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로 집객에 성공한, 쇼핑몰 계의 이단아

더 커먼즈

2024.01.18

방콕에는 수상한 쇼핑몰이 하나 있습니다. 건물 전체 면적의 약 30%에 이르는 면적을 공공 공간에 할애했어요. 말 그대로 공공 공간이라 쇼핑몰에서 꼭 무언가를 구매하지 않아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게다가 이 공간은 수직, 수평으로 뻥 뚫려 비워져 있어요. 집객을 위해 무언가를 설치하지도, 팝업 매장을 열지도 않아요. 다만 계단처럼 디자인해 건물 내부 이동을 도울 뿐이죠. 매출을 위해 인기 매장들로 몰을 꽉 채워도 모자랄 판에 왜 이렇게 무료로 공간을 놀리는 것일까요?


“우리의 의도는 커뮤니티를 먼저 조성하고, 그 다음에 몰을 짓는 것입니다. (Our intention is to build first a community, then a mall.)”


수상한 쇼핑몰의 정체, ‘더 커먼즈’의 슬로건이에요. 커뮤니티를 만들어 집객 효과를 누리겠다는 거예요.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어려운 걸 해냈어요. 벌써 7년째 운영하고 있고, 2020년에는 두 번째 지점까지 냈죠. 더 커먼즈가 사람들을 모으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더 커먼즈 미리보기

• #1. 건축 디자인: 사람들을 모이게 만드는 힘

 #2.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사람들을 머물게 만드는 힘

 #3. 앵커 테넌트 육성: 비즈니스를 선순환하게 만드는 힘

 지역을 지키는 지속가능한 힘은 커뮤니티에 있다




건축, 그리고 디자인에는 ‘어포던스(Affordance)’라는 개념이 있어요. 어포던스라는 단어는 엄밀히 말하면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단어예요. 1977년, 미국의 지각심리학자 제임스 J. 깁슨(James J. Gibson)이 만들어낸 신조어죠. ‘~할 여유가 있다’, ‘~해도 된다’라는 뜻의 ‘어포드(Afford)’에서 유래된 단어예요.


어포던스란, ‘어떤 행동을 유도한다’는 뜻으로 한국어로 번역하면 ‘행동유도성’ 정도로 해석할 수 있어요. 환경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존재하는, 환경이 사람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해요. 이론적으로는 미세하게 다른 해석들이 존재하지만, 핵심은 환경이 사람의 특정 행동을 유도한다는 거예요.


인간의 삶에 건축이 중요한 이유예요. 건축은 사람을 담는 그릇이자,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에요. 일본의 간판 건축가 구마 겐고도 여러 차례 어포던스에 대해 언급한 바 있어요. 그가 건축가로서 생태심리학자, 도시계획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한 대담을 엮은 저서, <연결하는 건축>에서도 어포던스에 대해 이야기해요. 그는 어포던스라는 개념을 1990년대 후반 처음 접했는데, 이후 어포던스는 그의 건축 디자인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덧붙였어요.


건축물을 지을 때에는 건축물을 사용할 사람들을 고려하며 디자인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의 특색과 찾아오는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는 건축을 고민해야 하죠. 구마 겐고는 무조건 부수고 새롭게 만들거나 맥락없이 멋지게 짓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사람과 역사를, 사람과 세상을 ‘연결하는’ 건축이야말로 미래의 건축이 지향해야 하는 방향이라고 말해요.


그의 이런 생각이 잘 드러난 최근의 건축 프로젝트 중 하나는 2022년 완공된 ‘미나미산리쿠 311 기념관’이에요. 구마 겐고는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인 미나미산리쿠를 재건하는 프로젝트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했어요. 이 마스터플랜의 3가지 컨셉은 다음과 같아요.


(1) 마을과 바다를 다시 연결

(2) 산과 신사를 다시 연결

(3) 걷기 좋고 즐거운 거리 만들기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건축물을 짓는 것에 중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전시가 진행되는 311 기념관은 바다, 산, 마을을 연결하기도 해요. 311 기념관의 출입문은 원근감을 강조해 구멍처럼 디자인했어요. 기념관의 동서축은 바다와 산을 연결하는 통로이고, 남북 축은 재해 기념 공원과 신사를 연결하는 길이에요. 사람을 빨아들이는 듯한 출입문에 이끌려 기념관에 들어서면 이 지역에 있는 자연, 역사 등으로 자연스럽게 동선이 이어지죠.



©︎Keishin Horikoshi・Kosuke Nakao/SS Tokyo



©︎Keishin Horikoshi・Kosuke Nakao/SS Tokyo



#1. 건축 디자인: 사람들을 모이게 만드는 힘

태국 방콕에는 구마 겐고가 디자인하지는 않았어도, 그가 공감할 만한 곳이 있어요. 어포던스이자, 연결하는 건축의 좋은 사례인 ‘더 커먼즈(The Commons)’예요. 더 커먼즈는 누구나 들러 쉬고 싶은 공공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모이게 유도한 복합상업시설이에요. 더불어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도시, 과거와 현재를 충실하게 연결하고 있는 건축물이기도 하고요. 더 커먼즈는 방콕의 통로(Thonglor)와 살라댕(Saladaeng)에 각각 지점이 있어요. 길가에 물 흐르듯 연결되어 있는 외관을 비롯, 지역성을 살려 비슷한 듯 다른 건축 디자인에도 의미가 있어요.



ⓒKetsiree Wongwan / W Workspace


“우리의 의도는 커뮤니티를 먼저 조성하고, 그 다음에 몰을 짓는 것입니다. (Our intention is to build first a community, then a mall.)”


더 커먼즈의 슬로건이에요. 형태적으로는 카페, 레스토랑, 편집숍 등이 모여 있는 복합상업시설이지만, 그 안에서 생겨나는 가치들은 그 이상이에요. ‘커뮤니티’로서 기능하고 있거든요.



ⓒ시티호퍼스


커뮤니티로서의 더 커먼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방콕이라는 도시의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방콕은 연중 내내 최고 기온 30도를 웃도는 더운 도시예요. 온도만 높은 것도 아니에요. 7월부터 10월까지는 비가 많이 오는 우기로, 습도까지 더해져 실외에서 쾌적함을 찾기란 어려워요. 여기에 고층 빌딩이 밀집해 있어 그야말로 ‘콘크리트 정글’ 그 자체예요. 열대 기후 속 밀집된 환경이다 보니, 더위를 피해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만한 야외 공간이 간절해져요.


이런 문제 의식에서 출발해 사람들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으면서, 동시에 활동적인 야외 공간을 만들고자 지은 게 바로 더 커먼즈예요. 더 커먼즈의 의도는 건축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요. 통로 지점과 살라댕 지점 모두 수직형 야외 공공 공간, ‘더 그라운드(The Ground)’가 건물의 중추 역할을 해요. 특히 살라댕 지점의 경우 건물 면적의 약 30%가 더 그라운드에 할애되었어요.



ⓒ시티호퍼스


2016년에 먼저 지어진 더 커먼즈 통로 지점을 기준으로 살펴 볼까요? 건물의 1~2층을 비워두어 ‘보이드(Void)’ 건축의 묘미를 살렸어요. 수직과 수평으로 뻥 뚫린 공간 덕분에 자연 환기와 자연 채광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어요. 3층의 바닥이 더 그라운드의 천장이 되어, 사람들은 이 공공 공간에서 더위와 비를 피하면서 동시에 탁 트인 야외 환경을 만끽할 수 있어요. 여기에 더해 더 그라운드에 있는 좌석과 테이블, 식물, 키오스크 등은 이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주죠. 사람들이 더 커먼즈로 모여드는 이유예요.


바로 앞 골목길만 해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더 커먼즈에 들어서자마자 마법처럼 시원한 자연 바람이 부는 이유가 또 있어요. 정답은 천장에 있는데요. 건물의 천장에 설치한 산업용 팬 덕분이에요. 내외부 공기 순환을 도와 더 쾌적한 바람을 일으켜요. 철망처럼 디자인된 천장은 외부 빛을 천천히 받아 들여 자연스러운 채광을 유도하고요.



ⓒ시티호퍼스


이번에는 2020년에 오픈한 살라댕 지점으로 가볼까요? 살라댕 지점도 마찬가지로 수평, 수직으로 뻥 뚫린 공공 공간, 더 그라운드가 건물의 중심을 잡아요. 그런데 천장이 특이해요. 뾰족한 박공 지붕* 8개가 연속으로 붙어 있는 모양에, 컬러는 또 빨간색이에요. 이런 천장 디자인은 ‘붉은 파빌리온’이라는 뜻의 ‘살라댕’이라는 지역명에 착안했어요. 이 이름은 100년 전, 태국 최초의 철도 노선의 일부로 논 한 가운데에 서 있던 빨간 박공 지붕을 가진 기차역에서 유래했다고 해요. 붉은색 골판지로 만든 M자형 지붕 구조는 살라댕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할 뿐만 아니라, 더 높은 공간감을 연출하는 데에도 유리해요.

*박공 지붕: 경사진 지붕 한 쌍으로 이루어진, Λ 모양의 지붕



ⓒSpaceshift Studio



ⓒSpaceshift Studio



ⓒSpaceshift Studio


더 커먼즈 살라댕 지점의 더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마찬가지로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공공 벤치가 있어요. 그런데 이 벤치에 앉아 있으면 프라이빗한 기분이 들어요. 더 커먼즈 전면에 있는 커다란 무화과나무 때문인데요. 높이만 무려 15m로, 더 그라운드에서 보이는 맞은 편의 이질적인 풍경을 가려주고, 동시에 건물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줘요. 더 커먼즈는 설계부터 이 나무와 융화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어요. 건물 파사드를 오목하게 곡선으로 설계해 나무의 가지와 뿌리를 해치지 않았거든요. 덕분에 더 커먼즈는 지역 주민들에게 더욱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 되었어요.



ⓒ시티호퍼스



하늘에서 바라본 더 커먼즈 살라댕. 나무의 형태를 따라 건물의 파사드가 오목하게 디자인되었다. ⓒSpaceshift Studio



#2.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사람들을 머물게 만드는 힘

더 커먼즈의 특징은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쇼핑몰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엄연히 상업 시설인데, 야외 공공 공간이 이렇게 중심이 된 건물에서 가게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각종 음식점, 바, 카페 등 각종 라이프스타일 상업 시설들은 더 그라운드를 가운데에 두고, 건물의 가장자리를 따라 지상층부터 차례대로 알차게 위치해 있어요.


더 커먼즈는 공공 공간인 더 그라운드가 상업시설로 이어지는 점진적인 계단과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사람들이 더 그라운드를 이동하며 자연스럽게 층별로 흩뿌려진 리테일 매장으로 걸어가도록 유도한 거죠. 특히 4층까지 리테일 매장들이 있는 통로 지점의 경우, 지상층의 더 그라운드에서 3,4층에 있는 매장을 올려다 볼 수 있도록 매장 앞을 모두 개방해 두었어요. 사람들이 보다 쉽게 매장 위치를 인지하고 이동할 수 있도록 말이죠.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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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점 브랜드들도 다양해요. 1,2층에 리테일 매장들이 입점해 있는 살라댕 지점의 경우 카페, 식당, 술집, 아이스크림 가게 등 F&B 매장들이 주를 이뤄요. 하지만 어느 하나 판매하는 음식의 종류나 컨셉이 겹치지 않아 각 매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요. 같은 카페라도 ‘커피’에 중점을 둔 ‘루츠(Roots), ‘맛차’를 중심으로 한 ‘도큐 디저트(Tokyu Dessert)’가 있는 식이에요. 술집도 하이볼 전문점인 ‘재패니즈 하이볼 바 1923’, 생맥주집인 ‘탭룸’, 사케 바인 ‘더 배럴 사케 바’, 와인이 주종인 ‘클라우드 와인’ 등 매장마다 주종목이 다 달라요. 식당도 대만식 핫팟, 하와이안 포케, 싱가포르식 치킨 라이스, 랍스터 전문점, 피자, 햄버거 등 없는 게 없지만 매장별로 경쟁할 일도 없어요.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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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소매 브랜드들이 자리한 통로 지점의 경우 F&B 매장에 더해 헤어 살롱, 네일숍 등 라이프스타일과 관련한 매장들도 있어요. 특히 방문하는 고객들의 타깃층을 다양화해 가족 단위의 고객이나 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매장들이 눈에 띄어요. 먼저 ‘리틀 피(Little Pea)’는 아이들이 가족 또는 또래 친구들과 함께 다중 감각 놀이, 허브 심기, 팬케이크 클래스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어린이 커뮤니티 공간이에요. 더 커먼즈에 아이와 함께 방문한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이유예요.


또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시설도 있어요. 기본적으로 더 커먼즈 전체가 펫 프렌들리 구역으로 강아지 전용 화장실(Doggie toilet)이 마련되어 있을 정도예요. 리테일 매장으로는 ‘퍼스 클럽(Paws club)’이 있어요. 퍼스 클럽은 반려동물 사료, 간식, 액세서리 등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강아지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셀프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어요. 누구나 환영하겠다는 더 커먼즈의 취지를 세련되게 구현한 매장들이에요. 하나같이 기꺼이 동참하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어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더 커먼즈는 매장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오프라인 이벤트로도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요. 매주 주말이면 해질 때쯤 루프탑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선셋 필름 클럽’을 운영해요. 선셋 필름 클럽에서는 최신 개봉작보다는 <인사이드 아웃>, <러브 액츄얼리>, <101마리 달마시안>, <포레스트 검프> 등 더 커먼즈가 큐레이션한 클래식한 영화들을 상영해요. 상영 장소가 반야외 공간인 만큼 편하게 빈백 앉아 맛있는 음식과 와인, 맥주 등의 술이나 음료를 즐기며 영화를 관람해요. 해질녘 루프탑에서 미식과 감상하는 영화라니, 도심 속 낭만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요?



ⓒThe Commons



#3. 앵커 테넌트 육성: 비즈니스를 선순환하게 만드는 힘

그런데 더 커먼즈에 머무르다 보면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겨요. 이렇게 몇 년째 힙한 몰에 왜 스타벅스 같은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가 없을까요? 앵커 테넌트란 위치와 상관없이 브랜드 이름만으로 고객이 찾아오는 핵심 점포를 의미해요. 보통 스타벅스, 블루 보틀 등 글로벌 브랜드인 경우가 많아요. 보통 이런 상업 시설에는 이런 앵커 테넌트가 있기 마련이에요.


더 커먼즈 정도의 취지와 모객력이면 스타벅스 하나 쯤은, 적어도 한 번 들으면 누구나 아는 브랜드 하나 쯤은 있을 법 해요. 그런데 더 커먼즈에는 누구나 다 아는 브랜드보다는, 누구나 다 알아가고 싶은 브랜드들로 가득해요. 처음 보는 브랜드는 있어도, 매력 없는 브랜드는 없죠.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그 시작은 더 커먼즈 통로가 오픈했던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더 커먼즈 통로를 만든 회사, ‘키네스트 그룹(Kinnest Group)’의 공동 창업자 바라트 비치트 바다칸(Varatt Vichit-Vadakan, 이하 바라트)은 당시 더 커먼즈 통로가 약간의 트위스트가 가미된 방콕 최초의 비주류(Non-mainstream) 커뮤니티였다고 말해요. 리스크가 따르는 새로운 시도인 만큼,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죠.


물론 더 커먼즈도 원하지 않았어요. 바라트를 비롯한 더 커먼즈의 공동 창업자들이 원하는 그림은 따로 있었거든요. 재미있고 참여도가 높은 커뮤니티를 구축할 뿐만 아니라, 가격이 비싸지 않으면서도 다채롭고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장소를 만들겠다는 비전이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비교적 유명하지는 않지만 재밌는 브랜드, 독특한 컨셉의 브랜드들을 기꺼이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되고자 했어요. 이런 관점으로 브랜드를 큐레이션한 덕분에 더 커먼즈에는 신선하면서도 흥미를 자극하는 브랜드들로 가득해요.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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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앵커 테넌트가 필요 없는 건 아니에요. 스타벅스처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 아니지만, 로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명성을 이어 온 브랜드들이 그 역할을 대체할 뿐이에요. 더 커먼즈의 대표적인 앵커 테넌트는 ‘로스트(Roast)’예요. 로스트는 올데이 캐주얼 다이닝으로, 샌드위치, 파스타 등을 판매해요. 2011년 ‘도심 속 레저(Urban leisure)’를 컨셉으로 하는 통로 지역의 복합 쇼핑몰, ‘신스페이스(Seenspace)’에서 처음 시작해 지금은 방콕의 대표적인 백화점인 엠쿼티어(Emquartier)와 센트럴월드(Centralworld)에도 입점해 있어요.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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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더 커먼즈에서 양질의 커피를 판매하는 ‘루츠(Roots)’도 엠쿼티어, 센트럴월드를 포함해 방콕 전역에 매장을 운영 중인 카페 브랜드예요. 그런데 이 앵커 테넌트들에 한 가지 비밀이 숨어 있어요. 바로 더 커먼즈의 주인, 키네스트 그룹이 만든 브랜드들이라는 거예요. 엄밀히 말하면 로스트와 루츠를 먼저 만들었고, 이후 더 커먼즈를 지으면서 이 브랜드들을 입점시켰어요. 다른 몰에서 테넌트로 기능하다 더 커먼즈의 시작과 함께 앵커 테넌트로 자리 잡게 된 거죠.


잘 키운 브랜드 하나, 스타벅스 안 부럽다는 걸 알게 된 것일까요? 이후로도 키네스트 그룹은 더 커먼즈를 기반으로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꾸준하게 브랜드들을 양성해요. 더 커먼즈에 입점해 있는 몬트리올 스타일의 베이글을 만드는 ‘몬티스(Monty’s)’, 홈메이드 디저트 브랜드 ‘트리츠(Treats)’ 등의 F&B 브랜드들도 모두 키네스트 그룹이 런칭한 브랜드예요. 환경, 지역 사회, 웰빙, 교육, 성평등 등 사회적 가치에 기여하는 로컬 브랜드들을 모으고 육성하는 리테일 브랜드인 ‘올 카인즈(All Kinds)’, 아이들을 위한 가족 커뮤니티 ‘리틀 피’도 키네스트 그룹이 기획한 브랜드들이죠.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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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네스트 그룹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은 더 커먼즈에서 구심점을 잡아요. 특히 브랜딩과 디자인의 관점에서 기준이 되죠. 패키지, 로고, 타이포그래피, 매장 인테리어, 제품 또는 음식 등 고객과 맞닿는 모든 접점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해요. 그러자 다른 입점 브랜드들도 자연스럽게 그 수준을 맞춰 나가요. 더 커먼즈에 입점한 브랜드들이 하나같이 감각적인 비주얼로 고객들을 맞이하는 이유에요. 단순히 고객 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브랜드들의 수준까지 높이니, 그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앵커인 셈이에요.



지역을 지키는 지속가능한 힘은 커뮤니티에 있다

더 커먼즈는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느슨한 커뮤니티를 지향해요. 먹고, 마시고, 즐기면서 휴식하기 위한 장소죠. 동시에 더 커먼즈는 지역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곳이기도 해요. 더 커먼즈를 찾는 사람들도 지역 사회 환원에 기꺼이 참여할 수 있어요. 더 커먼즈다운 세련된 방식으로요.


더 커먼즈는 ‘공동의 연민(Common compassion)’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어요. 이 프로그램은 더 커먼즈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기부금을 모아 한 달에 한 번, 주변 지역의 취약층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구입해 전달해요. 로컬 아티스트, 공공 보건 센터, 학교 등 다양한 지역 사회 구성원들이 더 커먼즈의 도움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 방식이 더 커먼즈다워요. 동정심을 자극하는 것도,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도 아니에요. 대신 더 커먼즈의 공공 공간에 식수대를 마련해 사람들이 개인 물병에 식수를 리필해 갈 수 있도록 했어요. 다만 이 식수대 옆에 물을 리필해 가는 대신, 20바트(약 800원) 이상의 금액을 기부하라고 독려하는 문구가 쓰여 있어요. 개인 물병 사용으로 친환경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고, 수분 섭취를 늘려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지역 사회에 친절함을 베풀 수 있는 기회니, 누구나 기꺼이 기부에 참여해요. 


“갈증을 해소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에 친절함을 베푸세요.(Quench your thirst while spreading kindness throughout the community.)”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더 커먼즈는 자신들의 책임이 공공 장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더 커먼즈가 자리한 지역이, 그리고 이 곳에 오는 사람들이 더 친절하고 자비로운 커뮤니티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 이런 시스템을 마련한 거예요. 공간과 라이프스타일로 사람을 모으고, 이 사람들이 기꺼이 더 나은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한 거죠. 자신이 만드는, 그리고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기에, 더 커먼즈의 커뮤니티는 미래에도 지속가능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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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더 커먼즈 공식 웹사이트

 키네스트 그룹 공식 웹사이트

 The Commons / Department of Architecture, Archdaily

 The Commons Saladaeng / Department of ARCHITECTURE, Archdaily

 Brand Spotlight: Kinnest Group, Bitsize Bangk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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