2018년 기준)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서 일일이 수작업을 하는 건 상상하기 어려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카테이가 모든 단계를 기계화하지 않는 이유가 있어요. 수작업을 남겨두지 않으면 만드는 사람의 마음과 온기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시티호퍼스 / ⓒrokkatei


이처럼 지역민의 간식 가게를 꿈꾸는 롯카테이는 상품 안에도 지역의 특성을 담고 있어요. 그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건 ‘토카치 일지’라는 이름의 종합 선물 세트예요. 이 상품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마치 한 권의 책처럼 생겼어요. 책 표지처럼 보이는 덮개를 열면 상자 안에 롯카테이의 구움 과자들이 들어 있죠.



ⓒrokkatei


토카치 일지는 실제 기행문을 모티브로 만든 제품이에요. 마쓰우라 다케시로라는 사람이 홋카이도를 탐험하고 기행문 23권을 편찬했는데 그 중 하나인 ‘토카치 일지’에 1858년 무렵의 토카치의 모습이 기록되어 있었거든요. 토카치의 오히로 시에서 시작한 롯카테이가 상품화하기에 적격이었어요. 지역의 풍토를 담은 편집 과자인 ‘토카치 일지’가 지역 주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죠.


역사적인 모티브까지 끌어들이면서 오미야게 가게가 아니라 지역의 간식 가게가 되고 싶은 롯카테이는 오로지 과자의 민낯에만 집중해요. 미사여구로 가득한 마케팅 문구나 겉보기만 좋은 디자인은 제품에 자신이 없다는 증거라고 생각하죠. 순간의 눈길을 끄는 방식은 어차피 오래 갈 수 없기 때문에 오로지 과자를 맛있게 만드는 데만 집중하기로 한 거예요. 민낯이 아름다운 롯카테이의 제품들은 매일 지역 주민들의 입맛을 만족시키고 있죠.


과자의 맛은 롯카테이가 스스로를 진단하는 가장 핵심적인 척도예요. 이 곳에는 매출 목표도, 매출을 달성하기 위한 판매 할당량도 없죠. 연간 매출액이 202억 엔(약 2,020억 원)인 기업에서 목표를 정해두지 않는 건 이례적인 일이에요. 하지만 매출은 목적이 아니라는 롯카테이의 입장은 확고해요. 대부분의 기업에서 활용하는 경영의 척도를 배제한 롯카테이는 오직 맛을 기준으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어요.



#2. 접객력의 원천이 된 ‘1인 1일 1정보’

남다른 제과 기업인 롯카테이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은 어떨까요? 직원들은 각기 연령도, 성별도, 성격도 다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고객을 기분좋게 만드는 ‘다정한 정중함’이죠. 롯카테이 매장 어디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특유의 접객 태도는 유명해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식의 배우자는 롯카테이에서 찾고 싶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죠. 이 말은 그 정도로 매장에서의 고객 경험이 좋았다는 뜻인데요.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 느껴지는 이 접객 역량의 원천은 바로 롯카테이의 기업 문화예요.


롯카테이의 기업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육륜’이라는 이름의 사보예요. 물론 사보를 발행하는 기업은 롯카테이 말고도 많아요. 하지만 롯카테이의 사보는 일반적인 사보와는 다른 점이 있어요. 일단 발행 주기가 한 달에 한번, 격주에 한번도 아닌 매일이에요. 평균 10페이지가 넘는 사보를 365일 연중무휴 발행해왔죠. 회사에서 할 말이 뭐가 그리 많을까 싶지만, 사실 이 사보의 콘텐츠는 모두 직원에게서 나온 거예요. 전 직원이 매일 소재를 전해주거든요.



ⓒrokkatei


전 직원이 에디터가 된 건 ‘1인 1일 1정보’제도가 도입된 1987년부터예요. 직원이 매일 하나의 주제로 231글자 이내의 글을 써서 대표에게 메일을 쓰는 건데요. 전 직원 수가 1,200명 내외인데 매일 700개 가량의 글이 도착해요. 그럼 매일 오전 대표가 글을 꼼꼼히 읽으며 80개 정도의 글을 골라내죠. 편집장이 된 대표가 마지막으로 코멘트를 덧붙이고 나면 그날의 사보는 완성이에요. 발행된 사보는 모든 직원에게 배포돼요.



점심 시간에 사보를 읽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이에요. ⓒhataraku-ikuji


그렇다면 직원들이 쓰는 글의 주제는 무엇일까요? 소재는 다양해요. 결혼 소식을 전하는 사적인 이야기부터, 오늘 만난 고객 이야기, 일을 하며 발견한 사실 등 일에 관한 내용도 있죠. 매일 도착한 글을 다 읽는데만 4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이 글들은 롯카테이의 중요한 자산이에요. 요즘 직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직원들이 만난 고객들은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있으니까요. 제품 개선의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는 영양가 넘치는 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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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일 1정보’ 제도는 기업뿐만 아니라 직원에게도 도움이 돼요. 글을 쓰면서 나날이 문장력이 향상될 뿐더러 세상에 대한 안테나와 감수성이 발달하죠. 매일 소재를 찾아 간결한 글로 정리하다 보면 핵심을 파악하고 정리해서 표현하는 스킬을 터득할 수 있어요. 이런 기술은 고객을 만날 때 자연스럽게 전달돼요. 제품을 권유하거나 질문에 답할 때 평소에 익힌 감각이 드러나죠. 가족으로 삼고 싶을 정도의 기분 좋은 접객력은 매일의 단련 과정에서 탄생한 거예요. 


직원들의 우수한 역량은 롯카테이가 홋카이도 밖에 매장을 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해요. 롯카테이는 현재 홋카이도 내에서만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홋카이도의 토카치 지역에서 자란 직원들의 뛰어난 역량을 다른 곳에서는 찾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과자의 퀄리티만큼이나 직원의 퀄리티를 중요하게 여기는 롯카테이다운 결정이죠. 


또한 롯카테이는 기업 최대의 자산인 직원을 위해 세심하게 신경쓰고 있어요. 맛있는 과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만드는 사람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직원들이 제대로 쉴 수 있기를 바라죠. 롯카테이의 유급 휴가 사용률은 1989년 이래로 34년 연속 100%를 달성했어요. 유급 휴가가 연간 최대 20일이 부여되는데 이걸 전 직원이 전부 다 사용했다는 뜻이에요. 홋카이도 노동국에 따르면 이는 전국 차원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에요. 2022년 일본 전국 평균 유급 휴가 사용률이 58% 수준인 걸 감안하면 일찍부터 우수 기업의 반열에 들었던 셈이죠.


그래서 롯카테이는 과자의 인기만큼이나 직장으로서의 인기도 높아요. 이 인기는 모두 롯카테이가 직원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시작된 거예요. 이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소는 오비히로에 있는 본사예요. 한 쪽 벽에 직원들의 이름이 쓰여 있죠. 직원들의 인생을 빌려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는 의미로 만든 거예요. 이것만 봐도 롯카테이가 취업하기 좋은 직장으로 손꼽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어요.



#3. 아이의 감수성으로 포장한 과자

롯카테이가 심혈을 기울이는 대상은 과자와 직원이 다가 아니에요. 도서관, 영화관, 콘서트 홀, 미술관, 잡지에도 롯카테이의 손길이 닿아 있거든요. 대중 문화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보통 각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업이 따로 있죠. 그런데 롯카테이는 혼자서 모든 영역에 전부 뛰어들었어요. 이제 본업인 제과업을 내려놓고 다른 산업군으로 진출하려는 걸까요?


롯카테이에게 있어서 문화 관련 분야로의 진출은 사업의 일환이 아니에요. 그래서 ‘문화 사업’이 아니라 ‘문화 활동’이라고 지칭하죠. 오히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롯카테이가 음악과 문학, 미술을 넘나드는 이유는 따로 있어요. 바로 ‘과자는 문화의 바로미터’라는 신념 때문에 문화 자체를 풍요롭게 만들고 싶었던 거예요.


다양한 문화 활동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아동 시 잡지 ‘사일로’ 발행이에요. 1960년 첫 호를 시작으로 매월 1회씩 60년 넘게 발행해 벌써 760호를 넘었어요. 사일로는 아이들의 시적 감성을 키워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직접 쓴 시로 잡지를 만들기로 했죠. 홋카이도 도카치 지역의 초,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시를 응모할 수 있는데요. 매달 평균 200~300편의 시가 도착해요. 지역 내 초등학교 교사로 구성된 ‘Society of Silo’가 응모작을 선출하고요. 선출작을 모아 발행하고 나면 매월 500부의 시 잡지가 다시 도카치의 학교와 도서관으로 배포되죠.


아이들의 시는 종이 출판으로 멈추지 않아요. 제품으로도 재탄생하죠. 롯카테이는 ‘리치랜드’라는 제품 패키지 겉면에 시를 인쇄해서 판매하고 있어요. 아이들은 자신의 시가 실린 과자를 먹을 수 있는 거예요. 시에 담긴 홋카이도 도카치 지역 아이들의 정서와 감성은 과자를 먹는 모든 사람들에게 과자의 달콤함과 함께 전달돼요.



ⓒ시티호퍼스


봄 - 1학년 스가와라 쇼코


산의 밑에서부터

봄이 올라왔어요

복수초를

피우면서

학교의 절벽까지 왔어요


이건 리치랜드에 실린 아이의 시예요. 이처럼 롯카테이는 매달 아동 시 잡지 ‘사일로’ 최신호에 실린 입선작 중 2편을 패키지에 실어 판매하고 있어요. 시의 내용은 주로 자연에 대한 감상이나 가족과의 에피소드, 학교에서의 행복한 시간 등 소박하죠. 창간 50주년이었던 2010년까지 응모된 시만 약 20만 편, 잡지에 실린 작품만 1만 1천 점에 달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시대별 아이 마음 모음집인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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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분야에서의 문화 활동도 왕성해요. 여러 개의 콘서트 홀을 만들어 이곳에서의 공연을 기획하죠. 심지어 판매 매장과 콘서트 홀을 병행해서 사용하는 지점도 있어요. 콘서트가 열리는 10일 간은 콘서트 홀로, 나머지 350일은 매장으로 사용하는 공간이죠.


2023년 8월에는 작은 영화관도 열었어요. ‘롯카테이 살롱 Kyu’인데요. 처음에는 1912년에 지어진 토카치에서 가장 오래된 벽돌 건물을 양도받아 사내 행사용으로 활용했어요. 그 후 지역 주민들에게 다채로운 문화 생활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미니 영화관으로 만들었죠. 이 곳에서는 삿포로의 시민들이 출자해서 만든 영화관인 ‘삿포로 키노’에서 세심하게 엄선한 작품을 월 1편씩 만나볼 수 있어요. 덕분에 대형 영화관에서는 만나보지 못했던 귀한 영화들을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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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카테이가 운영하는 예술 마을도 있어요. ‘나카사츠나이 아트 빌리지’인데요. 14만 5,000제곱 미터의 광활한 부지를 개척이 진행되기 이전의 토카치 지방을 연상시키는 풍경으로 꾸며 놓았죠. 그리고 이 안에 7개의 미술관과 레스토랑이 있고요. 특히 이 곳에 있는 미술관에서는 자연도 미술 작품의 하나가 돼요. 미술관 한쪽 벽면의 창을 액자 프레임처럼 디자인해 넓은 창 바깥으로 계절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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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롯카테이는 글쓰기, 독서, 음악, 영화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문화 활동을 주도하고 있어요. 과자 제조업으로 출발해서 어느덧 사람들의 감성과 지성을 키워주는 문화 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이에요. 롯카테이는 이런 문화 활동이 기업의 색깔을 다채롭게 해준다고 믿고 있어요. 이제 기업은 단순히 물건을 만들어 팔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어떤 것에 전념하는지,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지가 중요하죠. 롯카테이에게 중요한 것은 과자를 넘어 이 지역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거예요.



시간을 경영에 도입한 이유

모든 기업은 영속성을 추구해요.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만의 고유한 헤리티지를 쌓아나가길 바라죠. 하지만 이건 쉽지만은 않은 일이에요.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시대에 발맞춰 변화할 줄 아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거든요. 게다가 식문화는 유행의 속도가 빨라서 가만히 있다가는 뒤처지기 십상이에요.


그렇다면 롯카테이는 어떨까요? 롯카테이에는 유난히 스테디셀러들이 많아요. ‘마루세이 버터샌드’는 1977년, ‘대평원’은 1963년에 출시되어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그 외에도 60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사람들의 입맛을 만족시켜온 제품들이 많아요. 비결은 제품을 발매한 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 온 ‘맛의 업데이트’에 있어요. 제품을 발매했다고 해서 맛을 확정짓지 않고 시대에 맞게 조금씩 개량했거든요. 모든 제품들이 발매 직후보다 맛있어졌다는 건 롯카테이의 자부심이에요.



‘대평원’은 1963년 출시된 한 입 크기의 마들렌이에요. ⓒrokkatei


덕분에 유행을 따른 적은 없어도 맛은 점점 세련되어지고, 매상을 쫓은 적은 없지만 실적은 오르는 중이에요. 이처럼 시간이 흘러도 멈추지 않는 노력의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자, 오다 유다카는 다도 이야기를 꺼냈어요. 젊은 시절부터 50년 가까이 계속해 온 다도로부터 ‘시간이 만드는 가치’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는 거예요. 그는 롯카테이도 시간이 흐를수록 맛이 나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언제까지나 마을에 남아 지역 주민의 사랑을 받으면서 말이죠. 


이와 같은 롯카테이의 바람은 문화 활동 곳곳에 반영되어 있어요. 롯카테이가 삿포로 시내에 만든 도서관인 ‘롯카 문고’는 원래 지은 지 75년이 된 치과 진료소였어요. 계절마다 담쟁이 덩쿨의 색이 변하는 이 건물을 매입해서 지역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든 거예요. 이 도서관에는 음식에 관한 책이 무려 8,000권이나 있어요. 역사적 건물을 가치 있는 장소로 바꿔 지역 주민에게 오픈하는 건 롯카테이식의 사회 공헌이에요.



지역 주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롯카 문고예요. ⓒrokkatei


또한 롯카테이의 매장과 쇼핑백, 굿즈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꽃들을 실제로 심어놓은 ‘롯카노모리’도 마찬가지에요. 화초가 땅에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리려면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만 제곱미터 크기의 광활한 대지에 숲을 만든 건 훗날 그 풍경을 바라볼 다음 세대를 위한 거예요. 경영이든 문화 활동이든 롯카테이의 목적은 한결 같아요.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오래 갈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거죠.



‘롯카노모리’는 ‘롯카의 숲’이라는 뜻이에요. ⓒrokkatei


성장보다 성숙을 택한 롯카테이는 흘러가는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 기업이에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낡아지기는 커녕 점점 더 깊어지는 중이죠. 지금으로부터 10년이 지난 후에는 또 얼마나 세련된 기업이 되어있을까요? 그때는 스테디셀러들이 어떤 맛과 모습으로 활약하고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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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롯카테이 공식 홈페이지

 Rokkatei, HOBO NIKKAN ITOI SHINBUN

 有給休暇の取得は進んでいるのか 大谷碧, Recruit

 バターサンドだけじゃない!地元客を魅了する「六花亭」の絶品菓子:読むカンブリア宮殿, TV TOKYO

 児童詩誌『サイロ』, Shukousha

 小田豊さん(4)亡父は菓聖、今も問答, The Asahi Shimb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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