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부터 라이프스타일까지, 세탁의 대상을 바꾼 세탁소

토미오카 클리닝

2023.09.07

세탁소가 사라지고 있어요. 세탁기의 성능과 의류 소재가 나날이 업그레이드 되어서 집에서도 충분히 빨래할 수 있거든요. 게다가 요즘은 손가락으로 버튼만 누르면 세탁 대행업체가 문 앞까지 찾아와요. 24시간 운영하는 코인 세탁소도 있고요.


할 일이 줄어드는 세탁소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문 닫을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에요. 홋카이도에서 1950년부터 세탁을 해왔던 ‘토미오카 클리닝’은 세탁의 대상을 바꿔서 연 매출 100억을 달성했거든요.(2019년 기준) 비결은 세탁의 대상을 바꾼 거예요. 토미오카 클리닝은 디자인도, 성능도, 라이프스타일도 세탁해요.


심지어 이 세탁소의 꿈은 빨래할 일 없어도 가고 싶은 세탁소가 되는 거예요. 집안일이 지겨워졌다면 지금부터 토미오카 클리닝을 만나봐요. 세탁이 재밌어질 테니까요.


토미오카 클리닝 미리보기

 #1. 디자인 세탁으로 바꾼 세탁소 이미지

 #2. 성능 세탁으로 개선한 세탁 생활

 #3. 라이프스타일 세탁이 목표인 세탁소

 세탁의 영역부터 세척의 영역까지




세탁소가 사라지고 있어요.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2만 7천개에 달하던 세탁소의 수가 2023년에는 2만 개 수준으로 줄어들었죠. 심지어 최근에는 감소폭이 커져 한해 2,000개씩 사라지고 있으니, 지금 이 속도대로라면 10년 뒤에는 세탁소를 국어사전에서만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세탁소가 줄어드는 건 비단 우리나라의 일만이 아니에요. 일본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죠. 정확한 추이를 한번 살펴볼게요. 일본 총무성 통계국의 조사에 따르면 1990년 이래로 일본의 세탁소는 계속 감소해왔어요. 세탁소가 사라지면서 가정에서 쓰는 세탁비도 줄었어요. 2018년 가구당 연간 세탁비는 전국 평균 5,904엔(약 5만 9천원)인데요, 정점이었던 1992년에 비하면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거예요. 사람들이 빨래를 안하게 되기라도 한 걸까요? 세탁소가 사라지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요.



ⓒtvhokkaido


우선 가정 내 세탁기 보급이 보편화됐어요. 일본 총무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일본 가정의 세탁기 보급률은 100%에 가까웠어요. 1960년만 해도 41% 수준이었으니 그 사이 삶의 모습이 많이 달라진 거예요. 세대 당 1대의 세탁기가 있는 게 당연해졌고 사람들은 집에서 쉽고 편하게 빨래를 하게 됐어요. 직접 세탁소에 찾아갈 일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있어요. 세탁기의 보급률이 세탁소 감소에 영향을 끼치는 건 2014년까지인데, 그 후로도 세탁소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거든요. 세탁소를 사라지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들이 있었던 거예요. 여러가지 사회적 변화와 기술의 발달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세탁소를 향한 발길을 줄이게 만들었죠.


먼저 세탁기가 업그레이드 됐어요. 요즘 출시되는 세탁기를 보면 세탁 코스만 수십가지예요. 아기 옷부터 아웃도어 의류, 피트니스 의류까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알아서 적절한 방식으로 세탁을 해주죠. 최근에는 의류의 오염 상태를 스스로 진단해서 빨래 해주는 AI 세탁기도 등장했어요. 다루기 어려웠던 민감 소재까지 알아서 척척 세탁해주니 전문가를 찾아갈 이유가 사라졌어요.


의류 소재도 진화했어요. 세탁기로 씻을 수 있는 수트, 주름지지 않아 다림질이 필요없는 링클 프리 셔츠 같이 다루기 쉬운 옷들이 등장했죠. 여기에 더해 옷 입는 습관까지 달라졌어요. 패스트 패션 시장이 커지면서 옷을 오래 입는 것보단 한철 입고 버리는 게 더 익숙해졌어요.


사회적인 변화도 한몫 했어요. 2019년 말,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자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났어요. 외출복을 입을 일이 사라지자 세탁의 빈도 수 자체가 줄어들었죠. 거기에 이전에 없던 경쟁자까지 새롭게 등장했어요. 바로 코인 세탁소와 모바일 세탁 서비스예요. 세탁소 영업시간에 맞추기 어려운 바쁜 직장인들은 코인 세탁소로 향하거나 모바일로 집 앞까지 찾아오는 세탁 서비스를 신청했어요.


기술의 발달,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경쟁자의 등장. 이 모든 시그널들은 오프라인 세탁소의 위기를 가리키고 있어요. 세탁 시장 규모는 점점 커져가는데 그 안에서 세탁소 혼자 길을 잃었어요. 제아무리 세탁의 고수라고 한들 방법이 있을까요? 스스로의 쓰임을 고민하던 홋카이도의 한 세탁소는 아예 세탁의 대상을 바꿔버렸어요. 이곳에서는 의류뿐만 아니라 세탁에 대한 정의,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까지 세탁해요. 70년 경력의 전문 세탁소이지만 세탁할 일 없어도 방문하고 싶어지는 곳, 토미오카 클리닝을 만나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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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자인 세탁으로 바꾼 세탁소 이미지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세탁소”


홋카이도의 세탁 전문점인 토미오카 클리닝의 캐치프레이즈예요. 청결을 책임지는 세탁소가 깔끔하기만 하면 되지 귀여울 필요까지 있을까요? 세탁소의 정의를 떠올려 보면 토미오카 클리닝이 스스로 정한 정체성은 독특해 보여요. 세탁소는 공간보다는 기능이 더 중요한 곳이거든요. ‘더러운 의류나 신발 등을 깨끗이 세탁하는 일’만 잘하면 돼요. 그래서 보통 세탁소는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어요. 작은 공간에 옷과 기계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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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토미오카 클리닝은 좀 달라요. 토미오카 클리닝이 탄생한 홋카이도의 낙농 마을 나카시베츠 지점을 살펴 볼게요. 외관만 보면 세탁소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예요. 매장 외벽에 간판 대신 걸려있는 새하얀 와이셔츠를 보면 의류 매장 같기도 하고, 큰 창문이 달려 있는 브라운 톤의 카운터를 보면 카페 같기도 해요. 손글씨로 쓰여진 ‘토미오카 클리닝’이라는 매장 이름만이 이 곳이 세탁소라는 것을 확인시켜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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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점들은 더 범상치 않아요. 분명 매장명은 세탁소인데 라이프스타일 소품을 파는 매장도 있고, 매장 한쪽에서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파는 곳도 있어요. 하지만 토미오카 클리닝의 매장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매장 인테리어부터 제품 패키지, 폰트와 로고까지 세련된 디자인으로 가득하다는 거예요.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모습을 보니 새로 등장한 기업인가 했는데 토미오카 클리닝은 1950년 설립됐어요. 사람으로 치면 70살이 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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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세탁을 했을까요? 토미오카 클리닝의 전문성은 홋카이도 바깥까지 소문나 있었어요. 홋카이도 밖에서 찾아와 이불 세탁을 맡기는 손님이 있을 정도였죠. 참고로 홋카이도는 일본의 본섬에서 떨어져 있는 섬인데요. 이불 빨래 맡기자고 빨랫감을 섬으로 보낼 정도이니 이 정도면 실력이 얼마나 대단할 지 알 것 같아요.


그런데 토미오카 클리닝은 이런 전문성과 기술을 자랑해도 모자란 마당에 ‘가장 귀여운 세탁소’가 되고 싶어해요. 세탁 전문점이라면 누구나 ‘가장 세탁 잘하는 세탁소’가 되고 싶어 할 텐데 말이죠. 이런 독특한 목표를 세운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2006년으로 돌아가야 해요. 


토미오카 유키는 토미오카 클리닝의 3대째 대표예요. 원래 은행원이었던 그가 가업을 잇기로 결정했을 때 친구들은 한 마디 말을 던졌어요. 깨끗한 세탁물을 받아오는 건 원래 두근거리는 일인데, 세탁소는 하나같이 똑같아서 하나도 가슴이 뛰지 않는다는 말이었죠. 이 말은 세탁업을 가업으로 이어온 집에서 자란 토미오카 유키에게 큰 충격이었어요. 그래서 그는 이렇게 다짐했어요. 남들이 세탁의 기능에 집중할 때, 토미오카 클리닝은 ‘세탁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방식’에 집중하겠다고요.


토미오카 클리닝은 세탁소가 가지고 있던 천편일률적인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디자인부터 세탁했어요. 기존에는 세탁물만 가져다주면 그만이었던 세탁소의 외관부터 새로 바꿨는데요. 겉모습만 달라진 게 아니라 속에 있는 내용물도 달라졌어요. 세탁과 관련 있는 상품들을 판매하기 시작했거든요. 세탁소에서 뭘 팔 수 있을까요? 찌든 때 없애는 방법 같은 팁처럼 정보같은 걸 파는 줄 알았는데 허를 찔렸어요. 빨래를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갖고 싶어할 물건을 팔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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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바로 가루형 세탁 세제였어요. 토미오카 클리닝의 공장에서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직접 개발한 세제였죠. 세탁 전문점에서 쓰는 세제는 마치 영업 비밀 같은 거예요. 미용실에서 사용하는 샴푸, 약사가 먹는 영양제처럼요. 사람들은 업계 전문가만 알고 있는 정보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데, 토미오카 클리닝은 스스로 정보를 오픈한 것이나 다름 없어요. 세탁 전문점에서 사용할 정도의 고퀄리티 세제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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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오카 클리닝은 자사 세척력의 핵심인 가루 세제를 그냥 팔지 않았어요. 커다란 캔에 넣었죠. 세제를 내용물이 무엇인지조차 쓰여있지 않은 이 커다란 캔에 담은 이유가 있어요. 사실 이 캔은 토미오카 클리닝이 시작된 나카시베츠 지역에서 쓰이는 우유캔에서 디자인 모티브를 얻었어요. 나카시베츠는 사람보다 소가 많이 사는 곳이에요. 낙농업이 발달한 이 곳에서 쓰이던 우유캔을 활용하자 디자인에 맥락이 생겼어요. 누구나 이 캔을 보는순간 토미오카 클리닝의 출생지가 홋카이도 나카시베츠라는 걸 유추하고 기억할 수 있게 됐죠. 


캔에는 가루 세제 800g이 들어가요.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1인 가구나 이 세제를 처음 써보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많은 양이죠. 그래서 토미오카 클리닝은 디스플레이 디자인과 판매 방식을 통해 이들의 진입 장벽도 낮춰주고 있어요. 매장에 가루 세제 쇼케이스를 설치한 거예요. 순백의 가루 세제는 1g에 1엔(10원)이에요. 일반적으로 3kg 가량의 빨랫감을 세탁할 때 20g 정도의 가루 세제가 들어가는 걸 감안하면 단돈 200원에 세탁 전문점의 비결을 훔칠 수 있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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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능 세탁으로 개선한 세탁 생활

디자인은 힘이 세요. 흔한 일상품조차 다르게 보이게 만드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디자인이 뛰어나도 결국 기능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사람들의 기대감은 금방 실망으로 변해요. 그렇다면 토미오카 클리닝은 어떨까요?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토미오카 클리닝의 세련된 디자인 감각 뒤에는 70년 간 쌓아온 저력이 있으니까요. 이를 바탕으로 토미오카 클리닝이 만든 오리지널 제품들은 단순히 세탁의 질만 높여주지 않아요. 세탁하는 사람의 고민까지 해결해주죠.


먼저 의류 컨디셔너예요. 헤어 제품 중에 컨디셔너가 있듯이 옷에도 컨디셔너가 있는데요. 보통 섬유 유연제라고 불러요. 우리가 매일 밤 샴푸로 두피를 씻은 후 컨디셔너로 머리카락을 보호하듯이 컨디셔너는 옷감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요. 세탁을 할 때 옷끼리 엉키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에 섬유의 손상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전기나 얼룩으로부터도 보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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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반적인 섬유 유연제에는 한 가지 단점이 있어요. 섬유 유연제는 코팅 처리를 해서 부드럽고 매끄러운 촉감을 만들어내는데, 이 코팅 처리로 인해 옷의 흡수 효과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거죠. 그래서 토미오카 클리닝은 오래 연구를 통해 섬유의 흡수 기능을 손상시키지 않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저자극의 의류용 컨디셔너가 옷감과 촉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거예요.


이 의류용 컨디셔너에서는 또다른 특징이 있어요. 아무런 향기가 나지 않죠. 향기는 섬유 유연제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라 시중에는 다양한 향기의 섬유 유연제가 출시되어 있는데요. 도대체 왜 토미오카 클리닝은 거꾸로 컨디셔너의 향기를 제거시켰을까요? 이는 일본에서 일명 ‘향기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섬유 유연제의 향기가 워낙 강하다 보니 사람들이 두통과 메스꺼움을 호소하게 된 건데요.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일본 정부 부처에서는 '그 향기, 곤란한 사람도 있습니다’라며 공익 광고 포스터를 게시하기도 했어요.


무향료의 의류 컨디셔너로 사람들을 배려한 토미오카 클리닝은 향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잊지 않았어요. 실제로 판매하고 있는 세탁 세제의 향기와 똑같은 향의 블렌드 오일을 출시했거든요. 깨끗하고 상쾌한 홋카이도의 바람을 테마로 하는 ‘허벌 플라워’와 눈이 쌓여 축축해진 나무와 흙의 향기를 모티브로 한 ‘겨울 숲’은 모두 100% 천연 정유로 만들었어요. 긴장을 풀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등 테라피에도 적합하죠. 컨디셔너에서 향기를 없애서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토미오카 클리닝은 이번엔 향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기쁘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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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토미오카 클리닝은 계속해서 세탁하는 사람이 가진 고민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개발해요. 가장 인기가 많은 가루 세제에도 다른 세제에는 없는 부가기능이 있죠. 세탁을 마친 옷들을 실내에 널어놓고 말리다 보면 불쾌한 냄새가 날 때가 있어요. 이건 대부분 세탁 과정에서 전부 빼내지 못한 오염이나 미처 씻겨나가지 못한 세제 때문에 세균이 번식해서 나는 냄새예요. 그래서 토미오카 클리닝의 세제는 계면 활성제의 비율을 대폭 줄였어요. 동시에 헹굼 성능을 향상시켜서 의류에 잔류하는 세제를 줄였죠. 세균이 사라지니 불쾌한 냄새도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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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에요. 이 가루 세제에는 세탁물뿐만 아니라 세탁조까지 씻어주는 기능도 있어요. 세탁기를 사용하다 보면 세탁조 내부에서 퀴퀴한 냄새가 날 때가 있는데요. 보통 세탁기가 습한 환경에 있거나 세제를 많이 사용할 때 세탁조에 찌꺼기가 쌓이면서 냄새가 나는 거예요. 이런 상태에서 세탁기를 돌리면 세탁의 효과가 반감돼요. 그래서 세탁조 클리너를 사서 주기적으로 통세척을 해야 하죠.


그런데 토미오카 클리닝의 가루 세제를 쓰면 세탁을 하는 것만으로 세탁조의 찌꺼기와 물때를 녹일 수 있어요. 세탁이 끝난 후 물이 빠져나가는 호스도 마찬가지고요. 이건 가루 세제 안에 들어있는 바이오 효소 덕분이에요. 이 가루 세제에는 찌꺼기를 만들어내는 성분이 거의 들어있지 않아서 새로운 세제 찌꺼기를 만들어낼 일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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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를 것 없던 일상품에 남다른 성능을 더하게 된 건 토미오카 클리닝이 세탁이라는 과정뿐 아니라 세탁하는 사람의 생활까지 고려했기 때문이에요. 처음 세탁소를 열었던 1950년에 비해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섬유 기능은 향상되고, 의류가 캐주얼화되는 등 세탁소에 불리한 환경이 계속되자 토미오카 사장은 ‘가정에서의 세탁 생활’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어요. 가정에서의 세탁을 외주화하며 성장한 세탁소가 거꾸로 가정에서의 세탁 생활을 지원하기로 했으니 발상의 전환이죠. 


토미오카 클리닝의 오리지널 상품들은 사람들의 일상까지 세탁해요. 매일 반복되는 집안일은 지루하지만 고객의 몫까지 대신 고민하며 만든 제품 덕에 집안일이 즐거워져요. 세탁이 아니라 세탁하는 생활에 집중한 토미오카 클리닝은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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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라이프스타일을 세탁하다

토미오카 클리닝은 세탁이 필요한 건 더러워진 옷, 신발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70년 된 세탁 전문점에서 가장 세탁하고 싶어하는 건 바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에요. 사람들의 신체와 생활에도 환기와 유지보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토미오카 클리닝은 ‘토미오카 클리닝 LIFE LAB’을 오픈했는데요. 이 곳은 사람들의 생활을 단정히 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제품들로 가득차 있어요. 그야말로 사람들의 삶의 방식까지 세탁할 수 있는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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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매장 한 편에 있는 숍인숍 ‘카와이로 료코텐(KAWAIRO RYOKOTEN)’이에요. 이곳은 가방, 지갑, 구두 등 가죽 제품을 물세탁, 수리할 수 있는 공방인데요. 부츠에 묻은 얼룩이나 가방 모서리의 흠, 신발의 긁힌 자국까지 가죽 전문가가 직접 유지보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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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의 수리과정을 한번 살펴볼게요. 이곳에 고객이 수리할 물건을 가져오면 먼저 상담을 진행해요. 사람마다 복구시키고 싶은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최적의 복구 방법을 제안하죠. 그 후에는 가방 표면의 오염을 제거시키기 위해 클렌징 과정을 거쳐요. 제품의 민낯이 드러난 후에 보이는 흠집이나 탈색된 부분에는 컬러링을 하고요. 가죽은 손으로 만지는 촉감도 중요하기 때문에 촉감을 고려해서 색 조정을 마친 후에 보습을 공급하는 크림을 바르면 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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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낡고 해진 제품이라도 공방의 손길이 닿고 나면 오랜 세월의 흔적은 감쪽같이 사라져요. 그런데 세탁소에서 굳이 가죽 제품을 수리, 수선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탁과 수리는 엄연히 다른 영역인데 말이에요. 근본적인 이유는 토미오카 클리닝이 정의한 세탁소의 역할에 있어요. 


토미오카 클리닝이 생각하는 세탁소는 단지 ‘고객이 맡긴 세탁물을 잘 씻어주는 곳’이 아니에요. 세탁이라는 행위보다는 ‘옷을 오랫동안 소중히 사용한다’는 본질이 더 중요하다고 보죠. 그래서 각 가정의 세탁을 도와주는 것뿐만 아니라 의류를 재활용하고 수선하는 것도 자신들의 일이라고 여기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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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오카 클리닝이 LIFE LAB에서 제시하는 건 ‘서스테이너블 라이프스타일(sustainable lifestyle)’이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에요. 이렇게 친환경적인 세탁소로 성장한 데는 2대 째 대표였던 토미오카 유키의 아버지의 영향이 컸죠. 그는 자칭 ‘건강 오타쿠’일 정도로 건강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가 생각했을 때 당시의 세탁은 사람, 자연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었어요. 세탁에 사용한 대량의 배수가 그대로 강과 바다로 흘러가면, 결국 그 영향을 사람이 고스란히 받았죠. 그래서 토미오카 클리닝은 2대 째부터 친환경적인 세제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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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오카 대표는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에 관한 가치관은 빨래라는 행동 하나로도 나타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직접 만든 세탁 세제에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관과 신념을 담았어요. 유용한 미생물인 EM균을 이용한 유기농 세제는 생분해성은 높고 계면 활성제는 적어요. 세제뿐만 아니라 공장에서 쓰는 물도 특별하죠. 소량의 세제로도 세탁이 가능한 물을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이 정도면 옷에도, 사람에게도, 지구에게도 친화적인 세탁소예요.


*EM(Effective Micro-organisms): 유용 미생물군의 약자로 사람에게 유익한 미생물을 조합, 배양한 것을 뜻해요.인체에서 발생되는 오염을 제거하는 유용한 효소들을 만들어내서 미세먼지, 노폐물 제거, 수질 정화 등에 효과가 있어요.


이들의 신념을 응원이라도 하듯 매출액은 점차 늘어나고 있어요. 2019년 기준 연 매출은 약 10억 엔(약 100억원)을 달성했죠. 지금 토미오카 클리닝의 오리지널 상품은 약 60개인데, 앞으로 더 많은 제품들을 개발해서 매출을 현재 30%에서 50%까지 늘릴 계획이에요.



세탁의 영역부터 세척의 영역까지

토미오카 클리닝이 만든 오리지널 제품들은 모두 세탁과 관련이 있어요. 세탁 세제부터 세탁망, 빨래판, 옷걸이 등이죠. 그런데 제품 라인업 중에 한 가지 눈에 띄는 제품이 있어요. 바로 ‘식기세척 세제’예요. 아무리 다 같은 세제라고 해도 세탁 세제를 식기세척기에 넣을 수는 없어요.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토미오카 클리닝은 어쩌다 자신의 전문 분야도 아닌 식기세척용 세제를 만들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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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를 세탁하는 것과 식기를 세척하는 것의 공통점은 ‘찌든 때를 깨끗하게 씻어낸다’는 거예요. 그런데 찌든 때는 눈에만 보이는 게 아니에요. 냄새도 있죠. 이 중에서 냄새를 없애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어요. 새로운 향을 첨가하는 것과, 기존의 향을 제거시키는 거예요. 토미오카 클리닝은 두번째 방법인 향을 제거하는 방식을 살려 가정의 세탁실에서 부엌으로 진출했어요.


이 상품의 제작은 어느 고객으로부터 시작됐어요. 토미오카 클리닝의 베스트셀러는 세제에 탈취 성분을 넣은 무향료의 세탁 세제였는데, 어느 날 고객이 동일한 컨셉을 식기세척기용 세제로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어요. 요리 후에도 남아있는 양파, 마늘 등의 냄새를 제거시킬 수 있는 세제가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토미오카 클리닝은 세탁의 영역에서 쌓아온 탈취력을 한껏 살려 세척의 영역으로 나아갔어요.


세탁에서 세척까지. 토미오카 클리닝은 집안일에 들이는 시간이 그 자체로 풍요롭기를 원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마치 ‘버리는 시간’처럼 여겨졌던 세탁이나 세척의 시간을 가치있게 만들어나가는 중이에요.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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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토미오카 클리닝의 최종 목표는 ‘빨래 없이도 갈 수 있는 세탁소’가 되는 거예요. 빨랫감 없이 세탁소를 간다니 뚱딴지 같은 소리처럼 들릴 수 있지만 빈 손으로 직접 가보면 70년 넘는 세탁 전문점의 진의를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이미 토미오카 클리닝은 옷이나 신발 이외의 것들을 세탁하고 있으니까요. 운이 좋다면 그 곳에서 다음 세탁 대상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Reference

 토미오카 그룹 공식 홈페이지

 「おうちで洗う」が人気?洗濯事情, 経済産業省

 データベース『えひめの記憶』, Ehime Prefectural Lifelong Learning Center

 特 集北海道のクリーニング最前線~あなたのセンタクは?~, TVh

 한해 2000개 동네 세탁소 문 닫았다…빨래 도맡은 세탁소 정체, 김경희, 중앙일보

 <釧根ビジネス探訪>クリーニング 雑貨を充実 ハッピーツリー=中標津町, The Hokkaido Shimbun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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