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껍질과 모자이크 작품, 둘의 연결고리를 만든 절대 미감

소나이트

2024.02.01

갈색 제품을 주문했는데, 초록색 제품이 왔어요. 당장 반품을 해도 이상하지 않지만, 결국 초록색 제품을 쓸 수밖에 없어요. 심지어 글로벌 5성급 호텔도 예외는 아니죠.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을 가능하게 하는 건 ‘소나이트(Sonite)’. 도대체 어떤 제품이길래 주문한 제품과 다른 제품이 와도 고객이 양보해야 하는 걸까요?


소나이트는 쌀 껍질 같은 농산 폐기물로 코스터, 그릇, 컵 등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브랜드예요. 폐기물로 제품을 제작하기 때문에 폐기물에 따라서 수급이 달라져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못 보내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그렇다면 대체할 수 있는 제품들이 많을텐데, 글로벌 5성급 호텔들은 왜 소나이트 제품을 선택할까요?


소나이트가 ‘친환경적인 럭셔리’라는 이미지를 입혀주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고객을 설득할 정도로 경쟁력을 가진 소나이트의 시작은 우연한 계기에서 시작됐어요. 대표가 프랑스 여행에서 본 모자이크 작품으로부터요. 그렇다면 모자이크 그림과 업사이클링 제품, 둘 사이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요?


소나이트 미리보기

 #1. 모자이크에서 시작된 변화의 계기

 #2.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3가지 기준

 #3. 지속가능성은 전세계 전 산업의 공통분모

 태국의 대표 브랜드가 아닌 대표적인 ‘그린 브랜드’로




지금 방콕에서는 업사이클링 열풍이 불고 있어요! 2022년 2월, 리서치 기업 라쿠텐 인사이트의 설문에 따르면, 태국인 응답자 중 약 76.3%가 지속가능성 제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거라고 답했어요. 또, 태국인의 약 61.7%는 이미 제품을 구매할 때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고 하죠. 방콕의 아이코닉한 쇼핑몰, 아이콘시암이 업사이클링 트렌드를 그냥 놓칠 리 없어요. 그래서 아이콘시암에 가면 태국의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여럿 만날 수 있는데요. 그중에서 흥미로운 곳들을 소개할게요. 


첫 번째 브랜드는 오래된 옷으로 새 옷과 가방을 만드는 브랜드, ‘ftttbkk’예요. ‘fttt’는 ‘쓰레기에서 보물로(From Trash To Treasure)’라는 뜻이에요. fttt는 이름 그대로 버려진 옷이나 낡은 티셔츠를 오려 붙여 새 원피스로 만들거나, 스트릿 패션 스타일의 헌옷을 조합해 사코슈백 등의 아이템으로 재탄생시키죠. 그래서 모든 제품은 세상에 하나뿐인 ‘원 앤 온리(One and Only)’예요. fttt는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와, 스트릿 패션을 좋아하는 패션 매니아들의 수요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어요.



ⓒftttbkk


종이로 꽃병을 만드는 브랜드 ‘103 페이퍼’ 역시 눈에 띄어요. 103 페이퍼는 친환경과 수공예품에 대한 수요를 동시에 충족시켰죠. 103 페이퍼는 창업자가 학창 시절부터 조형과 점토를 공부해, ‘자연을 완전히 자연으로 되돌린다’는 철학을 구현한 브랜드예요. 나무에서 만들어진 종이를 화병으로 만들고, 다시 그 화병이 폐지가 되면 ‘페이퍼 클레이’ 형태의 흙으로 바뀌죠. 103 페이퍼는 파리 디자인 위크, 밀라노 디자인 위크 등에 참여하면서 디자인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어요.



ⓒ103 PAPER


다음은 ‘FEEMUE’. 일본 디자이너 후지 테이트 P(Fuji Tate P)가 설립한 브랜드로 쌀 포대 자루를 가방으로 만들어요. FEEMUE은 태국 슬럼가의 여성을 채용해, 환경 문제와 일자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어요. FEEMUE의 슬로건은 ‘태국 최대 빈민가 지역 클롱 토에이(Klong Toey)에서 제안하는 라이프 스타일’이에요. 클롱 토에이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를 통해, 이들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어요. 2017년, 일본 굿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어요.



ⓒFEEMUE


아이콘시암에서 볼 수 있었던 업사이클링 제품 중에는 익숙한 브랜드도 있었어요. 29CM 등 한국의 각종 편집샵에도 입점해 있는 소나이트 데코(Sonite Decor)였죠. 소나이트 데코는  벽이나 테이블의 표면을 만드는 표면 생산 기업인 ‘소나이트(Sonite)’가 2019년 론칭한 업사이클링 제품 브랜드예요.



ⓒSonite


소나이트 데코는 일본의 굿 디자인 어워드와 태국의 DEmark 어워드를 각각 8번씩이나 수상할 정도로, 디자인적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소나이트 데코는 쌀 껍질 등 농산물에서 나오는 폐기물로 코스터, 그릇, 컵 등을 만드는데요. 어떻게 쌀 껍질로 디자인 어워드를 휩쓸 정도로 아름다운 제품을 디자인했을까요? 창업가이자 디렉터인 니티판 다라카난다(Nithiphan Darakananda)를 직접 인터뷰했어요.



ⓒSonite



#1. 모자이크에서 시작된 변화의 계기

소나이트의 시작은 50년 된 가족 사업이었어요. 창업가 니티판 다라카난다(Nithiphan Darakananda)의 가족은 직물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죠. 공장 가족의 2세 니티판은 사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끼게 돼요. 시대가 바뀌면서 태국의 노동 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이었어요. 앞으로 직물 사업만으로는 이익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죠.


그렇다고 40년~50년을 함께 한 공장 직원들을 내보낼 수도 없는 일이었어요. 그야말로 한 시대를 같이 하며 식구가 된 직원들이었으니까요. 니티판은 고민에 빠졌어요. 니티판의 전문 분야는 화학이었기 때문에, 경영적으로 무얼 개선해야 할지 알 수 없었죠. 그럼에도 해볼 수 있는 일은, 가장 먼저 공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거였어요.


“어떻게 새로운 일에 접근할지 고민했어요. 먼저, 공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최우선이었죠. 작은 엔지니어링 부서를 만들어서 우리만의 부품과 장비, 기계를 만들었어요.”

- 니티판 다라카난다,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이하 니티판 다라카난다)


니티판은 새로운 장비를 통해, 생산 품목을 확대했어요. 직물 공장에서 셔츠 외에도 취미 생활에 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제품까지 만들게 됐죠. 이때까지만 해도 니티판의 전략은 품목만 늘렸을 뿐, 뾰족한 컨셉이나 뚜렷한 시그니쳐 제품이 있는 건 아니었어요. 그러던 중, 니티판이 프랑스로 여행을 갔을 때였어요. 사크레쾨르 대성당에 방문한 그는, 성당의 모자이크 장식에 압도됐죠. 이 ‘모자이크’라는 품목을 발견하면서 니티판의 공장은 지금의 ‘소나이트’로 거듭나기 시작했어요.


“모자이크가 정말 아름다웠어요. 그 때부터 모자이크를 왜 더 이상 아무도 만들지 않는지 궁금했죠. 어렵고, 무겁고, 돈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서 모자이크를 만드는 사람이 줄어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저희 공장에서는 이미 공예와 취미 생활 제품을 만들 때 모자이크를 사용하고 있었죠. 모자이크를 더 잘 활용하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 니티판 다라카난다


니티판은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모자이크를 활용한 벽이나 바닥의 표면 등을 연구 개발했어요. 차별적 포인트를 개발하는 작업은 흥미로웠죠. 그런데 이미 벌려놓은 사업에서 문제가 하나 생겼어요. 품목을 늘리다보니 자연스레 공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이 많아졌고, 니티판은 그 폐기물을 해결할 방법을 고민했어요. 해결법은 폐기물로 또 하나의 품목을 만드는 거였어요. 소나이트의 경쟁력이 표면 생산에 있으니, 니티판은 폐기물을 통해 테이블 상판을 만들기로 결심하죠.



소나이트가 담당한 아이콘 시암의 화이트 플레이트 벽면. ⓒSonite



소나이트의 모자이크로 꾸며진 메이슨 컬렉션의 쇼룸. ⓒSonite


제품 카테고리를 넓히고, 모자이크 방식을 접목하고, 폐기물을 이용한 테이블 상판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 이 세 가지 상황이 맞물려 2007년, 지금의 소나이트가 새롭게 설립됐어요. 소나이트는 단단한 표면이란 뜻의 ‘Solid Surface’와 화강암이란 뜻의 ‘Granite’를 합쳐 만든 이름이에요. 그렇게 소나이트를 론칭한 후, ‘모자이크’, ‘재활용’, ‘표면 사업’이라는 포인트를 가진 소나이트를 보고 한 교수가 찾아왔어요. 그는 니티판에게 제안했죠. 


“스타벅스에서 폐기물이 너무 많이 나오는 거 알아요? 비닐, 원두, 커피 찌꺼기… 이걸 다 처리해야 하는데, 소나이트가 스타벅스와 함께 일할 방법이 없을까요?”


소나이트는 폐기물로 견고한 표면 그리고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이미 갖추고 있잖아요. 그래서 제안을 받아들이죠. 소나이트는 커피 찌꺼기를 이용한 테이블 상판은 물론,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스타벅스와 함께 만들기로 해요. 2013년, 소나이트는 스타벅스에 폐기물로 만든 코스터, 커피 껍질로 만든 테이블, 안내 팻말 등을 제공했는데요. 이 협업을 통해 소나이트는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스타벅스와 일한 뒤, 더 많은 것들을 테스트하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창출해낼 수 있는 기술의 가능성이, 우리 생각보다도 더 컸다는 걸 알았죠. 그때부터 우리의 한계는 무엇인지 고민하고,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 니티판 다라카난다



스타벅스와 소나이트가 협업해 만든 코스터. ⓒFred


실제로 소나이트는 다른 보통의 공장과 다른 경쟁력이 있었어요. 직접 재료를 가공할 수 있는 기술력과, 이에 따라오는 유연성이었죠.


“다른 회사들은 제품 개발, 재료 가공, 디자인 중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어요. 반면 우리는 재료 자체를 개발했고, 그 재료를 가공할 기술도 개발했으며, 제품을 디자인할 수 있는 역량까지 있었죠. 만약 스타벅스가 다른 회사에 의뢰를 했다면, 재료를 구입하는 비용과 시간이 더 들었을 겁니다. 우리는 재료를 직접 만들고 가공하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재료의 양, 가공 방식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었어요. 그 점이 우리가 경쟁 우위에 설 수 있었던 이유죠.”

- 니티판 다라카난다



#2.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3가지 기준

스타벅스와의 협업을 계기로 소나이트는 폐기물을 활용한 라이프스타일 제품 개발에 더 힘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6년이라는 연구 개발 시간을 거쳐 2021년, 업사이클링 라이프스타일 제품 레이블 ‘소나이트 데코’를 새로이 론칭했죠. 소나이트는 소나이트 데코를 OEM이나 ODM이 아닌, ‘소나이트’ 이름을 건 새로운 브랜드로 만들고 싶었어요.


“태국에서 패션은 대체적으로 OEM입니다. 우리는 OEM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고, 가치가 있고, 아무나 만들 수 없는 다른 걸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더 고급스럽고, 아시아를 상징하는 제품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 니티판 다라카난다


니티판은 어린 시절, 고급스럽고 독특한 디자인은 모두 유럽이나 미국에서 나온 제품들이었다고 회상해요. ‘태국 오리지널’이 없었죠. 그래서 소나이트 데코를 태국 오리지널 디자인 브랜드로 만들고 싶었던 거예요.


“저는 2센트를 놓고 깎냐 마냐 하며 언성을 높이는 것보다, 제품 안에 든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죠. 또, 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는 이미 가치 있는 기술을 지니고 있어요. 삼성의 기술을 보세요. 기술이 뒷받침되니, 가치를 더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 니티판 다라카난다


소나이트 데코는 소나이트가 타깃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소나이트는 표면 제작 기업이기 때문에, 주 고객이 인테리어 디자이너나 기업 단위였어요. 반면 소나이트 데코는 소매업까지 품을 수 있게 됐어요. 소나이트 데코의 핵심은 ‘폐기물로 만든 라이프스타일 제품’이에요. ‘어떤 폐기물’을 다뤄야 할지가 소나이트 데코의 첫 번째 고민 포인트였죠. 그래서 소나이트 데코가 재료를 보는 3가지 기준을 세웠어요. 


첫째, 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여야 한다. 친환경적인 제품을 지향하기 때문에, 재료를 수입할 때 배출되는 탄소와 비용 또한 고려했죠. 둘째, 영향력이 있는 재료여야 한다. 만약, 폐기물을 사용하더라도 그 폐기물을 1년에 단 15kg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겠죠. 최대한 많이 발생하고, 크게 와닿을 수 있는 재료를 골라야 했어요. 마지막으로, 아름다워야 했어요. 특히 니티판은, 아름다움이야 말로 업사이클링의 의미라고 말했죠.


“개발할 재료가 최대한 예쁘고 아름다워 보여야 해요. 그게 바로 단순한 재활용이 아닌 업사클링이니까요. 예를 들어, 달걀 껍질을 볼까요? 사람들은 달걀 껍질엔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는 그걸 이탈리아의 테라조와 비슷하게 보이도록 미적인 가치를 부여하죠. 친환경 제품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그 이유 때문에 제품을 구입하지 않습니다. 제품은 결국 아름다워야 사람들이 찾아요. 그래서 우리는 친환경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

- 니티판 다라카난다


그렇게 탄생한 소나이트 데코의 대표 제품이 ‘허스크(husk)’ 컬렉션이에요. 허스크는 곡물의 껍질을 뜻하죠. 벼의 껍질로 만든 코스터, 트레이, 박스, 캡슐 등이죠. 제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마치 곡물 알갱이 같은 점박이들이 그대로 박혀 있어요. 이외에도 코코넛 섬유를 사용한 ‘코코(Cocco)’, 천연석을 사용한 ‘나투라(Naturla)’,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스캐파(Scapa)’,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로 만든 ‘탈레이(Talay)’ 컬렉션이 있어요. 모두 폐기물 특유의 질감이 살아 있는 디자인이 특징이에요. 그런데 소나이트 데코가 제품 디자인에 신경 쓰는 또 다른 이유도 있어요. 제품 디자인이 재료를 설명해주는 소통 창구 역할도 하기 때문이에요.



Husk ⓒSonite



Cocco ⓒSonite



Cocco ⓒSonite



Naturla ⓒSonite



Scapa ⓒSonite



Talay ⓒSonite


“제품은 재료를 쇼케이스해주는 역할도 해야 해요. 만약 제품의 디자인이 너무 화려해서 재료가 뭔지도 알 수 없다면, 제품끼리 디자인으로 경쟁을 하게 돼요. 그래서 제품과 재료 사이에 조화를 넣어서, 경쟁보다는 재료에 대한 이해를 주는 디자인이 필요하죠.”

- 니티판 다라카난다


재료를 눈에 띄게 한다, 이게 소나이트 데코 디자인의 차별점이기도 해요. 다른 업사이클링 브랜드는 ‘폐기물을 어떻게 플라스틱처럼 보이게 할지’ 고민한다면, 소나이트 데코는 폐기물의 그 본질을 보여주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소나이트 데코 제품은 화려하지 않아요. 대부분 베이지, 녹색, 갈색 등의 따뜻한 무채색을 하고 있죠. 일러스트나 장식이 크게 들어간 큼지막한 요소보다는, 미니멀한 디테일이 신경쓰고요.



ⓒSonite


“우리가 디자인하는 제품은 비교적 미니멀합니다. 대신 작은 디테일로 승부를 두죠. 제품이 얼마나 단단하지, 얼마나 내구성이 좋은지를 결판 짓는 디테일이에요.”

- 니티판 다라카난다


그래서 컵 하나를 만들 때도 입에 닿는 가장자리의 두께를 어떻게 할지까지 신경써요. 곡선이 얼마나 굴곡져야 하는지 0.1mm~0.2mm 단위로 고민해요. 소나이트 데코의 타깃은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만이 아니에요. ‘아름다운 제품을 원하는 사람’ 모두죠.



#3. 지속가능성은 전세계 전 산업의 공통분모

폐기물을 가공하기 때문에, 소나이트 데코는 생산 과정도 쉽지 않아요. 우선 어떤 재료를 고르느냐부터 문제니까요. 가장 어려운 점은, 재료가 폐기물이기 때문에 불순물을 정리하는 데 많은 노력이 든다는 거예요.


“자연에서 나오는 재료는 더러운 것도 많아요. 흙이나 돌… 그걸 먼저 정리해야 가공하고 제조할 수 있죠. 쌀 껍질을 모은 뒤엔 그 껍질을 일일이 분리해서 습기나 먼지를 모두 제거해야 해요.”

- 니티판 다라카난다


불순물 정리가 끝나고 나면 재료를 단단하게 해 줄 재료를 혼합하고, 주형이나 시트를 사용해 형태를 가공해요. 그 뒤 마감 처리와 마무리를 하죠. 이 복잡한 과정 속에서도 소나이트 데코가 포기하지 않는 요소가 있어요. 바로 실용성이에요.


“어떤 고객들은 벼 껍질을 40~50%만 넣을 수 있냐고 묻습니다. 그럴 수야 있지만 그 양으로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요? 3번 사용하면 떨어지기 시작할 겁니다. 실용적이지 않죠. 결국, 실용성을 최대한 구현하는 것이 지속가능성으로 이어집니다.”

- 니티판 다라카난다


또한 소나이트 데코는 퀄리티를 위해 고객을 설득하기도 해요. 소나이트는 식스센스 호텔 등 수많은 고급 호텔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데요. 샘플 제품을 받은 호텔이 ‘갈색이 좋다’고 주문을 넣어도, 초록색 제품을 보내기도 해요. 폐기물을 사용하는 만큼, 폐기물에 따라서 수급이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고객이 갈색 제품을 원해도 갈색 폐기물이 없으면 초록색 제품을 공급할 수밖에요. 호텔 입장에서는 원하는 디자인이 아니어도 양보해야 하는 일이 생기는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나이트 데코가 계속해서 호텔의 선택을 받는 이유가 있어요. ‘친환경적인 럭셔리’라는 이미지를 입혀주거든요.



ⓒSonite


“많은 호텔들이 친환경적인 소재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5성급 고급 호텔은 대중으로부터 지속가능하면서도, 아름다워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죠. 그래서 ‘친환경적인 럭셔리’라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이것이야말로 소나이트 데코가 할 수 있는 일이에요.”

- 니티판 다라카난다



ⓒSonite


소나이트 데코는 호텔 외에도 다양한 산업의 호출을 받고 있어요. 산업의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소나이트의 기술 역시 발전하는 중이에요.


“우리는 스타벅스와 함께 일하며 기술을 발전시켜왔어요. 10년 넘게 스타벅스와 협업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13%만 재활용 재료를 사용했다면 지금은 40~50%로 늘어났어요. 지속가능성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계속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죠.”

- 니티판 다라카난다


소나이트 데코는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 ‘원더프룻(Woderfruit)’과도 협업하고 있어요. 원더프룻은 페스티벌이 열리는 3~4일간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그 중 일회용 플라스틱을 금지하는 친환경 이벤트도 있죠.


“보통 음악 페스티벌에 가면 음료를 사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쓰는데, 원더프룻은 버려지는 플라스틱 컵을 줄이고 싶었던 거에요. 그래서 소나이트와 협업해 코코넛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컵을 만들어 판매했어요.”

- 니티판 다라카난다



원더프룻과 협업해 제작한 컵. ⓒSonite


이렇듯 소나이트 데코가 품을 수 있는 산업은 넓어요. 그만큼 지속가능성이 전 세계, 그리고 전 산업의 공통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에요. 소나이트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굵직한 국가에 진출해 있고, 인테리어계 꿈의 무대라고 불리는 박람회 ‘파리 메종 오브제’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해외 판매 비중은 50%나 되죠.


전세계, 전 산업의 수요에 발맞춰 소나이트 데코는 더 넓은 영역의 지속가능성을 준비하고 있어요. 소나이트의 새로운 목표는 지역 농민들의 새로운 수익원이 되는 거예요. 지금은 폐기물을 수집해, 폐기에 드는 비용과 환경 오염을 줄이는 수준이라면, 앞으로는 현지의 농장과 협력해 처리 기계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농민들이 새로운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죠. 현재 방콕 근처 두 개의 농장과 협력 중이고요. 또한 ‘제로 웨이스트’라는 목표를 추구하면서, 꽤 많은 부분을 달성했어요.


“우리는 제품이 파손되었거나 불량인 경우에도 재분쇄해서 다시 만들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태양광 패널에 투자해서 현재 모든 전기 에너지의 약 30%를 태양광으로 사용하죠. 그리고 초기에 제품을 만들 때 폐기물을 10~15% 사용했는데 현재는 40~50%까지 증가했습니다. 앞으로는 폐기물 비율을 85%까지 높인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죠.”

- 니티판 다라카난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태국의 대표 브랜드가 아닌 대표적인 ‘그린 브랜드’로

소나이트는 모자이크와 표면, 상판 등을 주 사업으로 하면서, 소나이트 데코라는 제품 레이블을 품고 있는 구조예요. 이 중, 소나이트 데코는 ‘성장 동력’을 담당하면서 눈에 띄게 빠르게 성장 중이죠. 2023년 소나이트 전체의 성장률이 전년 대비 10% 수준이라면, 소나이트 데코만의 성장률은 동기간 2배 이상이에요. 현재 소나이트 데코는 소나이트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고요.


소나이트의 빠른 성장이 가능한 이유는 철학을 향한 일관된 활동에 있어요. 소나이트는 특별한 마케팅 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지역 사회 교육에는 그 누구보다 힘쓰는데요. 대중이 지속가능성을 더 많이 이해해야, 소나이트 역시 대중에게 많이, 그리고 깊이 알려지기 때문이에요. 교육이 마케팅을 대신하는 거죠.


“지난 주에는 대학교에 초청 강연을 하러 갔어요. 학생들에게 우리 경험을 공유했죠. 그 학생들이야말로 넥스트 제너레이션이 될 테니까요. 그들이 가장 먼저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해 이해해야 할 세대예요. 지속가능성을 교육시키는 것, 그래서 지역 사회가 더 나은 길로 향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입니다.”

- 니티판 다라카난다


마지막으로, 니티판은 소나이트가 10년 뒤에는 ‘태국 브랜드’를 넘어서 ‘그린 브랜드의 대표 주자’, ‘친환경적인 럭셔리의 선구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사람들이 ‘럭셔리’에 대해 생각할 때, 소나이트의 제품을 떠올렸으면 해요. 그저 태국 브랜드가 아니라, 아름다운 제품 그 자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목표예요. 아름다운 브랜드이자 친환경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 국적은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결국 아름다움이에요.”

- 니티판 다라카난다


인터뷰 내내, 니티판은 ‘아름다움’을 강조했어요. 제품을 만드는 기획자, 그리고 사회에 건강한 바람을 불어넣는 창조자의 입장에서 소나이트가 하는 일은 단순히 제품을 생산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일까요? 그가 소나이트 데코에서 선보이는 여러 제품들이 모자이크처럼 조화롭게 그리고 아름답게 반짝거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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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소나이트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8 Thai Brands Turn Waste into Stylish Items

 소나이트 공식 홈페이지

 소나이트 데코 공식 홈페이지

 Thai Design Fights Haze with Rice Husk Decor, Thailand NOW

 Sustainability with Research and Development Key to Sonite Success, DITP Think Thai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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