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탕이어도 어떤 건 불량식품이고, 어떤 건 건강기능식품이에요. 원재료의 효능 때문이죠. 대표적인 게 꿀이 들어간 사탕이에요. 설탕만으로 단맛을 내는 대신, 설탕만큼 달지만 풍미나 효능이 다채로운 꿀을 사용해 면역이나 목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꿀은 단맛을 내는 많은 식재료 중에 효능 측면에서 단연 으뜸으로 손꼽혀요. 다만 건조한 알갱이 형태로 생산되고 풍미가 단순해 식재료로 널리 쓰이는 설탕과 달리, 꾸덕한 제형과 꿀 종류에 따른 특유의 풍미 때문에 활용도가 제한적이에요. 꿀이 몸에 좋은 건 알지만, 딱히 ‘사고 싶은’ 꿀 브랜드가 부재하기도 하고요.
이에 ’오늘을 살아가는 나를 위한 꿀’을 만들어 꿀과 일상 간의 거리를 좁히는 브랜드가 등장했어요. 도쿄의 ‘타미투(Tamitu)’예요. 타미투는 기존에 꿀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편함에 착안, 꿀을 요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진화시켰어요. 제형도, 풍미도, 분류 체계도, 패키지 디자인도, 심지어 매장까지도요. 타미투가 제안하는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꿀은 어떤 모습일까요?
타미투 미리보기
• 달라진 ‘먹는 방식’에 맞춘 꿀의 진화
• 꿀을 더 달콤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분류 체계
• 꿀병 디자인과 제품 컷에 숨은 의도
• 에스프레소 샷 대신 ‘타미투 샷’을 추가하는 카페
• 111년의 시간을 관통하는, 달콤한 혁신의 DNA
꿀벌 실종 사건이 발생했어요. 공식 명칭은 꿀벌 군집 붕괴 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 꽃가루를 채취하게 위해 떠난 일벌이 벌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벌집에 남아 있던 여왕벌과 다른 벌들이 사망하는 현상을 말해요. 과거에도 병충해 때문에 꿀벌들이 집단으로 사라지는 사건은 있었지만, 2007년부터 북미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급속도로 증가해 국제적인 문제로 대두되었죠.
원인이 뭘까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사용,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녹지 감소 등 다양한 요인들이 제기 되었어요. 하지만 직접적인 원인으로 밝혀진 것은 없어요. 결국은 전반적인 환경 생태계의 파괴가 꿀벌의 실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결론나면서 인간에게 큰 경각심을 주었어요.
그런데 꿀벌 실종이 중요한 문제인 건 단순히 꿀의 생산량이 감소해서가 아니에요. 꿀벌이 생태계에서 수분 매개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죠. 꿀벌이 수분을 옮겨야 농작물, 채소, 과일 등 식물이 번식할 수 있고, 이를 섭식하는 초식동물, 그리고 초식동물을 먹는 육식동물로 이어지는 생태계의 순환을 가능하게 해줘요. 나비의 날갯짓으로 태풍이 불 수 있듯, 꿀벌이 사라졌을 뿐인데 생태계가 휘청일 수 있는 거예요.
꿀벌의 수분 전달자 역할은 아직은 기술로 대체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스마트팜에서 딸기를 재배할 때도 별도로 꿀벌을 실내 농장에 넣어서 딸기의 생장을 돕죠. 딸기 성장에 필수적인 빛, 토양, 물, 바람은 인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어도 꿀벌이 하는 일을 대신할 수는 없는 거예요.
그렇다면 꿀벌이 만들어내는 꿀은 어떨까요? 단맛을 낸다는 점에서는 설탕이나 감미료 등에 자리를 내줄 수 있어요. 하지만 효능 측면에서는 꿀벌처럼 대체불가함을 자랑해요. 과거에는 약으로 사용했을 만큼 치료 효능이 있거든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플라보노이드, 페놀산과 무기질인 칼슘, 철분, 칼륨 등을 함유하고 있어 호흡기질환, 면역력, 소화기 등에 효능이 탁월하죠.
이런 효능 덕분에 미국에서는 2021년에 꿀 소비량이 역대 최고인 6억 1,800만 파운드(약 2억 7,810kg)를 기록했어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면역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BFY(Better-For-You, 나를 위한 식품) 트렌드가 생겨나면서 설탕이나 일반 감미료에 비해 각종 항산화제와 무기질이 풍부한 꿀 소비가 늘어난 거예요.
일본에서도 2020년에 꿀이 코로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TV 방송을 타며 꿀 소비가 크게 성장했어요. 리서치 기관 KBV Research는 꿀 시장 규모가 2020년~2026년 연평균 성장률 11.6 %의 속도로 성장해 2026년이면 142억 달러(약 19.2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해요.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꿀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이처럼 꿀이 재발견되며 시장의 크기를 키워갈 때, 꿀을 재해석하는 브랜드가 등장했어요. ‘오늘을 살아가는 나를 위한 꿀(Honey for me, living in the present)’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타미투(Tamitu)’예요. 타미투는 꿀이 가지고 있는 건강한 효능은 강화하면서, 꿀이 가지고 있던 불편함을 개선했어요. 그렇다면 꿀을 먹을 때 우리가 알게 모르게 느꼈던 불편함은 무엇일까요?
타미투의 브랜드 미션 ©Tamitu
달라진 ‘먹는 방식’에 맞춘 꿀의 진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식생활이 변하면서 꿀도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돼요. 예전에는 꿀을 숟가락으로 퍼먹거나 따뜻한 물에 타 먹었다면 이제는 요거트, 스무디, 시리얼, 샐러드 드레싱 등 다양한 음식에 넣어 먹죠. 하지만 꿀을 먹어보면 불편함이 있어요. 꿀은 점성이 강하고 제형이 끈적해 차가운 액체에는 잘 녹지 않아요. 차가운 물이나 요거트에 꿀을 녹이면서 애를 먹은 적도, 꿀이 굳어 병뚜껑을 열기 힘들었던 경험도 있을 거예요. 이런 불편함은 꿀과 일상의 거리를 좁히기 어렵게 해요.
타미투는 꿀을 소비할 때 발생하는 불편함을 해결했어요.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꿀, 허브, 향신료를 조합하여 물에 녹기 쉬운 ‘허브 꿀(Herbal Honey)’을 만들어 낸 거죠. 그래서 타미투의 제품은 일반 꿀보다 훨씬 묽고 차가운 액체에 쉽게 녹아요. 이런 특징으로 일반 꿀 제품보다 더 다양한 상황에서 편하게 소비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특성을 가진 꿀을 그저 병에만 담아 둔다면, 타미투 꿀의 편리함을 고객이 알기 어려워요. 그래서 타미투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타미투의 특징을 알 수 있게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해요.
먼저 오프라인 매장에서 어떻게 타미투 꿀의 제형을 체감하게 하는지 볼게요. 타미투 매장에서 꿀이 들어가는 음료를 주문한 고객이 음료를 주문하면 꿀을 미리 음료에 타지 않아요. 직원이 작은 유리 종지에 담긴 꿀과 음료를 따로 내주죠. 꿀이 들어간 음료이니 결국에는 꿀을 타야하는데, 꿀을 음료에 붓는 모습을 고객이 눈 앞에서 보여줘요.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을 해도 된다고 친절하게 미리 귀띔해주죠. 꿀을 직접 넣어주는 프로세스를 한 단계 더 설계한 거예요. 이 과정을 통해 고객에게 직관적으로 제품의 특징을 각인시키죠.
©Tamitu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하기 어려운 고객들을 위해서는 SNS로 타미투 꿀의 활용 사례를 공유해요. 아이스라떼, 차가운 탄산수 등 차가운 음료에 꿀이 쉽게 녹는 영상, 요거트에 일반 꿀과 타미투 꿀이 녹는 속도를 비교한 영상, 타미투 꿀을 활용한 레시피 등 제품의 장점을 부각하는 영상 등을 제작해요. 타미투 제품이 일상의 여러 장면에서 소소한 편리함과 달콤함을 전한다는 걸 다채롭게 보여주는 거예요.
SNS를 통해 꿀이 일반 꿀 보다 잘 녹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업로드 한다. ©Tamitu SNS
꿀을 더 달콤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분류 체계
그런데 타미투가 꿀에 허브를 섞은 건 단순히 제형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에요. 순수한 꿀이 가진 고유의 기능에 허브와 향신료의 효능까지 더하고자 했죠. 현대의 ‘에르보리스테리아(Erboristeria)’를 지향하기 때문이죠. 에르보리스테리아는 이탈리아어로 ‘허브, 약초, 에센스 등을 판매하는 상점’을 뜻해요. 현대식 의학이 등장하기 전, 유럽 사람들의 약방 같은 곳이었죠. 타미투의 허브 꿀은 자연으로부터 채취한 꿀과 허브, 향신료의 독특한 힘이 어우러져 건강식품으로도 손색이 없어요. 건강, 맛, 사용성까지 개선하니 기존 꿀 제품들과 단연 차별화될 수 밖에요.
그러면 타미투의 특징을 시연하면서 눈으로 보여줬듯이, 이러한 타미투의 효능을 눈에 더 잘 보이게 할 수 있을까요? 타미투는 분류 체계를 통해서 효능을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했어요. 타미투는 자신들이 블렌딩한 허브 꿀을 효능에 따라 크게 ‘Beauty’, ‘Protect’, ‘Healing’, ‘Empower’ 등 4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했어요. 그리고 제품의 체계적 관리와 개발을 위해 각 제품마다 고유한 세 자릿 수의 번호를 부여했죠.
타미투의 제품을 보면 ‘000 Rose’, ‘618 Elder Flower’, ‘209 St John’s Wort’, ‘512 Chamomile’ 이런 식으로 표현해 둔 걸 볼 수 있는데요. 숫자 세 자리 중 첫 번째 숫자는 제품에 쓰인 꿀의 종류를 의미하고, 뒤의 두 자리는 제품에 사용된 허브와 향신료를 혼합한 수를 의미해요. 예를 들어 512의 ‘5’는 ‘라벤더 꿀’을 의미하고 ‘12’는 카모마일, 타임, 정향, 레몬밤 등 이 꿀에 블렌딩된 허브와 향신료의 수예요.
©Tamitu
©Tamitu
꿀을 구성하는 요소를 더 자세히 살펴 볼게요. 타미투 꿀은 ‘베이스(Base) 꿀’, ‘순수 꿀’, ‘허브 및 향신료’로 이루어져 있어요. 여기에서 모든 제품의 베이스 꿀은 아카시아 꿀로 동일해요. 대신 순수 꿀, 허브 및 향신료의 종류를 달리해 맛과 효능을 다변화했죠. 모든 제품에 아카시아 꿀을 베이스로 블렌딩한 건 순수 꿀은 향이 강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512 Chamomiale 원료 ©Tamitu
예를 들어 타미투의 첫 번째 제품이었던 Beauty 테마의 ‘000 Rose’는 순수 꿀과 허브 모두 불가리아산 다마스크 로즈에서 채취한 것들을 블렌딩해 만들었어요. Protect 테마의 ‘618 Elderflower’는 뉴질랜드 마누카 꿀과 이탈리아 레몬 꿀, 엘더플라워가 들어갔고요. ‘209 St John’s Wort’는 용안, 리치 꿀과 망종화를 사용하여 Empower 효능을, ‘512 Chamomile’은 라벤더 꿀과 카모마일을 사용해 Healing의 효능을 강조했어요.
한정판으로 판매했던 타미투 꿀 디스커버리 세트 ©Tamitu SNS
꿀병 디자인과 제품 컷에 숨은 의도
요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진화한 타미투 꿀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건 비단 꿀의 제형과 분류 체계 뿐만이 아니예요. 타미투 꿀의 전체적인 비주얼을 이루는 패키지 디자인도 큰 역할을 해요. 무광의 유리병은 타미투 꿀의 은은한 매력과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하죠.
그런데 이 유리병, 외관만 세련된 게 아니에요. 흐르는 제형을 가진 꿀의 특성을 살린 디자인이에요. 일반적인 꿀 용기 디자인과 비교해 보면 그 의도를 알 수 있어요. 흔히 쓰는 꿀 용기는 병 입구가 머그잔만큼 넓은 병 타입이에요. 대게 꿀을 깨끗하게 퍼 내기 위해 나무 숟가락이나 허니 디퍼(Honey dipper)를 사용해요. 반대로 입구를 아예 좁혀 짜먹을 수 있는 용기에 넣기도 하죠.
타미투 제품 용기 ©Tamitu SNS
하지만 타미투 제품은 병 입구 지름이 3.5cm로, 일반적으로 쓰는 용기 입구 사이 어디쯤인가 있는 크기예요. 일반적인 숟가락이나 허니 디퍼가 들어가기에는 살짝 작은 크기죠. 하지만 타미투의 특성상 꿀을 퍼내는 도구 없이 병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깔끔하게 꿀을 덜어낼 수 있어요. 일반 꿀보다 더 묽은 제형이기 때문에 꿀 병을 기울여 꿀을 덜어내도 병 입구에 꿀이 들러 붙거나 하는 일 없이 깔끔하게 사용이 가능하죠.
타미투 꿀병 디자인에 담긴 의미와 더불어 미감(美感)은 타미투 꿀의 가치를 한 단계 더 끌어 올려요. 보이지 않는 곳에 두거나 꿀을 다 먹었다고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기에는 아까운 디자인이에요. 그래서 타미투는 꿀이 담긴 타미투 꿀병을 오브제처럼 활용하거나, 꿀을 먹고 난 뒤의 빈 병은 꽃병으로 활용하는 등의 예시를 제품 상세 페이지에서 스틸 컷으로 넌지시 보여줘요. 덕분에 타미투 꿀은 소비욕을 넘어 ‘소유욕’을 자극하는 꿀에 가까워져요.
타미투 제품 이미지 ©Tamitu SNS
타미투 제품 이미지 ©Tamitu SNS
타미투 제품 이미지 ©Tamitu SNS
타미투는 제품 패키지의 활용도를 넓힐 뿐만 아니라 수명을 늘리기도 하는데요. 샴푸나 세제처럼 각 꿀 별로 500ml 용량의 리필용 꿀을 판매해요. 아무리 예쁜 병이라도 불필요하게 많아지면 짐이 되기에, 꿀병 하나에 여러 번 꿀을 리필해서 먹을 수 있도록 한 거죠. 게다가 250ml짜리 2병을 사는 것보다 500ml짜리 리필용 제품 1개를 사면 약간의 할인 효과도 있어 고객 입장에서는 일거양득이죠.
©Tamitu
또한 제품 패키지가 제 기능을 다한 이후의 과정도 고려했어요. 제품 상자, 유리병, 나무 뚜껑을 모두 100%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로 만들었거든요. 나무 뚜껑은 별도의 코팅 처리를 하지 않은 자연 목재로 만들어 무늬가 다 조금씩 달라요. 꿀 병을 열면 병 입구를 한 번 더 밀봉하는 비닐도 붙어 있지 않고요. 선물용 포장은 종이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린넨 파우치를 제공하고, 쇼핑백도 재활용 용지로 만들었어요.
무늬가 조금씩 다른 타미투 꿀병의 나무 뚜껑 ©Tamitu SNS
©Tamitu SNS
제품의 테마에 맞는 문구가 쓰여진 메시지 카드 ©타미투 SNS
에스프레소 샷 대신 ‘타미투 샷’을 추가하는 카페
이렇게 아름다운 꿀 브랜드, 타미투는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타미투는 2022년 7월부터 도쿄 오모테산도의 ‘자이르(Gyre)’ 빌딩 지하 1층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자이르는 2007년에 준공된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로 오모테산도 힐즈(Omotesando Hills) 맞은편에 위치했어요.
자이르는 준공 이후 부터 현재까지 샤넬, 모마 디자인 스토어, 메종 마르지엘라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특히 모마 디자인 스토어는 미국 외 국가에 처음으로 오픈한 매장이기도 했어요. 이 곳에 있는, 혹은 거쳐간 브랜드들만 봐도 예사롭지 않은 쇼핑몰임을 알 수 있어요. 자이르에 입점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브랜드 가치가 달라 보일 정도죠.
이 점을 노렸던 걸까요? 타미투는 ‘헤이(HAY)’와 ‘씨보네(Cibone)’ 사이, 지하로 내려오는 외부 계단 입구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어요. 쇼핑하러 온 사람들의 눈에 띄기 딱 좋아요. 약 20여 명의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오픈 스페이스로, 나뭇조각을 여러 개 연달아 붙인 템바보드가 전체적인 인테리어 분위기를 이끌어요. 조명과 간판에는 구리로 포인트를 주어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을 연출했고요.
타미투 오프라인 매장 전경 ©Tamitu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타미투의 오프라인 매장은 연구실, 카페, 숍 3가지 역할을 해요. 우선 매장의 왼쪽에는 유리로 둘러싸인 작은 연구실이 있어요. 전자저울, 가스레인지, 정전기 제거 장치 등 꿀 제조에 필요한 기구들이 있고, 유리병에는 허브와 향신료를 넣어 선반에 전시해 두었어요. 매장 개점 초반에는 여기서 꿀을 직접 만들었는데요. 생산량이 늘어난 지금은 더 이상 이 실험실을 제조 목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아요.
©Tamitu
카페 구역에서도 타미투의 매력을 충실하게 전달해요. 여느 카페처럼 음료와 음식을 판매하는데, 그 중 시그니처는 타미투 드링크예요. 차가운 우유, 라떼, 탄산수, 따뜻한 물 등의 베이스 음료에 타미투 꿀을 넣어주는 메뉴됴. 음식 메뉴에도 꿀이 빠지지 않아요. 같은 자이르 빌딩 4층에 위치한 프렌치 레스토랑 ‘élan’에서 타미투 꿀을 이용해 만든 스콘, 까눌레, 파운드 케이크를 공급 받고 있어요. 꿀을 뿌려주는 토스트와 아이스크림도 판매하고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타미투 드링크와 음식 메뉴를 주문하면 타미투의 4가지 꿀 중 1가지를 선택할 수 있어요. 본인이 주문한 메뉴에 맞춰 꿀을 고르고 맛보는 과정에서 음식과 꿀의 페어링을 경험할 수 있죠. 또 일반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할 수 있듯이 타미투 꿀 15g을 ‘타미투 샷’이라는 이름으로 추가할 수 있어요. 타미투의 센스가 돋보이는 대목이에요.
élan에서 타미투 꿀을 사용해 만든 베이커리류 ©Tamitu SNS
제품 판매 구역으로 가볼까요? 이 곳은 화장품 매장 같아요. 4가지 꿀 옆에는 플라스크가 있는데, 각 플라스크에는 꿀에 들어가는 허브, 향신료 등을 배치해 두었어요. 고객이 직접 원료를 확인할 수 있죠. 그 옆에는 제품에 사용된 순수 꿀, 베이스 꿀, 허브와 향신료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는데요. ‘000 Rose’ 꿀에 대한 설명을 볼까요. 마치 향수 브랜드가 탑, 미들, 베이스 노트의 향을 적어둔 것과 같아요. 제품을 소개하는 설명란의 톤앤매너도 세련된 향수 브랜드를 연상하게 하죠.
“꿀은 불가리아 중앙부의 발칸산맥과 스레도나고라 산맥에 둘러싸인 「장미의 계곡」에 피는 다마스크 로즈 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품종은 장미의 여왕이라고도 불리며 향수에 사용되는 만큼 향기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1년 중 약 3주 간 밖에 피지 않기 때문에, 채취하는 벌꿀은 매우 희소합니다. 화려한 단맛을 마음껏 즐기세요…...사랑과 치유, 심지어 행운을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아름다움의 상징이라고도 불리는 다마스크 로즈. 각종 허브의 힘과 조합되어 신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타미투 매장 제품 디스플레이 ©시티호퍼스
111년의 시간을 관통하는, 달콤한 혁신의 DNA
2021년 4월에 론칭한 타미투의 역사는 깊지 않아요. 그런데 이 짧은 업력이 의심될 만큼 꿀에 대한 이해와 철학의 깊이가 남달라요. 그 이유가 있어요. 사실 타미투의 대표인 ‘유리 미즈타니’는 1912년에 시작된 ‘미즈타니 양봉원’의 4대 손이에요. 미즈타니 양봉원은 일본에서 최초로 꿀을 병에 담아 팔고, 꽃의 종류 별로 꿀을 구분해 판매한 장본인이에요. 90년대에는 당시 매우 생소했던 꿀 편집숍을 오픈했고요. 꿀과 함께 한 오랜 세월 만큼, 꿀을 소재로 한 혁신적인 시도를 마다하지 않던 양봉원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꿀과 함께 자라온 유리 미즈타니였지만, 처음부터 가업을 이으려는 생각이 있진 않았어요. 원래는 발레리나로서의 커리어를 선택해 러시아에서 발레를 공부하고 독일에서 발레리나로 활동했죠. 그렇게 가업과는 멀어지는 듯 했는데 오히려 유럽 생활이 꿀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계기가 되어요. 일본과 달리 유럽에서는 꿀이 다양한 용도로 널리 활용되는 것을 보고, 현대의 에르보리스테리아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했거든요. 그 생각으로 일본으로 돌아와 타미투를 론칭했고요. 한 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보자, 일상이자 그저 익숙하기만 했던 소재가 새로이 보이기 시작한 거죠.
유리 미즈타니는 가업의 헤리티지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할머니의 이름인 ‘타미(Tami)’와 일본어로 꿀을 뜻하는 ‘Hachimitsu(はちみつ)’의 ‘Mitsu(みつ)’를 따 브랜드 이름을 지었어요. 미즈타니 양봉원과는 엄연히 다른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4대에 걸쳐 전해져 내려온 가업에 깃든 혁신의 DNA 만큼은 이어받겠다는 의지가 느껴져요. 시대에 따라 문법은 달라도, 꿀과 일상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자 하는 철학 만큼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요.
Reference
• 꿀벌 집단실종사건의 범인을 알려드립니다 (2023.7.9, 한겨레)
• Topawards Asia, Tamitu Herbal Honey
• 表参道に癒しのハーバルはちみつカフェ、Tamituがオープン! (2022.7.22, Marisol)
• 美, ‘Better For You’ 트렌드에 꿀 더 먹는다 (2022. 9.25. 리얼푸드)
• The Gyre Building in Omotesando, Tokyo, Japan (2008.09.24, World Construction 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