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위기가 기회인 것일까요? 어떤 회사는 위기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성장의 모멘텀으로 삼지만, 어떤 회사는 위기를 정통으로 맞아 사라지기도 해요. 절대 망하지 않을 것 같던 공룡 기업이 순식간에 공중분해되기도 하죠.
이렇듯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은 위기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에요. 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에 있죠. 위기를 딛고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사례들을 통해 원리를 배우고, 위기를 미리 대비하는 건 어떨까요? 존폐의 위기는 때와 회사를 가리지 않고 찾아 오니까요.
1️⃣ 노키아 ‘바보폰’의 천재적 부활, ‘바보’ 같은 고집에서 시작됐다 - 노키아
‘덤폰(Dumb phone)’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직역하면 ‘바보폰’, 흔한 말로 ‘벽돌폰’이라고 하죠. 통화, 문자 등 기본적인 기능밖에 없는 피쳐폰을 의미해요. 그런데 이 덤폰이 MZ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어요.
어느정도냐면요. 최근에 배우 한소희가 인스타그램에 폴더폰을 사용하고 있는 사진을 업로드했어요. 래퍼 켄드릭 라마는 직접 덤폰 제조 회사와 협업해 덤폰을 제작했고요. 한 두명의 인플루언서의 돌발행동이 아니에요. 맥주 브랜드 하이네켄은 2024년 4월에 콜라보하여 덤폰을 5,000대 한정으로 출시했어요.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마텔도 덤폰을 콜라보로 선보일 계획이죠.
트렌드가 돌아오면, 기존의 헤리티지 있는 브랜드가 다시 각광받기 마련이잖아요. 이번에 다시 재조명된 브랜드는 다름 아닌 노키아예요. 오래 전 망한 줄 알았던 노키아가, 어떻게 다시 피쳐폰 업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게 됐을까요?
2️⃣ 망해가던 지역을 살린 편지 한 통, 겨울 관광지의 숙명을 바꾸다 - 스노우피크 랜드 스테이션 하쿠바
전성기가 끝나가는 지역들이 있어요. 스키나 스노보드를 탈 수 있는 겨울철 관광지들이죠. 일본에서는 2023년부터 2024년 1월 말까지 총 7곳의 스키장이 도산했어요. 지난 10년 중 최다 기록이죠. 1998년에 약 1,8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스키 및 스노보드 인구가 2016년에 580만 명 수준으로 급감하며 타격을 입은 거예요.
시련은 이뿐만이 아니었어요. 코로나19 팬데믹, 지구 온난화로 인한 눈 부족까지 악재가 겹쳤죠. 겨울 시즌 성수기 동안 일 년 치 수익을 창출하던 스노우 리조트에 위기가 닥친 거예요. 이는 1998년 동계 올림픽을 유치했던 나가노현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죠. 나가노현 기타아즈미군 하쿠바의 한 주민이 보다 못해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썼어요. 편지의 수신인은 다름 아닌 아웃도어 전문 용품 브랜드 ‘스노우피크’. 이 한 통의 편지가 3년 뒤, 하쿠바의 운명을 바꾸게 돼요. 이곳에 ‘스노우피크 랜드 스테이션 하쿠바’가 들어서게 되거든요.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지역의 미래가 달라진 걸까요?
3️⃣ 빚더미 건물이 만든 새로운 서사, 료칸의 진짜 자원은 ‘로컬’이다 - 와타야벳소
10억엔(약 100억원)의 빚더미가 있던 료칸이 있었어요. ‘와타야 벳소’ 료칸이에요. 와타야 벳소는 1950년에 개업한 료칸으로, 무려 2만평 부지에 120개가 넘는 객실을 보유하고 있어요. 역사와 규모가 있는 료칸이었지만, 세월을 정통으로 맞아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었죠.
이 료칸을 이어받은 3대손인 오하라 카모토 대표는 와타야 벳소를 탈바꿈하면서 V자 반등에 성공했어요. 시설 리노베이션과 함께 전문적이고 고급스러운 티 투어리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로컬 문화 체험, 비수기와 성수기의 구분을 없애는 온센 워케이션 등으로 공간 경험을 강화한 덕분이죠. 이 변화에 대해서는 본문에서 자세히 설명할게요.
그런데 이 대표가 와타야 벳소의 ‘중추’라고 여기는 건 위의 새로운 시도가 아니에요. 그가 말하는 와타야 벳소의 주요 기둥은 ‘목수’들이에요. 실제로 와타야 벳소의 객실 소개 페이지에서는 어떤 목수들이 해당 객실을 리노베이션했는지, 이름을 확인할 수 있죠. 그렇다면 목수를 료칸의 중심에 놓는 이유가 뭘까요?
4️⃣ ‘구불구불한’ 약점을 특기로 바꾼, 어느 주물 공장의 사생결단 - 노사쿠
‘노사쿠’는 100년 된 주물 회사예요. 주로 구리, 주석 등의 금속으로 도매용 불교 용품과 다도구를 만들었죠.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전통 주물 산업에도 그림자가 졌어요. 그래서 풍경(종) 등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개발해 팔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한 편집숍 직원이 노사쿠 대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요.
“실생활에 더 밀접한 물건을 들여놓고 싶은데요. 노사쿠에서 식기를 만들 수는 없나요?”
어렵지 않은 부탁같았지만, 식기를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구리 성분은 중독의 위험이 있고, 스테인리스는 원가가 비쌌거든요. 이때 노사쿠가 시선을 돌린 것이 주석이었어요. 주석은 너무 부드러워 가공이 어렵고 조금만 힘을 가하면 바로 구부러져 이때껏 전 세계 어느 곳도 100% 주석으로 제품을 만든 적이 없었어요. 여기에 바로 역발상의 기회가 있었죠.
노사쿠는 주석의 구부러지는 특성을 이용해 일약 스타덤에 올라요. 어떻게 했는지는 본문에서 설명할게요. 그것도 모자라 오래된 전통 주물의 도시, 도야마현 다카오카를 디자인 감각과 관광 수요가 꿈틀대는 모던한 지역으로 탈바꿈시키기까지 하죠. 약점투성이의 주석을, 일상생활의 금으로 만든 비결. 무엇이었을까요?
5️⃣ 문닫기 직전의 모자 편집숍을, 흑자전환시킨 의외의 한 수 - 오버라이드
‘오버라이드’는 트렌디한 모자 편집숍이에요. 업력이 100년에 달하는 모자 도매상 ‘구리하라’가 모회사죠. 그런데 어쩌다 모자 도매상이 편집숍까지 오픈했을까요? 고객사와 충돌이 생기는 리스크가 있을 텐데요. 게다가 구리하라는 트렌드의 최전선은커녕 소매업 자체를 해 본 적이 없던 기업이었어요.
그러나 1990년대 후반, 패션 산업의 주도권이 제작자에서 소비자로 옮겨가는 것을 포착하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소비자가 유행을 주도하기 시작하면, 트렌드를 빠르고 정확하게 읽는 역량이 사업에 꼭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4대째 사장은 소매점을 신사업으로 해야 한다고 봤어요. 하지만 아버지를 비롯해 사내의 반대가 심했죠.
그래서 그는 2년 내에 이익을 내지 못하면 사업을 접는다는 조건으로 모자 편집숍인 오버라이드를 오픈했어요. 결과는 처참했죠. 1년 차에 이미 수백만엔의 적자를 떠안아야 했어요. 그렇게 폐점을 2개월 남겼을 무렵, 의외의 한 수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어요. 남은 2개월 동안 지난 10개월 분의 적자를 상쇄하면서 연간 흑자를 달성한 거예요. 오버라이드를 살린 신의 한 수는 뭐였을까요?