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즐거움을 조각해, 내일에 마주할 추억을 판다

스컬쳐

2024.01.24

다들, 사진 많이 찍으시나요? 요즘엔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 때 “사진 찍으러 가자”고 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길을 걷다 보면 네컷 사진관이나 스티커 사진관이 꼭 하나씩은 나오죠.


사진이야 핸드폰으로 언제든 찍을 수 있는 거 아니냐고요? 하지만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은 다양한 프레임으로 꾸밀 수도, 친구들과 한 장씩 나눠 가질 수도 없잖아요. 그 불편함을 겨냥해 나타난 게 포토부스 사업이에요.


스타와의 컬래버레이션부터 캐릭터 프레임까지, 포토부스에선 다양한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그런데, 방콕에는 사진이 아니라 포토부스 자체를 꾸미는 브랜드가 있어요. 24세의 젊은 사진작가가 창업한 ‘스컬쳐’예요. 그렇다면 스컬쳐는 어떻게 포토부스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고 있는 걸까요?


스컬쳐 미리보기

 사진을 찍으러 오라고 손짓하는 포토부스

 원초적 아이디어가 사업 확장의 청사진

 문화는 추억에서 시작된다

 사진이 아니라 즐거움을 찍는다




포토부스 전성시대예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열풍이 불고 있죠. 그렇다면 이 포토부스는 언제, 어디서 생겨난 걸까요? 역사상 최초의 포토부스는 1889년, 파리 세계 박람회에서 공개됐어요. 이후 자동 사진 판매기부터 스티커 사진 같은 놀이 문화로 발전하면서 대중과 가까워졌죠. 2000년대 유행했던 일본의 프리쿠라, 지금의 네컷 사진과 사진 자판기까지. 그 흐름이 이어져 한국에서는 인생네컷, 포토매틱, 하루필름 등 다수의 포토부스 브랜드가 생겨났죠.


그중 한국에 처음 사진 자판기를 들여온 건 2017년 시작된 ‘인생네컷’이에요. 인생네컷은 2022년 12월 기준 전국 430개 지점, 월평균 200만~230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성황이에요. 또 다른 포토부스 브랜드 ‘포토이즘’은 2023년 6월 기준 450호점을 돌파하고, 2022년 총 거래액 1000억원을 넘었어요. 한국의 포토부스 열풍은 무시 못 할 하나의 문화가 됐죠.



ⓒPhotomatic



ⓒ인생네컷


이유가 뭘까요? ‘즉석’이라는 이벤트 요소와, 디지털 사진과 달리 아날로그식 사진이라는 새로움이 MZ 세대에게 통했던 거예요. 더불어 저렴한 가격과 SNS에 사진을 올리는 문화가 시너지를 냈고요. 여기에다가 잔망루피 같은 캐릭터부터 BTS 같은 톱스타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전에 없던 ‘한정판 즉석 사진’을 만들어내면서 팬심을 자극하기도 하죠.



ⓒPhotomatic


포토부스 열풍, 해외는 어떨까요? 한국에 2017년 포토부스 문화를 퍼트린 게 인생네컷이라면 방콕에는 그보다 늦은 2019년, 스컬쳐 방콕(Sculpture Bangkok)이 포토부스 트렌드를 만들었어요. 스컬쳐 방콕을 만든 사람은 24세의 젊은 사진 작가 핀(Luksika “Pyn” Jiradaraku)인데요. 그는 어쩌다 태국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포토부스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을까요?



사진을 찍으러 오라고 손짓하는 포토부스

핀이 뉴욕을 여행할 때였어요. 핀은 다양한 매장 앞에 포토부스가 있는 걸 목격했죠. 예술 학부를 졸업한 핀의 눈에,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포토부스는 마치 하나의 예술품 같았어요. 핀은 뉴욕을 여행하는 동안 각지에 있는 포토부스를 찾아다녔어요. 당시 태국에는 포토부스가 모두 사라진 지 한참이었어요. 그래서 핀은 결심했죠. 직접 태국의 포토부스를 만들어야겠다고요.


처음에 핀은 포토부스를 예술 작품으로 접근했어요. 타깃은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었고, 그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전시품을 만든 거예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부스도 직접 제작했죠. 사진 역시 핀이 부스에 들어가서 촬영하고, 직접 인화하고, 조명과 필터도 직접 입혔어요. 그가 처음으로 선보인 포토부스는 방콕의 한 레스토랑에서 팝업으로 전시됐어요.



ⓒsculpture bkk


이때 핀의 포토부스를 눈여겨 본 사람이 있었어요. 친구 피(Sarit "Pea" Trilertvichien)였죠. 그는 태국의 인기 청소년 드라마 ‘호르몬’ 출신으로, 유명한 배우였어요. 피는 친구 핀이 만든 포토부스가 사업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핀을 설득했죠. 둘의 목표는 우선 인간의 노동력을 줄이는 거였어요. 핀이 직접 부스에 들어가 사진을 찍는 대신 자동 사진 부스를 제작해 부스를 자동화했죠. 그렇게 만들어진 포토부스 시리즈가 ‘포토오토맷(Photoautomat)’이에요. 스컬쳐 방콕의 첫 포토부스 시리즈예요.



ⓒsculpture bkk


그렇다면 포토오토맷은 기존 포토부스가 뭐가 다를까요? 핀과 피는 과거 포토부스는 귀여운 캐릭터와 스티커로 꾸며져 있어, 남자와 어른에게 진입장벽이 높았던 걸 떠올렸어요. 대신, 포토오토맷은 더 모던하고 유니섹스한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주고자 했죠. 그뿐 아니라, 모든 포토부스는 장소와 분위기에 맞춰 제작해요. 그래서 포토부스마다 디자인이 다르죠. 몇 가지 예를 들어 볼게요.


태국 디자이너 브랜드 WWA가 운영하는 카페 WWA x CHOOSELESS는 에까마이 지역 골목에 폐건물을 활용한 건축물로 유명해요. 해당 지점은 디자인과 건축에 관심 많은 고객들이 방문하죠. 그래서 이 곳에 있는 포토부스는 더 디자인에 힘을 썼어요. 깔끔한 철제 프레임에 각종 브랜드 스티커와 그래피티로 꾸며져 있죠. 사진은 딱 심플한 흰 배경의 네 컷으로 촬영돼요.



ⓒsculpture bkk


반면, 수쿰빗 31거리에 있는 영화 커뮤니티 공간 FICS(Film Inspired Coffee Shop)에 있는 포토부스는 공간과 어울리게 영화에서 영감 받은 디자인이에요. 영화 <아멜리에(Amélie)>에 등장하는 포토부스를 닮았어요. 청록색 프레임에, 영화표처럼 사진 귀퉁이가 찢어지도록 디자인했어요.



ⓒsculpture bkk



ⓒsculpture bkk


이처럼 스컬쳐를 하나의 예술품으로 바라보고 하나하나 디자인을 해요. 각 부스마다 개별 디자인을 입히기가 쉬운 일은 아닐텐데, 스컬쳐는 포토부스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설치할 매장과 토론을 해요. 어떤 컨셉을 원하는지, 그 매장은 어떤 캐릭터를 갖고 있는지 논의한 뒤, 디자인을 하죠.


그래서 포토오토맷은 임대 계약이 아닌, 100% 파트너십 계약으로 이루어져요. 그러고는 기성품 포토부스를 대여해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오로지 매장을 위한 원 앤 온리 포토부스를 만들어주죠. 여전히 포토오토맷 포토부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목수를 고용하고, 가구 기술자가 프레임을 맞추고, 모든 장비를 별도로 구입해 조립해요. 100% 맞춤 제작은 운영 면에서도 까다로워요. 주말에 고객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와중에, 부스가 고장이라도 나면 수리하기도 더 힘들죠. 그럼에도 이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어요. 포토부스가 한 공간의, 혹은 한 브랜드의 등용문 역할을 하기 때문이에요.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 보면, 더 많은 사람들을 해당 매장과 브랜드로 끌어들일 수 있어요. 사진을 찍으러 오라고 손짓하는 거죠. 그러기 위해선 조화가 가장 중요해요. 매장 컨셉이 나무 톤인데 중앙에 핑크색 포토부스가 놓인다고 생각해 보세요. 사람들이 ‘야, 이게 뭐야?’ 하겠죠. 조화와 적응만이 모든 걸 완벽하게 만듭니다.”

- 피, the matter 중



ⓒsculpture bkk



원초적 아이디어가 사업 확장의 청사진

런칭 후 3년 동안 스컬쳐는 빠른 속도로 브랜드를 확장했어요. 프랜차이즈 포토부스 브랜드 스냅 포토 서비스(SNAP Photo Service)부터 모자를 필두로 한 제품 브랜드 랜덤 스컬쳐 클럽(Random sculpture club) 그리고 드라이브 스루 포토부스까지. 


이러한 스컬쳐의 브랜드 확장은 모두 원초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어요. 스냅 포토 서비스는 사진이 아닌 부스 자체를 꾸민다는 아이디어, 랜덤 스컬쳐 클럽은 자판기로 패션을 판다는 아이디어,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접촉하지 않고 차에서 사진을 찍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험했죠.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 볼게요.


랜덤 스컬쳐 클럽은 2021년에 런칭한 제품 브랜드예요. 포토오토맷을 시작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싶었던 두 창업자는 ‘어떤 제품을 팔아야 사진을 찍을 때 사용할까?’를 고민했어요. 포토부스로와의 연결성을 가진 제품을 팔고 싶었던 거죠. 그렇게 나온 결론이 모자였어요. 그러고는 스컬쳐는 방콕의 복화 예술 문화 공간인 리도 커넥트 몰에 제품 자판기를 설치했어요.


모자는 디자인이 독특해요. 대표 제품 ‘더블 리드 캡(Double-Lid Cap)은 사진에 찍혔을 때 더 눈에 띄고, 재미있는 연출이 가능하게끔 마치 챙이 두 개 겹쳐진 것처럼 제작됐죠. 고객 반응은 1~2일 만에 매진이 될 정도로 좋았어요. 이후 모자뿐 아니라, 헤어 밴드, 필름 카메라, 포토 앨범, 스티커 등으로 제품을 확장했죠. 



ⓒrandom sculpture club



ⓒrandom sculpture club



ⓒrandom sculpture club


스냅 포토 서비스는 스컬쳐 방콕의 프랜차이즈라고 할 수 있어요. 2021년 10월 런칭했죠. 포토오토맷이 100% 맞춤제작 포토부스라면, 스냅 포토 서비스는 월 24,000바트(약 90만원)부터 시작하는 렌탈 부스 사업이에요.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죠.


스냅은 더 캐주얼한 방식으로 기존 포토부스를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어요. 스냅의 기성품 포토부스가 존재하고, 전면 프레임, 벽 상판, 커튼을 브랜드가 원하는 스티커나 색상으로 조립할 수 있거든요. 지금까지는 출력되는 사진의 프레임을 꾸몄다면, 스냅은 아예 부스 자체를 꾸밀 수 있게 만든 거예요. 스냅은 운영 또한 더 간편해요. 실시간으로 매출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고, 매달 새로운 사진 템플릿과 스티커를 추가해서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하죠.


비즈니스 모델로 보면, 스냅은 우리나라의 포토부스와 닮은 형태예요. 한국의 포토부스가 매달 새로운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한정판 템플릿을 만드는 것과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이죠. 스냅 역시 산리오부터 KFC, 심지어 부산까지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왔어요.



ⓒSnap Photo Service



ⓒSnap Photo Service



ⓒSnap Photo Service



ⓒSnap Photo Service


스컬쳐는 코로나19 팬데믹 역시 독특한 아이디어로 극복했어요.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자, 스컬쳐는 아예 밖으로 나오지 않고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죠. ‘드라이브 스루’ 포토 부스를 만든 거예요.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와 마찬가지로, 차를 타고 와서 차에 탄 채로 사진을 찍고, 다시 운전을 해 사진을 챙겨 나가는 서비스였죠. 팬데믹 기간에만 한정적으로 예약해 이용할 수 있었어요. 스컬쳐 드라이브 스루는 팬데믹이지만 포토부스를 이용하고 싶은 고객 외에도, 내 차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은 고객의 수요까지 품을 수 있었죠.



ⓒPea Trilertvichien


이렇게 새로운 시도들을 하면서 성장하던 2023년 10월의 어느 날, 스컬쳐는 시암스퀘어에 3주년 기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어요. 스컬쳐의 아이디어가 집합된 공간이었죠.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며 핀과 피는 이렇게 말했어요.


“스컬쳐는 단순히 사진 찍으러 오는 키오스크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새롭고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커뮤니티죠.”


플래그십 스토어는 마치 조형물을 전시해 놓은 갤러리 같아요. 가장 먼저 정중앙에 거대한 체리 케이크가 보이는데요. 3주년 기념 포토부스 ‘The Birthday Cake!’예요. 부스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케이크 시트 속에서 사진을 찍는 기분이에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이 외에도 갈색 목재로 장식된 클래식한 포토부스 ‘The classic + souvenir’, 패치워크 스타일의 데님 원단으로 장식한 ‘Denim on Denim’, 공중 전화 부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Telehoto Booth’, 현금인출기를 닮은 ‘Sticky ATM Machine’, 실제로 사진가가 촬영해주는 사진 스튜디오까지 총 여섯 개의 부스가 마련되어 있죠. 랜덤 스컬쳐 클럽의 제품은 물론, 촬영한 사진을 보관할 수 있는 포토 카드 케이스와 증명 사진 키링 등 다양한 굿즈도 판매하고요. 사진이라는 하나의 재료를 다양한 제품으로 확장한 거예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스컬쳐에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아이디어예요. 스컬쳐는 아이디어가 방콕을 발전시킨다고 믿어요. 실제로 스컬쳐는 회사를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전을 연 적도 있죠.


“우리가 좋아하는 일이 하나 있어요. 스컬쳐 방콕 아이디어 공모전이에요. 이 일을 통해 많은 회사들이 자신만의 포토부스를 디자인했죠. 우리가 봤을 때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하는 작은 경쟁이었어요. 사회를 발전시키는 경쟁이었죠. 나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태국 사회의 창의성을 촉진하는 경쟁이요.”

- 핀, 어반크리에이처 중


포토부스 하나로 이렇게 많은 일을 벌일 수 있다는 게 놀라워요. 두 창업자는 스컬쳐의 슬로건이 ‘We Do Thing’이라고 말해요. 스컬쳐의 사업에 정의를 내리지 않고, 이들이 하는 일 모두가 곧 스컬쳐의 일이라는 뜻이죠. 그리고 앞으로도 변화무쌍한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여요.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했거든요.


“우리는 많은 일을 겪었어요. 스컬쳐 방콕은 더 이상 포토부스가 아니에요. 앞으로는 실험 부스에 더 가까워질 거예요.”

- 핀, the matter 중



문화는 추억에서 시작된다

스컬쳐가 하는 일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포토부스 사업은 결국 ‘미래에 되돌아볼 추억’을 파는 일이에요. 더 카세트 뮤직 바가 ‘아네모이아’를 자극했다면, 포토부스는 실제로 존재했던 과거에 남겼던 추억을 불러일으키죠. 그런데 포토부스 그 자체도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예요. 


90년대에 태어난 방콕 사람이라면 누구나 포토부스에 추억을 가지고 있어요. 어린 시절, 방콕의 거의 모든 백화점에는 사진 키오스크가 있었거든요.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고, 포토부스 사업은 하나 둘 사라졌죠. 비록 포토부스는 방콕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지만, 그래도 90년대생들은 과거의 추억을 갖고 있기에 포토부스가 낯설지 않았어요. 사업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았던 거죠.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진은 인생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기념품으로 남기는 일이죠. 추억을 보관하는 방법이에요. 제가 하는 일은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색다른 방법을 제공하는 겁니다. 태국 사람들에게도 포토부스는 완전히 새로운 게 아니에요. 그래서 고객과 관계를 만드는 게 어렵지 않았어요.”

- 핀, BK 중


스컬쳐는 ‘추억’이라는 소재를 현명하게 활용해요. 스컬쳐의 사진은 철저히 디지털과 반대되는 아날로그 형식이에요. 일부러 색상이 왜곡되거나 다소 흐릿한, 품질이 낮은 필름 사진을 프린트해요. 또, 사진을 찍는 게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는 ‘커튼’이라는 좋은 아날로그 칸막이를 제공하죠.


“나는 사진 작가이지만, 사진을 찍거나 찍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포토부스는 내가 주변의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을 자유를 줍니다. 당신이 커튼 뒤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어떤 포즈를 취해야 하는지 아무도 강요하지 않아요. 커튼 뒤에서 추억을 만들기만 하면 됩니다.”

- 핀, BK 중


포토부스는 다시 방콕의 트렌드가 됐어요. 실제로 스컬쳐 런칭 후, 2022년 기준 방콕에는 20개가 넘는 포토부스 브랜드가 생겼죠. 같은 해 방콕의 포토부스 사업 성장률은 전년 대비 150%를 기록했어요. 핀과 피는 이 트렌드가 SNS 문화와도 타이밍이 맞아 떨어졌다고 분석해요.


“스컬쳐 방콕을 오픈했을 때, 돈을 내서 친구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우리는 그 맥락을 만들었죠. 아마 10대들에겐 반가운 소식이었을 거예요.”

- 핀, the matter 중


핀의 말처럼, 스컬쳐는 단순히 사업을 전개하는 게 아닌 ‘문화’를 만들고자 해요. 예술을 전공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핀은 문화가 되어야지만 더 큰 확장이 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죠.


“포토부스를 태국 사회의 문화로 만들어서, 사람들과 영원히 함께 하고 싶어요. 잠시 붐을 일으키다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요. 태국처럼 포토부스에 긴 줄을 서는 나라는 없어요. 우리의 목표는 그 줄을 없애고, 포토부스가 당연한 도시 문화를 만드는 거죠.”

- 핀, 어반크리에이처 중


문화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스컬쳐는 계속 영역을 넓히고 있어요. 2024년 1월 기준, 15개의 스컬쳐 포토부스, 5개의 스냅 부스를 갖고 있죠. 방콕 도시 안에서 점점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이에요.



ⓒsculpture bkk



ⓒsculpture bkk


방콕의 포토부스 열풍은 글로벌 트렌드와도 맞물려요. 포토부스는 전 세계에서 확장세를 보이죠. 2023년 라스베거스에서 열린 포토부스 엑스포에 따르면, 전세계 포토부스 시장은 2024년까지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돼요. 지난 5년간 매년 약 11%씩 성장한 결과죠.


특히 해외에서는 결혼식장에 웨딩 포토부스를 설치하는 게 유행인데요. 스컬쳐 방콕 역시 그 유행을 놓치지 않고 웨딩 프로그램 ‘스컬쳐 러브’를 운영 중이에요. 또한 이제는 방콕의 쇼핑몰, 백화점, 영화관, 그리고 백화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포토부스를 만나볼 수 있어요. 스컬쳐가 기존의 문화 속에 자연스레 흡수되면서 새로운 문화를 더하고 있는 거예요.



ⓒsculpture bkk



사진이 아니라 즐거움을 찍는다

사진은 결국 ‘추억’이에요. 추억을 뒷받침하는 감정은 ‘즐거움’이고요. 핀과 피가 팔고 싶었던 건 사진 이전에 그 즐거움이었죠.


“스컬쳐는 그냥 포토존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이 곳을 추억이 만들어지는 장소로 만들고 싶어요. 모두를 위한 즐거움을 창조하는 거죠. 부스 뒤에 앉아 고객들이 사진 찍는 소리를 들었던 적이 있어요. 우리는 웃음소리를 들었어요. 웃긴 내 얼굴 좀 보라며 말하는 소리를 들었고요. 친구들이 서로 재미있게 장난치는 소리도 들었죠. 그들이 만족하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 느낌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요.”

- 피, 어반크리에이처 중


핀은 일을 할 때 역시 ‘즐거움’과 ‘재미’를 원동력 삼아요. 비록 방콕에서 처음으로 포토부스 사업을 벌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사진 찍는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는 만큼 핀 역시 재미있다고 해요.


“사람들이 스컬쳐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너무 재미있어요. 특히 새 부스를 오픈한 날이면 더 그렇죠. 사람들이 놀러와서 사진을 찍고 SNS에 공유하면, 제 피드에도 만족스러운 그림이 펼쳐져요. 계속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죠.”

- 핀, the matter 중


돈으로 즐거움이란 감정을 살 수는 없어요. 하지만, 친구들과 부스 안에서 함께 웃을 수 있는 그 순간은 살 수 있어요. 재미와 추억을 우선시하는 스컬쳐의 마음이 빛바래지만 않는다면, 스컬쳐가 방콕에 만들어나갈 문화가 빛을 발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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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스컬쳐 방콕 공식 홈페이지

 Sculpture Bangkok ฉลอง 3 ปีกับแฟล็กชิปสโตร์แห่งแรกที่เหล่าคนเก๋ไม่ควรพลาด!, VOGUE

 Modern photo automats: childhood memories re-imagined, omise

 Bangkok’s newest old fad? Photo booths. Find them here., COCONUTS

 Everyone is going absolutely crazy for these old-school photo booths, 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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