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까지 만든 빈백 브랜드의 폭신폭신한 성장 전략

요기보

2023.05.03

몸을 던지는대로 모양이 잡혀요. 다이빙하듯 풍덩 뛰어들면 침대가, 120도쯤 기울이면 리클라이너가, 자연스럽게 앉으면 의자가 되죠. 사람들을 초대해 공간이 부족하다면 빳빳하게 세워두면 돼요. 어느 공학 박사의 실험 같은 게 아니에요. 미세한 알갱이 수천 개로 꽉 채워진 비즈 소파, ‘요기보’의 이야기예요.


빈백으로도 알려진 비즈 소파가 그리 특별한 제품은 아니에요. 주변에서 손쉽게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요기보에는 다른 빈백 브랜드에서 볼 수 없는 몇 가지가 있어요. 톡톡 튀는 20가지 이상의 팝한 컬러.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10종의 비즈 소파. 달라지는 가족 형태에 따라 분해와 조립이 가능한 모듈 소파예요. 게다가 디지털과 연결되지 않고도 지식과 소셜 스킬을 길러주는 게임 콘텐츠까지 제작해요. 빈백 회사가요.


하지만 이런 특장점도 제대로 홍보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거예요. 현재 요기보는 8개국에 진출해 있는데요. 일본에서 판매 점유율이 60%가 넘어요. 급기야 일본의 한 온라인 회사는 미국 태생의 요기보를 100% 인수하기까지 했어요. 추정되는 인수액만 약 1,000억원. 일본과 요기보, 요기보와 일본에는 어떤 강력한 이끌림이 있는 걸까요? 요기보는 어떻게 일본에서 급격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는지 이야기를 해볼게요.


요기보 미리보기

 #1. 임신한 아내의 스트레스를 없애주고 싶었던 남자

 #2. 1000억원에 본사를 인수한 대리점

 #3. 오랫동안 기억될 콘텐츠를 만드는 빈백계의 디즈니

 요기보의 더 의미있고 근거있는 확장




한 마리 말이 물컹한 쿠션을 보더니 몸을 뉘어 눕습니다. 사람처럼 편안한 표정을 하고서요. 말 한 마리와 쿠션만으로 30초를 꽉 채운 이 영상은 어느 날 트위터와 유튜브 세상에 등장했어요. 안전한 사육 공간에서도 서서 잘 만큼 예민한 말이 이리도 편하게 누워 잠들 수 있는 베개라니. 말은 일약 SNS 스타로 올라섰고, 쿠션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은 순식간에 커졌어요. 



ⓒ요기보 베르사유 리조트 팜


이 영상은 ‘요기보(yogibo)’라는 빈백 브랜드의 광고예요. 원래는 SNS용으로 만든 숏폼 광고였지만 영상 속 말을 좋아하는 ‘팬’들이 생기고 굿즈 티셔츠까지 나오자 요기보는 파격적인 계약을 하게 됩니다. 1,000만엔. 우리돈으로 1억원에 가까운 계약금을 주고 말을 정식 광고 모델로 기용한 거예요. 그렇게 탄생한 요기보의 CF는 2022년, 일본에서 가장 호감도 높은 광고 6위에 올랐어요. 지금도 방영을 계속하고 있고요.


상품을 홍보하는 대사 한 마디 없고, 유명 연예인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사지도 않아요. 안정감을 느끼는 환경이 아니면 좀처럼 눕지 않은 말을 한순간에 무장해제시킨 쿠션임을 보여줄 뿐이죠. 요기보 입장에선 이보다 더 효과적인 ‘뜻밖의 기쁨’은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단순히 운이 좋아 얻어 걸린 행운은 아니었어요. 요기보의 쿠션에는 말이 편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기능적 이유가 있거든요.



ⓒ요기보


요기보 소파는 비즈라는 신소재 미립자로 구성돼 있어요. 일반적인 비즈 소파와 어떻게 다른가 비교해보자면, 보통의 소파는 ‘부드러운 면’과 ‘딱딱한 면’ 2가지 소재로 이뤄져 있어요. 딱딱한 면이 없으면 안정감이 사라지고 소파의 형상도 유지할 수 없게 되죠. 5분이 지나면 등에 알갱이가 달라붙는 느낌이 드는 등 불편감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반면 요기보는 신기술을 적용해 이 딱딱한 면을 없애는 데 성공했어요. 수천 개의 미세한 알갱이로 속을 꽉 채워서 앉거나 눕는대로 형태와 모양이 잡히고, 개인의 체형에 따라서도 제품이 자연스럽게 맞춰져요.



ⓒ요기보


그러면 뭐가 좋냐고요? 활용도가 넓어져요. 소파를 120도 기울여 리클라이너처럼 쓸 수도, 일자로 눕혀 침대로 쓸 수도 있어요. 앉은 자세로 풍덩 몸을 던지면 그대로 의자가 되죠. 공간을 아끼고 싶다면 그저 빳빳하게 세워두면 돼요. 요기보를 원하는 곳에 던지기만 하면 그 장소는 나를 위한 휴식처, 아이의 놀이터가 되는 거예요.



오사카 혼마치점 ⓒ시티호퍼스


압도적 편안함과 내구성을 자랑하는 만큼 성장세도 화끈했어요. 2010년 미국에서 1호점을 시작으로 2023년 현재 8개국에 단독 및 숍인숍 매장을 130개 두고 있거든요. 비즈 소파에서 나아가 패션 가구, 인테리어 용품으로도 훌륭하게 쓰이고 있죠. 그런데 요기보의 이력을 쭉 훑어 내려가다보면 다소 엉뚱한 이름들이 보여요. NBA와 NFL 경기장, 그리고 ‘모든 연령대를 위한 혁신적인 콘텐츠’라니, 비즈 소파가 트랜스포머처럼 덜커덕덜커덕 일어나 스스로 변신이라도 하는 걸까요? 어떤 일인지 알아보기 전에, 요기보의 탄생 스토리를 먼저 들려드릴게요. 



#1. 임신한 아내의 스트레스를 없애주고 싶었던 남자

2009년, 미국에서 갓 신혼 생활을 시작한 에얄 레비에게는 고민이 있었어요. 아내가 임신을 해서 배가 볼록하게 나오자 편안하게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때가 많아진 거죠. 에얄 레비는 신축성이 좋은 커다란 천으로 어설픈 비즈 소파를 만들어 아내에게 선물했는데, 효과가 좋았어요. 임산부가 엎드려도 쾌적하게 잠들 수 있는 푹신한 비즈 소파. 이것이 요기보의 시작이었어요.



ⓒ요기보


그는 집 지하실에서 본격적인 비즈 소파 제작에 나섰어요. 제품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홈 파티를 개최하고 현지 부티크 매장에 내놓기도 했죠. 판매가 호조를 보이자 머지 않아 팝업 스토어에도 입점하게 됐어요. 이때 “이 요기보는 이미 갖고 있는데 다른 제품은 없나요?”라고 묻는 고객들이 생겼어요. 그래서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에얄 레비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상품 라인업을 늘리기 시작해요.




ⓒ요기보


그 결과 요기보의 시그니처 비즈 소파가 탄생해요. 더블, 맥스, 미디부터 드롭, 버블, 피라미드까지 사이즈별로 구분한 10가지 ‘요기보 시리즈’예요. 가장 저렴한 1인용 등받이 소파 피라미드가 13,800엔, 가장 비싼 더블이 64,800엔이니 한화로는 13만원에서 63만원 사이에 다양한 종류와 용도의 소파가 마련돼 있는 셈이에요. 내 취향과 필요, 그리고 예산에 맞게 선택할 수 있으니 부담이 없죠.



줄라 시리즈 ⓒ요기보



ⓒ요기보


이처럼 요기보 시리즈가 요기보의 기본을 이루는 라인이라면, ‘줄라 시리즈’는 생활 방수와 자외선 차단 기능을 덤으로 탑재한 소파예요. 물에 젖어도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도 소재가 잘 상하지 않아서 테라스, 노천 카페, 야외 수영장, 해변가 등 아웃도어용으로 사용하기 딱이에요. 기본 요기보 시리즈에 2~3만원 정도만 더 붙는 정도라 크게 비싸지도 않고요. 이 외에도 3배 강한 내구성으로 더 오래 탄력이 유지되는 ‘프리미엄 시리즈’도 있어요.



(좌) 서포트 / (우)캐터필러 롤 ⓒ요기보


이렇게 사이즈, 용도, 기능성별로 소파를 세분화한 요기보는 점차 사람들의 삶에 침투하기 시작해요. 곧 사이드 상품군도 확대해 나가는데요. 전략은 ‘시장에 나와 있는 기존의 것과는 뭐라도 달라야 한다’였어요. 그래서 소파 생활을 더 안락하게 만들어줄 액세서리를 만들었죠. 


등을 감싸며 허리를 받쳐주는 서포트. 껴안기 좋은 캐터필러 롤, 발 받침대이자 스툴로도 쓸 수 있는 오토만 등의 옵션 상품들을요. 핸즈프리 홀더 ‘그리피보’, 노트북 받침대 ‘트레이보’와 태블릿 받침대 ‘타블로’도 만들었어요. 소파를 휴식의 공간을 넘어 사무의 공간으로 확장해석한 거죠. 반려동물 침대 라인, 아이들이 직접 색칠하며 알록달록한 쿠션을 완성하는 기발한 ‘캔버스 쿠션’도 내놓았고요.



그리피보 / 트레이보 / 타블로 ⓒ요기보



(좌)캔버스 쿠션과 페인트 키트 / (우)도기보 ⓒ요기보


여기까지 요기보의 제품 사진을 쭉 봤다면 아마 눈에 탁 띄는 점을 하나 발견했을 거예요. 선명하고 팝한 색상들 말이죠. 요기보는 왜 이렇게 컬러풀한 색상을 선택했냐고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에게 사랑받는 것이 요기보의 또 다른 성공 전략이었거든요. 에얄 레비가 살면서 경험해온 브랜드를 찬찬히 뜯어봤더니 타깃 고객이 ‘모두’를 향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어요. 화장품, 신발 같은 보편적인 소비재도 특정 연령대의 고객을 갖추고 있었죠. 넓게 잡아도 20~40대, 이렇게요. 하지만 에얄 레비는 5세도, 65세도 찾는 소파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모듀 소파. 차례로 베이스, 코너, 탑 ⓒ요기보


‘폭넓은 연령대에게 친숙해지고 싶다’는 바람은 ‘모듀 소파’의 개발로 이어졌어요. 모듀 소파는 1인용에서 4인용까지 변신이 가능한 모듈 소파예요. 바닥만 있는 베이스, L자형 코너, 등받이가 있는 탑을 자유자재로 조합해 소파나 소파베드로 활용이 가능해요. 요기보의 다른 액세서리나 패션 가구와도 디자인적으로 어울려 손쉽게 하나씩 빼고 더할 수 있죠. 혼자 살다가 배우자가 생기고, 아이를 가지고, 반려동물이 추가돼도 변화하는 가족 형태에 따라 얼마든지 소파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거예요. 



ⓒ요기보



ⓒ요기보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편안한 소파, 취미와 사무의 영역을 넘나드는 소파,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을 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형태가 변하는 커스터마이징 소파. 우수한 기능을 품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등에 업은 요기보는 다양한 색상만큼이나 다채로운 가능성을 펼쳐나가게 돼요.



#2. 1000억원에 본사를 인수한 대리점


01. 한 통의 메일로 시작한 일본 상륙기

요기보의 창업자들은 어느 날 한 통의 메일을 받게 돼요. 일본에 요기보 대리점을 열고 싶다는 내용이었어요. 발신자는 일본에서 ‘웹샤크’라는 온라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던 기무라 세이지. 그는 해외 웹사이트를 서핑하다가 ‘이 비스듬한 모양이 쿠션이 된다고?’라는 호기심으로 사용해본 요기보에 반해버린 사람이었죠. 그런데 다시 주문을 하려고 보니 배송비가 7만엔(약 70만원)이나 드는 게 아니겠어요? 소파는 단돈 3만엔이었는데 말이에요. 그는 이럴 거면 아예 일본에 매장을 내보자고 판단한 거예요.



팝한 색상이 특징인 요기보 오사카 혼마치점 ⓒ시티호퍼스


물론 이 결정에는 몇 가지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어요. 우선 일본은 우리처럼 신발을 벗고 생활해, 바닥에 깔고 쓰는 요기보가 선뜻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었어요. 미국 태생의 브랜드라는 점도 미국 문화를 동경하는 일본인들에게 매력적인 포인트가 될 수 있었죠. 마지막으로 컬러풀한 요기보는 그동안 일본의 대형 브랜드에서 출시했던 회색, 네이비, 흰색 등의 단조로운 빈백과 달라 신선하게 느껴질 만도 했어요.


02. EC몰과 팝업 스토어에서 나타난 웹샤크의 저력

이러한 판단으로 일본 총대리점 판권을 취득한 웹샤크는 우선 자사 EC 몰에서 판매를 시작했어요. 2002년부터 드롭시핑 서비스를 시행해오면서(이 서비스는 2020년 중단됐어요.) 이미 100만명 규모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었거든요. 고객 유치에 자신이 있었던 거죠. 2014년 11월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지만 자본이 부족해 충분한 마케팅 활동을 하지는 못했어요. 그러던 중 찾아낸 방법이 쇼핑몰에서 팝업 스토어를 여는 것이었어요.


지금이야 팝업 스토어가 대세지만, 당시 팝업 스토어는 3개월에서 6개월, 길어도 1년 이내로 문을 닫아야 해 많은 브랜드가 선호하는 방법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웹샤크는 기간을 더 짧게 잡아도 좋으니 월세를 깎아달라고 쇼핑몰과 협상했죠.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요기보는 오사카 아베노 큐즈몰에 1호점을 열게 돼요. 5월에는 덱스 도쿄 비치에 2호점이 자리를 잡죠. 오프라인 판매를 하면서 요기보의 인지도는 꾸준히 올라갔어요.


03. 명함만 스폰서가 아닌, 제대로 스폰서십 발을 받다

시간이 흘러 2020년. 갑작스레 불어닥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요기보도 매장 운영을 중단해야 했어요. 하지만 실만 있는 건 아니었어요. ‘집콕 라이프’가 일상 풍경이 되면서 TV를 보는 사람도 덩달아 증가했어요. 때마침 TV 프로그램의 광고 단가는 이전에 비해 60% 정도 떨어져 있던 상황이었어요. 투자 대비 효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판단한 웹샤크는 2020년 6~7월에 집중적으로 TV 광고를 시도해요. 그 결과 요기보의 브랜드 인지도는 TV 광고 송출 이전 34%에서 두 달 만에 65%로 대폭 오르게 되죠.



ⓒ리진


그리고 2020년 8월. 요기보는 또 한 번의 퀀텀 도약을 이룰 전략을 펼치게 돼요. 일본 격투기 단체 ‘리진’과 스폰서십을 맺은 건데요. 단순히 방송 하단이나 말미에 브랜드의 로고를 내보내는 소극적인 스폰서십이 아니었어요. 관객에게 작은 노벨티를 배포하거나, 승리한 선수가 링 위의 요기보에 앉아 기념 촬영을 찍도록 하는 등, 요기보 제품을 공식 프로그램 안에 적극적으로 끼워넣은 거예요. 선수들의 대기실에도 요기보 소파를 두고, 시합 후 기자회견에서도 요기보 의자에 앉아 인터뷰를 하도록 했죠. 승리한 선수에게는 요기보 소파를 선물했고요.


그러면서 점차 요기보에 승리의 이미지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경기에 이기고 싶은 마음을 “요기보에 앉고 싶네요.”라고 표현하는 선수들도 생기게 됐죠. 기사, 미디어, 선수들의 SNS에 요기보가 자연스럽게 노출됐어요. 이에 힘입어 2021년 7월 기준 요기보의 전체 매출은 168억엔(1,680억원)을 기록했어요. 전년보다 무려 76.8%나 성장한 숫자였어요. 성장은 꾸준히 이어져 2022년 7월에는 26.5% 상승한 212.6억엔(2,126억원)을 달성하게 됩니다.



무인양품의 푹신 소파 ⓒ무인양품


사실 일본에서 비즈 소파의 사용을 처음 주도한 건 무인양품이에요. 2002년부터 비즈 소파를 판매해 트위터상에 ‘사람을 글러먹게하는 소파’라는 밈을 유행시킨 장본인이기도 하죠. 일본 1위 가구 회사 니토리까지 빈백 제품을 팔고 있어, 요기보가 출사표를 던졌을 당시에는 경쟁이 만만치 않아 보였어요.


하지만 웹샤크는 계속 성장했어요. 그들의 파이를 빼앗아서가 아니었어요. 요기보가 일본에 닻을 내린 이후에도 무인양품이나 니토리의 매출은 크게 변하지 않았거든요. 다시 말해, 요기보는 경쟁사의 파이를 빼앗아 성장한 게 아니라 빈백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면서 커지고 있었던 거예요.


시장의 수요와 똑똑한 마케팅 전략을 발판으로, 2021년 말에 웹샤크는 요기보를 완전히 인수하기에 이르러요. 인수액은 비공개지만 100억엔(약 1,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요. 웹샤크는 항상 저비용 고효율 원칙에 집중해 요기보의 인지도를 쌓는 데 노력해왔어요. 그 결과 요기보가 진출한 8개국 중 일본을 매출 실적 1위의 국가로 만들었죠. 이제는 유럽과 인도, 말레이시아로 눈을 돌려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계획이에요. 항상 독자적인 전략으로 빠르게 성공을 일궈내는 이 비즈 소파 브랜드는 또 어떤 성장점을 찾아 이 새로운 시장에 안착하려고 하고 있을까요?



#3. 오랫동안 기억될 콘텐츠를 만드는 빈백계의 디즈니

‘모든 연령대를 위한 혁신적인 콘텐츠’ 역시 요기보가 하는 일 중 하나예요. 2019년 요기보는 루카스필름을 소유한 디즈니와 제휴해 스타워즈 컬렉션을 선보였어요. 소파, 서포트, 촉감 자극으로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볼 제품 ‘스퀴지보’ 등을 온통 스타워즈로 물들였죠. 이때 소파에는 투톤 컬러를 도입했어요. 스타워즈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제국군과 반란군의 대칭적인 세계관을 녹여내, 수많은 스타워즈 팬들의 향수와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였죠.



ⓒ요기보



ⓒ요기보


스타워즈 컬렉션이 좋은 반응을 얻자 미키와 친구들, 토이스토리로 콜라보를 이어갔어요.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 도날드덕, 구피, 플루토 등 귀여운 디즈니 캐릭터들이 다양한 요기보 제품에 표현되고, 토이스토리의 우디, 버즈, 에일리언은 사람처럼 꼭 껴안기 좋은 ‘허거’ 제품으로 나타냈죠.



ⓒ시티호퍼스



ⓒ요기보


기존 콘텐츠를 제품에 입히기만 한 게 아니라 아예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기까지 해요. 엉뚱하지만 긍정적이며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선물하는 요기보의 대표 캐릭터 허기보를 통해서요. ‘조고볼’은 이 허기보의 얼굴을 바탕으로 만든 대화형 콘솔 게임기예요. IoT 기능을 탑재해 사용자와 인터랙션이 가능하죠. 이 조고볼 하나면, 별도의 스마트 기기 없이 다양한 게임을 혼자서 또는 여럿이서 즐길 수 있어요. 스마트폰이나 PC 게임은 하면 할수록 몸과 정신이 나빠지지만, 조고볼은 하면 할수록 몸과 정신에 이로워져요. 어떻게냐고요?



ⓒ요기보


던지기. 흔들기. 돌리기. 비틀기. 두드리기. 펀칭하기. 조고볼은 6가지 동작을 감지해 게임을 실행시켜요. 예를 들어 ‘진실 혹은 거짓’ 게임을 시작하면 역사, 미디어, 과학, 셀럽 등 허기보가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던져요. 진실이라 생각하면 던지고, 거짓이라 생각하면 흔들면 돼요. 여럿이 모여 있을 때 어색함을 깨거나 가족 간에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아이스 브레이커’ 게임을 하면 돼요. 허기보가 ‘웃음이 가장 예쁜 사람에게’ 혹은 ‘가장 재밌는 사람에게 저를 던지세요!’와 같은 요청을 해오죠. 뿐만 아니라 6가지 동작으로 잼 연주를 하거나 맘에 드는 음악을 만들 수도 있어요. 암기력 테스트, 닌텐도 같은 운동 게임도 가능하고요.



ⓒ요기보


지식, 음악, 소셜, 운동을 망라하는 조기보의 게임은 모두 합쳐 수천 시간 분량이에요. 콘텐츠는 앱을 통해 무료로 업데이트되죠. 이용 연령대는 8세부터 95세까지. 거의 모두에게 열려 있어요. 그 순기능을 인정받아 조고볼은 2021년 미국 전국육아상품대상(2021 National Parenting Product Awards)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빈백의 범주를 넘어서는 혁신이라 할 만 하죠.


스타워즈와 미키마우스, 토이스토리의 공통점이 뭔지 아시나요? 수십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콘텐츠라는 사실이에요. 한때 꼬마였던 이들도 디즈니의 캐릭터들을 보며 성장했고 행복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죠. 어쩌면 요기보가 바라는 지향점도 디즈니와 다르지 않을지 몰라요. 지금 이 시대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유익하고 소중한 기억을 선물하는 것 말이에요. 



요기보의 더 의미있고 근거있는 확장

요기보는 시작점이 된 오리지널 제품에서도 중요한 문제를 풀 열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요. 신기술로 구현한 요기보의 비즈 소파는, 신체의 인식을 촉진하고 집중력을 길러주는 데 탁월한 기능이 있었어요. 껴안고, 밀고, 당기고, 충돌하고, 뛰어들 때 이런 자극들이 살아나 뇌에 좋은 영향을 미쳤죠. 청각, 시각, 촉각 등이 예민한 감각처리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여자프로축구단 INAC 고베 레오네사에 설치된 센서리 룸 ⓒ요기보


요기보는 비영리단체 ‘컬처시티’와 협력했어요. 그리고 NFL, NBA, 여자 프로축구 WE리그의 경기장에 센서리 룸을 구축했죠. 감각처리 및 불안장애,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과 그 가족이 차분한 환경에서 스포츠를 관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미국 내 공립학교와 버밍햄-셔틀스워스 공항 등에도 센서리 룸을 구축해 비즈 소파를 무상으로 들여놓았어요. 컬처시티와의 협력은 제품 개발로도 이어졌어요. ‘퍼즐 쿠션’은 발달장애와 감각처리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위해 개발된 아이템이에요. 판매액의 일부는 컬처시티에 기부되고 있죠.



퍼즐 쿠션 ⓒ요기보


그런가 하면요, 요기보의 스폰서 명단에는 베르사유 리조트 팜이라는 곳이 있어요. 우아한 이름이지만 사실 이곳은 은퇴한 경주마를 돌보는 목장이에요. 연간 3,700마리, 60%에 가까운 경주마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힌 채 은퇴를 하고 있죠. 은퇴마 한 마리를 1년 내내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20만엔(약 1,200만원) 정도예요. 여기에 시설 관리 유지비까지 포함하면 어마어마한 예산이 드는데, 요기보는 베르사유 리조트 팜의 스폰서가 되어 목장을 보수하고 말이 스스로 돈을 벌어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어요. 그 첫걸음으로 현재 목장 운영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죠.



어드마이어 재팬 ⓒ요기보


2022년 5월 요기보는 은퇴마들이 비즈 소파를 이용하는 모습을 찍어 유튜브와 트위터에 올렸어요. 그렇게 화제가 된 말이 맨 처음에 소개했던 SNS 스타, 어드마이어 재팬이에요. 한때 세기의 경주마로 불렸던, 1,000만엔의 광고 계약금을 받은 바로 그 주인공이죠. 1,000만엔은 목장에서 소비되는 당근 12년치의 금액에 해당한다고 하니, 어드마이어 재팬은 말 그대로 자신의 밥값을 스스로 벌고 있는 셈이에요.


요기보는 우수한 기술과 영리한 마케팅 전략으로 비즈니스를 키웠지만, 모든 것의 바탕에는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진심이 있었어요. 창업자 에얄 레비는 이 진심을 ‘호스트 정신’이라고 표현해요. 상대를 진정으로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모든 것을 시작했다고요. 


임신한 아내의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일부터 아이들에게 건강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다는 마음. 몸이 불편한 이들에게 안정을 주고 싶다는 선의, 은퇴한 경주마의 여생을 보살피는 일까지요. 그래서 요기보의 일들은 각자 다른 모양을 하고 있지만, 결국 이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하나예요. 진심과 호스트 정신. 그래서 요기보의 비즈 소파가 펼쳐나갈 모양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할 거예요.




Reference

 요기보 공식 홈페이지

 Is The Yogibo Worth It?, RebellionRESEARCH

 急成長「Yogibo」、異色のマーケ戦略の全貌 CMと格闘技がカギ, 清水 美奈, Nikkei xTREND

 販売代理店が本社を買収、米国発「Yogibo」が日本で絶好調のワケ, 新國翔大, DIAMOND SIGNAL

 Cozy fit: Beanbag chair maker Yogibo bought by Japanese distributor, KEIKO MARUYAMA, Nikkei 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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