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형 백화점의 원조가 내다 본 리테일의 미래

우메다 한큐 백화점

팬데믹 기간 동안 일본 백화점들의 실적은 어땠을까요? 코로나 19가 발발했던 2020년 한 해 동안 일본의 내로라하는 백화점 모두 적자를 기록했어요. 미쓰코시 이세탄, 다카시마야, 소고·세이부 등 모두요.


다른 백화점들이 적자를 낼 때 나홀로 흑자를 낸 백화점이 있어요. 바로 오사카 우메다에 본점이 있는 ‘한큐 백화점’이에요. 한큐 백화점의 플래그십인 우메다 본점은 일본 백화점 중 매출이 2위인 매장이에요. 매출을 기준으로 이세탄 신주쿠점을 제외하고는 도쿄에 있는 모든 백화점을 제쳤다는 뜻이죠.


사실 일본 백화점 업계의 위기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에요. 팬데믹 때문에 가속화되었을 뿐이에요. 1990년대부터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했거든요. 블랙 스완이 아닌 업계의 흐름이었기에 한큐 백화점의 선전이 더욱 의미가 있어요. 우메다 한큐 백화점은 무엇이 특별한 것일까요?


오늘의 스토리는 리테일/이커머스/패션/뷰티 트렌드 유료 구독 서비스, ‘데일리트렌드’에 실린 우메다 한큐 백화점의 이야기예요. 리테일 업계의 트렌드 족보, 데일리 트렌드와 함께 우메다 한큐 백화점으로 떠나 보아요!


한큐 우메다 백화점 미리보기

 "극장형 백화점"이라는 건요

 식품, 럭셔리, D2C란 3박자를 독점적으로




일본의 넘버원 백화점은 명실공히 도쿄의 미츠코시 이세탄이에요. 그리고 부동의 2위가 어디냐면, 바로 오늘 소개할 오사카의 한큐 한신 우메다 본점(이하 한큐 우메다)이랍니다.


이 둘은 동쪽엔 이세탄, 서쪽엔 우메다라고 불리며 일본 패션과 트렌드의 성지로 자리를 굳히고 있어요. 생각해보면 도쿄에 그 쟁쟁한 백화점들이 많은데 오사카 백화점이 2위인 것은 참 이례적이라 볼 수 있어요.


이건 도쿄 백화점들이 못해서 그렇다기보다는 한큐 우메다가 너무 잘해서 그래요. 한큐 한신 백화점은 작지만 강한 백화점 기업이에요. 얼마 전 2022년 백화점 기업들 실적이 발표됐는데, 다른 백화점 그룹들이 다들 적자를 보고 있을 때도 얘네는 혼자 10억 엔(약 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조명되고 있는 한큐 우메다의 파월..!  이 친구는 신주쿠 이세탄과는 비슷하지만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백화점이에요. 특히 이 백화점은 스스로를 '극장형 백화점'으로 부르고 있는데요. 우리도 한번 봐 놓을 필요가 있는 듯해요. 백화점이 극장이 되고 테마파크가 되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엔 꽤 설득력이 있어요.


과연 한큐 우메다가 주장하는 극장형 백화점이란 무엇일까요? 오늘은 그것을 알아보러 떠나보겠습니다. 고고씽!



"극장형 백화점"이라는 건요

한큐 한신은 에이치투오 리테일링 소속의 백화점 브랜드예요. 이 한큐 한신 백화점의 플래그십이 바로 한큐 한신 우메다 본점이죠.


이 백화점은 2012년 '극장형 백화점'을 선포한 이래 이 전략을 10년간 칼같이 유지해 왔어요. 돌이켜보면 이들이 10년 전에 내린 결정들은 너무도 혁신적이고 과감하고 옳은 것이었답니다. 어떻게 10년 전에 이럴 수 있었는지 신기할 정도요.


2012년은 한큐 우메다가 전면 리뉴얼 후 재오픈한 시점이었는데요. 이때 한큐 한신은 전체 매장 면적(80,000제곱미터)의 무려 20%(16,000제곱미터)를 뚝 떼내서 '서비스 공간', 즉 팔지 않는 공간으로 구성하기 시작해요. '극장'은 뭐니 뭐니 해도 '구경'을 하러 오는 곳이고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구경할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면서요.


이때 이들은 9~12층까지 4개 층을 털어 '축제 광장'이란 걸 만들어요. 이 광장 파워가 어마무시한 것이, 한큐 우메다는 이곳을 거의 3주에 한번 정도 테마를 바꿔가며 페스티벌이나 이벤트전을 대대적으로 운영한답니다.



ⓒMIRRORBOWLERS ⓒKLOKA


이 공간은 누가 빌려서 팝업을 여는 공간이라기보다는 한큐 우메다가 직접 기획/주도해서 이벤트를 여는 공간이란 점이 인상적이에요.


한큐 우메다가 개최하는 이벤트 중 일부는 꽤 유명해져서요. '여의도 벚꽃 축제'처럼 시즈널한 이벤트가 된 게 꽤 있어요. '영국 페어', '크리스마스 마켓', '월드 티 페스티벌' 등등이 해마다 찾아오는 이벤트로 이 이벤트를 기다리는 단골들이 한가득이죠.


특히 '영국 페어(英国フェア)'는 2013년부터 꾸준히 열리면서 한큐 우메다의 명물이 되어버렸죠. 그간 어떻게 열었었는지 사진들을 찾아보니까 되게 이쁘게 하더라구요! 요기 누르시면, 한 블로거가 2013년부터 2021년까지의 영국 페어를 정리해 놓은 글을 볼 수 있는데요. 흐음.. 이거 재밌지 말입니다?



요게 2021년 영국 페어 모습요. (출처: Keizai.biz)



2021년 영국 페어 (출처 : tetsuwanco)



2015년 영국 페어는 요랬대요~ (출처 : tetsuwanco)


이밖에도 발렌타인 초콜릿 축제 같은 다양한 축제들이 이곳에서 열린답니다. 2012년에 이런 생각을 했으니 대단한 백화점이에요. 이 정도면 가히 극장형 백화점이라 할 만 한 듯요. 


백화점이란 공간을 운영할 때, 사실 이 축제 광장처럼 백화점이 작심하고 공간을 확보해야만 가능한 이벤트들이 있어요. 옛날식 백화점에는 콘텐츠가 모일 공간이 없어요. '매대 공간'이란 게 있을 뿐이죠.


그런데 축제 광장 같은 공간을 확보할 땐 또 무서운 점이 있는 것이요. 사전에 반드시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답니다.


• 지속적인 이벤트 유치를 할 기획력이 있는가 : 이거 못하면 흉물 됩니다.

 비용 투자에 대한 리턴 기간을 본사가 보장하는가 : 회장님이 책임 안 지면 사표 쓸 일은 말아야죠.

 그리고 요즘 젤 중요한 거. 저 설치를 3주마다 바꿀 때 나오는 쓰레기를 어찌 할 것인가 하는 거예요. : 열심히 하다가 돌 맞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한큐 우메다는 기획력도 되고 회장님도 밀어주고 실적도 받쳐주는데요. 최근 바로 저 '쓰레기' 지점에서 도전을 받고 있어요. 페스티벌을 계속 하고 싶은데 눈치가 보이는 거죠. 하핫. 그래서 Epson하고 콜라보해서 구조물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해요. 이건 나중에 또 함 기회 될 때 따로 소개할게요.


한편 이 축제 광장 말고도, 한큐 우메다에는 '코토코토 스테이지(コトコトステージ)'란 공간이 층마다 있어요. 이건 신주쿠 이세탄에 층마다 있는 'The Stage'하고 비슷한 건데, 팝업으로 대관을 하거나 혹은 백화점 주도하에 흥미로운 콘텐츠를 '로테이션'하는 공간이에요.


콘텐츠의 로테이션은 최근 너무 중요하다고 말씀 드렸지요? 아무리 괜찮은 콘텐츠라도 한 콘텐츠가 변하지 않고 짱박혀 있음 시시해지게 돼있어요. 적절한 리텐션을 불러들이기 위해선 한번에 세팅을 잘하는 것 이상으로 콘텐츠에 '변화'를 줘야 해요.


이 로테이션 콘텐츠에는 미묘한 터치가 필요하답니다. 적절히 변화를 줘야 하지만 또 저 영국 페어처럼 '시즈널'한 반복을 줄 수 있으면 리텐션이 잘 일어나죠. 한큐 우메다는 이걸 참 잘하는 백화점이에요.


신주쿠 이세탄에도 ReStyle팀이 따로 있다고 말씀 드렸지요? 이 팀 또한 신주쿠에서 로테이션 콘텐츠를 잘하기 위해서 만든 팀이에요.



식품, 럭셔리, D2C란 3박자를 독점적으로

좌, 이제 판매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 한큐 우메다 본점이 젤로 잘파는 건 뭘까유?


참으로 신기한 것이요. 한국에선 백화점 매출 비중 1위가 럭셔리이고 비중이 한 30-36% 정도 돼요. 그 다음이 가정 용품(13-16%), 그 다음이 식품 (10-13%)이죠.




근데 한큐 우메다는 식품이 1위예요. 이건 한큐 우메다만 그런 게 아니라 일본에선 백화점의 식품 비중이 의류 비중을 앞지른 지 오래예요.


실제로 백화점 식품 코너에 가보면 임금님께 진상해야 할 것 같은 각 지방 최고급 특산물(된장부터 과자, 빵, 과자까지)이 즐비하고, 이런 특산물들이 그렇게 잘팔린답니다. 신기하지요?


한국은 보통 '어느 지역 특산물'이라고 하면 그건 '그 지역엔 그 제품이 많이 난다'는 소리예요. 하지만 일본에서 '어느 지역 특산물'이라고 하면 '그 지역에서 나는 게 제일로 맛있다'란 소리예요. 딸기가 많이 난다고 해서 딸기가 특산물이라고 말하면 아마추어인 거죠. 일본에선 딸기가 제일 맛있는 지역일 때 딸기가 특산물이라고 말해요.


이렇듯 '프리미엄 식자재'가 두터운 나라이다보니 백화점 식품부가 참 설득력을 갖게 되는데요. 어느 지역 딸기가 특산품이면 그 지역 딸기 빵, 딸기 과자는 다 프리미엄이 되는 거예요. 어느 지역 김이 유명하면 그 김으로 만든 반찬은 다 프리미엄이구요. 고객이 또 이를 아낌없이 구매해주는 선순환 소비가 형성되어 있어요.


한큐 우메다는 그 중에서도 식품부가 특히 유명하답니다. 식품 다음에 잘 팔리는 게 럭셔리예요. 한큐 우메다에서 럭셔리는 한국하고 비슷한 36% 정도인데, 이 정도면 일본 백화점에선 꽤 높은 거예요.


한큐 우메다가 식품과 럭셔리를 취급하는 방법은 늘 '한큐 우메다 한정' 제품들을 적극 유치하는 거예요.


이미 오사카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오사카의 희귀한 기념품을 찾으려면 한큐 우메다 본점'으로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랍니다. 한큐 우메다 한정의 디저트와 과자는 늘 사람들을 북적이게 하는 트래픽 메이커예요.


여기 Calbee의 한큐 한정 감자칩 가게 Grand Calbee는 이제 전국적 명물이 되었죠. 마치 오리온 초코파이 하우스처럼 감자칩 브랜드 Calbee가 수제로 감자칩을 만드는 가게예요. 초코파이 하우스는 여기저기 있지만 Grand Calbee는 한큐 우메다에만 있어요.



Grand Calbee. 그랜드하쥬? 별의별 맛 감자칩이 한가득! (출처 : icoico)



얘네는 감자칩 사이에 쪼꼬 딸기 들어쪄여~ ⓒCalbee


럭셔리들의 한정 제품이란, 럭셔리 브랜드들이 한 유통만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주는 콜라보 제품들이에요. 이세탄도 이 부분에선 빛을 발하는 백화점 중 하나죠. 이 둘의 의견은 초지일관, '우리 가게에서만 살 수 있는 제품이 많아야' 고객들이 방문한다는 거예요.


럭셔리랑 먹을 것만 팔아도 70-80% 매출이 나오는 백화점에서 그럼 패션은 어쩌구 있을까유?


신기하게도 요즘 한큐 우메다는 D2C 브랜드 유치에 여념이 없답니다.  올해 초 한큐 우메다는 4층 컨템포러리 여성복을 리뉴얼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실제로 4월 말 D2C 브랜드만을 판매하는 100평 규모의 새로운 매장을 오픈했어요.


이렇게 대규모 공간을 마련한 이유는 한큐 우메다 본점 여성복의 매출 추이 때문이에요. 지난해 10월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 11월 21% 증가, 12월 29% 증가, 1월도 25% 증가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그 기폭제가 코토코토 스테이지에서 팝업을 하는 D2C 브랜드들 덕이라고 해요.


섬연신문사가 한큐 우메다 본점 여성 패션 총괄 담당과 인터뷰한 내용을 보니까, 한큐 우메다는 20년 1월-21년 9월 중 휴업기간 등을 제외한 실질 9개월 동안 약 70개 브랜드의 팝업을 100번 정도 했었대요.. 헉... !


해보니 1주일 만에 8000만 엔~9000만 엔(약 8억원~9억원)을 버는 브랜드도 있었다네요. 9개월간 코토코토 스테이지가 벌어들인 돈은 무려 50억 엔(약 500억원)!


이 9개월간의 실적을 토대로 우메다는 70여 브랜드의 목록을 추렸어요. 그리고 D2C 존을 완전한 '로테이션 존'으로만 운영하기로 결정하죠. 즉, 상시 입점은 없어요!



지난해 12월 열린 팝업 현장. 이땐 3개 브랜드가 동시 팝업을 하고 있었어요. (출처: senken)


브랜드들은 99제곱미터로 1개월, 33제곱미터로 1주일, 이런 식으로 단기로 들어오게 돼요. 마루이처럼 신청만 하면 되는 건 아닌 듯요. 우메다 본점 바이어들이 중간에 한번 걸러서 '브랜드 매트릭스를 짜깁는' 방식으로 운영할 거라고 해요.


어우.. 이거 보통 일 아닌데요. 바이어도 워라벨이 있지 행거별로 브랜드를 저래 쉴 새 없이 바꾸면 집에서 애기는 누가 본대유? 하지만, 3개월에 한번씩 9층에서 페스티벌을 해온 백화점이라면 해낼 수 있을 듯요. 그것도 제정신 가지곤 사실 하기 힘든 거니까요. 하핫.


여러분의 매장은 얼마나 빠르게 로테이션이 되고 있어유? 이걸 어케 하면 사람을 갈아넣지 않고 할 수 있는가가 관건인데요. 하지만 또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거면 전문가 영역이 아니겠죠. 정말 전문가들이 필요한 영역이고 그래서 이세탄의 ReStyle 같은 팀이 필요한 지도요.


잼난 백화점이쥬? 다음에 또 새로운 이야기로 시티호퍼스에 찾아올게요. 휘리릭!




Reference

 日이세탄 신주쿠 35년 만에 다시 공상실현백화점…, 데일리트렌드

 이세탄 restyle과 로테이션이란 요소, 데일리트렌드

 이세탄신주쿠 괴물백화점, 2조7천억의 비밀, 데일리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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