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20~30대가 많아졌어요. 요즘에는 ‘디카 열풍’이 불고 있기도 하고요. 스마트폰이 카메라를 대체한 요즘, 카메라는 어떤 이유로 다시 트렌드가 된 것일까요?
특히 Z세대에게 필름 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는 사진기의 기능보다는 고유한 감성이 가치를 가져요. 옛것을 새롭게 즐기는 ‘뉴트로(New+Retro)’의 일종이죠. 스마트폰으로 찍는 선명한 사진보다 디지털 카메라의 저화질 사진이, 필터를 끼운 듯한 필름 사진이 젊은 세대에게 더 새롭게 다가오는 거예요.
그런데 대만에는 이 유행이 감지되기 훨씬 이전인 2011년부터 필름 카메라를 소재로 운영 중인 브랜드가 있어요. ‘스냅 사진’에서 이름을 딴 ‘스냅(SNAPPP)’이에요. 스냅은 필름이 트렌드는 커녕 오히려 사양 산업에 접어들던 시기에 이 업계에 진입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명실상부한 필름 마니아들의 성지이자 Z세대의 놀이터가 되었죠. 이는 단순히 트렌드를 잘 만나서가 아니라, 그간 필름을 소재로 트렌드를 이끌어 왔기 때문이에요. 스냅은 과연 저물어 가던 필름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심폐소생하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낸 것일까요?
스냅 미리보기
• 작은 수요라도 독보적이라면 승산이 있다
• 오래된 아이템으로 트렌드를 만드는 방법
• 재화를 넘어 문화를 만드는 이유
• 크리에이터의 성장을 응원하는 가게의 진심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필름 회사 코닥이, 2020년 제약 회사가 된 사실, 알고 계셨나요? 2012년, 필름 업계 최강자로 군림해 있던 코닥은 파산보호를 신청했어요. 필름 시장이 무너지며 나타난 결과죠. 그 뒤로 코닥은 생존을 위한 여러가지 시도를 계속해왔어요. 2015년에는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2020년에는 제약 사업에 뛰어들었죠. 코닥이 제약사로 전환하자, 주가는 하루 만에 318% 폭등하기도 했어요.
코닥과 함께 필름 업계 최강자 자리를 다투던 후지필름 역시 상황은 비슷해요. 필름이 사양 산업이 되자, 후지필름은 일찌감치 신사업에 뛰어들었어요. 2006년부터 헬스케어, 화장품 시장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죠. 2021년 3월 기준, 후지필름은 헬스케어와 반도체 소재 관련 사업이 매출의 48% 이상을 담당해요. 반면, 카메라 관련 사업 매출 비중은 13%에 그치죠.
이렇게 필름 시장은 무너지는 걸까요? 일류 기업들이 모두 등을 돌렸지만, 놀랍게도 필름 카메라는 2020년 이후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어요. Y2K, 레트로 트렌드와 함께 일회용 필름 카메라나 폴라로이드 등이 2030 사이에서 다시금 인기를 얻게 됐어요. G마켓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필름 카메라 매출이 2017년 대비 158%나 성장했다고 해요.
필름 카메라에 이어 ‘똑딱이 카메라’라고 불리는 디지털 카메라도 다시 인기를 얻었어요. 니콘은 레트로 트렌드를 겨냥한 미러리스 디지털 카메라 ‘Zf’를 2023년 10월에 출시했어요.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니콘의 필름 카메라 FM2의 디자인을 계승한 제품이죠. 후지필름도 2024년 2월 클래식한 성능과 디자인으로 레트로 열풍을 일으켰던 디지털 카메라 ‘X100V’의 후속작 ‘X100VI’를 공개했죠. 멈춰 있던 필름과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다시 숨쉬기 시작했어요.
ⓒ니콘이미징코리아
ⓒ후지필름
필름 카메라 유행이 다시 시작되리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요? 그런데 이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에요. 대만에는 2011년부터 남들보다 빨리 필름 카메라 문화를 만들고, 필름 카메라의 부흥을 이끈 가게가 있거든요. 타이베이에 있는 필름 카메라 상점이자 현상소인 ‘스냅(SNAPPP)’이에요. 스냅은 어쩌다 필름 카메라 시장을 발견하고, 필름 매니아들이 찾아가는 성지가 됐을까요?
작은 수요라도 독보적이라면 승산이 있다
스냅은 타이베이의 대표적인 필름 카메라 취급 브랜드예요. 필름 카메라 및 필름을 판매하고, 이미지북을 제작하거나 사진을 인화하는 등 필름과 관련된 일은 모두 하죠. 지금은 여행객이나 현지인 할 것 없이 필름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찾아가는 필름 성지가 되었어요.
스냅(SNAPPP)의 이름은 스냅 사진과 거리 사진을 뜻하는 ‘Snap’에서 따왔어요. 캐주얼하고 직관적인 사진 촬영 방식을 표방해요. 단어 끝에 겹쳐진 ‘P’는 사진 속의 잔상을 표현함과 동시에 스냅샷의 속도감을 상징하고요.
놀랍게도, 스냅은 2011년 시작됐어요. 코닥이 파산보호 신청을 하기 직전 해이니, 필름 시장이 이미 무너지고 있을 때 말이에요. 어쩌다가 스냅은 사양 산업 속으로 겁 없이 진입하게 된 걸까요?
스냅의 설립자 장 젠즈웨이(Zhang Jianzhiwei)는 어렸을 때부터 필름 카메라를 좋아했어요. 처음으로 필름 카메라를 접했던 건 초등학교 졸업 이후였죠.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갔다가 반 친구들이 자고 있는 모습을 찍은 게 그의 첫 사진이었어요. 이후 필름 카메라의 매력에 빠진 젠즈웨이는 당시 유행했던 로모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고 다녔어요.
20대 후반이 된 젠즈웨이는 본업으로 백화점 사업을 하면서 자신이 좋아했던 필름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요. 때는 2011년, 첫 시작은 필름 사진 매거진이었죠. 매거진을 만든다고 하자, 주변 친구들이 자신의 사진을 싣고 싶어했어요. 이 모습에 흥미를 느낀 젠즈웨이는 누구나 사진을 제출할 수 있는 특별한 매거진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하죠.
그렇게 완성된 스냅 매거진은 글은 최소화하고, 모든 걸 이미지를 통해 설명해요. 사람들이 제출한 사진 작품을 심사할 때는 현상한 사진을 바닥에 내려놓고 한 장씩 살펴보죠. 각 호에는 약 700~800장, 많게는 수천 장의 사진이 실려요. 스냅의 도전적인 포토 매거진은 매니아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고, 결국 대만 최대 규모 서점 중 하나인 성품서점(誠品書店‧Eslite Bookstore)에도 입점하며, 스냅은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어요.
ⓒSNAP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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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 매거진은 2011년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발행되다가, 38호를 마지막으로 중단됐어요. 매거진을 발행하는 데 호당 인쇄 비용만 80만 위안(약 3천4백만원)이 들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들었죠. 젠즈웨이는 잡지 사업을 접고, 오프라인 매장에 전념했죠.
그러던 중,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스냅 매거진의 대규모 개정이 계획되어 있다는 소식이 들려와요. 이번에 젠즈웨이는 아예 매거진의 포지션을 ‘고가치 상품’으로 잡았죠. 스냅 개정판은 분기별로 발행되며, 약 160페이지로 구성될 예정이에요. 1년 구독료는 4권에 2,552 위안(약 약11만원)이에요. 이 가격에는 이유가 있어요. 젠즈웨이는 스냅 매거진을 통해 대만 출판계에 혁신을 불러 일으키고자 했어요.
“비난하기는 쉽지만 변화하기는 어렵습니다. (…) 뉴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문화’입니다. 그리고 잡지는 단순히 제품 소개와 트렌드 분석이 아닌 ‘생활 태도’를 판매하는 출판물입니다. 그래서 스냅은 혁명을 일으키고 있으며 가격은 매우 비쌉니다. 우리는 대만 출판물도 NT$638(약 2만7천원)의 가격과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 장 젠즈웨이, 공식 홈페이지
매거진으로 혁신을 일으키겠다는 스냅의 포부는 허황된 꿈이 아니에요. 스냅은 2013년 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시작한 뒤 10년 넘는 세월 동안 필름 카메라 업계에서 단단한 입지를 다졌거든요.
2000년 이후, 디지털화의 물결 속에서 필름 카메라 시장은 무너지기 시작해 2010년경 몰락하다시피 했죠. 다들 필름 카메라 시장에서 떠나갈 이 시기, 장 젠즈웨이는 오히려 다르게 생각했어요. 아무도 필름 시장에 참여하지 않을 때를 오히려 활용해 보자고요. 마침 스냅 매거진을 통해 필름 관련 문의를 해오는 독자들도 많아지고 있었어요. 매장을 차린다면 필름 업계의 ‘온리 원’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실제로 스냅은 필름 사진가들이 찾아올 수밖에 없는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매장 내 스캐닝 서비스로 카메라와 필름을 판매할 뿐 아니라 필름 현상까지 도왔죠. 물론, 일반 사진 현상소와 다른 점이 있었어요. 당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후지필름의 필름 스캐너 ‘크리에이터 시스템’을 도입했거든요. 이 스캐너를 사용하면 일반 현상과 달리 사진가가 원하는 느낌으로 현상이 가능했죠.
뿐만 아니라 대만에서 처음으로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현상 서비스를 도입한 스튜디오였어요. 전통적인 사진 스튜디오에서는 여전히 현상한 사진 파일을 CD로 제공했던 시절이었어요. 스냅은 대신 온라인 클라우드를 사용했죠. 스캔 내용은 고객에게 이메일로 전달해, 편리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했어요. 심지어 지금은 매장에 방문하지 않아도 현상이 가능한 메일 현상 서비스도 운영 중이에요. 스캔할 필름, 문서, 금액을 매장으로 동봉해 보내면 이메일로 사진 파일을 받아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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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아이템으로 트렌드를 만드는 방법
스냅은 매니아들만 알고 있는 가게가 아니에요. 지금은 2030 사이에서 ‘레트로한 소품샵’으로도 소문이 나 있죠. 스냅이 트렌디한 필름 브랜드로 거듭나기까지 어떤 전략이 숨어 있을까요?
스냅 매장에서 느낄 수 있는 빈티지하고 아늑한 감성이 단연 첫 번째 전략일 거예요. 스냅은 현재 총 4개의 오프라인 매장이 있어요. 신의구(Xinyi District)에 있는 본점, 다퉁구(Datong District)에 있는 AKA 레드 스토어, 다안구(Da’an District)에 있는 MOD 지점, 그리고 츠펑 거리(Chifeng St)에 있는 네컷 사진관 ‘스냅X스마일(SNAPPP x SMILE)’ 매장이에요.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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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플래그십 격인 MOD 지점을 한 번 볼게요. 매장 문을 열자 오래된 골동품 가게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오래된 카메라나 필름 제품 뿐 아니라 빈티지 장난감, 언제 찍혔는지 모를 사진 엽서들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었죠. 필름이라는 ‘향수’에 물씬 젖게 되는 풍경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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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하고 레트로한 가게 풍경에는 다 이유가 있었어요. 창업자 장 젠즈웨이에게 필름 카메라는 ‘우아한 로맨스’라고 하죠.
“필름 카메라는 아직 디지털 카메라에 비해 가격이 매우 저렴하면서도, 더 큰 재미를 주죠. 때문에 기술적 측면이나 존재감 면에서 필름 카메라는 앞으로도 살아남을 거예요. 필름을 바이닐이나 카세트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죠. ‘복고풍의 즐거움’입니다. ‘존재’ 자체로 재밌는 거예요. (…) 필름 사진은 저에게 우아한 로맨스예요.”
- 장 젠즈웨이, 500times
스냅의 매장은 ‘우아한 로맨스’를 인테리어로 구현해 놓은 모습이에요. 각 필름이나 카메라마다 손글씨로 추천 문구를 적어 놓은 모습이 마치 독립서점 같기도 해요. 필름 카메라의 가장 큰 특징인 ‘손길’과 ‘아날로그’의 향기가 물씬 풍기도록 재현해 놓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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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 점은 필름 카메라 세대 뿐만 아니라, 필름 카메라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도 ‘아네모이아(Anemoia)’를 자극해요. 경험해보지 않은 시대에 대한 그리움마저 느끼게 하는 힘으로 필름 카메라의 매력을 젊은 세대에도 전파하고 있죠.
MOD 지점이 필름 카메라 애호가나 입문자들을 위한 매장이었다면, 필름 카메라를 하나의 ‘놀이거리’로 재해석해 더 대중적인 고객층을 겨냥한 매장도 있어요. 어찌 보면 필름 카메라의 대체재, 또는 대척점에 있는 듯한 포토부스가 있는 매장이에요. 2023년 6월, 스냅은 타이베이의 카페 거리, 츠펑 거리에 한국형 네 컷 사진 부스를 운영하는 업체 ‘스마일(SMILE)’과 협업해 매장을 오픈했어요. 스냅은 어떻게 이 매장에서 필름 카메라 문화를 전파하고 있을까요?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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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네 컷 사진관인데, 독특한 점이 있어요. 이 곳에서는 필름 카메라를 소품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카메라가 꼭 사진을 찍는 도구가 아닌, ‘찍히는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전해요. 이를 통해 필름 카메라를 많이 접해 보지 않은 MZ 세대에게 필름 카메라가 더 친숙하게 느껴지겠죠.
스냅X스마일 매장에 들어가 있으면, 필름 카메라가 하나의 장난감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필름 카메라를 통해 재미 요소를 만들어두었기 때문이에요. 즉석에서 카메라를 구매할 수 있는 카메라 자판기, 랜덤으로 필름을 뽑을 수 있는 필름 가챠 등, 필름 카메라를 하나의 ‘즐길 거리’로 만들었어요.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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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스냅에서 자체 제작한 필름 스타일의 네컷 사진 부스도 있어요. 필름 데이트(Film Date)라고 이름 붙은 이 부스는, MOD점을 거쳐 현재(2024년 3월 기준)는 본점에 세워져 있죠. 이 부스의 독특한 점은 필름 전문 브랜드답게 각 필름사별 효과 필터를 사진에 씌울 수 있다는 거예요. 코닥, 후지, 일포드, 아그파 중 하나의 필터를 선택하면 정말 해당 필름으로 찍은 사진처럼 프린팅되죠. 코닥은 노란빛이 도는 따뜻한 색감, 후지는 푸른빛의 청량한 색감, 일포드는 흑백, 아그파는 부드럽고 차분한 색감으로 표현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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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AP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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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필터를 정한 뒤에는 디자인 프레임을 정할 수 있어요. 순수24, 선에그(Sun Egg), 러브레터1/2, 문서27, 로드웨이브, 안녕, 청춘24, 네거티브 특별 프레임 등 다양한 프레임이 있어요. 모두 이름이 독특하죠? 사실 이 프레임들은 스냅에서 직접 제작한 필름을 모티브로 했거든요.
스냅은 이제 다른 브랜드의 필름을 판매하는 데에서 나아가, 직접 필름 제작해요. 2020년 대만의 맥주 브랜드 순마이(SUNMAI·金色三麥)와 협업해 컬래버레이션 필름과 맥주를 함께 출시했죠. 스냅은 직접 필름까지 만들며 필름 브랜드로서의 신뢰성과 아이덴티티를 더 확고히 했어요.
몇 가지 살펴볼까요? ‘러브레터 1/2’은 필름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필름 촬영을 위해 애쓰고 있는 이들을 위한 러브레터라는 의미예요. 레드와 블루의 발랄한 컬러톤으로 촬영되는 게 특징이죠. 필름 스캐너와 설정에 따라서 다른 컬러톤이 나타나는, 효과 필름이에요.
ⓒSNAP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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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24’는 처음 카메라를 들고 설렘 가득했던 때를 떠올리며, 셔터마다 순수하게 촬영을 즐겼던 초심을 잊지 말라는 마음에서 제작된 필름이에요. 감도가 400도인 필름으로, 입자감이 좋고 색상이 밝은 게 특징이죠. 과장된 색조 없이 눈으로 보는 세상을 완벽하게 포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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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과 순마이는 각 필름에 어울리는 술도 함께 출시해 판매했어요. 러브레터 1/2에는 포도를 주 원료로 하는 포도맥주, 순수24에는 가벼운 과일 몰트에 핑크 페퍼를 더한 퓨어 피치맥주를 세트로 출시했죠.
재화를 넘어 문화를 만드는 이유
매거진과 서비스로 매니아를 끌어들이고, 즐길 거리를 만들어 대중을 끌어들이고, 직접 필름을 제작해 전문성까지 갖추게 된 스냅. 스냅은 그렇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필름 문화를 타이베이에 퍼트리고 있어요. 카메라와 필름이라는 재화를 넘어, 문화를 만들고 있는 거죠.
문화를 만드는 데 가장 도움 되는 일은 각 분야에 스냅을 퍼트리는 거예요. 스냅이 맥주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F&B에 발을 들였듯이요.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이름을 퍼트리는 일은 스냅의 주특기예요.
2021년, 스냅은 다시 한 번 F&B 브랜드와 협업했어요. 대만의 맛집 ‘엉클 와이 푸드(UNCLE Y FOOD·刺青大叔的料理屋)’와 함께 다통구에서 팝업스토어를 오픈했어요. 엉클 와이 푸드는 대만 현지 재료, 제철 재료를 통해 대만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지중해 식단을 만들기로 유명하죠.
스냅과의 팝업스토어에서 엉클 와이 푸드는 직접 개발한 필름 컨셉의 메뉴를 선보였어요. 코닥의 필름을 커피화한 ‘코닥 골든 윈드 커피’, 후지의 필름을 음료화한 ‘후지 말차 에이지 밀크’, 스냅의 자체 제작 필름 ‘서니 사이드 업(Sunny-side up)’을 테마로 한 치즈 케이크가 그 주인공이었죠.
ⓒSNAP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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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은 ‘식(食)’ 경험 다음으로 ‘의(衣)’ 경험을 만들어요. 2023년, 캐릭터 브랜드 ‘얼웨이스 존(Always John)’과 함께 컬래버레이션 의류, 카메라, 키링 등의 굿즈를 제작했죠. 얼웨이스 존은 일본의 일러스트 오피스 ‘시바찬 도쿄(SHIBACHAN TOKYO)’에서 태어난 캐릭터 ‘스케이터 존(Skater John)’의 확장 IP예요. 스케이트보드, 서핑, 힙합을 즐기는 뉴욕 강아지예요. 한국에서도 케이스티파이 핸드폰 케이스로 유명세가 있죠.
스냅은 얼웨이스 존과의 협업으로 패션 업계에 진출했어요. 대만 타이난의 잡화점 로프티스(Loftice)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고, 스냅x스마일 매장에서는 컬래버레이션 네컷 프레임도 출시했어요. 얼웨이스 존이 그려진 스냅의 필름 카메라는 여전히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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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은 여러 분야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필름 문화를 더 넓은 세계로 퍼트렸어요. 그 다음엔 무슨 일이 필요할까요?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류의 장,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해요.
스냅은 일찍이 필름 사진가들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왔어요. 2018년 필름 아이(Film Eye·即可拍大賽) 사진 공모전을 주최해 입문자부터 기술자까지 두루 모일 수 있는 경험의 기회를 제공했죠. 필름 아이 사진 공모전은 후지필름의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이용한 공모전이에요. 연령, 성별, 국적 관계 없이 사진 제출이 가능하고, 대상 1명에게는 여행 항공권, 필름 카메라, 필름 등의 상품이 제공되죠.
2021년 팬데믹 동안에는 스냅의 10주년을 맞아, 집에서 참여할 수 있는 사진 콘테스트 ‘필름 앳 홈(Film at Home·不出門寫真大賽)’ 공모전을 주최했어요. 팬데믹 동안에도 필름에 대한 열정을 되살리고, 집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도 필름 촬영을 즐길 수 있도록 격려하는 행사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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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은 공모전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필름인들이 모일 수 있는 페스티벌도 개최해요. 2023년 5월, 타이베이 현대미술관(MoCA TAIPEI)에서는 필름 데이트 페스티벌이 열렸죠. 스냅에서 기획한 필름 및 사진을 판매하고, 사진가들이 교류하는 축제의 장이었어요. 필름 마켓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고, 사진 작가 30인의 원작 및 사진 앨범이 현장 판매됐어요. 스냅에서 제작한 필름 단편 영화 <Film Date>가 공개되기도 했죠.
스냅은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필름인들이 모이는 ‘광장’이 되고자 해요. 공식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사진가들의 인터뷰가 실린 콘텐츠가 꾸준히 업로드 되고, 오프라인에서 역시 사진가들이 모일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열어요. 필름이 이렇게 문화 교류의 장이 되고자 하는 이유는, 예술가들을 서포트해야 한다는 장 젠즈웨이의 목표 때문이에요.
“한 번은 일본인 사진 작가와 함께 작업하기 위해 해외로 나갔습니다. 여행 동안 여러 명의 외국 사진가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들과 달리, 대만의 환경은 매우 비경쟁적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때 예술가들의 서포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 장 젠즈웨이, poiema
ⓒSNAP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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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의 성장을 응원하는 가게의 진심
스냅이 필름 카메라를 소재로 트렌드와 문화를 이끄는 이유는 모두 ‘예술가를 서포트하기 위해서’인 듯해요. 스냅은 필름 카메라를 처음 접하는 입문자부터 자신만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는 예술가까지 그들의 사진 여정에 함께 하는 브랜드가 되고자 하죠.
특히 창업자 젠즈웨이는 어린 시절부터 스냅에 들락날락하며 필름 카메라에 접했던 고객들이, 자신만의 크리에이티브를 성장시켜나갈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해요.
“저희 매장에는 고등학생 때부터 오신 분들이 많아요. 그들에게 점점 사진 찍는 습관이 생겨갔죠. 저는 이 젊은 예술가들을 유치원생 때부터 서포트할 수 있는 창작 파트너가 되고 싶습니다. 독창적인 열망을 가진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길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요.
과거에 스냅 매장은 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주유소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스냅이 그들의 제 3의 집이 되기를 바랍니다.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고, 주저 없이 이야기하고 질문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항상 머무는 곳이요.”
- 장 젠즈웨이, poiema
젠즈웨이의 바람처럼, 스냅은 이제 대만 필름 사진가들의 ‘제 3의 집’이 되어가고 있어요. 재료가 필요할 땐 매장에 들러서 구매하고, 사진을 찍어 현상을 맡기고, 매장에 모인 다른 사진가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곳. 바로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젠즈웨이는 죽어 가는 필름 시장에 용기 있게 진입할 수 있었을 거예요. 꿈을 위한 도전에 겁은 사치일 뿐이니까요.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